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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들, ‘최대어’ 성수1지구 보이콧…무슨 일이?

서울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성수1지구가 시공사 선정 첫 단계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유력 후보였던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장설명회에 불참하며 사실상 '조건부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조합의 입찰 조건이 수정되어야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은 다수 조합원의 반발과 건설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설명회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막상 도시정비 현장에선 조합-업체간 갈등으로 주택 공급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1지구 재개발 조합은 지난 29일 오후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문제는 그동안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혀 온 현대건설, HDC현산 등 두 대형건설사가 '보이콧'을 선언하고 불참했다는 것이다. 대신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호반건설, 금호건설, SK에코플랜트, BS한양 등 7개사가 참석했다. 불참한 두 대형사는 조합의 입찰 조건이 편파적이고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성수1지구는 제안 준비가 모두 돼 있지만 조합의 행보를 본 뒤 참여 여부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며 “오는 4일 대의원회에서 지침이 수정된다면 입찰 참여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HDC현산 관계자 역시 “현장설명회에는 불참했지만 추후 상황을 보면서 검토할 계획"이라며 “현행 지침은 자유경쟁 원칙에 맞지 않는 후진적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양사는 공문을 통해 반복적으로 입찰 조건 수정을 요청했지만 조합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과 HDC현산이 문제 삼은 지침은 △조합원 로열층 우선 분양 제안 금지 △분양가 할인·프리미엄 보장 금지 △금융조건 제한 △천재지변·전쟁 등을 제외한 책임준공 확약 △대안설계 등 추가 아이디어 제시 금지 조항 등이다. 여기에 1000억원 입찰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조건까지 붙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특정 업체만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보증금만 수백억 원 이상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건까지 막혀 있다면 정상적인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며 “결국 조합 스스로 후보군을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성수2지구와의 대조도 눈길을 끈다. 성수2지구는 9월 3일 대의원회를 통해 입찰 지침을 확정할 예정인데, 논란이 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아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사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성수권인데 1지구는 파행, 2지구는 흥행 구도가 뚜렷하다"며 “결국 조합의 의사결정이 사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조합은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수1지구 조합 관계자는 “현장설명회는 애초 계획된 일정에 따라 진행했다"며 “지침 수정 여부는 오는 4일 대의원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수의계약 논란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성수1지구는 지하 4층~지상 69층, 3014가구, 총 공사비 2조1540억 원 규모로, 하반기 서울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힌다. 그러나 조합이 입찰 조건을 고수한다면 본입찰 성립조차 불투명하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조건부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시장이 조합의 과도한 요구로 왜곡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전체 사업 속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오는 4일 성수1지구 조합 대의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에 따라 현대건설과 HDC현산의 향후 행보와 수주전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反美 연대 결집 시진핑 “안보대응센터·개발은행 만들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안보와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 수준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 이사회 연설에서 “안보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는 종합 센터와 마약 대응 센터를 조속히 가동하고, SCO 개발은행을 조속히 건설해 회원국의 안보·경제 협력에 더 힘 있는 지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협력의 장을 더욱 확대하고 각국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의 평화, 안정, 발전, 번영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냉전적 사고방식과 진영 대결, 괴롭힘 행동에 반대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을 우회 비판했다. 이어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제창해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까지 SCO 회원국에 840억달러(약 117조원)를 투자했고 개별 회원국과 중국의 연간 무역액이 5000억달러(약 696조원)를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20억위안(약 3900억원) 무상 원조, 향후 3년간 은행 연합체 회원 은행에 100억위안(약1조9500억원) 신규 대출을 약속했다. 