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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액침냉각’으로 확장

LG전자가 SK엔무브, 미국 액침냉각 전문기업 GRC(Green Revolution Cooling)와 손잡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위한 냉각솔루션 포트폴리오를 '액침냉각' 방식으로 확장한다. LG전자는 지난 27일 경기도 평택시 LG전자 칠러사업장에서 SK엔무브, GRC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LG전자 이재성 ES사업본부장(부사장), SK엔무브 남재인 Green성장본부장, GRC 피터 폴린(Peter Poulin) CEO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세 회사는 각자의 핵심 기술과 경험을 결집해 액침냉각 솔루션 기술 실증(PoC)을 공동 추진한다. LG전자는 칠러와 냉각수 분배장치(CDU), 열 부하를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팬 월 유닛(FWU) 등 정밀 냉각 기술을, SK엔무브는 자체 개발한 액침냉각 플루이드, GRC는 액침냉각 탱크를 제공한다. 실증은 평택 칠러사업장 내 구축된 AI 데이터센터 전용 테스트베드에서 진행된다. 3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액침냉각 기반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각 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의 성장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액침냉각은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발열이 심한 전자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 플루이드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방식이다. 공기 대신 열전도율이 높은 액체를 사용해 열을 빠르게 제거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을 나타내는*전력효율지수(PUE)가 현존 냉각 방식 중 가장 낮아, 전력 절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는 이번 협업을 통해 액침냉각 기술을 자사 냉각솔루션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며, AI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토털 냉각솔루션 공급자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LG전자 ES사업본부장 이재성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과제인 에너지 효율과 냉각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협업을 추진했다"며 “급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차별화된 냉각솔루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로봇 조선소’로 산재·ESG·인력난 파고 넘는다

국내 조선업계가 로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혁신을 넘어 강화되는 안전 규제와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고질적인 인력난이라는 복합 위기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에 따른 움직임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이제 로봇 없이는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공감대 아래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는 로봇 기술을 활용한 생산 공정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강화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에 대응하고, ESG 경영 강화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조선 3사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각기 다른 강점을 내세우며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생산성 30% 향상과 건조 기간 30% 단축을 목표로 하는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미국 AI 로봇 전문 기업 페르소나 AI 등과 손잡고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정밀 용접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하며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이는 고위험 작업을 사람에게서 분리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한화오션은 2030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조선소 자동화율을 현재 10%대에서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가장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미 선박 배관 용접 협동 로봇 등을 현장에 적용해 작업 준비 시간을 60%가량 단축하는 성과를 냈고 밀폐 구역과 같은 위험 공간에 80대 이상의 로봇을 투입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스마트SHI' 전략 아래 특화된 공정 자동화에 집중한다. 자체 개발한 액화 천연 가스(LNG) 화물창 레이저 용접 로봇으로 작업 효율을 30% 개선했고 작업자에게 3D 디지털 도면이 담긴 태블릿 PC를 제공해 인적 오류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인간과 로봇의 협업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 CEO 겨눈 '산재 규제 칼날'도 조선소 로봇 도입 요인 작용 조선소 현장에서 로봇 도입을 가속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동력은 나날이 강화되는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이다. 특히 중대재해법은 사망 사고 발생 시 안전 조치 미비를 이유로 사업주나 최고 경영자(CEO)에게 직접적인 형사 책임을 묻는다. 