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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소폭 감소…시장안정화 조치 영향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증가에 힘입어 증가했던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왑을 비롯한 시장안정화 조치의 영향으로, 세계 순위는 12위를 유지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외환보유액은 약 4269억9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8억8000만달러 줄었다. 항목별로 보면 유가증권(3806억8000만달러, -33.9%)의 비중이 가장 컸고, △예치금(213억5000만달러, +5.0%) △SDR(157억8000만달러, +3.7%) △금(47억9000만달러) △IMF포지션(44억달러, -0.6%) 순으로 나타났다. 특별인출권(SDR)은 국제통화기금(IMF)이 회원국 국제수지가 약화될 때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외환보유고에 포함되는 유가증권으로 불린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외환보유고(3조4105억달러)가 가장 많고, 일본(1조3830억달러)·스위스(1조823억달러)·러시아(7587억달러)·인도(6907억달러)·대만(6025억달러)·독일(5992억달러)·사우디아라비아(4948억달러)·홍콩(4421억달러) 등이 우리 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OECD도 놀란 반도체 힘”...韓 성장률 전망 1.7%→2.6%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을 크게 개선했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성장률 전망을 낮췄지만, 반도체 경기 회복과 투자 확대 흐름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3일(현지시간) OECD가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제시됐다. 지난 3월 전망치(1.7%)보다 0.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OECD는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으며 관련 설비투자도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재정정책 효과가 더해지면서 민간소비 역시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정 폭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2.8%로 제시했고, G20 전체 성장률 전망은 3.0%로 유지했다. 미국은 2.0%를 유지한 반면 일본은 0.9%에서 0.6%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OECD는 첨단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동 지역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 산업 현장의 노사 갈등, 각국의 수출 규제 강화 등은 성장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5%보다는 소폭 높고, 한국금융연구원의 2.8%보다는 다소 낮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7%를 기록한 점도 전망 상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내년 성장률 전망은 1.9%로 제시됐다. 이는 지난 3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물가 전망에는 다소 변화가 있었다. OECD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소폭 낮췄다. 다만 내년 물가상승률은 2.2%로 예상해 이전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였다. 명목 성장률 전망도 크게 높아졌다. OECD는 올해 한국의 GDP 디플레이터를 7.6%로 전망했으며, 재정경제부는 이를 성장률 전망치와 결합하면 올해 명목 성장률이 10.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 건전성 지표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비율이 올해 48.2%, 내년 50.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 당시보다 각각 3.8%포인트, 4.8%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OECD는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회복세가 일부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업생산은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반도체와 조선업을 제외한 제조업 분야에서는 경기 전망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가 여전히 약한 상황으로 분석했다. 민간투자 역시 당분간 반도체 중심으로 확대되다가 연말 이후 다른 산업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OECD는 중동 분쟁 대응 과정에서 시행된 유류세 인하와 에너지 가격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취약계층과 기업에 대한 선별 지원을 강화하되, 에너지 가격 통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 등은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영업이익의 N% 성과급 달라” 분출…노사 갈등 ‘새 뇌관’으로 [재계 성과급 전쟁]

재계에서 '성과급 전쟁'이 시작됐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노조원의 몫을 달라고 강한 목소리를 내며 본격적으로 임금협상 핵심쟁점으로 내걸고 사측을 압박하고 단체행동 명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 촉발된 노사간 '성과급 갈등'이 현대차그룹, 카카오 등 등 산업계로 번지며 노사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노(勞勞)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정부도 중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 주요 대기업 노조 '투쟁 모드' 본격화 3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성과급 대란'은 우여곡절 끝에 노사 자율합의로 봉합됐지만, 후폭풍이 삼성그룹 계열사와 다른 대기업 등 산업계로 몰아치고 있다. 우선 삼성 계열사 곳곳에서 성과급 요구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미 지난 5월 1∼5일 창사 이래 첫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올해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라는 게 노조의 요구사항이다. 전면파업은 끝났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후에도 준법 파업 방식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사측도 영업비밀자료 유출 혐의로 노조위원장을 고소하는 등 노사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미 올해 초 2026년 임금협상을 끝낸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에선 삼성전자 성과급 타결 이후 직원들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사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성과급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노사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합의안을 만들어낸 삼성전자도 '성과급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도체사업과 비교해 실적이 좋지 않은 스마트폰·가전·TV 사업의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턱없이 적은 성과급 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임금협상 타결을 주도한 초기업노조 내 DX 노조원들이 임금협상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고, DX 소속 일부 조합원은 초기업노조 교섭의 절차적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초기업노조 내 부문별 조합원 간 갈등, 삼성전자 내 복수노조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노-노 갈등'이 조직 화합 및 경쟁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른 산업군 노조들도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넣었다. LG유플러스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셀트리온에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들 역시 투명한 초과이익 성과급 기준을 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어 이달 중 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현대제철 노조의 경우 전년 대비 성과급 액수를 150% 인상해야 한다는 안건을 교섭장에 들고 나왔다. 