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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건설공사 표준 단가 올해보다 2.98% 오른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건설공사비 표준시장단가가 올해보다 2.98% 오른다.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사의 예정가격을 산정할 때 활용되는 직접공사비 기준인 내년도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을 23일 공고했다. 표준시장단가는 이미 수행된 공사의 시장거래가격을 토대로 계산한 표준단가를 의미한다. 주로 100억원 이상 대형 공사에 적용된다. 표준품셈은 건설공사의 일반적·보편적 공종을 대상으로 단위 작업당 투입되는 인력과 장비 사용량 등을 수치화한 기준이다. 예컨대 알루미늄폼 설치·해체 시 일반층 기준 하루 70㎡ 시공에 형틀목공 4명과 보통인부 1명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이번에 개정된 표준시장단가는 전년 대비 2.98%, 올해 5월 기준 대비로는 2.15% 상승했다. 전체 1850개 항목 가운데 토목 191개, 건축 251개, 설비 244개 등 총 686개 항목은 현장 조사, 나머지 1164개 항목은 시장가격 등 물가 변동분을 적용해 조정했다. 특히,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활용 빈도가 높은 '주요관리공종'은 기존 315개에서 569개로 품목을 대폭 확대했다. 국토부는 내년에는 이를 7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도심지 철거공사에서 압쇄기 활용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기존 구조물 철거 공종에 '압쇄공법'도 새로 도입했다. 표준품셈 역시 현장 여건 변화를 반영해 개정했다. 내년도 적용 표준품셈은 전체 1459개 항목 가운데 공통 254개, 토목 28개, 건축 30개, 설비 24개, 유지관리 13개 등 총 349개 항목이 조정됐다. 이번 개정에는 연차별 조사 계획에 따른 정비 항목과 함께 수요응답형 표준품셈 협의체를 통해 발굴된 과제와 근로자 추락 방지, 굴착 공사장 안전 확보를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작업자 안전을 위해 비계와 동바리 설치·해체 작업의 품셈을 현실화했다. 비계 주변에 설치하는 보호망 작업을 별도 규정이 아닌 비계 설치 품셈에 포함하도록 개선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출입구에 낙하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호선반 설치·해체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시스템 비계와 동바리 작업에 활용되는 크레인 등 양중장비를 품셈에 반영하고, 사용 빈도가 높은 5m 이하 시스템 동바리 규격도 추가했다. 비계에서 벽 연결재를 추가로 설치·해체할 경우의 계상 방법도 명확히 했다. 건축과 토목 분야에서 사용하는 철근콘크리트의 원가기준도 정비했다. 콘크리트 타설 시 형상을 잡아주는 유로폼 거푸집은 사용 횟수와 자재 수량을 조정해 감가상각 반영을 현실화했다. 또 부식에 강하고 가벼워 시공성이 뛰어난 유리섬유 보강근(GFRP)을 철근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장 조립 기준을 신설했다. 스마트 건설 기술 확산을 위한 기준도 확대했다. 토공 작업 시 다짐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관련 시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지능형 다짐공 롤러의 원가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MG·MC 굴삭기 작업 조건과 장비 제원도 추가했다. 이밖에 지하 안전 강화를 위해 기초공사시 흙막이 벽을 설치하는 주열식 현장벽체 공법(CIP)과 차수벽을 생성하는 차수 그라우팅 공법(SGR)을 적용할 수 있도록 원가기준을 신설했다. 폭염 시 휴식 시간 의무에 따라 생산성 저하를 반영한 할증 기준을 도입하고, 회전교차로 공사의 난이도를 공사비에 반영하는 등 현장 여건 변화를 반영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내년도에 적용하는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은 국토교통부 누리집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삼표그룹, 성수 부지 ‘79층 미래형 업무복합단지’ 개발 본격화

삼표그룹이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최고 79층 규모의 미래형 업무복합단지 개발을 본격화했다. 완공 시 이 건물은 롯데월드타워(123층)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삼표그룹은 서울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최고 79층 규모의 미래형 업무복합단지 개발을 위한 '성수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시는 최근 제1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서울숲 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삼표레미콘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로써 1977년 가동을 시작해 2022년 8월 철거된 옛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부지는 초고층 복합시설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표그룹은 서울시의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해당 부지를 업무·주거·상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미래형 업무 중심지 조성을 위해 업무시설 비중을 35% 이상으로 설정하고, 주거시설은 직주근접 강화를 위해 40% 이하로 도입한다. 이는 성수동을 미래형 오피스 및 혁신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서울숲 일대의 교통혼잡 해소를 위한 기반시설 개선도 추진된다. 