또한 회원국을 대상으로 100건의 '작지만 아름다운' 민생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SCO 특화 장학금을 두 배로 늘리는 등 교육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SCO는 테러·분리주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001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만든 다자 협의체다. 이후 인도, 파키스탄, 이란, 벨라루스 등이 합류해 현재는 회원국이 10개국으로 늘었다. 초기에는 안보 분야 협력에 집중했지만, 중러와 서방 진영 간 대립이 선명해지면서 최근에는 경제·문화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 등에 맞서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발도상국)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어 브릭스(BRICS)와 함께 '미국 견제 연대체'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이번 SCO 정상회의가 '사상 최대' 규모임을 내세우고 있다. 회의에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20여개국 지도자 및 국제기구 관계자 10명이 참석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롯데마트, 수익악화 불구 ‘온라인·글로벌 그로서리’ 힘준다

롯데마트가 수익성 악화까지 감수하며 '식료품(그로서리) 특화' 전략을 뒷받침할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온라인 경쟁력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 개선은 물론, 국내외에서 그로서리 전문매장을 잇따라 선보이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일 롯데쇼핑 IR자료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1~6월) 마트사업부(롯데마트·슈퍼) 매출은 2조57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3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244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몇 년 간의 대수술을 거쳐 내실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적자 전환이 다소 뼈아플 수밖에 없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0년부터 비효율 점포 정리 등 고강도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특히, 2022년 말부터는 롯데마트·슈퍼 사업부 통합화를 통해 소싱·물류 비용 감축 등을 추진하며 점진적으로 성과를 냈다. 통합 이후 첫 해인 2023년 연간 영업이익만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64.6% 오른 729억원을 기록할 정도다. 통합 작업 효과로 수익성이 급등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롯데마트는 또 다른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로 롯데마트의 모기업인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 '오카도'와의 협력 사업을 이끌어온 e그로서리사업부를 롯데온에서 롯데마트로 넘겼다. 롯데마트 입장에선 기존 오프라인 식료품 사업에 이어 온·오프라인 전반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진 셈이다. 지난해 롯데마트·슈퍼 영업이익(465억원)이 전년 대비 36.2% 줄었지만,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와 함께 e그로서리부문 전입에 따른 관련 비용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e그로서리 이관으로 롯데마트·슈퍼가 떠안은 손실 규모만 179억원에 이른다. 구체적인 손실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분기에도 사업 이관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롯데마트가 수익 출혈을 무릅쓰고 구조 혁신을 꾀하는 이유는 이커머스 확산 속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올 4월에는 오카도의 인공지능(AI) 기술 바탕으로 만든 그로서리 전문 앱 '제타'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구독형 배송 서비스인 '제타패스'까지 도입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현재 이커머스 사업부와의 협력을 통해 예약 배송·익일배송만 가능하지만, 향후 보다 고도화된 배송 서비스도 제공할 전망이다. 2023년 말 롯데쇼핑이 부산 지역 내 착공에 나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첨단 물류센터(CFC)가 내년 1분기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롯데쇼핑은 전국 6개 지역으로 CFC를 늘려 전국 단위의 식료품 물류망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롯데마트는 효율화 작업으로 끌어올린 상품·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식료품 중심의 점포 운영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23년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그랑 그로서리' 1호점을 시작으로, 올 초 6년 만에 신규 출점한 '천호점'도 점포의 80%가 식료품으로 구성됐다. 지난 6월 4년 만에 재개장한 구리점도 그랑그로서리 포맷을 그대로 도입했다. 이 같은 식료품 특화 전략은 해외 시장에도 유효하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소규모 소매상 중심의 판매구조 탓에 대형마트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동남아시아 시장 선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그로서리 콘텐츠를 강화하며 기존 점포의 내실화를 꾀하는 분위기다. 올 2분기 기준 베트남의 기존점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8.8% 오른 반면, 인도네시아는 2.9% 줄었다. 현지 최대 명절인 르바란 연휴 시점차 등으로 매출·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도·소매 결합 매장으로 재단장한 인도네시아 발리점이 대표 사례다. 전체 6612㎡(2000평) 공간 중 도매 공간을 1653㎡(500평) 수준으로 줄이되, K-푸드·신선식품 등을 취급하는 4959㎡(1500평) 규모의 그로서리 전문매장을 새로 도입한 것이 골자다. 여기에 올 1월 꾸닝안시티점에 앞서 지난해 초 간다리아시티점까지 이미 그로서리 특화 매장으로 전환한 상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소매점의 경우) 그로서리 상품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 선도와 품질 중심의 신선식품과 차별화된 다양한 델리와 가공식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그로서리 매장 면적을 확대해 상품 구색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현대위아, 이동로봇 앞세워 ‘제조물류 자동화’ 선도

