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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으로 환율 치솟았으나 금융 지표는 아직 안정적 흐름

원 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정부는 비상 대응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현재 외환과 금융 데이터를 보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환율 레벨 자체보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며 위기론에 선을 그은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중동 전쟁이 조기에 끝날 수도 있어 과도한 대응은 금융시장을 오히려 불안하게 할 수 있으니 좀 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2025년 2월 4,092억달러에서 2026년 2월 4,276억달러로 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환 자산은 3,854억달러에서 4,025억달러로 4.4% 늘며 전체의 94.1%를 차지했다. 금 보유액은 47억9천만달러로 변동이 없었고, 특별인출권(SDR)과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은 각각 6.3%, 10%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13개월간 4.000억달러 이상을 유지하며 변동 폭도 약 5% 이내에 머물렀다. 월평균 증가율은 0.36%로, 외환 유동성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시장 불안도 완화되는 모습이다. 금융불안지수(FSI)는 2025년 4월 22.5를 정점으로 하락해 2026년 2월 15.3까지 떨어지며 10개월 연속 안정세를 이어갔다. 2025년 10월 이후에는 15~16 수준에서 등락하며 변동성도 크게 줄었다. 반면 대외채무는 빠르게 증가하며 구조적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2025년 4분기 기준 대외채무는 7,668억억달러로, 2024년 2분기 6,657억달러 대비 1년 반 만에 1,011억달러 늘었다. 2025년 들어 3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외환과 금융 지표가 단기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대외 의존도가 확대되면서 중장기 리스크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고환율 환경에서는 외화 표시 부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는 외환보유액과 금융지표를 근거로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대외채무 증가와 맞물리면 중장기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에너지 절약 이렇게] ①“줄이면 돈된다”…생활비 부담 낮추는 ‘환급제도’ 총정리

중동 사태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불안이 커짐에 따라, 에너지 절감이 현금으로 돌아오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전기·수도·가스 사용량 절감뿐 아니라 자동차 운행 단축, 다회용기 사용 등 일상적 실천에도 현금성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생활비 절약에 도움이 되지만, 제도별로 담당 기관과 신청 요건이 달라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주요 5대 환급형 에너지 정책의 활용법을 정리했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는 한국전력(한전)이 운영하는 '주택용 에너지캐시백'이다. 가정에서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절감률에 따라 캐시백이 지급된다. 직전 2개년의 같은 달 평균보다 전기를 3% 이상 덜 쓰면, 줄인 전력량에 따라 kWh당 30원에서 최대 1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해당 금액은 다음 달 전기요금에서 자동 차감된다. 구간별 지급 단가는 ▲3% 이상~5% 미만 30원 ▲5% 이상~10% 미만 60원 ▲10% 이상~20% 미만 80원 ▲20% 이상~30% 이하 100원이다. 예컨대, 평균 전력사용량이 400kWh인 가구가 360kWh를 사용했다면 절감률은 10%, 절감량은 40kWh다. 이 경우 kWh당 80원이 적용돼 다음 달 전기요금에서 3200원이 차감된다. 신청은 한전ON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접수나 한전 지사 방문으로 가능하다. 한 번 신청하면 이후 자동 적용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하는 '탄소중립포인트 에너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제도는 가정이나 상업시설 등에서 사용하는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의 절감률에 따라 탄소포인트(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과거 1~2년 평균 사용량보다 얼마나 줄였는지를 기준으로 절감 비율을 산정해 연 2회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최소 감축률은 5% 이상이며, 감축 폭이 클수록 지급 포인트도 늘어난다. 전기·수도·가스를 모두 15% 이상 절감할 경우 최대 2만50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를 1포인트당 2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1회 최대 5만 원, 연간 최대 1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2회 이상 연속으로 5% 이상 감축한 경우, 이후 감축률이 0~5% 미만이어도 최대 5250포인트(1만500원)가 추가 지급된다. 인센티브는 현금, 상품권, 종량제봉투, 지방세 납부, 교통카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탄소중립포인트 누리집 또는 지자체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가정 내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자동차 운행을 줄여 혜택을 받는 방법도 있다. 특히 지난 25일부터 차량 5부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주행거리 감축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탄소중립포인트 자동차'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줄인 만큼 최대 10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참여 대상은 12인승 이하 비사업용 승용·승합자동차다. 다만 친환경 차량(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과 서울시 등록 차량은 제외된다. 가입 시와 연말에 자동차 계기판 사진을 제출해 주행거리 감축 실적을 확인하며, 최대 10만 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올해의 경우 1차 모집은 지난 3월 26일 종료됐다. 2차 모집은 1차에서 마감되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4월 6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을 실천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도 있다. 