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8000과 1500 사이, 경고등 아래서 달리는 경제](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07.d88e81e30d2c4b2ea7d7707658d996f3_T1.jpeg)
한국 경제는 지금 낯선 숫자들 위에 서 있다. 환율은 1500원을 넘는데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향하고 성장률 전망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 8000은 새로운 도약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지만 환율 1500원은 여전히 위기와 불안을 떠올리게 한다. 성장률 2.6% 전망까지 더해지면 과거라면 좀처럼 공존하기 어려웠던 숫자들이 나란히 놓인다. 경제를 읽는 오래된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달라진 현실을 달라진 눈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환율 자체보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의 체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분명 일리 있는 진단이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기존의 잣대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달라진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그 현실을 낙관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우리 경제가 마주한 과제는 경제지표의 개선 속도를 국민의 체감경기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증시만 봐도 그렇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상승의 열기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수를 밀어 올린 것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였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글로벌 자금이 반도체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국내 증시의 경우 그 의존도가 유난히 높다. 지수 상승에도 체감이 따라오지 못하는 배경이다. 실물경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률 전망치는 높아졌는데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반도체 수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그 성과가 산업 전반과 가계로 확산되지 못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역시 달라지기 어렵다. 특정 산업의 초호황이 국가경제를 견인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국민경제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의 성장은 과거처럼 고용과 임금 증가를 폭넓게 동반하는 성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고용 유발 효과는 제한적이다. 성장률과 수출 개선이 곧바로 체감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성장률과 주가를 이야기할 때 국민은 물가와 월급, 주거비와 교육비를 먼저 떠올린다. 숫자로 확인되는 성과와 체감 현실이 어긋나면 경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도 비관론도 아니다. 달라진 경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을 함께 들여다보는 균형감각이다. 성장률이 높아졌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성과가 얼마나 넓게 퍼지고 있는가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호황이 산업 전반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개선된 거시지표가 가계의 소득과 소비 여력 확대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우리 경제의 출발점은 어쩌면 더 높은 숫자보다 성장의 모습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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