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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논산, 499억 AI 국방로봇 방산혁신클러스터 본격 추진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남도와 논산시가 총사업비 499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국방로봇 산업 육성에 나선다. 방위사업청 공모 선정에 이어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하면서 연구개발과 실증 기반 구축이 본격화된다. 충남도는 14일 도청 상황실에서 방위사업청, 논산시와 '충남·논산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충남도와 방위사업청, 논산시,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충남도와 논산시가 지난달 방위사업청의 '2026년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세 기관은 AI 국방로봇 분야의 연구·시험·실증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 개발과 사업화, 방산 창업 지원, 민수기업의 방산시장 진출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업은 논산시 내동과 연무읍 일원에서 추진된다. 올해부터 2031년까지 국비 245억원과 지방비 254억원 등 모두 499억원을 투입해 AI 국방로봇 산업 기반을 조성한다. 연무읍을 중심으로 반경 5㎞ 안에 종합지원센터(800㎡), 실증지원센터(6121㎡), 실증시험장(3만8269㎡) 등 총 4만5190㎡ 규모의 연구·실증 시설을 구축한다. 이 시설을 활용해 기술 개발부터 시험·평가, 실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논산 국방국가산업단지와 육·해·공군 3군 본부, 국방대학교 등 국방 인프라가 집적돼 있고, 모빌리티와 반도체 등 지역 전략산업과의 연계도 가능한 만큼 AI 국방로봇 산업 육성에 강점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도와 논산시는 올해 하반기 사업단을 구성하고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한 뒤 내년부터 기반시설 조성과 기업 지원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충남도는 이번 사업으로 생산유발효과 5095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797억원, 고용창출 2000여 명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홍종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이번 협약은 충남의 방위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AI 국방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국방국가산단,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와 연계한 산업 기반을 구축해 기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공정위, 최종 판단 전에 ‘혐의 공개’…SM “부당기업 낙인 억울”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전원회의'를 열기도 전에 혐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집단 SM 소속 6개 계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치 의견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SM 측에 발송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최종 판단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례적으로 구체적 혐의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SM그룹 측은 공정위 조사가 현장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과잉 제재'이며, 법리 공방을 펼쳐보기도 전에 '부당 내부거래 기업'이라는 타격을 입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SM 측에 따르면, 공정위가 문제 삼은 사업은 연이은 부도로 인해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던 프로젝트였다. 12년간 방치됐던 지역을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며 충남 천안시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고 했다. 자금 거래도 사전 법적 검토를 거쳐 위법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재계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최종 무죄를 받아내더라도 기업이 입은 손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진행된 공정위 관련 행정소송 중 100건 중 최소 20건(일부 취소 포함)은 공정위의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판결을 받았다. 실제로 2020년 SPC그룹에 부과된 647억 원의 과징금에 대해선 4년 뒤인 2024년 대법원이 전액 취소 판결을 내렸다. 2019년 현대모비스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사건도 공정위가 패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징금 폭탄과 검찰 고발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여론몰이부터 나서는 공정위를 상대로 대기업이라 한들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SM그룹 사례처럼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부당지원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유신 기자 news@ekn.kr

[하반기경제]경기 남양주 왕숙·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 1만2000호 착공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기 남양주 왕숙 6800가구, 인천 계양 1100가구 포함 총 1만2000가구 공급을 위한 착공에 들어간다. 정부는 14일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3기 신도시 주택 공급 방안을 밝혔다. 이번 방안에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6800가구, 경기 성남 금토·여수지구 6300가구 등 주요 부지 착공 일정을 기존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단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하반기에 부지 사전조사와 이전계획 수립 등 관련 절차를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택지도 지구 지정·지구계획 관련 관계기관 협의 기간을 대폭 단축한다. 지구 지정 전 토지보상 기본조사도 조기 착수해 공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도 역세권 중심의 선호도 높은 지역 중심으로 공급을 늘린다. 기축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공공매입임대리츠도 신설한다. 정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과 규제 완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동의율 요건을 75%에서 70%로 완화하는 방안 등이다.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임차인의 전세금은 '전월세 안정화 기구'가 관리한다. 임대인은 연체 위험 없이 매달 수익을 얻는 안심신탁사업도 추진한다. 정부는 집값 담합 등 시장 교란행위 근절을 위한 부동산감독원 설립 근거법도 올 하반기 마련할 계획이다. 8월부터 농지법 시행에 따라 농업 경영으로 이용되지 않는 토지에 대한 처분 명령은 의무화된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하반기 경제] 올해 3% 성장…확장재정 지속, AI·반도체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