이 제도는 전자영수증 받기, 텀블러·다회용컵 이용, 일회용컵 반환 등 생활 속 친환경 실천 항목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항목별 적립 포인트는 100원에서 1만 원까지 다양하며, 연간 최대 7만 원까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 누리집에서 가입한 뒤 실천 항목에 참여하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사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라면 '소상공인 고효율 기기 지원사업'도 챙겨볼 만하다. 한전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소상공인이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비용의 40%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금 한도는 냉난방기와 냉장고의 경우 최대 160만 원, 세탁기와 건조기는 최대 80만 원이다. 대수 제한은 없다. 신청은 한전 소상공인 고효율기기 지원금 신청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올해 신청 기간은 2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2026년 1월 1일 이후 구매한 건에 대해서는 소급 신청도 가능하다. 이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에너지 환급제도는 생각보다 폭넓다. 이를 잘 활용하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연간 30만 원 안팎에 이른다. 대부분이 현금이나 요금 차감 방식으로 지급돼 체감도 역시 높은 편이다. 같은 절약이라도 제도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생활 속 작은 변화가 곧바로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1분기 금리·환율 동반상승…3년물 3.61%·환율 1,517원

금리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며 상관성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금융시장에서는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오르는 동시에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졌다. 31일 금융시장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3월 30일까지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원·달러 환율은 전반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금리 상승과 함께 환율도 오르며 동조 흐름이 확인됐다. 국고채(3년)는 2.935%에서 3.542%로 0.607%포인트 상승했고, 회사채(3년, AA-)는 3.459%에서 4.157%로 0.69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41.8원에서 1,515.7원으로 73.9원 상승했다. 1월 초 국고채 금리는 2.9%대, 환율은 1,440원대 초반에서 출발했다. 이후 금리는 점진적으로 상승했고 환율도 이에 맞춰 오름세를 보였다. 3월 후반에는 금리가 3.5%대를 넘었고 환율은 1,510원대를 기록하며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대비 일정한 격차를 유지했다. 1월 초 약 0.52%포인트였던 금리 차이는 3월 말 0.61%포인트 수준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보다는 시장 금리 전반이 상승한 구조로 해석된다. 특히 3월 들어 금리와 환율의 동행성이 더욱 뚜렷해졌다. 국고채 금리는 3월 초 약 3.22% 수준에서 3월 23일 3.617%까지 0.39%포인트 급등했고, 같은 기간 환율도 1470원대 중반에서 전날 종가 기준 1,517.3원까지 약 40원 상승했다. 단기 구간에서 두 변수의 상승 속도가 동시에 확대됐다. 금리 상승은 글로벌 긴축 기대와 맞물려 외국인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준다. 자금 유출 압력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번 구간에서도 금리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두고 금리와 환율이 동일한 리스크 신호에 반응한 결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금리와 환율이 함께 상승하는 동조 현상이 강화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전쟁 추경’ 26.2조…소득하위 70%에 ‘최대 60만원’ 지급

정부가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 민생지원금을 지급한다. 유류비·교통비 부담 완화,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등에도 5조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31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고물가 상황에 경기마저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빠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번 추경은 고유가 대응과 민생 안정, 산업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등 3개 분야에 중점을 뒀다"며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대응을 위해 10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직접 지원금으로 소득 하위 70% 국민이면 기본적으로 1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비수도권은 5만원, 인구감소 지역 거주자는 10만~15만원을 더 받는다. 취약계층 중 한부모 가정은 수도권 35만원, 비수도권 40만원을, 기초수급자는 수도권 45만원, 비수도권 6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대상자는 3256만명으로 4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지원금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지역화폐 중에서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지급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과 유사하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원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문제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류비 경감을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 등에는 5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휘발유, 경유 가격을 정부가 정해 규제하는 제도다. 이번 추경을 통해 정부 재정으로 6개월분의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준다. 또 석유 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 확보 등 수급 위기에도 대응한다. 교통비 경감과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K-패스의 환급률은 6개월 한시로 최대 30%포인트(p) 상향하는데 총 877억원을 투입한다. 15차례 이상 이용 시 환급률은 저소득층이 최대 83%, 3자녀 가구 75%, 청년·어르신·2자녀 가구 45%, 일반은 30%까지 각각 높아진다. 