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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피한 지방 주택 시장 ‘온기’

정부의 수도권 대출 규제 강화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6.27' 규제로 수도권 지역 대상으로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자 '내 집 마련' 수요가 아직 대출 상황이 넉넉한 비수도권 지역에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93.5로 전월 대비 3.9p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의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1p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대출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그간 침체돼 있던 지방 부동산 시장은 반대로 6.27 규제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지방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92.5로 전달 대비 6.1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유례 없는 초강도 대출 규제가 수도권에 적용됐지만 비수도권은 오히려 규제를 피하면서 심리적 부담이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2022년 지방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설사들이 2023년부터 지방 분양을 줄인 결과 반대로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정상화된 것도 지방 주택 시장의 상승세 전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 시장 양극화 해소 정책 및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방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였던 미분양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 일대에서 지난해 7월 분양한 '블랑 써밋 74' 아파트 998세대가 1년여가 지난 이달 초 100% 계약을 완료했다. 또 대전 대덕구 읍내동에서 작년 7월에 분양한 '쌍용 더 플래티넘 네이처'도 최근 745세대 계약을 모두 마쳤다. 지난해 4월 충북 청주 서원구 사직동에서 공급된 '힐스테이트 어울림 청주사직'도 완판에 성공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그간 수도권 시장에 집중됐던 주택 수요가 6.27 대책 이후 잠잠해진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반대로 바닥을 치고 오르는 분위기"라며 “비수도권 부동산 리스크였던 PF 부실 문제가 오히려 지방 주택 시장에 공급을 부족하게 만들어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지방 주택 시장은 호조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통계 신뢰 흔든 국토부…부동산원은 속았나 속였나?

2025년 4월 공개된 900쪽 분량의 감사원 특별보고서는 “한국부동산원이 2018년부터 4년 동안 102차례 집값·거래량 지표를 고의로 수정했다"는 내용으로 첫 장을 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급등하던 가격 곡선을 완만하게, 거래 절벽을 보여 주던 그래프는 계절적 요인이라며 눕히도록 한국부동산원에 압박했다. 정부는 이 조정된 수치를 근거로 “부동산 시장 안정세 진입"을 선언하고 대출 규제 완화와 공급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정책의 토대가 허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02'라는 숫자가 남긴 의문은 두 가지다. 4년간 102번의 조정은 분기별 통계 발표 주기를 고려할 때 사실상 상시 개입을 의미한다는 점, 그리고 내부 전자우편과 문서에서 “△%P만 내리면 된다", “특정 지역 낙폭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구체적 지시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 오타가 아니라 정책 목표치에 맞춘 '수치 에디팅'이었음을 시사한다. 법정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부동산원 직원은 청와대의 직접 지시를 부인하며 감사원의 조사 방식을 문제 삼았지만, 감사 실무관들은 내부망을 통해 “객관적 근거로 수정 내역을 적시했다"고 반박했다. 조작이냐 표적 감사냐를 둘러싼 논란 속에 핵심 사실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통계가 권력의 유혹이 된 사례는 해외에서도 반복됐다. 2000년대 중반 그리스는 국가채무를 축소 보고하다 유로존 재정 위기를 촉발했고, 2016년 중국 일부 지방정부는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생산 지표를 부풀렸다.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임금 통계 편향으로 20년 치 지표를 뒤늦게 수정했다. 모두 단기 성과 연출이 정책과 시장 붕괴로 이어졌고, 독립 감시 장치가 부재했다는 공통점을 남겼다. 국내 제도의 취약점은 작성 주체와 감독 주체가 모두 국토교통부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통계법 제14조는 “작성의 중립성"을 규정하지만 외부 압력에 대한 처벌 조항은 분명하지 않다. 부동산원의 최근 3년 공익신고 보호율이 12%에 불과한 것도 내부고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치권은 진상 규명 방식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야당은 “전 정권 흠집내기용 감사"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반면, 여권은 “통계 신뢰 붕괴는 국가적 범죄"라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 지금까지는 실무자 몇 명에게 주의·경고가 내려졌을 뿐 고위선에 대한 수사 통보는 이뤄지지 않아 '꼬리 자르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파장은 입법 논의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외부 개입 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허위 통계 유포를 명시적 범죄로 규정한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 역시 감사원과 통계청 사이에 독립형 '국가통계감사원'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반 통계 이력 추적제 도입, 내부고발자 지원 펀드 조성, 시민 검증 플랫폼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드러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삭제 문서'가 기록을 지웠다면, 이번 '102차례 숫자 손질'은 수치를 덧칠했다. 목적은 같았다. '성과를 과장하고 리스크를 숨겨라.'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 통계는 세 가지 거짓말 중 가장 악질"이라고 경고했다. 숫자가 조작되는 순간 진실은 침묵하고, 침묵이 길어질수록 시장과 국민은 더 큰 대가를 치른다. “나는 네가 전 정부 때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때 그 수치는 왜 그렇게 조정됐는가." 