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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제계 “2차 공공기관 이전, 산업 연계·공정성이 기준 돼야”

경북상의협의회 성명…KIST·KIAT 등 R&D기관 유치 필요성 강조 “지역 산업역량·성장 잠재력 객관적으로 평가해 합리적 배치해야"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경북 경제계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되 지역별 산업 기반과 성장 잠재력, 국가 경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공정한 배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는 14일 '국가균형발전과 산업 연계성·시너지를 고려한 공정한 2차 공공기관 이전 촉구 성명서'를 내고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간 새로운 갈등을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지방에 새로운 희망과 성장 기회를 주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방 투자 확대와 공공기관 이전,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구·경북이 신공항과 행정통합, 대학 경쟁력 강화 등 주요 현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경북의 산업구조와 연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공공기관 유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등 연구개발·산업지원 기능을 갖춘 기관이 경북으로 이전할 경우 제조기업의 연구개발부터 실증, 시제품 제작, 양산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은 전자와 철강,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기반 위에 반도체와 방위산업,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등 미래산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구미지역에 대규모 로봇·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가 추진되는 등 산업구조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 이전 역시 단순한 지역 안배가 아니라 기존 산업과의 연계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의회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경북이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기업 혁신과 민간 투자 확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속되는 청년 인구 유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기관과 연구개발 기능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는 성명에서 정부에 세 가지 원칙을 요구했다. 우선 국가균형발전과 공정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지역 주력산업과의 연계성 및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전 대상 기관 선정과 지역 배치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하고 각 지역의 산업구조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북이 국가 경제에 기여해 온 수준과 축적된 산업역량, 미래 성장 잠재력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공기관을 합리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재호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장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히 기관의 주소를 지방으로 옮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지역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지역사회의 기대와 염원을 충분히 반영해 경북이 소외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 아래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해 줄 것을 한마음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이형일 부총리 후보, 15일 인청 앞서 정책 방향성 윤곽…“확장 재정·과세 정상화”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인사청문회에 앞서 적극적 재정 투입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재정 운용도 성과가 있다 보고, 공급능력 확충 등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법인세를 더 낮추지 않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세금 부과 등 '과세 정상화'를 통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기조도 밝혔다. 그는 논란이 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상속·증여세 완화 등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경부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5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대외 불확실성, 우리 경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정부의 재정 운용이 “성과를 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올해와 내년 예산안도 “잠재성장률 확충과 양극화 완화 등 구조적 문제 대응에 초점을 두고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12.8% 증가한 820조9000억원,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야당은 정부의 지속된 확장적 재정 기조로 국가채무, 의무 지출 등이 과도하게 늘어 재정 여력을 제약하고 지속가능성도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적극적 재정 역할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는 성과 중심 재정운용 등을 통해 조화롭게 추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세계 각국도 코로나 이후 재정 준칙 적용을 유예·완화하는 중인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때 정부의 재정·금융 지원으로 가계소득과 소상공인의 경영을 뒷받침하고, 소비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게 이 후보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법인세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 목적의 과세 정상화 의지도 내비쳤다. 2026 개정세법에 따라 올해부터 법인세율이 모든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p) 씩 인상됐다. 