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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받을 ‘선택권’ 줬지만…10억 현금 마련해야 하는 공공임대

일정 기간동안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한 뒤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주택'이 입주자들이 사실상 선택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할 때는 저소득·저자산이어야 하지만, 분양받을 때는 최대 1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4일 이준석 경기 화성시을 국회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탄2 C14 블록 사례를 중심으로 한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 세미나에서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설계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제의 원인은 주상복합용지에 임대주택을 지은 것에서 시작한다. 문제가 된 C14 블록은 2022년 윤석열 정부의 뉴홈 정책에 따라 기존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주택에서 6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업 목적이 변경된 사례다. 뉴홈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공공성이 강한 임대주택으로 볼 것인가, 일반분양을 위한 분양주택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택지공급가격을 조성원가로 정할 것인지, 감정평가액으로 정할 것인지가 갈린다. 조성원가는 개발에 투입된 실제 원가를 기준으로 산정돼 시세보다 저렴한 반면, 감정평가액은 주변 시세를 반영해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제도를 설계할 당시 이 주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원칙과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상복합용지에는 감정평가액으로 택지공급가격을 산정하고, 공공임대주택 건설용지에는 조성원가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업이 변경됐음에도 토지가격을 감정평가액으로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원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15년 전에 같은 사실관계 구조를 가진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제도 설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15년 전 사례는 5년 공공임대 후 분양사례로 공기업이 스스로 개발한 택지 위에 직접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임대 후 분양전환 하는 경우, 분양전환 가격에 반영되는 택지비를 어떻게 산정하는가가 쟁점이 됐다. 판례는 임대주택은 택지비를 감정평가가 아닌 조성원가로 산정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택지를 공급할 때에는 조성원가의 할인가격을 적용하면서, 공기업이 스스로 개발한 택지 위에 직접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임대·분양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조성원가 혹은 그 이상으로 택지비를 산정해 무주택 임차인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을 상실한 것으로 봤다. 최 변호사는 “택지비 산정 쟁점은 주상복합용지라는 C14의 고유한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시세연동 분양전환가와 선택권 소멸이라는 제도 구조상의 문제는 부천대장·고양창릉 등 남은 선택형 단지에서 본청약 시기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 구역에서 법의 실질을 회복하는 것은 제도 전체가 6년마다 법정으로 향하는 미래를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책 설계와 현실이 괴리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4년이든 6년이든 분양 전환하게 되면 그 당시의 시세에 가능한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거지 애초에 정책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그 가격을 소득 수준이 따라갈 수 없다"며 “취지가 아름답다 해도 소득이 전세·월세·매매가격 상승을 못 따라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개포·가락·면목 정비사업 속도…서울에 4134가구 공급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와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중랑구 면목7구역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서울시 통합심의 문턱을 넘었다. 세 사업을 통해 모두 4134가구가 공급되며 이 가운데 598가구는 공공주택으로 조성된다.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에는 최고 29층 규모의 업무·판매·문화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열린 제18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개포우성7차와 가락삼익맨숀, 면목7구역, 범서구역 등 정비사업 4건에 대한 통합심의안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개포우성7차는 조건부 보고 의결됐으며 나머지 3개 사업은 조건부 의결됐다. 건축과 경관, 교통, 교육, 공원, 소방, 재해 등 사업별 관련 심의를 한꺼번에 진행한 만큼 후속 인허가와 착공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남구 일원동 615번지 일대 개포우성7차는 지하 5층~지상 39층, 총 1134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연면적은 약 25만㎡로 공공주택 140가구가 포함된다. 개포로와 맞닿은 곳에는 1450.5㎡ 규모의 소공원을 만들고 단지 서쪽에는 폭 10m의 연결녹지를 확보한다. 소공원과 연결녹지를 주변 보행로와 연계해 단지에서 대모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녹지·보행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복되는 폭염에 대응해 주요 보행로에는 나무 그늘 등을 활용한 '그늘보행권'을 적용한다. 단지 남쪽에는 놀이·돌봄시설과 작은도서관 등 개방형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하고 외부 보행로와 연결해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는 최고 층수가 기존 계획보다 높아진 점을 고려해 일조권 확보 등이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단지계획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사업지는 앞으로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거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파구 송파동 166번지 일대 가락삼익맨숀은 기존 최고 12층, 936가구에서 최고 29층, 15개동, 총 1485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기존보다 549가구가 늘어나며 전체 물량 가운데 168가구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가락삼익맨숀은 1984년 준공된 노후 단지로 지하철 5호선 방이역과 3·5호선 환승역인 오금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양재대로와 오금로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해 대중교통과 도로 접근성이 양호하다. 단지 서쪽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과 노인복지시설을 조성한다. 