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상반기 마약 2.6t 적발”…유통망 뿌리채 뽑는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4~6월) 범정부 합동 단속에서 마약사범 3733명을 검거하고 621명을 구속했다. 압수한 마약류는 2.68t(약 5,900파운드)으로, 수천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국무조정실은 13일 오전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15개 부처가 참여한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성과와 하반기 단속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 2일 강릉 옥계항에서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긴급 정보를 바탕으로, 관세청과 해양경찰청이 노르웨이 선적 화물선을 합동 급습했다. 선박 격벽 안에서 코카인 1.7t(시가 8,500억원, 5,700만명분)이 발견됐으며, 총 56자루에 달했다. 피의자 4명이 구속됐고, 해외 마약카르텔 조직원 6명은 국제공조 수사 중이다. 6월 13일 경찰·법무부·지자체·출입국당국이 외국인 전용 클럽을 단속해 천장과 벽 속에 숨겨둔 엑스터시 54정을 압수하고 업주·종업원·손님 등 6명을 검거했다. 단속은 경찰의 마약사범 수사, 출입국의 외국인 단속, 지자체의 행정처분이 병행된 범정부 합동 방식으로 진행됐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분석해 프로포폴·ADHD 치료제 등 의료용 마약류의 과다 처방 의심 사례를 선별했다. 전국 68개 의료기관을 점검한 결과, 23개소를 수사의뢰했다. 한 의사는 동일 환자에게 메틸페니데이트 4340정을 1년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핀셋' 점검은 적발률 34%를 기록했다. 정부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하반기 범정부 특별단속에 나선다. 추석·축제 기간 유흥업소 집중 단속, 온라인·의료기관 불법 처방 원점 수사, 명절 휴가철 출입국·해상 경계 강화가 핵심이다. 윤창렬 실장은 “20~30대의 마약 노출 비율 증가가 국가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신호"라며 “마약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부처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與 “부동산 공급대책 임박…‘대주주 10억’ 좋은 시그널 아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3일 정부가 조만간 3기 신도시 가속화·유휴 부지 활용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 공급 대책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공급 대책은 부처 종합으로 아마 조만간에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당시 부동산 착공 비율이 낮아지면서 실제 공급이 거의 최악 수준에 이르렀고, 현재 시장 불안정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신규 택지가 아니라 기존 3기 신도시를 빠르게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3기 신도시를 빠르게 하겠다. 이미 신규 택지로 지정된 곳은 공급 물량을 더 올리고, 정부가 개발할 수 있는 유휴 부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개발·재건축에 대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거나 병렬로 진행하는 방법 등으로 규제 기간을 줄이는 방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에 이미 지정된 곳을 가속하는 방식으로 가시적이고 신속한 공급 대책, 필요한 곳에 공급이 되는 방안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한 의장은 “정부에 (기준을)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달했다"며 “요건을 타이트하게 10억으로 내리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정부안(35%)에서 추가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단계에 있지 않다"며 “세법 관련 사항은 국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문한 산업재해 사고 대응과 관련해서는 “관련 법률에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건설회사에서 사고가 나도 관급공사에서 배제되지 않는 부분은 정책적으로 보완해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런 조치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재 발생 시 관급공사 입찰 금지'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과감한 조치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노동부가 관련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재차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정부 국정과제 발표…“AI·에너지·균형발전으로 진짜 성장”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국가 운영의 큰 그림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 등 미래전략산업 육성과 '에너지고속도로'·메가특구 같은 초대형 인프라 사업, '5극3특' 균형발전, 기본사회 구현을 통해 '진짜 성장'을 이룩한다는 계획이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13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이같은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6.3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정권을 인수한 지 70일 만이다. 새 정부의 국가비전으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 확정됐다. 또 경청과 통합·공정과 신뢰·실용과 성과 등 3대 전략으로 했고,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5대 국정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한 23대 추진 전략, 123개 세부 과제도 발표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AI·바이오·첨단 제조업 육성에 방점을 찍는다. 구체적으로 'AI고속도로' 구축을 통해 독자 AI 생태계를 완성하고, 차세대 AI 반도체와 원천기술을 선점해 최고급 AI 인재를 확보한다. 개인정보 보호체계와 오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 공공데이터를 적극 개방해 '세계 1위 AI정부'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AI·바이오헬스 등 미래전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한편,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 제조업의 기술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기초연구 환경 개선, 핵심인재 양성으로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꾀한다. 에너지 분야 핵심은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이다. 세부적으로 산업 부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위해 전국 송배전망을 확충하고, 재생에너지·수소·원자력의 균형적 활용으로 전력 안정성을 높인다. 