다른 기업들 역시 사정권이다. 아직 노사 상견례를 시작하지 않은 제조·IT·서비스 기업 노조 대부분이 협상 요구안에 'N% 성과급' 문구를 넣을지를 고민 중이라고 전해졌다. 문제는 기업마다 처지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사실 '성과급 전쟁'의 불씨를 지핀 곳은 SK하이닉스였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수백조원대 이익이 예상되자 직원들 사이에서 보상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거셌고, 사측도 사업 초기 파산 직전 시기에 회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임직원의 헌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이같은 SK하이닉스의 파격적 보상 지급에 자극받은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주도의 영업이익 급등을 계기로 성과급 투쟁을 시작했다. 업계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의 처우가 대한민국 및 업종 1위 기업을 자부하던 삼성전자를 넘어서자 '성과급 우위'를 사측에 요구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이슈는 모두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은 이익 발생'이 근본 원인이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70%를 넘었고, 삼성전자는 1분기 46%를 달성한데 이어 2분기 51%로 예상된다. 하지만, '잘 나가는 두 기업'을 보고 '패턴 교섭'에 나선 다른 기업들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자산이 충분하고 실적을 꾸준히 내는 대기업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초과이익'을 나눌 수준은 전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대표적인 성장기업이다. 아직 수익성보다는 몸집 불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라 시설투자에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야 한다. LG유플러스나 카카오 등도 반도체 업체들과 비교하면 회사가 남기는 이윤이 초라한 수준이다. 자동차·조선업계는 경쟁 심화와 중국의 추격 등을 따돌릴 연구개발(R&D) 투자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철강 업종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다. ◇ 각계각층 첨예한 대립…주주들도 '격분' 단체 행동 나서 이번 성과급 전쟁을 두고 각계각층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걱정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기업이 노조의 이익 배분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31일 회원사에 배포한 '경영계 특별 권고'를 통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제도를 명문화하는) 노조의 요구는 기존 성과급 제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으로 기업 이익의 직접적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기업의 이익은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고용, 연구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돼야 하는 경영 자원"이라며 “노조가 기업 이익의 선제적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도 이익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에게 배분하기로 사전에 약정하는 제도를 두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를 배분하는 성격의 금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노조가 '영업이익 배분' 등을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일종으로 간주해 노사 교섭에서 기업의 이익에 대한 배분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이같은 요구가 법과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회원사에게 주문했다. 경총은 “기업 이익의 배분 기준 제도화는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노조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한정되며, 기업의 이익 배분은 임금이 아니며 복지나 기타 대우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경총의 입장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1일 논평을 내고 “현장에서는 성과급 등 다양한 의제가 교섭을 통해 결정되고 있다"며 경총에 권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교섭 대상을 임금이라는 형식적 개념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지위와 처우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어떤 판례도 성과급 자체가 노사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적 없고 단체교섭 효력을 부정한 사례도 없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건 성과급이든 이익공유금이든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노동자와 어떤 기준으로 공유할 건지에 대한 논의"라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경제 확산 상황에서 기업 성과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유할 것인가는 세계적 과제"라며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자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는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성과 공유는 노동자의 참여·혁신을 촉진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일침했다. 투자자인 주주들도 성과급 지급에 분명하게 반대했다. 손실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는 임직원에게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지급이 상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영업이익은 법인세 등 조세를 공제한 뒤 비로소 분배 대상이 되며 세후 단계에서도 상법 제462조 제1항이 규정한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회사 자금의 외부 유출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 노사 자율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성과급 전쟁의 가장 큰 폐해로 우리나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영업이익 N% 요구'가 가능한 기업이 일부 대기업으로 한정적인데다 가뜩이나 심각한 임극 격차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도 성과급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대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개별기업의 실적 향상, 분배를 중시하는 노동시장의 인식 변화에서 찾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사태 등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직접 개입도 추진하며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점점 더 벌어지는 노동자 간 격차를 그냥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라며 “원·하청(위탁기업과 수탁기업) 간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글을 올리고 정부 차원의 기업 양극화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3% 물가가 돌아왔다”...금리 인상은 기정사실, 폭이 변수 [머니+]

