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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비싼 빚’에 LH 주택 공급, ‘빨간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 부담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떠받치는 핵심 기관인 LH가 최근 6%대 금리의 30년 만기 구조화 채권을 발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공주택 공급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LH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급전 조달이 아니라 조달 방식 다변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LH 재무구조 자체가 위험 수위에 접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공시된 LH 최근 5개년 결산서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LH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사실상 한계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LH의 영업이익은 437억 원에 그친 반면 금융원가는 7134억 원에 달해 이자보상배율은 0.05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의 약 5%만 감당할 수 있는 구조다. 부채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LIO 공시에 따르면 LH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2023년 말 152조8473억원에서 2024년 말 160조1055억원으로 늘었고 2025년 3분기에는 165조2056억원까지 증가했다. LH 부채는 약 160조원 규모로 국토교통부 연간 예산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금융비용 증가도 부담 요인이다. LH 금융원가는 2021년 5634억원에서 2023년 7134억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1조346억 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2025년 상반기 금융원가만도 5809억원에 달한다.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금융비용이 상당 부분을 잠식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 분석도 비슷하다.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말 기준 LH 총차입금을 97조4307억원, 순차입금을 92조6079억원으로 평가했다. 부채비율은 217.7%, 차입금 의존도는 41.7% 수준이다. LH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부채는 2024년 160조 원에서 2027년 212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H 재무 부담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구조다. LH는 토지 보상과 택지 조성, 기반시설 구축, 공공임대 건설 등에 먼저 자금을 투입한 뒤 분양이나 택지 매각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전형적인 '선투입·후회수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3기 신도시 개발과 공공임대 확대 정책은 초기 투자 규모가 막대하다. 문제는 기존 수익 모델도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LH는 신도시 택지 매각 수익으로 공공임대 사업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주택 경기 둔화와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으로 민간 건설사의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공동주택용지 매각이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택지 매각이 지연될 경우 LH의 주요 현금 유입 창구가 약화되고 부족한 자금은 채권 발행이나 금융 차입으로 메워야 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LH의 부채 관리 전략은 토지 및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주택 경기 침체로 택지 수요가 위축될 경우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감축 전략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목표 역시 충돌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LH를 공공주택 공급 확대의 핵심 실행기관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해 부채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공급 확대와 재무 긴축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LH의 재무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구조적 충돌은 실제 사업 지연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5년간 LH가 사업 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공공임대·공공분양 주택은 2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미착공 물량의 약 8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사업 승인 이후 3년 이상 착공하지 못한 물량도 2만 가구를 웃돈다. 정치권에서는 LH 부채가 16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토지보상 집행이 줄어들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LH 토지보상금 집행액은 2020년 8조4470억원에서 지난해 4조220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한편 LH는 최근 구조화 채권 발행 논란과 관련해 “유동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 조달 다변화 차원이며 이자율 스왑을 통해 실질 조달금리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5~2026년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최근 채권 발행은 재무 위기 상황에서 급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자금 조달 다변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LH는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주택 공급을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공급 확대나 사업 구조 방향을 LH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라며 “임대주택 물량이 확대되면 구조적으로 추가적인 적자 사업이 발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최근 건설 경기 상황과 관련해선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여건이 쉽지 않은 측면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지역별로 사업 상황이 다르고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LH는 건설경기 회복과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약 18조 원 규모의 공사·용역 발주 계획을 수립했다. 전체 발주 물량의 약 70%가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주택 사업에 집중됐다. LH는 올해 공공주택 5만2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대규모 투자와 재무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여서 LH 재무 안정성과 공공주택 공급 정책 사이의 균형이 과제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공공주택 건설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임대주택의 경우 장기간 임대 운영 수익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LH 부채가 일정 수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LH는 부채뿐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자산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준공된 임대주택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 등 금융 구조를 활용한 재무 개선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임 교수는 “최근 건설비 상승 등으로 LH의 사업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과 함께 LH 자체적인 재무 구조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저유가 늪’ 이어 ‘확전 우려’…숨죽이는 건설업계