정부가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달러 등 소위 '3·4·5 ' 비전을 제시하며 올 하반기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반도체 호황 등 500조 이상 추가 세수가 예상되자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기금은 청년세대와 차세대 성장, 지방, 인재 교육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속에 역대급 규모 세수와 재정을 마중물 삼아 성장률도 기존 2%에서 3%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미래 성장 먹거리로 서남권 반도체 공장(팹)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구축 등 3대 메가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하반기에는 경제대전환을 가속해해야 한다"며 “올해가 잠재성장률 3%, 세계무역 4강, 국민소득 5만불이라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기억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잠재성장률을 1%대에서 3%로, 수출은 세계 5위에서 4강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은 4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3·4·5 비전'을 제시했다. 하반기 성장 전략의 중심에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있다. 구체적으로 서남권 반도체 팹 4기 구축에 800조원, 8.4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550조원 등 삼성, SK하이닉스 등 기업들과 협력해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외에도 제약·바이오, 방위산업, 우주·항공, AI 에이전트, 블록체인 경제 등 첨단 산업 육성에도 재정 지원을 강화한다. 정부는 반도체 호조로 올해 예상되는 법인세 포함 총 500조 이상 추가 세수를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 청년세대, 성장동력, 지방, 인재를 집중 투자한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한국투자공사(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 개편한다. 국부펀드를 활용해 3대 메가프로젝트 포함 금융 인프라, 해외 공급망 산업 등에 장기 투자하고, 해외 국부펀드 등과 협업 투자도 할 방침이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도 6000억원 규모 추가 조성해 하반기 총 15조원 이상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 초혁신경제펀드도 조성한다. 아울러,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5극 3특' 전력에 따라 연내 메가특구특별법을 제정한다. 기업·근로자·창업을 지원하는 '지방우대세제 3종' 패키지도 도입한다. 정부는 반도체 호조세와 함께 이 같은 성장 전략을 토대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3.0%로 1월(2.0%) 보다 1.0%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수출 포함 경상 성장률도 12.3%로 1월(4.9%)에 비해 7.4%p 올려 잡았다. 다만, 올해 소비자 물가는 중동 전쟁 여파 등으로 작년보다 0.5%p 오른 2.6%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을 정한 석유 최고가격제는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필요 시 유류세 인하는 추가 연장한다. 또,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대규모 농수산물 할인 행사도 지원한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전쟁 이후 고유가에 따른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 우려에 민생 안정, 공급망 수입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기로 했다. 앞서,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3·4·5 비전이 도전적이지만 해볼 수 있다"며 “수출 증대와 중동전쟁 긴장 완화, 3대 메가프로젝트 등 기업 투자 심리 확산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정책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화된 경제 여건에 맞는 기민하고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하반기경제]지방 이전 근로자 비과세·카드 포인트 ‘지역화폐로’…청년 ISA 비과세↑

지역 내 중소기업 취업자는 근로소득세 감면 혜택이 커진다. 지역으로 옮긴 기업이 근로자에게 주는 이전지원금도 비과세된다. 카드 포인트 잔액은 지역화폐로 쓰는 방안도 추진된다. 청년 자산 마련을 위해 비과세 혜택을 대폭 늘린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내년 상반기 출시된다. 정부는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지방주도 성장과 청년·신혼부부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성장을 위해 지방 이전 기업과 근로자에게 재정과 세제 혜택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재 중소기업 취업자 중 청년은 근로소득세를 취업 후 5년간 90%, 노인·장애인 등은 취업 후 3년간 70%를 각각 감면받고 있다. 여기서 지방 중소기업 취업 시 근로소득세 감면 혜택이 더 커질 전망이다. 대신, 수도권 취업자의 세 감면은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또, 지방으로 옮긴 기업의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이전지원금은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지방 기업의 연구개발(R&D)과 투자, 고용 관련 세제 혜택도 대폭 늘리고, 지역 창업 관련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 지방 우대 사업도 올해 7개에서 내년에 더 늘어난다. 특히, 공공 조달 및 입찰 과정에서 인구 감소지역 기업의 가격 평가 우대, 지방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9월 중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계약 체계 구축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해 연내 입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방 우대지수'도 개발해 각종 재정사업에 적용할 방침이다. 