물가가 다시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선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동전쟁 여파로 치솟은 국제유가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가 성장 둔화 우려를 덜어주는 대신 물가와 환율 방어가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금통위의 선택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2%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월을 기점으로 뚜렷한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2.0%를 기록했고, 3월에도 2.2%에 그쳤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지만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생활물가 상승률은 각각 2%대 초반에 머물며 국제유가 상승 충격이 아직 국내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4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 생활물가상승률은 2.9%로 높아지며 물가 불안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생산과 유통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전이되면서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결국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생활물가상승률은 각각 3.1%, 3.3%까지 올라서며 물가 재상승이 현실화됐다. 국제유가가 월말 들어 배럴당 9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물가 상승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금통위는 매파적 시그널을 보내면서도 중동전쟁이 얼마나 강하게·오랜 기간 영향을 주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이미 국고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준금리에도 상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으나, 근원물가(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가 2%대 초반을 유지한 점에 착안한 셈이다. 문제는 5월 금통위 며칠 후 진행된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5월 근원물가가 2.5%라고 발표됐다는 점이다. 나들이 시즌이 되면서 국내·외항공료와 승용차임차료를 비롯한 서비스가격 상승이 근원물가를 촉진했다는 분석이지만, 흐름 자체는 포착할 수 있었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달 물가상승률이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된다는 예측이 어긋나면 국민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소비지출에서 필수재 비중이 높은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확대된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연 2.50%로 8연속 동결한 금통위 내부에서도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까닭이다.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은 25bp(1bp=0.01%포인트(p)) 인상 의견을 피력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의 생각이 모아지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의 인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위원들이 1인 3표 형식으로 향후 6개월 뒤 조건부 전망을 표시하는 점도표에서 3.00%가 10표로 가장 많았고, 2.75%가 7표로 뒤를 이었다. 이르면 7월부터 동결를 멈추고 금리인상으로 돌아선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자리잡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측이 주로 꺼내드는 카드가 경제성장 저하지만, 반도체를 앞세워 수출이 3개월 연속 월간 800억달러를 상회하면서 성장률을 '하드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K-자형' 성장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다른 부문에서도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금리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형국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5월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월 16.4%로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재가 인상을 공식화하고 시기와 규모의 문제가 남았을 뿐이라고 언급하면서 금융권의 '컨센서스'도 움직이고 있다. 연내 동결을 예상했던 증권사의 예측이 1회+내년 상반기 추가 인상, 1회 인상이 2회로 바뀌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4회 인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압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인하를 단행하면 내외금리차가 줄어들지만, 4월 기준 개인 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3.8%로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탓에 쉽사리 낮출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금리가 동결되면 미국과 격차가 벌어져 원·달러 환율에 추가적인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정 경제전망 발표 때까지 금번 사이클 내 인상 횟수에 대해 보수적으로 2회 이상을 기본 가정으로 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비축유 스와프’ 6월까지 연장…“8월 원유, 80% 이상 확보 가능”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자 정부가 원유 수급 안정을 위해 운영 중인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를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8월 원유 수급 위기설에 정부는 8월 도입 예정인 원유의 80% 중반 가량을 7월까지 확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 발발 95일째를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에너지 수급 동향을 보고했다. 비축유 스와프는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정부가 우선 비축유를 빌려주고, 대체 물량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돌려받는 제도다.