정부는 이를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로 지정해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신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에너지·신산업 집적지에 '메가특구'를 도입해 규제를 전면 완화, 현장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한다. 탄소중립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위해 관련 인프라와 기술 개발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금융·자본시장 개혁도 병행된다. '국민성장펀드' 100조원을 조성해 AI·바이오헬스·재생에너지 등 국가 핵심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스타트업 성장사다리를 구축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으로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고, 상법 개정의 시장 안착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5극3특' 균형성장 전략이 가동된다. 정부는 광역 교통망 연계, 행정수도 세종 완성, 2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권역별 혁신·일자리 거점을 조성하고, 국세·지방세 비율을 2028년까지 7:3으로 조정해 지방재정을 확충한다.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과 '주민 선택 읍·면·동장제' 시범 도입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한다. 지역교육 혁신·인구유입 선순환 체계 구축, 서민·소상공인 금융지원, 공적주택 확대, 농어업 국가전략산업 육성 등 지역별 맞춤형 성장을 추진한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기본사회 구현를 구현한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산재 예방,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AI 기반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공공병원 확충과 필수의료 보상체계 개편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 청년층 주거·일자리 지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 확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확립 등 일터 기본권을 보장하며 교육격차 해소와 교권 보호, K-콘텐츠·관광 산업 육성으로 문화경제를 확대한다. 외교 안보는 한미동맹 강화와 정예 군사력 확충을 축으로 한다. 북핵·미사일·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인구감소·안보환경 변화에 맞춘 국방개혁을 추진한다. 방산 벤처·중소기업 육성과 R&D 확대를 통해 K-방산을 세계 4대 강국으로 끌어올리고, 남북 화해·협력과 교류·평화공존 제도화를 통해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전환한다. 외교 다변화와 경제외교 강화로 G7+ 외교강국 도약도 병행한다. 정치 분야에서는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를 위해 권력기관 개혁과 사회 통합을 추진한다. 개헌으로 국민주권을 강화하고, 검찰·경찰·감사원 권한을 분산하며, 군 정치 개입을 차단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국민참여 확대, 과거사 진상규명·보훈 예우 강화, 재정·공공기관 운영 투명성 제고, 안전 규제 보완과 불필요한 규제 해소를 병행한다. 이번 계획에는 △잠재성장률 반등 △코스피 5000 △AI 3대 강국 △에너지고속도로 △인구위기 대응 △재난안전 강화 △균형성장 △문화강국 실현 △한반도 평화공존 등 12대 중점 전략과제가 담겼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6~2030년 5년간 210조 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재원은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 민간투자 유치 등으로 마련하되, 내년까지 법률 87%, 하위법령 81%의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같은 123대 국정 과제는 정부 최종 검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7월 취업자 17만1000명↑…제조·건설 취업난 장기화

7월 취업자 수가 17만명 가량 늘면서 2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 폭을 이어갔지만 두 달째 축소된데다 2월 이후 최소치를 기록하는 등 위축된 징후가 역력하다. 제조업·건설업 고용 부진과 청년 일자리 부족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고용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02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1000명 늘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 3월 19만3000명을 기록한 후에는 4월(19만4000명), 5월(24만5000명), 6월(18만3000명) 모두 20만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두 달째 축소하며 지난 2월(13만6000명) 이후로는 최소치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가 7만8000명 줄며 13개월째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 또한 건설경기 불황으로 9만2000명 줄어서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두 업종 모두 전월보다는 감소 폭이 축소됐다. 내수를 보여주는 숙박음식업 취업자도 7만1000명 감소하며 3개월 연속 줄었다. 감소 폭이 코로나19 와중이던 지난 2021년 11월(-8만6000명)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컸다. 농림어업도 12만7000명 줄었다. 농·어가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더해 4월 한파·냉해, 7월 폭염·폭우 등 이상 기후 영향으로 4개월 연속 10만명대 '마이너스'다. 업계 취업자 감소와 함께 농림어업 숙련종사자도 13만명 감소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6만3000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9만1000명) 등에서는 취업자가 늘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34만2000명)과 30대(9만3000명)에서는 취업자가 늘고, 20대(-13만5000명)에서는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이어졌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5만8000명 감소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가 31만9000명 증가했고, 임시근로자도 1만6000명 늘었다. 반면 일용근로자는 4만8000명 줄었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임금근로자도 11만6000명 감소했다. 고용률(15세 이상)은 63.4%로, 작년 동월보다 0.1%포인트(p) 상승했다.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70.2%로 0.4%p 높아졌다. 다만 15∼29세의 청년층 고용률은 0.7%p 하락하면서 45.8%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72만6000명으로 작년보다 1만1000명 줄었다. 실업률은 2.4%였다. 