법인세율은 지난 2023년 1%p 인하됐다 3년 만에 다시 환원됐다. 그는 “법인세 인하 논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응능부담 원칙에 따라 법인세 부담을 정상화하고, 과세 정상화로 마련된 재원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의 비수도권 투자를 위한 법인세의 지역별 차등화 주장에 대해 그는 “지역·법인 간 과세형평,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일부 해외 국가들과 비교 시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높아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동시에 불평등 심화, 과세형평성 등을 고려해 세 부담을 완화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상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후보자는 “다양한 의견 수렴과 재정여건·수혜대상 등을 감안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행은 분명히 하면서도 금투세 포함 자본이득세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내 주식 매매차익에 과세하는 금투세가 폐지되면서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은 매매차익에 비과세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 투자 이익에는 내년부터 지방소득세 포함 총 22%의 세금이 붙는다.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시작된다. 국내 주식과의 과세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자는 “주식의 경우에도 현재 양도세, 거래세 등으로 과세 중인 점을 감안하면 가상자산도 과세하는 것이 형평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구체적인 과세기준도 연내 국세청 고시로 공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이용한 가상자산 거래, 가상자산 양도·대여에 대한 과세도 분명히 하며 “세금 회피나 탈세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금투세 포함 자본이득세 도입에는 금융시장·산업 변화에 대응한 제도 정비, 공평한 금융 과세체계 구축 등을 들어 “시장 여건이 충분히 안정된 이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거주 1주택 종합부동산세 공제액을 9억원으로 낮췄다 다시 12억원으로 수정한 정부 세제개편안 지적 관련 그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는 점은 받아들인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거주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은 확고한 방향성이 있는 원칙"이라고 부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반도체 호황’ 내년 법인세 200조 넘어, 역대 최대…15년만에 소득세 추월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 법인세 수입이 처음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법인세 수입은 15년 만에 소득세 수입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14일 재정경제부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 법인세가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당초 소득세 수입으로 예상됐던 180조원보다 36조7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법인세 수입이 소득세보다 많았던 적은 지난 2012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법인세는 45조9000억원으로 45조8000억원 걷혔던 소득세 수입을 추월했다. 법인세 수입은 2012∼2015년 40조원대에서 2016∼2017년 50조원대, 2018∼2019년 70조원대로 늘었다. 2020년에는 55조5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2021년 70조4000억원, 2022년 103조6000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이후 반도체 불황으로 법인세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법인세 수입이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대폭 줄면서 당시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며 법인세는 2025년 84조6000억원,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101조3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216조7000억원으로 2배 이상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역대 처음 법인세 수입이 2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등락을 반복했던 법인세와 달리 소득세 수입은 물가상승률과 근로자 수 증가,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소득세 수입은 2012∼2013년 40조원대에서 지속 증가해 2021년 100조원대를 넘어섰고, 2025년 13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추경에서는 136조8000억원, 내년 180조원 가량 걷힐 전망이다. 내년 부가가치세 수입은 91조4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부가세 수입은 소득세, 법인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반면, 반도체 호황 여부에 따라 세수 변동성이 큰 만큼 안정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세수 변동성을 완화·흡수할 재정안정화 장치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했다는 입장이다. 호황에 세금이 많이 걷히면 지출을 늘리고, 불황에 덜 걷히면 줄이는 방식의 재정 운용에서 탈피, 미래대응기금을 소위 '재정 저수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세수 호황을 토대로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장기 투자, 재정안정화 기능 등 명확한 운용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경기 하강 등으로 세수가 부족할 때 쓸 재정안정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정부 저축을 통해 세수 변동성도 완화하고 전략적 투자 재원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미래대응기금 투입은 단기 사업보다 인프라 중심의 장기 사업으로 제한하되, 기존 상시사업은 일반회계와 재정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E칼럼] 공공기관 통폐합...산업 전략 기회로 삼아야