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로 정유사들이 확보한 대체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산업부는 5월까지 비축유 스와프 운영하기로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해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현재까지 2100만배럴에 대해 스와프를 진행했고, 현재 단계적으로 상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8월에 도입하기로 한 원유의 80% 중반 가량을 확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까지 지속될 경우 8월부터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김 장관은 “8월 원유 도입 예상 물량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그간의 추세를 고려할 때 7월 중에는 평시 대비 80% 중반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5∼7월 원유는 전년 대비 86%, 나프타는 83%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나프타 가동률은 5월 말 기준 75%로 전쟁 전 평시 수준인 80%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류, 의료용 장갑 등 보건·의료 분야 원료도 평시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대전 참사에 무거운 책임…안전 원점 재구축”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와 함께 안전 시스템 전면 재구축을 선언했다. 방산업계도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면서 이달로 예정돼 있던 대규모 국민참여 방산 체험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2일 손재일 대표는 인트라넷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리고 전날(1일) 발생한 대전 공장 폭발 인명사고에 대한 참담한 심경과 향후 수습 계획을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일 대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함께 일해온 소중한 동료 다섯 분이 운명을 달리하셨다"며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손 대표는 “유가족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재 병상에서 힘든 싸움 중인 부상자께서도 하루빨리 회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직원들에게는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진중하고 경건한 자세로 근무하며 동료들을 추모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이번 참사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회사의 안전 시스템을 기초부터 다시 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손 대표는 “우선 이번 사고의 원인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우리의 안전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번 사고는 안전에 있어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엄중한 교훈을 줬다"며 “단순히 형식적인 대책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안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에게도 사고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 과정에 적극 협조하고, 전사적인 안전 개선 활동에 능동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주문했다. 폭발 사고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방산업계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는 국가적인 애도 상황을 고려해 대국민 방산행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방진회는 '제2회 방위산업의 날(7월 8일)'을 기념해 기획했던 '방위산업 현장 시민 참여'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행사는 방위사업청 주최·방진회 주관으로 방산 종사자 가족 및 일반 시민을 초청해 세계 속의 K-방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참여시민들은 탄약 생산 라인 참관·KF-21 탑승 및 시뮬레이터 체험·K-2 전차 생산 라인 견학·K-9 자주포 탑승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진회는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한 상황에서 축하 및 체험 위주의 대규모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특히 오는 25일 창원 권역 방문 일정에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견학도 포함돼 있었다. 한편, 경찰·소방당국·노동부는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 대한 정확한 폭발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물가 3% 넘었다”…‘석유류·생활물가’ 당분간 ‘들썩’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3%대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20% 이상 급등한데다 먹거리, 외식 등 생활물가마저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가 충격이 다른 부문으로 파급돼 당분간 3%대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3.1%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24년 3월(3.1%)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과 2월 2.0%에서 중동 전쟁 발발 후 3월 2.2%, 4월 2.6%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달 3%대로 껑충 뛰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류 물가는 24.2% 오르며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p)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높았다. 휘발유(23.1%), 경유(33.3%), 등유(21.7%) 등도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석유류 포함 공업제품 물가는 4.2% 상승했다. 고유가에 5월 연휴 영향이 맞물리면서 서비스 가격도 2.8% 올랐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국제항공료가 33.5% 올랐는데 1995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덩달아 석유류를 재료로 쓰는 엔진오일교체료(14.0%), 세탁료(11.3%) 등도 크게 올랐다. 외식은 2.6%,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는 4.4% 각각 상승했다. 해외단체여행비(26.3%), 승용차입차료(25.7%), 보험서비스료(13.4%) 등으로 상승 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먹거리인 농·축·수산물은 2.2% 오르는 데 그쳤다. 갈치(15.1%)와 쌀(13.5%), 달걀(10.2%)이 많이 올랐고, 축산물인 돼지고기(5.8%), 국산쇠고기(4.2%)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고온으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인데 농축산물 가격 상승 폭을 보면 아직 중동 전쟁의 영향이 다른 분야까지 확대된 것 같지는 않다"며 “전쟁과 5월 연휴 영향으로 석유류,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 등도 상승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3.3% 올랐다. 2024년 4월(3.6%)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식품 물가는 2.1%, 식품 이외 물가는 4.2% 각각 올랐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의 여파가 서비스 물가 등 다른 부문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유가 충격이 점차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고 있다"며 “6월 물가 상승률도 5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동 전쟁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 등 범부처 차원의 물가 안정 기조를 더욱 공고히 유지할 계획"이라며 “석유류 가격 안정, 여름철 폭염·폭우 대비 선제적 수급 관리 등 장바구니 체감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AI 에이전트 시대, 인터넷은 이제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AI만으로 운영되는 소셜 네트워크 '몰트북(Moltbook)'과 개인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 같은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단순히 AI가 대화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람처럼 행동하고 활동한다는 점이다. 