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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청년 주거·일자리, 해킹 문제 근본적 대책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월세 지원 확대와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같은 미시정책과 함께 청년의 삶 전반을 포괄하는 근본적 해결책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하겠지만 청년의 어려움은 장기간 누적된 경제·사회적 문제들이 악화되며 빚어진 구조적 위기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번 주를 청년 주간으로 지정했다. 이어 그는 “이런 난제를 풀기 위해선 단기 처방을 통해 정책의 효능감을 높이고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동시에 뒤따라야 한다"며 “예를 든다면 양대 핵심 청년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주거 문제와 일자리 문제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청년 문제의식과 관점이 청년 정책에 온전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필요한 절차나 제도를 잘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주역이자 회복과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청년 문제의 해결 없이는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청년들의 고통과 불안을 덜고 미래의 희망을 키우는 든든한 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무주택 청년 월세 특별지원' 사업을 상시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만 19~34세 무주택 독립거주 청년 중 중위소득 60% 이하를 대상으로 월 최대 2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로, 당초 연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지속 추진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장기 미취업 청년 발굴·회복 지원 △AI 시대 구직 기회 확대 △재직 청년에게 기본권이 보장된 일터와 성장 환경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안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해킹 사건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주요 통신사와 금융기관 해킹으로 국민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갈수록 진화하는 해킹 범죄에 맞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보안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겠다"며 “보안 없이는 디지털 전환, AI 강국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해킹 피해 최소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대통령 “국장 복귀는 지능순 되게 해야…불공정·불투명 거래 없앨 것”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장(국내 증시)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생기도록 만들어야겠다"며 불공정 거래 근절과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1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서 그는 “대선 후보 때 정권 교체만으로도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릴 것이라 했는데 실제 그렇게 돼 다행스럽다"며 “경제 지휘봉을 잡고 보니 자본시장 정상화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란 게 합리성이 생명이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불공정 거래라든지, 불투명한 경영이라든지 비합리적 의사결정 이런 게 없어야 하지 않겠냐. 주가조작이나 아니면 불공정 공시 등 이런 것은 없애야겠단 생각을 했고, 꽤 진척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을 통한 구조적 불합리 개선과 합리적 경제정책 추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 의지가 실현되고 있는데 몇 가지 조치만 추가하면 그런 구조적인 불합리를 개선하는 게 끝날 거 같다"면서 “합리적 경제정책을 제시해서 비전을 뚜렷하게 해 예측 가능하게 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외부 변수 관리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안정시키고 남북 간 군사적 대립과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자본시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유도한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돈은 지금까지는 부동산 투자와 투기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 이게 국가 경제를 불안정하게 한다"며 “금융 정책에서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게 생산적 영역으로 물꼬를 틀 수 있게 바꾸는 것인데, 당장 성과는 나지 않겠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이것도 자본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유효한 투자 수단으로서 주식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리서치센터장들이 합리적 분석을 통해 투자 기회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면 국부 확대와 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영권 한국애널리스트회 회장을 비롯해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무,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상무, 조수홍 NH투자증권 상무, 김동원 KB증권 상무, 윤석모 삼성증권 상무, 이종형 키움증권 이사,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상무, 김영일 대신증권 상무, 윤여철 유안타증권 상무,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상무, 노근창 현대차증권 전무, 이승훈 IBK투자증권 상무, 최광혁 LS증권 이사, 최도연 SK증권 상무, 김혜은 모간스탠리증권 상무 등이 참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무역보험공사, 광화문포럼 개최…해외정보·수주 강화 공유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에서 '제36회 광화문포럼'을 열고 수출기업을 비롯해 금융기관, 법무법인 등 참가 유관업체와 수출사업 경험과 시장 정보를 공유했다. 무역보험공사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주최하고 있는 광화문포럼의 올해 행사는 방산, 원전 등 전략산업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수출 기업과 함께 국제금융공사(IFC),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등 해외 프로젝트 전문가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국제 정세가 격변하는 가운데 산업구조 대전환기를 맞은 우리나라가 해외사업에 더 많이 참여하려면 정책적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가졌다고 공사측은 전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해 약 18조3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금융을 지원했고, 올해는 해외 공공 발주처에만 제공하던 사전금융한도를 민간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사전금융한도란 한국기업의 사업 수주를 전제로 해외 발주처가 신속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무보가 신용한도를 미리 제공하는 제도다. 장영진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앞으로도 우리 기업이 해외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앞장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잼코노미]“경영 잘 못했다고 감옥?”…수십년 논란 배임죄, 폐지 급물살