현대위아가 물류로봇 신제품을 공개하며 모바일(이동)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대위아는 지난달 28~29일 의왕연구소에서 '물류로봇 신제품 론칭 및 고객 초청 시연회'를 열었다고 1일 밝혔다. 회사는 이 자리에서 가반하중(로봇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 300~1500㎏의 물류로봇 플랫폼을 고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였다. 물류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각종 제조 물류를 이송할 때 사용된다. 현대위아는 이번 신제품 출시로 가반하중 300㎏, 600㎏, 1000㎏, 1500㎏의 물류로봇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 있을 제조 물류 자동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위아는 물류로봇을 다양한 방식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제품이 라이다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지도와 위치를 확인하며 움직인다. 바닥의 QR코드나 자석을 인지하고 사전에 설정한 경로로 다니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방식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단순한 이송 장비를 넘어 고객의 전체 물류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지능형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위아는 국내외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과 현장 최적화에 나서 모바일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AI·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앞당긴다…협의체 출범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민·관·연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을 위해 다자간 협력을 도모한다. 현대차·기아는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에서 '누마(NUMA, Next Urban Mobility Alliance)'의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NUMA는 꾸준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지역 간 교통 격차, 사회·신체적 교통 약자의 이동 등 실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성됐다. 기업의 혁신과 정부의 정책, 학계의 전문성이 조화롭게 맞물려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시작됐다. 협의체는 단계별 활동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 참여 주체들간의 긴밀한 상호 협력을 이어간다. 구체적으로 △지역교통의 인공지능(AI) 전환 및 기술기반 교통문제 해결 △자율주행 기술 및 미래 모빌리티 디바이스 기반의 자율주행-MaaS(Mobility as a Service) 실현 △스마트시티 전환을 위한 AI 모빌리티의 확산 등으로 향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NUMA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형 협의체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번 출범식을 시작으로 향후에도 참여사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여 경계 없는 협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31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기관으로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기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들어왔다. 민간기업은 현대차·기아, 현대카드, KT, CJ대한통운, 네이버 클라우드, 티맵모빌리티, 한화손해보험 등이 함께했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한국교통연구원 등 연구기관들도 참여한다. 현대차·기아는 각 기관·기업들과 협력해 협의체를 운영하며 참여사 간 활발한 네트워킹과 실질적인 과제 발굴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 본부장(사장)은 “자율주행과 AI는 일상을 새롭게 설계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라며 “현대차·기아는 주관사이자 파트너로서 교통약자와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기술 기반 포용적 이동권을 실현하고, 세계 도시들과 연결되는 글로벌 모빌리티 전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애플 달아나고 화웨이 쫓아오고…삼성 태블릿, 반격카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태블릿 시장에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1위 애플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하반기 보급형과 프리미엄을 아우르는 신제품을 선보이며 반격에 나선다. 1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태블릿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7.1%의 점유율을 기록,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1위 애플과의 격차는 확대되는 추세다. 3년 전만 해도 양사 간 점유율 차이는 14.9%포인트 수준이었으나, 올해 2분기에는 19%포인트로 벌어졌다. 후발주자의 맹렬한 추격도 부담이다. 화웨이와 삼성의 점유율 격차는 2022년 2분기 15.1%포인트에서 올해 2분기 8.8%포인트로 좁혀졌다. 샤오미는 3년 전만 해도 상위 5대 제조사 명단에 없었으나, 올 2분기 점유율 7.8%를 기록하며 빠르게 입지를 확대했다. 이 같은 판도 변화는 각 업체의 차별화 전략에 기인한다. 애플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며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신흥 시장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반면 삼성은 '2위 수성'에 그치며 주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태블릿 시장 자체는 성장세다. 