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현대엘리베이터 특집 ①] 중국산 에스컬레이터가 서울 지하철역을 점령했다

서울 지하철에서 운행 중인 에스컬레이터 두 대 가운데 한 대 이상이 설치된 지 15년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20년 이상 된 설비도 세 대 중 한 대를 웃돌았다. 노후 설비가 빠르게 늘면서 유지·보수 비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고장이 발생하면 부품 조달 등의 문제로 정상 운행까지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21일 본지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에스컬레이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기준 공사가 관리하는 에스컬레이터 1881대 가운데 설치 후 15년 이상 지난 설비는 974대로 51.8%에 달했다. 이 가운데 25년 이상 사용한 설비만 437대로 전체의 23.2%였다. 20년 이상~25년 미만도 210대로 집계됐다. 전체의 34.4%인 647대가 설치 20년을 넘긴 셈이다. ◇ 7호선 391대 중 229대가 20년 이상 노후화는 일부 호선에 집중돼 있다. 1881대의 설치일을 기준으로 보면, 7호선은 전체 391대 가운데 20년 이상 설비가 229대로 58.6%를 차지했다. 6호선 역시 294대 가운데 201대(68.4%)가 20년을 넘었다. 특히 25년 이상 된 에스컬레이터는 7호선 194대, 6호선 187대로 두 호선에만 381대가 몰렸다. 전체 25년 이상 설비 437대의 87%에 해당한다. 5호선도 본선 기준 351대 가운데 108대가 20년 이상이었고, 2호선은 248대 중 58대가 20년 이상으로 분석됐다. 노후화는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장기 사용 에스컬레이터의 유지·보수 비용은 신설 설비보다 21배 이상 많이 든다. 올해 중보수 작업의 41%도 노후 설비에 집중됐다. 디딤판 체인 등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부품의 교체가 늘어난 영향이다. ◇ 5년간 절반 이상 고장…한 번 멈추면 최장 24일 문제는 고장이 발생한 뒤 정상 운행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연희 의원실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2월까지 서울 지하철 1~8호선 에스컬레이터 1871대 가운데 984대가 적어도 한 차례 고장 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준 전체 설비의 절반 이상이 5년 동안 한 번 이상 고장을 경험한 것이다. 호선별 고장 건수는 7호선이 302건으로 가장 많았고 6호선 202건, 5호선 189건 등의 순이었다.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같은 기간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를 수리하는 데 평균 2일15시간이 걸렸으며 가장 긴 사례는 24일10시간에 달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제조사와 모델이 다양하고 일부 부품은 주문 제작해야 해 조달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해왔다. 특정 부품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법정검사를 거쳐야 하는 것도 복구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 상반기 끝나기도 전에 보수예산 94% 소진 올해 들어서는 노후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실제 운행 중단으로 이어졌다.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편성한 에스컬레이터 중보수 예산은 55억670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2억9500만원 늘었지만 6월까지 52억3900만원, 94.1%가 집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집행률 42.8%의 두 배를 웃돈다. 예산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 6월26일 기준 수리를 기다리며 운행을 멈춘 에스컬레이터는 25대까지 늘었다.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가용 예산을 조정해 수리가 지연된 25대를 즉시 보수하겠다고 밝혔다. 노후 에스컬레이터가 앞으로 더 늘어난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15~20년 사용한 설비가 327대에 달한다. 이들 설비가 순차적으로 20년을 넘기면서 유지·보수와 교체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 설비별 고장·복구 실태는 한눈에 파악 어려워 문제는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설비에서 얼마나 자주 고장이 발생하고 복구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외부에서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본지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에 전체 에스컬레이터의 제조사와 모델, 생산국, 설비별 고장·복구 현황, 장기간 운행 중단 설비, 노후 설비 교체계획, 유지보수 예산 및 집행 현황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공사는 이 가운데 전체 1881대의 호선·역명·승강기번호·설치일과 사용연수 현황 등을 공개했다. 제조사와 모델명은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서 개별 승강기 번호를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반면 생산국과 설비별 고장·복구 현황, 장기 운행중단 설비,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계획, 유지보수 예산 및 집행 현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취합 및 가공이 필요한 정보"라고 했다. 공사가 관련 정보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본지가 요청한 형태로 취합된 자료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2019년 이후 99%가 중국산…또 다른 문제 '부품' 노후화만으로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장기 운행중단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고장 이후 필요한 부품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는지도 복구기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제조사와 모델이 다양하고 오래된 제품일수록 필요한 부품을 바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 에스컬레이터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한때 국내 업체들이 직접 생산하던 에스컬레이터는 2000년대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마저 2014년 국내 생산을 중단하면서 국내 에스컬레이터 제조기반은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안전인증제도가 도입된 2019년 이후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99%가 중국산으로 파악될 정도로 시장 구조도 달라졌다.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장이 잦거나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완제품뿐 아니라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까지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게 된 구조가 장기적으로 적절한지는 별도의 문제다. 서울 지하철에서 반복되는 에스컬레이터 운행 중단은 노후 설비 교체라는 당장의 과제와 함께 국내 제조·부품 공급망이 왜 사라졌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반도체 추가세수로, 100조 이상 ‘미래기금’ 쌓는다…교육교부금 연동 폐지 “기금 적립”