지난 수십년간 논란이 됐던 '배임죄'가 다시 이슈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제도 전면 개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대통령은 '도돌이표'였던 그동안의 논란을 해소해 기업 활동의 자유 보장과 소액 주주 보호·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세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15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기업인이 한국에서는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얘기들을 한다"며 배임죄 폐지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판단과 결정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데, 이러면 위험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겠느냐"며 “대대적으로 고쳐보자. 대한민국에는 불필요한 처벌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 이제는 형사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국내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도 “배임죄로 수사하고 처벌되는 이 문제를 이제 공론화할 때도 된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7월 열린 비상경제점검TF 제3차 회의에선 “배임죄 남용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경제형벌 합리화 TF' 가동을 선언했다. 현행법상 배임죄는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 △상법상 특별배임 △특경법상 배임(이득액 5억 원 이상)으로 나뉜다. 이 중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적용되는 건 형법상 배임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본인(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가 처벌 요건이다. 법 해석 여하에 따라 기업 임원은 물론,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일반 직원까지도 배임죄의 주체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아도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또 배임으로 얻은 이득은 35년 전 규제대로 5억원만 넘어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더 무겁게 처벌된다. 이 때문에 대기업 수사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지만, 무죄가 적지 않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횡령·배임 사건의 1심 무죄율은 6.5%로, 전체 형사재판 평균(3.1%)의 두 배를 넘는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배임죄가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범죄라는 지적도 꾸준하다. 독일과 일본에 유사 규정이 있으나, 기업 경영 판단에 대해선 면책 폭이 넓다. 독일은 이미 20여 년 전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제화했고, 일본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입증돼야 처벌 가능하다. 미국·영국에는 배임죄를 직접 규정한 처벌 조항 자체가 없다.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횡령·사기죄로 기업인의 책임을 묻는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외국 기업인들에게는 (배임죄로 감옥가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여권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형법상 배임죄 개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에는 당내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합리화TF 단장은 “상법상 배임죄가 없어지는 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형법상 배임죄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다 동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배임죄 폐지가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남용 방지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과, 대주주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당 역시 경제 개혁법안과 달리 친기업 성향으로 비칠 수 있는 배임죄 완화에는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기업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통한 의견 수렴이 있었지만, '재벌 개혁'과 '주식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와중에 기업을 도와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최근 상법 개정으로 '회사 충실 의무'가 추가되면서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재계가 요구한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입법이 조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4일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상법에서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고, 형법에는 '합리적 경영상 판단에 따른 손해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국의 배임죄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하지 않고 판례로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경영진이 정당하게 내린 결정이라도 형사 책임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반면 형법상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고, 세부 유형별로 새롭게 규정하는 전면 개편은 행정부 차원의 판례 분석과 입법 정리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일각에서는 형법상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고 10여 개 유형별로 새로 규정하자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전면 개편은 국회 차원의 논의만으로는 어렵고, 법무부가 판례를 분석해 대안을 정리하는 행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포함한 경제형벌 완화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5년간 약 3300건에 달하는 배임죄 관련 판결을 전수 분석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정부는 오는 9월 중 배임죄를 비롯한 1차 경제형벌 혁신 방안을 내놓고, 연말까지 후속 과제를 정리해 1년 내 전 부처 경제형벌 규정의 30%를 정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차 개편안에는 선의의 사업주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형벌은 완화하는 대신 금전적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다. 