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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는 몇 년째 그대로”...소득계층 바꾸기 더 어려워졌다

소득계층의 상향 이동과 하향 이동이 모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득이 늘어 더 높은 계층으로 진입하는 사람도, 소득이 줄어 아래 계층으로 내려가는 사람도 줄어든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근로소득 증가세 둔화가 맞물리며 한국 사회의 소득 이동성이 약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2024년 소득이동통계'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소득분위가 모두 파악된 사람 중 소득분위가 상승한 비율은 16.9%였다. 전년보다 0.5%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01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소득분위가 하락한 비율도 16.1%로 전년보다 0.7%포인트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소득 이동성 역시 뒷걸음질 쳤다. 전년과 비교해 소득분위가 바뀐 사람의 비율은 33.0%로 집계됐다. 2023년보다 1.2%포인트 낮아졌으며, 2021년 35.0%를 기록한 뒤 4년 연속 하락했다. 소득계층을 오가는 사람이 줄면서 계층 간 이동의 폭이 좁아지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인구 고령화와 근로소득 증가세 둔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가 성장해도 임금 등 개인의 근로소득이 그만큼 늘지 않으면 소득계층을 바꿀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연구원 정책통계연구실장은 “2024년도 피용자 보수 증가율은 전체 성장률보다 떨어진 반면 기업의 총잉여증가율은 더 높았다"며 “성장의 과실을 기업이 조금 더 많이 가져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의 소득 상승 흐름이 약해졌다. 15∼39세 청년층의 소득 상향 이동 비율은 22.4%로 전년의 23.0%에서 0.6%포인트 하락했다. 40∼64세 중장년층도 14.7%에서 14.5%로 낮아졌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층은 9.9%에서 10.0%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은 고용 부진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데다 인공지능(AI) 확산 등 노동시장 환경 변화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년층의 경우 노인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근로소득이 늘어난 점이 상향 이동 비율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성별로는 여성의 상향 이동 비율이 17.9%로 남성의 16.0%보다 높았다. 저소득층이 하위 계층을 벗어나는 비율도 떨어졌다. 2023년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 속했던 사람 중 2024년 2∼5분위로 올라간 비율은 29.3%였다. 전년의 29.9%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최하위 소득층 10명 중 7명가량은 이듬해에도 같은 계층에 머문 셈이다. 청년층의 1분위 탈출률은 37.7%로 전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중장년층 역시 31.9%에서 31.4%로 낮아졌다. 노년층은 11.5%에서 12.2%로 상승했지만, 하위 소득계층을 벗어나는 비율 자체는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다. 상위 소득계층에서는 기존 지위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2023년 소득 상위 20%인 5분위에 속한 사람 중 86.5%는 2024년에도 같은 분위에 머물렀다. 전년보다 유지율이 0.6%포인트 높아졌다. 상위 계층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보다 기존 구성원이 지위를 지키는 흐름이 두드러진 것이다. 장기간 최하위 소득계층에 머무는 사례도 확인됐다. 2017년 소득 1분위였던 사람 중 24.9%는 2024년까지 8년 연속 1분위를 유지했다. 소득 하위층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통계에서 소득은 개인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산해 산출했다. 소득 하위 분위에 속하더라도 가구 내 다른 구성원의 소득이 높거나 별도의 재산·이전소득이 있을 수 있어 개인의 소득분위만으로 빈곤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국가데이터처는 설명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 왜?…“기금형 노후자금 쌓고, 퇴직금 체불 차단”

정부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한 것은 퇴직연금을 최대한 오래 쌓고, 은퇴 후 노후 소득으로 쓸 수 있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40% 넘는 퇴직금 체불도 줄이고, 전문기관에 퇴직금 운용을 맡겨 수익률도 높이는 '퇴직연금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29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당정 협의를 거쳐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노사정이 퇴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구체화했다. 사업장 규모별 퇴직급여의 사외 적립 단계적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오는 2028년부터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기관 등에 쌓아두는 사외 적립 방식이 의무화된다. 2028년 1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 2029년 10∼99인 사업장, 2030년 10인 미만 등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퇴직금을 별도로 적립할 의무가 없어 경영난이나 폐업 때 체불로 이어졌다"며 “회사가 퇴직금을 미리 적립하도록 해 안정적 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근로자들이 떼인 퇴직금 규모는 8229억원으로 전체 임금체불의 41.1%를 차지했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 등 사외 적립 부담이 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사외적립을 조기 도입한 소규모 사업장에는 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의 적립금 10%를 지원한다. 