반도체 호황에 늘어난 세수를 재원 삼아 청년 일자리와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등에 투자하는 100조원 이상의 '미래대응기금'이 신설된다. 정부는 경기 호황기 때 추가세수를 적립하고, 경기 둔화나 세수 결손 때 재정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해당 기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남는 세수를 경기 진작이나 부채를 갚는데 쓰기 보다 청년과 지방, 교육·인재 등 미래성장 동력에 중점 투자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꾀한다는 취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내국세의 20.79% 자동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학령인구 변화에 35%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손 본다.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적립해 영유아, 고등·평생교육에 사용한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21일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과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우선, 취업과 주택, 양육 등의 어려움이 큰 청년층 지원에 쓰인다. AI와 반도체, 3대 메가프로젝트, 소형모듈원자로(SMR)·핵융합·첨단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도 투자한다. 인구소멸지역 등 지방의 정주 여건 개선과 미래 인재 양성에도 활용한다. 이전처럼 추가 세수를 경기 부양용 소비성 지출로 쓰거나 건전 재정 관리로 활용하기 보다 미래 성장 모멘텀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삼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남을 때 저장해 두었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재정 저수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규모는 약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추가세수의 추세치 판단 시 최근 10년 연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토대로 2027년 추가세수 추세치는 약 370조원 가량 추산된다. 정부가 밝힌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 '500조원+α', 국세 수입 대비 내국세 비중 90%선을 고려하면 내년 내국세는 450조원 이상이 된다. 이 경우 내년 추가세수 규모는 60조∼70조원, 여기에 올해 초과세수 약 25조원과 교육교부금 개편 재원 20조원 가량을 더하면 총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처는 구체적인 기금 규모는 이달 말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 때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경제 성장과 학령인구 감소 등을 반영해 교육교부금을 55년 만에 개편한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 배정하는 자동연동 방식이 폐지된다. 앞으로 3년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교부금을 산정한다. 이번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마련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교육·인재계정에 적립해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 우수인재 유치, 국가인재 유출 방지 등에 사용한다. 다만,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계속 늘어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관련 패키지 법안을 마련한 뒤 입법 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3일 내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석유화학 ‘대산 1호’ 결합 조건부 승인…공정위 “5년간 가격 제한”

석유화학업계 사업 재편으로 '대산 1호' 프로젝트 관련 기업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다만, 공정위는 일부 합성수지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5년간 가격 인상과 공급을 제한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위는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신청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업결합으로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로 취득한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통합 법인인 HD현대케미칼의 지분을 50%씩 보유해 최다 출자자가 된다. 충남 대산 산업단지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각각 보유하던 나프타분해설비(NCC), 기타 석유화학제품 생산 시설도 통합 운영하게 된다. 앞서,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업계는 사업재편안인 '대산 1호' 프로젝트를 마련했고, 올해 2월 정부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국내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에서 경쟁 사업자가 줄어 과점이 심화되는 등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LDPE는 종이컵 코팅, 식품용기 등에, EVA는 신발 밑창 등에 사용되는 합성수지 제품이다. 두 시장 사업자는 한화, LG, 롯데, HD현대 4곳에서 롯데가 빠져 3곳으로 줄어든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결합 후 생산능력 기준 3개 사업자가 약 50대 25대 25의 비율로 시장을 나눠 갖게 된다. 판매량 기준으로도 3사 합산 점유율이 7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또, 3사가 국내 LDPE, EVA 시장에서 경쟁사의 생산 능력, 국제 가격 등 주요 정보도 쉽게 취득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경쟁 사업자 간 가격 협조가 쉬워지고, 낮은 수익의 품목은 생산과 공급을 중단해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지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특히, HD현대케미칼은 시장 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됐다. 아울러, 공정위는 국내 LDPE, EVA 시장의 구매자 다수가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란 점도 고려했다. 3개 사업자가 저수익 또는 저가 제품 생산과 공급을 중단할 경우 대체 거래처를 찾기 어렵고, 가격 인상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의 조건부로 가격 인상·인하율 제한, 공급 유지 의무, 정보교환 금지, 임직원 인사 제한 등 시정조치를 내렸다. 