실제로 한 조선소에서는 근로자 추락사에 대해 CEO에게 징역형이, 법인에는 수십억 원의 벌금이 선고되는 등 사법적 책임이 현실화되면서 경영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험하고 힘든 용접 작업을 사람 대신 로봇에 맡기는 것은 가장 확실한 '예방 투자'로 여겨진다. 로봇은 유해 가스나 강렬한 빛에 노출될 위험이 없고, 프로그래밍된 대로 정밀하게 작업을 수행해 인적 오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안전 규정을 준수하고 CEO의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규제가 '채찍'이라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당근'이자 시대적 요구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은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안전'을 경영의 제1원칙 또는 최우선 가치로 천명했다. 3사는 모두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해 안전과 같은 중대 사안을 최고 지배구조 기구의 직접적인 감독 하에 뒀다. 삼성중공업은 모든 임원의 성과 평가에 ESG 관련 지표를 반영하기로 하는 등 안전 경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로봇 도입을 통한 안전한 작업 환경 구축은 투자자와 고객, 사회 전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가시적인 성과물이 되는 셈이다. ◇ 사람 떠나는 조선소, 로봇으로 채운다 법과 사회적 압박이 없었더라도 조선업의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생산 현장의 인력 구조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50대에 육박하고, 일부 현장에서는 50대 용접공이 '막내'로 불릴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청년층은 대표적인 3D 업종인 조선소를 기피하고 있어 신규 인력 유입은 거의 끊긴 상태다. 업계는 연간 1만2000명 이상의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한 안전 문제와 비전문 인력 투입에 따른 품질 저하 등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숙련공의 '핸디 크래프트'를 대체하고 24시간 안정적으로 고품질 생산을 이어갈 유일한 대안은 로봇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조선 3사의 '로봇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용접 공정을 중심으로 로봇이 도입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도장·연마·물류·검사 등 위험하고 반복적인 다른 분야로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의 미래는 이제 누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하느냐에 달리게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수입가전 프리미엄 공세…삼성·LG ‘안방 사수’ 총력

외산 가전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성비 공세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제품 스펙트럼을 넓히며 다층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인공지능(AI) 기반 연결 경험을 강화하며 '안방 사수'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시장 공략의 선봉장에는 독일 가전업체 밀레가 서 있다.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에 주력해 온 밀레는 제품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부품마다 최대 20년 수명 테스트를 거치는 품질 기준으로 두터운 충성 고객층을 형성했다. 또 가전별 본연의 성능을 극대화한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밀레는 한국 가정의 주방 구조와 식문화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오목한 식기를 많이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아시안 바스켓'을 적용한 식기세척기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마르쿠스 밀레 공동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본사 개발팀이 직접 한국 소비자 의견을 듣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샤오미는 중저가 중심이던 제품 라인업을 프리미엄까지 확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기청정기·로봇청소기 등 소형 가전 중심에서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으로 판매군을 넓히며 다양한 소비자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앤드류 리 샤오미 국제사업부 동아시아 지역 총괄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에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당시 “내년에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대형 가전을 한국 시장에 본격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중국 기업 마이디어도 최근 막을 내린 국내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한국전자전(KES) 2025'에 첫 공식 참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이디어는 세계 1위 에어컨·전자레인지·소형 조리가전 브랜드임을 강조하며, 전시관을 소형·소용량 제품군 중심으로 구성해 1인 가구와 소형 주거 공간 등 국내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내세웠다. 