해당 지수에는 서울과의 거리, 지역별 사회·경제 지표, 인구 소멸 위기 등이 반영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카드, 결제, 쇼핑 멤버십 가입 등으로 적립된 개인 포인트 잔액을 지역화폐로 전환해 지방 소비를 촉진한다. 고향사랑 기부제도 인구 감소·관심 지역에 우선 적용한다. '지역 반값 여행'도 4곳에서 14곳으로 늘린다. 인구 감소 지역으로 여행갈 경우 경비의 50%,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한다. 숙박 할인권도 10만장 배포한다. 지방 과학고, 자율형 공립고의 정원을 늘리고,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자녀 입학 특례도 적용한다. 최근 취업과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과 신혼부부 재정·세제지원도 강화된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청년형 ISA의 경우 납입금 소득공제를 10% 적용하고, 이자·배당소득 비과세·납부 한도도 대폭 늘어난다. 대상은 총급여 7500만원 이하 청년이다.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늘린다. 청년들에게 역세권, 적정면적 등 선호도 높은 공공임대주택 중심으로 우선 공급한다. 도심 내 매입 임대와 전세 임대 등도 신속 공급한다. 전세료 반환보증료 지원사업도 청년의 경우 소득 요건을 완화해 대상자를 늘리기로 했다. 신혼부부도 올해 하반기부터 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 등 주택자금 대출 시 소득 요건을 완화한다. 신혼부부 대상 주택 특별공급 청약 기회도 더 늘어난다. 현재 혼인신고 후 7년이 지나면 청약 기회가 사라진다. 정부는 앞으로 만 2세 이하 출산 가구의 경우 일정 비율로 신생아 특별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이 공공임대 거주하다 결혼해 소득 자산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1회 재계약도 허용한다. 혼인신고로 부부가 경차 2대를 소유하면 1대는 유류세를 환급해 준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갈등을 줄이는 비전의 조건

선거철마다 정치권은 '비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비전이 정작 사회의 갈등을 줄이기는커녕 키우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이 패턴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문제는 비전의 유무가 아니라 비전의 '설계 방식'에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라 설계가 정교한 사람이 결국 신뢰를 얻는다는 사실을, 정치는 자주 잊는다. 갈등을 키우는 비전과 줄이는 비전은 대개 하나의 질문에서 갈린다. “누가 문제인가"를 규정하느냐, “무엇이 문제인가"를 규정하느냐다. 전자는 결집력은 있지만 필연적으로 상대 진영을 적으로 세우고, 후자는 합의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갈등을 완화하며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 차이는 이념의 좌우 문제가 아니라 정치 기술의 문제에 가깝다. 1987년 재정위기에 몰린 아일랜드는 정부와 노동계, 재계가 함께 '국가회복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노동계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정부는 세제 개편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느 한쪽이 상대를 굴복시킨 결과가 아니라, 위기의 원인을 특정 계층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합의였다. 이 협약은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지며 아일랜드 경제 회복의 토대가 됐다. 한국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기업의 정리해고 유연화와 실업급여 확대라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각각 고통과 안전판을 동시에 제시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갈등을 줄이는 비전은 이렇듯 손실을 감수해야 할 집단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보상받는지를 명확히 밝힐 때 합의의 정당성이 생긴다. 독일의 사례는 반대로 그 대가를 보여준다.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어젠다 2010'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실업급여 축소를 밀어붙였다.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고 본인은 정권을 내주는 대가를 치렀지만, 이후 10여 년간 독일 경제의 고용률과 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뼈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문제를 규정하는' 비전의 한 형태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도 같은 원리다. 기업의 해고는 쉽게 하되, 실업자에게는 관대한 실업급여와 적극적인 재훈련을 제공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게 '내가 손해 보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노사가 함께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정치적 지형이 바뀌어도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시간의 축을 정치 주기 너머로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영국은 2008년 기후변화법을 여야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키며 탄소 감축 목표를 법적 구속력으로 못 박았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뒤집기 어려운 장치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요동치며 발생하는 소모적 갈등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국가 인재 재교육 체계인 '스킬스퓨처'를 5년, 10년 단위 국가계획으로 못 박아 여러 총리를 거치며 흔들림 없이 이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이 선거 결과에 따라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신뢰 자체가, 사회 갈등을 줄이는 자산이 된다. 정리하면 갈등을 줄이는 비전에는 네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적이 아니라 문제를 규정한다. 둘째, 손실과 보상의 주체를 숨기지 않고 명시한다. 셋째, 정치적 손실을 감수할 각오로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 넷째, 정치 주기를 넘어서는 시간 설계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다. 지금 한국 정치에 필요한 리더십은 이 네 조건을 실행 설계 수준까지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교하게 손실과 이익을 설계하느냐가 비전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 설계가 구체적일수록 유권자는 막연한 구호와 실질적 정책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도 함께 줄어든다. 여야 어느 쪽이든, 이 능력을 먼저 증명하는 쪽이 다음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이다. bienns@ekn.kr