양재대로와 오금로에 접한 입지 특성을 고려해 건물 외관과 오픈 발코니 배치에 변화를 주고 주변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서울시는 양재대로변 도로 소음에 대비한 방음벽 설치계획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중랑구 면목본동 69-14번지 일대 면목7구역은 지하 4층~지상 35층, 12개동, 총 1515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재개발된다. 이 가운데 290가구는 공공주택이다. 면목7구역은 1960년대 면목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돼 노후 단독·다세대주택이 혼재한 지역이다. 2024년 1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이번 통합심의 통과로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주택 공급과 함께 어린이공원과 근린공원,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파출소 등 생활기반시설도 확충한다. 단지 내부에는 인근 학교와 면목역을 이용하는 주민을 위한 공공보행통로를 설치하고 주변에는 경로당과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배치한다. 상봉로1길과 겸재로54길 일대에는 보행자와 차량의 이동 공간을 분리하고 주변 도로와 연결해 보행 안전성을 높인다. 겸재로50길과 상봉로변에는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해 가로 활성화를 유도한다. 서울시는 저층부 입면 디자인도 보완하도록 했다. 은평구 불광동 308-20번지 일대 범서구역에는 지하 6층~지상 29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지하철 3·6호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가 교차하는 연신내역 일대 노후 저층 상가 지역을 서북권의 업무·문화 거점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복합시설에는 업무·판매시설과 문화·집회시설 등이 조성된다. 공공기여로 마련되는 지상 6층 문화·집회시설은 주말에는 공공예식장, 평일에는 세미나와 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 은평구의 부족한 예식장 수요와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지원하는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연신내역 지하철 3번 출구는 사업지 내부로 이전하고 출구와 공개공지를 연계해 주민 휴게공간을 조성한다. 통일로의 우회전 차로를 추가로 확보하고 연서시장 방면 버스정류장도 지하철 출구 인근으로 옮겨 차량 흐름과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개선한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원과 녹지, 주민공동시설 등 지역에 필요한 생활환경도 함께 개선할 것"이라며 “사업이 계획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강남 누르자 노·도·성 뛴다…서울 집값 상승축 외곽으로

정부의 세제·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 중심축이 강남권에서 노원·도봉·성북 등 외곽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서초에서는 세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하락 거래가 이어지는 반면,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는 실수요가 몰리며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2% 올랐다. 상승폭은 전주 0.29%에서 0.07%포인트 줄었지만 서울 안에서는 지역별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한 주간 0.41% 떨어졌다. 전주 하락률 0.11%보다 낙폭이 0.30%포인트 확대됐다. 압구정·대치동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거래된 영향이다. 서초구도 반포·잠원동을 중심으로 0.23% 하락해 전주(-0.05%)보다 내림폭이 커졌다. 강남·서초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4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송파구 상승률도 0.01%에 머물러 사실상 보합에 가까워졌다. 세제개편안이 일부 수정됐지만 고가주택의 실제 보유세 부담을 결정할 핵심 내용과 입법 과정의 불확실성이 남으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울 외곽에서는 상승세가 계속됐다. 성북구가 정릉·하월곡동 대단지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0.54% 올랐고, 중랑구도 신내·상봉동 역세권 단지 위주로 0.52% 상승했다. 노원구는 상계·월계동 중심으로 0.50%, 강북구는 0.45% 올랐다. 강서구(0.45%), 관악구(0.43%), 동대문구(0.42%), 구로구(0.41%)도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KB부동산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8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0.23% 오른 가운데 노원구는 0.63%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도봉구도 0.45% 올랐다. 반면 강남구는 0.04%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외곽의 상승세에는 가격대별로 차등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이 15억원 이하이면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15억원을 초과하면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든다.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까지 낮아진다. 같은 서울에서도 비교적 적은 자기자본으로 접근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주택에 실수요가 집중되는 배경이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대와 신혼부부 수요가 중소형·역세권·대단지로 움직이면서 가격이 낮은 매물부터 소진되고 있다. 실제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7일 14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거래가 12억8000만원보다 1억65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성북구 종암동 종암SK뷰2차 전용 59㎡도 지난달 7일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 오른 11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길음동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전용 59㎡는 지난 6월 14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10억원 이하에서 거래되던 주택형이 반년 만에 15억원 선에 근접한 것이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15억원이 새로운 가격 상단으로 작용하는 '키 맞추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저가 매물이 빠진 뒤 집주인들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15억원 직전까지 호가를 높이고, 매수세는 대출 활용이 쉬운 중형 주택형에 집중되는 구조다. 