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대이란 보복과 관련해 표적이 뭔지 이란 측에 미리 알려준 데 이어 제한적 공격을 선택한 배경에 2주도 남지 않은 초박빙인 미국 대선의 '향방'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나 핵 시설을 피해 방공·미사일 시설을 공격한 것은 일단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압박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 대선을 열흘 앞둔 상황에서 이스라엘에는 미국의 묵인 아래 이란의 군사 시설만을 공격하거나, 아니면 미국의 만류를 무시하고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다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일단 첫번째 선택지를 고른 것으로, 이는 달력을 보면서 다음달 5일 치러지는 미 대선의 향방을 고려한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만약 그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그 이후에는 이스라엘이 언제라도 이란을 추가 타격할 기회가 생긴다는 계산에서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을 지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한다면 자칫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했던 것이 차기 미 정부와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의 선택은 미국이 심하게 압박을 가하면 여전히 이스라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그간 이스라엘은 미국의 자제 촉구에도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확전을 이어갔지만, 이번에는 양국간 조율로 역내 재앙과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초래할 조치는 피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 진단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첨단 방공 능력을 대부분 파괴했으며 “이제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더 광범위한 공중 작전의 자유를 누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공격이 얼마나 효과를 거뒀는지 현재까지는 불확실하지만, 이스라엘의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더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란이 방공망을 재건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란은 이번 공격에 대해 “방공시스템이 공격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대응했다"며 이스라엘군 폭격에 따른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에 대한 재보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으나 서둘러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집트·카타르 외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이란은 자국의 영토보전 침해에 맞서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면서도 “모든 대응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고 말했다.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군 총참모부 역시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에 '제한적인 피해만 줬다'면서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침략에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관련해 이란은 최근 수개월간 이스라엘과 충돌 시 지도부가 사용했던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와 같은 강경한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란의 이러한 반응을 두고 FT는 이란이 곧바로 재보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한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휴전을 지지한다는 점을 더 강조했으며, 전면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FT는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