더불어 서울시가 계획 중인 스타트업 지원 공간 '유니콘 창업 허브'가 들어서고, 성수 부지와 서울숲을 연결하는 입체 보행공원이 조성돼 확장된 녹지 네트워크가 구축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해 혁신적 디자인을 인정받아 '건축혁신형 사전협상' 대상지에 이어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숲과 연계되는 입체보행 데크 구간에 대해 건폐율 최대 90% 완화, 용적률 104%포인트 추가 등 도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개발 여건이 확보됐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성수 프로젝트를 통해 업무·주거·상업시설은 물론 호텔 등 숙박 기능을 아우르는 글로벌 미래형 업무복합단지를 직접 개발·운영하게 됐다"며 “특히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전문 인력을 적극 영입하는 등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표그룹은 올해 2월 글로벌 부동산 개발 경험을 갖춘 로드리고 빌바오 사장을 영입한 데 이어,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총괄한 롯데건설 출신의 석희철 사장을 성수 프로젝트 건설본부장으로 선임하면서 초고층 복합단지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 성수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로드리고 빌바오 사장은 “건설기초소재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실현을 통해 새로운 도시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빌바오 사장은 “성수 프로젝트는 서울 도심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부동산 개발 시장 진출을 통해 그룹의 산업 확장을 이끌 중대한 이정표"라며 “도시와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미래형 랜드마크 조성을 위해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HDC현대산업개발, 도시정비 ‘4조 클럽’…부산 온천5구역 재개발 수주

HDC현대산업개발이 부산 온천5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4조 원을 돌파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일 열린 부산 온천5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 342명이 참석한 가운데 323표(득표율 94.4%)를 얻어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부산 온천5구역 재개발 사업은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 1462-30번지 일원에 지하 3층~지상 최고 39층·6개 동·총 902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총사업비는 3777억 원이다. 해당 사업지는 미남초, 금강초, 내성중, 여명중, 이사벨고 등 다수의 학교가 인접해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췄다.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부산사직종합운동장, 부산의료원, 사직역 학원가 등 생활·의료·문화 인프라도 가까워 주거 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사업에 금정산과 온천천을 모티브로 한 외관 특화 설계와 도서관·독서실 등 교육 특화 커뮤니티 공간을 제안해 조합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50만여 가구를 공급하며 축적한 아이파크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해 조합원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며 “앞으로도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선별된 입지를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해 도시정비 부문에서의 시장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산 온천5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4조1651억 원을 기록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원주 단계주공 재건축(4369억 원) △부산 광안4구역 재개발(4196억 원) △부산 연산10구역 재개발(4453억 원)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9244억 원) △미아9-2구역 재건축(2988억 원) △신당10구역 재개발(3022억 원) △대전 변동A구역 재개발(9602억 원) 등을 잇달아 수주한 바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 수십억 고가아파트 임대 세대. ‘주거복지인가, 낙인인가’

“여기, 여기, 여기에 색깔이 칠해진 동, 층, 라인들은 임대입니다. 아무래도 임대동이나 임대 세대가 섞인 동보다는 다른 매물이 낫죠" 지난달 초 올림픽파크포레온(올파포)단지 내 상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위와 같이 설명했다. 벽에 붙어 있는 단지 배치도에서 유독 분홍색으로 짙게 칠해진 세대가 무슨 의미인지를 묻자 나온 말이다. 임대 세대를 분양 세대들과 구분하기 위해 색깔을 칠해 놨다는 의미다.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 해 2024년 입주한 올림픽파크포레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세대 수가 1만 세대가 넘어 전국에서 가장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총 1만2000세대 중 1046세대가 임대주택이다. 산술적으로도 1000세대를 넘는 임대주택 가구 수만으로도 왠만한 대단지 아파트 못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일선 부동산 현장에선 '임대 세대' 표시를 해 놓고 고객들에게 임대 세대가 공급돼 있는 동은 피하라는 조언을 해 주고 있었다. 입주민 중 10%에 가까운 주민들이 임대 세대에 거주하면서 조합원 및 일반분양 세대, 매매 거래 입주자들과 같은 공간인 '올파포' 단지 내에 거주하고 있지만 정작 그 이면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노후 단지 및 지역을 신축 아파트로 건설할 경우 전체 연면적의 최소 10% 이상을 임대 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보통 임대 주택이 전용면적 30~40㎡(10평대)의 초소형 규모로 지어지는 만큼 세대 수 기준으로는 15% 이상이 임대 주택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파포는 10평대의 소형 세대를 일반분양 물량으로 많이 공급하면서 임대 주택 의무 인센티브가 적용됐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세대는 임대주택으로 지어졌다. 올파포는 겉으로 보기엔 임대 세대와 일반 세대를 구분하기 힘들다. 특정 개별 단지에 임대 세대 1000세대를 몰아넣지도 않았고, 특정 개별동이 임대동으로 구분돼 있지도 않다. 같은 동에 조합원 세대와 일반분양 세대, 임대 세대가 섞인 '소셜믹스'가 적용된 단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임대주택을 특정 동이나 저층에 몰아넣지 못하도록 하는 '소셜믹스 원칙'을 의무화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임대동'을 따로 둬서 특정동에 임대 세대를 모두 몰아넣고, 커뮤니티 시설 이용 등을 제한하거나 주차장과 출입구를 따로 배치하는 등 차별을 뒀다. 