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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디비아 ‘수혜 vs 과의존’...젠슨 황, 한국에 ‘AI 숙제’ 남겼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서 닷새 간 일정을 마치고 9일 오전 출국했다. 방한 기간 내내 주요 대기업 총수와 만나 '인공지능(AI) 동맹' 관계를 다지고, PC방 방문으로 게임업계에 엔비디아 마케팅을 펼치는 등 비즈니스 광폭행보를 보였다. 업계는 황 CEO의 방한이 피지컬AI와 AI팩토리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AI 패권이 엔비디아 중심으로 주도되는 가운데 한국 AI산업이 엔비디아 개별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재계와 엔비디아에 따르면, 황 CEO는 한국에서 협력사, 고객사, 스타트업, 학계, 정계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각종 현안을 직접 챙겼다. 가장 눈길을 잡는 대목은 엔비디아 'AI 팩토리' 구상을 한국 기업들이 실현시켜주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황 CEO가 국내에서 '세일즈'를 한 측면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최신 그래픽카드(GPU) 수십만 장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기가와트(GW)급 공장을 만들면서 SK텔레콤, 네이버 등과 협업한다고 밝혔다. AI 팩토리는 GPU,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을 통합해 AI 모델의 학습·추론부터 서비스 구동까지 모두 처리하는 인프라다. SK텔레콤과 네이버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AI 팩토리를 가동,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유럽·중동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피지컬 AI 분야 역시 황 CEO가 한국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는 차원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엔비디아와 협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LG그룹은 데이터 구축, 시뮬레이션, 학습, 행동으로 이어지는 로봇 전 개발 과정을 엔비디아와 함께하기로 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 핵심 협력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확실하게 챙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수차례 만나고 '제2의 깐부 회동'까지 가지며 우애를 과시했다. 8일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과 만나 사업 관련 대화를 나눴다.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를 위해 양측을 오가며 실리를 챙긴 모습이다. 재계는 AI 시대 우리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한 배를 탔다는 점을 일단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엔비디아 및 AI 사업과 접점이 많지 않았던 두산그룹이 새로운 활로를 여는 등 성과를 많이 냈기 때문이다. 한국 AI 생태계 전반이 엔비디아와 밀착하게 됐다는 점도 부각된다. 전날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국내 AI 관련 업체들이 총출동했다. 삼성·SK 뿐 아니라 업스테이지, 크래프톤, 로보티즈 등이 함께했다. 그럼에도 국내 AI산업 생태계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AI팩토리 구축이나 피지컬AI 구현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자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제조 역량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확 늘리면 엔비디아에 대한 집중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엔비디아 생태계만 쳐다보다 보면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고, 특정기업에 한정된 수요자 리스크도 안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황 CEO의 닷새간 방한 일정을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AI 관련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기술을 확보했지만 제조 역량은 없는 엔비디아가 우리 기업들에게 더욱 강력한 러브콜을 보낼 여지도 남았다는 분석이다. 황 CEO는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출국하며 “매우 좋은 미팅을 가졌고 매우 좋은 파트너십도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황 CEO는 “한국에 대한 가장 큰 기여는 AI 산업을 만들고 AI 생태계를 창출한 것"이라며 “우리 기술 없이는 이런 첨단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제 훌륭한 파트너십을 맺었으니 함께 이 산업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로봇공학과 AI 인프라 분야에 정말 큰 기회가 있다.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크다"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클라우드, 로봇, 게임, 스타트업 등 한국 AI 생태계 전반이 엔비디아와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며 “한국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홈플러스 구조조정에 고려아연 노조 “사모펀드 약탈경영 막아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과정이 전격적인 폐점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가운데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홈플러스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산하 고려아연 노조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사포펀드 MBK의 '먹튀 잔혹사'가 끝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집어삼켰다"며 “홈플러스 노조와 연대해 일자리를 위협하는 MBK에 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눈물이 고려아연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 고려아연 노조가 MBK파트너스(MBK)의 적대적 M&A를 저지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에 대한 노조의 반발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홈플러스가 전국 37개 점포 폐점 및 직원 권고사직 등 인원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정규직 노동자 3500여 명과 협력업체, 입점상인 약 2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납품 피해자모임은 같은 날 경상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후 납품대금 미지급으로 협력업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전수조사 및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 5464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급감(2024년 1393억원→2025년 104억원)을 기록한 홈플러스의 재무 악화에 MBK가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긴급운영자금(DIP)을 요청하면서도 법인 차원의 연대보증을 거부하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 노조는 성명서에서 홈플러스 사태가 단순히 한 유통기업의 위기가 아닌 MBK의 수익성 회수에 치중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이 초래한 구조적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노조는 사모펀드의 기간산업 인수 제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검찰·사법당국에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하루빨리 재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허위 광고 “꼼짝 마”…과징금 최대 100% 부과

