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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2차 상폐 확정…法, 위메이드 가처분 신청 기각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WEMIX)'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법원이 위메이드의 2차 거래지원 종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30일 위메이드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4개 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을 결정했다. 위믹스는 국내 최대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에서 쓰이는 가상자산이다. 앞서 위메이드는 지난 2월 28일 위믹스 플레이 브릿지 내 금고 역할을 하는 '볼트'에 대한 외부 공격을 받았다. 이 영향으로 약 865만4860개의 위믹스 코인(약 86억5000만원 상당)이 공격자의 지갑으로 비정상 출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닥사는 지난 2일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위믹스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위믹스 공식 브릿지 '볼트' 외부 공격 이후 관련 중요사항의 공시가 4일 가량 지연됐으며,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명확한 소명과 피해자 보상 방안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위메이드 측은 닥사가 논의 과정·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상폐를 결정했다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상화폐 관련 중요 사항을 성실히 공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믹스 가격 하락을 우려해 이용자들에게 해킹 사실을 공시·통지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상당해 보인다"며 “불충분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인해 공격자의 접속 기록이 일부 누락됐고, 사전 공격행위 탐지가 부족해 최초 침투 경위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국내 거래소에서의 거래 종료 일시는 다음달 2일 오후 3시, 출금지원 종료일은 7월 2일 오후 3시로 예정됐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위믹스 생태계 성장에 대한 위메이드의 의지, 그리고 신념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믹스 거래 정상화와 위믹스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예정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주간 신차] 럭셔리한 한 주…디펜더 OCTA·AMG GT 55·아틀라스 출시

5월 마지막주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신차들이 대거 등장했다. 오프로더의 한계를 확장한 JLR '올 뉴 디펜더 OCTA', 스포츠카의 진수를 보여주는 메르세데스-AMG 'GT 55 4MATIC+', 대형 SUV 시장의 새 강자 폭스바겐 '신형 아틀라스'가 출시됐다. 한층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술,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신차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JLR 코리아가 '2025 데스티네이션 디펜더' 행사를 성황리에 마치고, 디펜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올 뉴 디펜더 OCTA'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올 뉴 디펜더 OCTA는 디펜더의 전통적인 실루엣을 계승하면서도, 28㎜ 높아진 지상고와 68㎜ 확장된 스탠스로 강인한 존재감을 강조한다. 쿼드 테일파이프, 글로스 블랙 프런트 그릴, 전용 프리미엄 컬러(페트라 코퍼, 페로 그린 등)와 글로스 나르빅 블랙 루프·테일게이트 등으로 OCTA만의 독창적이고 세련된 외관을 완성했다. 재설계된 프런트·리어 범퍼와 확장된 휠 아치, 언더바디 보호장치, 브렘보 캘리퍼의 400㎜ 프런트 브레이크 등은 오프로드와 온로드 모두에서 강인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실내는 세미 애닐린 가죽, 크바드라트 소재, 바디 앤 소울 시트 등으로 럭셔리와 첨단이 조화를 이룬다. 새롭게 설계된 퍼포먼스 시트와 15개 스피커의 700W 메리디안 서라운드 시스템, 촙드 카본 파이버 디테일 등 한정판 에디션 원만의 특별함도 더했다. 4.4리터 V8 트윈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최고출력 635PS, 최대토크 76.5kg·m, 다이내믹 런치 모드 시 81.6kg·m)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초 만에 도달한다. 최대 1m 도강 성능, 디펜더 최초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 'OCTA 모드' 등 첨단 오프로드 전용 기능을 탑재해 온·오프로드 모두에서 최적의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국내 판매 가격은 2억2497만원(에디션 원 2억4257만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고성능 2도어 쿠페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55 4MATIC+'를 국내 공식 출시한다. 신형 AMG GT는 전통적인 AMG 스포츠카의 비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긴 보닛과 강조된 파워돔, 볼륨감 있는 휠 아치, 21인치 AMG 10 트윈 스포크 단조 휠 등으로 역동적이고 클래식한 스포츠카 감각을 살렸다. 전면부는 낮고 넓은 그릴과 LED 헤드램프, 측면의 강렬한 캐릭터 라인, 후면의 슬림한 테일램프와 고정식 리어 윙(론치 에디션 적용)으로 고성능 쿠페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실내는 2+2 시트 구성과 최대 675L까지 확장 가능한 트렁크, 11.9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디지털 계기판, 파노라믹 루프, 나파 가죽 마감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 등으로 고급감과 실용성을 모두 잡았다.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M177)과 AMG 9단 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476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후륜 조향, AMG 퍼포먼스 4MATIC+ 등 첨단 섀시 기술이 적용됐다. 10대 한정 론치 에디션에는 전용 컬러와 고성능 세라믹 브레이크, 고정식 리어 윙 등이 적용된다. 폭스바겐코리아가 동급 최대 차체(전장 5095㎜, 전폭 1990㎜, 전고 1780㎜)와 넓은 실내, 첨단 사양을 갖춘 대형 SUV '신형 아틀라스'를 국내 출시했다. 