서울 중구 만리동 '서울역 센트럴자이'가 대표적인 경우다. 만리2구역을 재개발해 2017년에 완공된 이 단지는 총 14개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유동 맨 마지막 번호의 114동은 다른 13개 동에서 멀리 떨어져 단지 맨 왼쪽 구석 끝부분에 지어져 있다. 언뜻 보기에도 기형적인 단지 구조로 구성돼 있다. 임대동인 114동 주민들은 13개동이 사용하는 단지 정문 출입구와 주차장도 이용하지 못한다. 임대 세대는 오직 114동 전용 출입구로만 다녀야 하고, 지하주차장 역시 메인 주차장이 아닌 114동 전용 지하 주차장만 이용할 수 있다. 13개동이 모여있는 구역에 마련돼 있는 커뮤니티 시설 역시 임대 세대는 이용할 수 없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 해 2019년에 입주한 강남구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체 23개동 가운데 유독 임대 세대로 구성된 2개 동만 저층으로 지어져 대로변과 맞닿은 외곽에 배치돼 있다. 고동색, 회색, 하얀색 3색으로 전체 단지의 색감 컨셉을 통일시킨 나머지 21개동과 달리 이들 2개동은 검은색 단일색으로 마감돼 있다. 얼핏 보면 상가동처럼 보일 정도로 외관 자체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임대동과 일반동을 구분시키고 심지어 실거주에 있어 차별까지 하는 주체는 바로 조합이다. 정비사업 시행자인 조합들이 단지 건설 단계에서부터 임대 세대를 구분하고, 입주 후에도 시설 이용 여부 등을 놓고 차별을 조장하자 서울시는 결국 소셜믹스 정책을 의무화 했다. 이에 따라 2021년 이후 지어진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외적으로는 임대 세대와 일반 세대를 구별하기 힘들어졌다. 문제는 여전히 임대 세대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구분과 차별 등이 행해진다는 것이다. 입주자카페 내에선 임대 세대가 몇 층, 몇 호인지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나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지난달 말 사전 점검을 마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이 대표적 사례다. 이 아파트 입주자 카페는 요즘 임대 배치표로 내부가 시끄럽다.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 한 이 아파트는 입주장을 맞아 단지 외곽에 위치한 104, 105, 107, 108동 예비 입주민들 사이에서 특정층이나 특정라인이 임대 세대가 맞는지 묻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는 후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들 외곽 동에 거주하게 될 일반분양자와 조합원 세대 간에 층, 라인 배치를 놓고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대로변 소음이나 분진으로부터 자유롭고 외부 뷰가 세대 내부에 조망되는 고층 세대를 조합원들이 독점하면서 일반분양자들이 불만을 표한 것이다. 이 와중에 임대 세대는 과연 몇 층, 어느 라인에 배치돼 있는지 파악해야 된다고 일부 예비 입주자들이 문제 제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임대 세대의 배치 현황이 내부적으로 공유된 것이다. 일부 임대 세대가 선호도가 높은 호수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어떤 입주민들은 왜 이렇게 좋은 층에 임대 세대가 들어가 있는지 항의하기도 했다. 소셜믹스 단지에서 임대 세대를 특정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지금도 왠만한 서울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단지 주민들이 아닌 외부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임대 세대가 몇 동, 몇 층, 몇 호에 들어가 있는지 파악 가능하다. 단지 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임대 세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입주민 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어떠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클릭 몇 번만으로 임대 세대를 특정할 수 있다. 이렇게 조합원들이나 일반분양 주민들간에 세대 배치를 놓고, 임대 세대에 대해 노골적인 차별 발언을 내뱉고 있지만, 정작 임대 세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대부분 고가 아파트다. 강남3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는 수십억 이상에 거래되는 초고가 아파트다. 매매 거래 계약을 통해 신고가를 찍고 입주하는 일반 세대 주민들이 보기에 임대 세대는 자신들이 사는 고가 아파트에 '거저 사는' 사람들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초고가 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는 임대 주택 세대 역시 거주를 위해 상당 수준의 비용을 지출한다. 최근 임대 세대 관련 분란이 일어난 잠실 르엘의 경우 임대 세대 일부가 임대 주택 규모로는 대형 평수에 해당하는 전용 59㎡(24평)로 공급됐다. 잠실 르엘 임대 세대 24평은 주로 신혼부부전용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으로 공급됐는데, 이 미리내집 24평의 전세금은 8억원에 달한다. 잠실 르엘 일반 세대 24평 평균 전세금인 12억원 수준에 못 미치지만 임대 주택 거주 비용으로는 초고가에 해당한다. 전세금 8억원이면 서울 내 비강남권 왠만한 신축 아파트 24평 전세가 가능한 수준이다. 임대 주택 세대도 주택법에 근거해 정당하게 거주 비용을 지출해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인 셈이다. 일부 고가 아파트 임대 세대는 다른 단지의 전월세 수준의 임대료를 지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임대 세대 입주민들은 이런 논란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반 세대의 은근한 차별에 속앓이만 하면서 자신을 감춘다. 반면, 저렴한 비용을 들여 같은 단지에서 고품질의 주거 혜택을 누린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소셜믹스 의무화 정책으로 서울 유명 재건축·재개발 신축 아파트에서 공식적으로는 임대 세대를 실거주 측면에서 차별하기도 어려워진 측면도 크다. 