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짙은 관망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가 유예 적용 기준을 '매매 계약'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까지로 완화하며 사실상 약 3주의 시간을 추가로 부여했지만,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줄다리기만 길어지는 모습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토지거래허가 절차에 최대 15영업일이 소요되는 현실을 반영한 보완책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는 5월 9일까지 허가 신청만 해도 중과 배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후 허가를 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기존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 내, 신규 지정 지역은 6개월 내 양도해야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정부는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정책 기준 변경이 반복되면서 혼선이 커진 데다, 오히려 매도자들에게 '버틸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미 한 차례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매물 증가세가 꺾였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1월 23일 기준 약 5만6000건에서 출발해 3월 중순 7만6000건 수준까지 증가했고, 3월 21일에는 8만건을 넘어서며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최근에는 7만7000건 안팎으로 소폭 감소하며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다. 가격 흐름도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서는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쏟아지며 수억 원대 하락 거래가 이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해 최고가 대비 7억 원 낮은 40억5000만 원에 거래됐고,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도 한 달 만에 6억 원 하락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시장에서도 10억 원 안팎의 조정이 나타났다. 반면 압구정 등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단지에서는 매물 잠김과 희소성 영향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동일 권역 내에서도 상승과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분절된 시장' 양상이 뚜렷하다. 거래 공백은 더 심각하다.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남은 매물은 가격이 높아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려던 매도자들이 유예 연장 이후 버티기로 돌아섰다"며 “거래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단기 급매물은 이미 대부분 소화됐고 최근에는 매물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감소 전환 움직임도 나타난다"며 “추가 하락보다는 보유로 전략을 바꾸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급매 중심의 하락 국면에서 관망과 버티기 국면으로 넘어가는 초기 단계"라고 부연했다. 매수자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급매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와 “유예 종료 이후 반등할 수 있다"는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며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 목적이라면 일부 매수는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 상승 구간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예 조치가 시장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미 다주택자 매물 상당수가 시장에서 소화된 데다, 남은 물량은 보유나 증여로 선회한 경우가 많아 추가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증여 건수는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매물 잠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분당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한 다주택자는 “처분이나 증여를 통한 절세를 고민했지만 결국 보유로 방향을 정했다"며 “세 부담이 큰 만큼 월세로 전환해 수익형으로 가져가고, 장기적으로는 지방이나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예 종료 이후 시장의 추가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매도 대신 증여나 전월세 전환으로 물량이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며 “매물이 줄어들 경우 전세·월세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변수는 세제다. 전문가들은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 매물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도 “7월 예정된 보유세 개편이 고령층 등 현금흐름이 부족한 다주택자의 추가 매물을 유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정부의 '3주 연장 카드'가 추가 매물을 끌어낼지, 아니면 매도자의 버티기만 강화해 거래 절벽을 심화시킬지는 향후 한 달간 시장 흐름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시장은 매물 출회가 시기별로 나뉘는 '3단계 파동' 형태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3~4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회피 목적의 1차 매물이 출회됐고, 7월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에는 절세를 고려한 2차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에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추가 매물이 한 차례 더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7월 이후에는 중과 부담으로 일반 매도는 제한되는 대신, 임대주택사업자 물건이나 비거주 고가주택 중심의 매물이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위원은 “매물 증가 자체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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