신형 아틀라스는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R-Line 디자인 패키지가 기본 적용돼 대형 SUV 특유의 볼드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전면부는 LED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싸는 랩어라운드 스타일의 LED 주간주행등, 중앙 일루미네이티드 프론트 로고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후면은 좌우가 연결된 LED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와 일루미네이티드 리어 로고, 바디 컬러 리어 범퍼, 크롬 듀얼 배기구 등으로 스타일리시함을 더했다. 실내는 퀼팅 패턴의 프리미엄 비엔나 가죽 시트,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고급감과 첨단성이 돋보인다. 2.0L TSI 가솔린 터보 엔진(최고출력 273마력, 최대토크 37.7kg·m)과 8단 자동변속기, 4MOTION AWD 시스템이 기본 탑재돼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안정적 주행이 가능하다. 7인승(2+3+2)과 6인승(2+2+2) 두 가지 시트 타입, 최대 2,735L의 트렁크 공간,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12인치 인포테인먼트, IQ.드라이브 첨단 주행 보조 등 풍부한 편의·안전 사양이 특징이다. 견인 장치 기본 장착, 최대 2268kg 견인력, 공인 복합연비 8.5km/L. 가격은 6770만~6849만원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경기도, ‘AI 혁신클러스터’ 6개 거점 선정하고 구축 ‘본격화’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30일 '2025년 경기 AI 혁신클러스터 조성 사업'최종 대상지로 기존 조성 예정지인 판교, 성남일반산업단지(하이테크벨리) 2곳과 함께 시흥시, 부천시, 하남시, 의정부시 등 4개 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 AI 혁신클러스터'는 총 6개의 거점을 구축하게 된다. 도에 따르면 '경기 AI 혁신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AI 기반 산업 생태계 구축 △시·군 맞춤형 스타트업 육성 공간 마련 △중점산업의 AI 대전환 지원을 핵심 목표로 추진되며 도는 발표 평가와 현장 심사 과정을 거쳐 공모에 참여한 10개 시 가운데 △공간의 적합성 △행정·재정적 지원 및 협력 의지 △조성효과 등이 우수한 4개 시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선정 지역에는 스마트 오피스 환경이 적용된 온·오프라인 융합 업무 공간이 조성되며 글로벌 AI 스타트업 프로그램과 산업 AX(인공지능 대전환. AI Transformation) 지원 사업 등이 연계된다. 도는 AI 혁신클러스터를 통해 지역별 경쟁력 있는 산업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AI 기반 스타트업 성장 인프라를 마련하여 AI 경쟁력 확보와 함께 AI 생태계 활성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기병 경기도 AI국장은 “경기 AI 혁신클러스터는 지역에 특화된 기술과 기업이 AI를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며 “선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르포] ‘K-해양 방산 드림팀’이 수놓은 ‘마덱스 2025’…관통 키워드는 ‘무인’

“HD현대와 한화 관계자 제위께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이하 마덱스) 2025에 적극 참여해주셔서, 또 첨단 무기 체계로 강한 해군으로 만들어주심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해군은 안보 환경 변화나 첨단 과학 기술 발전에 따라 함정 수요를 적극 선제적으로 창출함으로써 HD현대와 한화를 비롯한 방산업계 내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고, 전력 강화에 노력을 기하겠습니다."(양용모 해군참모총장) 지난 28일부터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는 마덱스 2025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격년으로 열리는 행사인 만큼 2023년 5월 이후 다시 찾은 이곳에 대한 기대도 컸고, 그랬던 만큼이나 감회가 새로웠다. 행사장의 넓이도 상당했지만 참가 인원도 1만5000명에 이를 정도로 입구부터 실내까지 인산인해를 이뤄 북적북적했다. 각 부스마다 취급하는 제품이나 솔루션은 모두 달랐지만 이번 마덱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무인(無人)'이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며 군(軍)을 위시한 방산업계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자원 부족 문제가 부상하고 있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무인화 무기'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HD현대중공업 부스에서는 인공 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 전력 기함인 '기동형 무인 전력 통제함', '미래형 무인 전력 모함', 그리고 '전투용 무인 수상정(USV)'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병력 부족 시대에 맞춰 전투용 무인 수상정 등 무인 체계가 대세"라며 “개발 중인 전투용 무인 수상정은 150톤급으로, 기존 탐지·정찰용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전투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 전투용 무인수상정은 개념 설계 사업을 해군으로부터 수주해 본격 개발에 돌입했고, AI·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팔란티어·안두릴 등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도 추진 중이다. '미래형 무인 전력 모함'은 길이 200m, 만재 배수량 2만 톤에 달하고, 2층 가판 구조·전자기 사출기·어레스팅 와이어를 적용해 고정익 무인기 약 20여 대를 운용할 수 있다. 후방 웰독과 측면 도어를 통해 무인 잠수정·수상정도 운영할 수 있고, 필요 인력은 100명 수준으로 대폭 감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같은 미래 함정의 전력화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핵심 요소기술 개발·체계 통합 협력이 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장에서 HD현대중공업은 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3자 간 다목적 무인 전력 모함 개발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LIG넥스원은 해군 최초 정찰용 무인 수상정 체계 개발 제품을 비롯, 자폭용 무인 수상정 등 2종을 전시했다. 