삼성·LG가 프리미엄 제품군에 무게를 두는 사이, 마이디어는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앞세워 '가성비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틈새 수요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글로벌 가전사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국이 '테스트베드'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T 강국이자 소비자들의 제품 안목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 확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산 브랜드들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을 아우르는 양면 전략을 통해 국내 시장 안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우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야 한다"며 “가성비와 프리미엄 영역에서 선택지가 늘면 자연스럽게 이용자 기반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외산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안방 사수'를 위한 다층 방어에 나섰다. 두 회사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인 데이코(삼성)와 SKS(LG)를 앞세워 주방 가전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전시관 'SKS 서울'을 열어 고급 이미지를 강화했으며, 삼성전자도 주요 삼성스토어 내 데이코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AI 기반 연결 생태계를 확장해 고객 생활 전반의 사용 경험을 묶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KES 2025에서 집·교실 등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 AI 연결 생태계를 강조했다. LG전자는 'LG 씽큐 온'을 중심으로 AI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홈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또한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이 보유한 경쟁력을 우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5 국감] 민주 한준호 “자료 엉망에 관리도 몰라”…국토부 ‘항공정보포털’ 부실 운영 질타

27일 오후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위탁 운영하는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이 데이터가 엉키고 제때 업데이트도 되지 않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에게 “한국항공협회에서 위탁 운영하는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이 2024년 국가정보관리원 대구 센터로 이전한 후 정상 작동이 안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 의원은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포털에 접근해보니 중요한 자료들이 엉켜 있고 예전 기사가 떠 있는 등 정상 작동이 안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래서 국토부 측에 물어보니 오히려 의원실에 '어떤 문제가 있냐'고 역으로 질문을 하더라"라며 국토부의 관리·감독 부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또한 시스템 이전 사업의 준공이 당초 2024년 12월 완료 보고와 달리 실제로는 훨씬 늦어졌으며, 사업 완료 후 결과 보고서 등도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위탁 업무 수행 과정이 미흡했고, 국토부 차원의 관리도 상당히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사실상 부실 관리를 인정했다. 주 실장은 “현재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세밀한 점검을 시작했다"며 “그 결과에 따라서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025 국감] 국힘 김은혜 “인천공항, 중국인 불법 ‘흑차’가 점령…한국 콜밴 기사 피눈물”

27일 오후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천국제공항이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택시, 이른바 '흑차(黑車)'에 사실상 점령당했다는 충격적인 실태가 공개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 특수를 불법 영업자들이 독식하며 한국의 합법적인 콜밴 기사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보충 질의에 나선 김 의원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흑차라는 말을 들어봤느냐"고 물으며, 무허가 불법 택시가 인천공항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국인 승객을 상대로 한 '불법 콜뛰기' 기사 61명이 검거됐다. 이 중 53명이 중국 국적자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9월부터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서 흑차 영업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의원실에서 직접 중국어 SNS에 가입해 흑차 예약을 문의하니 돈만 내면 언제든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며 불법 영업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중국인이 무비자 입국하면 대한민국 내수를 살린다더니 결국 허상"이었다며 “중국인 입국과 동시에 수입은 중국인들이 가져가고, 우리나라 합법적 콜밴 기사들은 영업권까지 빼앗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의원은 “이 정도면 대대적인 특별 단속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학재 사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공감하면서도 “공사에 단속·사법 권한이 없어 지금은 수동적으로 경찰에 협조하고 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다만 이 사장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적발해 경찰 단속과 공조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경찰청과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 대책을 종합 감사 전까지 보고해달라"고 재차 촉구했고, 이 사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025 국감] 민주 신영대 “인천공항 협력관, 의원실 질의서 통째로 훔쳐가”…‘자료 절도’ 파문

