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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저신용자 불법사금융행 기차표, 누가 예매했나

경찰이 내년 10월말까지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에 돌입한다. 검거건수가 1년 만에 70% 가까이 급등할 정도로 문제가 커진 탓이다. 수사당국에서는 모바일 등을 활용한 범행 수법 고도화를 원인으로 보고 인센티브 제공을 비롯해 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 중으로, 캄보디아 범죄조직과의 연계 이슈도 걸려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 강화 기조도 피해자 양산을 야기하는 요소다. 900점이 넘는 신용점수를 갖고도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된 고신용자들이 상호금융과 카드사로 옮긴 '유탄'을 저신용자가 경쟁 심화라는 형태로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저신용자의 대출 영역에서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도심에 외부인과 자본이 들어오며 원래 살던 이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규제가 겹쳤다. 9월말 기준 카드사 9곳(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BC·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41조8375억원으로 전월 대비 6000억원 넘게 감소하는 등 몇 달째 줄어들고 있다. 정점에 달했던 지난 2월과 비교하면 1조원 가까이 축소됐다. 다른 금융기관들의 대출 규모도 대폭 줄었다. 특히 저신용자들이 많이 찾는 대부업 대출 잔액이 1년 만에 12조원 넘게 급감했다. 이들로서는 한정된 취급 규모와 '6.27 가계대출 ㄱ규제' 및 3단계 스트레스 DSR을 비롯한 정부 규제 속에서 건전성 관리도 지속해야하는 만큼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벼랑 끝에 선 금융소비자들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사금융 대출 광고 등을 누르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를 노리는 '하이에나'도 불어났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문제점이 어제오늘 지적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드론이 축소되면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자동반사적으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다'는 우려를 쏟아냈고, 실제로 관련 피해도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보인 일련의 행보는 소비자 보호를 외친 정부가 오히려 가장 보호 받지 못하는 소비자를 내몬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가계부채를 늘리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단행한 획일적인 규제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현장과 소통하며 현실적인 솔루션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E칼럼] 2025 노벨경제학상과 지속가능성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영예는 '신기술을 통한 지속 가능 성장'연구에 크게 이바지한 3인의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조엘 모키어(Joel Mokyr)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교수, 필립 아기옹(Philippe Aghion) 프랑스 INSEAD 및 런던 정경대(LSE) 교수, 피터 하윗(Peter Howitt) 미국 브라운대 교수 등 3인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하였다. 왕립과학원은 모키어 교수에 대해 '기술 진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identified)'한 공로를, 아기옹 교수 등 2명에 대해서는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연구한 공로를 수상의 이유로 설명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금의 절반이 모키어 교수에게, 나머지 절반은 아기옹 및 하윗 교수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모키어 교수는 전통적인 연구 방법을 추구한 학자로, 실제 현장에 가서 관찰하여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권의 책을 발간하는 방법으로 연구한 반면, 아기옹 및 하위 교수는 현대적인 방법인 분석모형과 다량의 자료를 사용한 계량 분석의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연구하였다. 이번 노벨경제학상이 가져오는 첫 번째 의미는 애덤 스미스 이래로 내려오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틀이 아닌, 1912년 조셉 슘페터(J. Schumpeter)가 제창한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발전 이론의 틀을 드디어 인정한 첫 번째 수상이라는 점이다. 기술혁신, 창조적 파괴 등 이미 온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경제발전의 방법이 최근까지도 주류경제학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한 자리를 받게 된 것이다. 