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법 앞에 선 관세의 좌절, 멈추지 않는 보호무역의 파고](http://www.ekn.kr/mnt/thum/202602/news-p.v1.20240318.a08eb2bb1b6148bdbbc5277847497cdf_T1.jpg)
2026년 2월 20일, 미연방대법원은 6대3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비상경제권한은 외환통제와 자산동결 등 긴급조치에 한정되는 것이지 광범위한 관세 부과라는 사실상의 조세권 행사까지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이로써 관세주권이 의회에 귀속된다는 헌법적 원칙이 재확인된 동시에 “미국은 전 세계와 전쟁 중이 아니다"라는 다수 의견의 문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에 한계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에 대한 판결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였다고 보기엔 이르다. 우리경제에 일시적 안도가 될 수는 있지만, 이로써 폭풍이 멎었다기보다, 오히려 미정부의 보호주의무역 정책의 방향이 선회하였다 신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연방대법원은 판결에서 IEEPA가 무제한적 세금부과를 위한 수단은 아니며, 국가안보나 국제수지 위기라는 엄격한 요건과 직접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곧장 '플랜B'로 대응하며 태세전환을 꾀하고 있다. 무역법 122조(국제수지 위기 대응)를 근거로 10~15%의 '글로벌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곧바로 서명하며 우회경로로 선회한 것이다. 이로써 통상정책의 폭풍은 '법적 근거'의 정당성 다툼에서 '장기적 법정 공방'과 '입법·행정의 우회 전략'의 제2라운드에 돌입하였을 뿐이다. 다시 말해, 관세와 무역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그 형식적인 모습만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산업별 영향은 명암이 교차할 것이다. 반도체·화학·제약은 상호관세가 무효화 된에 따라 단기적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15% 수준의 관세가 10% 이하로 낮아질 경우 가격경쟁력 회복과 마진 개선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미수출 비중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등 특수화학 소재 기업에는 실적이 개선되는 가시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상호관세'에 한정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철강은 여전히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안보관세의 틀안에 묶여 있다. 이러한 품목별 관세부과가 지속되는 한, 완성차와 고급 강재를 생산하는 산업에 나타날 실익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변수는 관세환급(refund)의 이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납부된 관세가 약 2,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미정부를 상대로 관세를 소급하여 환급해달라는 소송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서 계약조건이 이슈가 될 것이다. 즉 DDP(관세지급인도) 방식으로 수출한 기업은 관세를 직접 부담했을 가능성이 크고, FOB 조건 기업은 수입자가 부담했을 여지도 있다. 따라서 환급소송에 승소하였을 경우에도 환급의 청구주체와 회계처리, 세무상 이익귀속 문제까지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게 되어 실효성을 가능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도 이번 판결을 통해 시험대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위법한 압박에 의한 합의"라는 명분론을 제기하지만, 국가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협력의 틀을 훼손할 경우 우리가 감당해내야할 후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정부는 기존 약속은 원칙적으로 이행하되, 투자의 이행 속도와 그 방식측면에서 유연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 투자는 장기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를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하여 세제 등에서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한편,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 AI 등 기술협력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방안을 통해 실리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과 EU 역시 유사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므로 해당 국가의 정부와의 공조를 통한 다자 압박을 병행하여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가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결국 통상전략은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 관세장벽은 낮아진 것이 아니라 명분의 측면에서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이번 미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레버리지 삼아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되 전략적 인내는 여전히 요구되며,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는 더욱 정교한 협상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 그림자가 멈춘 지점에서 치열한 외교전략이 태동해야 할 시점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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