27일 오후 속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 국회 협력관이 의원실의 국정감사 질의 자료를 통째로 훔쳐간 초유의 사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충 질의 시간을 통해 “오전 의사 진행 발언에서 '자료'라고 순화시켜 표현했는데, 해당 협력관이 의원실의 질의서를 통째로 몰래 가져간 것"이라고 사안의 심각성을 재차 확인했다. 신 의원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점심 시간 동안 사안 파악을 하셨느냐"고 물었고, 이 사장은 “본인을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기조실장을 통해 그런 일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시인했다. 신 의원이 “어떻게 조치할 것이냐"고 묻자 이 사장은 “국감 중이라 깊이 생각은 안 했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절차에 따라서 조사하고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에 신 의원은 해당 직원이 국회 경력을 바탕으로 공개 채용된 계약직 협력관임을 지적하며 “국회를 경험한 분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과거 이런 일이 있었을 때 실제 국회가 파행됐다"고 지적하며 공사 측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것은 경고나 주의 정도가 아니라 파면에 준하는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형사 처벌보다는 공사 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그만두게 하는 것이 맞다"고 사실상 해당 직원의 파면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학재 사장은 “회의가 끝나면 내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025 국감] 국힘 정점식 “항공안전기술원 직원, 국외 출장 보고서 1436일 ‘지각’…자료 요구에 늑장 등록”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항공안전기술원(KIAST)의 '공무 국외 출장 보고서' 관리 부실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출장 규정을 상습적으로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자료 요구가 있고 나서야 4년 가까이 밀린 보고서를 뒤늦게 등록한 사실이 드러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날 질의에 나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을 상대로 공무 국외 출장 보고서 관리 실태를 따져 물었다. 관련 규정상 국외 출장자는 귀국 후 30일 이내에 보고서를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5건의 국외 출장 모두 100% 지연 등록되는 등 규정 위반이 만연했다. 황호원 원장은 이에 대해 “일부 지연되는 사례가 있긴 했으나 현재는 관련 시스템을 활용해 30일 이내 등록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즉각 반박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한 직원의 보고서는 무려 1436일이 지연됐고, 해당 직원은 이미 퇴직한 상태에서 의원실의 자료 요구 이후에야 보고서가 등록됐다. 특히 정 의원은 “2022년, 2024년, 2025년 사례들도 등록이 제대로 안 됐다가 의원실에서 자료 요구를 하니 불과 며칠 전인 10월 14일에 전부 다 등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자료 요구를 안 했으면 등록 자체를 잊고 있었던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황 원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황 원장은 사실상 관리 부실을 시인하고 시정 의사를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025 국감] 인천공항 T1 리모델링 2.8조 뻥튀기·조종사 음주 무방비 논란…국토교통위, ‘안전·재정’ 총체적 난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속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총체적 부실'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타로 채워졌다. 오전의 정치적 공방에서 나아가 오후 질의는 1조 원대 사업비가 2조8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난 인천공항 T1 리모델링 사업 의혹, 한국공항공사(KAC)의 존립 위기와 항공 정비(MRO) 및 지속가능항공유(SAF) 정책 실패, 조종사 음주 적발 실태, 공항 안전·보안 사고 급증 등 재정, 정책, 안전 전반의 문제를 샅샅이 훑었다. 오후 국토교통위 국감의 최대 뇌관은 인천공항 제1여객 터미널(T1) 리모델링 사업비 '뻥튀기' 의혹이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적정성 검토 당시 1조195억 원이던 총 사업비가 불과 2년 만에 2조8466억 원으로 2.8배 늘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누락됐던 공사비(5502억)와 추가 공사비(8350억)가 기본 계획에 없다가 갑자기 늘어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보통신 503%, 소방 전기 354% 상승은 말이 안 된다"고 가세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정 업체 '희림'이 설계사로 선정된 직후 사업비가 급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희림을 정해놓고 한 것"이라는 시중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절차에 따라 30% 이상 증액 시 KDI 적정성 재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공항공사(KAC)의 재무 위기도 도마에 올랐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공항공사가 '존립의 위기'에 처했다"며 “부채가 5년 만에 4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방 공항 운영으로 적자는 누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비핵심 자산 매각과 '인천공항과의 통합'을 근본 대책으로 제시했다. 