지난 1999년 관련 통계 기준 조사 이래 7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괄하는 경제활동 인구는 297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명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00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8000명 늘었다. 이 가운데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6만9000명 증가했다. 특히 20대 쉬었음은 4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5000명 늘었다.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로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취업자 수는 작년보다 18만명 증가했다. 취업자수가 7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하며 경활률과 고용률은 각각 65.0%, 63.4%로 역대 최고다. 정부는 기업활력 제고·신산업 육성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여력을 강화하고 청년·중고령 등 취업 지원 강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가맹점에 세척제·토마토 강제 구매” 버거킹 과징금 3억

공정거래위원회는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이 세척제 15종과 토마토 16개 품목을 본사 지정 제품만 구매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미사용 시 불이익 가능성을 알리지 않아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비케이알은 2013년부터 세척제와 토마토를 '권유' 품목으로 정보공개서에 안내해 가맹점주가 시중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특정 미국 브랜드 세척제와 승인된 국내 토마토 제품만을 사용하도록 내부 구매 시스템을 운영했다. 가맹점 점검 때 이를 확인해 미사용할 경우 감점, 경고 공문 발송, 배달 영업 중단, 영업정지, 계약 해지까지 제재를 가했다. 이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본사 지정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경영상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본사에서만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가맹점주의 거래 상대방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하며,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한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세척제와 토마토 제품 사용 여부 점검과 미사용 시 불이익 조치 가능성을 정보공개서 등에 명확히 고지하지 않아 가맹점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은폐·축소한 '기만적 정보 제공' 행위로도 적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척제는 버거킹 햄버거의 맛이나 품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통일적 이미지 유지 차원에서도 특정 제품만 반드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이번 조치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고 합리적인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맹사업법 준수를 유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가맹점주는 성능이 동등한 국내산 대체품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격히 감시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강력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EE칼럼]인력양성 없는 자원안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한국은 국가 산업 경제 규모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자원이 빈약한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 항상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마음 조리며 상황을 지켜보아야 하는 나라 중 하나에 속한다. 우리가 기껏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자원의 국내 비축뿐이다.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비축은 몇 주에서 길어야 몇 개월 분량에 해당 될 뿐이다. 장기적인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때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결국 지속 가능하게 자원 안보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를 대상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여 국가산업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도 에너지자원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공 지능과 자동화 시대에는 2차 에너지원인 전력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수소에너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에너지 광물의 수요가 확대되는 미래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자원 공급망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의 시작과 끝, 성공과 완성은 전적으로 우수한 자원개발 인력의 꾸준한 양성과 공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자원 보유국에 비해 국내 자원산업이 빈약하고 산업생태계 구축이 어려운 자원분야는 결국 국가가 나서서 인력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 규모가 비교적 큰 분야에서는 필요한 인력이 많아 시장 자체적으로 인력공급 체계가 형성되겠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소수로 필요한 부분은 간과되기 쉽다. 에너지자원 개발 분야는 한 사람의 개인 능력이 전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분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확실성과 위험성 높은 자원개발을 책임지는 상류 부문의 인력양성은 무척 중요하고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서 겉보기 규모로 소수의 인력만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단기적 효율성에만 집착하여 소홀하게 여겨지고 있다. 에너지자원 국내 기업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단순한 겉으로 보이는 자원개발기업을 넘어 자원을 도입하는 물류와 조선 및 플랜트 산업, 더 나가 에너지자원을 활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까지 확대하면 국내 모든 산업이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자원안보 공급망의 한 축인 해외자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적 실무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기술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유능한 기술 인력양성은 학교와 산업체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일이다. 