정부는 3일 공공기관 109개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향 (안)"을 발표했다. 감축이 현실화하면 전체 공공기관은 현재 524개에서 415개로 줄어든다. 이재명 정부가 보수 정권도 시도조차 하지 못한 대대적인 공공기관 통폐합에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지역·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기관들이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판단에서다. 서로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 경쟁적으로 신설되다 보니 정부 재정 부담만 늘어났다. 이번 발표의 최대 관심은 에너지 공기업 통폐합의 중심인 한국남동발전 포함 발전 5사 통합과 석유·가스공사 통합이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 개편안의 핵심은 흩어진 자원개발과 발전 기능을 각각 하나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발전사는 2001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쪼갰지만 25년 만에 통합 절차를 밟게 됐다. 정부의 “2024 탈석탄" 로드맵에 맞춰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 인적. 물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별 발전사가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면 평균 부채 비율이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정부는 연구개발비,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묶어 투자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발전사 통합을 통해 재무구조로 투자 여력을 확보해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중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또 하나의 이슈는 역대 정부에서 여러번 추진했으나 매번 무산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이다. 정부는 두 공사를 합쳐 “에너지자원공사(가칭)"를 세우고 에너지 공급망 위기를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탐사. 개발 역량과 구매력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글로벌 에너지기업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취지다. 전국 공공기관 재무구조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42조 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2025년 769조 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공공기관 인건비 예산은 29조 6000억 원에서 37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더 이상 방치할 수준을 넘어섰다.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은 단순한 기관 숫자 줄이기가 아니라 공공부문의 기능과 국가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 개혁으로 평가하는데 맞다. 현재 공공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기관 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기능이 지나치게 잘게 쪼개져 있다. 특히 에너지·자원 분야에서는 한국전력을 포함 발전 5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그리고 각종 연구, 지원기관 등이 각각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라는 큰 그림을 누가 책임지는가가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번 개혁을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라 국가 전략 기능 중심의 재편으로 추진한다면 상당한 의미와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도 이번 109개 기관 감축을 전략적 구조 개혁, 유사·중복 기능 일원화, 자회사, 소규모 기관 통합의 세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가장 큰 위험은 통폐합 숫자 경쟁이다. 즉 109개를 줄였다는 숫자가 개혁의 성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A 기관과 B 기관을 합쳐서 기관 숫자는 1개 줄였는데 본부는 그대로 있고, 인력도 그대로이고, 자회사도 그대로이고, 업무도 그대로이고, 임원 자리만 늘어난다면 그것은 통폐합이 아니라 간판을 바꾼 것과 불과하다. 따라서 성공 여부는 기관 몇 개를 없애느냐가 아니라 통합 이후 국가적 성과가 얼마나 커졌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발전사 통합은 매우 중요한 시험대이다. 단순히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합치는 방식은 위험하다. 먼저 통합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한국발전을 발전회사->종합에너지기업->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LNG, 원전 연계, 재생에너지, ESS, SMR, 수소, 해외 발전사업, 핵심광물과 에너지자원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개 발전사를 합쳐 놓고 거대한 국내 발전회사 하나를 만드는데 그칠 수 있다. 그리고 자원.에너지 공기업 통합은 더 신중해야 한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하나의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통합하는 방안은 상당히 의미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직 통합보다 기능 통합이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외 자원개발, 에너지안보, 핵심광물, 공급망, 트레이딩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자원은 부족하지만,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원개발, 에너지, 핵심광물, 공급망을 분절해서 관리해서는 중국·미국·일본과 경쟁하기 어렵다. 따라서 에너지->자원개발->핵심광물->소재.배터리->전력->산업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공공기관 통폐합은 조직 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략을 다시 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bienns@ekn.kr

[청년공감] “뽑을 때 도파민 터진다”… 서브컬처 게임 ‘가챠’ 열풍의 그늘