트럼프의 증산요구로 저유가 기조에 시달리던 중동시장에 이란 전쟁 리스크까지 겹치자 건설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중동 발주 환경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동 건설 발주는 산유국 재정 상황과 국제유가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OPEC+는 2023년부터 유가방어를 위해 감산 정책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유가 하락 압력을 시사하자 OPEC+ 8개국은 증산에 나섰다. 다만 OPEC+ 국가들이 증산에 나선 배경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셰일 산업을 견제하고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는 것이다. 그해 4월 국제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60달러(약 8만8065원)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하락은 산유국 재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국부펀드(PIF) 재정 부담이 커졌다. 2025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재정균형유가는 배럴당 90달러(약 13만2111원) 이상이다. 이에 사우디는 석유 수출량 확대와 산업 다각화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까진 중동 경제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10월 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석유 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사우디 경제 성장률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3.7%로 전망됐다. 건설시장 전망도 밝았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이 비석유 산업 다각화, 인프라 개선, 디지털화, 비즈니스 환경 경쟁력 강화, 민간 부문 육성 전략을 추진하면서 올해 중동 건설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약 11.2% 성장한 6322억 달러(약 93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의 비석유 부문이 중동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러한 전망은 역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현재 현지 상황을 점검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모두 현재까지 공사 지연 등 직접적인 영향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네옴 런닝 터널 공사', '아미랄 유틸리티 공사', '자푸라 유틸리티 공사' 등 주요 중동 프로젝트 대부분을 사우디에서 진행 중이다. 네옴 터널 공사의 경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수행하고 있으나, 당초 지난해 12월 29일 완공 예정이었던 일정이 사우디의 사업 축소 정책으로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이란 전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완공 시점 역시 불투명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동 지역 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임직원의 출장과 휴가 등 이동을 전면 제한하며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메가프로젝트인 '리야드 메트로(Riyadh Metro)' 사업에 참여한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기준 중동 수주 비중이 약 20%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까지 현장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장은 현지 대사관 및 본사와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있다"고 밝혔다. 향후 중동 발주 환경에 대해서는 업계 전반에서 신중론이 제기된다. 중동프로젝트를 대부분 마무리한 DL이앤씨는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건설 시장에도 사이클이 있다"며 “유가 안정 여부를 지켜보며 중동 사업 비중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의 장기화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발주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되느냐"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복구와 보수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발주가 일방적으로 줄어들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건설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3일 리서치 보고서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발주가 위축될 수 있다"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 될 경우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강남 집값 꺾이는 추세인데…신고가 여전한 이유는?

강남3구와 용산을 비롯한 서울 핵심지 아파트 시장이 하락 전환했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시장에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금 여력이 있는 단지에서는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부 상승 사례에만 집중할 경우 왜곡된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강조하며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이후 현장에서는 5월 9일 이전 매도를 노린 급매물이 늘고 있다. 기존 시세보다 3억~4억원 이상 낮은 매물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처음에는 1억~2억원 정도만 가격을 낮추는 흐름이었다. 중개업소에서도 추가 하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빠르게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자 예상보다 더 큰 폭인 3억~4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매물도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일부 단지에서는 예외적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신고가 거래는 동일 아파트 같은 평형에서 직전 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된 경우를 의미한다. 