한국공항공사의 위기는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서도 확인됐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14개 지방 공항이 초토화됐다"며 “6개 공항이 활주로 이용률 1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공항공사가 21억원을 들인 '온라인 면세점'이 연간 목표 38억9000만원 대비 0.57%에 그쳤다며 “단순 중개 방식의 실패"라고 질타했다. 공항의 안전·보안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이건태 의원은 “항공 종사자 업무 전 음주 적발이 110건으로 급증했지만 중징계는 35%에 불과하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촉구했다. 특히 “국토부의 1600여 회 단속에서 적발이 0건"이라며 '봐주기' 또는 '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박용갑 의원은 김해공항에서 자매가 언니 여권으로 항공사·보안·법무부 3단계 심사를 모두 통과한 사건을 지적하며 “쌍둥이는 어떡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공항 내부의 위험 요소도 드러났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서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 분진이 발생하고, 무정전 전원 장치(UPS) 배터리가 부풀고 녹아내려 화재가 발생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정 의원은 “개당 3만 원짜리 배터리 300여 개를 교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기술 대응도 낙제점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뮌헨 공항 마비 사태를 언급하며 “한국공항공사 공항 27%만 드론 탐지 시스템이 있고, 그마저도 일부 장비만 갖췄다"고 지적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조류 충돌 방지 구역이 법령(8km)과 기준(13km)이 충돌하는 점 , 심지어 공항 인근 개발 시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 새를 유인하는 모순된 정책을 질타했다. 미래 항공 산업 정책은 '실패'로 규정됐다. 권영진·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MRO 국내 정비율 70% 목표가 실패하고 오히려 후퇴했다"며 “숙련 정비사들이 반도체 업계로 이직해 중간 허리가 비었다"고 지적했다. 박희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속가능항공유(SAF) 국내 사용률이 “0.001%로 처참하다"며 2027년 1%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영국(1500억원) 등과 비교해 “인센티브 예산이 2년에 5억원, 1억 원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집행된 적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공항은 포화 상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김해공항이 “821억 원을 들인 새 출국장을 CIQ 인력 부족으로 놀리고 있다"며 국제선 입구가 아수라장이 된 사진을 공개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청주공항 주차장이 5년째 상시 만차인데 제2 주차 빌딩은 4년째 타당성 검토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공항을 둘러싼 노동자와 이용객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인천공항 인근 장봉도의 항공기 소음 녹취를 틀며 “1200가구 중 300가구만 보상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야간 보호 구역' 신설을 촉구했다. 유명인으로 인한 공항 혼란 문제는 여야 공통의 지적 사항이었다. 전영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이돌 '라이즈'의 항공편 정보가 단돈 1천 원에 불법 거래됐다"고 폭로하고, 팬들이 의자와 종이로 '자리 있음'을 표시하며 공항을 점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정준호 의원은 “광고(PPL)를 위한 혼잡"이라며 '혼잡 유발 부담금'을 제안했다. 노동 현안도 집중 거론됐다. 전영규 의원은 “객실 승무원 비행 시간은 1200시간으로 조종사보다 200시간 길다"며 우주 방사선 피폭 위험을 경고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대해서도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인천공항에 TF 구성을 촉구했고,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한국공항공사가 자회사 인건비를 '92% 낙찰률'로 깎고, 인천공항이 '4조 2교대' 근무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스코홀딩스, 3분기 철강·양극재 ‘빛바랜 호조’

포스코그룹이 지난 3분기 생산·판매량 증가로 철강 사업과 이차전지 양극재 사업에서 실적 호조를 보였다. 다만, 포스코이앤씨의 공사 현장 사고에 따른 손실로 전체 실적이 소폭 부진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약 63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감소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5.8% 줄어든 17조261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3870억원으로 22% 감소했다. 철강 부문은 매출이 14조7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40.8% 늘어난 656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매출이 8조8000억원으로 7.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800억원으로 31.8% 증가했다. 