이제 인터넷에서는 AI가 인간을 대신해 행동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앞으로의 인터넷에서는 점점 더 많은 활동이 AI와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온라인에서 어떻게 '실제 인간'을 구별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인터넷 인증 시스템은 대부분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데 집중해 왔다. 비밀번호, 휴대폰 인증, 이메일 인증, KYC(고객확인제도) 역시 기본적으로는 신원과 계정의 소유자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가 빠르게 발전하는 환경에서는 단순히 계정이 존재하거나 누군가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구인가"보다 “실제 인간인가"를 검증하는 일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미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 나타나고 있다. 티켓팅 시장에서는 매크로와 봇이 공연 좌석을 선점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과 커머스 환경에서도 인간 사용자인지 자동화된 에이전트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인터넷은 새로운 형태의 '신뢰 레이어(trust layer)'를 필요로 하게 됐다. 단순히 로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특정 행위 뒤에 있는 주체가 실제 인간인지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하고 있는 개념이 바로 '인간 증명(Proof of Human)'이다. 월드(World)의 '월드 ID(World ID)' 역시 이러한 접근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반복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온라인 활동 뒤에 있는 주체가 실제 인간인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접근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이 단순 개념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 환경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최근 월드(World)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Lift Off' 행사에서도 데이팅, 게임, 티켓팅, AI 에이전트 환경까지 인간 증명 기술이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는 다양한 사례들이 공개됐다. 데이팅 플랫폼 틴더(Tinder)는 일본 파일럿 이후 미국 시장에서도 인간 인증 기능을 확대 도입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레이저(Razer) 및 미티컬게임즈(Mythical Games)와 같은 파트너들이 실제 이용자와 봇을 구분하기 위한 방식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티켓팅 분야 역시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콘서트 키트(Concert Kit)'는 아티스트가 실제 팬들에게 티켓 접근 권한을 우선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아티스트와 팀은 콘서트 키트 페이지를 생성하고 검증 조건을 설정한 뒤 기존 티켓팅 플랫폼의 티켓 코드를 업로드함으로써, 인증된 인간 사용자에게 일부 티켓 접근 권한을 우선 제공할 수 있다. 팬들은 월드 ID(World ID)를 통해 실제 인간임을 인증한 후 해당 티켓에 접근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거래를 통제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당 하나의 접근"이라는 보다 공정한 구조를 구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최근에는 AI 에이전트 뒤에 실제 인간이 존재한다는 점을 검증하려는 시도들도 등장하고 있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디지털 활동을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해당 활동이 실제 인간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 역시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 인증 단계를 넘어 계정과 세션, 그리고 실제 행위까지 연결되는 '풀스택 인간 증명(full-stack proof of human)'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가 가장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는 시장 중 하나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모바일 인증 및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AI와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 수용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특히 K-팝, 게임, 스포츠, 커머스처럼 공정성과 접근 질서가 중요한 산업이 발달해 있다는 점에서 인간 증명 기술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검증되기에 적합한 시장이기도 하다. 앞으로 인터넷의 경쟁력은 단순히 더 빠른 자동화 기술에만 있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인간과 AI가 함께 활동하는 환경 속에서, 실제 인간 기반의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AI 시대의 인터넷은 이제 다시 '사람'을 확인하기 시작하고 있다. ekn@ekn.kr

일본 넘어 ‘세계 5위’…“연내 수출 ‘1조달러 달성’ 가능”

5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이 877억 달러를 웃돌며 정부의 올해 '수출 9000억 달러'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국이 사상 처음 일본을 넘어 세계 5대 무역 강국 진입도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가 밝힌 5년 내 '수출 1조 달러' 목표도 앞당겨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87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53.2% 증가했다. 같은 달 기준 수출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특히 3월(872억 달러)과 4월(859억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800억 달러 이상으로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호황을 보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끈 가운데 월별 기준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치웠다. 5월 반도체 수출은 371억6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69.4% 급증했다. 3월 328억 달러를 기록한 뒤 월 수출액으로 역대 최대다. 