최근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가 뜨겁다. 서브컬처 게임은 특정 마니아층(오타쿠)이 선호하는 화풍과 감성을 바탕으로 캐릭터 수집, 스토리 등을 내세운 게임 장르를 뜻한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원신', '명조', '승리의 여신: 니케', '붕괴: 스타레일' 등이 있다. 실제로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지난 5월 25일 기준)를 보면 △명조(7위) △원신(11위) △승리의 여신: 니케(12위) △붕괴: 스타레일(30위) △이환(32위)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게임 내 시스템이 유사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가챠(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이다. 가챠는 무작위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캡슐 뽑기처럼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인기를 끌고 있는 서브컬처 게임 대부분이 이 가챠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희귀 등급의 캐릭터나 아이템을 극히 희박한 확률로 설정해 운이 좋으면 한 번에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해진 천장(일정 횟수)을 채워야만 얻을 수 있다. 가챠 시스템은 게임사에는 높은 수익을, 이용자에게는 희귀 요소 획득에 따른 만족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높은 과금 부담과 비합리적인 재화 가격에 대한 이용자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대학생 권모 씨(20)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돈을 안 쓰고 진행이 힘들다"면서도 “딱 하나 좋은 점은 원하는 것을 뽑았을 때 도파민이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0)는 “확률 요소를 뚫고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얻었을 때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다만 대부분의 서브컬처 게임이 전용 재화를 통해 뽑기가 진행되는데 재화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챠와 함께 서브컬처 게임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는 단연 '캐릭터 수집'이다. 게임 속 다양한 캐릭터를 모으는 이 콘텐츠는 이용자에게 확실한 수집 동기를 부여하고, 가챠를 이용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용자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서사, 유저와의 상호작용 요소가 필수적이다. 재수생 김모 씨(20)는 “수집형 게임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얻었을 때의 만족감으로 유지된다"며 “이 캐릭터를 뽑아서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만족감이 떨어지며 회의감이 든다"고 짚었다. 대학생 박모 씨(여·23)도 “예쁜 캐릭터와 독창적인 캐릭터성이 필수"라며 “사이버 피규어를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는 이용자에게 단순한 수집을 넘어 재미와 힐링을 선사한다. 대학생 이모 씨(23)는 “캐릭터 수집 그 자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이자 대표적인 재미"라고 전했다. 유튜브 이용자 A씨는 관련 영상 댓글을 통해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하다가 몇 판 지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원신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더 오래 플레이하게 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유튜브 이용자 B씨는 “스토리가 좋지 않으면 게임에 남아있을 동기가 사라져 결국 접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가챠와 캐릭터 수집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더해지며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교근 기자·채민지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shin1948@ekn.kr

“보궐 99.9%” 김민석 공세에…오세훈이 꺼내든 ‘86조원’ 승부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당의 사법 리스크 압박에도 정쟁 대신 정책과 법리 대응을 통해 정국 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보궐선거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고 정책 성과와 당을 뛰어넘는 개인 지지율로 사면초가의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조기 보궐선거 공세에 대한 오 시장의 답은 86조원대 시정 청사진이었다. 오 시장은 전날(10일) 서울시청에서 2030년까지 총 86조1000억원을 투입해 서울을 세계 3대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최상위 전략인 'G3 서울플랜'을 전격 발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유튜브 채널 '민주당티비'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99.99% 있다고 본다"며 압박 수위를 올린 직후 나온 행보였다. 오 시장은 G3 서울플랜 시민보고회에서 “지금 서울 앞에 놓인 과제들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인공지능(AI) 전환과 기후위기,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인재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100대 핵심과제를 제시하며 “선언이 아닌 성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 공세를 높이던 김민석 대표조차 이날 충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의 1심 판결 이후 G3 플랜에서 담고 있는 좋은 내용들도 많이 있다"며 “그러한 노력은 평가한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여당의 사법 리스크 공세에 직접 맞대응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보다 흔들림 없이 시정을 챙기는 '일하는 행정가' 이미지를 각인해 사법 리스크 프레임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오 시장의 이러한 면모는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당내 현안이나 중앙 정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오 시장은 지난 7월 22일 1심 당선무효형 선고 이후 메시지의 방향을 정밀하게 다듬은 모습이다. 과도한 정치적 언사를 자제하는 대신 서울시와 관련된 정책적 사안이나 민생 행정에만 메시지를 집중하며 일하는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오 시장이 SNS에서 대정부 공세를 높이던 사안은 정부의 주거 및 부동산 정책에 집중됐다. 