질문이 선명할수록 답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교훈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AI로 화재 예방하고 견적 뽑아”…건설사들 디지털 중무장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설계, 공사비 산정 등 전통적인 시공 업무를 넘어 입주민의 생활 편의와 학습환경까지 AI를 적용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화재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메테오시뮬레이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의 화재 안전설계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건물을 가상공간에 복제한 뒤 AI가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피가능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 해법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GS건설은 이 시스템을 성수전략 제1정비구역,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은 단순한 소방 설계 보조를 넘어 도시정비사업에서 안전성과 설계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주거시설뿐 아니라 터널, 병원, 공공시설 등 다양한 구조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향후 도입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공사비 산정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자연어 처리 기반의 견적 산정 시스템은 설계 도면과 공종 명세를 자동 매핑해 단가를 예측한다. 기존에는 경험자 중심의 수작업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AI가 수천 개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공사비 예측을 돕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복잡한 원가 내역 체계를 AI가 표준화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시스템을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AI 기술을 입주민 대상 서비스로 확장했다. 최근 강남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단지에 도입한 'H 스마트스터디'는 국내 아파트 최초의 AI 기반 학습관리 플랫폼으로, 학생의 공부 시간·자세·집중도·학습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루틴과 코칭을 제시한다. 학부모는 전용 앱을 통해 시각화된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멘탈 케어 기기와 온·오프라인 연계 학습 콘텐츠도 함께 제공된다. 같은 단지에는 의류 리워드 수거 시스템 'H 업사이클링'도 함께 도입됐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수거함에 옷을 넣으면 품질에 따라 등급 분류돼 보상금이 자동 정산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적용해 실생활 속 자원 순환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주거 현장에 실질적 효용이 있는 기술이 적용되면서 과거 '스마트홈'이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머물렀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기술은 점점 하드웨어 중심에서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맞추는 '서비스형 플랫폼'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내재화 흐름이 단순 홍보를 넘어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 확보와 주거 상품 차별화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와 입지가 청약 성패를 갈랐다면, 지금은 디지털 설계 경쟁력과 커뮤니티 콘텐츠가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AI·IoT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초고층 인기에 기술력 높이는 건설사들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노른자위' 지역 조합들이 추진하는 초고층 아파트 수주를 위해 기술력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고층 건축물은 고도의 기술과 시공 경험이 요구되는 만큼, 실적과 기술력이 수주 경쟁에서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2·3·4지구도 모두 65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로 개발될 예정으로, 특히 4지구는 최고 77층 규모로 지어진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들도 49∼65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강남 대치미도 아파트도 최고 49층 높이의 초고층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처럼 '하늘 위의 집' 시대가 본격화되자 건설사들도 수주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고층 기술력을 뽐내는 분위기다. GS건설은 화재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안전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기상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메테오시뮬레이션과의 협업으로 도입하는 이 시스템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 건물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만들고, AI 기반 화재 시나리오를 수천 차례 돌려 최적의 설비 구조와 대피 동선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입주민의 대피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비상 상황에서 효율적인 피난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GS건설은 해당 시스템을 성수전략 제1정비구역과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시범 적용한 후 향후 도시정비사업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앞서 초고층 랜드마크 건축물의 종합설계를 수행한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기업 ARUP(아룹)과도 '초고층 기술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UAE),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118 등을 시공한 삼성물산도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충남 천안의 자사 모듈러 승강기 R&D랩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모듈러 승강기 기술 고도화에 착수했다. 