퇴직연금을 새로 도입한 기업은 경영자금 융자 시 대출금리를 2%포인트(p)를 지원한다. 의무화 후에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에 자동 가입되도록 했다. 또, 정기 감독 때 적발된 미도입 사업장에는 과태료도 부과할 방침이다. 퇴직급여를 오래 적립하고, 운용 수익률도 높여 노후 소득으로 연결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방식의 개편도 추진된다. 퇴직급여를 전문성 있는 민간 금융회사 등 수탁 법인에 맡기고, 여러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화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근로자가 직접 투자상품을 고르는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을 전문 금융기관이 대신 운용하게 된다. 운용사나 방식은 가입자가 선택하고, 손익도 가입자 몫이다. 수탁법인이 가입자 이익을 우선하도록 법률에 명시토록 했다. 70%로 제한된 IRP 위험자산 투자 한도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20년간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501조 이상 늘어났지만 수익률은 저조했다. 작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6.47%로 국민연금(18.82%)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금형 방식 개선으로 근로자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동시에 적립금을 직접 투자, 운용하기 어려운 부담을 덜고, 안정적 수익률 확보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수익률 향상을 위해 '디폴트옵션' 적용 시기도 앞당길 방침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방식을 별도 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적용 예정 통보를 기존 상품 만기 후 4주에서 만기 전 2주로 앞당겨 자금이 방치되는 것을 막고, 수익률을 높인다는 취지다. 아울러, 퇴직금 수령 시 근로자가 일시금으로 받겠다고 명시하지 않으면 자동 연금으로 지급한다. 수탁 기관이 연금 또는 일시금 수령 시 기대수익 등의 정보도 사전 제공한다. 주거나 의료비 충당 목적으로 퇴직금을 중도 인출하는 대신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 출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근로자는 기존대로 중도인출이나 일시금, 연금 수령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연금 수령을 하더라도 도중에 일시금 전환도 가능하다. 정부는 다음 달 개정안을 마련,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함평군, RE100 기반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함평=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함평군이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바탕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에 나서며 광주와 연계한 미래산업 육성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남오 함평군수는 지난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 매칭포럼'에 참석해 빛그린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한 RE100 산업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이 군수는 재생에너지 공급과 산업단지 조성을 연계해 기업 유치 기반을 마련하고, 광주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연결되는 초광역 산업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 포럼은 기업재생에너지재단과 국제 기후단체 클라이밋 그룹이 공동 개최했으며, 국내외 기업과 정부·지방자치단체, 재생에너지 관련 기관 등이 참여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함평군은 장거리 송전망 확충에 따른 비용과 주민 갈등 등 기존 전력 공급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산업에 공급하는 '지산지소형'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빛그린국가산단의 RE100 산업단지 지정·확대와 영농형 태양광 및 유휴 부지를 활용한 발전 기반 확충, 산업단지 입지와 전력 공급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광주 반도체 산업 육성에 따른 관련 기업의 입지 수요에 대응해 빛그린국가산단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집적화한다는 계획이다. 함평의 산업용지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을 활용해 관련 기업과 전후방 협력업체를 유치하고, 광주와 함평을 연결하는 산업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함평군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담양·곡성·화순·해남·영암·무안·장성·신안군 등과 함께 RE100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규제혁신 업무협약에도 참여했다. 협약에는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 조성, 태양광 이격거리 등 관련 규제 개선, 인허가 절차 정비, 적합 입지 발굴과 전력 인프라 연계 등이 담겼다. 함평군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정부와 관계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외 RE100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입지와 재생에너지 공급 전략을 알리는 한편 실질적인 투자 유치와 후속 협력사업 발굴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남오 군수는 “RE100은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닌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라며 “빛그린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산업입지와 재생에너지 공급체계를 함께 준비해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함평에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비롯한 미래 전략산업을 유치하고, 광주와 함평이 함께 성장하는 초광역 산업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이형일 美 금리 동결 후 “11월 국고채 발행 신중 검토…긴급 바이백도”