반도체 수출은 3개월 연속 3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부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에 따라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이 지속됐다"며 “메모리반도체는 D램과 낸드 모두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5월 무역수지도 269억5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며 1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특히 1∼5월 누적 수지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2017년 연간 최대였던 952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수입 증가에도 반도체 등 수출이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추세에 우리나라의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 9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7093억달러였다. 수출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8년 6000억 달러 달성 후 7년 만이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5월 26일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수출이 9244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30.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 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변수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며 “수출 5강 달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기면 지난해 7382억 달러를 기록한 일본을 포함해 홍콩, 이탈리아 등을 넘어 세계 5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경우, 연내 수출 1조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올해 한국 수출이 1조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목표로 제시했던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4년여 가량 앞당겨질 수 있어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현 추세로 볼때 산업연구원이 전망했던 9200억 달러 이상,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9500억 달러에 거의 근접할 수도 있다"며 “낙관적으로 본다면 일각에서 언급되는 1조 달러 달성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6월 이후 수출 관련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흐름, 반도체 단가 등을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강 실장은 “6월 후 반도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 등 변수가 있다"며 “유가가 내년에도 높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석유제품 등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출 1조 달러 달성을 목표로 바이오헬스·전력기기 등 신산업과 방산·원전 등 전략산업을 집중 지원해 무역 구조를 다변화하기로 했다. 올해 수출기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275조원의 무역보험을 공급한다. 'K-수출스타 500' 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참여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향후 5년간 매년 100개의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발굴, 수출 1000만 달러 이상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韓 성장 굉장히 강력”...신현송, 금리인상 신호 또 보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를 근거로 통화정책 운용 여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물가와 금융안정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대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신 총재는 1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 정책 대담에서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통화정책과 관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경제는 강하고, 산출 갭(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이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이 동일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 총재는 “주택 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효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 이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 성장세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총재는 “아주 강력한 반도체 수치가 나올 것"이라며 “이는 명목 GDP 수치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명목 GDP 성장률이 가계부채와 국가채무 부담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명목 경제 규모가 커질 경우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대담에는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도 참석했다. 신 총재는 유로존과 한국 모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최근 성장 흐름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3.6%,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2.3%를 기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도체 수출 호조가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교역조건 악화로 GDI 증가율이 GDP 증가율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반도체 수출 확대가 이를 뒤집었다는 것이 신 총재의 분석이다. 그는 이 같은 점에서 한국 경제가 현재 유럽과는 다른 성장 경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 총재는 물가 대응 여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적다고 볼 수 있다"며 성장세가 강할수록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부담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슈나벨 이사는 글로벌 물가 흐름과 관련해 인공지능(AI) 확산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2022년의 에너지 중심 물가 충격과 달리 현재는 AI 투자 확대가 전 세계적인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글로벌 물가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유로존의 물가 상승이 과거처럼 두 자릿수 수준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ECB는 특정 금리 경로를 사전에 제시하기보다 경제지표와 데이터를 토대로 회의마다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슈나벨 이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등 새로운 민간 화폐의 확산이 국제 통화체계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 가치는 기술 혁신에서 비롯되는 만큼 중앙은행은 혁신을 지원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이 발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며, 중앙은행 화폐가 최종 결제수단으로서 수행하는 역할은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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