최근 일주일 내 등록된 신고가 거래를 보면,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반포자이는 지난달 10일 전용 194.515㎡가 77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거래보다 7억원(10.0%) 오른 가격이다. 잠원동 신반포4차 역시 17억6000만원(54.3%) 오른 50억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용산구 신동아1차 전용 84.93㎡도 지난달 7일 신고가인 42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보다 매매가가 2억원(5.0%) 상승했다. 신고가 거래는 강남·용산뿐 아니라 실거주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은평구 거성리젠시2차 전용 69.57㎡는 지난달 10일 5억86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보다 4500만원(8.3%) 오른 신고가에 손바뀜했다. 강북구 경남아너스빌 전용 62.7103㎡도 지난달 21일 6억4000만원에 거래돼 1000만원(1.6%) 상승한 신고가를 기록했다. 노원구 한일1차 전용 84㎡ 역시 지난달 10일 6억6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보다 5200만원(8.6%) 상승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신고가 거래 비중은 다소 줄어드는 분위기다. 최근 집계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신고가 비중은 31.8%로 전월보다 1.0%p 감소했다. 특히 용산구는 1월 64.1%까지 올라갔던 신고가 비중이 지난달 59.3%로 4.8%p 줄었다. 지난해 신고가 비중이 꾸준히 늘며 집값 상승 흐름이 이어졌지만, 지난달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투기 근절 의지를 강조하면서 시장이 다소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고가 거래 비중이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1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송파구는 -0.03%에서 -0.09%로 하락 폭이 확대됐다. 강남구도 -0.06%에서 -0.07%로 낙폭이 커졌고, 용산구 역시 -0.01%에서 -0.05%로 낙폭이 확대됐다. 서초구만 -0.02%에서 -0.01%로 하락 폭이 다소 줄었다. 이들 지역은 서울은 물론 수도권 집값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일부 상승 여력이 있는 단지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체 시장 흐름은 하락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상승 거래만으로 시장을 해석할 경우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매매 조건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신고가와 신저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이 전체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하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통계적인 왜곡으로 볼 수도 있고, 향후 가격이 다시 상승해 우상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가가 나올 만한 위치, 그 중에서도 재건축 등 개발 기대감이 있는 입지에서는 가격 상승 여력이 있기 때문에 해당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부 거래 사례에 지나치게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에는 종종 극단값이 나타나는데 여기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면 통계 자체를 부정하는 식의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시로 한 사람이 부산에서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 올라가는 동안에는 전쟁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북쪽으로 갔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서울에 도착해보니 전쟁이 나서 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면, 그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온 셈이 된다. 이런 예외적인 사례는 전체 흐름을 설명하는 데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비행 택시’ 시대 성큼…고양시 첫 시험도시 된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도심항공교통(K-UAM) 인프라의 핵심인 한국형 버티포트 이착륙장이 들어선다. 7일 국토교통부와 고양특례시 등에 따르면 K-UAM 초기 상용화 준비의 일환으로 킨텍스 인근에 실증 거점이 조성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전날 고양시와 부지사용 등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실증 거점 조성 사업은 K-UAM 2단계 사업에 해당하는 도심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1단계 사업은 개활지를 중심으로 한 시범 운영 프로젝트다. 지난 2023년 8월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 내에서 1단계 실증인프라 사업이 시작돼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시험장은 대지면적 2만131㎡ 규모로 이착륙장 1곳, 계류장 2곳으로 이뤄져있다. 격납고 등 시설은 건축 면적 998㎡ 규모다. 고양시에서 진행될 2단계 사업은 도심 환경에서의 운항 안전성과 운영체계를 종합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다. 특히 단순 이착륙장 조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시범사업과 민간 상용화를 전제로 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사업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내 고양시에 이착륙장을 우선 구축해 도심 운항안전성 검증에 착수한다. 이어 내년엔 여객터미널, 격납고 등 상설 건축물을 포함한 종합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고양 킨텍스 인근에 들어설 2단계 도심 인프라 구축 사업은 이착륙장 1곳, 계류장 2곳이 대지면적 1만5085㎡ 규모로 지어진다. 여객터미널과 격납고 등 시설은 건축면적 1836㎡ 규모로 건설된다. 고양시 K-UAM 인프라 구축 사업은 단순히 여객터미널 조성에 그치지 않고, K-UAM 상용화를 준비하는 도심항공 종합실증 거점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청사진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여객처리와 지상조업 체계, 기체 정비(MRO) 환경, 운항 통제 및 시설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실제 사용 운항과 유사한 조건에서 운영 절차와 안전기준을 검증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킨텍스 실증 거점 2단계 사업은 이달 제정 예정인 '버티포트 설계기준'이 최초로 적용됐다. 이를 바탕으로 고양 킨텍스엔 이착륙장과 터미널 등 물리적 시설뿐 아니라, 실제 K-UAM 상용 운항 환경 구현을 위한 시스템·운영 기준까지 구현된다. 국토부는 고양 킨텍스에 지어질 K-UAM 인프라를 한국형 버티포트의 표준모델로 자리잡게 할 계획이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번 2단계 인프라는 K-UAM이 실증을 넘어 시범사업과 민간 상용화로 나아가는 핵심기반이 될 것"이라며 “단계적 인프라 구축을 통해 도심 상용화 환경을 차질 없이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홍지선 국토부 2차관 “1·27 공급 대책 주민 불편 최소화할 것”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3기 신도시 교통 확충과 1·27 공급대책에서 발표한 추가 공급 지역의 교통 인프라 보강과 관련해 “주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차관은 5일 세종시 모처 식당에서 취임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통 대책을 비롯해 새만금 공항, 기관장 인사, 다원시스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홍 차관은 지난해 12월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해 올해 1월 2일 취임했다. 