정찰용 무인 수상정은 2027년 12월 사업 종료를 목표로 개발 중이고 2028년부터 해군에 20여 척이 납품될 예정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미래 컨셉 무인 수상정 '해검-X'는 20mm 기관총, 2.75인치·130mm 유도 로켓 등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폭용 무인 수상정은 비궁 발사대 등 추가 무장으로 단순 자폭 외 미사일 공격도 가능한 전천후 무기 체계라는 게 강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폭용 무인 수상정이 주목받은 이후 군집 편대로 적 함정에 동시다발적 공격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시스템은 해상전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자폭용 무인 수상정 △감시·정찰용 무인 수상정 △무인 잠수정 등 '전투용 무인 수상정'을 이번에 최초 공개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유·무인 복합 체계의 핵심은 지휘 통제함과 그 아래 움직이는 무인 수상함·무인 잠수정 등 계층적·연결형 네트워크"라며, “위성·통신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명령과 정보 전달이 가능한 '멀티 레이어드 하이퍼 커넥티비티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조선·무기·위성 등 토탈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또 무인 솔루션은 단순 병력 절감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의 병사 희생을 줄이고 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도 했다. KAI는 해병대·해군 전력화용 상륙 공격 헬리콥터·소해 헬리콥터 등과 동시에 유·무인 복합(MUM-T) 운용 개념을 적용한 헬리콥터와 드론 솔루션을 선보였다. 실제 소형 무장 헬리콥터 '미르온'은 올해부터 육군 항공학교에 납품을 시작했고, 2차 양산부터는 야전 부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KAI 관계자는 “공중 발사 드론(ALE) 등 유무인 복합 체계를 통해, 위험 임무를 무인기가 먼저 수행하고 유인기가 뒤따르는 작전 성공률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중고도 무인기 △소형 자폭 무인기 △저피탐 무인 편대기 △AI 소형 협동형 전투 무인기 △표적기 등 다양한 무인기 플랫폼을 전시했다. 한화오션과 협력해 무인 함정에서 무인기를 운용하는 미래형 운용 체계도 연구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군에 납품 중인 중고도 무인기를 해군용으로 개조해 소요 확장을 추진 중"이라며 “표적기는 국산화로 단가를 낮춰 해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로템은 자율 주행·AI 기술이 집약된 '다목적 무인 차량(UGV)'을 선보였다. 이 차량은 3년간 육군 6사단 등에서 실전 테스트를 거쳤으며, 상륙함 탑재를 통한 해병대 운용도 가능하다. 차륜형 구조로 시가전 등 현대 전장 환경에 적합하며, 공기 주입식이 아닌 다중 격실 타이어로 피탄 시에도 주행도 할 수 있다. 환자 후송이나 임무 장비 탑재, 통신 중계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모듈식으로 활용할 수 있고, 민수용으로는 소방·공항 등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자율 주행 기술이 적용됐고, 바퀴마다 개별 동력이 들어가 국내 산악·불규칙 지형에 최적화됐다"며 “한국군이 실제로 운영하며 얻은 데이터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과 기술 신뢰성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미래 해군의 청사진은 유·무인 복합 체계와 AI, 네트워크 중심의 '대양해군'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덱스 2025 현장에서 확인된 건 K-방산의 혁신이 단순한 전력 증강을 넘어 미래 전장 환경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디스플레이 업계 ‘불확실성 파도’ 기술력으로 넘는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관세 전쟁, 중국 저가 공세, 공급망 리스크 등 '불확실성 파도'를 넘기 위한 돌파구로 '기술력'을 택했다.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일(이하 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참가해 차세대 기술인 '울트라씬 원'(UT One)을 최초로 공개했다. UT One은 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최초로 '1헤르츠 가변 주사율'이 가능한 차세대 저전력 기술이다. 기존 패널 대비 소비전력을 30% 더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UT One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경우 줄어든 무게만큼 노트북 등의 배터리 용량을 늘리거나 휴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15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행사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5'에서 성능이 개선된 '전계발광 퀀텀닷'(EL-QD)을 공개하기도 했다. EL-QD는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이용해 적녹청(RGB) 픽셀을 구현한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00니트(nit, 1니트는 촛불 한 개의 밝기) 고휘도 제품과 264PPI(1인치당 픽셀 수) 고해상도 제품 등을 소개했다. 고휘도 제품은 작년 대비 화면이 50% 이상 밝아진 게 특징이다. 고해상도 제품도 기존 202PPI 제품보다 픽셀 밀도를 더 높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센서 OLED 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특정 부분이 아닌 화면 전체에서 지문을 인식하고 빛으로 혈류량을 측정해 심혈관 건강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라인업 확대와 기술 고도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4세대 OLED 패널에는 RGB 소자를 독립적으로 쌓아 빛을 내는 독자 기술인 '프라이머리 RGB 탠덤' 구조를 넣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이 제품은 이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휘도 4000니트를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 4세대 OLED 패널 신기술 연구 논문은 SID에서 '올해의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휘도, 색 표현력, 에너지 효율 등 측면에서 기존 대비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4세대 OLED 패널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세계 최초로 양산 라인에서 청색 인광 OLED 패널 제품화 성능 검증에 성공한 것도 LG디스플레이 기술 리더십 확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OLED 패널의 발광 방식은 크게 형광과 인광으로 나뉜다. 