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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평수 줄여 신고했다”…삼성 DS 발칵 뒤집은 ‘월세깡’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주거비 지원 제도를 둘러싸고 일부 저연차 직원의 부정 수급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앞둔 시점에 불거진 이번 의혹에 이를 지켜보는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저연차 직원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주거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본가가 멀어 출퇴근이 어렵거나 교대근무 등을 이유로 평택 인근에 별도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10평 미만 원룸이나 1.5룸 등 회사가 정한 주거 요건을 충족한 직원에게 월 최대 70만원까지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사내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일부 직원이 이 지원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임대차계약서 내용을 실제와 다르게 작성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공유된 내용을 종합하면 부정 수급 방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기준보다 넓은 집이나 투룸에 살면서 회사에는 면적을 줄여 원룸으로 신고하는 '평수 다운그레이드', 관리비를 월세에 포함시켜 지원금을 부풀리는 방식(월세 50만원에 관리비 20만원을 더해 70만원으로 신고), 월세를 실제보다 높게 신고한 뒤 집주인에게 차액을 되돌려 받는 이른바 '월세깡'(월세 50만원을 20만원 올려 신고하고 집주인에게 20만원을 페이백받는 방식) 등이다. 실제 임대 조건을 담은 계약서와 회사 제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회사는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로 추정되는 직원들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구제 방법을 찾는 모습이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사내 커뮤니티에 “오늘 그룹장님 연락을 받았다"며 “솔직히 평택에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강제로 끌려왔고, 월세지원도 면적 바꾸는 방법도 부동산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회사에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대졸 3년차인데 퇴사하기 무섭다. 주위에서도 성과급을 축하해주고 부러워하는데 정작 나만 이런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월세 지원받은 2000만원 전액을 변상하더라도 퇴사만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인사부서가 해당 직원들에게 사실상 양자택일을 제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인사 면담 자리에서 “군말 없이 퇴사하면 타 회사 지원이 가능하도록 이직센터에서 도와주지만, 퇴사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퇴사하면 이력에 횡령 이력이 남는다"는 두 가지 선택지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익명 게시물인 만큼 작성자의 실제 부정 수급 여부나 회사의 징계·퇴사 권고 수위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DS부문 내 다른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메모리사업부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10.5% 규모, 연봉 1억원 기준 6억원에 달하는 고액 성과급 지급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부정 수급 의혹으로 일부 인원이 퇴직 처리되면 성과급을 나눌 인원(분모)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한 직원은 커뮤니티에 “정작 다른 DS 애들은 상여로 영업이익 10.5%를 기대하며 'N빵'에서 분모(N)가 줄어든다고 좋아하는 중"이라며 “현실이 오징어게임 같다"고 꼬집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8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절반가격’ 로보택시 시장 열까

2028년이면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상생활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도입되면 일반택시에 비해 2~3배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택시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 주최로 열린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에서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로드맵과 로보택시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시기를 2028년으로 예상했다. 이때 '상용화'의 의미는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것만이 아니라 운전 능력이 없거나 이동이 제한된 사람들도 일상에서 교통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 국장은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의 핵심은 충분한 규모의 실증"이라면서 “100만명이 넘게 거주하는 광주시 전역을 실증공간으로 조성해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주행데이터를 축적하도록 하는 한편, 2027년에 레벨4 자율주행차가 출시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도입되면 수요는 따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긍정적인 전망의 핵심에는 가격이 있다. 현재는 km당 비용 추정치가 약 4~8달러(약 5000~10000원) 수준이지만, 상용화 이후 대규모로 보급되기 시작하면 km당 80센트(약 1000원) 수준으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세바스찬 파핑거(Sebastian Pfaffinger) BCG 부문장은 “일반택시에 비해 2, 3배 저렴한 가격은 일반택시 수요를 대체하고 로보택시 확산에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로 로보택시를 보급하고 운영비용을 빠르게 낮추기 위해서는 자금조달과 규제, 사회적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수십만 대에 달하는 거대 규모 로보택시 차량단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 내 확장을 저해하고 있는 규제나 법률은 물론, 인프라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도시와의 파트너십도 필요하다. 전력망과 대규모 차량기지 구축 등 규모확장 과정에서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험의 경우 현재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차지한다. 