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위조작정보 판단과 대응을 플랫폼 자율에 맡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법 시행 두 달 만에 감독 권한 부족을 문제로 꺼내 들었다. 법 적용 대상 9곳 중 8곳이 운영 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강제 수단이 없다며 입법 보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방미통위는 해당 기업들로부터 시행 초기라 자료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첫 운영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강제할 권한까지 거론하는 것이 자율규제를 전제로 한 제도 취지와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9곳 중 8곳 미제출…“강제할 수단 없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방미통위는 최근 구글, 메타, X, 틱톡,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에이엑스지, 디시인사이드 등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9곳에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처리 등에 관한 자율정책 및 운영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제출한 곳은 디시인사이드 한 곳뿐이다. 앞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 시행 이후 두 달이 넘도록 거대 플랫폼들이 법에서 요구하는 체계를 갖췄는지, 실제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조차 감독기관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자율 운영 체계에 대해서 감독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며 “보고서를 받고 그것과 관련해 조사를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답했다. 이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때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지금 미비한 상태"라며 “향후 입법적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8개 사업자가 법에서 정한 자료 제출 의무를 어긴 것은 아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대상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처리 등 운영 현황을 6개월마다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월 법이 시행된 만큼 아직 첫 공표 시점도 오지 않았다. 방미통위가 이번에 요구한 것은 법정 정기 공표와 별개의 자료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리감독 차원에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국회 등 외부에서 요구가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며 “국회 요구 자료가 들어오면 투명성 보고서로만 갈음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업체에 현재 진행 상황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 '미제출' 부각됐지만…사유 이미 받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자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방미통위는 대부분의 사업자로부터 미제출 사유에 대한 답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법 시행 초기라 자료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업계 역시 법에서 정한 6개월 단위 공표에 맞춰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6개월에 한 번씩 관련 현황을 공표하도록 돼 있어 사업자들도 이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는 법 시행 초기이고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신고가 접수됐다고 곧바로 처리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일부 사업자는 신고 요건을 확인한 뒤 별도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 자율규제기구와 연계해 심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우선 신고 요건이 갖춰졌는지 등을 확인한 뒤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자율규제기구와 협력해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현황을 바로 정리해 제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 시행 전 우려 그대로…현장선 '판단 고심' 법 시행 전부터 업계에서는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지 플랫폼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행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사안마다 사실관계와 맥락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시행 전부터 제기됐던 판단 기준의 부담은 실제 운영 단계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방미통위마저 시행 두 달 만에 자율 운영 체계를 감독할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고 밝히면서, 이번에는 판단 기준을 넘어 제도를 관리·감독하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디까지를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로 볼 것인지, 그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며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은 자율규제기구와 협력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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