지난 8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본격화하기 전 들어온 수입 물량의 영향으로 철강제품 판매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생산량이 늘어 가동률이 회복됐고, 원가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이차전지소재 부문은 매출이 1조원으로 3.5% 증가한 반면 영업손실은 420억원을 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과 포스코아르헨티나 등 리튬 생산 법인이 양산 준비(램프업) 기간에 있지만, 리튬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분이 약 370억원 환입되면서 전체 적자폭을 줄였다. 포스코퓨처엠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약 667억원으로 4775% 늘었고, 매출은 5.2% 줄어든 87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준공한 전구체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양극재 판매량이 두배 가량 증가했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조2150억원, 1450억원으로 6.9%, 67.7% 감소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하절기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발전사업 수익 호조와 호주 세넥스 가스전 판매량 증가로 견조한 이익을 유지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해외 투자 손실과 신안산선 사고에 따른 손실, 안전점검을 위해 모든 공사현장 운영을 일시 중단해 2881억원의 일회성 손실 비용이 반영됐다. 이날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저수익·비핵심자산 구조 개편 성과도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3분기 총 7건의 구조개편으로 약 4000억원의 현금을 창출했다. 2027년까지 총 63건의 추가 구조개편을 통해 1조2000억원의 현금을 추가 창출하고 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향후 투자 우선 순위로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와 인도·미국 등 상공정 중심 해외 설비 확대를 꼽았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이날 실적 설명회(콘퍼런스 콜)에서 “내수 시장에서는 후판1공장과 선재1공장처럼 생산 경쟁력이 떨어진 설비를 과감하게 가동 중단(셧다운)을 추진하고, 전기강판 생산 설비와 내년 상반기 광양제철소에 가동 예정인 전기로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환경 분야 투자는 포스코그룹의 탈탄소 로드맵에 따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성장하는 지역 중심으로 선공정 기반 투자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인도와 미국, 인도네시아, 호주 순으로 투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철강제품 수입 쿼터 축소와 관세 50% 확대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EU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와 개별 협상한다는 방침에 따라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며 “유럽시장에서 수익성이 낮은 고객사향(向) 제품의 비중을 줄여 다른 지역으로 돌리고, 통상 장벽을 세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나 통상 관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을 선별해 해당 고객사와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알래스카에서 추진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포스코그룹이 참여하는 방안을 두고는 “아직 사업 규모와 LNG 시장 변동성, 인프라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손실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포스코그룹이 알래스카 LNG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2026~2028년 파이프라인과 LNG 터미널용 강재 등 철강 30만톤 정도를 공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단독] 국토부, UAM 상용화 핵심 ‘버티포트’ 직접 짓는다

도심항공교통(UAM)의 상용화 지연으로 민간투자가 위축되자 정부가 직접 초기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키를 전격 전환한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가 최근 'UAM 초기 버티포트 구축 전략 마련' 연구 용역을 긴급 입찰에 부친 것으로 확인됐다. 버티포트 인프라 조성에 총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계약일로부터 300일(10개월)간 진행하는 사업 용역이다.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는 UAM 상용화의 필수 인프라로, 인증된 기체와 명확한 수요가 전제되지 않으면 민간기업들이 막대한 자본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체 인증 지연으로 상용화 목표가 전세계적으로 순연돼 민간업계는 불확실성 증가·투자 여력 감소로 사업 추진에 소극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올해로 설정했던 'K-UAM 상용화' 목표가 오는 2028년으로 미뤄진 시장의 현실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동시에 이같은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 주도'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사업 제안 요청서에는 '초기에는 지방 자치 단체 등 공공 주도로 인프라 시설물 구축이 효율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UAM 생태계 비용의 약 43.4%를 차지하는 가장 큰 장벽을 정부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청사진을 제공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향후 수조 원에 달할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정부가 그리는 버티포트의 미래상은 교통 허브를 넘어 상업·문화·레저 기능이 결합된 '도시 복합 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는 버티포트를 고부가가치 부동산 자산으로 재정의함으로써 민간 금융 자본과 부동산 개발사를 유치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운영 비용만 발생하는 시설물이 아니라 자체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 용역에는 △전략적 방향 수립 △기술·비용 분석 △공간·사회적 요소 분석 △해외 사례 벤치 마킹 등 구체적인 연구 목표들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우선 도시 규모와 형태와 기존 교통망과의 연계성, 항공기 정비(MRO) 시설과의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상형·옥상형 등 유형별 버티포트 구축에 필요한 건축·토목·전기·통신 분야의 기술적 요건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신뢰성 있는 사업비 산정 모델을 개발한다. 