또 단순 신고·보고 누락 등 경미한 사안은 과태료 부과로 전환하고, 시정명령 등 행정지도 조치를 우선 적용한 뒤에도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될 전망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초 ‘IMF 미셸 캉드쉬’ 강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행 총재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의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에 강연자로 초청받았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달 1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에 참석하고자 이달 17일 출국했다. 이 총재는 이달 21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해당 행사에서 '한국의 통합정책체계(IPF) 여정 : 실효하한금리(ELB) 시대의 도전과 대응' 주제로 강연한 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대담을 진행한다. 이번 강연은 IMF가 회원국 중앙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통화정책 및 글로벌 경제‧금융 이슈를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주최하는 최고위급 연례 이벤트다. IMF 역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미셸 캉드쉬 전 총재의 업적을 기리고자 이름이 붙여졌다. 역대 강연자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현 캐나다 총리), 재닛 옐런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 등이 있다. 앞서 이 총재는 2022년 8월 미 연준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과 올해 6월 ECB 신트라 포럼에도 연사로 참석한 바 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획④]날아간 국민 노후자금 9000억…사모펀드 ‘깜깜이 투자’ 고친다

지난 3월 홈플러스 부도로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을 계기로 사모펀드의 '깜깜이 운용'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보고서·회계감사·공시 의무에서 벗어난 사모펀드가 공적 자금까지 흡수하면서도 책임 소재와 수익 구조가 불투명해 사회적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유럽연합(EU)의 대체투자펀드운용지침(AIFMD)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사모펀드 공시와 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운용보고서, 회계감사, 수시공시 등을 촘촘하게 의무화하고 있다. 투자자가 수시로 펀드 운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다르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 자금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규모로 투자하더라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가 제한돼 있다는 이유로 운용 내역 보고나 투자자 설명, 감독기관 보고 의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손실이 발생해도 운용사의 책임은 불분명하고, 수수료 구조조차 외부에서 알 수 없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다. MBK 측은 2015년 홈플러스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전체 인수금 5조9000억원 중 2조7000억원을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한국리테일투자'라는 SPC를 세우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국민연금은 전체의 85%인 6121억원(RCPS 5826억원·보통주 29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에 명시된 복리 조건에 따라 이자가 불어나면서 RCPS 잔액은 현재 약 1조1000억원에 달하고, 국민연금이 받아야 할 이자만도 약 9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역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RCPS는 원금 상환권과 주식 전환권이 결합된 상품이었지만, 국민연금이 보통주 전환에 동의하면서 지난 2월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상환권이 SPC에서 홈플러스로 이관됐다. 이로 인해 사실상 채권 성격이던 투자금은 주식으로 격하돼 변제 순위가 밀렸고,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6월 MBK가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을 무상 소각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했던 295억원 규모 지분도 함께 사라졌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공시·감사 의무가 없는 제도 탓이라고 본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지금 금융 당국은 MBK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지난 10년 동안 MBK가 수수료와 성과보수를 얼마나 가져갔는지 전혀 모른다"며 “유럽에선 감독 기관에 이런 내용들이 보고되고, 필요한 내용들은 사모펀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우리는 공개는커녕 관리·감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이미 사모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 규제 필요성이 커지자 2011년 '대체투자펀드운용지침(AIFMD)'을 제정했다. 이 지침은 사모펀드에 대해 레버리지 한도 설정과 지속적 준수를 의무화하고, 감독기관에 투자자산·레버리지 수준·거래상대방 신용위험·유동성 위험·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또 투자자에게는 투자전략, 수탁자, 유동성 위험, 이해상충 여부, 펀드 구조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공시하도록 했다. 연차보고서를 통해 대차대조표, 자산 내역, 수익·비용, 운용보수 구조, 배당 내역 등까지 공개한다. 