삼성물산은 최대 500m 높이 건물에도 적용 가능한 3세대 모듈러 승강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승강기 부품의 약 70%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수직으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고소작업 위험을 줄이고 공사 기간을 기존 대비 약 75%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건설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기술력을 뽐내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압구정 2구역 수주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총 7일간 조합원 대상 기술연구원 투어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초고층 시공 기술과 층간소음 저감, 내진 설계, 토목 기술 등을 선보이며 기술적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건설은 고층 건물의 바람과 진동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내풍 설계'를 적용하고, 구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아우트리거-벨트월(Outrigger-Beltwall)'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아우트리거는 건물의 중심 코어와 외부 기둥을 연결하는 구조 지지대이며, 벨트월은 건물에 가해지는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현대건설, 상반기 매출 12% 줄고 영업익 8% 증가

현대건설이 올해 상반기 연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15조1763억원, 영업이익 4,307억원을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6%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반기 국내에서 울산 S-Oil 샤힌 프로젝트, 힐스테이트 더 운정, 반포동 디에이치 클래스트 등 현장과 사우디 아미랄 패키지(PKG)4,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현장에서 공정률에 속도를 내 연간 매출 목표 30조4000억원의 49.9%를 달성했다.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16조734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연간 수주 목표액(31조10000억원)의 53.7%를 채웠다.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사업과 부산 범천4구역 재개발사업 등 도시정비사업과 팀북투 데이터센터 등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실적을 견인했다. 수주잔고는 94조7613억원으로, 약 3.1년치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조5410억원이고 부채비율은 167.9%, 지불능력인 유동비율은 145.3%를 기록했다. 신용등급은 업계 최상위 수준인 AA-등급으로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정률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매출에 인식되는 규모가 감소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는 프로젝트 진행률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기는 상황인만큼 차기엔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증가 요인에 대해선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코로나19 당시 수주했던 단지들이 준공되면서 수익성이 확보되고, 정상적인 마진이 나는 신규 프로젝트 비중이 확대되면서 점진적으로 영업이익이 개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현대건설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기술·고부가가치 중심의 프로젝트 수주를 이어가고, 새로운 밸류체인 확보를 위한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추가 투자냐 철수냐”…기로에 선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사업

GS건설이 2020년 인수한 영국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을 결국 청산하기로 하면서 모듈러 주택 사업 전략이 기로에 섰다. 업계 일각에선 애초에 무리한 투자였다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GS건설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활로를 찾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영국 본사의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에 대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2020년 1월 약 342억 원을 투입해 지분 75%를 인수했지만, 이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손실 규모가 인수 금액을 넘어서게 됐다.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 되자 결국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청산 비용을 감수하고 사업을 접기로 했다. 엘리먼츠 유럽은 중고층 아파트, 호텔, 병원 등을 대상으로 스틸 프레임 기반 모듈러 건축물을 제작·시공하는 업체로, GS건설은 유럽 모듈러 시장 진입을 위해 해당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폴란드 자회사 '단우드(Danwood S.A.)'와의 연계 확장도 구상했지만 실적은 정반대로 흘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관세 혜택 소멸, 인력 수급 불안정, 코로나19에 따른 자재·인건비 급등까지 겹치며 사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인수 첫해 순이익은 400만 원에 그쳤고,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0억 원, 25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446억 원, 올해 1분기에도 약 470억 원의 손실이 더해지며 적자가 누적됐다. GS건설은 이번 청산이 전략적인 선택으로 사업 철수 여부 등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경영의 일환"이라며 “영국 사업 철수와는 별개로, 국내 자회사와 공장을 중심으로 스틸모듈러 기술을 내재화하고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S건설 측은 또 이번 청산이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현지 청산 관리인을 선임해 절차를 진행 중이며, 추정 손실은 이미 회계에 반영됐다"며 “독일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자회사 단우드를 중심으로 유럽 내 시장 확장은 계속 모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영국에서 습득한 