스마트폰과 PC 사이에서 '어정쩡한 기기'로 평가받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원격 수업·재택근무·콘텐츠 소비 확산과 함께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올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해 6개 분기 연속 출하량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중국과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수요가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을 끌어올렸다. 스마트폰·PC 등 주요 IT 기기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태블릿은 삼성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삼성은 하반기 프리미엄과 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강화하며 1위 애플과의 격차를 줄이고, 중국 제조사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라인업은 일반 및 울트라 모델로 구성된 '갤럭시탭S11 시리즈'다. 삼성은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제품의 핵심 키워드는 '초슬림'이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탭S11 울트라는 두께가 5.1㎜로, 역대 가장 얇은 갤럭시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게도 692g으로 전작 대비 약 30g 줄었다. 일반 모델인 갤럭시탭S11 역시 5.5㎜로, 전작 대비 0.4㎜ 얇아졌다. 최근 스마트폰·IT 기기 상품성을 좌우하는 첫 번째 요소가 '슬림함'이라는 점에서, 휴대성을 강화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얇아진 두께에도 불구하고 갤럭시탭S11 울트라는 전작 대비 약 400mAh 늘어난 1만16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갤럭시 AI 기반의 실시간 번역·요약·편집·콘텐츠 생성 등 생산성 중심 기능도 강화했으며, S펜이 기본 제공된다. 전면 1200만 화소 카메라와 후면 1200만·1300만 화소 듀얼 카메라도 탑재됐다. 이러한 조합은 학습·업무·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사용자 체감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보급형 모델은 '갤럭시탭S10 라이트'다.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학생·가정용 수요층을 겨냥했다. 전작 대비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성능을 개선했으며, 오는 5일 글로벌 출시가 예정돼 있다. 삼성 측은 다양한 가격대와 기능을 갖춘 포트폴리오로 소비자층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상무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경험을 강화한 탭S11 시리즈 및 새로운 미드·엔트리 모델도 연내 출시해 전 라인업 판매를 확대하고, 시장 내 입지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투트랙 전략이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날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애플과의 격차를 좁히고, 중국 기업들의 공세를 차단할 수 있는 분수령이 하반기 태블릿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 AI폰, 日서 통했다…‘점유율 10%’ 3위 도약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전략을 앞세워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진정한 AI폰'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며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을 전년 동기 대비 60% 늘리며 점유율 10%를 기록했다. 애플(49%), 구글(11%)에 이어 3위로, 지난해 5위에서 1년 만에 두 계단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해 각각 3위, 4위였던 일본 브랜드 샤프와 중국 샤오미는 점유율 하락으로 삼성에 추격을 허용했다. 샤프는 10%에서 6%로, 샤오미는 8%에서 5%로 내려앉았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오랫동안 애플이 독주해온 곳이다. 또 샤프 등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한국산 스마트폰이 고전해온 대표적인 지역이다. 실제 삼성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현지 소비자들의 반감을 의식해 스마트폰에서 '삼성' 로고를 지우고 '갤럭시' 로고만 넣어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AI 기능에서 삼성이 두각을 보이며 일본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일본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갤럭시 S25 시리즈'의 AI 기능이 대폭 향상되면서 현지에서 '진정한 AI폰'으로 인정받은 점이 컸다"며 “AI 기능을 '갤럭시 A 시리즈'까지 확대한 대중화 전략도 보급형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기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Z폴드7·플립7'이 현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1위 통신사 NTT도코모 산하 도코모 온라인숍 판매 순위에서 갤럭시Z플립7과 갤럭시Z폴드7은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3일 사이 주간 판매량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역대급 디자인을 구현하고 강력한 사용성을 갖춘 폴더블 신제품들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도 흥행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운용사2Q] 미래에셋은 ‘글로벌’, 삼성은 ‘국내’…ETF 양강 체제 굳건