원주시, 역대 최대 1023억원 투자 유치…신흥MST 문막에 임플란트 공장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국내 치과의료기기 산업을 대표하는 신흥그룹이 원주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23억원을 투자한다. 연구개발 중심이던 원주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까지 확대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도와 원주시는 13일 강원도청에서 ㈜신흥MST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민선9기 출범 이후 첫 대규모 투자유치 성과다. ㈜신흥MST는 국내 최초 치과의료기기 기업인 ㈜신흥의 임플란트 제조 전문 자회사다. 문막 자동차부품 일반산업단지에 첨단 임플란트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2030년까지 총 1023억원을 투자한다. 생산라인 구축에 맞춰 지역인재 80명도 단계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의 의미는 생산 규모 확대에 있다. 신설 공장이 가동되면 임플란트 생산능력은 월 5만 세트에서 월 100만 세트로 20배 늘어난다. 지난해 신흥과 유한양행이 공동 추진한 브랜드 '유한 에버티스(evertis)'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도 맡는다. 국내 공급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원주는 의료기기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된 국내 대표 의료기기 산업도시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제품 개발 중심의 산업 구조가 강했다. 이번 투자는 대규모 생산시설이 들어서면서 연구개발, 생산, 수출이 한 지역에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업단지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부품 중심으로 조성된 문막 자동차부품 일반산업단지는 준공 11년 만에 100% 입주를 달성했다. 동시에 첨단 의료기기 기업이 입주하면서 산업단지의 기능도 미래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으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원주 산업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의료기기 산업이 연구개발 중심에서 대규모 생산과 글로벌 수출까지 아우르는 산업 구조로 확장되면서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자열 원주시장은 “이번 협약은 역대 최대 규모 투자유치이자 미래산업 육성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진 사례"라며 “기업이 성장하고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강원도지사는 “민선9기 첫 투자협약을 국내 치과의료기기 산업을 대표하는 신흥과 유한양행의 협력 사업으로 시작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원주시와 협력해 신흥MST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이슈&인사이트] 발트 3국이 보여준 디지털 혁신과 녹색 전환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으로서 EU의 쌍둥이 전환(Twin Transition)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은 기술 혁신과 기후 대응을 결합한 통합적 발전 모델로, 단순한 환경 정책이나 산업 정책을 넘어 지속성이 높은 경제 체제 구축하려는 목표를 가진다. 발트 3국은 소규모 국가라는 특성과 단순한 정책 결정 구조, 높은 행정 효율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행정과 친환경 정책을 빠르게 도입하였으며, 그 결과 EU 내에서도 디지털화 수준과 녹색 정책 추진 속도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는 소규모 국가라도 정책 유연성과 기술 수용력을 통해 높은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쌍둥이 전환 전략은 구체적 정책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디지털 인프라와 에너지 전환 정책이 결합한 형태가 특징적이다. 에스토니아는 정부 데이터 교환 플랫폼 X-Road를 기반으로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하여 공공 행정 전반의 디지털화를 실현하였는데, 이 시스템은 행정뿐 아니라 보건, 금융,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 기반의 정책을 실현하였다. 발트 3국은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전환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공동 전력망 협력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Baltic Energy Grid Synchronization 프로젝트는 유럽 전력망과의 동기화를 통해서 에너지 독립성과 녹색 전환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정책은 디지털 기술과 에너지 정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발트 3국의 쌍둥이 전환은 정책 실행력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여준다. 디지털 정부 시스템은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정책 집행 속도를 높였으며, 데이터 기반 행정은 정책 설계와 규제 운영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였다. 또한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와 IT산업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녹색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산업 환경은 기술 기반 환경 정책의 실험과 확산을 가능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발트 3국은 디지털 혁신과 친환경 정책을 결합한 정책 모델을 일정 부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발트 3국은 구조적 제약을 동시에 안고 있다. 제한된 인구 규모와 산업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와 첨단 기술 개발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고, 특히 고급 기술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디지털 인프라 확장에는 상당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며, 이는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는 쌍둥이 전환 전략의 장기적 지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발트 3국은 EU 차원의 재정 지원과 국제 협력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발트 3국은 각국의 디지털 역량과 국가 사이의 긴밀한 지역 협력을 바탕으로 EU의 쌍둥이 전환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들 국가는 여러 협력 체계를 통해서 전력망 통합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동으로 추진하며 개별 국가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델은 EU 내에서도 중요한 정책 실험 사례로 평가된다. 