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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불법’ 판결 상고…“한국 등과 무역합의 무효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은 위법이라는 판결에 불복해 미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자신의 관세 정책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항소심 판결을 뒤집어 달라는 상고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항소 법원의 판결이 나온지 5일 만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관련해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지난 5월 국제무역법원(USCIT)는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IEEPA 기반 관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 항소심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에 차등 부과된 상호관세와 펜타닐 문제로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해 추가 관세가 이번 1심·2심 판결 대상이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백악관이 대법원에 항소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10월 14일까지 관세 효력이 유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대법원이 사건 심리를 신속히 진행해 11월 첫째 주에 구두변론을 열고 관세의 합법성에 대한 최종 결정을 빨리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위해선 대법관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절차를 오는 10일까지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도 신속 진행에 동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통상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는 데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가 위법이라고 최종 판단할 경우 미국의 평균 실효관세율이 현재 16.3%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미국 정부 또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수익을 환불해야 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들과 타결한 무역합의 또한 무효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각국에 설정한 상호관세의 세율을 인하해 주는 대가로 무역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7월 30일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미국과 합의했다. 이를 의식한 듯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상고장과 함께 첨부된 진술서에서 “항소심 판결은 대통령의 외교와 미국 국가안보 및 경제를 보호하려는 능력을 크게 훼손시킨다"고 밝혔다. 존 사우어 법무차관도 “(항소심 판결이) 진행 중인 해외 협상을 위태롭게 하고 무역합의 프레임워크를 위협한다"며 “대통령의 시각에 따르면 하급심 판결이 유지되는 경우 미국의 방어가 일방적으로 해체돼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경제를 볼모로 무역 보복 정책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하급심 판결의 파기를 대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에서 관세 소송에 대해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우리 나라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한국, 일본 등과) 무역합의는 다 끝났는데 (소송에서 지면) 그걸(합의를) 되돌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다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해질 기회가 있지만 우리가 그 사건을 이기지 못하면 다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난 우리가 크게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소송에서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채시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관세 환불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장기채 중심으로 매도세가 속출했다.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5.00% 선을 잠시 돌파하기도 했다. 반대로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데 있어 제한이 사실상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리튬가격 저점서 크게 올랐지만…‘이것’전까지 찐바닥 모른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면서 3년 가까이 이어지던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리튬 기업들에 대한 월가의 투자의견도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관련주들도 고공행진 중이다. 다만 리튬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리튬 가격에 대한 낙관론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한국광해공업공단의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전날 1kg당 73위안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기록된 1년래 최고가인 86위안보다 가격이 17% 가량 낮지만 2021년 이후 최저가인 지난 6월의 57.7위안 대비 27% 가까이 오른 수치다. 리튬 가격은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 중국 CATL이 리튬 광산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본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CATL은 중국 장시성 이춘시에 위치한 대형 리튬 광산인 젠샤워 광산 운영을 지난달부터 최소 3개월 중단하기로 했다. CATL의 채굴 허가가 만료된 이후 나온 결정으로, 업계에서는 '내권식'(제살깎아먹기) 경쟁을 관리·단속하겠다고 강조해온 중국 당국이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중국 내 다른 광산에서도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돼 리튬 가격을 짓누르던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증시에선 리튬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알버말 주가는 지난 한 달간 16.85% 급등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SQM, 시그마 리튬, 리튬 아메리카스 등의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20%, 18.7%, 7.92% 상승했고 홍콩증시의 강봉리튬(+18.99%), 호주 증시의 필바라 미네랄(+39.35%) 등도 강세다. 리튬 가격과 연동해 움직이는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글로벌 X 리튬 앤드 배터리 ETF'(티커명 LIT) 주가의 1개월 주가 상승률도 13%에 달한다. 해당 ETF는 알버말, SQM, 톈치리튬, CATL,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을 담고 있다. 