국내 ETF 시장이 '투톱'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각기 다른 영역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ETF 확장이 두드러지고, 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거래대금 우위를 보인다. 삼성은 안정적인 국내 기반 위에 투자자 친화적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미래에셋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 성장 전략을 앞세워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5년 7월 말 기준 순자산가치 74.7조원(시장 점유율 33.1%)으로 국내 2위를 지키고 있다. 거래대금 규모는 삼성에 뒤지지만, 해외 비즈니스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전체 운용자산(AUM)은 439조원으로, 이 중 194조원이 해외에서 운용된다. 글로벌 ETF 순자산만 232조원에 달하며, 이는 운용사 자체 발표 기준 전체 AUM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미국 'Global X', 캐나다 'Horizons ETFs', 호주 'ETF Securities' 인수에 이어 2023년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Stockspot'까지 품으며 해외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펀드 수탁고 증가에 힘입어 펀드 보수가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개선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특히 미래에셋 글로벌 ETF가 국내외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래에셋 ETF 가운데서는 차이나 바이오테크와 2차전지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TIGER 차이나바이오테크SOLACTIVE는 한 달간 28.6% 오르며 중국 바이오 시장 기대감을 반영했고,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는 같은 기간 28.5% 상승하며 레버리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또한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는 거래대금이 1177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 확대를 보여줬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업계 최초로 ETF를 도입한 이후 현재 220개, 약 87조원의 ETF를 운용하고 있다. 순자산가치 기준 86.7조원(시장 점유율 38.4%), 일평균 거래대금 3조3195억원(점유율 60.5%)으로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대한민국 ETF 시장을 선도해 온 만큼 누구보다도 ETF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ETF사업을 전사 협력 체제 하에 운용하며 상품 개발의 퀄리티, 마케팅, 투자자 교육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 큰 시장 환경에서도 다양한 투자자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했고, 투자자 교육 콘텐츠에도 힘쓴 결과 많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하반기에도 철저한 시장 분석과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견실한 성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 ETF는 여전히 거래대금에서 독보적이다. KODEX 레버리지는 일평균 6665억원이 넘는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단일 종목 기준 최상위에 올랐고,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KODEX 200 역시 각각 4789억원, 4735억원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수익률 면에서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가 한 달간 35.3% 오르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반등 실패한 美 달러…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미 달러화 가치가 반등한지 한 달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달러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지난달 1.7% 하락했다. 앞서 7월에는 2.7% 오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월간 상승을 기록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로써 달러 지수는 올해 들어 8% 가량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TD증권의 자야티 바라드와즈 외환 전략 총괄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달러의 안전 자산 지위가 무너져 리스크 프리미엄 또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추진하자 연준의 독립성이 크게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쿡 이사는 이에 대해 대통령에게 해임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는데, 쿡 이사의 해임을 통해 연준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런던 나인티원 자산운용 투자연구소의 사힐 마타니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과의 관계를 재설정한다면 이는 다른 신흥국에서 흔히 보던 상황과 유사하며, 통화에 결코 호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스왑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가 단행되고, 내년 9월까지 누적 125bp(1bp=0.01%포인트)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적 지표 역시 달러 약세를 가리킨다.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지난 3월부터 1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고 있다. 8월에는 두 차례 돌파 시도가 모두 무산되며 100일 이동평균선이 주요 저항선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이에 옵션 트레이더들은 향후 3~6개월 동안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의 세레나 탕 리서치 총괄은 “우리는 미국 자산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달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헤지 비율을 높여 달러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타니 이사는 환헤지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크레딧첵] HD현대, 꼬였던 현금 풀리니 밝아진 미래…‘리툴링’ 성공 신화 쓸까