이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파핑거 부문장은 “100만 대에서 300만 대까지 로보택시 규모 확장은 열려있다"며 “이는 적절한 규제, 인프라조성, 자금 지원, 운영자의 리스크 감수, 규모 확장 등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핵심 안전 과제인 안전과 보안에 관해선 국제적으로도 여전히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니사 질라코바(Densia Zilakova) 슬로바키아 교통부차관은 “레벨3까지는 여전히 운전자가 책임져야 하고, 레벨4·5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면서 “기술이 먼저 가고, 부가적인 법적·도덕적 문제는 따라가지 못가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제도화에서 있어서 박 국장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법, 제도가 못따라가는 부분은 전세계적으로 유사했다"며 “지금은 나라별로, 기업마다 제각각인데, 이는 수 년 내에 수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규제 등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규제는 정리된 상황이고,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일부 부족한 부분은 규제 샌드박스로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티븐 한 웨이모 전무는 “기업이 바라는 것은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명확한 참여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입주는 강남, 거래는 비강남…엇갈린 서울 주택시장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는 강남권 고가 단지 한 곳에 집중된 반면 매매 수요는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비강남권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9월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의 89%를 차지하는 서초구 '디에이치방배'가 집들이를 시작했지만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15억~16억원을 유지하며 대단지 입주에 따른 가격 조정 효과가 제한적인 모습이다. 전세 매물 부족과 금융 규제가 맞물리면서 고가 신축 공급은 강남에, 실수요 거래는 비강남에 집중되는 서울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7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 현장을 직접 찾았다. 단지 주변에서는 입주를 준비하는 차량과 작업자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입주가 시작됐지만, 인근 공인중개업소 취재 결과 이른바 '입주장 급전세'가 쏟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집주인이 입주 기한을 앞두고 호가를 낮췄지만 전셋값을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는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된 반면 실제 매매 수요는 비강남권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출과 세제 규제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전세 매물 부족과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4174가구로 전월 2만390가구보다 30%, 지난해 같은 달 1만5120가구보다 6% 감소했다. 2021년 4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서울 입주 물량도 3438가구로 전월 5512가구보다 38% 줄었다. 이 가운데 89.1%인 3064가구가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방배 한 단지에 몰렸다. 서울에서 9월 입주하는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약 9가구가 서초구 고가 단지에 집중된 셈이다. 대규모 입주에도 전셋값 하락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날 만난 방배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세 곳에 따르면 디에이치방배 전용면적 59㎡ 전세 호가는 13억~14억원, 전용 84㎡는 15억~16억원 수준이다. 전용 59㎡가 12억원 선에서 계약된 사례가 있었고, 임대 기간 등 조건이 붙은 전용 84㎡ 매물은 13억원대에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방배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입주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면서 계약을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전셋값을 조금 낮춰 놓은 집주인이 가끔 있다"면서도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전용 84㎡ 전셋값은 대체로 14억5000만원에서 15억원 안팎"이라며 “가격이 갑자기 많이 올랐다기보다는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고려해 해당 가격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입주 물량이 전세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으로는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꼽힌다. 전세를 놓을 예정이던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기로 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잔금 마련을 위해 계약을 서두르는 매물과 실거주 전환에 따라 회수되는 매물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를 놓으려던 집주인 가운데 본인이 직접 거주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꾸면서 매물을 거둔 경우가 있다"며 “전세를 찾는 사람이 와도 조건에 맞는 물건이 마땅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통상 신축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세입자를 구하려는 주변 구축 아파트 집주인도 호가를 낮추지만, 방배동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변 구축 아파트는 원래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디에이치방배가 입주한다고 해서 구축 전셋값까지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디에이치방배 입주가 방배·서초권 임대차시장에 일부 숨통을 틔울 수는 있지만 서울 전체의 전세난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데다 전세보증금도 13억~16억원에 달해 노원·도봉·성북 등에서 중저가 주택을 찾는 수요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입주 물량이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된 것과 달리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는 비강남권과 중저가 주택의 비중이 커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 1월 5373건에서 4월 8659건, 5월 8962건으로 증가했다가 6월 5289건, 7월 5800건으로 감소했다. 지난 4~5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나오면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이후 대출 규제와 세제 불확실성, 기준금리 인상 등이 겹치며 매수자와 매도자가 다시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일 계약일 집계 기준 8월 거래량은 2322건이다. 7월보다 약 60% 적지만 실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 거래량과 감소 폭은 달라질 수 있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이하 중저가 거래의 비중이 확대됐다. 3억~6억원 구간의 거래 비중은 1월 16.97%에서 8월 21.32%로 상승했고, 3억원 이하도 같은 기간 3.39%에서 5.12%로 높아졌다. 6억~9억원을 포함한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1월 47.1%에서 8월 54.3%로 7.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9억~15억원 거래 비중은 31.79%에서 26.61%로, 15억원 초과는 21.07%에서 19.08%로 각각 축소됐다. 대출 문턱과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은 주택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 흐름도 비슷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거래 비중은 1월 12.9%에서 5월 16.1%까지 높아졌다가 8월 9.1%로 떨어졌다. 