리튬 관련주에 대한 투자의견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지난주 보고서를 내고 알버말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고 목표 주가 또한 62달러에서 89달러로 대폭 높였다. UBS는 9월까지 중국 이춘시에 위치한 7개의 리튬 광산들이 추가로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면서 내년 탄산리튬 가격이 톤당 10만위안까지 오를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UBS는 또 내년에 리튬 공급이 약 6% 과잉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철회하면서 오히려 10만톤의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고 2028년까지 스포듀민(리튬 원광) 가격이 최대 32%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리튬 가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권사 키뱅크의 알렉시 예프레모브 애널리스트는 리튬 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의 공급차질이 리튬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란 기대감은 근본적으로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중국의 탄산리튬 재고가 올해 초 11만5000톤에서 5월까지 15만톤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호주 투자자문사 디스커버리 얼러트에 따르면 현재 중국 리튬 원재료 재고가 12개월 전과 비교해 25% 가량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예프레모브 애널리스트는 또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될 수 있다며 리튬 수요가 향후 6~12개월 간 하방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회사 로 모션 자료를 인용해 7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21% 증가해 올 1월 이후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12% 증가한 것으로 그쳐 올 상반기 평균치인 36%를 크게 밑돌았다. 과다 출혈 경쟁을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치는 분석하기 어렵다"며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해 리튬 수요가 회복하는 것이 최상의 희망"이라고 짚었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역시 중국 정부의 향후 움직임이 불확실하다며 “예상했던 것 만큼 공급이 줄어들지 않으면 시장심리가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올해 전기차 인도량 전망치를 기존 550만대에서 46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고립된 왕따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다자외교 데뷔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하면서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화려한 열병식에 등장한 김 위원장의 모습은 고립된 왕따에서 동맹국들과 협력 강화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변신하는 새로운 이정표"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지난 10년간 김 위원장은 국제적 고립의 전형이자 제재를 받은 독재자였다"며 “집권 후 14년 뒤 중국에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하자 상황이 다라졌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베이징 톈안먼 앞에서 진행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다. 그는 입장할 때부터 중국의 특별한 예우를 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른 국가 정상들과는 한 손으로 가볍게 악수했지만, 김 위원장과는 두 손을 맞잡으며 양국의 돈독함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 내외가 고궁박물관 내 돤먼(端門) 남쪽 광장에서 외빈을 영접하고 기념 촬영을 할 때도 푸틴 대통령과 함께 중심에 섰고, 톈안먼 망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담소를 나누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망루에서도 푸틴-시진핑-김정은 3명이 중심에 자리했다.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관계 회복을 통해 우크라이나전 종전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러시아에 편중된 외교정책의 폭을 넓히는 한편 경제협력까지 노릴 수 있다. 북한은 또 핵 보유국이라는 위상을 과시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지지세력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도 더는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과 러시아와 동등한 수준의 핵보유국이란 지위와 동북아시아에서 중간 수준의 핵 강국으로서의 전략적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외신들은 또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의 첫 외교 무대 등장에도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그의 딸이 세계 무대에 깜짝 데뷔했다"며 “그의 등장은 (김정은의) 후계자가 뒬 수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북한 차기 최고지도자의 선두 주자가 중국에서 국제적 데뷔를 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주애를 상세히 소개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김주애는 북한 차기 최고지도자의 선두 주자"라면서 “북한 차기 지도자 또는 핵심 엘리트로서의 실질적 의전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주애가 북한 밖에서 김정은과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는 김정은과 김여정 모두 해보지 못한 경험이라고 했다. 김정일은 1950년대에 부친 김일성과 함께 해외 순방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김정은은 아버지의 해외 방문에 동행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스팀슨센터의 레이첼 민영 리 연구위원도 김주애가 최근 수년에 걸쳐 군사 관련 행사에서 정치·경제 행사로 등장 범위를 넓혀왔다면서 “이것이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면 이번 일이 김주애의 국제 무대 데뷔로 볼 수 있으므로 그런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시진핑 왼쪽엔 김정은, 오른쪽엔 푸틴…中, 열병식서 ‘반서방 연대’ 과시