자원산업 인력양성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에 따라, 에너지산업의 축소와 확장에 따라, 대학에서 인력 양성이 조정되기도 하고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없어진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인력양성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장기적인 주기를 갖고 변하는 분야이다. 작금의 국가 자원안보 시대와 미래의 신에너지대에도 자원개발 분야의 지속적인 유능한 인력양성과 확보는 중요하다. 인력양성은 차세대를 위한 것이다. 어쩌면 대학의 인력양성 사업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인지도 모른다. 적은 투자로 많은 미래세대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단지 그 성과와 결과가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뿐이지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인력양성은 인력이 필요한 시기보다 5년~10년 앞서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10년 이상의 긴 주기를 갖고 변하는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을 함께 고려한다면 자원산업분야 인력양성은 꾸준히 실행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차원의 자원안보를 위한 자원산업인력양성은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유능한 군인 없이는 국방안보 없듯, 유능한 자원인력 없는 자원안보는 사상누각이다. 신현돈

국책연구원이 李 대통령 정면 비판…“‘산재 근절’ 지시, 건설경기 부진 길어질 것”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재명 대통령의 산재 근절 지시를 비판해 관심을 끌었다. KDI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유지했는데, 새 정부 들어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이 대통령의 산재 근절 지시 등 때문에 건설업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12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전망했다. 지난 5월 내놓았던 상반기 경제전망과 같은 수치다. KDI의 이번 전망은 다른 민간 기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증권(1.1%) 등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은 최근 1%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주요 해외투자은행(IB) 8곳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로 잡아 6월(0.8→0.9%)에 이어 두 달 연속 올랐다. KDI는 0%대 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주된 배경으로 건설투자 부진을 꼽았다. 상반기 건설투자가 기존 전망을 밑돈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가 지연돼 건설투자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8.1%)을 기존 전망보다 3.9%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특히 최근 6·27 대책 등 대출 규제 강화와 새 정부가 예방을 강조하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관련 여파 등이 건설업 부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건설투자 전망은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 증가율도 작년(6.8%)보다 크게 둔화한 2.1%로 전망했다. 하반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고율 관세 정책으로 1930년대 수준(16.4∼17.7%)으로 급상승했다.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 지수도 최근 10년 평균(232) 대비 15배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만 미국 관세와 관련된 대외 여건은 기존 전망때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미국의 상호관세율과 철강 등 일부 품목 관세율은 올라갔지만 자동차 관세율은 10%p 내려가고 정보통신기술(ICT) 품목도 무관세가 유지되고 있어 큰 틀에서 영향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상반기 전망 때와 비교하면 올해 수출 증가율은 1.8%p 상향 조정됐다. 상품수출 증가율도 1.6%p 올려 잡았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세로 관세 효과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 수출 효과가 크게 나타난 점이 반영됐다. 설비투자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금리 하락세와 반도체 경기 영향으로 기존 전망과 유사한 1.8%의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소비쿠폰 등 소비부양책과 낮은 금리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부진이 완화돼 올해 1.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두차례 걸친 추경 효과를 반영해 기존 전망보다 0.2%p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KDI 측은 설명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2.0%로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상반기 전망보다 0.3%p 상향 조정한 것이지만 작년(2.3%)보다는 낮다. 유류세·공공요금 인상은 상방 요인이지만 소비부양책에도 수요 압력은 낮게 유지되면서 물가 상승세는 작년보다 둔화한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으로 올해와 내년 각각 1천60억 달러, 910억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5만명으로 전망했다. 정부 일자리 규모 전망 상향 조정, 고용과 밀접한 민간 소비 개선 등을 반영해 상반기 전망보다 6만명 올려잡은 것이다. KDI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6%로 전망했다. 상반기 전망치와 같다. 