사법 리스크 속에서 보여준 오 시장의 차별화된 정책 행보는 지지율 지표 변화로 입증됐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8월 광역단체장 정당지표 상대지수 조사에서 120.8점으로 전국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중 1위를 기록했다. 상대지수가 100을 넘으면 단체장 개인의 직무수행 평가가 소속 정당의 지역 지지율보다 높다는 의미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해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시장은 17.1%로 선두권을 차지했다. 이어 한동훈 무소속 의원(16.8%),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13.4%), 이진숙 의원(9.6%), 김태규 의원(2.7%) 순이었다. 이와 관련,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오 시장이 시정을 잘 끌고 가고 있다고 평가받는 건 부동산 문제에서 중앙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이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 시장이 지난 5년간 해왔던 민간 중심 공급 등의 성과와 대비되면서 시민들이 정책적 효능감을 갖게 된거 같다"고 말했다. 정책 성과와 지지율 상승세에 더해 오 시장 측은 진행 중인 항소심 등 사법 리스크 대응에서도 법리적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7월 22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오 시장 측 변호인단은 1심 판단의 전제부터 오판이라고 지적한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1월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요청했다고 판단했지만, 오 시장 측은 통화 가능 시간대에 현장 방문 등의 공개 일정과 명씨 진술의 번복을 근거로 '직접적 물증 부재'와 '진술 신빙성 결여'를 주장했다. 재판부조차 명씨 진술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면서도 일부만 취사선택해 유죄 판단에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유죄로 인정된 여론조사 결과가 가장 먼저 전달된 상대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며, 이를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지난달 21일부터 진행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은 직접 증거가 없고 명씨의 일방 진술과 주변 정황만을 근거로 유죄를 내렸다는 허점을 집중 공략해 오 시장의 무죄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향후 판결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며 “직접적인 물증 증거 하나 없이 명태균의 말 한마디만 믿고서는 저렇게 1심 판결을 내렸다. 법조인들도 1심 판결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만큼 법리 중심으로 객관적 진실들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리얼미터 조사는 7월 28~31일과 8월 28~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만44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걸기(RDD)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실시, 광역단체별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3%p이며, 응답률은 3.4%다. 코리아정보리서치-천지일보 여론조사는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100%)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며, 응답률은 3.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정부, KDI도 “고물가·고용 부진” 경고음…경기 회복세 발목 잡나

최근 중동 정세 악화와 추석 수요 증가에 따른 고물가, 청년층 등 고용 부진이 경기 회복세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성 진단이 잇달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정부도 경기 회복 흐름 속 3%대로 치솟은 물가 상승률, 청년층 등 고용 여건 둔화가 민생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놨다. 재정경제부는 11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수출 증가, 내수 개선세 등을 들어 “견조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취약계층·부문의 어려운 고용 여건 등 민생 부담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KDI 모두 최근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동시에 고물가와 고용 부진이 경기 개선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데다 추석을 앞두고 3%대로 오른 소비자물가가 민생 경제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이 배럴당 90 달러 선을 넘어 100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임홍기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국제유가 상승에 석유류 물가가 14.2% 상승했지만 석유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증가세는 둔화됐다"며 “중동전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외 여건이 미칠 영향에 상당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KDI도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로 향후 석유류 가격의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덩달아 국내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7월(2.8%)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6%에서 3.4%로 올랐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KDI는 노동시장 또한 청년층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8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8만4000명 증가했지만 15~29세 청년층은 14만3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 감소세도 지난 2022년 11월부터 4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8월 전체 고용률도 63.3%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1.0%포인트(p) 떨어졌다. 