미국도 투자자 보호와 자산 운용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에게 'Form PE' 제출을 의무화해 펀드 자산 규모, 투자자 구성, 레버리지 현황, 운용 성과 등을 투자자와 금융당국에 상세히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운용 자산이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초과하는 PEF의 경우, 분기마다 투자 활동 내역과 부채 사용 현황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국내 정치권도 '깜깜이 투자'의 대안으로 EU식 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창민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MBK사모펀드규제법'은 EU 사모펀드규제지침(AIFMD)를 참고했다. 자산 현황, 위험 관리, 운용·성과 보수까지 감독기관 보고와 일반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한 의원은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례보고서를 공개해 국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며 “한국도 이제 깜깜이 펀드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사모펀드의 운용정보 공개 수준을 공모펀드와 동일하게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반 사모펀드에 대해 △분기별 자산운용보고서 작성·교부 △분기별 영업보고서 제출 △회계감사 △신탁업자의 자산보관·관리보고서 작성·교부 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사모투자펀드(PEF)의 경우에도 펀드 회계감사와 신탁업자의 자산관리보고서 교부 의무가 새로 부과된다. 같은 당 김남근 의원도 지난 4월부터 검토해 온 법안에 기업 인수 후 24개월 동안 고배당·자사주 매입·유상감자 등 자본유출을 제한하고 차입매수(LBO)나 자산매각 시 LP와 금융위원회에 보고를 의무화했다. 다만 우려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이 투자되는 사모펀드에는 해외 수준의 공시 강화가 필요하지만, 공모펀드와 같은 전면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과보수나 자기자본 투입 규모 등은 부분적으로 공개할 수 있으나, 투자 내역 전체를 완전 공개하면 사모펀드의 본질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 3대 강국·성장펀드 100조”…이재명 정부 5년 청사진 확정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핵심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 100조원+α 국민성장펀드 조성,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정치개혁 과제와 병행해 국가 경제 체질 전환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안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심의·의결하고, 이에 포함된 123대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관리계획이 마련됐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주권자의 뜻이 담긴 123대 국정과제를 나침반 삼아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위는 앞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설정하고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 외교·안보 등 5대 목표 아래 국정과제를 마련한 바 있다. 확정된 국정과제 첫머리에는 정치 분야 과제인 개헌 추진이 포함됐다.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권력구조 개편 방안이 명시됐으며, 감사원의 국회 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등이 논의 주제로 담겼다. 향후 국회에서 개헌안이 마련되면 정부가 의견을 제출하고, 개헌 논의 경과에 따라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 수사·기소 분리, 군의 정치적 개입 방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도 주요 개혁 과제로 포함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3축 방어체계' 고도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남북 기본협정 체결 등을 통해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AI 3대 강국 도약, AI·바이오 신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 가속화, 100조원+α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화 등이 추진된다. 균형발전 과제로는 세종 행정수도 완성, 2차 공공기관 이전, 서민·소상공인 채무조정, 공적 주택 공급,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OECD 수준 산업재해 감축 △청년 미래 적금 도입 △법적 정년 단계적 연장 △연금 사각지대 해소 △임금체불 근절 △K-컬처 수출 50조원 달성 △K-관광 3000만명 유치 등이 선정됐다. 정부는 범정부 추진 체계를 구축해 국정과제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국정관리시스템과 범부처 협의체를 병행 운영하고, 법제처에 국정 입법상황실을 설치해 입법 과정을 밀착 관리한다. 국무조정실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입법이 법률 751건, 하위법령 215건 등 총 96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만 법률안 110건, 하위법령 66건이 제·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과의 소통도 강화한다. '국정과제 소통광장'을 개설해 정부가 국민 의견에 신속히 답변하는 쌍방향 소통을 추진하고, 국민 만족도 조사와 민관 합동 현장점검도 병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국정과제 추진 성과 평가를 위한 업무평가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정안도 확정했다. AI 활용 업무 혁신, 신산업 규제 합리화, 정책 디지털 소통 강화 등을 중점 평가하고, 평가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획③]“10년간 1만1천명 실직”…사모펀드 먹튀에 근로자·국민 피해 심각

홈플러스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5년 이후 10년간 직·간접 고용 1만1000여 명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인 구조조정 발표 없이 장기간에 걸쳐 저강도 정리해고가 이뤄진 셈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자산 매각과 단기 이익 추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홈플러스의 직접 고용 인원은 2만6477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2만12명으로 6465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간접 고용 인력도 8112명에서 3191명으로 4921명 줄었다. 합쳐서 총 1만1386명이 감소한 셈이다. 특히 간접 고용 인력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2015년 대비 60.6%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경비·매장 관리 등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저강도 정리해고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해고 계획을 공표하고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사회적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해, 오랜 시간에 걸쳐 인력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다. 