민생 안정을 위해 취약계층에 '핀셋'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등에도 2000억원을 편성했다.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20만 가구에 5만원씩 지원한다. 농어민과 시설 농가에도 유가 연동 보조금을 한시 지급한다. 무기질 비료 구매비 42억원, 축산농가 사료 구입비 650억원 등도 지원한다. 아울러 저소득층에 기본 생필품을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늘리는데 21억원을 투입한다. 일시적 위기 상황에 놓인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복지 확대에 131억원, 돌봄서비스 추가 제공에 99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복지시설 750개소의 냉·난방설비에도 128억원을 지원한다. 숙박, 공연 등 문화·관광업계 지원에도 1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서민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도 800억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산업 피해 최소화, 공급망 안정에도 2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물류비 상승,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이 큰 중동 수출 기업 대상 수출 바우처 지원을 7000곳에서 1만4000곳으로 두 배 늘린다. 중동 현지에 공동물류센터를 추가 지원한다. 정부는 또 65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통해 금융권에서 7조원 이상 수출 정책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설비 지원도 역대 최대인 1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아파트 베란다 소규모 태양광도 10만 가구에 설치하는 데 250억원을 투입한다. 공급망 안정화 사업으로 나프타의 원활한 수급 목적의 5000억원을 새로 배정했다.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대상으로, 나프타 수입단가 상승분 차액의 50%를 보조해준다. 2000억원을 들여 비축유도 130만 배럴 추가 확보한다. 이외에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 재자원화 등에 81억원,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요소의 수입선 다변화에 39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쉬었음' 청년 등 일자리 지원에도 9000억원을 배정했다. 대기업이 참여해 청년 취업을 연계하는 'K-뉴딜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창업 지원에도 9000억원을 추가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재원 1조원 등으로 재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 활황과 국내 주식시장 거래 활성화 등으로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 세수 추계가 늘어났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 지원도 10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총지출은 본예산인 727조9000억원 대비 25조2000억원 늘어 총 75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별도로 국채상환에 1조원을 활용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책을 고민할 때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국회의 절차를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제도다. 앞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행사한 바 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환율 상승에도 냉정한 톤…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 “달러 유동성 양호”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고환율 국면에서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시장의 불안과는 결이 다른 진단을 내놨다. 환율 상승을 금융 불안으로 직결시키기보다, 외환시장 구조와 달러 유동성 여건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 스와프를 통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며 대외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신 후보자는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 내 인사청문회 준비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환 스와프를 통해 채권시장에 투자하면서 원화를 차입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대외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 기준 1540원에 근접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신 후보자는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환율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며 시장 일각의 위기론과 거리를 뒀다. 다만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는 유지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중동 전쟁을 지목하며 “국제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고, 경제에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될지는 불확실한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출신의 '실용적 매파'라는 인식에 대해 “매파냐 비둘기파냐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경제의 흐름을 잘 읽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스템 차원에서 금융제도와 실물경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효과를 만드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 및 물가상승에 선제적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서로 연계된 측면이 있다"며 “선진국들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유럽·영국·일본이 매파적 동결에 나선 만큼 한은도 비둘기적 스탠스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는 지난 4년간 한은을 이끈 이창용 총재를 향해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하고, 업적도 많았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후보자 신분이라는 점을 들어 “(중앙은행의)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원론적으로 보면 커뮤니케이션은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경로로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금융통화위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평가·논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해당 질문은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했던 이 총재와 달리 신 후보자가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한은이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를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1인3표' 방식의 점도표로 나타낸 것을 유지하겠냐는 질문에는 답을 아꼈다. 