미국의 금리 동결 후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 부총리는 최근 금리 인상 흐름에 따라 국고채를 재매입하는 '긴급 바이백' 등 시장안정 조치와 함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차주 추가 대책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국고채 시장은 10월 발행물량 축소 발표 이후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며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필요 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긴급 바이백 등 시장안정조치를 적시에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다만, 긴축 종료가 아닌 이전의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는 것으로 향후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와 중간선거, 프랑스 재정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국고채 시장으로 전이될 위험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가 이달 국고채 발행 물량을 축소한 데 이어 11월 발행 물량도 신중 검토하고, 긴급 바이백 조치도 언급한 이유다. 시장에 풀려 있는 국고채를 사들이거나 시장 내 국채 물량을 줄여 국채 가격 하락,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는 미 연준의 금리 동결에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 9월 금리 인상의 영향과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향후 정책경로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취약차주 영향과 대책도 점검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금리 인상 흐름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취약차주·금융업권 영향을 지속 점검하고 추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식 결제주기 단축 방안도 다뤄졌다. 현재 체결일로부터 이틀 뒤에 결제가 이뤄지는 'T+2' 주식 결제 주기를 하루 앞당겨 'T+1'로 전환하는 로드맵이다. 이 부총리는 “결제주기 단축은 결제 관련 위험을 줄이고 자금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며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 금융투자업계 및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아시아 주요국의 단축 추진 동향도 고려해 전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국 대외정책 변화, 국제유가, 글로벌 자금흐름이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필요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반도체 훈풍, 중소기업까지”…기업심리 4년여 만에 최고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생산·투자 확대가 협력업체와 내수 업종의 경기 회복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에 집중됐던 산업 활력이 중소기업과 비제조업으로 퍼지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104.2로 한 달 전보다 5.1포인트(p) 상승했다. 2022년 8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월간 상승 폭은 2021년 4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심리가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선 점도 눈에 띈다. CBSI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주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합해 산출하는 지표로, 장기 평균인 100을 넘으면 기업들의 경기 인식이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전산업 CBSI가 100을 상회한 것은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복 흐름은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제조업 CBSI는 105.6으로 전월 대비 6.1p 상승했다.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이자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이다. 제품 재고 관련 지수가 3.5p, 생산 지수가 1.1p 오르며 제조업 심리 개선을 이끌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CBSI가 105.6으로 11.2p 뛰었다. 내수기업도 103.8로 8.1p 상승했다. 대기업은 105.1로 3.9p, 수출기업은 106.1로 1.8p 오르는 데 그쳤다. 수출 주력 기업에 머물던 경기 개선 효과가 국내 거래망과 중소 제조업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박용민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지난달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와 완성차 파업의 영향으로 중소기업 등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점을 짚었다. 이달에는 이러한 기저효과에 더해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업종의 생산과 투자 증가가 후방 제조업의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구매 부담이 줄어든 점 역시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 경기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았다. 제조업 밖에서도 회복 신호가 나타났다. 비제조업 CBSI는 103.2로 전월보다 4.3p 상승했다. 채산성과 매출 관련 지수가 각각 1.4p, 1.1p 개선된 영향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과 건설업, 정보통신업, 운수창고업의 기업 심리가 나아졌다. 제조업에서는 자동차와 기타 기계·장비, 화학물질·제품 업종의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앞으로의 경기 기대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11월 전산업 CBSI 전망치는 101.8로 전월보다 2.2p 높아졌다. 제조업 전망지수는 103.0으로 1.9p, 비제조업은 101.0으로 2.4p 각각 상승했다. 소비자 심리를 반영한 경제심리지수(ESI)는 10월 ESI는 100.8로 전월보다 0.9p 올랐으며,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100.1로 1.0p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전국 3639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3450개 기업이 응답했으며, 제조업은 1941개, 비제조업은 1509개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기획] 제주, 2차 공공기관 이전 유치 ‘총력’…마사회·공항공사·에기평 ‘정조준’