구체적으로 향후 5년간 LDPE·EVA의 국내 가격 변동률을 수출 가격 변동률 기준으로 제한한다. 기업결합 당시 생산 중이던 LDPE·EVA 제품도 국내 수요자의 요청에 따라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간 가격과 수량, 원가, 재고량 등 경쟁 민감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도 제한된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로 옮긴 롯데케미칼 임직원이 복귀하는 경우 1년간 LDPE·EVA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기업결합과 별도로 HD현대케미칼은 협력업체와 상생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번 첫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으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면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큰 시장에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며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수요자들의 피해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석유화학 기업결합도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요소수·요소, 주사기 “수급 불안 여전”, 매점매석 금지 2개월 더

정부가 차량용 요소수·요소와 의료용 주사기·주사침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 금지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지속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0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매점매석 금지 고시 운영방안을 밝혔다. 요소수는 경유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촉매제다. 앞서 정부는 중동전쟁 발발 후 지난 3월27일부터 요소수·요소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해 왔다. 이번 조치는 8월 31일 종료 예정이었지만 원료인 요소의 수급 불안에 10월 31일까지 2개월 더 연장한다. 다만, 중국의 수출통제 해제로 요소 수입 여건이 개선돼 보관량 기준은 완화된다. 정부는 요소수·요소의 매점매석 판단 보관량 기준인 전년도 월평균 판매량의 150% 초과에서 200% 초과로 완화한다. 현재 요소 재고는 평시 수준인 3∼4개월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용 주사기·주사침 매점매석 금지 행위도 이달 31일 종료 예정에서 10월 31일까지 2개월 연장한다. 나프타 등 원료 수급 우려가 여전해서다. 주사기·주사침 보관량 기준은 제조업체 재고량 증가로 지난달 24일 150%에서 200%로 완화했다. 판매량 제한도 해제됐다.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 조치는 9월 12일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요소수·요소, 주사기·주사침 등 매점매석 금지 추가 연장 여부는 중동전쟁 상황과 각 품목 수급·유통 상황을 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KDI “반도체, 양날의 검” 올해 3.2% 성장에도…“하향 가능성 남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3.2%로 정부 전망치 3.0% 보다 더 큰 폭으로 올려 잡았다. 이례적인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설비투자가 크게 늘고, 경상수지도 올해와 내년 3600억 달러로 대규모 흑자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KDI는 반도체 쏠림에 치중된 성장이 소비와 고용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는데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마저 위축될 경우 성장률이 크게 꺾일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KDI는 19일 '8월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월 2.5%에서 3.2%로 석 달 만에 0.7%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의 올해 3.0%,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각각 2.6%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KDI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7%에서 2.2%로 0.5%p 올려 잡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가 예상보다 높아 반도체 호조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게 KDI 진단이다. 지표상으로도 반도체 호황에 따라 올해 수출 증가율은 8.7%로 이전보다 4.1%p 상향 조정됐다. 설비투자도 7.9%로 4.6%p 올려 잡았다. 특히, 경상수지는 올해와 내년 모두 3600억 달러로 기존보다 각각 1000억 달러 증가해 대규모 흑자가 예상됐다. 평균 연간 1000억 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큰 수치로, 반도체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성장률 상향 조정분 0.7%p 중 0.6%p가 반도체와 수출, 설비투자 등 반도체 파급 효과에 따른 영향"이라며 “올해 전망치 3.2% 절반 이상이 반도체가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KDI는 반도체 호조에 힘입은 높은 성장률에도 민간소비와 고용 등 체감 경기와의 괴리가 크다고 봤다. 반도체 업황 집중도가 큰 경제 성장 특성상 소비와 일자리,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2.2%에서 2.3%로 0.1%p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도 17만명에서 11만명으로 6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총괄은 “성장이 집중돼 있는 반도체 분야는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고, 성과도 민간소비나 고용 등 가계 소득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 등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성장률보다 훨씬 안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을 기회이자 위험 요소로 꼽았다. 글로벌 AI 투자 수요에 따라 성장의 변동 폭이 매우 커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면 성장률 전망치가 다시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게 KDI 진단이다. 