반대로 강남 3구 외 지역의 거래 비중은 90.9%까지 상승했다. 전체 거래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강남권의 감소 폭이 더 컸다는 의미로, 비강남 지역의 거래량 자체가 증가했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존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는 데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임대 매물을 회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입주하더라도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디에이치방배 전세보증금이 13억~16억원에 형성돼 있어 중저가 전세를 찾는 수요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입주 물량이 특정 지역과 고가 단지에 편중된 상황에서는 서울 전체의 전세난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함 랩장은 “강남 3구는 과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상급지 쏠림 현상이 숨을 고르고 있지만, 비강남권은 전·월세 가격 불안과 매물 부족의 강도가 큰 데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더 나와 수요 감소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서울 아파트 거래의 냉각과 위축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가을·겨울 시장의 향방은 세제 개편안 확정과 추가 금리 결정 여부뿐 아니라 주택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얼마나 심화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입주만으로 서울 전세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는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하지만, 월세 부담이 커지면 다시 전세를 찾게 된다"며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만 이동하기 때문에 결국 임대차시장 전반의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물량이 일부 고가 단지에 편중되면 해당 지역의 급전세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어도 중저가 전세를 찾는 수요자에게까지 효과가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요양원 가기엔 건강한데”…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이유①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년기에 접어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원함에도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요양원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요양원에 가기엔 건강한 실버세대에게 노인주택이 대안이 되는 이유, 중산층 실버가구에게 부족한 선택지와 입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10명 중 7명' 장기요양 재가 어르신 중 “아파도 살던 집에 살겠다"고 답한 숫자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가급여 수급자 중 건강이 악화돼도 현재 집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69.4%로 2022년 49.8%에서 19.6%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2022년 28.7%에서 2025년 17.6%로 감소했다. 장기요양 수급자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사람을 말한다. 초고령층이 빠르게 늘면서 노년기에 돌봄이 필요한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85세 이상 노인인구 수는 2021년 63만명에서 2025년 11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 수급자 중 80세 이상이 71.4%, 85세 이상 수급자는 47.3%로 증가 추세다. 현재 재가급여 수급자는 방문요양(78.1%), 주·야간보호(21.5%), 방문목욕(19.6%), 방문간호(3.8%) 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살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익숙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집 자체가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계단이나 욕실 같은 주거 환경부터 식사·청소·외출 등 일상생활까지 기존 주택이 고령자의 신체 변화에 맞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 종사자들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다. 70세 이상 재가급여 종사자는 2019년 10.9%, 2022년 17.8%에서 2025년 20.2%로 고령화 수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자가 늘어나는 만큼 돌봄 수요는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서비스 인력의 연령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고령자 주거 문제는 집 아니면 요양원으로 양극화돼있다. 요양원은 자립생활·커뮤니티 중심 이라기보다 의료·간병 중심이다. 요양원에 가기엔 너무 건강하고, 일반 아파트에 살기엔 돌봄·안전이 불안한 실버가구를 위한 선택지가 부재한 것이다. 이들을 위한 대안이 '노인주택(senior housing)'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이 노후를 지내기 위한 주택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이란 거주하는 사람이 독점적으로 거주하는 고유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노인주택에 포함되는 것은 소유권 방식의 시니어 대상 분양 아파트와 임차권 방식의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 맞도록 주거 공간을 설계한 공간이다. 고령화에 따른 불편을 억제할 수 있는 물리적 요소와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수반된다. 물리적 요소로는 쾌적한 주거시설 병원과 연계된 의료시설, 문화·오락·체력 서비스를 위한 공용시설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기능은 건강관리 서비스와 문화·일상생활 서비스 등이다. 노인주택과 시설과의 가장 큰 차이는 프라이버시 여부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지역사회 돌봄 연계를 위한 노인주거복지시설 개선 방안 연구'에서 기존의 병원·요양시설 중심 돌봄은 공간적으로 일상생활과 분리되어 있어 고령자의 자율성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진단했다. 주택형 주거는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하지만 시설형은 협조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시설은 고령자 전용 공간에 대한 이용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주택은 분양방식이라면 소유권 상속이 가능하고, 임차라고 하더라도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입주자 개인의 선호를 반영한다. 노인주택에 비해 요양원 공급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장기 요양기관 3만1281곳의 입소자는 82만5514명이다. 반면 노인복지주택은 1만가구 수준으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요양원은 개인이 85%를 공급하는데, 이는 낮은 진입장벽과 사업 인센티브에서 비롯된다. 