한창민 의원은 “MBK는 빚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돈을 빼내 단기 이익만 챙겼다"며 “마치 집을 대출로 사놓고 안에 있는 가구와 가전제품까지 다 팔아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피해는 노동자, 자영업자, 소비자, 그리고 국민연금이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간 경영진은 성장 투자보다는 핵심 부동산 자산을 비싼 값에 매각하며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 MBK의 최대 고민은 인수 직후부터 이자와 차입금 상환이었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영업력을 강화해 매출을 끌어올리거나,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길이다. MBK는 후자를 택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현금 1조원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15년 이후 홈플러스의 자본적 지출(CAPEX)은 연간 1000억 원 안팎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연평균 4400억 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후자 방식은 임대료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MBK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북수원점·김해점·김포점·가좌점·의정부점·강서점 등 전국 주요 점포 15개 매장을 '세일앤리스백(SLB·Sale & Leaseback)'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매각 대금 1조8666억원을 챙겼다. 이후에도 2020년 전국 매출 5위권에 들었던 안산점을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2024년까지 전국 매출 상위권이던 가야·대전둔산·탄방·대구점 등 주요 14개 점포가 폐점됐다. 이어 홈플러스는 올해 8월 13일부터 내년 5월까지 15개 점포도 추가로 폐점하기로 했다. 단기간 급전 마련에는 효과적이었다. 실제 부동산 매각을 본격화한 2016년부터 최근까지 홈플러스의 장단기 차입금 2조7112억원을 줄였다. 이는 홈플러스의 매각 부동산자금 2조2111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노조는 “영업이익으로는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자 MBK는 결국 홈플러스 자산 매각으로 버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건물을 팔아 현금화한 뒤 다시 임차해 쓰는 SLB 방식은 임대료 부담을 키웠다. 해당 15개 임차점포에서만 2025년 2월 말 회계연도 기준 임대료 지출액이 1058억원에 달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전체 임차매장(2022년 66개, 2023년 69개, 2024년 71개)의 임대료 총액 중 약 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차료는 같은 기간 연간 3843억~4148억원 규모였는데, SLB 임차점포가 그 부담의 4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매출 상위 점포 축소와 임대료 부담 증가는 영업이익 악화로 직결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올해 1월 말 기준 총부채 8조5000억원이 달했다. 이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리스부채가 1조88억원이다. 빚더미에 허덕이던 홈플러스는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에서 1조2000억원 한도의 부동산담보대출까지 받았다. 이후 MBK는 3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러나 회생 신청 이후에도 MBK는 구조조정 여부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 매각이 사실상 유일한 출구 전략으로 제시됐다. 실제 지난 3월 4일 채권단에 제출한 MBK 문서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점포 4곳 추가 매각, 매출 하위 점포 면적 축소 계획 등이 담겼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금이 부족한 기업이 무리하게 인수하면 차입금 상환에 치중해 구조조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특히 PEF의 기업 인수 후 SLB를 통한 자산 매각과 배당에 집중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인수 후 일정 기간 기업의 자산 매각과 배당 지급을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인재 훈련’ 원하는 트럼프…대미투자 협상서 구체화될까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노동자 체포·구금 사건 이후 '현지 인력 훈련'이 우리나라의 대미 협상 주요 카드로 부각되고 있다. 관세 관련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력 양성에 필요한 비자 문제를 부각시켜 한국이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4일 정재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뉴욕에서 만난 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11일 김 장관이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만 해도 러트닉 장관과 대미 투자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과 현지 진출 기업 노동자를 위한 비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협상 내용에 관한 어떤 발표도 나오지 않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처럼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 전부를 현 시점에서 문서화한다거나, 대미투자로 한국 기업들이 거둔 수익을 미국과 나누는 '일본 모델'을 요구해왔다. 이 같은 일본 모델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협상 부진 속에서 비자 문제가 주요 협상 카드로 떠오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지 인력 훈련' 요청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미국에 인재를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쓴 데 이어 한국인 구금자의 석방 과정에서 현지 인력 훈련을 위해 남아줄 것을 돌발 제안하기도 했다. 대미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은 노동자 비자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현지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이 투자 명분이지만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원활히 운영하려면 한국에서 일해온 기술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가운데 현지 출장 목적의 단기 비자인 B1 비자를 받은 노동자도 다수 포함되면서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비자가 필요없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출장을 나간 경우 미국행 비자 발급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에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생긴 관행이라는 점도 기업들이 지적해왔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용 비자 E4를 별도로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은 2012년부터 미국 의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기자들에게 “B1 비자에 대해 한미 양국이 해석 차이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문제를 개편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조속히 논의가 이뤄져 불신을 없애야 기업들이 안전하게 미국에 투자하고 일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비자 문제 해결은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제조업 협력이 제일 가시화된 부분인 조선업 분야는 '마스가(MASGA)'를 전후로 개별 기업들이 인력 양성에 나섰다. HD현대는 현지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등과 손을 잡았다. 