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수출은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가 이달부터 현실화될 경우 전망이 밝지 않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0.03%)인 3347억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 증가가 한 몫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제품 수요가 계속된데가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면서 전년 대비 11.4% 증가한 733억달러를 기록해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자동차 수출은 하이브리드차의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 부과 및 미국 현지 공장 생산 증가 등의 영향으로 1.7% 감소한 36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이 3.7% 감소한 622억달러, 대중 수출이 4.6% 감소한 605억달러로 집계됐다. 상반기 수입은 1.6% 감소한 3069억달러였다. 이로써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는 278억달러로 전년 대비 48억달러 개선됐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우리 수출은 미국의 관세 조치, 경기 회복세 둔화, 중동 사태 등 전례 없는 글로벌 통상·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년 수준을 유지했고,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한 6월에는 역대 6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플러스로 전환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달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했던 상호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되면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수출이 그나마 선방한 것은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미국 현지 수입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수출이 늘어난 것을 두고 품목·상호관세 시행 전 '밀어내기식' 수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많고, 관세도 새롭게 부과되면서 국제기구나 연구기관들은 상반기 수출이 마이너스 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감소폭이) -0.03%를 기록해 굉장히 선방했다"면서 “다만 대미무역 흑자폭이 줄고 있고, 수치로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현장에서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미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내놓은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하반기 세계 수요는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회복 기조가 예상 대비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디지털 수요는 견조하고 전기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고기능성 소재·부품 수요도 다소의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나 미 통상정책의 파급 영향으로 인한 하방 리스크도 상당할 것으로 봤다. 올해 수출과 수입은 각각 1.9%, 2.1% 감소하며 무역수지는 524억달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기, 조선, 바이오·헬스 등의 일부 견인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분쟁 및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지속, 세계 교역 감소 등에 따라 감소 전환을 예상했다. 안 장관은 “하반기에도 미국 관세정책의 변동성과 경기 회복 속도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당면 과제인 한미 협상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무역 금융 공급, 대체 시장 발굴 등을 포함한 수출 지원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