7월부터 사업자가 허위 광고 등으로 1회만 적발돼도 최대 50% 가중된 과징금을 물게 된다. 최근 5년간 상습 위반 사업자에는 과징금이 최대 100%까지 강화된다. 소비자 피해 보상 등으로 과징금을 깎아주는 한도는 기존 30%에서 10%로 줄어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등 소비자 보호 관련 3법 시행령 개정안이 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라 허위 광고 등 소비자 기만 행위에 따른 과징금이 최근 3년 내 위반 기준 최대 50%에서 최근 5년 내 위반 기준 최대 100%까지 가중된다. 반복적 위반 사업자에게는 과징금 부과가 더 세진다. 한 번만 위반해도 최대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2회 이상은 70%까지, 3회 이상 90%까지, 4회 이상 100%까지 가중되는 방식이다. 과징금 가중은 과거 시정조치에 따라 점수를 합산해 결정된다. 예컨대, 경고 0.5점, 시정권고 1점, 시정명령 2점, 과징금 처분 2.5점, 고발은 3점 등이다. 이와 달리, 과징금 감경 비율은 축소된다. 현재 사업자가 법 위반 후 소비자 피해를 보상한 경우 과징금은 최대 30%까지 감경됐는데 앞으로는 10%로 줄어든다. 10% 감경도 공정위 조사와 심의에 모두 협조한 경우에만 적용한다. 위법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사업자의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는 규정은 삭제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문판매, 표시·광고, 할부거래 등 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서의 사업자 법 위반에 대한 억지력이 확보돼 시장의 경쟁 질서 확립과 소비자 권리 보호라는 법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최태원 SK회장, ‘韓日경제연대’ 셔틀행보 빨라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리나라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일본과 '경제 연대'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일본 현지에서 설파했다.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최 회장은 “한·일 협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며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하고 실행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기반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포럼은 일본 유력 경제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최하는 행사다. SK그룹과 최종현학술원은 닛케이와 협업해 올해 처음으로 '한일특별세션'을 만들었다. 현장에는 한·일 정재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24년 닛케이포럼에서 '한일경제연대'라는 단어를 처음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가깝고도 먼' 한·일 양국이 '경제통합' 수준으로 덩치를 키우면 강대국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한·일 경제연대론의 핵심 줄기다. 최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에너지 △AI △저출산 대응을 두 나라가 함께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양국이) 중동 이외 지역 에너지 공동개발과 첨단소재, 대체 배터리 공동연구는 물론, 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에너지 분야에 함께 진출해 국제 표준 형성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중국의 기술 패권 속에서 한·일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며 “데이터 공유와 공동 인프라 개발, 규범 표준화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양국 사회의 구조적 위기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4월 출범한 '한·일 저출산 대책위원회'를 소개하면서 “민간 차원에서 육아 환경과 기업 문화, 노동시장 구조 등을 함께 연구하고 신속히 실천 모델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재계는 최 회장이 2024년 한일경제연대 화두를 처음 던지 이후 현재까지 양국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구 감소, 자유무역 질서 위협,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등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우리 국회에서도 한·일 협력을 '경제통합'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창하며 국내 분위기 조성에 앞장 섰다. 지난 4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AI기술 패권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세미나 특별강연을 맡아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한국도 '경제 덩치'를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과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자리에서도 최 회장은 “국제통상 질서는 이미 '룰'이 아닌 '힘'이 지배하는 모습이 됐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때 우린 좋았지만 다신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자신들보다 경제 규모가 10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유럽연합(EU) 사례를 참고해 한일이 협력하면 강대국들과 대등한 형태로 협상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각종 공식석상에서도 일본과 협력 중요성을 역설한 최 회장의 행보는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대한상의-대선후보 면담 자리와 12월 한·일 상의회장단 회의에서 한·일 협력을 '새로운 성장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EU 수준으로 경제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협력 틀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李정부 1년] “반도체 덕” 확장재정에 기댄 경기부양…성장·건전성 ‘이중 과제’