오래전부터 EU가 설정한 환경목표가 아니고 현재 유럽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발트 3국의 쌍둥이 전환 전략의 실천 사례들은 의미가 크다. 이들은 소규모 국가도 디지털 혁신과 녹색 전환을 결합하여 새로운 발전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규모가 큰 EU와의 연계를 통해 정책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측면에서는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은 높은 디지털 기술력과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발트 3국은 유연한 정책 실험과 디지털 행정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우선 전자정부 시스템, 데이터 기반 행정, 디지털 신원 인증 등에서 공동 연구와 정책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저장 기술 분야에서의 기술 협력은 쌍둥이 전환을 공동으로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스타트업 협력과 공동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녹색 융합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으며, EU-한국 사이의 정책 연계를 활용한 다자 협력 플랫폼 구축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협력은 양측 모두에게 기술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김봉철

“콩값 오르나?” 8월 중 ‘콩나물용 콩’ 저율관세 1만t 추가

8월 중 5%의 저율관세가 적용되는 콩나물용 콩 물량이 1만톤(t) 더 늘어난다. 최근 콩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선제 대응 조치로 수입산 콩 시장접근물량(TRQ)을 확대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협의 후 올해 콩나물용 콩의 시장접근물량(TRQ)을 기존 1만7450t에서 2만7450t으로 확대한다고 13일 밝혔다. 시장접근물량은 수입산의 일정 물량까지 낮은 관세를 적용하되, 초과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콩나물용 콩의 원활한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올해 시장접근물량을 1만7450t으로 설정했다. 1만7450t 물량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양허관세율인 487% 대신 5%의 저율 관세가 적용돼 왔다. 반면, 6월 말 시장접근물량이 적용됐던 콩나물용 콩이 모두 소진됐다. 최근 콩 수급 부족에 공급 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 국내산 콩은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3배 가량 높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산 비축콩 1300t가량 수매가 대비 30% 가량 할인된 가격에 공급했지만 수급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입 콩 저율관세 물량 공급을 더 늘려 서민 물가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추가 물량은 관련 규칙이 시행되는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 수입되는 콩에 적용된다. 정부는 오는 31일까지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다음 달 중 개정 규칙을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대두 전체 시장접근물량을 현행 18만5787t에서 19만5787t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농식품부가 '2026년 두류 TRQ 운영계획'을 변경해 콩나물용 콩 물량 1만t을 증량, 운영할 예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시장접근물량 확대로 식품업계의 원료 수급 불안을 줄이고, 서민 생활물가 안정과 관련 산업의 부담을 덜어주게 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먹거리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국내 수급과 가격 불안 품목에는 시장접근물량 추가 증량 등 선제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예산통’ 임기근 기획처 차관, 신임 국무조정실장 발탁…“한 총리와 협업도”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이 10일 장관급인 신임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됐다. 임 신임 실장은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예산총괄심의관,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차관 등을 거친 예산통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1월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면서 임 실장이 3개월 가량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는 박홍근 기획처 장관이 취임한 3월 말까지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직무대행 기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었던 한성숙 국무총리와 협업했던 경험도 이번 인사에 고려됐다는 관측이다. 임 신임 실장은 1968년 전남 해남 출생으로 광주송원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공공정책국장·정책조정국장 등으로 정책 분야를 다뤘고, 재정혁신국 재정기획심의관으로서 재정 분야로 전문성도 쌓았다. 혁신성장본부에서 일하며 미래 유망 먹거리를 발굴하고 성장 전략을 세운 경험도 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경제정책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복잡한 경제정책을 조율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무조정실장으로서 부처 간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국정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968년 출생 △전라남도 해남군 △광주송원고 졸업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석사 △기획재정부 예산정책과장 △예산총괄과장 △재정기획심의관 △행정국방예산심의관 △공공정책국장 △정책조정국장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재정관리관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차관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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