우선 홍 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균형발전 기조 아래 '5극 3특'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균형발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고, 기업이 정착해 경제활동을 하려면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사회기반시설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건설 인프라 사업을 넘어 자율주행차, DRT, UAM 등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도시를 구현하는 부처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모든 정책의 전제는 안전"이라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 등도 국토부가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안전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차관은 태릉CC 개발 등 주택 공급 확대에 따른 교통 혼잡 우려에 대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협업해 주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지방정부와 협의하겠다"며 “태릉, 과천 등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민원을 인지하고 있으며, 기존 광역교통대책을 넘어서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GTX 노선 반대 민원에 대해서는 “노선을 억지로 강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GTX는 대심도(大深度)로 건설되기 때문에 일반 철도보다 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문가들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접 지역에서 시공될 경우 진동이나 운행 중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노선 계획 단계부터 주거지를 최대한 빗겨가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도심을 통과할 경우에는 주민 이해를 구하고 기술적으로 안전이 담보된 상태에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요 현안 중 하나인 철도 지하화는 선도사업이 부산, 대전, 경기 안산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 차관은 “철도 지하화는 별도 예산사업이 아니라 부지 개발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전국 지자체로부터 희망 노선을 받아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선도사업을 통해 장단점을 종합 검토한 뒤 연차별 계획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공항 1심 패소 관련해서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조류 충돌 위험 등 1심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보강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전문적 쟁점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다원시스의 열차 부실 납품 사안에 대해 홍 차관은 “현재 감사원 감사로 이관된 상태"라며 “1·2·3차 계약의 선급금 집행 상황을 현장에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차 계약은 해지를 기본 방침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1차 계약은 150량 가운데 120량이 6월 말까지 납품될 예정이고 30량이 남아 있는데, 기한 내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차 계약 역시 연말까지 납품이 완료되지 않으면 해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2년 가까이 공석인 등 기관장 임명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항공사와 도로공사 등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실의 최종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며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며, 최대한 신속히 선임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강남3구·용산 아파트 가격 2주째 하락세…“당분간 분위기 이어질 것”

서울 대표 상급지로 꼽히는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가격이 2주 연속 하락했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1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체 상승률은 0.11%에서 0.09%로 둔화됐다. 특히 송파구는 -0.03%에서 -0.09%로 하락 폭이 확대됐다. 강남구도 -0.06%에서 -0.07%로 낙폭이 커졌다. 서초구는 -0.02%에서 -0.01%로 하락 폭이 다소 줄었으나, 용산구는 -0.01%에서 -0.05%로 낙폭이 확대되며 가격이 하락했다. 서초구를 제외하면 모두 전주 대비 하락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강남 대체지로 주목받으며 큰 폭으로 상승했던 경기 일부 지역이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용인 수지구는 0.61%에서 0.44%로 상승 폭이 축소됐고, 구리시도 0.39%에서 0.16%로 오름세가 둔화됐다. 반면 하남시는 0.31%에서 0.33%로, 화성 동탄은 0.20%에서 0.28%로 상승 폭이 확대돼 지역별 혼조세가 있었다. 이 같은 조정은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망국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강남 3구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출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남권에서는 3억~4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재건축 추진 단지나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에서는 상승 거래가 이뤄지는 등 국지적 혼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수요자 수요가 높은 강북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면서 서울 전체와 경기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권역별로는 5대 광역시가 0.01% 상승했고, 세종시는 0.03% 하락했다. 8개 도 지역은 0.0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전북(0.10%) △울산(0.08%) △경기(0.07%) △경남(0.05%) △부산(0.03%) 등이 상승했다. 