전체 실업률도 2.0%로 전년과 동일했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5.4%로 0.5%p 상승했다. 김 부장은 “전체 취업자 증가세에도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세, 실업률 상승세 등으로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KDI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큰 폭의 증가세로 전체 경기 개선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봤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24.9% 증가했다. 8월 수출도 반도체·컴퓨터·화장품 확대 등으로 전년대비 68.7% 급증했다. 일평균 수출액은 44억7000만달러로 72.5% 늘었고, 무역수지는 347억5000만 달러 흑자를 봤다. 정부는 탄탄한 성장 흐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중동 정세 불안과 함께 추석을 앞두고 고물가, 고용 부진에 경각심을 드러냈다. 임 과장은 “중동전쟁, 미국 관세부과 조치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됐다"며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주요 품목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성수품 물가안정 등 추석 민생안정대책의 주요 정책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주병기 공정위원장, 가맹점주단체 최소 30명 “낮추는 안 검토”…“소규모 협의 목소리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가맹점주 사업자 단체 등록을 위한 10% 이상, 최소 30명 가입 요건 완화를 검토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와 거래조건 협의를 위한 단체 등록 문턱이 너무 높다고 주장해 왔다. 주 위원장은 11일 서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가맹본부와 간담회를 열어 “소규모 가맹점주들에게 등록 요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있어 하한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의 성실한 협의 의무 이행을 위한 가맹점 사업자 단체 등록 요건 등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입법·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31일 시행 예정이다.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주 단체가 등록 후 거래조건 변경 등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가맹점주들이 사업자 단체로 등록하려면 전체 사업자의 10% 이상이면서 최소 30명이 가입하거나, 가입자가 1000명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가맹점주가 30명 이하인 소규모 브랜드의 경우 하한 요건에 막혀 단체 등록을 할 수 없어 목소리를 내지 못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 위원장은 소규모 가맹점주들도 단체 등록이 가능하도록 최소 30명이 가입해야 하는 기준을 더 낮추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가맹본부 측은 단체 등록 비율을 최소 30%에서 4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성이 낮은 단체가 난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명석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이날 “10%만으로 협의를 하게 하면 본사와 점주 모두 의미 없는 협의에 힘과 시간, 비용을 쏟게 될 뿐"이라며 “10%를 유지하려면 대표성 있는 비율의 동의를 받게 하거나 협의 창구를 정리하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가맹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실적인 부작용과 대안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벌써 ‘레임덕’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

대통령의 집무실에는 문이 많다. 그 문을 통과하려는 사람도 많다. 칭찬을 들고 오는 사람, 좋은 숫자를 들고 오는 사람, 대통령의 생각이 옳았다는 보고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다.정작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대통령님, 그건 아닙니다." 이 말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한 대통령이다. 판단이 빠르고 결정하면 밀어붙인다.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는 '일잘러' 이미지도 두드러진다. 여당의 의석도 든든하고 뚜렷한 2인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정책을 움직일 힘이 충분하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권력이 강할수록 대통령에게 “아닙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워지 때문이다.처음에는 참모가 반대한다. 대통령이 듣지 않으면 다음에는 표현을 순화한다. 그래도 소용없으면 보고서에서 빼버린다. 결국 대통령 책상에는 좋은 뉴스만 올라온다. 현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는데 대통령 보고서는 초록색이다. 지지율도 계속 빠지는 추세로 돌아선지 꽤 됐다. 권력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된다.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벌써 '레임덕'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집권 초반의 대통령에게는 지나치게 빠른 표현이 분명한데도 그렇다. 더구나 대통령의 권력 자체가 약해진 것도 아닌데…. 레임덕을 단순히 권력이 빠져나가는 현상으로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진짜 위험은 국민의 목소리가 대통령에게 도착하지 않는 순간부터이다. 인사도 그래서 중요하다. 첫 조각에서 이재명 정부는 외교·안보와 산업·과학 분야 등에 경험과 실무 능력을 갖춘 인사를 배치하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진영보다 능력을 보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 초심이 필요하다. 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청와대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야당이 왜 공격하느냐가 아니다.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가. 장관 후보라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분야에서 무엇을 해봤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대통령에게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충성은 능력을 대신할 수 없다. 