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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백척간두의 대한민국號

백척간두, 정말 벼랑 끝 위기다. 2025년 10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다. 국제 정세는 3차 세계대전 직전의 분위기다. 국내도 어느때보다 심각한 정치 양극화, 경기 불황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다. 자칫 초강대국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거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어느때 보다도 높다. 가장 당면한 현안인 한미 관세협상부터 잘 처리해야 한다. 3500억 달러의 현금을 선불로 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당연히 부당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똘똘 뭉쳐 있다. 지난 1~2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와 실시한 여론조사 등 대부분의 조사에서 80% 안팎이 “부당하다"는 일치된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협상해서 어떤 결과물을 얻어내냐다.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과 평화, 경제적 번영 유지 등 '실질적인 국익'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역대 정부들은 모두 말로는 국익과 실용외교를 내세워 왔지만 각자의 이념·가치에 따라 휘둘려 왔다. 특히나 한미 관세협상은 복잡하다. 다른 나라처럼 단순한 경제 협상이 아니다. 북핵의 위협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을 제공받아야 한다. 또 미국은 이미 이달 말 발표될 안보전략에서 고립주의를 심화시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최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전시작전권 회복·강력한 자주국방을 강조하고 내년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진영 내 반대에도 한미 자유무역(FTA) 협정·이라크 파병을 단행해 장기적으로 큰 이득을 본 것을 되짚어 보자. 협상 과정 관리도 필요하다. 양국간 갈등이 불필요하고 거칠게 노출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손해다. 또 될 수 있는 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에서 한미 정상이 만나 해법을 도출할 수도 있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다. 미국 내에서도 물가 상승 압박, 불법적 이민 단속과 군대 파견 등으로 내전에 준하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다가올 중간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이다. '자신감'을 갖자. 우리나라는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이루고 미·중 패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과거처럼 미국이 기침만 해도 몸살을 앓던 시절은 지났다. 무엇보다 국론 분열은 금물이다. 외적 앞에 나라가 똘똘 뭉치지 못하면 아픈 역사가 반복된다. 그런데도 야당은 한미 관세협상을 정치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한 유튜브의 '전언'을 근거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암살당한 찰리 커크로부터 우리 정부의 종교탄압 소식을 듣고 '관세를 15%에서 300%로 올려야겠다'라고 발언했다는 기사를 보았다"고 전한 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선 말기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청나라에 군대 파견을 요청한 황사영 백서 사건이 떠오른다. 송 원내대표가 애국자라면 가짜뉴스를 전해 매국적 행동을 한 사람들을 꾸짖었어야 했다. 정부·여당도 잘하는 것은 없다.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논란 등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고 내란청산·개혁 완수만 내세운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힘을 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칼럼] ‘신뢰’라는 가장 값비싼 보안

총체적 난국이자 점입가경이다. SK텔레콤, KT, 롯데카드에서 잇따라 발생한 해킹사고 말이다. 통신사와 카드사를 가리지 않고 대규모 정보 유출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국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피해 규모에서 드러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전체 가입자의 90%에 해당하는 2324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KT도 고객 정보를 악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고가 발생했다. 이동통신 1·2위 사업자가 동시에 보안망을 뚫린 셈이다. 통신사 정보는 단순 인적사항을 넘어 본인인증과 통신내역까지 직결되는 만큼 파급력이 훨씬 크다. 그러나 피해 공지는 늦었고 초기 발표와 실제 피해 규모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고객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롯데카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해킹으로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이 가운데 28만명은 카드번호, 비밀번호, CVC번호 등이 포함돼 직접적인 부정사용 위험에 노출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유출 정보량이다. 지난 1일 관계기관에 보고한 1.7기가바이트의 100배가 넘는 200기가바이트 분량으로 최종 확인됐다. 문제는 사고 이후 기업들의 대응 태도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범죄에 악용된 정황은 없다" “실질적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논리로 책임을 가볍게 만들고, 각종 서비스 혜택을 피해 보상인 양 내놓는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장기적·잠재적 피해를 동반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악용될지 알 수 없는 정보가 이미 외부로 나간 상태인데 일회성 혜택으로 피해가 보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보유출 피해고객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지금 당장은 피해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유출된 개인정보가 수년간 다크웹을 돌며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불안은 장기간 지속되는데 기업들은 미봉책에 그친 보상으로 책임을 털어내려 한다. 