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재가하면서, 그간 보류됐던 에너지 공공기관들의 인사 절차가 본격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 장관의 공식 취임 직후 산하 공공기관 인사도 전면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장 인사는 임기 만료 2달 전부터 공모를 시작한다. 다만 현재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계엄과 탄핵사태로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유임하고 있는 기관과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도 공모를 시작하지 않은 기관들이 많은 상황이다. 1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산업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 중 수장이 공백 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전 공모가 마무리됐으나 이후 인사 절차가 멈춘 상태다. 한전KPS와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주총을 통해 최종후보자가 내정됐지만 아직 산업부의 제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전KPS는 노조가 기관 정상화를 위해 조속한 제청과 임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수차례 내기도 했다. 임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산하 기관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임기는 오는 8월 마무리된다. 황 사장은 임기 내 25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계약을 매듭지으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임기는 지난해 9월 만료됐으나,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올해 9월까지 1년 연장된 상태다. 이 프로젝트는 1차 탐사에서 유의미한 시추 결과를 내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사기라고 언급한 만큼, 사업이 계속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인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캠프 출신인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임기도 올해 12월에 끝난다. 가스공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를 원하는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할지를 정해야 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았다. 한전은 에너지 공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하반기 임명된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 김준동 한국남동발전 사장,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이정복 한국서부발전 사장, 이영조 한국중부발전 사장 등 5대 발전사 사장단은 임기는 2년 이상 남았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 장관의 공식 임명 이후에는 공석 기관에 대한 사장 공모가 순차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며 “특히 한전KPS처럼 최종 후보자가 확정돼 있는 경우에는 곧바로 임명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인사 흐름은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와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떼어내 환경부 혹은 별도 부처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에 따라 인사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미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정성호 법무부장관 후보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공공기관장들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와 산하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같이해야 한다는 법안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처리되지 못했다. 원칙적으로 그 법안들은 처리돼야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초기였던 2022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한덕수 당시 총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압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정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산업부 내 에너지 기능 유지를 강조한 반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 총괄이 환경부로 이관돼야 한다"고 주장해 부처 간 역할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통과, 주주충실 의무 강화,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 등이 맞물리면서 향후 공기업 수장 선임 시에도 전문성과 민간 경험을 중시하는 인사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후보자 역시 기획재정부와 두산에너빌리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관 가교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야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관 임명 이후 산하 공공기관 인사 등 정책 결정에서는 원천 배제하는 내부지침 마련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