도봉구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방학·쌍문동은 대단지와 학교가 밀집했지만 지하철 접근성이 떨어지고 노후 단지가 많아 서울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최근 전셋값이 오르자 3억~6억원대 매물을 찾는 실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추진과 우이신설선 방학역 연장 기대까지 겹치면서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아직은 실거래가보다 호가가 먼저 오르는 단계지만 역세권 예정 단지와 학군이 좋은 대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노원구에서는 학군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중소형 단지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노원은 4·7호선과 중계동 학원가, 대형마트·병원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젊은 부부와 자녀를 둔 실수요자의 선호가 꾸준하다"며 “전세 매물이 줄고 보증금이 오르자 전세를 구하던 수요까지 매매로 돌아서면서 상계·중계·월계동의 중소형 아파트부터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원구 안에서도 모든 단지가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과 창동 일대 개발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면서도 “노후 단지가 많고 도심 출퇴근 시간이 길다는 한계가 있어 역세권·학군·대단지 여부에 따라 가격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에서도 외곽 지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까지 서울에서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10%를 넘어선 곳은 성북구(12.44%), 구로구(10.24%), 강서구(10.10%), 서대문구(10.02%) 등 4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송파구 한 곳뿐이었다. 노원·동대문·관악·영등포구 등도 9%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반면 강남 3구의 평균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77%에서 올해 3.45%로 낮아졌다. 지난해 강남과 한강변이 먼저 급등한 뒤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이 뒤따라 상승하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권을 겨냥한 세제·대출 규제가 서울 전체의 주택 수요를 없앤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이동시킨 측면이 있다"며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원·도봉·강북·성북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호가도 따라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가격 상승도 외곽 아파트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1% 상승했다. 강남구(-0.13%)와 서초구(-0.10%)는 하락했지만 성북구와 강북구는 각각 0.38%, 노원구는 0.37% 올랐다. 입주 물량 감소와 집주인의 실거주 확대 등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오르자 일부 임차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느니 대출을 더해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중저가 지역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167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10억원을 넘어섰다. 전월 9억8750만원보다 한 달 만에 1417만원 올랐다. 다만 외곽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KB부동산의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78로 전주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매수자가 경쟁적으로 추격하는 전면적 상승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기준금리가 연 3.00%까지 오른 점도 대출 비중이 큰 외곽 시장에는 부담이다. 단기간 오른 호가와 실제 거래가격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면 실수요자의 추격매수가 약해질 수 있다. 강남권 가격 조정이 서울 전역의 안정으로 이어질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의 추가 상승을 부르는 풍선효과로 굳어질지가 향후 서울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삼성물산, 스웨덴 1.2GW SMR 사업 참여…유럽 원전시장 공략 본격화

삼성물산이 스웨덴에서 추진되는 1.2GW 규모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설계·조달·시공(EPC) 전 과정에 참여하며 유럽 SMR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GE 버노바 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GVH), 스웨덴 원전 전문기업 스투드스빅(Studsvik AB)과 신규 원전 사업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칼 테데엔 스투드스빅 최고경영자(CEO), 제이슨 쿠퍼 GVH CEO, 강승수 DS투자파트너스 대표, 레오 포티 GE 버노바 파이낸셜서비스 개발담당 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 사업은 스투드스빅이 보유한 부지에 GVH가 개발한 300MW급 SMR 'BWRX-300'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발전용량은 1.2GW로, 2030년대 중반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추진된다. 사업 대상지는 스투드스빅 소유 부지 가운데 이미 원자력 시설 운영 허가를 받은 지역이다. 스투드스빅은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스웨덴 정부와의 협의 등 사업 개발 전반을 맡는다. 삼성물산과 GVH는 공동 EPC 파트너로서 초기 설계와 기자재 조달, 시공 등 실제 사업 수행 전 과정에 참여한다. 삼성물산과 GVH는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3개 그룹 간 경쟁 절차를 거쳐 전략적 파트너로 최종 선정됐다. 두 회사가 글로벌 SMR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에 나선 이후 실제 프로젝트의 공동 EPC 파트너로 선정된 첫 사례다. 삼성물산은 원전 사업의 단순 시공사 역할에서 벗어나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사업성과 위험 요인을 검증하고 EPC 수행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스웨덴 사업에서도 초기 사업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현지 인허가와 공급망 구축, 설계 최적화 등을 GVH와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스투드스빅은 1947년 스웨덴 국가 원자력 프로그램의 중심 기관으로 설립된 원자력 기술 전문기업이다. 신규 원전 개발부터 기존 원전 서비스와 운영 지원, 원전 해체까지 원자력 산업 전 주기에 걸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적용되는 BWRX-300은 기존 비등경수로(BWR)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SMR이다.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기존에 검증된 원전 기술을 활용해 건설비와 공사 기간, 기술적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같은 노형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달링턴에서 서구권 최초의 상업용 SMR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운영허가 신청도 마치면서 글로벌 SMR 노형 가운데 상용화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은 SMR을 건설부문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5개국에서 총 12.2GW 규모의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GVH와 함께 스웨덴·에스토니아·폴란드 등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총 11.7GW 규모다.