중국이 수도 베이징 톈안먼 일대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6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면서 중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드는 '반(反)서방' 연대의 중심임을 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름대로 개인적 친밀감을 쌓았다고 여기는 북한과 러시아 정상이 '친중 행보'를 보이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은 현지시간으로 3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작됐다. 열병식 시작에 앞서 외빈들은 오전 8시께부터 행사장에 도착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전 8시18분께 검은색 방탄 리무진을 타고 베이징 고궁박물관 내 돤먼(端門)에서 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전 8시26분께 외빈 중 맨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이들 외에 우원식 국회의장,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등 각국 고위 인사들이 도착했다. 북중러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고궁박물관 내 돤먼 남쪽 광장에서 외빈을 영접하고 기념촬영을 할 때 나란히 중심에 섰다. 이어 톈안먼 망루(성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나란히 함께 걸으며 담소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톈안먼 망루에는 시 주석과 함께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 등 정상급 외빈 20여명이 올랐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 김 위원장이,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서면서 1959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중국·러시아(옛 소련 포함) 지도자가 망루 중심에 함께 자리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중국 지도자들로는 원자바오 전 총리를 비롯한 전직 지도부들이 참석했다. 리창 총리와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중국의 국회 격) 등 현직 지도부 7명도 모두 참석했다. 다만 후진타오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는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리창 총리는 이날 오전 9시께 개막사를 통해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시작을 선언했다. 열병식은 이어지는 80발의 예포 발사와 국기 게양식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국기게양을 맡은 호위부대는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톈안먼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서 게양대까지 행진해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을 통해 항일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를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중심의 서방에 대항하는 의지도 천명했다. 시 주석은 “오늘날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윈윈 협력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인민은 역사와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올바른 길에 굳건히 서서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하며, 세계 각국 인민과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화민족은 권력과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립하고 강하게 설 것을 굳게 다짐한 위대한 민족"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 글로벌 차이나 허브의 웬 티 성 연구원은 “시 주석은 상황이 반전됐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이 이제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시 주석은 이후 무개차에 올라 톈안먼 앞을 지나는 창안제(長安街)에 도열한 부대원들을 사열했다. 이어진 분열식에서는 각 부대가 방진(네모꼴 형태의 진형)을 이뤄 차례로 톈안먼 광장 앞을 행진하면서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했다. 이 자리에서 전 지구를 사정권으로 하는 핵 탑재 미사일 둥펑(東風·DF)-5C, 2019년 공개된 DF 41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자어리 미사일 DF-61이 첫선을 보였다. '괌 킬러'로 불리는 DF-26의 개량형인 DF-26D도 등장했으며 '중국판 패트리엇(PAC-3)'으로 알려진 요격 미사일 훙치(紅旗·HQ)-29 등 방공시스템도 공개됐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및 일본의 SM-3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DF-17, 최대 사거리 1만4000㎞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41 등도 등장했다. 미 항공모함을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는 잉지(鷹擊·YJ)-21 극초음속 미사일 등 YJ 계열 미사일,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JL)-3 등 JL 계열 미사일도 모습을 드러냈다. 상공에는 젠(殲·J)-20S와 J-35A 등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이 비행했다. 이어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8만마리와 풍선 8만개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전체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해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말콤 데이비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서방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첨단 군사 능력을 스스로 개발하고 작전 배치하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중국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북한과 러시아 정상은 열병식 이후 열린 전승절 80주년 리셉션 행사에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전승절 기념 리셉션장에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입장했다. 시 주석이 가운데에 섰고 좌우에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동행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열병식이 시작되자 2일(미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적대적인 해외 침략자로부터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에 막대한 지원과 피를 제공했다는 점을 시 주석이 언급할지 여부가 중대한 문제"라며 “중국이 승리와 영광을 추구하는 과저엥서 많은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적었다. 이어 “그들의 용기와 헌신이 정당하게 예우받고 기억되기를 희망한다"며 “당신(시진핑)이 미국에 대항할 모의를 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엔비디아 상승세 끝물?…무너진 지지선, 주가 향방은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1.94% 하락한 170.7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모두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5%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69%, 0.82% 내렸다. 특히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법원 결정이 연방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관세 수입 감소와 함께 재정 적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27%로 전 거래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올랐다. 