임대 세대 주민으로 추정되는 한 올파포 주민은 커뮤니티에 “30억원에 팔리는 이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려면 최소 100만원에서 200만원 이상을 내지만, 임대로 들어와 월세로 수십만원 정도의 임대료만 내고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일반 세대에 비해 훨씬 저렴한 돈을 내고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 묶이는데 일반 세대 주민들이 뭐라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올파포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R 부동산 공인중개소는 “어짜피 올파포 등 강남3구 유명 아파트 임대 세대 주민들은 대부분 신혼부부 등 젊은 30대 주민들이 많다. 이들은 자산이나 소득은 낮아도 강남에 오래 거주해 가점이 높아서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으로 강남 키즈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임대 세대 차별에 위축된다기보다, 자신들이 싼 돈을 들여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일반 세대와 같은 이득을 누리니 좋은 것 아니냐고 만족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며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일반 세대 주민들도 임대 세대 주민들이 30대 신혼부부들이 많아 단지 내 분위기가 더 밝고 활기차진다고 반기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에너지 절감’ 민간 그린리모델링…“인센티브가 관건”

이재명 정부 들어 민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그린 리모델링' 지원 사업이 2년 만에 다시 추진된다. 다만 그동안 개별 주택 '호(戶) 단위'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지면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세제 등 금융 혜택을 확대하고, 수직 증축 등 일반 리모델링과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사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민간 그린 리모델링 이자 지원 사업 80억원과 민간 그린 리모델링 컨설팅 사업 30억원 등 총 110억원을 반영했다. 그린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녹색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 민간 건축물에는 공사 관련 대출 이자의 일부를 지원한다. 지원 수준은 최대 연 4%이며, 저소득층에는 최대 5%까지 이자가 지원된다. 정부는 2013년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민간 부문에서는 창호 교체 위주의 소규모 공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민간 그린 리모델링은 오피스텔 등 비주거 건물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이마저도 사례는 많지 않았다. 지원 실적 역시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민간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지원 사업 승인 건수는 2014년 352건에서 2017년 8551건, 2020년 1만2005건으로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8381건으로 줄었다. 정부가 민간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재개한 배경에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있다. 건물 부문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데다, 국내 건축물의 96%가 민간 건축물인 만큼 민간 부문의 참여 없이는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현재의 이자 지원 중심 정책만으로는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모델링에 따른 비용 대비 금전적 이득이 적은 만큼, 개별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지 않은 이상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어서다. 이에 따라 공사비 보조금 지급, 저리 융자 확대, 세제 혜택, 건축 규제 완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 유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직 증축 등 최근 많이 추진하는 리모델링을 진행할 때 그린 리모델링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 부족으로 리모델링 시장 자체가 다소 침체된 상황"이라며 “전면 철거 방식보다는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일부 기능을 강화하는 리모델링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주민 간 의견 차이도 커지는 상황에서 단지 전체를 대수선하는 전면 리모델링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비용과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부분 리모델링 중심으로 시장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나 제도적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건물을 철거하지 않아 멸실로 인정되지 않으니 세금 체계도 다르게 적용된다"며 “재건축 대비 리모델링의 세제 불리함과 엄격한 안전성 기준이 시장 확대의 장애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후 아파트 평면 개선을 위해 두 가구를 하나로 합치는 수요가 있지만, 내력벽 철거 제한 등 구조 규제가 엄격해 한계가 있다"며 “인허가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개선한다면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와 함께 그린 리모델링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지원은 증축이나 일반 인테리어와 함께 적용하지 않는 철저한 에너지 효율 개선에 한정돼 있었다"며 “단지 전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제도를 새로 시행하면서 여러 한계를 보완해 실제 에너지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15곳 중 11곳 적자인데 또 신공항?…대구경북통합신공항 ‘속도’