제주도가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주요 거점지로 떠올랐다. 제주도는 한국마사회, 한국공항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핵심 유치 대상으로 삼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을 앞세워 유치전에 나설 방침이다. 29일 제주도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제주 유치 전략'에 따르면 제주도는 이들 3개 기관을 핵심 유치 대상으로 설정하고 기관별 이전 필요성과 임직원 정주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단순한 지역균형발전을 넘어 제주가 보유한 말산업·항공·에너지 인프라와 각 기관의 정책 기능을 결합해 국가 차원의 산업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23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 기관 가운데 한국공항공사가 제주로 이전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3178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1481억원으로 가장 컸다. 취업유발효과도 2253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마사회의 생산유발효과는 651억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364억원으로 분석됐다. 한국마사회 유치의 핵심은 국가 말산업 정책 기능과 국내 최대 말산업 현장을 한곳에 결합하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경마 시행뿐 아니라 승마와 말 생산·육성·등록·유통 등 말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제주는 말산업의 생산과 수요, 인프라가 동시에 집적된 지역이다. 도청에 따르면 전국 말 사육두수의 54.3%인 1만4936마리가 제주에 있고, 말 보유 사업체의 48%인 1101개소가 자리 잡고 있다. 체험승마 인구 역시 전국의 45.7%인 23만명에 달한다. 렛츠런파크 제주와 제주목장 등 마사회의 기존 사업 기반에 제주대학교·제주한라대학교·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등 전문인력 양성 체계가 갖춰져 있다. 제주도는 마사회 본사 기능이 이전할 경우 생산·육성·경마 중심의 말산업을 승마와 복지, 관광, 치유 등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말 생산부터 육성·경마·승마·복지를 한 지역에서 연결해 제주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사업장이 있다는 점은 임직원 이전 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렛츠런파크 제주와 제주목장을 활용해 조직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한편 주거·교육·보육 지원도 병행한다. 제주형 자율학교 101개교와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특례입학 등을 활용하고 혁신도시 내 672세대 주택 공급계획 등도 연계할 방침이다. 직원과 가족이 이주 전 제주 생활을 경험하는 '제주가치공감 런케이션'을 지원책에 포함됐다. 제주도는 한국공항공사 유치를 위해 기존 제주공항과 제2공항, 미래항공모빌리티를 연결하는 국가 미래공항 거점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항공사는 전국 지방공항의 건설·관리·운영과 항공산업 육성을 담당한다. 제주도는 국내 최대 수준의 항공수요를 보유한 제주가 공항 정책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공항은 지난해 국내선 운항이 약 15만4000편, 여객은 약 2678만명에 달했으며 하루 평균 약 422편이 운항됐다. 특히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항공교통 안정성이 주민 이동권과 관광 등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규모 항공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안전과 혼잡관리, 서비스, 비상대응 등 공항 정책을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다는 게 제주도의 판단이다. 향후 제2공항과 도심항공교통(UAM), 친환경·스마트공항 사업까지 추진되면 기존 공항의 운영·안전 개선부터 신규 공항 개발과 미래모빌리티까지 한 지역에서 연계할 수 있다. 제주에서 축적한 운영 및 미래공항 정책 경험을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공항으로 확산하는 게 가능하다. 임직원의 이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통대책을 마련한다. 제주공항과 혁신도시를 잇는 800·801번 노선을 증편하고 출퇴근 시간대 배차 간격을 줄이는 한편 혁신도시와 산록도로 간 접근도로 확충을 추진한다. 서귀포 혁신도시의 공공형 워케이션과 원격협업 환경을 활용해 수도권과의 업무 연속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유치는 제주가 선도적으로 겪고 있는 에너지전환 과제를 국가 연구개발(R&D) 정책과 직접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기평은 국가 에너지기술 R&D의 기획·평가·관리와 중장기 기술개발 전략 수립, 에너지기술 정책 지원 등을 담당한다. 제주도는 독립된 전력계통과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으로 인해 제주가 향후 전국에서 나타날 에너지전환 과제를 먼저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유치 논리로 내세웠다. 실제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에 시급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비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기반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상발전소(VPP), 전기차 양방향 충·방전(V2G), P2X, 그린수소 등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거래·소비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과 제도를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고 있다. 