중고층 스틸모듈러 기술을 국내 사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프리패브 공법 확장을 위해 하이브리드 구조,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주택 등 다양한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인 만큼 기술 확보 차원에서는 '남는 장사'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사업 전략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시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듈러는 공기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 인식 부족과 디자인·품질 제약으로 아직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 없이 기업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모듈러는 빠른 공기, 저렴한 가격, 높은 품질이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시장 정착까지는 충분한 검증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GS건설 사례는 타 건설사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 등 다른 기업들도 자체 또는 협력 생산라인을 통해 프리패브 기반 모듈러 유닛을 제작·실증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대형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기술 선점보다 수익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줬다"며 “고금리와 자재비 상승으로 인해 모듈러조차 손익 계산이 쉽지 않은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듈러 주택이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미래 주택 시장의 주력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권 교수는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 같은 정형화된 유형에선 가능성이 있지만, 공동주택 등 대규모 공급에 있어선 기술적·제도적 한계계가 있다"면서 “기업의 부담으로만 넘기지 말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정권 교체해도…” 국토부 산하기관에 ‘尹의 사람들’ 가득

지난 6.3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에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들이 다수 재임하고 있어 새 정부 국정 과제 실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정관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는 건설부동산 관련 공기업 등 15곳의 산하기관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국토부 산하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국내 공기업 중에서도 인력 및 예산규모 측면에서 손꼽히는 대형 기관들이 많다. 그만큼 국토부 산하 기관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을뿐더러 국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지휘 아래 산하기관들의 일사분란한 업무 수행 능력이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15개 국토부 산하 기관 수장 가운데 현 정부가 임명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장과 이사장들은 대부분 전 정부 당시 선임됐다. 다만 이 가운데 몇 곳은 자진사임 등의 사유로 수장이 공석인 경우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0일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경평)'를 발표하면서 경평에서 미흡(D) 등급을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유병태 사장이 최근 자진 사임했다. SR도 D등급을 맞아 이종국 사장이 국토부에 사표를 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양영철 이사장도 미흡한 경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썼다. 문재인 정부서 임명됐다가 윤 정부 임기 도중 물러나 현재까지 수장이 공석인 국토부 산하기관도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윤형준 전 사장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기인 2022년 2월 취임한 후 전 정권 임기 중인 2024년 4월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경우 손재락 원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2021년 2월 임명돼 2024년 2월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 원장도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임명된 후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나머지 국토부 산하 기관 9곳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 수장 자리를 맡고 있다. 우선 국토부 관할 공기업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대표기관인 LH와 코레일의 사장들이 대표적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그해 11월 LH로 자리를 옮겨 현재도 여전히 LH를 이끌고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2023년 7월 코레일 수장에 임명돼 현재도 코레일을 대표하고 있다. 이 밖에 어명소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이성해 국가철도공단(KR) 이사장, 정용식 한국교통안전공단(TS) 이사장,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원장,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앞서 열거한 기관 수장은 국토부나 관련 공기업에서 내부 승진한 경우로, 업무 관련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인정을 받은 경우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민의힘 중진 출신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보은성 인사'로 국토부 산하 기관 중에서도 노른자위 핵심 공기업 수장 자리를 꿰차 논란이 크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국민의힘 출신 2선 의원으로 19대(2012년 총선)와 20대(2016년) 국회의원을 거쳐 윤석열 정부 임기 중인 2023년 2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로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국민의힘 출신 3선 의원으로 18대(2008년), 19대, 20대 국회의원을 거쳐 2023년 6월 윤 전 대통령이 인천공항 사장으로 내정했다. 