국토교통부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민간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며 전국 신공항 건설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국토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경북을 비롯해 제주, 새만금, 가덕도 등 다수 지역에서 신공항 추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공항의 만성 적자와 수요 예측 실패 사례가 누적되면서 사업성 검증과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법에 따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민간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신공항은 대구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에 133만7000㎡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약 2조7000억원으로, 기존 대구국제공항과 비교해 부지 면적은 7배 이상, 여객터미널 면적은 4배 이상 확대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신공항이 거점공항으로서 물류·산업 기능을 강화하고, 항공 접근성 개선을 통해 지역 산업 구조 개편과 성장동력 창출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에 새로운 교통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지역 소멸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국내 공항 15곳 가운데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공항은 만성 적자 상태다. 원인으로는 수요 예측 실패가 꼽힌다. 비교적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은 수요 예측에 실패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적자가 각각 1447억원, 1679억원에 달했다. 적자를 면한 제주공항도 2014년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5년 항공 수요가 39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실제 이용객 수는 2023년 2894만 명, 2024년 2935만 명에 그쳤다. 신공항 정책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로는 경제성 검증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있다. 앞서 새만금국제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추진됐지만, 이후 법원은 기본계획 고시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1차 판결에서 법원은 해당 사업의 경제성 지표인 비용대비편익분석(B/C)가 0.479에 불과하며, 환경 훼손과 조류 충돌 위험에 대한 검토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제주 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도 낮은 경제지표 문제를 안고 있어 건설되더라도 과잉 인프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신공항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은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고스란히 부담한다. 새만금, 대구경북,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추진 중인 신공항 사업과 관련해 2030년까지 공사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최대 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사의 중장기 전망 역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공항이 지역 발전을 자동으로 담보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항공 노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공항은 막대한 유지·관리비만 발생시키는 시설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 부담은 결국 국비와 지방재정으로 보전될 수밖에 없다. 또, 정치적 일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남발되고 공항개발종합계획이 지역 정치권의 예산 확보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공항 추진에 앞서 수요 예측 방식의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 손익 구조에 대한 정밀한 재검증과 주민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김유승의 부동산뷰]“종로 지고 잠실·삼성 뜬다”…서울 도심 중심축 동남권 급속 이동

서울 도심의 중심축이 종로·광화문에서 강남을 거쳐 잠실과 삼성으로 빠르게 동진하고 있다. 잠실 MICE 복합단지 조성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C 노선의 삼성역 경유가 현실화되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으며, 양재·판교 등으로 기능을 분산하는 한편 '강남권의 무한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이 동쪽으로 확장돼 온 배경에는 교통망과 인프라의 효율성을 따라 중심 기능이 분산돼 온 도시 구조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포화로 인해 인구 중심은 사당 일대에서 양재로 이동했고, 고용과 업무 기능 역시 시청·광화문에서 여의도와 강남으로 분화됐다. 이후 강남권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중심축이 잠실과 삼성동 일대 등으로 더욱 동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의 중심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접근하기 편하고 효율적인 위치에 형성된다"며 “그동안 남동쪽으로 발전해온 주거 단지 개발 흐름을 보면 인구의 중심 역시 남쪽과 동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년 전만 해도 인구 중심이 사당이나 방배 일대에 있었다면, 현재는 양재 쪽으로 옮겨온 상황"이라며 “앞으로 하남이나 남양주 신도시에 인구 유입이 더 늘어나면 중심축은 더욱 동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지금은 강남과 판교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송파로 중심이 옮겨갈 여지도 있다는분석이다. 