다만 이같은 변화를 이 총재의 업적으로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명 '전쟁 추경' 규모로 볼 때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드러냈다. 또한 “중동 상황에 따른 취약부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책적으로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신 후보자의 '유연' 노선에 힘을 싣는 발언이 나왔다. 애당초 매파와 비둘기파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발언·논문 일부를 이유로 신 후보자를 매파로 분류했던 주장이 빈약했다고 꼬집었다. 신 후보자가 최근 에너지값 상승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한 점도 언급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 경제상황과 지금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환율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를 신임 총재도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레벨만 놓고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고, 당국자들은 '문제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외환 보유액과 민간 금융기관 외환 사정으로 볼때 달러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위기 수준이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봤나'는 질문에 “아직 뵙지 못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통과하면 다음달 21일 취임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신상진 성남시장 “국가 재난 선포 필요” 강조...시, 중동 위기 대응 비상경제대책 가동

성남=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성남시가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물류 불안, 환율 변동 등 대외 경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제대책을 본격 가동한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31일 오전 성남시청 모란관에서 '중동사태 대응 민생안정을 위한 비상경제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 사태로 인한 서민 경제 부담을 완화하고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국가 재난 선포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시장은 회견에서 “정부가 현 상황을 국가적 경제위기로 판단해 재난을 선포할 경우 성남시는 관련 법률에 따라 41만 전 가구에 가구당 10만 원씩 총 41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해 즉각 지원하겠다"며 “이미 관련 사전 준비를 마친 만큼 중앙정부 판단에 맞춰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월 250억 원이던 발행 규모를 300억원으로 늘리고 할인율도 8%에서 10%로 상향한다. 개인 구매 한도 역시 월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해 지역 내 소비 촉진과 자금 순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 13일부터 비상경제대응 전담조직(TF)을 운영하고 있으며 30일에는 전 실·국과 산하기관이 참여한 긴급회의를 열어 국제유가와 환율 동향, 지역 물가 상황, 기업과 소상공인 피해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소상공인 지원도 강화해 시는 하반기 예정이던 특례보증 12억원을 내달 중 조기 집행하고 5억원을 추가 편성해 총 5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19 당시 시행했던 공유재산 임대료 및 관리비 60% 감면 정책을 공설시장 입점 소상공인 1100여명을 대상으로 올해까지 유지하고 83개소 5100여 명 규모의 민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매장 환경 개선과 안전·위생 강화 등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희망팩 사업도 기존 2억8000만원에서 4억5500만원으로 확대해 경영 안정 지원을 강화한다. 이와함께 시는 기업지원대책도 추진해 중동 위기 대응 특별경영자금을 통해 피해 기업에 업체당 최대 5억원을 지원하고 2.0%포인트 이차보전을 적용해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상환 조건은 1년 거치 후 4년 분할상환 방식이다. 또 국제물류비 지원 대상 기준을 전년도 수출액 3000만 달러 이하 기업으로 확대해 기업당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고 수출보험료도 기업당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해 수출 리스크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에너지와 생활물가 관리도 병행한다. 시는 주유소 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가짜 석유 유통 및 가격 표시 위반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한다. 아울러 화물자동차 약 6000대에 대한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해 운수업계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민 생활 안정 대책도 마련했다. 시는 종량제봉투 물량을 최소 6개월분 확보하고 추가로 183만 장을 확보해 공급 차질에 대비하기로 했다. 신상진 시장은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그 영향이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물가와 에너지, 기업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시민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 시장은 그러면서 “에너지 위기는 행정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시민 여러분께서도 에너지 절약과 합리적 소비에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는 중동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비상경제대응 TF를 지속 운영하며 민생경제 영향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이슈&인사이트] 중동 패권 이란으로 넘어가나