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중인 루마니아 사업은 0.5GW 규모로, 삼성물산은 2028년 안에 EPC 계약과 금융 종결을 마친 뒤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물산의 시장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35년까지 SMR과 대형 원전을 포함해 2.5GW 규모의 신규 원전 용량을 확보하고, 2045년까지 이를 10GW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프로젝트를 유럽 SMR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스웨덴 사업에서 축적한 사업개발과 EPC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SMR 시장에서 추가 사업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스웨덴 SMR 사업의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며 “스웨덴 프로젝트를 유럽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SMR 사업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백남준·한글·유영국이 빛으로…DDP 외벽, 거대한 ‘K컬처 극장’ 변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222m 외벽이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한글로 기록된 옛 노래, 유영국의 산을 담아내는 거대한 'K컬처 극장'으로 변신한다. 정해진 영상을 외벽에 투사하던 기존 미디어파사드에서 벗어나 음악과 영상, 레이저, 무용, 라이브 공연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처음 선보인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 3일 DDP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3일까지 'K-오리지널 라이트(K-Original Light)'를 주제로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우리 노래와 한글, 미술 등 고유의 문화자산을 동시대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해 DDP의 비정형 외벽에 펼치는 것이 이번 행사의 핵심이다. 2019년 시작된 서울라이트 DDP는 DDP의 독특한 곡면 외관을 활용한 서울의 대표 야간 콘텐츠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92만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당일에는 8만7000명이 방문했다. 행사 시간대 주변 야간 유동인구도 평소보다 5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서울라이트가 '보는 미디어파사드'에서 공간 전체를 체험하는 융복합 공연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DDP 외벽을 단순한 대형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운드와 레이저, 라이브 공연, 무용을 한 공간에서 결합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빛과 소리의 변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표작 '더 브레이크 포인트(The Break Point)'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철학을 오늘날의 음악과 실시간 영상 기술로 확장한 작품이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한 비디오 자료와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1970년대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영상의 색과 형태, 움직임을 즉석에서 변형했다. 텔레비전을 캔버스로, 방송 전파를 붓으로 삼아 영상을 악기처럼 연주한 셈이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실시간성과 즉흥성에 착안해 DJ와 뮤지션의 음악에 맞춰 DDP 외벽의 영상이 변화하도록 구성됐다. 1970년대 브라운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송출됐던 백남준의 영상은 반세기가 지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 외벽으로 무대를 옮긴다. 서로 다른 곡률을 가진 외벽이 거대한 멀티모니터가 되고 도시와 빛, 음악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서울라이트 DDP에서 라이브 공연과 실시간 반응형 미디어아트가 결합하는 첫 사례다. 김윤서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팀장은 “백남준의 전자 텔레비전 실험이 반세기를 지나 동대문의 소음과 동시대 DJ들을 만나 도시의 빛이 되는 순간"이라며 “기술을 통해 관객을 창작에 참여시키려 했던 백남준의 생각을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조집으로 알려진 '청구영언'을 미디어아트로 되살린다. 1728년 음악가 김천택이 편찬한 청구영언에는 고려 말부터 18세기 전반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 580수가 실려 있다. 현재 전해지는 시조 약 5000수 가운데 10분의 1가량이 이 책에 담겼다. '말이 빛나는 밤'은 청구영언 속 자연과 삶의 애환, 사랑과 이별, 평안을 바라는 마음을 빛과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조의 초장·중장·종장 구조를 따라 한글로 기록된 노랫말과 사계절의 자연 풍경, 감정의 울림을 단계적으로 펼쳐 보인다. 문학 작품으로만 익숙했던 시조가 본래 사람들의 입으로 불리던 노래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신하영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청구영언이라는 제목 자체가 우리나라의 노래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작품을 통해 시조의 감정과 자연을 이미지와 빛으로 느끼고, 노랫말을 다시 음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협력한 '내 안의 산을 찾아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이 평생 탐구한 산을 디지털 풍경으로 확장한다. 유영국의 1970년대 이후 작품 가운데 계절별로 3점씩 총 12점을 선정해 봄·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지는 하나의 영상 서사로 구성했다. 권하윤 작가는 유영국 회화의 강렬한 색채를 빛으로 바꾸고, 평면 캔버스 속 산을 3차원 디지털 지형으로 되돌렸다. 유영국 작품에 등장하는 사각형과 대각선 등 기하학적 형태는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픽셀과 만나고, 단순화된 산의 형상은 폴리곤으로 이뤄진 3D 지형으로 재탄생한다. 권 작가는 “입체적인 자연이 평면 회화가 되고, 그 회화가 다시 빛과 공간을 지닌 풍경으로 돌아오는 매체의 이동이 작업의 출발점"이라며 “DDP가 유영국의 산과 후배 작가의 디지털 언어가 함께 존재하는 장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DDP의 역사와 시간도 빛과 소리로 깨어난다. 윤재호 작가의 '미래의 빛, 시간의 울림을 통과하다'는 레이저와 전자음, 전통 타악, 무용, 인공지능(AI) 영상을 결합한 공연이다. 외벽뿐만 아니라 DDP 공간 전체를 활용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라이트 DDP를 계절별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예술기관과 기업, 작가들이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백남준아트센터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한글박물관, 민간기업 등과 협업한 것도 이러한 구상의 일환이다. 계절별 콘텐츠의 성격도 구분한다. 