에기평이 제주로 이전하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출력제어와 계통 안정성, 유연성 자원, 에너지저장 등의 문제를 신규 국가 R&D 과제에 직접 반영하고 개발된 기술을 다시 제주에서 실증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ESS 저탄소 중앙계약시장과 전력시장 제도개선 시범사업, 그린수소 상업판매 등 제주에서 검증한 사업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제주도는 에기평 전문인력이 실증현장에 상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그린수소 실증사업 등 양측의 협력 기반을 활용해 지역 연구기관·기업과 공동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주거·교육·보육 지원과 함께 서귀포 혁신도시 공공형 워케이션 오피스와 원격협업 체계를 활용해 수도권 연구기관 및 중앙부처와의 업무 연속성을 뒷받침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화

인공지능(AI)이 우리 삶과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전력 소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붓는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액은 2025년 5,500억 달러를 넘어 전 세계 석유·가스 생산 투자액을 웃돌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향후 5년 내에 두 배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어떻게 높이고 전력망에 안전하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한 기업의 비용 절감을 넘어 국가 에너지안보와 직결된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데이터센터는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중 전력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력 의존도가 높다. 공급된 전력은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 IT 시스템 뿐만 아니라, 시스템 작동 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는 냉각 설비와 부대 시설을 가동하는 데 쓰인다. 특히 고성능 AI 연산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일수록 특수 냉각 설비가 필수적이다. 둘째, 전력과 수자원 소비 사이에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한다. 냉각에 들어가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증발식 냉각탑을 사용하면 전력사용효율(PUE)은 개선되지만 막대한 양의 물이 소모된다. 반대로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건식 냉각이나 공기 냉각 방식을 택하면 전력 소비가 급증한다.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기가 사실상 전량 열로 변환되어 대기 중으로 버려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다. 셋째, 전력 계통 측면에서의 공간적 집중성과 변동성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약 60%는 특정 지역에 클러스터 형태로 밀집해 있다. 이는 지역 전력망에 극심한 병목현상을 유발한다. 또한 AI 학습과 추론 작업에 따라 짧은 시간 내에 전력 부하가 급격히 출렁이거나, 송전선로 고장 등 미세한 전압 변동 시 자체 설비 보호를 위해 순식간에 전력망에서 이탈해 비상발전기로 전환하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송전선 장애 직후 무려 3.8GW 규모의 데이터센터 부하가 동시에 계통에서 떨어져 나가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마련과 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데이터 투명성'과 '강력한 규제 표준'을 양 날개로 삼고 있다. EU는 에너지효율지침(EED)에 따라 IT 전력 수요가 500kW 이상인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력사용효율(PUE), 수자원사용효율(WUE), 폐열 재활용률(ERF), 재생에너지 사용률(REF) 등 4대 핵심지표를 매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첫 보고 결과 EU 데이터센터의 평균 PUE는 1.36으로 세계 평균(1.58)보다 우수했지만, 폐열 재활용률은 1.8%에 불과해 개선의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EU는 보고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등급제'와 '최소성능기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IEA는 최소성능기준 도입만으로도 유럽에서 연간 약 20TWh, 전 세계적으로는 65TWh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유럽 개별 국가들의 행보는 더욱 구체적이다. 독일은 에너지효율법(EnEfG)을 통해 신규 데이터센터의 PUE 목표(1.2 이하)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발생한 폐열의 일정 비율(2026년 10%, 2028년 20%)을 반드시 재활용하도록 하였다. 핀란드 하미나(Hamina) 지역의 데이터센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버에서 회수한 폐열로 지역난방 수요의 70~75%를 충당하며 에너지 순환 경제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냈다. 미국은 인센티브 연계 및 인증 체계 강화가 특징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는 세제 혜택이나 인허가 패스트트랙 지원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으로 PUE와 WUE는 물론 단지 내 발전·저장 설비 및 무탄소 전력 비중 공시를 요구한다. 나아가 건물 설계 단계부터 LEED Gold, 에너지스타, 또는 에너지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화는 신규 발전소와 전력망 건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IEA가 강조하듯 에너지효율이야말로 생산할 필요도, 송전할 필요도 없는 '제1의 연료(First fuel)'다. 데이터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엄격한 효율 표준과 폐열 재활용 인센티브를 정비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기술혁신을 통해 전력망 안정성에 기여하는 책임감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지속가능한 AI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bienns@ekn.co.kr