HD현대그룹의 재무 체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영업력이 뚜렷하게 개선된 데다 현금흐름이 회복되면서 차입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그룹의 최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조선 부문의 경우 사실상 무차입 경영 수준이다. 재무구조가 안정화된 가운데 최근 그룹 전반에서 진행 중인 '리툴링(retooling·사업구조 재편)' 전략이 성공신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일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순차입금/EBITDA 비율(현금흐름배수)은 2020년 15.4배에서 지난 3월 말 현재 1배까지 낮아졌다. 순차입금/EBITDA는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얼마나 빨리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통상 2~3배면 안정적이라고 평가되고, 4배 이상이면 신용등급 하향 검토 요인으로 분류된다. HD현대그룹의 경우 2020년 당시에는 1년 간 벌어들인 현금으로 부채를 갚으려면 15년 이상 걸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 말 현재 이 기간을 1년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순차입금/EBITDA가 1배 수준으로 내려온 것은 이익 체력이 올라가고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서 차입 규모는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HD현대그룹의 EBITDA는 2020년 6648억원에서 2024년 4조8983억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기준으로 보면 1조7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481억원 대비 44% 증가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순차입금도 대폭 줄었다. HD현대그룹의 순차입금은 2022년 14조4000억원으로 최고치에 달했다. 정유 부문의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사업 관련 투자 부담과 HD현대인프라코어 연결 편입, 정유 부문의 투자 지출 등의 영향이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순차입금 규모는 7조원 수준으로 절반이 줄었다. 조선사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과 선수금 유입 등 이익 체력이 올라가면서 외부 차입 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선수금은 '착한 부채'로 불린다. 특히 조선업은 계약부터 납품까지 수년이 걸리는 산업인 만큼 선수금 자체가 수주 경쟁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HD현대는 이 같은 자금 유입 덕분에 차입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김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조선 부문의 실적 개선과 선수금 유입, 건설기계·전력기기 부문의 이익 창출 등을 통해 그룹 합산 순차입금이 크게 감소했다"며 “그룹 합산 재무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래 기업 체력을 엿볼 수 있는 지표도 우상향했다. 실제로 HD현대 그룹의 순영업현금흐름(NCF)은 2020년 7971억원에서 지난해 말 현재 7조5115억원으로 9배 이상 늘었다. 이 역시 조선 부문의 성장이 주요했다. HD현대에서 조선 부문이 성장세로 전환된 것은 그룹 차원에서 중대한 지점이었다. 그룹 사업의 한 축인 정유화학이 기울기 시작했으나, 조선 부문이 이를 만회하는 것 이상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정유화학 업황은 2022년 하반기부터 악화하기 시작한 후 2023년부터 그 본격화했다. 정제마진 약화와 중국발 공급과잉,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등이 원인이었다. HD현대 그룹도 2023년부터 정유화학 부문이 기울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정유화학과 건설장비 부문이 그룹 실적의 하방을 지지했다. 그러나 같은 해부터 업황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해당 부문은 성장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실제 당시 그룹내 정유화학 계열사들의 총 NCF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정유화학의 NCF는 2022년 1조6227억원에서 2024년 1조3481억원으로 17% 감소했다. 반면 조선 부문의 NCF는 2020년 -900억원으로 유출상태였다. 하지만 2021년 8358억원으로 급증한 후 2022년 4622억원, 2023년 2조816억원, 2024년 4조2887억원 등 증가폭이 큰 상태다. NCF는 본업(영업활동)에서 벌여 들여 실제로 손에 쥔 현금흐름이다. 장부상의 이익이 아닌 실제로 돈이 들어와야만 플러스로 나타날 수 있어 기업의 진짜 체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한국기업평가는 정유화학부문의 실적 저하에도 그룹의 수익성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과 전력기기부문의 신규수주 확대 과정에서 선수금이 대거 유입돼 대규모 NCF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그룹은 현재 세 가지 축으로 대규모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조선 부문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는 강점을 지닌 분야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자 나아가 방산 분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대응을 병행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현대건설기계와 인프라코어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재편하고 있다. 이런 작업이 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으나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정유화학 부문에서는 현대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의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건설장비부문의 합병 과정에서의 통합 비용, 석유화학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비용 발생이 재무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오랜 기간 그룹의 현금흐름을 저해해왔던 조선부문이 가파른 실적 개선 추이를 보이며 현금창출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그룹 전반의 재무적 부담은 완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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