장기채인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97%로 전 거래일 대비 5bp 올랐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전 5% 선 돌파를 시도하며 지난 7월 이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50일 이동평균선(171.06달러)을 하회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5월초 5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뒤 지난달 12일 183.16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지난 4거래일 동안 주가가 6% 가량 급락했다.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 3분기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이 약 54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어난 수치지만 월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600억달러 이상을 예상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50일 이동평균선을 다시 밑돌은 것은 단기 모멘텀의 부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킹스뷰 파트너스의 버프 도메이어 수석 기술적 애널리스트는 “모멘텀이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줘 단기적으로 주식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장기적인 기회는 있겠지만 단·중기적으로 봤을 때 주가가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주가의 1차, 2차 지지선이 각각 160달러, 145달러라며 “만약 145달러마저 붕괴될 경우 향후 전망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마크 헤펠레 최고 투자책임자는 “2022년말 챗GPT 출시 이후 나스닥 지수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AI테마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옥석가리기가 요구된다"며 “우리는 AI가치 사슬 중 세 분야(반도체, 소프트웨어, 인터넷)에 걸쳐 다각환 익스포져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투자전문 매체 모틀리 풀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주목할 만한 유망 종목 10개를 선정했지만 엔비디아는 이에 포함이 안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中 열병식 의식한 트럼프…“푸틴과 김정은에게 안부 전해달라”

북한·중국·러시아 정상 등이 참석한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의식하는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비우호적인 해외 침략자로부터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에 막대한 지원과 피를 바쳤다는 점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라며 “중국이 승리와 영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적었다. 이어 “그들의 용기와 헌신이 정당하게 기려지고 기억되기를 희망한다"며 “시 주석과 중국의 훌륭한 국민이 위대한 기념일을 영원히 기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미국에 맞서 공조하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3일 베이징 톈안문 앞에서 시작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성루)에 등장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 한자리에 모인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왼쪽에 김정은 위원장,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자리한 모습은 이날 관영 중국중앙(CC)TV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3국의 '반(反)트럼프, 반(反)서방' 연대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다자외교무대에 등장함에 따라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김정은·시진핑·푸틴 66년 만에 나란히…中 열병식 시작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3일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꼐 베이징 톈안먼 앞에서 시작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성루)에 등장했다. 외빈들은 오전 8시께부터 행사장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은 오전 8시18분께 검은색 방탄 리무진을 타고 베이징 고궁박물관 내 돤먼(端門)에서 내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전 8시26분께 외빈 중 맨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이들 외에 우원식 국회의장,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등 각국 고위 인사들이 도착했다. 북중러 정상은 시 주석 내외가 고궁박물관 내 돤먼 남쪽 광장에서 외빈을 영접하고 기념촬영을 할 때 나란히 중심에 섰다. 이어 톈안먼 망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나란히 함께 걸으며 담소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톈안먼 망루에 올라간 뒤에는 시 주석의 뒤를 이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차례로 입장하며 항전노병들과 인사하고 이어 본행사에서도 망루 중심에 함께 자리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북한, 중국, 러시아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 한자리에 모인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경우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옛 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열병식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와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선 이후 66년 만이다. 이날 열병식은 검열(사열)과 분열(행진) 등 두 단계로 구성되고, 약 70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지지율 추락 의식했나…“국가비상사태 선포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추락하는 지지율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공급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 가을에 국가 주택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용도 지역 규제 표준화와 주택 거래 비용 인하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건설 자재에 대한 관세 면제를 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 주택 가격 안정화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집값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낮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로 기존 주택을 구입했던 1주택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서 공급이 위축됐다. 높은 금리로 인해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살 경우, 과거보다 훨씬 높은 모기지 금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시작됐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0%다. 