나쁜 사람이 있듯이 나쁜 국가 지도자도 있다. 국제적으로 나쁜 국가 지도자는 무력을 사용하여 국제 평화를 깨뜨리고 자국의 국력을 약화시키는 사람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사회주의나 권위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 나쁜 지도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권좌에서 밀리면 정치생명이 끝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급습 이래 장기적인 전쟁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나아가 네타냐후는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였다. 이란의 암살 시도에 복수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한다.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은“이란은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며, 이 전쟁은 이스라엘 로비에 의한 것"이라 폭로하고 전격 사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피살됐지만 당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로 제시했던 이슬람 신정 체제가 무너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호전적인 혁명수비대가 권력의 중심축을 장악하고 만만치 않은 반격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고 미군 기지를 초토화시키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다. 피해가 커지고 전쟁 장기화에 초조해진 트럼프는 조속히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협상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란은 사과와 배상금 지불, 재발 방지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버티고 있다. 트럼프는 발전소를 쓸어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순순히 응하지 않자 병력을 증파하여 이란 원유 수출 전진기지인 하르그섬 등에 대해 공격할 태세를 보이고, 한편으로 발전소 공격 시한을 5일에서 또다시 10일간 연장하였다. 그런데,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깊숙이 위치해 있어 미군 함정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뚫고 진격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설령 점령한다 해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물론 대공포 공격도 쉽게 받게 되어 미군이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원유 가격이 치솟아 에너지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들에게 유조선 호위 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동맹국들은 군사 지원에 선을 그었다. 대신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군사 자산 지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빠지면서 원칙적 입장을 밝힌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안전 통과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 검토에 착수하여 '테헤란 톨게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도 통제하고 돈도 버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 된다. 이에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거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란은 “비적대적(nonhostile) 선박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일본은 이란과 접촉하여 원유 선박 운항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데, 어쩔 수 없이 이란의 갈라치기에 순응하는 모양새다. 물론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26척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묶어 있는 우리나라도 시급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주한 이란대사가 “한국은 비적대국가에 들어간다"고 하였지만, 미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미국 자본이 투자된 페르시아만 유전 및 에너지 시설을 이용하는 한국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격을 당한 이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술책에 말려들어 트럼프가 벌집을 들쑤신 결과는 심각하다. 이제 후티 반군도 가세하여 벌떼들의 반격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 미군이 떠나면 다시 중동에 와서 이란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요 에너지 운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주도권이 완전히 이란으로 넘어가게 되고 중동 패권도 이란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두 나쁜 지도자가 만든 업보다. 이강국

한국식품진흥원, 중동발 포장재 수급 위기 대응...‘탈 나프타 포장재’ 정보 제공 나서

익산=에너지경제신문 홍문수 기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최근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나프타 수급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식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탈나프타 포장재 정보'를 제공한다고 30일 밝혔다. 식품기업에서 사용하는 과자라면 포장지, 음료 용기 등 대부분의 포장재는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합성수지에 기반하고 있어 원료 수급 불안에 취약한 구조다. 최근 중동 사태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포장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중소 식품기업은 포장재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 전반에서 대체 소재 확보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식품진흥원은 나프타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포장재 정보를 정리한 카드뉴스를 제작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에 나섰다. 해당 카드뉴스에는 종이, 금속, 유리, 가공셀룰로스 등 식품용으로 사용 가능한 주요 대체 재질과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아울러 식품진흥원은 탈나프타 포장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관련 기업 리스트를 구축해 식품기업과의 연계를 지원하고, 추후 식품 유형별 사례를 발굴·정리해 보다 구체적인 활용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식품진흥원은 단순한 대체 소재 안내를 넘어, 유럽 수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활용성, 재사용성 등 지속가능 포장 전환을 위한 기술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이번 지원은 단기적인 수급 위기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한 포장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식품기업이 글로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문수 기자 gkje725@ekn.kr