슘페터는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서 창조적 파괴를 꼽았는데, 특히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중요시했다. 이윤은 창조적 파괴 행위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가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이며, 그것을 다른 기업이 모방하면서 이윤은 소멸하고, 새로운 혁신적 기업가의 출현으로 다시 사회적 이윤이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 명의 학자는 이를 증명하는 업적을 쌓은 학자들이다. 모키어 교수는 1차산업혁명에 초점을 맞추어 '왜 연속적인 기술혁신이 1800년대 이후에야 일어났으며, 왜 그 장소가 영국인 것일까'라는 물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이 경제성장의 원인이자 기초가 됨을 확인하였다. 또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과 같은 대형 발명(macro-invention) 못지않게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작은 발명(micro-invention)들이 함께 나타나서 양자 간에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함을, 그리고 영국이 바로 그러한 경우였음을 보였다. 즉, 혁신의 키워드로 자주 언급되는 창조적 파괴는 사실 여러 창조 과정이 누적된 형태임을 보인 것으로, 이러한 누적 과정이 일어나는 사회적 환경이 영국에 있었음을 보인 것이다. 한편, 아기옹 및 하윗 교수는 혁신을 촉진하는 시장 및 제도의 조건을 연구하였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경쟁을 통하여 성장이 있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슘페터와 그 학파는 적절한 독점이 혁신을 촉진하여 성장이 일어난다고 보았는데, 아기옹 및 휴잇 교수는 경쟁과 혁신 간에 '역 U자형' 관계가 존재함을 실증분석을 통하여 증명하였다. 즉, 적절한, 또는 제한된, 경쟁이 혁신에 가장 좋음을 증명한 것이다. 주류경제학의 기존 이론이 여러 측면에서 변경과 수정이 필요함을 확연하게 보여준 것이다. 특이한 점은 이번 수상자들이 연구한 사례가 영국만이 아니고 한국, 일본, 독일, 중국 등이라는 것이다. 최근 선진국들이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보호무역을 시행하는 것도 자유무역이나 완전경쟁보다 적절한 보호무역과 산업정책이 경제성장에 더 효과적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들 슘페터 및 혁신 성장 이론은 21세기 들어 기술 경제학(Technology Economics)으로 분파하여 과학 및 기술 분야와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에 대한 이론 이외로도 기술이전, 기술 상용화, R&D 정책, 기술 정책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마치 1, 2차 석유위기 이후 에너지경제학이 분파한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과연 무엇일까? 영어로는 sustained growth이니, 이는 환경, 이산화탄소 등의 고려를 통하여 등장한 지속가능한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와는 차이가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이 볼 수 있다. 기술혁신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도 없다는 건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분들과 이들을 선정한 왕립과학원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정부와 기업의 더욱 적극적인 기술혁신 정책을 기대한다. 허은녕

[김병헌의 체인지] 협상은 끝났지만 계산은 시작됐다

교착 상태였던 협상이 한순간에 움직였다. 한·미 정상의 건배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긴 인내의 결실이었다. 외환시장 불안, 산업계의 긴장, 여야의 정치 공방 속에서 한 줄기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3 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숫자와 함께, 우리는 보호무역의 높은 벽을 넘어 또 한 번의 '경제 안보의 줄타기'를 완성해냈다. 그러나 “극적 타결"이라는 말이 끝을 뜻하지 않는다. 이제 본격 시작이다. 협상의 핵심은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다.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른 것은 우리의 외환 안정, 산업 구조, 대미 투자, 나아가 미래의 기술 주권이었다. 미국은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했지만 최종 합의안은 3 500억 달러 중 2 000억 달러 현금, 1 500억 달러 조선업 협력으로 정리됐다. 현금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포함됐다. 여기에 투자 손실 방지를 위한 공동위원회 구성, 상업적 합리성 검증, 20년 원리금 회수 조건이 붙었다. '협상'이 아니라 '공학' 수준의 계산이 들어간 타결에 가깝다. 조선업 협력 사업 1 500억 달러는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해양운송·방위 인프라 분야를 한국이 맡아 공동 개발하는 구조다. 현금은 줄이되 산업 동맹을 강화한 것이다. 협상단의 세밀한 전략이 돋보였다. 달러를 지키면서 신산업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지만 최종합의까지 멀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 구성, 수익 배분 비율, 원금 보전 방식은 모두 추후 세부 협의로 남았기 때문이다. 