모기지 금리는 기준금리에 움직이는 10년물 국채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베선트 장관은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 거래와 주택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주택 문제는 지난해 대선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는 첫 주택 구매자에게 2만5000달러의 계약금을 지원하고, 임기 중 300만 채의 신규 주택 건설을 공약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토지 개방과 규제 완화를 통해 집값을 안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주택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지지율 하락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여론조사 최근 결과의 평균치를 제공하는 리얼클리어폴링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지지도는 45.6%, 반대 응답은 50.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된 12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수치다. 기관별 지지율의 경우 인사이더어드밴티지(8월 15일~17일 실시) 조사에서 가장 높은 54%를 기록했으나, 퀴니피액대 조사(8월 21~25일)에서는 37%로 최저치를 나타냈다. 리얼클리어폴링에 따르면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6.2%포인트였던 긍정·부정 격차는 지난 3월 -0.7%포인트로 역전됐고, 상호관세가 발표됐던 4월엔 -7.2%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현재는 -4.9%포인트로 소폭 좁혀졌지만 과거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갤럽이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40%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첫 해 8월 기준 지지율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2021년 8월 조사 당시 49%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9년 8월·53%),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2001년 8월·56%), 빌 클린턴 전 대통령(1993년 8월·44%),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1989년 8월·69%),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981년 8월·60%) 등도 트럼프 대통령보다 높게 나타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美 상호관세는 불법” 최종판결 나오면…트럼프發 관세전쟁 끝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존폐 여부가 이제 미 연방 대법원 판단만 남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이 약속한 무역협상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자신의 편을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항소 법원에서도 상호관세는 위법…美정부 “협상 등을 위해 필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사용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와 펜타닐 문제가 국가 비상 사태에 해당된다는 법률 의견서를 2일이나 3일 대법원 송무차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IEEPA는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지난 5월 국제무역법원(USCIT)는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IEEPA 기반 관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 항소심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과 '제조업 경쟁력 쇠퇴', 그리고 '마약 밀반입'을 이유로 IEEPA를 활용해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추가 관세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항소 법원은 다만 백악관이 대법원에 항소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10월 14일까지 관세 효력을 유지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 서둘러 항소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상고심의 구두 변론은 올해 겨울이나 내년 초봄에 시작될 수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구두 변론 개시 이후 수주, 혹은 몇 달 뒤에 나올 수 있다. 상고심이 끝나기 전까지 상호관세는 유효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발효가 중단되면 한국과 일본 등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지난달 29일 항소법원에 진술서를 내고 “수입 규제, 관세 부과 없이는 다른 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만한 어떤 합의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의 성공은 관세를 즉각 시행하겠다는 믿을만한 위협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한국, 영국과 무역 합의를 발표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미국과 이들 교역 상대국은 이런 프레임워크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만들기 위해 신속하고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한미 통상 협의의 '키맨'으로 꼽히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같은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관세를 중단하면 외국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과 무역 합의 철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상호관세 운명은 '보수 우위' 대법원 손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소법원 판결이 나오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정치편향적인 항소 법원의 관세 철폐 주장은 틀렸다"며 “대법원이 도와줄 것"이라며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그 배경엔 연방 대법원의 구조에 있다. 총 9명의 대법권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현재 6대 3으로 보수성향 대법관이 절대적 우세다. 특히 3명은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법원은 연방 공무원 해임과 불법체류자 추방, 연방자금 지원 보류 등의 조치에 대해 진보성향 대법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판단을 내린 전례도 있다. 항소법원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일부 판사들도 있다. 항소법원은 7대 4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소수 의견을 낸 판사 중 한명은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된 리처드 타란토 판사다. 그는 “대통령이 IEEPA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의회가 제한하려 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가 임명한 1명의 민주당원은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투표했다"며 “그의 용기에 감사한다"고 했다. 