토지·건물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누구나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원을 운영하려면 입소자 수에 비례해 시설장·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조리원 등을 의무 배치해야 하는데, 30인 이하 시설의 경우 인력 배치 기준이 완화돼 고정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수익 구조도 명확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요양원에 지급하는 서비스 단가인 장기요양보험 수가에 상급 침상료 등 비급여 이용료 같은 추가 수익을 얹는 사업 모델이 확산됐다. 미분양 상가 등을 활용해 초기 취득 비용을 낮추고, 4~5년 운영 후 양도차익과 권리금을 노리는 사업 모델이 유행했다. 경매로 취득할 경우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매입 과정에서 입소자의 주거환경이나 서비스 수준 등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편 노인복지주택 시장이 정체상태인 이유에 대해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구조를 지적했다. 노인주택 초기 공급자들이 이를 일반 분양형 개발사업처럼 접근했기 때문이다. 노인 주택은 서비스와 운영이 결합한 상품인데, 분양 후에 운영 주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공급의 한계가 있음에도 수요 측면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 교수는 “기존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진입을 꺼렸지만, 현재 주거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이미 지출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진입이 수요변화의 결정적 변수"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분양받을 ‘선택권’ 줬지만…10억 현금 마련해야 하는 공공임대

일정 기간동안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한 뒤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주택'이 입주자들이 사실상 선택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할 때는 저소득·저자산이어야 하지만, 분양받을 때는 최대 1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4일 이준석 경기 화성시을 국회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탄2 C14 블록 사례를 중심으로 한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 세미나에서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설계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제의 원인은 주상복합용지에 임대주택을 지은 것에서 시작한다. 문제가 된 C14 블록은 2022년 윤석열 정부의 뉴홈 정책에 따라 기존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주택에서 6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업 목적이 변경된 사례다. 뉴홈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공공성이 강한 임대주택으로 볼 것인가, 일반분양을 위한 분양주택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택지공급가격을 조성원가로 정할 것인지, 감정평가액으로 정할 것인지가 갈린다. 조성원가는 개발에 투입된 실제 원가를 기준으로 산정돼 시세보다 저렴한 반면, 감정평가액은 주변 시세를 반영해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제도를 설계할 당시 이 주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원칙과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상복합용지에는 감정평가액으로 택지공급가격을 산정하고, 공공임대주택 건설용지에는 조성원가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업이 변경됐음에도 토지가격을 감정평가액으로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원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15년 전에 같은 사실관계 구조를 가진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제도 설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15년 전 사례는 5년 공공임대 후 분양사례로 공기업이 스스로 개발한 택지 위에 직접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임대 후 분양전환 하는 경우, 분양전환 가격에 반영되는 택지비를 어떻게 산정하는가가 쟁점이 됐다. 판례는 임대주택은 택지비를 감정평가가 아닌 조성원가로 산정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택지를 공급할 때에는 조성원가의 할인가격을 적용하면서, 공기업이 스스로 개발한 택지 위에 직접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임대·분양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조성원가 혹은 그 이상으로 택지비를 산정해 무주택 임차인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을 상실한 것으로 봤다. 최 변호사는 “택지비 산정 쟁점은 주상복합용지라는 C14의 고유한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시세연동 분양전환가와 선택권 소멸이라는 제도 구조상의 문제는 부천대장·고양창릉 등 남은 선택형 단지에서 본청약 시기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 구역에서 법의 실질을 회복하는 것은 제도 전체가 6년마다 법정으로 향하는 미래를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책 설계와 현실이 괴리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4년이든 6년이든 분양 전환하게 되면 그 당시의 시세에 가능한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거지 애초에 정책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그 가격을 소득 수준이 따라갈 수 없다"며 “취지가 아름답다 해도 소득이 전세·월세·매매가격 상승을 못 따라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개포·가락·면목 정비사업 속도…서울에 4134가구 공급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와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중랑구 면목7구역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서울시 통합심의 문턱을 넘었다. 세 사업을 통해 모두 4134가구가 공급되며 이 가운데 598가구는 공공주택으로 조성된다.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에는 최고 29층 규모의 업무·판매·문화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열린 제18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개포우성7차와 가락삼익맨숀, 면목7구역, 범서구역 등 정비사업 4건에 대한 통합심의안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개포우성7차는 조건부 보고 의결됐으며 나머지 3개 사업은 조건부 의결됐다. 건축과 경관, 교통, 교육, 공원, 소방, 재해 등 사업별 관련 심의를 한꺼번에 진행한 만큼 후속 인허가와 착공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남구 일원동 615번지 일대 개포우성7차는 지하 5층~지상 39층, 총 1134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연면적은 약 25만㎡로 공공주택 140가구가 포함된다. 개포로와 맞닿은 곳에는 1450.5㎡ 규모의 소공원을 만들고 단지 서쪽에는 폭 10m의 연결녹지를 확보한다. 소공원과 연결녹지를 주변 보행로와 연계해 단지에서 대모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녹지·보행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복되는 폭염에 대응해 주요 보행로에는 나무 그늘 등을 활용한 '그늘보행권'을 적용한다. 