완성본이 아니라 '설계도'만 마무리됐다. 추가 협의의 세부 쟁점은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연간 투자 시기 조정 조건이 있다.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투자 일정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공동위원회의 구성 방식. 투자 대상을 결정할 실질적 권한이 한·미 어느 쪽에 있느냐는 협상의 핵심 줄기다. 원리금 상환 비율 문제도 상존한다. 20년 안에 회수되지 않을 경우 수익 배분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조항은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또 조선업 협력 사업의 보증 구조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보증을 얼마나 떠안고, 민간 기업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지가 시장 신뢰를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환율 급등 시 긴급 중단 메커니즘이 남아있다.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 집행을 얼마나 신속히 제어할 수 있느냐는 외환 방어의 결정적 변수다. 이번 협상의 숨은 뇌관이 이 다섯 축이며 타결의 완성도를 결정할 잔여 과제다. 겉으로는 합의의 틀이 갖춰졌지만, 세부 내용은 이제부터다. 외환·산업·통상·금융이 교차하는 다층 협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럼에도 이번 타결이 던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 속에서도 한국은 자유무역의 잔존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상호 관세율을 15%로 맞춘 것은 일본·EU와 동일한 수준이며, 이는 우리 수출 경쟁력의 방어선이기도 하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25%→15%로 하향되면서 현대자동차·기아 등 주요 수출기업은 숨통을 틔웠다. '15%'는 동시에 새로운 시험대다. 한국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부담은 여전히 버겁다. 미국 현지 생산이 늘면 국내 투자 여력이 줄고, 일자리의 국내 유지율은 떨어진다. 외교적 성공의 협상일지언정, 산업의 현장은 더 팽팽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과 EU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인프라 중심의 '제로 리스크 투자', 즉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부 보증형 프로젝트만 합의했다. 반면 한국은 산업 협력과 시장 개방을 병행했다. 일본은 방어형, 한국은 진출형 모델이다. EU 역시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 상쇄 대신 기술 공동표준 제안을 통해 산업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이번에 자금과 기술, 외교를 동시에 걸었다. 그만큼 리스크와 보상이 모두 크다. 결국 문제는 타결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합의가 단기적 안정을 주는 대신 중장기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다음 세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첫째, 달러 유동성 방어선 구축이다. 미국 투자 집행이 시작되면 환율은 즉각 반응할 것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보다 장기 스왑라인 확충 등 구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산업 리디자인이다. 대미 투자로 빠져나갈 자본만큼 국내 산업에 신산업 펀드를 유입해야 한다. 조선, 반도체, 배터리, AI, 항공 등 핵심 전략산업의 내수 생태계도 단단히 세워야 한다. 셋째, 통상외교의 다변화 속도전이 더욱 절실해졌다. 미국에만 시선을 고정하면 일본·EU, 나아가 아세안 시장의 경쟁력이 무너진다. 시대엔 한발 빠른 다변화가 생존 전략이다. 주목할 것은 반도체 부문의 불확실성이다. 정부는 “우리 측은 반도체 관세에서도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 발표는 조금 온도가 달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번 합의에 반도체 관세 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SNS를 통해 주장했다. 명시적 품목관세 인하는 반도체에 대해 아직 잠정적이며, 품목별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자동차 관세 인하는 구체화됐지만 “언제부터 적용하느냐"가 정부 절차에 달려 있다는 보완도 존재한다. 양국 발표 간의 차이는 단순한 어휘 차이가 아니다. 이는 산업계에 '신뢰의 시계'를 맞추는 문제다. 미국이 세부 문서 서명 전까지는 관세 부과 조정, 프로젝트 선정, 수익구조 변화 가능성 등을 열어두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가 품목관세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는 사실만으로 호재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협상 타결은 이제 첫 페이지다. 외환·산업·무역·기술이 교차하는 다층 협상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녹록치 않다. 환율을 지키고, 산업을 재편하며, 통상외교를 재구성해야 한다.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서 있는 지금, 한국 경제는 이제부터다.극적인 타결보다 더 어려운 것이, 냉정한 지속임을 알아야 한다.