다만 IEEPA에 근거한 관세가 1·2심에서 분명한 사유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던 만큼 대법원이 무조건 트럼프 대통령의 들어줄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대법원이 과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무효화할 때 인용했던 '중대 문제 원칙'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2022년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명문화한 이 법리는 의회의 명확한 위임이 없으면 대통령이 중대한 경제·정치적 의미를 지닌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 당시 도입된 학생 대출 탕감 조치, 직장 내 방역 조치, 퇴거 유예 조치 등을 모두 무효화했다. 이를 두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학생 대출 탕감 조치보다 훨씬 더 크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반미 연대가 결집하는 등 중대한 정치적 의미도 있다고 짚었다. ◇ 美 재무 “플랜B 있다"…관세 부과할 법적 근거 5가지 그러나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를 위법으로 최종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선트 장관도 로이터 인터뷰에서 “(IEEPA 관세 만큼) 효율적이지도, 강력하지도 않지만 (관세를 부과할) 다른 권한들이 많이 있다"며 예시로 1930년에 제정된 '스무트 홀리 관세법 338조'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조항은 해당 법안은 미국과 상거래에서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통령이 5개월간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실제 발동될 경우 새로운 법적 논쟁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일부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관세법 338조를 폐지하는 결안을 지난 3월 발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품목별 관세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구리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목재, 반도체, 의약품, 트럭, 핵심 광물, 상업용 항공기 및 제트 엔진, 무인항공시스템, 폴리실리콘, 풍력 터빈에 대해서도 부과할 예정이다. 이 법안을 근거로 한 관세는 이번 무역법원과 항소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세율 상한도 없지만 반드시 미 상무부의 조사를 거쳐야 한다. 특정 수입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무 장관은 270일 내로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밖에도 무역법 201조, 301조, 122조가 관세 부과 수단으로 거론된다. 무역법 201조에 따르면 특정품목의 수입급증으로 미국 해당 산업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령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당시 무역법 201조를 활용해 수입 세탁기에 20~50%, 태양전지·모듈에 30%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 조사와 공청회를 거쳐야 하며 관세 부과 기간은 4년이고 최대 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2023년에 만료됐지만 태양광 부품 관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6년까지 연장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 외국 정부나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대우를 할 경우 USTR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시행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이를 근거로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세율 상한은 없지만 USTR의 추가 요청이 없을 경우 4년 뒤 자동 폐지되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무역법 122조는 무역적자 보정을 위해 15% 범위 내에서 150일까지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이렇듯 트럼프 정부는 다양한 조항을 이용해 관세 부과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권한, 속도 등 측면에서 IEEPA 관세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값 오르니 은 가격도 껑충…시세 14년만 첫 40달러 돌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전망과 이에 따른 달러 약세로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같은 귀금속인 은(銀) 가격도 덩달아 고공행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은 현물 가격은 한때 1.4% 상승한 온스당 40.292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값이 40달러선 위에 거래된 적은 2011년 9월 이후 14년 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은 12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40.72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은값은 올 들어 40% 넘게 오르며 금·백금·팔라듐과 동밴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금값도 덩달아 오르며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일 한국시간 오후 4시 32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470.9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4월 3500.33달러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12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3516.10달러를 기록, 사상 첫 3500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금, 은 등 귀금속이 피난처로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을 거듭 압박하면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6.5%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은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귀금속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은 금과 달리 산업재 성격도 강하다. 세계 은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은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 포함해 5년 연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은은 금속 중 전기 전도성이 가장 높은 만큼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반도체 등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투자자들은 은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FT)에 7개월 연속 순매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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