가을 행사는 작품성과 실험성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겨울에는 시민과 관광객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와 연말 카운트다운을 선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문화기관이 각자 보유한 예술·문화 자산을 DDP에서 함께 구현할 수 있도록 협업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박진배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문화본부장은 “미디어가 이제 하나의 보편적인 표현 수단이 된 만큼 그다음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DDP의 가장 큰 특징인 몰입성을 살려 공간 전체를 무대이자 극장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디자인재단이 모든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기관을 연결하고 발신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해외 문화 플랫폼과도 함께하며 서울라이트 DDP를 글로벌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등록임대 세제혜택 축소에 매도 딜레마…임차인 갱신권과 충돌 우려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서 세법상 주택 매도기한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대사업자가 세제상 불이익을 피하려면 일정 기간 내 주택을 처분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법적으로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 매도가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세부담 증가가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3일 이언주·김현정 의원과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등록임대제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등록임대사업자의 의무를 모두 이행한 기존 임대주택에까지 과세 기준을 변경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8·3 세제개편안은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에 대한 과세특례를 축소·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 내년 말까지 매도해야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임대 의무기간 중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8년 말까지는 중과세율을 일부 완화해 적용하고, 2029년부터는 관련 특례를 전면 배제한다. 문제는 임대사업자의 세법상 매도기한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말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등록임대주택은 등록이 말소되면서 일반 임대주택으로 전환된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거나 실거주 등 법정 사유가 없다면 갱신을 거절하기 어렵다.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세제상 혜택을 유지하려면 내년 말까지 주택을 매도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이른바 '세낀 아파트'의 매도가 더욱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존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 역시 서민 주거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를 적용받지만, 2018년 9·13 대책 등으로 인해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을 등록할 때에는 합산을 못하게 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중심에서 보유가액 중심으로 바꾼다고 설명했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기존 9억원에서 '4억원+5억원의 안분'으로 사실상 축소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8년 80%로 높이고, 세율도 상승시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증가시켰다. 다주택자 보유주택 상당수는 지방 및 소형, 저가 비아파트라는 점에서 협회는 다주택자는 저가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임대인이 주를 이룬다고 봤다. 서울 아파트만 보유한 사람은 2주택자는 3.78%, 3주택자는 1.8%였다. 주택 1호당 평균 공시가격은 1주택자의 경우 약 4억8100만원이지만 4주택 이상 보유자는 약 1억5800만원이었다. 4주택 이상 보유자의 보유주택 평균 면적은 약 46㎡로 작았다. 이들의 종부세 부담이 늘면 월세로의 전환이 급격해질 수밖에 없고, 임대료의 상승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진단했다. 다주택자에게 중과한 세금이 임대료 상승과 공급 감소를 통해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봤다. 등록임대주택은 공공임대만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어 민간에서의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다.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에게 권리관계나 보증 등에 관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임대료를 1년에 5% 이상 올릴 수 없는 증액 제한 의무도 가진다.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임대의무기간 중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도 없다. 임대보증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이런 의무들을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특례를 단순히 특혜라고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등록임대주택과 일반 임대주택 임대료 차이를 분석한 결과 등록임대주택이 시세의 절반가량 저렴했다. 서울 전세의 경우 2024년 등록임대주택 평균 전세가는 2억5741만원으로 시중 일반 주택 평균 전세가인 4억8508만원과 비교해 약 53% 수준이다. 월세의 경우 2024년 기준으로 등록민간임대주택 월세 임대료가 일반 월세 시세보다 45.3%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의 취지는 알겠으나 시장에서 운영될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 안정이 우선적인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조세 정의로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주거 안정을 해치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법무부 등 세종행 추진…공공기관 109개 감축 방침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지방이전을 검토하고, 올해 4분기 이전계획을 확정해 내년부터 선도이전에 착수한다. 수도권에 남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기관을 제외하고 이전 대상을 최대한 확대하되, 기존 혁신도시에 연관 기관을 모아 지역 성장거점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등 수도권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도 2027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이와 함께 발전 5사와 항만공사 4곳을 각각 하나로 통합하는 등 공공기관 기능 개혁을 통해 109개 기관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과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균형 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생존 전략"이라며 수도권 과밀 완화와 지역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기관 이전과 기능 개혁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핵심은 '수도권 잔류 최소화'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이전 여부를 검토한다. 350여곳 전체의 이전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소관 부처 검토와 지방시대위원회 이전특위 논의,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대상 기관을 결정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차 이전 당시 적용했던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배치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기능적으로 연관된 기관을 한데 모으고 지역 대학·산업과 연결해 기관 이전이 일자리와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입지 선정에는 '5극 3특' 성장엔진과 기존 혁신도시 기능군, 지역 인프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국토부는 이를 포함해 △수도권 잔류 최소화 △기존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 △지역 대학·산업 연계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 △속도감 있는 이전 등 5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번 방향에는 1차 이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1차 이전으로 150개 기관, 약 5만명의 종사자가 지방으로 옮겼다. 