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년] “반도체 덕” 확장재정에 기댄 경기부양…성장·건전성 ‘이중 과제’](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09.e2fb9f6d861143db91453d6e824b893b_T1.jpg)
이재명 정부의 출범 1년은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 극복과 성장 반등을 통한 경제 재도약의 기반 마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정책의 방향도 경기 대응 목적의 적극적 재정 확대에 맞춰졌다. 올해 정부 지출 예산만 728조원, 역대급 규모로 인공지능(AI) 전환과 반도체 육성, 민생경제 회복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했다. 그 결과 0%대 저성장에 머물렀던 우리 경제는 올해 예견치 못 했던 중동 전쟁 여파에도 2%대 성장을 내다보게 됐다. 출범 1년 만에 코스피는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수출 9000억 달러'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 1.5%를 밑돌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은 뼈아프다. 반도체 호황에 기대 성장률 반등에 취해 있을 때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서다. 반도체 편중의 'K자형 양극화 성장'과 불어나는 국가채무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은 2년 차에 접어든 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부는 올해 총지출 예산안을 전년보다 8.1% 늘어난 727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26조2000억원을 편성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으로 지출을 더 늘렸다. 공격적으로 재정을 쏟아부은 끝에 우리 경제는 예상 밖의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률 반등에 성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6%로 0.9%포인트(p) 높여 잡았다. 지난 3월 중동 전쟁 영향으로 한국의 성장률을 1.7%로 낮췄다 3개월 만에 대폭 상향 조정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올려 잡은 것과 같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2.5%, 정부 2.0%, 국제통화기금(IMF) 1.9% 전망치보다 높다. OECD의 이번 성장률 조정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와 IMF도 반도체 효과를 토대로 하반기 때 성장 전망을 2% 중후반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도 미국발 관세 압박,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역시 반도체 수출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해 수출액은 7093억 달러로 사상 처음 연간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5월까지 수출액도 877억 달러를 웃돌았다. 경상수지도 올 1분기 기준 733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사상 처음 일본을 넘어 올해 세계 5대 무역 강국 진입도 예상된다. 덩달아 국내 증시도 치솟았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8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 대통령 취임 당시, 지난해 6월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밑돌았던과 비교하면 엄청난 반등이다. 반도체 호황에 증시 활성화까지 힘을 보태며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상되는 대규모 초과세수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으로 법인세만 10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증시 호황에 따라 증권거래세도 정부가 추산한 10조6000억원을 넘어 12조원 이상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더 걷힌 세수를 토대로 정부는 확장재정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12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에 기댄 'K자형 성장'에 따른 양극화 심화, 내수 부진 등 구조적 취약성은 2년 차를 맞는 이 정부가 짊어지고 갈 핵심 과제가 됐다. 집권 1년이란 짧은 기간 내 성장률과 증시, 수출 반등은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의존도가 컸다는 평가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건설업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주력 산업의 성장 동력이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제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 그리고 건설업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에 중동 사태로 공급망 충격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침체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자영업도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올해 2분기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호황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편중 성장에 따른 'K자형 양극화' 심화 우려가 커진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결 시점에 따라 경기 급락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도 “반도체 산업은 낙수 효과가 작아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경우 제조업 경기 전반에 미치는 하방 압력이 크게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된 확장 재정 기조 속에 국가채무 급증 등 재정 건전성 악화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초과세수는 반도체 대기업 실적과 자산시장 호황에 기댄 '반짝' 결과물이란 시각도 있다. 고령화 심화로 연금과 복지 지출이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데 추경의 추가 편성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다. 재정 지출 확대는 나라빚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 중장기 재정 운용에도 부담이 된다. 정부의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조원 이상 불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채무 추이를 보면, 코로나19였던 2020년 846조원, 2021년 970조원, 그리고 2022년 1067조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정부의 적극적 재정 기조로 국가채무는 잠정 1300조원, 내년에는 약 1500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도 49%로 전년(46%)보다 3%p 상승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나라빚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 해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작년 104조2000억원 적자가 나면서 2년 연속 100조원대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기 둔화세로 돌아서고 세입도 다시 줄어들면 정부의 확장 재정에 따른 건전성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증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돼 재정 부담이 누적될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 종료에 대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되 취약계층 등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처음 1.5% 아래로 낮춘 데는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노동 생산성이 줄어들고, 투자 부진도 지속되는 등 경제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가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보다 재정을 쏟아붓는 단기 처방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MF는 최근 '재정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재정 지출이 단기 경기 부양에 그치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산업 구조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고,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도 집권 2년 차부터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보다 반도체 외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중장기 육성 전략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 2%대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중반의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경기가 확장되는 국면으로 볼 수 있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로 추경은 예견됐는데 중동 사태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고, 1차 추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에 금리마저 오르면 경기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어 지출보다 재정건전성 관리, 양극화 해소 등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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