이재명 정부의 출범 1년은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 극복과 성장 반등을 통한 경제 재도약의 기반 마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정책의 방향도 경기 대응 목적의 적극적 재정 확대에 맞춰졌다. 올해 정부 지출 예산만 728조원, 역대급 규모로 인공지능(AI) 전환과 반도체 육성, 민생경제 회복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했다. 그 결과 0%대 저성장에 머물렀던 우리 경제는 올해 예견치 못 했던 중동 전쟁 여파에도 2%대 성장을 내다보게 됐다. 출범 1년 만에 코스피는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수출 9000억 달러'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 1.5%를 밑돌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은 뼈아프다. 반도체 호황에 기대 성장률 반등에 취해 있을 때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서다. 반도체 편중의 'K자형 양극화 성장'과 불어나는 국가채무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은 2년 차에 접어든 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부는 올해 총지출 예산안을 전년보다 8.1% 늘어난 727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26조2000억원을 편성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으로 지출을 더 늘렸다. 공격적으로 재정을 쏟아부은 끝에 우리 경제는 예상 밖의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률 반등에 성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6%로 0.9%포인트(p) 높여 잡았다. 지난 3월 중동 전쟁 영향으로 한국의 성장률을 1.7%로 낮췄다 3개월 만에 대폭 상향 조정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올려 잡은 것과 같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2.5%, 정부 2.0%, 국제통화기금(IMF) 1.9% 전망치보다 높다. OECD의 이번 성장률 조정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와 IMF도 반도체 효과를 토대로 하반기 때 성장 전망을 2% 중후반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도 미국발 관세 압박,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역시 반도체 수출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해 수출액은 7093억 달러로 사상 처음 연간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5월까지 수출액도 877억 달러를 웃돌았다. 경상수지도 올 1분기 기준 733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사상 처음 일본을 넘어 올해 세계 5대 무역 강국 진입도 예상된다. 덩달아 국내 증시도 치솟았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8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 대통령 취임 당시, 지난해 6월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밑돌았던과 비교하면 엄청난 반등이다. 반도체 호황에 증시 활성화까지 힘을 보태며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상되는 대규모 초과세수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으로 법인세만 10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증시 호황에 따라 증권거래세도 정부가 추산한 10조6000억원을 넘어 12조원 이상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더 걷힌 세수를 토대로 정부는 확장재정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12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에 기댄 'K자형 성장'에 따른 양극화 심화, 내수 부진 등 구조적 취약성은 2년 차를 맞는 이 정부가 짊어지고 갈 핵심 과제가 됐다. 집권 1년이란 짧은 기간 내 성장률과 증시, 수출 반등은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의존도가 컸다는 평가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건설업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주력 산업의 성장 동력이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제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 그리고 건설업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에 중동 사태로 공급망 충격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침체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자영업도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올해 2분기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호황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편중 성장에 따른 'K자형 양극화' 심화 우려가 커진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결 시점에 따라 경기 급락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도 “반도체 산업은 낙수 효과가 작아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경우 제조업 경기 전반에 미치는 하방 압력이 크게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된 확장 재정 기조 속에 국가채무 급증 등 재정 건전성 악화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초과세수는 반도체 대기업 실적과 자산시장 호황에 기댄 '반짝' 결과물이란 시각도 있다. 고령화 심화로 연금과 복지 지출이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데 추경의 추가 편성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다. 재정 지출 확대는 나라빚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 중장기 재정 운용에도 부담이 된다. 정부의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조원 이상 불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채무 추이를 보면, 코로나19였던 2020년 846조원, 2021년 970조원, 그리고 2022년 1067조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정부의 적극적 재정 기조로 국가채무는 잠정 1300조원, 내년에는 약 1500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도 49%로 전년(46%)보다 3%p 상승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나라빚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 해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작년 104조2000억원 적자가 나면서 2년 연속 100조원대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기 둔화세로 돌아서고 세입도 다시 줄어들면 정부의 확장 재정에 따른 건전성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증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돼 재정 부담이 누적될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 종료에 대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되 취약계층 등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처음 1.5% 아래로 낮춘 데는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노동 생산성이 줄어들고, 투자 부진도 지속되는 등 경제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가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보다 재정을 쏟아붓는 단기 처방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MF는 최근 '재정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재정 지출이 단기 경기 부양에 그치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산업 구조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고,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도 집권 2년 차부터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보다 반도체 외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중장기 육성 전략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 2%대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중반의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경기가 확장되는 국면으로 볼 수 있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로 추경은 예견됐는데 중동 사태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고, 1차 추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에 금리마저 오르면 경기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어 지출보다 재정건전성 관리, 양극화 해소 등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게 한국 경제 맞나”...명목 GDP 10.5%↑, 국민소득 ‘4만달러’ 눈앞

반도체 호황과 기업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 후반대로 확정된 데 이어 명목 GDP와 국민총소득(GNI)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1.8% 증가했다. 지난 4월 공개된 속보치(1.7%)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분기 성장률 기준으로는 2020년 3분기(2.3%) 이후 가장 높다. 이번 성장세는 수출과 투자가 동시에 경제를 견인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이 확대되면서 수출은 전 분기 대비 5.9% 늘었다.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설비투자도 6.6% 뛰었다. 이는 2021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성장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1.1%포인트, 내수는 0.7%포인트를 각각 담당했다. 내수 가운데서는 설비투자가 0.6%포인트로 가장 큰 역할을 했고 민간소비(0.3%포인트), 건설투자(0.2%포인트)가 뒤를 이었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1.8%포인트, 수출은 0.8%포인트 각각 상향 조정됐다. 다만 수입 증가율도 0.9%포인트 높아지면서 일부 상승 효과가 상쇄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컴퓨터, 전자, 광학기기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3.9% 늘었다. 특히 ICT 제조업은 15.4% 급증한 반면 비ICT 제조업은 0.9% 감소해 업종 간 온도차가 뚜렷했다. 서비스업은 0.6% 성장에 그쳤고 건설업과 농림어업은 각각 2.2%, 4.3% 증가했다. 실질 지표보다 더욱 눈에 띈 것은 명목 지표의 급등이다. 1분기 명목 GDP는 전 분기 대비 10.5% 늘어 1976년 1분기 이후 약 5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17.1%로 1995년 3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명목 국민총소득(GNI) 역시 전 분기보다 11.0% 증가하며 50년 만의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실질 GNI 증가율도 9.2%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교역조건 개선과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총저축률은 41.7%로 전 분기보다 5.7%포인트 상승했다. 1988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 속도가 소비 증가세를 크게 웃돌면서 저축 여력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이번 성장률 상향 조정이 연간 성장률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0.1%p 조정은 연간 성장률을 0.1%p 높이는 영향이 있다"며 “8월 경제전망 때 변화된 조건에 따라 전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6%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정치를 반영할 경우 2.7%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장은 명목 GDP 증가의 배경과 관련해 “1분기 명목 GDP 성장률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이 아니라 수출 기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이익 확대가 법인세 증가와 미래 산업 투자 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국제기구들이 국가 부채 수준을 명목 GDP 대비 비율로 평가하는 만큼 명목 GDP 확대는 가계 및 정부 부채 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보다 0.3% 증가한 3만6963달러로 집계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5257만원으로 4.6% 늘었다. 지난 3월 발표 당시 잠정치보다 소폭 상향 조정됐다. 김 부장은 현재와 같은 명목 성장 흐름이 유지된다면 1인당 GNI 4만달러 달성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 실적과 원·달러 환율 흐름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함께 공개된 국민계정 잠정 결과에서는 2024년 경제성장률이 2.0%에서 2.2%로, 2025년 성장률은 1.0%에서 1.1%로 각각 수정됐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이슈&인사이트] 반도체 초호황에 미래를 잃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호황은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경기가 둔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었다. 반도체 호황이 과거와 같이 단기 사이클에 그치지 않고 AI 산업과 궤도를 같이 하면서 장기화하고 초호황 국면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반도체 호황이 여타 산업의 침체를 커버하고 유례 없는 수출을 이끌면서 1분기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를 일본을 제치고 5위까지 끌어올렸다. 