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세운4구역 재개발 20년…협의체 진행에도 ‘시계 제로’](http://www.ekn.kr/mnt/thum/202603/news-p.v1.20260319.a535450c863b4f86903b91ce7ecf4796_T1.png)
국가유산청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세운4구역에서 시추를 했다는 이유로 SH를 16일 고발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인허가 중단을 전제로 전제로 3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17일 서울시는 SH를 고발한 국가유산청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서울시·국가유산청·주민·전문가로 구성된 4자 협의체를,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청·서울시·종로구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원한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협의체 구성을 달리 가져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의체가 좌초된다면 대안은 있을까? 2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세운4구역 재개발 논의는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과거 문화재청)간 충돌이 장기화 되면서 재개발 사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됐다. 기관 간 힘겨루기에 어떤 주제가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지 목표조차 선명하지 않은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설명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강북전성시대' 정책의 일환으로서 재개발을 통해 도심을 리모델링해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녹지 축을 만들어 도심에 녹지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이 막고 있는 고도 제한을 풀어 건물을 높이 짓고, 사업성을 개선해 유동인구를 높여 도시에 활력을 찾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구상은 처음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던 2006년부터 시작됐다. 앞서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도 세운상가에 적용되던 종로변 55m 기준을 2배 이상 높이려고 시도했지만 문화재청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었다. 오 시장 1기 시정에서도 역시 같은 심의위원회에서 종묘 경관 훼손 우려로 반려됐다. 2011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취임하고서도 사업은 이어졌다. 시장이 바뀌면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둘러싸고 부침이 있었다. 문화재청 심의는 5년 간 이어져 2014년이 되어서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고도 기준이 정비됐다. SH는 이 심의결과를 기반으로 2021년까지 사업을 진행했다. 수익성 저하로 설계 공모 선정이 3년 늦어지긴 했지만 재개발 사업계획 막바지 단계를 거쳐 지상 20층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2022년 재보궐선거로 오 시장 2기 시정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 시장은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를 '녹지생태도심재창조전략' 핵심 사업지로 선정하고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다시금 고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과거에 이미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모두 받았으나 고도를 2배 가량 상향하면서 사업시행계획을 새롭게 짜야 했다. 이때부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의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서울시는 제도 정비에 들어갔다. 2023년 서울시의회는 문화재 주변 100m 밖 규제를 풀기 위해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문화체육부 장관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지난 16일에는 국가유산청이 SH를 고발했다. 매장유산 유존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세운4구역에서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시추를 했다는 이유였다. 현행 법령상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개발 공사는 행정적 완료 조치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의 권고, 정치권을 통한 압박 등 다방면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국가유산청은 14일 유네스코세계유산센터로부터 강력한 입장표명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4월 서울시는 유네스코로부터 세운지구 재개발 추진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우선 실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고시 변경을 통해 세운4구역의 고도를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상향했다. 이에 유네스코가 사업승인을 중단하라고 한 차례 더 권고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은 “두 차례 권고에도 서울시가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유네스코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세운4구역의 개발 인허가 절차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 확인 서한을 3월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세계유산위원회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존의제로 상정한다는 것은 이 유산이 심각한 훼손 위기에 처해있다고 판단해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감시체계에 올리겠다는 의미다. 정치권을 통한 압박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10일 김민석 총리가 종묘를 방문해 서울시의 개발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해지될 정도로 위협적"이라며 “이번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과 제도 보완 착수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12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부·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이 어떻게 돼가느냐"고 물으며 사실상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오 시장은 “수박 겉핥기식 질의응답"이라며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국가유산청은 국무총리 산하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인허가 조정 신청을 하기도 했다. 법에 의해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운4지구 재개발 사업에 부정적 의중을 비친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라는 점에서 서울시는 입장을 내 강하게 반발했다. 오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이 정치화되면 합리적 해결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가유산청의 법적 대응에 대해선 “고도 변경과 관련한 제안은 기관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국가유산청이 '어느 날 갑자기 매우 급발진'을 해서 공격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법적 대응을 비롯해 유네스코를 앞세워 다방면으로 압박을 가해 정쟁화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라고 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SH 사장을 맡았던 김세용 고려대학교 도시연구원 교수는 서울시가 사업계획을 바꿔 고도를 상향하는 것은 이제와 논쟁하면 안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시민과 약속을 하고 진행을 했는데 그걸 왜 뒤집느냐"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법대로만 하면 당연히 정당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며 “세운4구역 재개발이 문제 되는 건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국가유산 보존에 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문화유산법에 따라 문화유산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문화유산 보호라는 공적가치를 위해 사유재산 개발을 제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년간 지역을 지킨 주민들의 이익과 세계유산 경관 보호라는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 서울시는 4자 협의체를 제안하며 서울시·국가유산청·주민·전문가가 협의체에 포함되기를 원했다. 국가유산청은 협의체 논의에 응하며 주민과 전문가 대신 종로구를 구성에 포함시키고자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다루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3자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주요 행정기관인 종로구청장을 포함시켜 실효성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함이라 설명했다. 관계자들 모두 아직 협의체가 개최되지 않은 만큼 협의체에서 어떤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어질지는 알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상생을 위해 열린 상태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협의체 구성을 두고 기관마다 각자의 셈법이 다르다. 서울시가 주민을 협의 주체로 포함시키려는 것은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여론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유산청은 20년 째 개발을 기다린 주민들을 협의체 주체로 포함시키는 것은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의 입장과 주민의 입장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민들 중에는 고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감소 등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이상 개발 논의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존재한다. 오 시장 2기 시정에 들어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고 고도를 두 배 가까이 올리지 않았다면 인허가 충돌도, 유네스코의 잇따른 권고도 없었을 수 있다. 협의체가 결렬될 경우 양측 모두 비용을 치러야 한다. 서울시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재개발 사업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유네스코 제재가 현실화 되면 그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유산청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에 대한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협의체가 풀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은 종묘 경관이라는 이익과 주민 재산권이라는 이익이 충돌 할 때 어느 쪽에 얼만큼 가중치를 둘 것인지다. 협의체는 현재 서울시 안(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과 기존 합의안(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 사이 어느 지점에서 두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지 답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가유산청이 기존 합의안의 고도를 정하는 데에 5년이 소요됐다. 이번 협의체 결성을 통해 세운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지 시험대에 선 상황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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