형광은 전기가 들어오면 바로 반응해 빛을 내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발광 효율은 25%에 그친다. 인광은 전기를 받은 뒤 잠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빛을 내는 방식이다. 기술 난도는 높지만 발광 효율이 100%에 달한다. 빛의 삼원색(적녹청)을 모두 인광으로 구현한 OLED 패널은 '꿈의 제품'으로 불린다. 다만 청색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 인광 구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LG디스플레이는 아래층에 청색 형광 물질을, 위층에는 청색 인광을 쌓는 '하이브리드 투스택 탠덤' 구조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OLED 패널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을 15% 가량 절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불확실성 파도'를 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통상 갈등,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공세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자 시야를 더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패널 출하는 어느 정도 수요가 있었지만 세트 부문에서 좋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관세 변수로 인한 고객사 '선구매 효과'로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애플의 폴더블폰 시장 진입 등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지만 추세적인 업황 반등을 이끌 소재로 작용하기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에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중국 업체들 견제를 위해 '기술 장벽'을 쌓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OLED 시장 내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금액 기준 점유율은 2022년 81.3%, 17.9%로 격차가 컸지만 지난해에는 67.2%, 33.3%까지 좁혀졌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차별화'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로 꼽힌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계) 대외환경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전체적인 수요 증가를 가정하기는 어렵다"며 “외부 환경에 적게 영향을 받는 동시에 구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업체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200억원 횡령·배임 혐의 조현범 회장, 1심 징역 3년 ‘법정구속’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및 배임수재 등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2020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은 점을 고려해 형을 구분해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약 75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회사 자금과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에서 타이어 몰드를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도록 해 한국타이어에 131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조 회장은 건설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으나 최후 진술에서 “모든 게 제 불찰이고, 깊이 반성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선고 직후에는 “판사님께서 정해주시는 벌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1심 판결에 대해 조 회장 측과 검찰 모두 항소할 가능성이 있어 2심 등 추가 법적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조 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경영 공백 및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한국지엠, 자산 매각에 철수설 재부상…‘관세 후폭풍’ 현실화

한국지엠이 결국 구조조정에 나섰다. 서비스센터와 유휴자산 등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모그룹인 미국 GM 본사가 현지 엔진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까지 밝히면서 한국지엠의 철수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일부 유휴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엠은 이번 자산 매각이 '운영 효율화'와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사업장 사장은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센터 운영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각 대상은 서울, 동서울, 인천, 대전, 원주, 전주, 광주, 창원, 부산 등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의 일부 유휴 시설 및 토지다. 한국지엠은 기존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고객 지원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직영 센터 직원은 전환 배치해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 및 협력업체들은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니라 '철수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미 2019년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전례가 있고 GM본사가 해외에서 수익성 악화 시 철수를 결정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GM은 과거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유럽, 인도 등에서 수익성 악화 시 현지 공장 매각·철수를 단행한 바 있다. 한국지엠은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로 수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지엠은 전체 판매의 85%를 미국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인데 이번 관세로 예전 같은 판매량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더불어 수출을 제외하면 한국시장서 1분기에 5000대도 팔지 못하는 '내수 꼴찌' 처지이기에 한국지엠의 상황은 더욱 위태롭다. 