김미루 부장은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더 높아져 반도체 업황에 따라 성장 전망이 크게 변할 수 있고, 미국의 관세, 중동 불안 등 불확실성도 평소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반도체 이외 산업과 서비스업이 내수로 전이될 수 있도록 적극적 구조개혁 등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에도 환율 상승 여파로 올해 2.7%, 내년 2.2%로 이전 전망치 수준을 유지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미국의 '과잉 생산' 등 추가 관세 결정 전인 이달 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에너지 분야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예정에 없이 긴급 미국을 찾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과 합의한 15% 이내 상호관세 관철을 위해 이달 말 대미 투자 발표를 목표로 막판 조율에 나섰다. 18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한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김 장관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련 “8월 말 발표를 목표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 보려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막판이 되면서 실무적으로 다양한 구체적인 쟁점들이 나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양국은 나머지 2000억 달러의 투자 이행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텍사스주 엔시날에 약 6.4기가와트(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투자 프로젝트 선정 시 '상업적 합리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 미국 내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발전소 건설은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력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아직 사업 내용과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김 장관이 미국 정부와 막판 조율을 밝힌 만큼 이달 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대미 전략투자 1호 후보 프로젝트로 반도체를 논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관세 협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미국의 추가 관세 결정 전에 대미 투자 1호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달 한국 포함 주요 60개국에 강제노동 관련 1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현재 USTR은 과잉생산 관련 조사도 진행 중이다. 상대 교역국의 제조업 등 산업별 보조금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본 점이 입증되면 이를 '과잉생산'으로 규정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달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조사 결과에 따라 강제노동 12.5%에 이어 관세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양국 합의 수준인 15%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압박해 왔다. 지난주 미국 상무부는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합의된 상호관세(15%)를 인상하겠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가 이달 말 대미 투자 발표를 목표로 막판 협의에 나선 것도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 등 통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표 전에 추가 관세가 먼저 발표되면 협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이 지난해 관세율 15% 상한 합의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예단하지 않고 협의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공백으로 통상 협상 과정에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여 본부장의 경질 관련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미 관세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현재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로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 중이다. 김 장관은 “여 본부장이 비관세 분야와 자유무역협정(FTA) 쪽을 많이 챙겨왔지만 (개인이) 다 챙긴 것은 아니다"며 “협상은 개인이 아닌 전체 조직이 같이하는 것이어서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與 “용산 어린이정원에 청년임대”…오세훈 반대에도 특별법 처리 수순

8·13 주택 공급대책의 후속 논의가 용산공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용산공원 부지 일부에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서 지켜온 공원 보존 원칙을 뒤집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고밀 개발을 위해 공원·녹지 관련 기준을 완화하고, 용산 어린이정원 부지 등에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산공원은 전체 면적이 약 300만㎡(약 90만7000평)인 대규모 도심 공원녹지로, 특별법에 근거해 관리되는 국가공원이어서 주택을 지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도심 핵심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려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도시정비법·공공주택법 등과 함께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20일 본회의 처리 대상 법안으로 거론했다.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용산공원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고, 문재인 정부 때도 공원 본체 보존 원칙은 지켜졌다"며 “이제 와서 공원에 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20년간 이어져 온 국가적 개발 철학을 스스로 뒤집는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용산공원 본체는 개발하지 않고 역사·생태·문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 내 가용 부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 처리 예정일인 20일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주택 공급 확대와 용산공원 보존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면서 회동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윤덕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어린이정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에 관한 질문에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토 대상 부지를 어린이정원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복권기금, 성과따라 지급 “취약계층 지원”…35% 의무배분 폐지