정부는 이전기관 종사자의 약 70%가 가족과 함께 정착하고 연관 산업이 성장한 성과가 있었지만, 수도권 집중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기관 분산 배치로 정주여건 개선과 산학연 협력 기반 조성이 미흡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김 장관은 “기능적으로 연관된 기관을 한데 모아 집적 배치하겠다"며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의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새 청사를 짓는 동안 이전이 지연되는 일을 줄이기 위해 민간 건물 임차 등을 활용한다. 1차 이전은 계획 발표 이후 실제 이전까지 7년 이상 걸렸지만, 이번에는 2027년부터 선도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1차 이전 때와 같이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 임차 등을 활용해 내년부터 선도이전에 착수하겠다"며 “더 멀리, 더 빨리 이전하는 기관들을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전기관 종사자 지원도 확대한다. 1차 이전 당시 지급했던 이주수당인 2년간 월 20만원과 이사비 외에, 이전 거리에 따른 원거리 우대수당과 이전 시기를 고려한 조기이전 수당을 신설한다. 원거리 우대수당은 2년간 최대 월 20만원, 조기이전 수당은 2년간 최대 월 50만원이다. 주거 안정과 자녀 교육·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도 관계부처와 마련한다. 중앙·지방정부가 협력해 혁신도시의 교통·교육·의료·문화 시설을 개선하고, 기관 이전에 따른 인구와 수요 증가를 도시의 자족 기능 확충으로 연결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4분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확정·발표한다. 구체적인 기관별 이전지와 일정은 이 과정에서 정해진다. 수도권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등의 세종 이전도 추진한다. 기관별 기능과 성격, 부처 간 업무 연계성을 검토해 이전 대상을 정하고, 2027년 상반기부터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적으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무부 등 현재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대상으로 규정된 부처의 세종 이전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 시기는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이전계획을 변경 고시하는 절차로 확정한다. 경찰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를 신축한 뒤 이전을 추진한다.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옮겨 민원·인허가·정책 집행 등 행정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윤 장관은 “모든 기관을 같은 시기에 일률적으로 옮기기보다는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을 고려해 행정 공백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2029년 8월 건립하고,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청사 확보와 업무 연속성, 직원·가족 정착 지원 등을 점검한다. 공공기관 기능 개혁은 전략적 구조 개편과 유사·중복 기능 통합, 자회사·소규모 기관 정비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정부가 제시한 기관 감축 규모는 109개다. 여러 기관으로 나뉜 유사 기능도 정비한다. 공공기관 해외 거점을 물리적·기능적으로 일원화해 수출기업과 교민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의 중복 업무를 통합해 운영비용과 관리 사각지대를 줄일 방침이다. 각 부처가 기능 개혁 로드맵을 마련하며, 법률 개정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즉시 이행에 착수한다. 정부는 통폐합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보수 등 처우가 낮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리후생 강화와 경영평가 인센티브 등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기관 이전과 기능 개혁의 실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과 예산 확보, 지역·노동계와의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총리 주관 관계부처 협의체를 통해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국회에 관련 예산 심의와 법령 개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김 장관은 “국가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절실한 국가 생존전략"이라며 “관계기관 등과 충분히 소통하며 합리적인 이전계획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미래차-보행자 커뮤니케이션 기술…한국 주도로 국제기준 만든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 자동차안전연구원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국제 안전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TF-ISD 킥오프(Kick-off) 회의를 3일 개최했다. TF-ISD는 국제등화장치전문가그룹(GTB) 산하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자동차가 보행자와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기술에 관한 국제 안전기준을 연구하는 전담 실무반이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았다. 회의에는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 정부 대표단과 글로벌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기존의 국제안전기준은 자동차 조명 및 표시 장치 중심이었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차량-도로이용자 커뮤니케이션' 기술 표준화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차량과 도로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SDV 기술 발전과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차량 외부 디스플레이 표출과 노면 투사 등을 통해 보행자나 타 차량과 주행 의사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국내 SDV 및 모빌리티 관련 기술 수준과 연구 성과가 국제 표준에 적극 반영될 전망이다. TS는 이번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차량-도로이용자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국제 기준안 작성을 선도하고, 향후 UN 규정(UN Regulation) 제정으로 이어지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한편 TS자동차안전연구원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2015년부터 GTB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운전 보조 프로젝션 등 자동차 등화장치 분야 연구 활동과 신기술 관련 국제 기준 제·개정 논의를 선도하고 있다. 