산업연구원은 금년도 수출액이 지난해(7,093억 달러) 대비 무려 30.3% 증가한 9,2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같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금년도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전망치(1.9%) 대비 0.6% 포인트 상승한 2.5%로 전망하였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이 시점에 냉정하게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AI 산업이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므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도 상당 기간 우상향할 전망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고점에 가까워질수록 우하향 사이클에 접어들 때 그 충격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정도로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통 제조업은 물론 첨단 제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태양광, 풍력, 디스플레이, 드론, 전기차 및 배터리, 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서 중국에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글로벌 시장은 중국에 내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월등히 앞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D램에서는 CXMT가 빅3에 이어 4위(5%)에 올라섰고 낸드플래시에서는 YMTC가 6위(11%)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는 SMIC가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유지하며 삼성전자와 근소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분야인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결코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 설계, 생산설비, 후공정, 소재 등 여타 분야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는 것이 반도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에 맞서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여 전반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 지원 외에도 반도체 인력 육성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였으며, 지방 정부는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하였다. 우리나라는 용인 반도체 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취약한 소재, 부품, 장비 관련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 대학에서 운영하는 계약학과 형식의 반도체 학과를 넘어서 일반 학과로 반도체 학과를 확대하여 중소 반도체 관련 기업이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분양 마케팅’에서 ‘지역 마케팅’으로…건설업계의 변신

경품·판촉 중심 홍보 탈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상생 전략 주목 아이에스동서, 펜타힐즈W 분양 앞두고 교육·문화·상권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 “사업하고 떠나는 건설사 아닌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 인식 변화 경산=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건설업계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다. 견본주택 방문객을 늘리기 위한 경품 제공이나 청약 고객 모집 중심의 단기 판촉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이른바 '로컬리즘(Localism) 마케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건설사들은 사업 부지를 확보해 주택을 공급하고 분양을 마친 뒤 지역을 떠나는 '스팟(Spot)성 사업' 방식으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기여보다는 수익 창출에 집중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 상생 가치가 강조되면서 건설업계 역시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브랜드 가치 제고와 지역민의 신뢰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역과의 유대감을 강화할수록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고 장기적으로는 분양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아이에스동서(IS동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경산 중산지구에서 추진 중인 '펜타힐즈W' 사업과 연계해 다양한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존 건설사들의 마케팅 방식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스동서는 경산지역 사업을 본격화한 2020년 이후 매년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한 성금을 기탁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달 분양 예정인 '펜타힐즈W 1단지'의 마케팅 과정에서는 교육·문화·체육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주제로 한 교육 특강을 비롯해 지역 스포츠 문화 활성화를 위한 스크린골프대회, 주민 참여형 문화 콘텐츠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중산지구 일원에서는 대구MBC와 함께 지역 특산물 직거래 장터인 '욱수마켓'도 열린다. 지역 농가와 생산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로컬푸드 판매뿐 아니라 버스킹 공연과 먹거리 행사 등을 결합해 지역민과 입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축제 형태로 마련된다. 예비 청약자와 지역 주민을 위한 정보 제공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6월 첫째 주말부터 셋째 주말까지 견본주택에서는 '청약 토크쇼'가 진행되며, 중산호수공원 야외공연장에서는 문화 페스티벌이 열린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구독자 177만 명을 보유한 부동산 전문 유튜버 '부읽남(부동산 읽어주는 남자)'을 초청한 특별 강연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 흐름과 실수요자의 대응 전략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분양 마케팅을 담당하는 빌사부·대영레데코 송원배 대표는 “상품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행사를 확대하는 것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실수요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컬리즘 마케팅이 단순한 홍보 전략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결국 소비자 선택을 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KDI “경기 하방 위험…반도체 덕에 개선세 유지”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원유 수송 차질, 석유제품 수출 물량 감소 등 중동 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며 경기 하방 위험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경기 개선세는 반도체 수출 효과 등으로 분석됐다. KDI는 8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경기 회복세'로 낙관적 평가를 했던 KDI는 지난 달 '완만한 개선세'로 표현 수위를 낮췄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수와 수출이 개선되고 있지만 고유가, 원유 수급 차질 등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실물지표에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4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하며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반도체 관련 투자 중심으로 설비투자(8.1%)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 경기는 건설업생산(-5.5%)이 감소하는 등 부진이 이어졌다. 원유 수급 차질로 석유정제 생산은 20.5% 감소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는 1~3월 평균 대비 0.4% 증가하며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4월 소매판매액 상승률은 전년 대비 1.6%로 상승 폭이 전월(5%)에 비해 축소됐다. 