앞으로 복권 수익금은 12% 가량의 지방자치단체, 제주도 배분금을 뺀 나머지는 성과와 사업 수요에 따라 쓰이게 된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 복지나 재난 지원 등 공익사업에 복권 수익금이 활용될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는 18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6차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복권 및 복권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복권 수익금의 35%를 기존 복권발행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나눠주던 법정배분 제도가 20여년 만에 바뀐다. 지난 2004년 복권법이 제정될 당시 정부는 복권발행기관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복권 수익금의 35%를 10개 기금·기관 등에 의무 배분했다. 이후, 각 기관의 재정 상태나 사업 수요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10개 법정배분 대상 중 지자체와 제주도를 제외한 8개 기금·기관에 대한 법정 배분을 폐지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진흥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중소벤처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국가유산보호기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산림환경기능증진자금,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 8개 기관의 사업은 공익사업으로 전환된다. 앞으로 8개 기관들은 수익금을 자동으로 지급받지 않고, 다른 공익사업처럼 사업 필요성과 성과 등을 평가받아 재원을 배분받는다. 다만, 지자체와 제주도는 지방재정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각각 약 6%, 총 12% 수준의 기존 법정 배분이 유지된다. 기획처에 따르면 올해 복권기금 사업 규모는 총 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이 중 35%인 약 1조1000억원은 10개 기관에 배분된다. 나머지 약 2조3000억원은 저소득층의 주거나 복지 지원 등 공익사업에 쓰인다. 기획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정배분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낮더라도 정해진 금액을 지급해야 했다"며 “앞으로 성과와 수요가 높은 사업 쪽으로 탄력적 배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처는 이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한국 경제 이 정도였어?”...무디스, 韓 성장률 전망 1.8→3.5%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까지 끌어올렸다. 불과 반년 전 1.8%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망치를 두 배 가까이 높인 셈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정기 검토를 마친 뒤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5%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2.7%로 전망했다. 무디스의 전망은 국내외 주요 기관 가운데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달 말 집계한 8개 주요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3.2%로, 무디스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았다. 무디스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올해 들어 빠르게 달라졌다. 지난 2월 국가신용등급 보고서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했지만 5월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이를 2.5%로 높였고,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전망을 크게 끌어올린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무디스는 인공지능(AI) 확산 등에 따른 칩 수요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한국의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공급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최소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수출 증가세도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1~7월 상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다. 무디스는 이 같은 수출 확대가 강력한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정책 역시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무디스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주목하면서 정부가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무디스의 판단이다.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비교적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장 전망 개선은 재정 상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무디스는 세입 증가와 경기 회복이 이어질 경우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기존 예상보다 양호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당초 목표보다 0.1%포인트 개선된 3.8%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를 비롯해 국방·안보 분야의 비용,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 확대 등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무디스가 한국에 부여한 국가신용등급은 Aa2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도가 정책 대응 능력과 경제적 기반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부채 증가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이번 보고서 자체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새롭게 결정하는 절차는 아니라고 무디스는 설명했다. 향후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암시한 자료도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특집] 렛츠런파크 영천, 17년 기다림 끝 위용 드러내......지역경제 새 성장판 연다