이 교수는 삼성역 일대에 대해서도 “GBC와 MICE 개발이 본격화되면 해당 지역의 중심적 위상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도 “세계 어느 나라나 도심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간구조를 개편해 새로운 부도심을 만들어 고용 중심의 분산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면서 “종로와 중구, 시청을 중심으로 한 고용이 여의도나 강남으로 분화된 거고, 그것이 다시 판교 같은 곳으로 분화돼 나가는 진행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때 개발의 주변부로 인식되던 삼성동은 1970~80년대 코엑스 조성과 지하철 2호선 개통, 트레이드타워 건립을 계기로 서울의 핵심 업무·상업지로 성장했다. 현재 삼성동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와 연계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면서다. 약 199만㎡에 달하는 공간에 전시장과 컨벤션 시설, 스포츠·문화 인프라를 집적해 글로벌 수준의 마이스(MICE)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국제교류복합지구를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강남권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업무·상업 기능에 문화와 관광, 국제 교류 기능이 결합되면서 삼성동 일대가 서울을 넘어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평가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과 맞물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역시 대대적인 변신이 예고돼 있다. 기존 체육시설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코엑스의 약 2.5배 규모에 이르는 마이스 시설과 약 3만석의 돔구장을 포함한 복합공간으로 재편된다는 계획이다. 다만 서울시와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 컨소시엄 간 실시협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전체 일정에 변수가 남아 있다. 국제교류복합지구의 또 다른 축인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사업도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당초 105층 단일 초고층 타워 계획에서 54층 규모의 3개 동으로 설계를 조정해 현재는 서울시와의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GBC 개발은 GTX-A·C 노선이 교차하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조성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강남권 남단에서도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수서고속철도(SRT) 출발역인 수서역 인근에 최고 26층 규모의 복합건물 9개 동을 조성하는 계획으로, 최근 442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에 성공하며 사업에 청신호가 떴다. 서울시는 수서를 강남 도심과 판교를 잇는 축으로 삼아 동남권 일대를 디지털 기반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또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부지에 조성될 국제업무지구를 삼성역·잠실 마이스 지구와 연계해 도심을 관통하는 국제 비즈니스 벨트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당 사업은 최근 정부와 공공분양 주택 공급과 공공부지 매각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불거지며 지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창무 교수는 “서울 중심부에서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던 재건축이나 정비사업과 연관된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똘똘한 한 채' 제도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서울 대도시권 전체 중심부에서 정비사업 활성화와 인구 유입이 맞물리는 구조 속에서 주요 지역의 재개발이 비교적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로 인해 중심 입지의 개발 강도가 높아진 구도에서 주요 지역들이 개발 파이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개발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강남권을 비롯해 한강벨트와 용산정비창 등 일부 핵심 지역에 쏠리면서 공간 불균형과 지역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통 혼잡과 주거비 상승, 기반시설 과부하 같은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진유 교수는 “강남은 포화 상태인 만큼 강남에 출퇴근하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비용 부담이나 시간 부담이 생긴 상횡이다"라며 “따라서 수도권 남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동남권의 핵심인 강남이나 삼성역까지 오지 않고도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GBC와 MICE 센터가 완공되면 대중교통 여건이 훨씬 좋아져 업무 중심이 당연히 이동하겠지만, 업무 기능이 쇠퇴하지 않으려면 양재나 판교 등으로 고용의 분산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 서남권과 외곽 지역의 소외와 양극화 문제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양천구와 영등포구 등 서남권 주요 자치구에도 정비사업 이외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추진되는 서남권 개발 구상 역시 새로운 인프라 확충보다는 기존 노후 시설 정비에 머무르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 동남권, 특히 강남 쪽을 중심으로 과개발이 이뤄지면서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며 “송파구나 강남구의 인구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용적률의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여러 측면에서 균형 발전이 깨질 수밖에 없고, 서울 