이는 피해자 보호보다 기업 이미지 관리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준다. 사이버 침해사고가 급증할 때마다 기업들은 수천억원대 IT·보안 투자를 해왔다고 강조한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도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921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통신사들 역시 보안 인력 확충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가 연이은 대규모 해킹이라면 투자 액수만 내세운 해명은 공허할 뿐이다. 보안 투자가 '필요 비용'이 아니라 '가치 창출과 직결되는 핵심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정부와 당국의 역할도 가볍지 않다. 징벌적 과징금 강화, 정보보호 투자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가 논의되는 이유다.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반복되는 대형 사고를 막기 어렵다. 규제 강화가 부담이라는 불만이 나오지만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기도 하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불량 애니콜 15만대를 쌓아두고 불태웠다.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이 함께 내걸렸다. 금융사와 통신사에 있어 소비자 신뢰와 고객 보호는 곧 회사의 인격이자 자존심이다. 30년 사이 기업 환경과 시장 규모가 크게 달라졌지만 정작 고객 보호라는 기본 책무는 제자리걸음 아닌가. 이익만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여긴다면 장기적 신뢰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도 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칼럼] BIFF 30년…생애 주기 거친 영화업, ‘근본부터 성장’ 방안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주년을 맞았다. 30주년이니 꼭 30년 전 일이다. 영화감독이라는 분들이 부산 지역 대학신문 기자들을 불렀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만든 박광수 감독과 '101번째 프로포즈'를 만든 오석근 감독이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한쪽에 제대로 차려져 있지도 않은 사무실로 불렀다. 부산 지역 대학신문 기자 열댓 명이 둘러앉았고, 본인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유명 감독과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감독들은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에게 구구절절 절실하게 호소했다. 당시엔 'PIFF'였다. 부산 표기를 'Pusan'으로 하던 때여서 그랬다. 오 감독은 “피프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전달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고 “자원봉사를 할 학생들이 없다. 대학신문에서 도와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기억한다. 박 감독은 대학신문 기자들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홍보 기사를 부탁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전방 산업이 되는 극장은 죄다 영세한 실정이었다.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감독과 배우가 만든 영화는 쏟아지는데 보러 갈 극장이 너무 적었다. 영화의 재원이 되는 펀드를 포함해 후방 산업도 형성되지 못했다. 영화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산재한 영화관을 하나로 묶어 전방 산업을 형성하려는 한국 영화 산업계의 대형 마케팅 이벤트였다. 당시만 해도 영화제는 칸이나 베를린 같은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대학신문 기자라도 불러 홍보해야 했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5년 만에 대박을 터트렸다. 영화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멀티플렉스가 날로 늘어나고 영화마다, 감독마다 뭉칫돈으로 펀딩을 받았다. 할리우드와 견줘도 손색없는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 기술도 한국에서 개발됐다. 2010년 국제신문 영화담당 기자로 다시 PIFF를 찾았다. 배우와 감독은 해운대 뒷골목 어묵집과 포장마차에서 저마다 기자를 불러 만나 영화산업의 활황을 자축했다. 만취한 한 유명 배우는 “황금사자든 아카데미든 우리가 다 휩쓸 거야. 두고 봐"라고 했다. 그는 이유를 “투자금 단위가 달라졌어. 찍기만 하면 돈이 되잖아"라고 설명했다. CGV가 멀티플렉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때였다. CJ는 영화의 전후방 산업을 모두 차지하고, 영화산업을 '사실상 수직계열화'했다. 영화인은 CGV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산업은 영화관을 중심으로 독점에 빠졌다. 천만영화든, 쪽박영화든 내용과 관계없이 CJ가 정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고 또 15년이 흘렀다. 영원할 것 같던 영화업의 전방산업이 교체됐다. 영화관을 OTT와 대형 TV가 대체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영화관을 찾기보다 휴대전화나 홈시어터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OTT 업체가 투자를 늘리면서 '영화업'은 '단회 영상콘텐츠업'으로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BIFF를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영화 제작 생태계가 나빠지고 있다는데, 정부도 영화 산업이 근본부터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배 가까이 늘렸다. 영화 산업은 생애주기를 한 차례 겪었다. 투자자에게 매칭펀드 재원을 주거나, 감독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배우 생계비를 보조해 주는 것만으로는 산업의 근본을 변화시킬 수 없다. 대통령이 영화 산업의 '근본부터 성장'에는 이유가 있을터, 그 방안에 산업 구조적 변화가 들어있는지 궁금하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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