금호읍·청통면 일대 65만㎡ 1단계 사업 마무리…총사업비 3057억원 투입 9월 국내 첫 '권역형 순회경마' 시작…관광·일자리·세수 확충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 기대 영천=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북 영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아온 '렛츠런파크 영천(영천경마공원)'이 2009년 후보지 선정 이후 17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역 관광산업과 말산업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지방재정 확충, 주변 상권 활성화까지 견인할 새로운 경제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천시 금호읍과 청통면 일대 65만㎡, 약 20만평 규모의 부지에 조성 중인 렛츠런파크 영천은 총사업비 3057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 가운데 1857억원을 투입한 1단계 건설사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설 시운전과 경주 운영체계 점검 등 오는 9월 정식 개장을 위한 막바지 준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영천경마공원은 단순히 경주마가 달리고 경마를 즐기는 기존 개념의 경마공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기대가 크다. 경마와 말산업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 관광과 휴식, 친환경 수변공원,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한 공간에 담아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복합레저공간으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9년 후보지 선정 이후 각종 행정절차와 사업 여건 변화 등을 거치며 오랜 기간 사업을 기다려온 지역 주민들에게 이번 개장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영천의 미래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았던 사업이 17년 만에 현실화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경마공원 개장을 계기로 관광객 유입과 소비 증가, 고용 확대 등 실질적인 경제 효과가 지역 곳곳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 담은 관람대…영천의 새 랜드마크 렛츠런파크 영천의 중심에는 한옥의 건축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형 관람대가 자리한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 관람대는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으며, 특히 한옥을 모티브로 한 계단식 외관을 적용해 다른 경마공원과 차별화된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거대한 건축물의 웅장함에 전통적인 선과 공간미를 접목하면서 향후 영천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대 후면에는 경주를 앞둔 말들의 상태와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예시장과 전용 발코니가 마련됐다. 관람객들이 단순히 경주 결과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출전을 준비하는 경주마의 움직임과 상태까지 직접 확인하면서 경마의 전 과정을 하나의 볼거리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주로 안쪽은 또 다른 공원이다. 넓은 공간에 수변공원과 잔디공원을 조성하고 들잔디를 심어 탁 트인 초원의 경관을 연출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경마가 없는 날에도 산책과 휴식,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경마공원이 특정 이용객만 찾는 시설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시민공원과 관광시설의 기능을 함께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주차공간 역시 1746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마련됐으며 태양광 가림막을 설치해 이용객 편의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렸다. 대규모 관광객 방문에 대비한 기반시설이면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까지 반영한 셈이다. ◇국내 경마 역사 새로 쓸 '권역형 순회경마' 렛츠런파크 영천 개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경마 역사상 처음으로 '권역형 순회경마(Circuit Racing)'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과천과 제주, 부산경남 등 기존 경마공원에서는 경주마들이 소속 경마장에서 훈련하고 해당 경마장에서 경주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영천에서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훈련받은 경주마들이 경마 일정에 맞춰 영천으로 이동해 경주를 펼치는 방식이 도입된다. 영천 개장 이후 12주 동안 모두 72개 경주가 예정돼 있어 부산경남과 영천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마 운영체계가 본격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미국과 일본, 홍콩 등 경마 선진국에서는 이미 여러 경마장을 오가며 경주를 치르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서로 다른 경주로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경주마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고 경주로 특성에 따른 다양한 변수가 발생해 경주의 박진감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영천경마공원 개장은 국내에 네 번째 경마공원이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를 넘어 국내 경마산업의 운영체계를 한 단계 변화시키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 최우선 경주로…1천~2천m 8개 거리 운영 경주로에는 경주마와 기수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설계가 적용됐다. 총 2면으로 구성된 경주로는 1000m부터 2000m까지 모두 8개의 서로 다른 경주거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돼 다양한 경주 편성이 가능하다. 특히 출발 직후 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위험을 낮추기 위해 출발 지점에서 150m 이상의 직선구간을 확보했다. 초반 자리싸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경주마들이 충분한 거리를 달린 뒤 코너에 진입하도록 해 경주의 공정성과 안전성을 함께 높인 것이다. 경주마가 머무르는 마사지역 역시 단순한 대기공간이 아닌 경주마의 건강과 경기력을 관리하는 전문시설로 꾸며졌다. 약 170평 규모의 운동공간 4곳과 사료창고를 마련했으며 진료 및 시료채취 공간을 경주 출전공간과 가까운 곳에 배치해 경주 전후 건강관리와 검사 과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말을 관리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도 빼놓지 않았다. 기수와 조교사, 말관리사 등 마필 관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샤워실과 식당, 휴게시설을 갖춘 커뮤니티센터를 별도로 조성해 종사자들의 근무환경과 복지도 강화했다. ◇경주마 수송도 '컨디션 관리'…동물복지 강화 권역형 순회경마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부산경남과 영천을 오가는 경주마의 안전한 수송이다. 한국마사회는 국제경마연맹의 말 수송 복지 기준을 반영해 경주마의 이동을 단순한 운송 과정이 아니라 경기력을 좌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컨디션 관리' 과정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그동안 미국 브리더스컵과 두바이 월드컵 등 해외 원정경주를 통해 축적한 경주마 수송 경험과 말 생산·육성 과정에서 쌓은 전문 인력의 노하우도 영천 순회경마에 활용된다. 