[기자의 눈] “금융위가 복지부역할도 하나”…부작용 얼룩진 금융정책

“금융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그리고 손 안에 공깃돌처럼 여긴다" 얼마 전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작금의 정책들을 바라보며 한탄하듯 뱉은 말이다. 이는 상반기부터 이어진 대출 축소 정책과 6월 본격화된 부동산 대책을 지속해오면서 불거진 갖은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갑작스러운 정책 발표 후 뒤늦게 허점을 고치는 '땜질식 처방'을 이어오며 시장과 수요자의 혼란을 키워왔다. 예고없는 정책에 레버리지를 누린 층과의 형평성 지적도, 수요를 틀어막은 일시적 시장안정이 '투기 억제용 쇼'라며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집값을 잡는다는 미명아래 전방위로 조인 대출로 실수요층이나 자금 기반이 약한 청년층이 시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반면 정책 입안자들의 고가 주택 보유로 정부는 다시 한 번 신뢰를 잃었다. 금융권이 대출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을 내주는사이 그토록 '보호해야 한다'던 저소득층은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처지에 처해야 했다. 이마저도 고신용자가 고금리를 물고 있어 시장 역행적이란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묶여 대출문을 좁히고 있어 금리 인하 여력이 많지 않아서다. 정부가 은행에 '이자장사'로 일갈하면서도 예대금리차를 좁히기 어렵도록 양방에서 압박하는 형국이다. 고신용자 이자를 인상해 저신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정책이나,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 빚탕감 추진도 '안 갚고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킨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연체 채권은 일차적으로 금융사가 떠안고 장기 수익 악화 시 성실상환 고객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윤 위원장은 “저소득층 돕기는 복지부가 할 일이지 금융위가 할 일이 아니다"고 질책했다. 채무자의 '연체이력 삭제' 또한 부작용을 낳는다. 빚 감면은 금융사가 일시적인 부담만 얻지만, 연체이력 자체를 지우면 향후 신용대출을 내줄 때 이력을 볼 수 없어 리스크를 떠안게 되고, 은행이 신용보다 담보에 집중하게 되면서 다수 수요자에 피해가 돌아간다. 목적성이 있다고 해도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하는 정책은 결국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신뢰는 금융의 생명"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개인 신용에 대한 무게가 우스워지는 사회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국세청 모범납세자가 되려면

배우 지진희, 박하선, 이동욱, 박보영 그리고 (주)정현프랜트, (주)탑선, (주)지아이티, (주)부성티에프시, (주)케이비아이텍, (주)성진화학의 공통점은 올해 3월3일 제59회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상을 받은 납세자이다. 감성코퍼레이선(주), 에스제이듀코(주), 삼진은박, 동산산업(주), (주)이삭, 대한숯툴포장(주), (주)아이드림, (주)대명유통, (주)리베라관광개발, 대원산업(주)도 성실 납세로 모범납세자상을 받았다. 모범납세자는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여 성숙한 납세 문화를 조성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나눔과 상생의 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자로 매년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 포상 또는 표창을 받은 자를 말한다.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으면 선정일로부터 3년간(지방국세청장 표창, 세무서장 표창은 선정일로부터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관세청도 선정일로부터 1년간 관세조사를 유예하고, 순환 조사 대상인 대법인은 우대 기간 내 정기 세무조사 착수 예정이면 조사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예전처럼 세무조사를 면제하는 혜택은 없다. 또한 선정 일부터 1년간 업무상 목적으로 철도 이용할 때 승차율에 따라 주중 철도 운임 10%~30% 할인을 제공하고, 선정 일부터 1년간(국세청장 표창 이상) 지방자치단체 공영주차장 · 국립공원 주차장을 무료 이용하며, 소속 임직원을 포함하여 협약된 병원에서 비급여 항목 및 건강검진 등 의료비 할인을 제공하고, 협약된 금융기관에서 대출금리 낮추며, 신용보증기금·SGI서울보증·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 한도 우대 및 보증 보험료 할인하며, 국방부·방위청 적격 심사할 때 가점을 부여하는 다양한 혜택이 있다. 모범납세자가 되려면 5년 이상 계속 사업을 영위하고 최근 사업연도의 납부세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법인사업자, 5년 이상 계속 납세 이력이 있고 최근 과세기간의 납부세액이 5백만 원 이상인 개인사업자이지만, 중소·소상공인 사업자로 장기 사업자는 납부세액 기준이 없으며, 40세 미만 10년, 40세 이상 20년 장기 근속한 근로자도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 모범납세자가 될 수 있다. 모범납세자는 세무서에서 대상자를 찾아서 추천하지만,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를 통하여 연중 수시로 자신을 직접 추천하거나 타인이 상시 추천할 수 있는 국민추천제로 매년 10월31일까지 대상자를 추천하면 이듬해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 수상받는 모범납세자 선정 대상이 된다. 