아울러 공간 정보(GIS) 시스템을 기반으로 잠재적 입지를 분석하고, 소음·안전·사생활 침해 등 대중의 우려를 해소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한다. 해외 선진 버티포트 구축 사례와 입지 분석 연구를 심도 있게 조사하고, 이를 국내 환경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한다. 이 같은 과업 내용들은 UAM을 기존 도시 시스템과 완벽하게 융합시키고, 철도·버스·자율 주행 자동차 등 지상 교통과 끊김 없이 연결되는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Seamless MaaS)의 핵심으로 만들려는 국토부의 종합 계획을 보여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UAM 인프라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필연적인 행보다. 세계 주요국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늘길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미국에선 연방항공청(FAA)과 NASA 주도로 민간의 혁신을 유도하는 시장 주도형 표준화 전략을 편다. 통합 실증 프로그램(AAM National Campaign)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버티포트 설계 기술 지침(Engineering Brief 105)과 같은 표준을 제시해 민간 개발을 유도한다. 특히 로스엔젤레스(LA)시가 제시한 '도심 하늘 원칙(Principles of the Urban Sky)'은 안전·공평한 접근성 등 사회적 가치를 포괄하는 종합 정책 프레임 워크를 지향한다. 유럽연합(EU)은 유럽항공안전청(EASA)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포괄적인 '규제 우선' 접근법을 채택했다. 기체 인증 기준(SC-VTOL-01)부터 운항 규칙까지 상세한 규정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저고도 공역 관리 시스템인 'U-스페이스'를 통해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저고도 경제'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정부 주도의 막대한 투자로 인프라 구축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광둥성 등 주요 지역에 수백 개의 버티포트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토부는 미국의 민간 주도 생태계, 유럽의 강력한 규제 프레임 워크, 중국의 초기 공공 투입 모델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연구 용역 중 해외 사례 분석이 핵심 과업으로 포함된 것은 선진 사례를 학습하고 국내 도시 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려는 당국의 실용주의적 접근법에 근거한다는 분석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연구는 UAM 상용화라는 원대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구체적인 장벽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다. 기술적 장벽보다 더 넘기 어려운 건 '사회적 수용성' 확보다. UAM 운항에 따른 소음·안전·사생활 침해는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다. 정부는 UAM 기체의 소음 목표를 헬리콥터(약 80dB)보다 현저히 낮은 63~65dB 수준으로 설정했지만 도심 상공을 비행하는 새로운 소음원의 등장은 여전히 민감한 문제다. 이번 연구에서 '사회적 요소' 분석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인 입지 선정과 운영 방안을 마련해 이러한 대중의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 전력 공급망 문제도 존재한다. 버티포트는 다수의 기체를 신속하게 충전하기 위해 패드당 1~2메가와트(MW)급의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수백~수천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대도시 전력망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어 도시 에너지 인프라의 재설계가 필요한 과제다. 연구 용역의 과업 범위에 전기·기술적 요소 분석이 포함된 이유다. 도시 계획·법규와의 융합 또한 해결해야 한다. 고밀도로 개발된 도시에 새로운 교통 인프라를 추가하는 것은 거대한 도시계획적 도전이다. 특히 옥상형 버티포트는 건물의 하중 지지 능력·비상 대피로 확보 등 기존 건축법규의 대대적인 개정을 요구한다. 이번 연구 결과물은 향후 건축법·도시계획법 등 다방면에 걸친 구체적인 법령 개정의 기초 자료로 직접 활용될 전망이다. 이 연구가 성료되면 △신속한 법제화 △제주·고양 등 지자체·민간과의 구체적인 파트너십 체결 △공항-도심 셔틀이나 관광 노선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구축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업계는 주문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체가 준비되면 즉시 상용화할 수 있도록 버티포트 구축·운용 시스템 고도화·제도 마련·실증 지원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며 “운용 개념서(ConOps)와 기술 로드맵 등 정책 방향을 고려해 초기 상용화 단계의 버티포트 구축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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