한국수입협회, 크로아티아와 공급처 발굴·교역 확대 논의

한국수입협회가 국내 기업의 수입선 다변화와 신규 거래처 발굴을 위해 크로아티아와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현지 유망 제품과 공급 기업을 국내에 소개하고 양국 기업 간 거래 기회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한국수입협회는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몰튼스 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크로아티아 대표단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간담회에는 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과 안테 슈쉬냐르 크로아티아 경제부 장관, 다미르 쿠셴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국내 수입 기업과 크로아티아 기업의 교류를 늘리고 이를 교역 확대로 연결할 방안을 논의했다. 서로 관심을 두고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협회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크로아티아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그린 테크 △기계·전기 장비 △화학·제약 △자동차·전기차 등을 꼽았다. 이들 분야의 유망 공급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접점을 확대해 실제 거래로 이어질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 5월 고르단 그를리치 라드만 크로아티아 외교부 장관의 협회 방문에 이은 후속 논의다. 당시 교역 확대와 공급망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살폈다. 협회는 앞으로도 주한 외국 공관과 해외 경제 유관기관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공급처 발굴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돕고 국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오늘을 사느라 내일을 잃는 사회

월급 300만원이 들어왔다. 월세와 관리비 90만원, 대출 원리금 60만원, 카드값 80만원, 통신비와 보험료 30만원. 남은 돈은 40만원이다. 아직 식비와 교통비도 해결하지 못했다. 골목 식당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 달 매출 1500만원을 올려도 식재료비와 임대료, 인건비, 대출이자를 치르면 주인 몫은 얼마 남지 않는다. 직장인은 월급날을 기다리고 자영업자는 손님을 기다리지만, 정작 기다리는 것은 다음 달 청구서인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이 숫자로 확인됐다. 최근 NH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급여이체 고객을 분석했더니 월급을 받은 하루 뒤 통장에는 급여의 57%만 남았다. 닷새 뒤에는 35%, 열흘 뒤에는 22%, 한 달 뒤에는 3%였다. 물론 저축이나 투자를 위해 다른 계좌로 옮긴 돈도 있다. 통장 잔액 감소가 곧 소비는 아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묻는다. 빠져나간 돈 가운데 얼마가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되고, 얼마가 어제의 빚과 오늘의 생활비로 사라졌는가. 세대별 차이는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20대의 월급 중앙값은 303만원으로 50대의 469만원보다 166만원 적다. 평소 입출금통장 잔액도 20대는 75만원, 60대 이상은 356만원이다. 청년층이 돈을 함부로 써서만은 아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높은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 생활비를 감당해야 한다. 자산을 축적한 사람은 돈으로 돈을 벌지만, 자산이 없는 사람은 돈을 모으기 위해 먼저 빚부터 갚아야 한다. 부동산은 그 격차를 더욱 벌린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 집값 상승은 자산 증가지만, 집 없는 청년에게는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지는 일이다. 전셋값과 월세가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월급을 모아 집을 장만하고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지금은 월급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과 주거비가 움직이는 속도를 걱정한다. 같은 도시에서 살아도 자산을 가진 사람과 월세를 내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노동시장도 공평하지 않다. 반도체 대기업 직원이 성과급을 이야기할 때 중소기업 직원은 기본급 인상을 기다린다. 국가데이터처의 올해 3분기 조사에서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405만2000원, 비정규직은 211만2000원이었다. 격차는 194만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에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까지 겹친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누군가는 투자할 돈을 남기고, 누군가는 생활비를 채우기에도 벅차다. 경제 전체는 호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성장을 이끌고 증시도 기업의 미래 가치를 앞당겨 반영한다. 그러나 주가지수의 상승이 모든 가계의 자산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주식을 사지만, 매달 카드값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증시는 먼 나라 이야기다. 반도체 공장의 실적이 좋아져도 건설 현장의 일감이나 동네 식당의 매출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속도와 생활의 속도가 어긋나고 있다. 자영업자의 통장은 더욱 복잡하다. 매출은 곧 소득이 아니다. 손님이 늘어도 재료비와 인건비가 더 오르면 남는 돈은 줄어든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대출 상환 부담까지 커진다. 장사가 잘되는 날에도 통장에 여유가 없는 이유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고, 그 자영업자는 다시 다른 가게의 손님이 되기를 주저한다. 