정부, 내달 1일 위기경보 ‘경계’ 상향 검토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일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경계'로 격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급 차질이 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기 경보가 3단계로 격상되면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내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위기 경보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모레(4월 1일) 열리는 5차 자원안보협의회에서 경계로 상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안도 추가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자원안보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총 4단계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 생활 및 국가 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위기 경보 격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29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위기의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국제 유가가 지금은 배럴당 100∼110달러 왔다 갔다 하는데 120∼130달러 간다든지, 여러 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3단계인 경계 정도로 올라가야 한다"며 “3단계가 되면 원유 시장 가격은 훨씬 많이 올라갈 것이고 그쯤 되면 소비도 줄여야 하고, 민간에도 차량 5부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 선언으로 홍해도 봉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원유 대체 수송로였던 홍해까지 막히면 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12%가 통과하는 항로다. 홍해 봉쇄로 유가 상승과 함께 나프타 수급 차질도 장기화할 될 수 있다. 국제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홍해 봉쇄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는 현재 1000만배럴에서 170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전(한국시간)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2% 올라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배럴당 102.03달러로 전장보다 2.4%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 27일 각각 4.2%, 5.5% 상승한데 이어 주말 동안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위기 경보를 다시 3단계로 격상하는 안을 검토 중인 데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경우 사실상 중동산 원유 유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상황이 보다 심각해지면 해상·항공 운임 급등도 불가피해 수출기업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유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필요시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6일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통해 휘발유는 기존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한 상태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5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유가가 급등하면 유류세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율의 법정 최고 한도는 37%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최대 폭 인하와 같은 수준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높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추가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차질도 대체국 물량 확보, 사용 분야의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에너지 위기에 대비, 원전 가동률도 높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위기경보가 격상되면 차량 5부제도 공공 부문에서 민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민간으로 확대되더라도 국민 불편을 고려해 자율 참여를 권고하되 의무 적용 여부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중동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조치와 관련해 “일반 국민들도 5부제를 하게 되면 불편함이 생기는 측면도 있기에 '경계' 단계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위로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공영 주차장부터 진입을 못 하든가 원천적으로 출입 및 통행을 제한한다든지 등은 추후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중동 외 나라로 원유 수입 대체선을 넓힐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민간으로 차량 5부제 확대도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 사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4조원 이상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경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날 중동전쟁 피해 기업 대상 10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신속 집행되도록 점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동전쟁 피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 규모를 7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상환을 유예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원유·가스, 광물·식량 등 품목별 금리 우대도 늘릴 예정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 시대에는 더 많은 실패가 더 큰 경쟁력이다

