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벌써 ‘레임덕’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http://www.ekn.kr/mnt/thum/202609/news-p.v1.20260416.e74981dbd1234907aa315469fbcafa49_T1.png)
대통령의 집무실에는 문이 많다. 그 문을 통과하려는 사람도 많다. 칭찬을 들고 오는 사람, 좋은 숫자를 들고 오는 사람, 대통령의 생각이 옳았다는 보고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다.정작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대통령님, 그건 아닙니다." 이 말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한 대통령이다. 판단이 빠르고 결정하면 밀어붙인다.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는 '일잘러' 이미지도 두드러진다. 여당의 의석도 든든하고 뚜렷한 2인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정책을 움직일 힘이 충분하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권력이 강할수록 대통령에게 “아닙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워지 때문이다.처음에는 참모가 반대한다. 대통령이 듣지 않으면 다음에는 표현을 순화한다. 그래도 소용없으면 보고서에서 빼버린다. 결국 대통령 책상에는 좋은 뉴스만 올라온다. 현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는데 대통령 보고서는 초록색이다. 지지율도 계속 빠지는 추세로 돌아선지 꽤 됐다. 권력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된다.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벌써 '레임덕'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집권 초반의 대통령에게는 지나치게 빠른 표현이 분명한데도 그렇다. 더구나 대통령의 권력 자체가 약해진 것도 아닌데…. 레임덕을 단순히 권력이 빠져나가는 현상으로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진짜 위험은 국민의 목소리가 대통령에게 도착하지 않는 순간부터이다. 인사도 그래서 중요하다. 첫 조각에서 이재명 정부는 외교·안보와 산업·과학 분야 등에 경험과 실무 능력을 갖춘 인사를 배치하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진영보다 능력을 보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 초심이 필요하다. 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청와대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야당이 왜 공격하느냐가 아니다.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가. 장관 후보라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분야에서 무엇을 해봤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대통령에게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충성은 능력을 대신할 수 없다. 유명세도 성과를 대신할 수 없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이 국가의 일을 맡길 자격증일 수도 없다. 특히 지금은 더욱 그렇다. 반도체가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반도체의 봄이 대한민국 전체의 봄은 아니다.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온도는 다르다. 청년은 일자리와 집값을 걱정하고 지방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한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좋은 숫자를 설명해 줄 사람이 아니다. 숫자 밖의 국민을 보여줄 사람이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그런데 왜 골목은 춥습니까"라고 물을 사람,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 “정책은 맞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사람, 대통령이 아끼는 사람이라도 자격이 부족하면 “이번 인사는 접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대통령도 달라져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사를 철회하는 것도 굴복이 아니다.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계속 달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 자동차가 시속 50㎞로 달릴 때는 엔진이 중요하다. 200㎞로 달릴 때는 브레이크가 더 중요하다.이재명 대통령에게 성능이 뛰어난 엔진은 이미 있다. 추진력도 있고 권력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브레이크다. 정치에서 가장 좋은 브레이크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자신과 생각이 다른 유능한 사람을 쓰고, 그 사람이 반대할 자유를 주는 것. 대통령이 말해온 '통합'도 거기서 시작될 수 있다.통합은 여야 인사 몇 명을 섞어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다.나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다.권력은 대통령에게 사람을 고를 힘을 준다. 그러나 좋은 대통령은 그 힘으로 자신에게 좋은 사람만 고르지 않는다. 나라에 필요한 사람을 고른다.그리고 그들에게 말할 자리를 내준다.“대통령님, 아닙니다." 그 한마디가 대통령의 귀에 계속 들리는 정부라면 아직 건강하다. 대통령의 귀가 열려 있는 동안 권력은 쉽게 늙지 않는다.레임덕은 권력이 약해질 때가 아니라, 대통령이 쓴소리를 듣지 않기 시작할 때 문앞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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