가계의 빈 통장이 골목경제의 빈 의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해법은 월급을 더 받으라는 말이나 소비를 줄이라는 충고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주거비와 금융비용을 낮추고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임금 지급 능력을 키워야 한다. 반도체 호황이 협력업체의 기술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성과 공유의 통로도 넓혀야 한다. 청년에게는 일회성 지원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자영업자에게도 대출 만기 연장만이 아니라 임대료와 경영비 부담을 줄이고 매출을 회복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 가는 것은 개인의 소비 습관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월급날은 저축과 투자의 출발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밀린 청구서를 결제하는 날이다. 노동의 대가가 오늘의 생활비를 치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미래는 무엇으로 준비할 것인가. 경제의 건강성은 월급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그 월급으로 얼마나 안정된 내일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구미시, 이차전지 시험·인증 거점으로…272억원 투입 실증센터 준공

KTR 경북거점 공식 출범…제조부터 재사용까지 배터리 전주기 지원 구미국가산단에 BaaS 시험실증센터 구축…사용후 배터리 성능·안전성 검증 반도체·로봇 특화단지에 이차전지 인프라 확충…대경권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구미시가 반도체와 로봇에 이어 이차전지 시험·인증 기반까지 갖추며 첨단산업 거점도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272억원이 투입되는 배터리 시험·실증 기반 구축사업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경북거점 출범을 통해 제조부터 시험·인증, 재사용까지 연결하는 산업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28일 구미시는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산단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장호 구미시장,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구자근 국회의원, 이승렬 KTR 원장 등 산·학·연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KTR 경북거점 출범식 및 BaaS 시험실증센터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번에 준공된 BaaS 시험실증센터는 사용후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재사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시설이다. BaaS(Battery as a Service)는 배터리의 수리·대여·충전·재사용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이다. 센터는 산업통상부와 경북도, 구미시가 추진하는 '배터리 활용성 증대를 위한 BaaS 실증기반 구축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사업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272억원을 투입해 진행된다. 국비 100억원과 도비 45억원, 시비 105억원, 민간자본 22억원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구미국가산단 내 2만4576㎡ 부지에 들어선 센터는 연면적 4231㎡ 규모로 신축 건물 5개 동과 리모델링 건물 1개 동 등 모두 6개 동으로 구성됐다. 센터에서는 사용후 배터리의 잔존 성능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활용 가능 여부에 따라 분류하는 시험·평가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전기차 등에서 사용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한다. 특히 배터리의 제조부터 사용후 재활용·재사용 단계까지 시험·인증 서비스를 연계해 기업의 검증 부담을 줄이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함께 출범한 KTR 경북거점도 주목된다. KTR은 연간 3만여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47만 건의 시험평가 및 국내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험·인증 전문기관이다. KTR은 기존 대구경북센터와 구미센터의 기능을 통합해 구미에 시험·분석 인프라를 집중시킬 계획이다. 이차전지를 비롯한 지역 주력 산업의 시험·평가와 인증, 기술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향후 대구경북본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기업들은 제품 개발 이후 시험·인증과 실증에 필요한 전문 서비스를 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시는 이번 인프라 확충을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과 연계해 첨단산업 육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가 대경권 성장엔진으로 선정한 AI로봇·반도체 소재부품·이차전지·미래모빌리티 등 4대 산업의 협력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구미는 2023년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 대구·경북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도 포함되면서 첨단 제조산업 기반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이차전지 시험·실증 시설과 KTR의 시험·인증 역량이 더해지면서 지역 기업의 기술개발부터 제품 상용화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한층 넓어졌다. 다만 대규모 시설 투자가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용 확대와 전문인력 확보, 시험·인증 수요에 맞춘 지속적인 시설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BaaS 시험실증센터 준공과 KTR 경북거점 출범으로 구미의 제조 기반에 시험·인증과 실증 역량이 더해졌다"며 “기업 성장과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KTR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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