인구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공간적 불균형도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소장은 “과거에는 강북이 과밀하고 강남은 개발이 안 돼 문제였는데, 이를 해결하려다 보니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우리나라 개발이 강남 동남권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인구와 부가 더 집중되고, 그에 따른 공간 불균형과 강남 쏠림 같은 부수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서울 외곽 등의 균형 발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다만 서울 개발로 인한 인구 유출 가속화 측면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너머로 시야를 넓히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강남권 권역이 반도체 벨트를 타고 판교, 용인, 동탄으로 퍼져나간 뒤 오송,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까지 확산되고 있어서다. KTX와 SRT 등 고속철도가 균형 발전보다는 오히려 서울의 흡수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천안과 오송 등은 사실상 '대서울권'의 통근권에 편입됐다. 이는 지방 도시 간의 단절을 초래하고 수도권 비대화를 가속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은영 소장은 “고속철도가 국가 균형발전을 뒷받침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SRT를 타보면 천안까지는 사실상 수도권과 다름없는 생활권으로 묶여 있다. 더 나아가 천안, 오송 일대까지도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울과 하나의 권역처럼 움직이며 다른 지역의 소외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강남 동남권을 따라 충남권까지 경부축을 중심으로 발전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이미 굳어진 상황에서 KTX나 SRT를 없앨 수도 없는 만큼, 상당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총선 당시 나온 추가 개발을 위한 철도 지하화 공약을 비롯해 불균형한 개발을 심화하는 정책은 제고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개발로 인한 불균형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지역 발전 방향으로 갈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신규 개업보다 폐업 많은 공인중개사…“내년이 더 걱정”

고금리 장기화와 거래 절벽 여파로 공인중개사들이 빠르게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신규 개업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이 이어지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소세가 한층 뚜렷해졌다. 다만 내년 역시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가 공표한 '2024년 말 기준 부동산서비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10만7000개로 1년 새 5.8% 줄었다. 종사자 수도 1만1053명 감소했다. 전국 부동산서비스산업 전체 사업체 수가 약 28만2000개로 전년 대비 0.2% 줄어드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업이 전체 부동산서비스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1%로 낮아졌다. 올해도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0만9979명으로, 2020년 8월 이후 약 5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1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국내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가 55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격증 보유자 5명 중 1명만이 실제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신규 개업은 줄고 휴·폐업은 늘어나는 흐름도 장기화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폐업·휴업한 공인중개사가 신규 개업자보다 많은 상황은 2023년 2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는 지난 8월 583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600명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600명대 초반에 머무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자 공인중개사 시험 열기도 식고 있다. 지난 10월 치러진 자격시험 원서 접수자는 14만8004명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2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한때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며 중장년층과 제2의 직업을 찾는 이들에게 각광받았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다만 현장 체감 경기는 통계보다 더 냉혹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개업 특성상 부동산 가격보다 거래량에 더 민감한데, 정부가 부동산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월 1만3215건에서 11월 6605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규제 막차 수요가 몰렸던 10월 이후 거래가 급속히 식으면서 중개업계의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전세사기 여파 역시 중개업계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임차 수요가 줄어든 데다, 당근마켓 등 플랫폼을 통한 직거래가 늘어나 중개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기에는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터졌을 때 중개사가 책임지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시장 불신이 커진 측면도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에서 100억원대 아파트 직거래 매물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수천만원대 권리금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중개업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거래가 줄어든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라며 “거래 시장이 최근 몇 년간 계속 침체돼 있고, 내년에도 규제 완화 가능성이 크지 않아 올해가 바닥이라기보다 내년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올해 대중교통 정책 전국 최우수 지역은 대전시