특히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모기업 GM의 현지 위주 움직임 때문이다. GM은 미국 뉴욕주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6세대 V8 가솔린 엔진 생산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원래 전기차 모터 생산에 4000억원을 투자하려던 계획을 접고 내연기관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에 대규모 투자를 위해 자산 매각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한국지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GM은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해 현지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GM은 전체 생산량의 85~90%를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라 관세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비용 감축과 자산 매각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지엠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2조원에 달한다. 공시지가보다 실제 시세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조원대 보유 토지를 매각할 여지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지엠은 당장 철수보단 정부와 협상을 우선시할 전망이다. 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정부와 협상 끝에 81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 10년간 사업 유지 약속을 한 전례가 있다. 이 약속은 2028년에 만료된다. 이번에도 GM이 철수설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한국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GM은 “관세가 장기화하면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지엠이 철수할 경우, 1만1000명의 직접 고용과 3000여 협력사, 14만명에 달하는 연관 근로자 등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사실상 미국을 위한 공장인데, 관세로 존재 가치가 희석되면서 철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新가전 추격전’… 입지 다진 LG, 반격 나선 삼성

LG전자가 신(新)가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상 공간을 재해석한 혁신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하며 시장 지형을 선도 중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기술 차별화 전략을 중심으로 신가전 분야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신가전 라인업을 다각도로 확장하며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이동식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스탠바이미'다. 무빙스탠드 디자인과 무선사용 기능을 앞세운 이 제품은 침실, 주방, 서재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제품 출시 초기 예약판매 당시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출시된 후속작 '스탠바이미2' 역시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의 누적 판매량은 전작 같은 기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스탠바이미2는 제품 분리 방식을 개선해, 버튼 하나로 화면부를 스탠드에서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스탠드에 내장돼 있던 배터리도 화면부로 이동시켜,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해졌다. 또한 책상 위에 세워 쓸 수 있는 폴리오 커버, 이동이 편리한 스트랩 액세서리, 액자처럼 벽에 거치할 수 있는 홀더 등 활용 방식이 다양해지며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주거 공간뿐 아니라 사무실, 교육 현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류관리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일러'는 시장 점유율 1위를 꾸준히 기록 중이며, 위생 기능을 강조한 체험형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OTT 보급 확산과 맞물려 성장 중인 국내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제맥주 제조기, 가정용 식물 재배기 등으로 신생활가전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신가전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가전 분야에서 다소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 중심의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삼성은 최근 터치 기능을 적용한 가정용 초단초점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5'를 출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제품은 약 43㎝ 거리에서 최대 100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으며, 벽·바닥·테이블 등 평면이 있는 어디서든 대형 스크린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초단초점 기술은 좁은 공간에서도 대형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 대형 TV 설치가 어려운 환경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일반 프로젝터가 100인치 화면 구현에 3~4m 거리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초단초점 제품은 20~50㎝만으로 동일한 크기를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가 화면 앞을 지나가더라도 영상이 끊기지 않아 몰입감도 높다는 평가다. 