한화는 지난해 말 인수한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에 한화오션 기술자들을 보내 조선업 인력 훈련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1996년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오며 인재 양성과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미국 제조업 재건에도 기여하는 만큼 한미 간 추가 무역협상 과정에서 인력양성 협력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러트닉 장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쉽지 않아 한미 양국 모두 협상 돌파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태황 명지대 통상무역학과 교수는 “조지아 공장 근로자 구금 사건으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양국 제조업 협력을 위한 시간표 지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윈-윈'하려면 미국 정부도 규제 완화부터 금융세제 혜택까지 경제적 효과를 키우기 위한 포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한국인이 현지에서 자유롭게 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비자 제도 도입과 할당 규모(쿼터) 확대, 한국 동반자법 제정 등으로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획②] [단독]국민연금, 수익률 매몰돼 사모펀드 M&A ‘보증인’ 노릇

공적기관이 국민연금이 수익률에 매몰돼 사모펀드의 기업 사냥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부도나 문제가 됐던 홈플러스 인수전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 투자 과정에서 입찰 전에 투자확약서(LOC·Letter of Commitment)를 발급해 주면서 사실상의 보증인 노릇을 한게 확인됐다. 또 홈플러스 등의 인수 과정에서 안전성, 공익성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수익률만 바라보고 투자를 확정해 공적 기관의로서의 책무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20년간 국내 사모펀드(PEF) 관련 안건을 심의하면서 국민연금 대체투자위원회에 국내 사모 관련 안건이 총 92건 부의됐으며, 이 가운데 12건에서 투자확약서가 발급됐다. 연도별로 보면 △2006년 LG카드 △2007년 메가박스·대경기계기술·하나로텔레콤 △2010년 해태제과식품 △2014년 ADT캡스(Project Angel) △2015년 ADT캡스(Project Angel II)·홈플러스(Project Equalizer) △2018년 11번가(Project Crystal) △2019년 모멘티브(Project Mom)·롯데카드(Project Curie) △2021년 덕양(Project Haldane) 등이다. 문제는 LOC 발급 시점이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를 포함해 최소 4건의 확약서를 입찰 전에 내줬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인수전(Project Equalizer) 당시 2015년 8월 21일 LOC를 발급했고, 정식 입찰은 사흘 뒤인 24일이었다. 또 국민연금은 2006년 LG카드 인수 과정에서 입찰일(8월 10일)보다 13일 앞선 7월 28일 LOC를 내줬다. 2007년 대경기계기술의 경우에도 입찰 하루 전인 9월 11일에 LOC가 발급됐다. 같은 해 하나로텔레콤은 입찰일(11월 13일) 두 달여 전인 9월 20일에 이미 확약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입찰이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 투자일 경우 특정 컨소시엄에 참여해 초기 단계부터 투자 검토를 진행하도록 돼 있다. 국민연금은 “초기부터 검토가 진행돼야 조건 협상이 가능하고, 투자자가 희망하는 자금액 확보가 용이하다"며 “빠른 속도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가 LOC를 사실상 사모펀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홈플러스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 LOC를 근거로 해외 연기금(CPPIB 등)을 끌어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LOC는 사실상 '믿을 수 있는 투자자 인증마크'로 통한다"며 “입찰 전에 LOC를 발급하면 특정 컨소시엄에 압도적 우위를 안겨주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공적 기관인 국민연금이 '수익률'만 보고 투자 확약서를 써줬다는 점이다. LBO 구조의 위험성, 홈플러스의 업계 전망, MBK의 과거 투자 실적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투자를 약속했다. 당시 MBK는 연 9%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LOC를 요청했다. 이는 경쟁 컨소시엄이 제시한 7.8~8%대보다 높은 조건이었다. 국민연금은 이를 근거로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펀드였기 때문에 LOC를 발급했다", “MBK 파트너스가 제시한 투자조건이 국민연금에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투자는 손실로 이어졌다. 앞서 국민연금은 2011년부터 MBK파트너스와 거래를 이어오며 총 11개 펀드에 약 2조원을 출자했고, 이 중 회수금은 1조3000억원에 그쳤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 3호 블라인드펀드'에는 6121억원을 투입했으며, 이익금을 포함해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약 9000억원에 달한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홈플러스 투자 건의 경우 상장전환우선주(RCPS) 수익률이 당초 9%였는데, 일정 기간 후 스텝업 조건이 있어 현재는 13%"라며 “회수 금액을 제외하면 못 받은 돈이 공정가치평가상 약 9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LOC 발급이 공적 기금을 사모펀드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민연금은 단순히 높은 '수익률'에 끌려서는 안 된다. 공적 기금인 만큼 안정성과 사회적 책임, ESG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원금 손실을 피하는 안정성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수익률을 강조하다가 손실을 본 홈플러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모펀드도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강화하고, 공시의무와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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