반면, 지난 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99.2에서 106.1로 상승했다. KDI는 “4월 말부터 지급된 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 효과 등으로 소비 개선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도 반도체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호조세에 힘입어 반도체(182.5%), 컴퓨터(309.8%) 등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3.1%로 전월(2.6%)보다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도 4월 2.5%로 오르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2.5%)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생산자물가는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KDI는 “고유가 지속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된 가운데 생산 비용도 상승했다"며 “원유 공급 차질로 석유정제 생산과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등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코스피의 환호 환율의 경고

2026년 6월 1일 코스피는 장중 8,800선을 넘어 9,000을 넘보았고,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은 단일 종목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으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7,000조 원을 넘었다. 연초 5,000을 공약처럼 외치던 시장이 불과 다섯 달 만에 그 숫자를 두 자리 위에서 다시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을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같은날 원/달러 환율은 1,514원 안팎, 1,500원 위에 굳게 머물러 있다. 작년 말 월평균 1,470원이 이미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음을 떠올리면, 1,500원 고착은 결코 가볍게 넘길 신호가 아니다. 사상 최고의 주가지수와 외환위기에 준하는 통화가치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이 기묘한 동조가, 오늘 보여준 우리 경제의 모습이다. 상식적으로 이 둘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고, 그 과정에서 원화 수요가 늘어 환율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정반대 현상을 보인지 꽤 오래다. 6월 1일 장중에도 외국인은 1조 8천억 원 안팎을 순매도했고, 지수를 떠받친 것은 기관과 국내 유동성이었다. 즉 이번 랠리는 외국인이 몰려와 만든 장이 아니라, 국내 자금이 소수 대형주로 집중되며 만든 장이다. 그렇기에 원화에 대한 추가 수요도 없으며 환율은 내려가지 않게 된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의 성적표는 우리가 원화로 보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1,500원을 넘는 환율은 그 자체로 명목 지수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을 수 있는 환율 리스크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환율은 1,500원에 갇혔는가. 세 갈래의 힘이 동시에 원화를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국이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의장 체제는 물가 징후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고금리', 그러면서도 금융 규제는 완화하는 '규제완화'의 조합으로 평가된다. 고금리·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신흥·중견 통화인 원화는 구조적 하방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둘째이자 본질은 에너지와 지정학적 위험이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올 2월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은 바로 이 길목을 차단했고, 유가와 원유 수입 부담을 높여 경상수지와 외환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어왔다. 최근 종전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며 증시 상승의 한 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백악관 회의에서도 핵과 호르무즈 개방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론 없이' 끝났듯이, 그 합의는 아직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무언가가 제시되지 않았다. 우리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 호르무즈의 불확실성은 곧 통화가치의 불확실성이며, 이것이 1,500원이라는 숫자로 나타나는 것이다. 셋째는 이러한 외환시장 약세요인과 맞물려 있는 자본유출 경계심이다. 마치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원화약세에 대한 우려는 자본유출을 가속화하여 약세에 추가적인 힘을 더한다. 문제는 이 강한 지수가 서 있는 토대 자체가 위태롭다는 데 있다. 우선 쏠림이 극단적이다. 시총 상위 4종목의 비중이 연초 38%대에서 5월 초 50% 가까이로 치솟았다. 지수는 사상 최고인데, 시장의 폭은 거꾸로 좁아지고 있다. 한 예로 5월 초 코스피가 6% 정도 급등한 날에도, 정작 오른 종목은 200여 개에 불과했고 내린 종목은 679개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기둥, 즉 메모리·HBM 슈퍼사이클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나머지 시장에서는 오히려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더 역설적인 것은, 이 랠리의 연료와도 같은 수출 호조가 원화약세에 일부 기인한다는 점이다. 원화 약세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상승한 바도 있으나, 원화로 환산한 실적 역시 원화약세로 인하여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다. 5월 반도체 중심 수출이 전년 대비 50%를 넘게 급증했다고 하나, 그 원화 환산 실적의 일부는 환율 효과다. 수출 기업의 장부를 빛나게 하는 약한 원화가, 동시에 거시금융의 스트레스라는 사실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사상 최고의 지수와 외환위기급 통화가치는, 사실 같은 경제를 향한 두 개의 해석이다. 하나는 소수의 글로벌 AI·반도체 챔피언을 보는 낙관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수입국이자 중동 전쟁과 강달러에 노출된 개방경제를 보는 불안이다. 둘 다 진실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구천피를 넘느냐, 만스피를 찍느냐"가 아니다. 진짜 시험대는 두 가지다. 첫째, 상승의 온기가 반도체를 넘어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가. 둘째, 환율이 다시 1,500원 아래로 내려오는가. 그리고 그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반도체가 아니라 호르무즈와 연준이 쥐고 있다. 투자자라면 지수 전광판만큼이나 환율 전광판을 정독해야 할 때다. 쏠림은 추세가 강할 때 가장 무서워 보이지만, 주도주가 흔들리는 순간 지수 전체를 끌어내린다는 역사의 경고를, 1,500원의 환율이 조용히 되새기고 있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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