이동식 스크린 시장에서도 삼성은 새로운 카드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탠바이미에 맞서는 무선 이동식 스크린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OLED 및 QLE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옵션을 제공하며, 하드웨어 스펙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가전 제품군 전반에서도 삼성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인원' 콘셉트를 내세운 로봇청소기 및 세탁건조기 통합 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제적으로 출시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올인원 제품을 선보였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2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세탁건조기의 경우 고성능과 합리적 가격대를 동시에 갖춘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신가전이 향후 가전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존 TV·냉장고·세탁기 등 전통 가전은 교체 주기가 길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반면, 신가전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매출 성장은 신가전 흥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LG전자는 신가전 사업 확장세에 힘입어 2023년 생활가전 부문이 사상 첫 연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신가전 분야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양사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이동성, 공간 연계성 등 다층적인 영역에서의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 가전제품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신가전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험 설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대선 주자 ICT 공약 살펴보니…AI 육성에 무게, 방송·통신은 후순위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별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선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에 무게중심이 쏠리며 방송·통신 정책이 후순위로 밀린 모양새다. 29일 각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집을 살펴보면, ICT 분야 정책은 AI 관련 공약으로 주를 이뤘다. 나란히 100조원대 규모 투자 계획을 앞세운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부 폐쇄망 기반 멀티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한국형 AI 클러스터 조성 △모두의 AI 프로젝트 등을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AI 공약은 △20만명 규모의 AI 인재 양성 △민관합동 100조 펀드 조성 △차세대 AI 기술 확보 △AI 스타트업·벤처 육성 등으로 압축된다. 규제 개혁과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진 점이 특징이다. 다만 방송·통신 공약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대선마다 표심잡기를 위한 '단골 공약'으로 꼽혀오던 통신비 인하 관련 공약도 이번엔 존재감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이 후보가 △통신비 세액공제 △군 장병 통신요금 50% 할인 △농산어촌 데이터요금 경감 등을, 김 후보가 △저소득층·학생·노인 할인혜택 강화 △통신업계 경쟁 활성화로 통신비 경감 등을 제시한 게 전부다. 공통적으로 오는 7월 폐지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대한 후속책 마련에 주목했다. 자급제폰(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를 통해 구매한 새 단말기) 확대 및 알뜰폰 육성 방향은 두 후보 모두 결을 같이 한다.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및 시설 확대를 통해 품질 및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도 대체로 동일하다. 이 후보는 △전 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QoS) 도입 △이용자 중심 데이터 활용제도 확립 △5 세대 이동통신(5G) 공공 와이파이 광역 지하철 전반 설치 등을 제시했다. 김 후보의 경우 △최적요금제 고지 △선택약정 할인제도 개선 △5G-LTE 통합요금제 도입 △망(네트워크) 도매대가 사전규제 부활 등을 내놨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기존보다 줄어든 이유로는 통신업계 반발에 대한 부담과 통신비 부담이 경감되고 있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계청 조사를 살펴보면, 국내 소비지출 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은 지난 2008년 7%에서 2023년 기준 5% 수준으로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디지털경제전망 보고서 2024'를 통해 우리나라의 통신 요금이 전체 38개국 중 최대 2번째, 최소 10번째로 저렴하다고 밝혔다. 요금제별로 최소 7.3달러, 최대 14달러 수준이었다. 차기 정부로선 요금 인하 촉진 명분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통신 요금 인하 공약이 전혀 없는 가운데 후보들 또한 AI/DX 육성론을 내세우고 있는 모양새"라며 “과거 통신비 규제 강도는 네트워크 투자 규모와 반비례했는데, 통신사 투자가 줄면 인하 압박이 높아진 반면 증가했을 경우 요금 인상을 일정 부분 용인해 왔다"고 분석했다. 통신 3사와 그 계열사를 주축으로 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포털·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대표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갈등이 첨예한 망 사용료의 경우, 양 후보 모두 사후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사적 계약의 자율성을 우선시하되, 계약 과정에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의 우월적 지위가 남용되거나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사후규제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미디어 관련 공약의 경우, 두 후보 모두 방송광고 규제 완화 및 일관된 기준 적용을 내세웠다. 