김한성 투비유니콘 최고철학책임자(CPO) 2025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에서, 한국은 지식 축적과 R&D, 특허 경쟁력에서 세계 최상위에 올랐지만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전년 대비 57.7%나 급감했다. 원인은 단순하다: 투자자들은 검증된 기업을 안전하다고 보고,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한다. 취업시장의 안정을 지향하고, 창업은 가계 대출 부담, 금융·제도 관행과 실패 시 사회적 낙인이 합쳐져 '위험한 선택'으로 몰아간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와 입시 시스템은 '틀리지 않는 답'을 정답으로 삼아 학생들을 그렇게 훈련시킨다. 수능·등급 중심의 평가 체계는 창의적 탐구나 문제를 새로 설계하는 능력, 가설을 세워 검증하는 과정 같은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거나 보상하지 않는다. 최근의 “AI 의존을 줄여라"는 정책 방향은 일리가 있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왜 우리는 여전히 '정답' 중심의 평가 방식을 유지하는가. 기업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회사가 AI를 도입했지만 그것은 주로 기존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 사업을 시도하거나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실험은 드물다. 실패했을 때 개인과 조직에 돌아가는 책임이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실패가 임원과 실무자에게 '연좌제'처럼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실패로 얻은 데이터와 교훈은 조직의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리스크가 큰 실험은 예산 심사에서 걸러지고 조직에는 관성만 남는다. 국가 차원에서도 양상이 비슷하다. 대규모 지원 정책과 펀드는 발표되지만, 실패 이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제도 개선은 더디다. R&D 예산이 늘어도, 실패한 창업가가 다시 금융시장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우면 자금은 '안전한' 쪽으로만 흐른다. 단순히 돈을 푸는 것과,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개인·교육·기업·국가가 한 방향으로 수렴하면서 '틀리지 말자, 실패하지 말자'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 선택이 비도덕적이거나 잘못된 개인 탓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시대에는 이 격차가 더욱 뚜렷해진다. AI는 수천·수만 건의 실험을 병렬로 돌려 실패를 즉시 학습 자원으로 바꾸는 반면, 사람과 제도는 실패를 주로 비용과 리스크로만 계산해 시도와 재도전을 억제한다. 결국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얼마나 자주 시도하느냐'와 '얼마나 빨리 실패에서 배우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 AI는 반복 실험으로 앞서가고, 우리가 시도를 줄일수록 뒤처질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네 가지 제안을 제시한다. 첫째, 실패 뒤의 경로를 바꿔야 한다. 파산이나 부실 이력이 재도전을 막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신용회복 프로그램과 재창업 전용 펀드, 재도전 보조금을 마련해 재입금·재투자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실패 경험을 공적 학습으로 인정해 재창업 시 금융·세제 우대나 보증 완화로 연결하면, 실패는 낙인이 아니라 재기의 자산으로 바뀐다. 둘째, 교육의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수능·등급 중심 평가는 정답 맞히기만 보상한다. 이제는 좋은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워 실험으로 검증하며, 팀으로 프로젝트를 설계·운영하는 능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 고교·대학 입시와 기업 채용에 포트폴리오·프로젝트 기반 평가를 확대하고, 교육과정에 실험형 과제와 문제설계 수업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하면 AI 시대에 '질문을 잘 만드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셋째, 기업은 '실험 비용'을 공식 비용으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시도를 성공 여부로만 평가하면 위험한 실험은 사라진다. 실패한 프로젝트가 남긴 데이터·가설 실패 기록·실험 설계서를 조직의 자산으로 등록하고, 이를 인사·성과평가에 반영하라. 내부 회계·예산 배분과 인사 규정을 바꿔 실패로 얻은 학습이 다음 시도에 실질적으로 재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실패한 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실험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정책은 단순한 예산 숫자를 넘어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핵심은 투입액이 아니라 그 자금이 얼마나 많은 독립적 실험을 촉발하느냐다.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과 유연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만 투자가 의미를 갖는다. 초기기업 지원의 성과를 '성공률'로만 따지지 말고, 실험 반복 횟수와 실패에서 얻은 학습이 다른 프로젝트로 얼마나 전이됐는지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 마지막으로 문화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실패를 개인의 치욕으로 규정하지 말고 조직과 제도의 학습 과정으로 바꿔야 한다. 미디어·교육·기업 리더들이 성공 신화만 강조하면 사람들은 안전한 답만 택해 도전은 줄어든다; 반대로 실패와 재도전을 공개적 학습으로 인정하면 도전은 확산된다. 우리가 진짜 두려운 것이 실패 자체인지, 아니면 실패 뒤에 다시 설 수 없게 만드는 구조인지 묻지 못하면 어떤 정책이나 기술도 실질적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미래는 기술 축적뿐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선택·활용할지를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실험을 빠르게 학습으로 바꾸는 시대에는 실패를 금기가 아니라 재도전과 학습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제도적·문화적 조치가 필수다. 정답만 강요하면 질문과 실험은 사라지고, 실패에서 얻은 값진 우리의 경험은 활용되지 못한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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