단지 남쪽에는 놀이·돌봄시설과 작은도서관 등 개방형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하고 외부 보행로와 연결해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는 최고 층수가 기존 계획보다 높아진 점을 고려해 일조권 확보 등이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단지계획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사업지는 앞으로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거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파구 송파동 166번지 일대 가락삼익맨숀은 기존 최고 12층, 936가구에서 최고 29층, 15개동, 총 1485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기존보다 549가구가 늘어나며 전체 물량 가운데 168가구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가락삼익맨숀은 1984년 준공된 노후 단지로 지하철 5호선 방이역과 3·5호선 환승역인 오금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양재대로와 오금로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해 대중교통과 도로 접근성이 양호하다. 단지 서쪽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과 노인복지시설을 조성한다. 양재대로와 오금로에 접한 입지 특성을 고려해 건물 외관과 오픈 발코니 배치에 변화를 주고 주변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서울시는 양재대로변 도로 소음에 대비한 방음벽 설치계획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중랑구 면목본동 69-14번지 일대 면목7구역은 지하 4층~지상 35층, 12개동, 총 1515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재개발된다. 이 가운데 290가구는 공공주택이다. 면목7구역은 1960년대 면목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돼 노후 단독·다세대주택이 혼재한 지역이다. 2024년 1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이번 통합심의 통과로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주택 공급과 함께 어린이공원과 근린공원,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파출소 등 생활기반시설도 확충한다. 단지 내부에는 인근 학교와 면목역을 이용하는 주민을 위한 공공보행통로를 설치하고 주변에는 경로당과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배치한다. 상봉로1길과 겸재로54길 일대에는 보행자와 차량의 이동 공간을 분리하고 주변 도로와 연결해 보행 안전성을 높인다. 겸재로50길과 상봉로변에는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해 가로 활성화를 유도한다. 서울시는 저층부 입면 디자인도 보완하도록 했다. 은평구 불광동 308-20번지 일대 범서구역에는 지하 6층~지상 29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지하철 3·6호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가 교차하는 연신내역 일대 노후 저층 상가 지역을 서북권의 업무·문화 거점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복합시설에는 업무·판매시설과 문화·집회시설 등이 조성된다. 공공기여로 마련되는 지상 6층 문화·집회시설은 주말에는 공공예식장, 평일에는 세미나와 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 은평구의 부족한 예식장 수요와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지원하는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연신내역 지하철 3번 출구는 사업지 내부로 이전하고 출구와 공개공지를 연계해 주민 휴게공간을 조성한다. 통일로의 우회전 차로를 추가로 확보하고 연서시장 방면 버스정류장도 지하철 출구 인근으로 옮겨 차량 흐름과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개선한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원과 녹지, 주민공동시설 등 지역에 필요한 생활환경도 함께 개선할 것"이라며 “사업이 계획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강남 누르자 노·도·성 뛴다…서울 집값 상승축 외곽으로

정부의 세제·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 중심축이 강남권에서 노원·도봉·성북 등 외곽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서초에서는 세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하락 거래가 이어지는 반면,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는 실수요가 몰리며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2% 올랐다. 상승폭은 전주 0.29%에서 0.07%포인트 줄었지만 서울 안에서는 지역별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한 주간 0.41% 떨어졌다. 전주 하락률 0.11%보다 낙폭이 0.30%포인트 확대됐다. 압구정·대치동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거래된 영향이다. 서초구도 반포·잠원동을 중심으로 0.23% 하락해 전주(-0.05%)보다 내림폭이 커졌다. 강남·서초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4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송파구 상승률도 0.01%에 머물러 사실상 보합에 가까워졌다. 세제개편안이 일부 수정됐지만 고가주택의 실제 보유세 부담을 결정할 핵심 내용과 입법 과정의 불확실성이 남으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울 외곽에서는 상승세가 계속됐다. 성북구가 정릉·하월곡동 대단지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0.54% 올랐고, 중랑구도 신내·상봉동 역세권 단지 위주로 0.52% 상승했다. 노원구는 상계·월계동 중심으로 0.50%, 강북구는 0.45% 올랐다. 강서구(0.45%), 관악구(0.43%), 동대문구(0.42%), 구로구(0.41%)도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KB부동산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8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0.23% 오른 가운데 노원구는 0.63%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도봉구도 0.45% 올랐다. 반면 강남구는 0.04%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외곽의 상승세에는 가격대별로 차등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이 15억원 이하이면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15억원을 초과하면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든다.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까지 낮아진다. 같은 서울에서도 비교적 적은 자기자본으로 접근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주택에 실수요가 집중되는 배경이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대와 신혼부부 수요가 중소형·역세권·대단지로 움직이면서 가격이 낮은 매물부터 소진되고 있다. 