김 후보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시청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방송광고 금지·제한 품목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콘텐츠 사용료의 경우, 이 후보가 투명한 산정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자율 협상을 원칙으로 하되, 정부의 갈등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논의를 수 년 째 이어 왔지만, 이를 둘러싼 지상파·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유료방송(인터넷TV(IPTV)·위성방송) 등 사업자 간 입장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오픈AI, 왜 한국을 선택했나…K-AI의 강점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서울에 공식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예고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도쿄, 싱가포르 등에 이은 행보다.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가 한국을 찾은 것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은 주요 기술·정책·사회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오픈AI는 진출한 일본과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이를 통해 오픈AI의 한국 내 활동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업계의 설명이다. 29일 AI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탠포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HAI)가 450페이지 분량으로 발간한 'AI 인덱스 리포트 2025'를 보면 한국의 AI 관련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출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은 17.3건을 기록해 룩셈부르크(15.3건), 중국(6.1건), 미국(5.2건)을 모두 상회했다. 인구 규모 대비 고밀도의 지적 재산 축적이라는 점에서 기술 혁신 기반의 질적 수준을 보여준다.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도 한국은 세계적 수준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은 3만14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해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등 고정밀 산업 분야에서 AI 통합이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영역에서도 경쟁력은 확인된다. 스탠포드 보고서는 한국을 전 세계에서 K–12 정규 교육 과정에 AI 교육을 명시적으로 포함한 소수 국가 중 하나로 소개했다. 또 2022년 기준, 한국은 약 3만7000명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고등 교육 졸업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석사 졸업자는 9716명, 박사 졸업자는 247명이다. 오픈AI가 연구·개발 역량 확보를 위해 고급 인재가 밀집된 국가를 우선 고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수치는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인 전략적 요소로 작용한다. 사회 수용성도 높은 편이다. AI 인덱스에 포함된 글로벌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과 함께 AI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보이는 국가군에 포함된다. 이는 AI 제품 및 서비스의 조기 상용화, 베타 서비스 수용, 신규 기능 테스트 등에 유리한 조건이다. 한편 오픈AI는 2023년 이후 일본, 싱가포르,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에 지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싱가포르는 한국 지사 설립의 기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유효한 사례로 평가된다. 2024년 4월 문을 연 도쿄 지사에서 오픈AI는 일본어에 최적화된 GPT-4 모델을 공개했다. 일본 내 사용자 경험과 언어 데이터를 반영해 응답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기존 모델 대비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SB OpenAI Japan'을 설립하고, 그룹 내 AI 솔루션을 우선 적용한 뒤 외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추가로 일본 22개 지자체와의 협업도 병행되고 있다. 싱가포르 지사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허브로 기능 중이다. 오픈AI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AI Singapore와 협업해 동남아 언어 및 문화 특성을 반영한 로컬화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모빌리티 기업 Grab과는 AI 기반 고객 응대 시스템 및 지도 정보 업데이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다. 2024년부터 싱가포르는 OpenAI의 데이터 레지던시(Data Residency) 제도가 적용되는 국가에 포함되어, 기업 고객의 데이터가 자국 내에 저장된다. 오픈AI는 한국에서도 데이터 레이던시를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이슈인 데이터 주권에 대해서도 우려 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행보는 오픈AI가 각 국가에서 단순한 지사 기능을 넘어, 현지화된 모델 개발, 대기업 협력, 정책 연계, 인프라 구축 등 다차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오픈AI가 한국에서 수행할 주요 역할로는 △한국어에 특화된 GPT 모델 고도화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 대상 ChatGPT 엔터프라이즈 도입 △산학연 협력 기반 연구 거점화 △현지 AI 인재 채용 및 육성 △AI 인프라 투자 및 정책 파트너십 등이 거론된다. 특히 정부 차원의 정책 연계 가능성도 크다. 오픈AI가 주도하는 'OpenAI for Countries'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국에 AI 데이터센터나 모델 테스트 인프라 등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은 기술, 산업, 교육, 사회 수용도, 정책 환경 모든 면에서 AI에 최적화된 국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오픈AI가 수행한 현지화 전략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나아가 더 확장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단순한 기술 수용국이 아니라, 글로벌 AI 전략 속에서 실질적인 실험과 확산이 가능한 '기술 실증 국가'"라며 “오픈AI의 한국 지사는 단순한 지사 개설이 아닌 전략적 전환점의 출발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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