반면 △제주(-0.04%) △전남(-0.04%) △충남(-0.02%) △대전(-0.02%) △광주(-0.01%) 등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강남이 서울 주택시장의 '지표' 역할을 하는 지역인 만큼 이번 조정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반기 반등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정부의 추가 정책 방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 같은 흐름이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매물이 7만 건대를 유지하고 있고,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본인 주택을 매각할 정도로 집값 안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5월 9일까지는 양도소득세 증가를 피하기 위한 한시적 매각 시기가 형성됐다"며 “반면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 신호는 다주택자, 고가주택자, 비거주 주택자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매물 출회를 늘리면서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 일부 지역, 특히 강남은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한강 벨트 역시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며 “강북까지 마이너스로 전환되지는 않겠지만 일부 지역의 조정이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를 보합 또는 하락 흐름으로 이끄는 모멘텀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07% 상승했다. 수도권은 0.09%, 서울은 0.08%, 지방은 0.05% 각각 올랐다. 5대 광역시는 0.06%, 세종은 0.09%, 8개 도는 0.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강남3구·용산 하락 전환…급매로 소형 먼저 던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를 언급한 지 한 달 만에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상급지 주요 지역인 강남·송파·용산에서 평균 실거래가와 평균 전용면적이 감소했다. 이에 시장에선 다주택자가 급매를 통해 소형 매물부터 정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폐지되는 5월 9일 이후로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강남 3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남구(-0.06%), 송파구(-0.03%), 서초구(-0.02%)로 하락했다. 용산구는 -0.01% 하락세를 보였다. 2월 3주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은 강남구(0.01%), 송파구(0.06%) 서초구(0.05%) 용산구(0.07%)였다. 상급지가 일제히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를 처음 언급한 1월 23일을 기준으로 앞뒤 한 달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초구를 제외한 강남·송파·용산에서 전체 평균 실거래가가 하락했으며 전체 평균 전용면적은 감소했다. 평균 실거래가 하락폭은 강남구가 가장 컸다. 강남구는 1월 23일 전후 한 달 동안(2025년 12월 21일~2026년 1월 22일, 2026년 1월 23일~2026년 2월 24일) 전체 평균 실거래가가 23억7458만 원에서 20억8054만 원으로 하락했다. 전체 평균 전용면적은 82.51㎡(약 25평)에서 77.83㎡(약 23.5평)으로 감소했다. 송파구와 용산구도 강남구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송파구는 전체 평균 실거래가가 15억8421만 원에서 14억9560만 원으로 하락했다. 전체 평균 전용면적은 78.42㎡(약 23.7평)에서 74.21㎡(약 22.4평)로 감소했다. 용산구는 전체 평균 실거래가가 17억6211만 원에서 15억5456만 원으로 하락했다. 전체 평균 전용면적은 84.38㎡ (약 25.5평)에서 81.33㎡(약 24.6평)으로 감소했다. 한편 서초구는 전체 평균 실거래가와 전용면적이 상승했다. 전체 평균 실거래가는 32억6368만 원에서 41억511만 원으로 늘었고, 전체 평균 전용면적은 78.50㎡에서 85.35㎡으로 증가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A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 매물은 중대형 평형대의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의 분석 기간 거래 중 60㎡ 이상인 중대형 비중은 약 65%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이를 다주택자가 급매를 통해 소형 매물 위주로 정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B 공인중개사는 “급매물이 좀 나오는 편"이라며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소형 평수부터 정리하려고 매물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 나오는 급매물이 모두 큰 폭으로 값을 낮춰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급매물을 내놓더라도 다주택자와 은퇴한 1가구 1주택자는 다른 가격으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서초구 잠원동 C 공인중개사는 “각종 대출규제 때문에 빠르게 처분하려는 급매물이 나온다"면서 “은퇴한 1가구 1주택자는 보유세 감당이 어려워 수억 원씩 낮춰 매물을 내놓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주택자는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고 매물을 내놓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폐지 이후 집값 전망에 대해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세금을 낼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남아 버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매물 잠김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아파트가 너무 고가이기 때문에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매물이 안 나오니 매매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李대통령 엄포 이후 노원구도 일부 급매 나왔다…현장 분위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망국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물 증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실수요자 중심 지역인 노원 일대는 강남권처럼 급매가 대거 쏟아지며 가격이 급락하는 양상과는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일부 단지에서 1~2억 원가량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왔지만 물량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현재 나올 수 있는 매물은 대부분 시장에 나온 상태이며, 가격을 낮춘 급매는 비교적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노원구 일대를 둘러본 결과 일부 단지에서 1~2억 원가량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확인됐다. 매물 증가 흐름도 감지되지만, 그간 공급이 워낙 적었던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증가'라기보다는 매물이 소폭 늘어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강남·송파 대단지와는 다소 대비된다. 송파 일대에서는 중개업소 외벽에 3억~4억 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 전단지가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매도를 서두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반면 노원 일대에서는 급매 전단지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급매가 있기는 했으나 직전 거래가 대비 가격을 대폭 낮춘 사례는 드문 모습이었다. 