실제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7일 14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거래가 12억8000만원보다 1억65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성북구 종암동 종암SK뷰2차 전용 59㎡도 지난달 7일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 오른 11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길음동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전용 59㎡는 지난 6월 14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10억원 이하에서 거래되던 주택형이 반년 만에 15억원 선에 근접한 것이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15억원이 새로운 가격 상단으로 작용하는 '키 맞추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저가 매물이 빠진 뒤 집주인들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15억원 직전까지 호가를 높이고, 매수세는 대출 활용이 쉬운 중형 주택형에 집중되는 구조다. 도봉구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방학·쌍문동은 대단지와 학교가 밀집했지만 지하철 접근성이 떨어지고 노후 단지가 많아 서울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최근 전셋값이 오르자 3억~6억원대 매물을 찾는 실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추진과 우이신설선 방학역 연장 기대까지 겹치면서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아직은 실거래가보다 호가가 먼저 오르는 단계지만 역세권 예정 단지와 학군이 좋은 대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노원구에서는 학군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중소형 단지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노원은 4·7호선과 중계동 학원가, 대형마트·병원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젊은 부부와 자녀를 둔 실수요자의 선호가 꾸준하다"며 “전세 매물이 줄고 보증금이 오르자 전세를 구하던 수요까지 매매로 돌아서면서 상계·중계·월계동의 중소형 아파트부터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원구 안에서도 모든 단지가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과 창동 일대 개발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면서도 “노후 단지가 많고 도심 출퇴근 시간이 길다는 한계가 있어 역세권·학군·대단지 여부에 따라 가격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에서도 외곽 지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까지 서울에서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10%를 넘어선 곳은 성북구(12.44%), 구로구(10.24%), 강서구(10.10%), 서대문구(10.02%) 등 4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송파구 한 곳뿐이었다. 노원·동대문·관악·영등포구 등도 9%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반면 강남 3구의 평균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77%에서 올해 3.45%로 낮아졌다. 지난해 강남과 한강변이 먼저 급등한 뒤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이 뒤따라 상승하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권을 겨냥한 세제·대출 규제가 서울 전체의 주택 수요를 없앤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이동시킨 측면이 있다"며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원·도봉·강북·성북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호가도 따라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가격 상승도 외곽 아파트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1% 상승했다. 강남구(-0.13%)와 서초구(-0.10%)는 하락했지만 성북구와 강북구는 각각 0.38%, 노원구는 0.37% 올랐다. 입주 물량 감소와 집주인의 실거주 확대 등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오르자 일부 임차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느니 대출을 더해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중저가 지역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167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10억원을 넘어섰다. 전월 9억8750만원보다 한 달 만에 1417만원 올랐다. 다만 외곽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KB부동산의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78로 전주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매수자가 경쟁적으로 추격하는 전면적 상승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기준금리가 연 3.00%까지 오른 점도 대출 비중이 큰 외곽 시장에는 부담이다. 단기간 오른 호가와 실제 거래가격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면 실수요자의 추격매수가 약해질 수 있다. 강남권 가격 조정이 서울 전역의 안정으로 이어질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의 추가 상승을 부르는 풍선효과로 굳어질지가 향후 서울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삼성물산, 스웨덴 1.2GW SMR 사업 참여…유럽 원전시장 공략 본격화

삼성물산이 스웨덴에서 추진되는 1.2GW 규모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설계·조달·시공(EPC) 전 과정에 참여하며 유럽 SMR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GE 버노바 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GVH), 스웨덴 원전 전문기업 스투드스빅(Studsvik AB)과 신규 원전 사업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칼 테데엔 스투드스빅 최고경영자(CEO), 제이슨 쿠퍼 GVH CEO, 강승수 DS투자파트너스 대표, 레오 포티 GE 버노바 파이낸셜서비스 개발담당 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 사업은 스투드스빅이 보유한 부지에 GVH가 개발한 300MW급 SMR 'BWRX-300'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발전용량은 1.2GW로, 2030년대 중반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추진된다. 사업 대상지는 스투드스빅 소유 부지 가운데 이미 원자력 시설 운영 허가를 받은 지역이다. 스투드스빅은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스웨덴 정부와의 협의 등 사업 개발 전반을 맡는다. 삼성물산과 GVH는 공동 EPC 파트너로서 초기 설계와 기자재 조달, 시공 등 실제 사업 수행 전 과정에 참여한다. 삼성물산과 GVH는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3개 그룹 간 경쟁 절차를 거쳐 전략적 파트너로 최종 선정됐다. 두 회사가 글로벌 SMR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에 나선 이후 실제 프로젝트의 공동 EPC 파트너로 선정된 첫 사례다. 삼성물산은 원전 사업의 단순 시공사 역할에서 벗어나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사업성과 위험 요인을 검증하고 EPC 수행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스웨덴 사업에서도 초기 사업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현지 인허가와 공급망 구축, 설계 최적화 등을 GVH와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스투드스빅은 1947년 스웨덴 국가 원자력 프로그램의 중심 기관으로 설립된 원자력 기술 전문기업이다. 