수출 증가율(0.6%) 둔화 전망에도 건설투자(2.6%) 등 내수 부문이 반등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보완한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회복이 반영되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해 2.6% 늘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소비도 내년 1.5% 늘며 올해보다 증가세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미국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이 격화하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져 성장률 등 전망치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를 수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발표된 반도체 품목 관세는 세부 사항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아 이번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우리 반도체가 대만·아세안 등에서 중간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교역국에 대한 반도체 관세 인상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 지연도 '전망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업체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건설투자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철 실장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재정정책으로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이 상향된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하의 시급성은 지난번보다는 많이 축소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재정·통화정책의 성장률 제고 효과와 관련해서는 “2차 추경으로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0.2%p, 연간으로는 0.1%p 상승하는 효과를 낸 것을 보인다"라며 “금리 관련 전망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기업 CEO 평균연령 50대 첫 진입 ‘세대교체’

국내 500대 기업 CEO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60세 아래로 떨어지며, 경영진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실제 조사 대상인 369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CEO 평균 연령은 2023년 61.1세, 2024년 60.3세에서 올해 59.8세로 하락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솔제지는 한철규 전 대표(63)에서 한경록 대표(46)로,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전 대표(62)에서 김중현 대표(48)로 젊은 경영진 체제로 전환했다. GS리테일 역시 최근 3년간 평균 60대 중반이던 대표진에서 올해 허서홍 대표(48)로 교체됐다.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연소는 이재상 하이브 대표(43)이며, 창업자를 포함한 오너경영인 중에서는 구웅모 LT 대표이사 전무(36)와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39)가 30대로 가장 젊다. 반대로 전문경영인 최고령은 이수광 DB그룹 회장(81)이고, 오너경영인 중에서는 손경식 CJ 회장과 강병중 넥센 회장이 86세로 가장 연장자다. 자사 출신 CEO 비중은 2023년 80.0%, 2024년 80.3%에 이어 올해 81.8%로 증가했다. 특히 은행(13명)과 상사(8명) 업종 CEO는 100% 내부 승진 인물이었다. 여성 CEO 수는 3년 연속 12명으로 전체의 2%대에 머물렀고, 올해 새롭게 취임한 여성 CEO는 한 명도 없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기 침체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내부 인사를 통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대교체를 병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획] 하도급에 재하도급…건설사 없는 공사 현장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강력한 산재 근절 드라이브가 이어지면서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특히 건설업계의 지나친 하도급 남발이 안전 투자·관리 소홀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수십년간 이어진 업계의 공사 관행을 송두리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2023년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차주차장 붕괴사고 시공을 맡은 GS건설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해 아직까지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관할 부처와 지자체가 사고를 낸 시공사에 제제를 가해도 건설업체들이 법적 분쟁을 통해 당국의 제제를 회피해 사고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실질적인 처벌 수단을 강구하라고 강력 지시한 것이다. 건설사들은 산재 사고에 대해 책임감을 통감하면서도 상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공사 현장에서 부지불식간에 벌어지는 모든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건설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항변한다. 건설사들이 사업장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공사 현장의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산재로 인해 피해를 입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시공사 소속이 아닌 것도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작년 한해 전국 건설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496명이 사망했다. 2024년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2098명 가운데 건설업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3.6%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에 이름을 올렸다.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갈수록 증가 추세다. 2023년 건설업 산재 사망자가 486명이었는데 작년 496명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건설업 산재 사망자 수는 155명을 기록했다. 사실상 올해 건설업 산재 사망자 수는 500명을 넘을 것으로 확실시 된다. 여기에 하반기 공사 현장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2025년 건설업 사망자 수는 600명을 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사들은 현장에서의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안전관리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일선 사업지에 안전용 CCTV 및 건설기계 AI카메라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 공사 현장 근로자 상당수가 외국인 근로자로 이뤄져 있는만큼, 한국인 관리자와 외국인 근로자 간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AI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업 시작 전 상태를 체크하고, 취약 근로자로 판명될 경우 작업을 금지하는 출입관리 시스템 등을 운영해 근로자 중심의 스마트 안전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인 디지털 안전보건 솔루션 '안심(안전에 진심)' 앱을 건설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안심 앱은 ▲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교육 ▲실시간 안전점검 ▲사업장 실황 확인 ▲근로자 의견 청취 ▲법률이행 사전알림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현장 안전보건관리 플랫폼으로 현재 하루에 약 2만4000명의 현장 근로자가 앱을 통해 사업장 안전 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아무리 안전 관리를 강화해도 산재 사고가 계속되는 배경엔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인 하도급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사실 일선 현장 근로자의 대부분이 원청 시공사가 아닌 하도급 업체로 채워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3년 기준 건설업 근로자 수는 181만명인데 우리나라 건설업계 1위 업체와 2위 업체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정규직 직원 숫자는 각각 약 4500명 수준으로 5000명에 채 못 미친다. 