노원 상계주공 인근 단지에 위치한 A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매물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일부 나오고 있다"며 “27평형 6단지의 경우 8억8000만원에 전세를 낀 매물이 나와 있는데, 기존 10억원 안팎 시세 대비 1~2억원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24평형 역시 가격을 소폭 낮춘 8억5000만~8억8000억원 선에서 형성돼 있으나, 매물 수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B공인중개사 역시 “2600여 가구 규모 단지에서도 실제로 매수할 만한 매물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그동안 매물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최근 다소 늘어난 것일 뿐, 시장에 매물이 대거 쏟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매물이 5000만원 가량 가격을 낮춰 2~3년 전 수준으로 나오고는 있지만, 그간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시세를 크게 밑도는 급매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급매 기준 시세는 소형 평형 기준으로 13평형이 3억5000만~4억5000만원, 17평형은 5억5000만원 안팎에 형성됐다. 전세를 낀 매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실입주가 가능한 일반 매물도 일부 존재한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이 중개사는 삼일절 연휴와 주말이 겹치면서 계약이 다수 체결됐고, 방문객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기존 매물이 비교적 빠르게 소진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주택자 규제와 관련해 가격이 낮은 매물이 있는지를 묻는 전화 문의도 적지 않아, 현재 나와 있는 매물 역시 주말 전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물은 허가 절차에 한 달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4월 거래를 목표로 할 경우 일정이 촉박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매물은 대부분 이미 나온 상태라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실수요 비중이 높은 외곽 지역에서 매물 증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거래 역시 저점 대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격 또한 급락보다는 보합 또는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매물 소진 속도는 과거 상승장과 비교하면 다소 더딜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외곽 지역의 매물 증가 흐름은 일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며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약 7만4000건 수준이고, 강북권인 중랑·금천·도봉은 열흘 전보다 약 5% 안팎, 노원·관악 등은 9~10%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거래량은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함 랩장은 “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이 저점이었고, 12월과 1월에는 4000~5000건 수준으로 다소 회복됐다. 2월은 현재까지 2700여 건이 집계됐다"며 “토지거래허가 등 변수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저점 이후 점진적인 개선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6월 약 800건, 10월 600건 안팎이 거래됐고,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각각 500건 안팎이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곽 지역이라고 해서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가격 역시 급등세는 아니지만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노원구는 12월 3.3㎡당 2500만 원대 중반에서 2월 2550만 원대로 소폭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금천구 역시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노원·도봉·강북은 실거주 수요가 중심인 지역으로 15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이 가능하고 거주 의무도 있어 내 집 마련 수요가 꾸준하다"며 “이들 지역은 대출 한도와 금융 규제에 민감해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전반적인 매물 소진 속도가 과거처럼 빠르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집값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상승폭은 이전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급락보다는 보합 또는 완만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김유승의 부동산뷰] 해외는 100년 사는데 한국 아파트 수명은 30년… “구조 변경·수선 필요”

최근 은마아파트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후 아파트의 안전 취약성과 재건축 중심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공동주택을 100년 이상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국내 아파트의 평균 수명은 30년 안팎에 그친다. 배관 교체와 구조 변경이 어려운 벽식 구조 위주의 설계가 주요 원인으로, 유지관리와 수선이 용이한 기둥식 구조를 확대하고 대수선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이전에 지어진 단지다. 스프링클러 설비가 소방법에 따라 의무화된 시점은 1992년으로, 그 이전에 공급된 아파트 상당수는 화재 안전 기준 측면에서 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급격한 도시화와 대량 주택 공급 과정에서 제도와 기술 기준이 빠르게 변화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노후 단지의 현실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기 신도시인 일산에서는 주차 공간 부족과 마감재 탈락 등 물리적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일부 단지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0.57대 수준에 그쳐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고 있으며, 천장 마감재 이탈과 석면·곰팡이 문제, 노출 배관과 누수, 내부 균열 등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공동주택의 평균 수명이 짧은 배경에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동주택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으로, 미국(55년), 영국(77년)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국내 아파트의 상당수가 벽식 구조로 지어지면서 부분 보수나 평면 변경이 쉽지 않고, 결국 철거 후 재건축에 의존하는 방식이 구조적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벽식 구조는 벽체와 슬래브가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기둥 없이 벽이 건물의 골격 역할을 한다. 상하수도관과 각종 배관을 벽과 바닥에 매립한 뒤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구조여서, 노후화로 배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부 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대규모 철거와 재시공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시공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과거 대량 주택 공급기에는 경제성이 높았지만, 장기 거주와 유지관리 측면에서는 제약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기둥식 구조는 보와 기둥이 하중을 담당하고 벽체는 비내력벽으로 구성된다. 