이를 위해 13.5톤급 최신식 무진동 전용 수송차량 13대를 마련했으며 차량에는 시스템 에어컨과 자동 환풍기, 경주마의 체격에 따라 공간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칸막이, 이동 과정의 충격을 줄이는 특수 고무바닥재 등이 적용됐다. 차량의 위치와 이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GPS 시스템을 비롯해 경주마의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한 음악 송출 시스템까지 도입하는 등 경주마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순회경마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만큼 향후 경주마의 이동시간과 피로도, 수송 뒤 회복 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안정적인 운영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1조8000억원 경제효과 기대…지역 상권 '들썩' 지역사회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렛츠런파크 영천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다. 영천시와 경북도는 경마공원 개장과 부대시설 조성·운영 등에 따른 경제유발효과가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연평균 300여명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장기 운영 과정에서는 약 7500명의 누적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마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영천에서 음식과 숙박, 쇼핑, 관광 등을 함께 이용할 경우 경제적 효과는 경마공원 울타리를 넘어 전통시장과 음식점, 숙박업소, 농특산물 판매점 등 지역 곳곳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관광객을 단순 방문객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에서 하루 이상 체류하도록 만드는 관광상품 개발 여부가 경마공원 경제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천에는 보현산을 비롯해 보현산댐과 와인터널 등 기존 관광자원이 있고 포도와 복숭아를 비롯한 지역 농특산물과 말산업 기반도 갖춰져 있어 경마공원과 지역 관광자원을 하나의 관광동선으로 묶는다면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도시철도 연장·하이패스IC…접근성 개선도 기대 경마공원 개장에 맞물린 교통 인프라 확충도 영천의 변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사업과 금호·대창 하이패스IC 등 광역교통망 개선사업이 추진되면서 향후 대구와 경산을 비롯한 인접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영천을 찾는 방문객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망 확충은 경마공원만을 위한 기반시설에 그치지 않고 영천 전체의 생활권과 경제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구.경산과의 접근시간이 단축되고 광역 교통망이 개선되면 관광객 유입은 물론 기업 활동과 물류, 정주여건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렛츠런파크 영천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개선된 교통망이 이들을 영천 곳곳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레저세 확충·지역사회 공헌…상생 모델 구축 지방재정 확충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효과다. 경마공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레저세를 통한 지방세수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경북도와 영천시의 재정 기반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마사회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운영하며 축적한 지역 상생 경험을 영천에 적용해 경마공원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상생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하는 지역 문제 해결형 사회공헌사업을 비롯해 말의 공감 능력을 활용한 힐링 프로그램 등 영천만의 특색 있는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장애 아동이나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힐링 승마 프로그램 등은 말산업이라는 렛츠런파크만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경마공원이 경주가 있는 날에만 사람이 몰리는 시설에 그치지 않고 평상시에도 시민들이 산책과 휴식, 체험을 위해 찾고 취약계층과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생활 속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마사회의 구상이다. ◇17년 기다림 끝 '출발선'…성패는 지역과의 연결에 2009년 후보지 선정에서 2026년 개장까지 걸린 시간은 17년이다. 지역사회가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만큼 렛츠런파크 영천의 진정한 성패는 화려한 시설이나 경주 규모보다는 개장 이후 지역사회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광객이 경마공원만 둘러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천의 관광지를 방문하고 지역 음식점에서 식사하며 전통시장과 농특산물 판매장을 찾고 숙박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관광 생태계를 구축해야 당초 기대했던 경제효과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마공원과 지역 상권을 연결하는 관광상품 개발, 지역 농특산물 판매 확대, 시민 참여 프로그램 발굴, 안정적인 지역 일자리 확보와 함께 순회경마에 따른 경주마 안전 및 동물복지 관리도 개장 이후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렛츠런파크 영천이 가진 잠재력은 적지 않다. 경마와 말산업이라는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규모 수변공원과 가족형 레저시설, 관광과 친환경 공간을 결합하고 여기에 광역교통망 개선과 지역 관광자원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할 경우 영천이 영남권을 대표하는 새로운 체류형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지난 20년간 증명해 온 지역 상생의 힘을 영천에서도 보여줄 준비가 됐다"며 “렛츠런파크 영천은 경마를 시행하는 장소를 넘어 영천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성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출발선에 선 렛츠런파크 영천. 힘차게 경주로를 질주할 경주마의 발굽 소리가 지역 상권과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의 발굽 소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오는 9월 문을 여는 렛츠런파크 영천에 지역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