신규 원전 개발부터 기존 원전 서비스와 운영 지원, 원전 해체까지 원자력 산업 전 주기에 걸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적용되는 BWRX-300은 기존 비등경수로(BWR)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SMR이다.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기존에 검증된 원전 기술을 활용해 건설비와 공사 기간, 기술적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같은 노형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달링턴에서 서구권 최초의 상업용 SMR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운영허가 신청도 마치면서 글로벌 SMR 노형 가운데 상용화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은 SMR을 건설부문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5개국에서 총 12.2GW 규모의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GVH와 함께 스웨덴·에스토니아·폴란드 등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총 11.7GW 규모다.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중인 루마니아 사업은 0.5GW 규모로, 삼성물산은 2028년 안에 EPC 계약과 금융 종결을 마친 뒤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물산의 시장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35년까지 SMR과 대형 원전을 포함해 2.5GW 규모의 신규 원전 용량을 확보하고, 2045년까지 이를 10GW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프로젝트를 유럽 SMR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스웨덴 사업에서 축적한 사업개발과 EPC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SMR 시장에서 추가 사업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스웨덴 SMR 사업의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며 “스웨덴 프로젝트를 유럽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SMR 사업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백남준·한글·유영국이 빛으로…DDP 외벽, 거대한 ‘K컬처 극장’ 변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222m 외벽이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한글로 기록된 옛 노래, 유영국의 산을 담아내는 거대한 'K컬처 극장'으로 변신한다. 정해진 영상을 외벽에 투사하던 기존 미디어파사드에서 벗어나 음악과 영상, 레이저, 무용, 라이브 공연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처음 선보인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 3일 DDP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3일까지 'K-오리지널 라이트(K-Original Light)'를 주제로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우리 노래와 한글, 미술 등 고유의 문화자산을 동시대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해 DDP의 비정형 외벽에 펼치는 것이 이번 행사의 핵심이다. 2019년 시작된 서울라이트 DDP는 DDP의 독특한 곡면 외관을 활용한 서울의 대표 야간 콘텐츠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92만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당일에는 8만7000명이 방문했다. 행사 시간대 주변 야간 유동인구도 평소보다 5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서울라이트가 '보는 미디어파사드'에서 공간 전체를 체험하는 융복합 공연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DDP 외벽을 단순한 대형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운드와 레이저, 라이브 공연, 무용을 한 공간에서 결합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빛과 소리의 변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표작 '더 브레이크 포인트(The Break Point)'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철학을 오늘날의 음악과 실시간 영상 기술로 확장한 작품이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한 비디오 자료와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1970년대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영상의 색과 형태, 움직임을 즉석에서 변형했다. 텔레비전을 캔버스로, 방송 전파를 붓으로 삼아 영상을 악기처럼 연주한 셈이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실시간성과 즉흥성에 착안해 DJ와 뮤지션의 음악에 맞춰 DDP 외벽의 영상이 변화하도록 구성됐다. 1970년대 브라운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송출됐던 백남준의 영상은 반세기가 지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 외벽으로 무대를 옮긴다. 서로 다른 곡률을 가진 외벽이 거대한 멀티모니터가 되고 도시와 빛, 음악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서울라이트 DDP에서 라이브 공연과 실시간 반응형 미디어아트가 결합하는 첫 사례다. 김윤서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팀장은 “백남준의 전자 텔레비전 실험이 반세기를 지나 동대문의 소음과 동시대 DJ들을 만나 도시의 빛이 되는 순간"이라며 “기술을 통해 관객을 창작에 참여시키려 했던 백남준의 생각을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조집으로 알려진 '청구영언'을 미디어아트로 되살린다. 1728년 음악가 김천택이 편찬한 청구영언에는 고려 말부터 18세기 전반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 580수가 실려 있다. 현재 전해지는 시조 약 5000수 가운데 10분의 1가량이 이 책에 담겼다. '말이 빛나는 밤'은 청구영언 속 자연과 삶의 애환, 사랑과 이별, 평안을 바라는 마음을 빛과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조의 초장·중장·종장 구조를 따라 한글로 기록된 노랫말과 사계절의 자연 풍경, 감정의 울림을 단계적으로 펼쳐 보인다. 문학 작품으로만 익숙했던 시조가 본래 사람들의 입으로 불리던 노래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신하영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청구영언이라는 제목 자체가 우리나라의 노래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작품을 통해 시조의 감정과 자연을 이미지와 빛으로 느끼고, 노랫말을 다시 음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협력한 '내 안의 산을 찾아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이 평생 탐구한 산을 디지털 풍경으로 확장한다. 유영국의 1970년대 이후 작품 가운데 계절별로 3점씩 총 12점을 선정해 봄·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지는 하나의 영상 서사로 구성했다. 권하윤 작가는 유영국 회화의 강렬한 색채를 빛으로 바꾸고, 평면 캔버스 속 산을 3차원 디지털 지형으로 되돌렸다. 유영국 작품에 등장하는 사각형과 대각선 등 기하학적 형태는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픽셀과 만나고, 단순화된 산의 형상은 폴리곤으로 이뤄진 3D 지형으로 재탄생한다. 