배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기둥을 그대로 둔 채 벽체만 철거해 보수할 수 있어 구조 변경과 리모델링이 비교적 수월하다. 장기 사용 가능한 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둥식 구조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도시·부동산개발학과 특임교수는 “과거에는 절대적인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만큼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벽식 구조가 주로 채택됐다"며 “벽식 구조는 자동화 거푸집 등을 활용해 층 단위로 빠르게 시공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이 짧고 인건비 절감 효과도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벽이 구조체 역할을 하는 특성상 준공 이후에는 리모델링이나 공간 구조 변경이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사업이 건설사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수익성이 높은 방식이 유지돼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피스 건물은 대부분 철골 기반의 기둥식 구조를 적용한다"며 “국내에서도 타워팰리스나 쉐르빌 등 일부 주거단지는 기둥식으로 지어졌다"고 했다. 이어 “기둥식 구조는 장수명 설계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벽식 구조를 전제로 30년 주기 재건축이 이뤄지는 구조가 돼 있다"며 “다만 실제로는 준공 30년을 훌쩍 넘어 50~60년 이상 사용하는 단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가 되는 것은 배관 등 일부 설비이지, 콘크리트 구조체는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구조적으로는 100년 이상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100년이 되기 전에 전면 철거를 하는 사례는 많지 않고, 거주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수선·보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도 장수명 주택 확산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실증단지를 조성한 바 있다. 2019년 국토교통부는 국내 최초로 장수명 주택 최우수·우수 등급을 적용한 '세종 블루시티'를 준공했다. 이 단지는 기둥식 구조를 적용해 하중을 벽이 아닌 기둥과 보가 지지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실내 벽체는 경량벽체로 시공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철거·변경할 수 있으며, 재건축 없이도 가족 구성 변화에 맞춰 내부 공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건축했다. 또, 철근 피복 두께와 콘크리트 강도 역시 일반 주택보다 강화해 물리적·화학적 열화를 최소화했다. 이 같은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마련됐음에도 장수형 아파트 확산보다 전면 재건축이 반복된 배경으로는 수익 구조와 시장 인식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고급화 흐름과 선분양 구조 속에서 신규 단지가 첨단 설비와 스마트 시스템을 앞세워 상품성을 높여온 점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택보다 신축 아파트의 가치가 더 크게 오른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즉, 결국 재건축을 통해 자산 가치가 오른다는 기대가 시장 전반에 형성되면서 재건축은 대표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과거 개포동 등 저층 단지를 초고층으로 탈바꿈시키며 조합원 수익이 크게 늘어난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현재는 압구정동과 한강변 일대 등 일부 핵심 입지를 제외하면 과거와 같은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은 노후화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은 아니며, 적절히 고쳐 쓰면 충분히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 개발된 단지들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면 수익성이 보장되는 구조였다"며 “그런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에 재건축이 추진된 것이지, 단순히 노후화 문제만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가격 상승이나 수요 증가가 충분하지 않다면 과거처럼 30년 주기로 재건축을 반복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보수와 개선을 통해 사용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입지적으로 도심에 위치해 사업성이 있음에도 각종 규제로 재건축·재개발이 원활하지 않았던 지역은 그간 누적된 압력이 현재의 재건축 추진 움직임으로 나타난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지정된 일산 일부 단지는 분담금 부담으로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분당 역시 동일 평형 기준 수억원대 분담금이 거론되는 등 공사비 급등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있는 재건축'은 점차 줄어들고, 새 아파트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 부담도 변수다. 전면 재건축은 기존 건축물을 대거 철거하는 방식이어서 건설폐기물이 대량 발생하고, 수십 년간 형성된 녹지와 생활 생태 환경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전면 철거 중심의 정비에서 벗어나 성능 개선과 부분 보수를 중심으로 한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원철 교수는 “최근 현대건설이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와 '주거환경 개선 신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재건축 대신 대수선을 추진한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이사할 필요 없이 지하주차장과 외벽 등을 개선하고, 세대 내부는 개별 수선을 통해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새 아파트 수준으로 주거 환경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이 사업을 시작하자 다른 건설사들도 관련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전면 재건축이나 대규모 리모델링보다 '개선' 중심으로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사업은 공용부의 외벽·주동 출입구·조경·커뮤니티 공간을 개선하고, 지하주차장 시스템과 전기차 화재 방지 설비, 스마트 출입 제어 시스템 등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세대 내부는 층간소음 저감 구조, 고성능 창호, 에너지 절감 설비 등의 인테리어 공사를 희망 세대에 한해 선택적으로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저하가 이어질 경우 국내 역시 선진국처럼 수선과 개선을 전제로 한 장수명 주택 체계로의 점진적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함께 금융·세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거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을 200년까지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최소 100년 정도는 갈 수 있는 건축물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조합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 