정용식 TS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차량과 도로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국제 안전기준 마련을 주도한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안전기술과 연구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의미있는 성과"라며 “TS는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과 연구 역량이 국제 안전기준 마련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모든 도로이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교통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이슈&인사이트] 신의 축복과 저주는 동전의 양면

“신은 저주하는 사람에게 3번의 승리를 안겨 준다"라고 한다. 이는 '성공이 가져오는 함정'과 '오만함이 초래하는 파멸'에 대한 경구다. 동양의 병법서에는 교병필패(교만한 군사는 반드시 패한다) 라고 해서, 적이 함정에 걸리지 않을 때 먼저 3번 일부러 패함으로써 상대를 교만하게 하여 함정에 빠뜨리는 전략을 낳기도 한다. 이를 1999년 앤드루 로렌스는 마천루 저주의 가설로 표현했다. 세계 최고 높이의 마천루가 건설되거나 완공되는 시점에 경제 위기가 닥친다는 개념이다. 이는 마천루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경기 호황의 정점에서 과잉 투자가 이루어지는 시점과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사례로 1929년 대공황 전후로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언급된다. 한국의 사례로는 대한생명 그룹을 파산에 이르게 한 63빌딩이나 롯데그룹을 유동성 위기로 몬 월드타워가 있다. 신의 축복이 신의 저주가 되는 또 다른 사례로 승자의 저주를 든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만 해도 신의 축복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인수 비용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고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신의 저주가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웅진그룹 극동건설의 인수는 신의 축복이었다. 그런데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문제가 되어, 지주회사인 ㈜웅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핵심 계열사인 코웨이를 매각하고 해체되는 신의 저주가 된다. 최근의 사례로는 중앙그룹이 있다. JTBC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올림픽/월드컵 독점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것은 신의 축복으로 보였지만 지상파 방송사에 중계권 재판매에 실패하면서 JTBC 채무 불이행 및 중앙그룹 계열사 회생절차 신청 사건이 발생하는 신의 저주가 되었다. 신의 축복이 신의 저주가 되는 사례의 모음집이라면 1997년에 방영된 MBC '성공시대'가 있다. 4년간 189회로 종영된 동 방송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 등의 성공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겨줬다. 그러나 본 방송은 우연히 겹친 IMF 사태를 거치면서 거평그룹 나승렬 회장이나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박상희 회장처럼 방송 직후 회사가 부도나거나 불명예 퇴진한 것은 '성공시대'의' 신의 축복이 신의 저주로 변모되는 사례를 통해서 축복과 저주가 동전의 양면임을 보여 주었다. 최근 SK하이닉스 노사가 두 달간의 교섭 끝에 마련한 임단협의 잠정 합의안이 노동조합 투표에서 부결한 것은 국민을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임금 6.3% 인상과 함께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250조로 추정하고 상응하는 PS를 추정하면 1인당 7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PS 지급 방식을 이유로 임단협의 합의 사항을 부결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배반한 위험한 발상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IMF 사태 때 그들의 회생에 수조 원의 국민 혈세와 외환은행의 희생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정당한 노력에 대한 PS 지급의 타당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의도와는 상관없이 PS의 1/10의 박봉에 시달리는 유사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자괴감을 자극하면 안 된다. SK하이닉스 뒤에는 중국의 YMTC(양쯔메모리)와 CXMT(청산 메모리) 가 버티고 있다. 언제라도 미국의 견제가 없다면 SK하이닉스를 삼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신은 인간이 자신을 돌아볼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성공의 탑 꼭대기에 그를 올려놓은 뒤, 단 한 번의 결정적인 실수로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신의 축복과 신의 저주가 동전의 양면인 이유다. bienns@ekn.kr

[현장] “집에 걸고 싶은 그림 찾아요”…키아프서 만난 ‘아트 리빙’

“이 작품을 샀다면 그때의 저희를 기억하는 거죠."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키아프 서울 2026'. 아이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30대 부부는 그림을 소장하는 의미를 '추억'이라고 설명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집에 두고 감상하며, 그림을 골랐던 순간과 당시 가족의 모습까지 간직하고 싶다는 것이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생활공간과 맞닿아 있었다. 가정집에서 보관하기 어려운 대형 작품보다는 집에 둘 수 있는 크기를 고려했다. 구매 예산으로는 600만원 정도를 언급했다.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작품으로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눈앞에 두고 보기 좋은 그림, 가족의 시간을 기억하게 할 그림이 먼저였다. 미술 감상과 작품 수집이 일상의 취향을 가꾸는 생활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키아프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작품 가격과 작가의 유명세뿐 아니라 집에 걸었을 때의 크기, 감상하는 즐거움, 소장에 담길 기억을 이야기했다. 갤러리 관계자들도 집에 걸 작품을 찾는 수요와 구매층의 다양화를 체감한다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50대 부부도 구매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시장을 둘러봤다. 지나치게 고가가 아니라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작품을 어디에 둘지 묻자 “집에 걸어둘 수도 있고, 사이즈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작품에 대한 호감과 함께 실제 놓을 공간을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30대 부부에게 이번 방문은 이전 구매 경험의 연장이었다. 앞선 행사에서 작품 한 점을 산 이들은 같은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작업을 선보였는지 보고 싶어 다시 찾았다. 