나머지 대우건설과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직원 수는 3000명대이고,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2000명대, 현대산업개발은 1000명대에 그친다. 10대 대형 건설사의 정직원 수는 3만명대에 비정규직 직원 수를 합쳐도 5만명대 수준이다. 200만명에 육박하는 건설 근로자를 소화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결국 원청 시공사가 공사 현장의 모든 작업을 맡기엔 일손이 딸리고 건설사들도 인력 관리 등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진다. 각 공정별로 하도급 계약을 맺고 대부분 건설 근로자는 하도급 업체가 관리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문제는 원청이 내준 하도급 계약이 아닌 하도급 업체가 또 다시 하도급을 내주는 재하도급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상 재하도급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재하도급도 발주자의 서면 승낙 등 예외사항을 적용하면 허용되는 상황이고, 이에 일선 공사 현장에선 하도급에 하도급으로 내려오는 불법 재하도급 계약이 빈번한 상황이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명 사고 근로자 대부분이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국토교통부는 불법 사항인 재하도급 적발에 나서고 있지만 완전 근절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국토부는 건설 현장의 불법 재하도급 197건을 적발했다. 이나마도 관리감독 당국의 적발 건수이고, 실제 불법 재하도급 현황은 어느 정도 되는지 명확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는 우리나라 공사 현장의 현실에서 불법 재하도급의 완전 근절은 어렵지만 원청 시공사인 대형 건설사들의 직접 고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민형 중앙대 건설대학원 교수는 “재하도급 문제는 십장과 반장 중심으로 공사 현장이 돌아가는 특성 하에서 완전 근절이 어려운 문제"라며 “결국 원청 시공사인 건설업체들이 산재 사고 위험이 높고, 공정이 까다로운 작업에 있어서는 직접 고용을 늘리고, 하도급 계약 시에도 산재 사고를 낸 업체들에 대해선 발주를 주지 않고, 안전 강화에 적극적인 하도급 업체와의 계약을 늘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李 대통령 “‘목숨보다 돈’ 관행 끊자…후진국형 산재 공화국 탈출”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건설업 등의 하도급 남발을 막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강력한 제도 개선을 통해 '후진적 산재 공화국'의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의 진상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 받고 “이번에 반드시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뜯어 고치겠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가 있는 범위 내 최대치의 조치를 해 달라"면서 “사람 목숨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살기 위해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산재 발생 기업들에게 거액을 물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불가피하면 어쩔 수 없지만, 피할 수 있는데 피하지 않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지출해야 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이라며 “안전조치를 왜 하지 않는지 따져보면 근본적으로 돈 때문이다. 목숨보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을 하는 데서 비용을 아끼려고 안전조치를 안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생각이 들게 손해가 되게 하면 된다"며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면 엄정하게 제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건설분야를 중심으로 한 하청·하도급 남발이 산재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점도 집중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산재가)가장 많은 쪽이 사실 건설 현장인데, 하도급과 재하도급이 원인"이라며 “하도급이 반복되면서 실제 공사비가 줄어들다 보니 나중에는 전체 원래 공사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더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한 것을 하청이나 외주에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에서 벗어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올해 들어 4차례의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를 콕 집어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후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 공사장에서 중대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자 휴가 중임에도 “건설업 면허 취소와 공공 공사 입찰 제한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여당도 산재 근절을 위한 초강력 대책을 마련 중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대국민 국정운영5개년 계획 보고대회에서 산재 사망 사고를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 명당 29명으로 낮추는 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1만명당 39명이었다. 이를 위해 작업중지권 확대와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도입, 근로감독관 권한 확대, 산재보상 국가책임제·처리기간 단축·급여 선지금 등의 제도를 추진한한다. 한편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날 포스코이앤씨 본사 등 3개 업체 5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4일 미얀바 근로자 감전 사고 발생 후 8일 만이다.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엿새 만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중대재해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