차원의 역할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 시 기술 개발비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제도적 지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李대통령, “싱가포르 주택정책 배워야”…우리도 가능할까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성남지사 시절부터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음에도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한국의 부동산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 주목된다. 4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싱가포르 정부청사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을 만나 “싱가포르와 대한민국의 유사점 중에 하나는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으면서도 주택문제나 부동산 문제로 전혀 사회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2024년 외교부의 싱가포르 개황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주택의 80% 이상이 공공아파트다. 싱가포르 공공아파트는 99년 임대 형태로 계약을 맺는만큼, 사실상 자가와 다름 없는 형태로 거래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싱가포르 주택 자가점유율은 2023년 기준 92.3%에 달한다. 법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세나 다주택 보유자 등의 주택 거주 형태는 없다.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성공요인은 복합적이지만 토지국유화, 중앙적립기금 활용을 통한 재정 해결, 그리고 정책일관성을 꼽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높은 공공주택 비율과 주택 자가점유율은 리콴유 총리 시절 마련한 토지수용법과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를 바탕으로 한다. 토지 국유화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토지를 대량으로 확보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국유지 비율은 90%에 달한다. 토지 국유화 정책으로 주택을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지만 주택을 올릴 재정이 충분치 않았다. 1960년대 당시 싱가포르 인구의 10% 미만이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고, 연간 1만4000채의 주택이 부족했다. 대규모로 슬럼화된 상가 주택, 파편화된 토지, 정비되지 않은 거리는 1959년 집권한 인민행동당(PAP)의 과제였다. 리콴유 총리는 재정문제를 '중앙적립기금(Central Provident Fund, CPF)'을 활용해 돌파했다. 중앙적립기금은 싱가포르의 기본적인 종합사회보장제도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하다. 강제저축을 통해 자조개념을 강조한 것이 유럽형 국가 복지주의와의 차이다. 원래 중앙적립기금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처럼 노후보장을 주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1968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이 기금을 주택 구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월 원리금 상환액이 기금의 월 불입액에 해당하는 수준이므로 추가적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주택은 공공임대아파트라는 이름 아래 자가 형태로 국민들이 거주하지만, 실질적 집주인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을 한국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대통령은 타르만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성남시장 시절부터 싱가포르 주택정책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기지사로 지낼 때 장기 공공 임대 주택인 '기본주택'을 도입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 당시 경기지사는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 경기도 기본주택과 같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중산층이 살만한 좋은 위치에 품질 높은 공공임대 주택이 공급돼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굳이 빚을 내 비싼 집을 살 필요도 없으며, 불필요한 투기나 공포 수요도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싱가포르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장기 임대주택은 싱가포르 모델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싱가포르 모델은 '토지 임대부 주택'"이라며 “국가 소유의 땅은 임대하고 건물만 파는 싱가포르 모델과 땅도 임대하고 건물도 임대하는 임대주택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목표는 '자가 소유'다. 반면 기본주택 같은 공공임대 확대 정책의 목표는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충분한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책 목표도, 구조도 다른 것이다. 두 나라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싱가포르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싱가포르의 '보조금 정책'은 필요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저리로 빌려줄테니 빚내서 집을 사라는 '대출 위주의 정책'이지만, 싱가포르는 다양한 종류의 보조금 정책으로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저소득 신혼부부나 첫 주택 구매자 등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정책을 편다. 정부는 '추가주택자금지원(AHG: Additional Housing Grant)' 및 '특별주택자금지원(SHG: Special Housing Grant)' 제도를 통해 저·중소득 가구의 주택 구입을 지원한다. 정책적 일관성도 중요하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주택 정책을 편 리콴유 총리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간 장기 집권했다. 그는 사회·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자가 소유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리콴유 총리는 “자가 소유는 시민에게 국가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지분을 주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한다면 나라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믿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반값 아파트나 공공주택 등이 싱가포르 모델을 일부 참조한 모델"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값 아파트는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등장한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아이디어를 활용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시장중심 주택정책이나 보금자리 주택 중심 공급 등 정책 기조의 변화로 대량 공급으로 이어지지 못한 바 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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