권 작가는 “입체적인 자연이 평면 회화가 되고, 그 회화가 다시 빛과 공간을 지닌 풍경으로 돌아오는 매체의 이동이 작업의 출발점"이라며 “DDP가 유영국의 산과 후배 작가의 디지털 언어가 함께 존재하는 장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DDP의 역사와 시간도 빛과 소리로 깨어난다. 윤재호 작가의 '미래의 빛, 시간의 울림을 통과하다'는 레이저와 전자음, 전통 타악, 무용, 인공지능(AI) 영상을 결합한 공연이다. 외벽뿐만 아니라 DDP 공간 전체를 활용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라이트 DDP를 계절별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예술기관과 기업, 작가들이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백남준아트센터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한글박물관, 민간기업 등과 협업한 것도 이러한 구상의 일환이다. 계절별 콘텐츠의 성격도 구분한다. 가을 행사는 작품성과 실험성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겨울에는 시민과 관광객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와 연말 카운트다운을 선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문화기관이 각자 보유한 예술·문화 자산을 DDP에서 함께 구현할 수 있도록 협업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박진배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문화본부장은 “미디어가 이제 하나의 보편적인 표현 수단이 된 만큼 그다음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DDP의 가장 큰 특징인 몰입성을 살려 공간 전체를 무대이자 극장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디자인재단이 모든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기관을 연결하고 발신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해외 문화 플랫폼과도 함께하며 서울라이트 DDP를 글로벌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등록임대 세제혜택 축소에 매도 딜레마…임차인 갱신권과 충돌 우려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서 세법상 주택 매도기한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대사업자가 세제상 불이익을 피하려면 일정 기간 내 주택을 처분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법적으로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 매도가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세부담 증가가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3일 이언주·김현정 의원과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등록임대제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등록임대사업자의 의무를 모두 이행한 기존 임대주택에까지 과세 기준을 변경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8·3 세제개편안은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에 대한 과세특례를 축소·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 내년 말까지 매도해야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임대 의무기간 중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8년 말까지는 중과세율을 일부 완화해 적용하고, 2029년부터는 관련 특례를 전면 배제한다. 문제는 임대사업자의 세법상 매도기한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말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등록임대주택은 등록이 말소되면서 일반 임대주택으로 전환된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거나 실거주 등 법정 사유가 없다면 갱신을 거절하기 어렵다.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세제상 혜택을 유지하려면 내년 말까지 주택을 매도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이른바 '세낀 아파트'의 매도가 더욱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존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 역시 서민 주거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를 적용받지만, 2018년 9·13 대책 등으로 인해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을 등록할 때에는 합산을 못하게 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중심에서 보유가액 중심으로 바꾼다고 설명했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기존 9억원에서 '4억원+5억원의 안분'으로 사실상 축소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8년 80%로 높이고, 세율도 상승시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증가시켰다. 다주택자 보유주택 상당수는 지방 및 소형, 저가 비아파트라는 점에서 협회는 다주택자는 저가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임대인이 주를 이룬다고 봤다. 서울 아파트만 보유한 사람은 2주택자는 3.78%, 3주택자는 1.8%였다. 주택 1호당 평균 공시가격은 1주택자의 경우 약 4억8100만원이지만 4주택 이상 보유자는 약 1억5800만원이었다. 4주택 이상 보유자의 보유주택 평균 면적은 약 46㎡로 작았다. 이들의 종부세 부담이 늘면 월세로의 전환이 급격해질 수밖에 없고, 임대료의 상승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진단했다. 다주택자에게 중과한 세금이 임대료 상승과 공급 감소를 통해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봤다. 등록임대주택은 공공임대만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어 민간에서의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다.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에게 권리관계나 보증 등에 관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임대료를 1년에 5% 이상 올릴 수 없는 증액 제한 의무도 가진다.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임대의무기간 중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도 없다. 임대보증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이런 의무들을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특례를 단순히 특혜라고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등록임대주택과 일반 임대주택 임대료 차이를 분석한 결과 등록임대주택이 시세의 절반가량 저렴했다. 서울 전세의 경우 2024년 등록임대주택 평균 전세가는 2억5741만원으로 시중 일반 주택 평균 전세가인 4억8508만원과 비교해 약 53% 수준이다. 월세의 경우 2024년 기준으로 등록민간임대주택 월세 임대료가 일반 월세 시세보다 45.3%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의 취지는 알겠으나 시장에서 운영될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 안정이 우선적인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조세 정의로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주거 안정을 해치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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