생각하고 있는 구매 예산은 1000만원이었다. 이들 부부는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작가의 발전 가능성도 살핀다고 했다. 재테크가 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내비쳤지만, 너무 비싼 작품을 구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의 예산 안에서 좋아하는 작품을 찾되 작가의 향후 활동과 가치에도 관심을 두는 것이다. 가족의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 집에 어울릴 작품을 찾는 사람, 좋아하는 작가를 계속 지켜보려는 사람까지 구매 동기는 다양했다. 집에서 즐기는 취향 소비와 작품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각자의 선택 안에 서로 다른 비중으로 담겨 있었다.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관계자들도 소장 목적과 구매층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요즘 시장에서는 재테크보다는 본인의 집에 걸고 싶은 것들을 많이 구매하시는 것 같다"며 회사에 걸 대형 작품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놓일 장소와 쓰임이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집에 걸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이 많은지 묻자 “보통 그렇게 사 가신다"며 “컬렉터들이 많이 다양해졌다"고 답했다. 구매층에 대해서도 “보통은 40·50대가 많으신데 요즘은 20대 분들도 보인다"고 전했다. 기존에 거래하던 갤러리와 인연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작품을 탐색하는 관람객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개막일 VIP 관람객 중에는 이미 거래하는 갤러리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아트페어에서는 여러 갤러리의 다양한 작품을 함께 살펴본다고 말했다. 구매 예산을 명확하게 정하고 오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미술시장이 죽었다고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개인 취향에 따른 구매이기 때문에 관심 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현장에서 미술계가 활발히 돌아가는 모습을 직접 느낄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부터 50대까지 많이 좋아해 주신다"며 젊은 관람객들의 안목과 취향도 다양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구매 용도로는 집에 두거나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경우를 들었다. 다만 관람객의 관심을 곧바로 거래 증가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또 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오늘은 첫날이라 판매량을 아직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개인 소장 작품의 가격에 대해서도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있어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이 언급한 600만원과 1000만원 역시 각자의 구매 계획으로, 행사 전체의 평균 구매가격을 뜻하지는 않는다. 작가 역시 소장층의 다양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이번 키아프에 작품을 출품한 홍순욱 작가는 “그림을 50년 정도 그려왔는데 돈이 많은 분들도 물론 사지만, 평범한 분들도 그림을 사시더라"고 말했다. 홍 작가는 코로나19 시기 열었던 개인전에서 관람객들이 보여준 감상 태도를 떠올렸다. 많은 사람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찾아온 이들은 작품을 하나하나 오랫동안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그는 “한 분 한 분 오시면 그림을 정말 자세하게 보셨다"며 “코로나 때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매출은 가장 많이 올라갔다"고 회고했다. 방문객 수와 별개로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들이 소장으로 이어졌던 경험이다. 작품의 투자 가치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 작가는 “재테크는 금방 되는 것이 아니고 세월이 흘러야 한다"며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의 작품을 언급했다. 작품을 고를 때 작가가 이어가는 활동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키아프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여러 나라의 갤러리와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관람객들이 꼽는 아트페어의 매력이었다. 서대문구 부부도 당일 구매를 반드시 하겠다는 생각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아이에게 다양한 작품을 접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방문 목적이 있었다. 개별 갤러리에서는 선별된 작품을 보지만, 아트페어에서는 여러 국가와 갤러리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어 감상 경험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과거 사람이 많을 때는 작품을 하나씩 보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개장 직후 아이와 함께 들어와 관람하기가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구매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족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자체가 문화생활인 셈이다. 전시장 구성도 관람객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간 연출을 맡은 정구호 디렉터는 주요 동선을 정리하고 특별전과 휴게 공간을 배치했다. B홀에는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광장 형태의 공간을 마련했다. 작품을 둘러보다 쉬고, 대화를 나눈 뒤 다시 관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KB금융그룹이 마련한 김택상 특별전 '별의 축적'은 작품을 여러 감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가로 11m, 세로 2.4m의 대형 회화 '별빛이 성운이 될 때'를 중심으로 조각과 소리, 향을 결합했다. 특별전 기획 관계자는 기자에게 색을 여러 겹 쌓아가는 작가의 작업 방식과 '축적'이라는 전시 개념을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회화와 조각에 사운드와 향을 더해 관람객들이 공간 전체에서 전시를 즐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작품을 소장하지 않더라도 예술이 만드는 분위기에 머무를 수 있다. 키아프 현장에는 그림을 집으로 가져오려는 사람과 아이에게 미술을 보여주려는 사람,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작업을 기다리는 사람이 함께 있었다. 작품을 자신의 생활과 연결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그때의 저희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서대문구 부부의 말에는 그 일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집에 걸린 그림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가족이 함께 전시장을 찾았던 하루를 떠올리게 한다면, 소장의 가치는 가격표 밖에서도 쌓인다. 키아프 서울 2026은 3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맞아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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