정부가 전국 각 시·군·구 별로 대중교통 정책 평가를 시행한 결과 대전광역시가 최우수 지역으로 선정됐다. 국토교통부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그랜드힐컨벤션에서 '대중교통 경영 및 서비스 평가'와 '대중교통 시책평가'의 우수기관을 대상으로 정부포상 등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버스,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운영기관의 임직원, 지역의 대중교통 정책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약 150명이 참석한다. 경영 및 서비스 평가는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운영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국토교통부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장이 평가해 대중교통을 체계적으로 지원·육성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시내버스 부문에서 대통령표창이, 철도·도시철도, 농어촌버스, 터미널 부문에서 국무총리표창이 수여되는 등 총 14점의 정부포상이 진행됐다. 시책평가는 전국 160개 지방자치단체의 대중교통 정책수립, 운영, 재원투자, 이용 활성화 노력 등에 대한 국토교통부장관의 평가·시상을 통해 우수 대중교통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대중교통 정책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시행했다. 정부 평가 결과 광역시 가운데 최우수 지역은 대전시가 선정됐다. 인구 30만 이상 시 중에서는 부천시, 30만 미만 시는 여수시가 최우수 지역으로 선정됐다. 군 지역에서는 경남 하동군이 최우수 지역으로 뽑혔다. 특히 대전시는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임교통을 지원하고 빅데이터 통행량 백서르제작·배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나진항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 교통서비스정책과장은 “지방은 대중교통망이 미비한 곳이 많고, 그만큼 지자체의 지원도 부족한 편인데 대전시는 지방에서 모범적으로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무임지원 서비스를 실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며 “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중교통 통행량 백서를 제작배포한 점도 최우수지역으로 뽑힌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우수기관의 혁신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대중교통 서비스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국내 최초 ‘목조 20층’ 아파트 나온다…저탄소·친환경 장점

국내에서 최초로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나무로 만든 목조형 아파트가 들어선다. 전통적인 콘크리트 구조가 아닌 저탄소·친환경 소재인 목조 아파트가 최초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정비사업 모델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 정비사업조합은 전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목조건축 혁신과 공동주택 대전환 전략' 심포지엄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조합 측은 국내 첫 목조아파트 조성사업의 추진 방향과 목조건축 기반의 탄소중립 실천 전략을 공유했다. 조합은 현재 서울 성북구 종암동 81-188번지 일대에서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면적 5097㎡에 지하 3층~지상 20층, 총 130세대 규모의 타운형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설계사로 간삼건축, 시공사는 보미건설, 건설사업관리(CM)는 한미글로벌이 맡았다. 조합은 국내 최초의 목조아파트(18세대)를 통해 '탄소중립 아파트'를 짓는다. 목조 아파트 건설 규모가 크지 않지만, 도시형 목조아파트를 건설하는 첫 선례라는 의미가 있다. 이후 대규모 목조건축 허용 정책·기준의 참고 모델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내 최초 목조아파트 건설은 정비사업에서 새로운 유형을 제시한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 콘크리트 위주였던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주민들이 직접 선택한 저탄소·친환경 정비사업 모델이 최초로 실현된 사업장이다. 이에 따라 목조형 아파트가 향후 도시재생·정비사업의 대안 모델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목조형 아파트인 종암동 개운산마을 아파트 사업의 의의는 높은 실현가능성에도 있다. 개운산마을 정비사업 조합은 2021년 4월 조합을 설립하고, 2022년 7월 건축심의 완료, 2023년 10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 9월엔 착공을 시작해 2028년 6월 완공 예정인 상황이다. 아울러 작년 4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보증 심사를 받아 공사비와 일반 분양과 관련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서류상만의 청사진이 아닌 실사업도 궤도에 오른 셈이다. 개운산마을 조합 관계자는 “국내 최초 목조형 아파트 단지인만큼, 'CLT'라는 신기술 설계로 목조가 지닌 내구성의 약점을 극복해 친환경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조합원 대다수의 의견을 수용해 단독주택의 여유로움과 아파트의 편리함을 절충한 타운아파트 콘셉트로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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