국토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책임자들이 전혀 성향이 다른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는 것도 명분이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대국민 책임성 차원에서는 알아서 자리를 비우던가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 3주째 둔화…“3~4개월간 흐름 유지될 것”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담은 '6·27 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후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3주 연속 둔화되며 뚜렷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3~4개월간 현재의 유보적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며, 집값을 제대로 잡으려면 공급 확대 및 세제 제도 개편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상승해 직전 주(0.29%)보다 상승폭이 0.10%포인트(p) 감소됐다. 지난 6월 다섯째 주 0.40%, 7월 첫째주 0.29%에 이어 0.19%로 상승폭이 3주째 둔화되는 추세로 나타났다. 특히 '풍선 효과'로 직전 주 높은 상승률(0.70%)을 기록했던 성동구는 일주일 만에 0.45%로 둔화됐다. 마포구 역시 0.60%에서 0.24%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용산구도 0.37%에서 0.26%로 오름폭이 낮아졌다. 양천구(0.55%→0.29%)와 영등포구(0.45%→0.26%)도 상승세가 확연히 꺾였다. 또, 강남구는 0.34%에서 0.15%로, 서초구는 0.48%에서 0.32%로, 송파구는 0.38%에서 0.36%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강동구도 0.29%에서 0.22%로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상승폭이 다소 확대된 곳은 중구(0.16%→0.18%)와 도봉구(0.05%→0.06%) 단 두 곳에 그쳤다. 부동산 업계는 실질적으로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대출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최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어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7일 72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3월 동일 면적이 70억원에 거래된 후 불과 3개월 만에 2억원이나 치솟은 가격으로, 작년 8월 거래가(60억원)와 비교하면 1년 동안 무려 12억원이 오른 셈이다. 이밖에 경기도에서는 과천시(0.39%)가 2주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어 2주 전(0.98%)과 비교해 상승률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성남시 분당구(0.40%) 역시 2주 전(1.17%)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축소됐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0.11%에서 0.07%로 상승폭이 둔화됐으며,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0.03%)가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되 인천은 ?0.03%로 하락 전환했다. 지방은 0.20%를 기록해 전주(0.30%)보다 낙폭이 줄어들었지만, 59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광역시는 0.04% 하락, 8개 도 지역도 0.01% 하락한 반면, 세종시는 0.03% 상승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아파트값이 0.02% 올라, 직전 주(0.04%)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내놓았던 초강력 대책인 8·2 대책이 시장에 영향을 준 기간은 약 3개월 정도였다"며 “이번 6억원 대출 한도 제한도 앞으로 3~4개월 정도 시장에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 아파트 상승폭이 둔화되며 일부 고가 지역 등 특정 지역에서는 하락 전환도 나타날 수 있는 분위기이나, 이러한 대책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향후 풍선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공급 대책이나 세제·제도 개편 같은 후속 조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엇갈린 흥행, 높아진 ‘분상제’ 선호도…건설업계 ‘노심초사’

지난 15일 수도권에서 인접한 두 아파트 단지가 동시에 분양됐는데, 한 쪽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다른 한 쪽은 미달됐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 여부에 따라 가격이 큰 차이가 나면서 흥행 결과도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분상제 폐지 논란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청약홈에 따르면, 15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김포 '해링턴 플레이스 풍무(1∼3블록)'는 교통 입지나 실거주 인프라가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총 1435가구 일반분양에 287명만 접수해 경쟁률이 0.2대 수준에 그치게 됐다. 흥행 저조 원인으로는 민간 택지에 건설되면서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은 탓에 인근 단지 대비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블록 7억5400만~7억7000만원 △2블록 7억~5500만~7억7200만원 등이었는데, 인근에 위치한 '풍무자이2단지' 전용 133㎡(약 49평형)가 최근 5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부담되는 가격이었다는 평가다. 반면 인접한 검단신도시에서 같은 날 청약을 받은 '호수공원역 중흥S-클래스'는 흥행에 성공했다.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522가구 모집에 총 6831명이 몰려 평균 13.0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상제가 적용되면서 전용 84㎡ 기준 △5억5570만~6억1700만원 △112㎡ 기준 6억4300만~7억3400만원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근 대장주 '풍무 푸르지오' 전용 84㎡가 6억52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해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두 청약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지난달 27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분상제 선호도가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돈을 빌릴 수 있는 액수가 적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싼 아파트를 