모범납세자 추천자 중에 정부포상 업무 지침에 따른 추천 제한 기준에 해당하거나, 조세범으로 처벌받은 자, 개별 세법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받은 자, 체납 중 이거나 (사업장, 대표자 모두 포함), 분식회계 기업으로 적발되었거나 통보된 사업자, 신용카드·현금 영수증 미가맹했거나 발급 거부 등 명령 사항 위반으로 일정 횟수 이상 신고 되어 행정지도 받은 자, 증빙·기장에 의하여 신고하지 않은 간편장부 신고자와 추계 결정한 자, 세금탈루 혐의가 있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자 또는 수입금액 누락·가공원가·가공비용 계상 등으로 신고·납부가 불성실한 자, 그리고 사치·향락·퇴폐 조장 업소, 수사 중이거나 각종 언론보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제외한다. 모법납세자에게는 표창장과 함께 모범납세자 증명을 발급하고, 사무실 등에 진열할 수 있는 상징 패를 신청받아 증정하며, 납부 내역 증명에 모범납세자를 표기하여 발행한다. 국세청은 모범납세자에 대한 우대 혜택 부여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여 모범납세자 우대 혜택을 제공받는 후 2년∼3년 동안 사후 검증을 하고 부적격 사유를 확인한 모범납세자는 혜택을 취소한다. 모범납세자 우대 기간에 국세 체납이 있거나, 가짜 세금계산서 교부・수취와 관련하여 경정처분, 조세범 처벌, 수입금액 적출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 소득금액 적출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 원천징수 불이행 세액이 일정 비율 이상, 신용카드·현금 영수증 사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 등 고시 위반, 체납처분 면탈자, 명의 위장 이력, 장려금 부정수급 협조, 성실신고 확인서 미제출자, 사업용 계좌 관련 가산세를 부과받거나 낸 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모범납세자 선정을 취소하며 우대 혜택을 배제하고 모범납세자 상징 패와 모범납세자 주차 스티커를 환수한다. 모범납세자로 자긍심을 가지고 싶거나 주위의 모범납세자가 있다면 국세청 홈택스에 모범납세자 대상자로 추천하자. 박영범

[EE칼럼] AI가 여는 에너지 뉴노멀

우리나라는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로 대변되는 'END 구상(構想)'을 천명하였다. 포괄적 대화를 통해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그 실행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중국 양극 구조 속에서 글로벌 AI 생태계 개편의 제3의 축을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를 'AI 뉴노멀(AI New Normal)'이라고 명명하였다. 특히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검증 수단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연계한 통합적 접근을 제시하였다. “AI가 주도할 기술혁신은 기후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할 중요한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언급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는 생존의 필수재이자 모든 경제·사회 활동의 기반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시장경제 성장을 추진하면서도, 에너지 부문의 독과점 등 여러 시장 실패를 용납해왔다. 정부의 공익규제 역시 안정적 공급을 위한 규모의 경제 달성 수단으로 허용되어 왔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기술과 신재생에너지의 결합이라는 제3차 산업혁명에서도 에너지 부문 성과는 크지 않았다. 혁신 속도가 약화되는 '진입 제약(lock-out)' 현상 때문이다. 원전 안전성 문제나 신재생 전력 부문의 경제성 논란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은 단기적으로 직접 비용 증가라는 새로운 사회 갈등 요인이 되었다. 기후변화 대책에 미치는 영향 역시 혼란스럽다. 실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을 공약한 파리협약 이행이 불투명하다는 국내외 의견이 많다. 특히 감축량의 11.7%를 해외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관련 시장이 미성숙해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 결국 국내에서 추가 감축을 해야 할 판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이나 가계보다 국민 부담으로 공기업이 책임을 떠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결과, 누적된 시장 실패에 더해 새로운 정부 실패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중국의 존재와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이 탈퇴한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정의 '구원자'를 자처하며, 세계 에너지 질서 재편을 주도하는 이른바 '에너지 굴기(崛起)'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EU) 등과 경쟁하면서도 막강한 자금력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배경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원전 수출에도 적극적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경계하지만,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에너지 굴기'이다. 