더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분상제 적용 단지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에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당첨 즉시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었던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분상제 적용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비적용 단지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상제가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2023년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분상제 적용 대상에서 해제하자, 서울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가 빠르게 상승한 전례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약 5년 전인 2018년 2월(2192만1000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상제 폐지 논란이 사그러들까 노심초자하고 있다. 분상제는 원자재·인건비 상승을 분양가에 반영하기 어려워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화설계 적용이 어렵고 공사비 산정도 낮게 책정돼, 완공 후 주택 품질까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한 건설업계는 분상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최근 서울 용산구 내 재개발·재건축 조합 26곳도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분양 관계자는 “층간소음 규제 강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등으로 공사 조건이 까다로워져 비용도 따라서 오르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신축이라는 장점이 있더라도 최대 110% 수준 분양가가 현실적인 수요선이다. 실제로 수원, 용인 등 다수 지역에서 상반기에 미달이 속출한 만큼, 분상제 적용 단지이거나 민간 아파트도 그 수준의 분양가를 맞추지 않으면 한동안 청약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이재명-김윤덕 ‘LH’ 겨눈 쌍끌이 칼날…대수술 신호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출근 첫 일성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면서 LH의 미래에 관심이 쏠린다. 대수술을 앞에 둔 LH 내부 분위기는 결국 올 것이 왔다며 처분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16일 부동산시장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전날 정부과천청사로 첫 출근을 하면서 “LH에 대해 능동적, 적극적인 개혁을 해달라는 주문을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데뷔전의 첫 상대로 LH를 지목한 것은 그만큼 이 대통령이 LH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LH가 토지를 매입하고 이를 민간 업체들에 팔아 이득을 보는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LH가 결국 땅 장사를 하고 있고, 이는 투기의 일종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 LH의 전통적인 사업구조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 지시를 내리면서 LH의 개혁은 확정된 상황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이 대통령 문제의식이 'LH의 땅 장사'에 꽃혀있는만큼 해당 기능을 덜어내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LH가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합병으로 인해 탄생한만큼, 다시 이를 쪼개는 것이 유력하다. 전통 수익구조인 민간 대상 토지 매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선 기존 조직을 유지한 채로는 LH가 수행하는 토지사업 행태가 획기적으로 전환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조직을 아예 해체하고 LH의 토지업무 부문 조직 및 인력은 자체 공공개발에 집중하는 한편으로, 기존 공공주택 업무는 새로운 조직이 전담해 공급확대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김 후보자의 발언이 나온 당일 후보자의 일성이 LH의 조직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명확하게 대통령의 LH 개혁방안이 공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LH 관할 정부 부처인 국토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서 선을 그은 상황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LH에 대해 가진 문제의식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LH의 분리는 아직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2021년 LH 직원 땅 투기 사건으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를 받은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론도 아직 몇 년 전의 투기 사태로 LH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에야말로 LH 대개혁을 확실하게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조직 해체 카드까지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새 정부 들어 대통령과 국토부장관이 연이어 메스를 들고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면서 LH 내부 분위기는 사기 저하와 함께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체념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LH 직원은 “투기 사건으로 인해 공사 차원에서 여론을 상대로 할 말도 크게 없는데다, 새 정부 들어 개혁의 최우선 타깃이 되면서 내부 분위기도 침체된 것 같다"며 “그냥 일반 직원들은 하루하루 맡은 업무를 하면서 새 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LH가 혁신을 이루려면 먼저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기존의 전통적인 민간 대상 토지 매각 사업이 아닌 자체 사업을 통해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LH의 공공 기능 강화를 위해선 재원 확보가 최우선 사항"이라며 “국민 리츠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공공성을 확보한다던가, LH의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공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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