현재 국내 태양전지 패널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2024년 기준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7%에 이른다. 에너지 수입액은 약 230조 원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공급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가정용 등 민생 에너지보다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산업 에너지 안보는 곧 한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직결된다. 이에 우리만의 특별한 대응 조치가 불가피하다. 바로 강력한 '디지털 경영' 혁신을 통한 에너지 산업 경쟁력 확보다. 에너지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경제·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보다, 지금부터 에너지 산업 구조의 혁신적 변환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가상현실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법을 도입하면, 복잡한 에너지 산업 기술체계를 스마트화하여 획기적인 비용 절감과 구조 혁신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AI 기반의 디지털화는 에너지 산업 장기 혁신의 3대 과제인 ▲스마트화, ▲대규모 데이터 분석능력 향상, ▲자동화 추진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에너지 산업의 본질적 특성인 장기 탈탄소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AI는 단기적으로 미·중·EU 등 강대국의 지정학적 경쟁 도구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어느 한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탈중앙화(decentralizing shift) 속성을 지닌다. 최근 주목받는 디지털 화폐(코인) 현상도 이와 유사하다. 에너지 산업의 미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탄소배출권(Carbon Credit)' 거래 역시 디지털 화폐와 같은 속성을 공유한다.따라서 에너지 산업은 AI 기반 디지털화를 적극 활용해, '굴뚝 산업'의 표본에서 '청정 4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최기련

[기자의눈] ‘부동산 보유세’ 엇박자…지금이 골든타임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 12개 지역 등 총 37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유의 '삼중 규제' 대책을 실시했다. 앞서 6·27 대출 규제로 조였던 돈줄도 더 막았다. 여기에 세제 개편을 통한 보유세 강화를 비롯한 금융 대책도 예고하며 시장의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대책의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당시 '맛보기' 수준으로 언급된 보유세 정책 도입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보유세 강화를 시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10·15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잘 먹혀든다면 굳이 보유세 카드를 꺼내들 필요는 없다는 기조인 듯 하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세제 개편을 포함한 각종 부동산 규제를 순차적으로 내놨다가 결과적으로는 집값만 자극하고 부동산 양극화를 조장해 정권교체를 당한 뼈아픈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승부처인 서울 시민들이 가장 꺼려하는 '세금 인상' 이슈를 꺼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10·15 대책이 그나마 전문가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규제를 쪼개 반복하지 않고 한 번에 강력한 종합 대책을 내놓아 선제적으로 시장을 틀어막았다는 점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 이후 단기 충격을 받은 뒤 빠르게 반등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렇기에 일시적 안정세를 보일 때야말로 보유세 인상과 양도세 완화를 비롯한 세제 개편을 통해 시장보다 한 발 앞서 나가며 집값을 잡기 좋은 골든타임이다. 결국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것은 타이밍을 놓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이 매년 6월 1일이다. 세제 개편을 하더라도 내년 상반기 내로 시행돼야 실효성이 있다. 만약 시기가 늦어지면 보유세 강화는 2027년 이후로 미뤄지고, 그 사이 집주인들은 버티기에 들어가며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아예 규제를 풀고 친(親)정비사업 기조로 돌아선다면 모를까, 어차피 하게 될 규제라면 지금보다 나은 시기는 없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정권의 눈치보기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부동산은 다시 정권 교체의 불씨로 타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시장을 한 발 앞서 읽고 결단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이 이뤄낼 수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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