유명세도 성과를 대신할 수 없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이 국가의 일을 맡길 자격증일 수도 없다. 특히 지금은 더욱 그렇다. 반도체가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반도체의 봄이 대한민국 전체의 봄은 아니다.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온도는 다르다. 청년은 일자리와 집값을 걱정하고 지방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한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좋은 숫자를 설명해 줄 사람이 아니다. 숫자 밖의 국민을 보여줄 사람이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그런데 왜 골목은 춥습니까"라고 물을 사람,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 “정책은 맞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사람, 대통령이 아끼는 사람이라도 자격이 부족하면 “이번 인사는 접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대통령도 달라져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사를 철회하는 것도 굴복이 아니다.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계속 달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 자동차가 시속 50㎞로 달릴 때는 엔진이 중요하다. 200㎞로 달릴 때는 브레이크가 더 중요하다.이재명 대통령에게 성능이 뛰어난 엔진은 이미 있다. 추진력도 있고 권력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브레이크다. 정치에서 가장 좋은 브레이크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자신과 생각이 다른 유능한 사람을 쓰고, 그 사람이 반대할 자유를 주는 것. 대통령이 말해온 '통합'도 거기서 시작될 수 있다.통합은 여야 인사 몇 명을 섞어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다.나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다.권력은 대통령에게 사람을 고를 힘을 준다. 그러나 좋은 대통령은 그 힘으로 자신에게 좋은 사람만 고르지 않는다. 나라에 필요한 사람을 고른다.그리고 그들에게 말할 자리를 내준다.“대통령님, 아닙니다." 그 한마디가 대통령의 귀에 계속 들리는 정부라면 아직 건강하다. 대통령의 귀가 열려 있는 동안 권력은 쉽게 늙지 않는다.레임덕은 권력이 약해질 때가 아니라, 대통령이 쓴소리를 듣지 않기 시작할 때 문앞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김한성의 AI시대] 똑똑해진 AI, 이제 무엇을 맡길 것인가

김한성 투비유니콘 최고철학책임자(CPO) 9월 들어 주요 AI 기업들의 발표를 보면, 우리가 AI에 맡길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오픈AI는 GPT-6 Astra가 컴퓨터와 브라우저를 사용해 작업을 수행하고, 새로 주어진 조건에 맞춰 다음 단계를 조정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Claude Fable 5.1의 장시간 문제 해결을, 구글은 Gemini 3.8 Flash의 여러 단계에 걸친 추론과 반복적인 도구 활용을 앞세웠다. 개발사들의 자체 발표라는 한계는 있지만 변화의 방향은 눈여겨볼 만하다. 경쟁의 기준이 '얼마나 잘 답하는가'에서 '얼마나 복잡한 일을 해내는가'로 넓어지고 있다. 그 바탕에는 여러 일에 두루 쓰이도록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의 발전이 있다. 지시를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능력에 검색·계산 도구와 실행 환경이 결합하면서, 중간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행동을 이어가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서로 다른 일을 연결해 가는 AI의 능력이다. 다만 성능 시험이나 시연에서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현실의 업무까지 사람의 감독 없이 끝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업무에는 빠진 정보나 서로 충돌하는 조건이 있고, 잘못된 선택의 결과를 누군가 감당해야 한다. 가족여행을 준비한다고 하자. “부모님이 오래 걷지 않으면서 예산에 맞는 여행을 계획해 달라"는 부탁에는 여러 일이 담겨 있다. 관광지를 찾고 이동시간을 계산하며 숙소의 위치와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지도상 가까운 숙소라도 가는 길에 계단이나 가파른 언덕이 있다면 부모님께는 불편할 수 있다. 가격을 낮추려고 이동 횟수를 늘려도 여행의 목적과 어긋난다. 예약 단계에서는 취소 조건을 확인하고 결제 여부도 물어야 한다. '오래 걷지 않기'를 '한 번에 15분 이내로 걷고 중간에 쉬기'처럼 구체화하면 비교 기준도 선명해진다. 하나의 부탁 안에 성격이 다른 작업과 판단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런 작업 배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에이전틱 라우팅'이다. 작업의 성격과 진행 상황에 따라 어떤 AI 모델이나 도구로 처리를 이어갈지 선택하는 방식이다. 최신 정보는 검색으로 확인하고 비용은 계산 도구로 따지는 식이다. 실제 업무에서는 각 결과를 연결하고, 중요한 결정은 사람에게 넘기는 절차도 필요하다. 예산 안에서 보행 조건을 충족할 숙소를 찾지 못했다면, AI가 조건을 슬쩍 바꾸기보다 예산을 늘릴지 여행지를 바꿀지 물어야 한다. 어느 한 모델이 똑똑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절한 곳에 일을 맡기면서 처음의 목적과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일에 여러 모델과 도구를 동원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일은 정해진 절차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작업에 맞는 복잡성을 선택하는 것도 설계의 일부다. AI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답변 가격이 싸더라도 오류를 고치느라 여러 번 다시 시키고 사람이 오래 검토해야 한다면 전체 비용은 커진다. 보고서 초안을 빨리 받았어도 출처와 수치를 다시 확인하느라 반나절을 썼다면 그 시간까지 비용에 넣어야 한다. 복잡한 과제를 풀면서 추론과 도구 사용을 반복해 이용료가 늘 수도 있다. 성능 향상이 곧바로 작업당 비용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처리 속도와 이용료뿐 아니라 원하는 수준까지 일을 끝냈는지, 재작업과 검토에 시간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싼 답변과 싼 업무 완료는 같은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을 배분하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여행자에게 편안한 일정과 서비스 제공자에게 수수료를 많이 남기는 일정은 다를 수 있다. 일을 배분하고 결과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가치 판단이 들어간다. 학교와 일터, 공공서비스에서도 비용 절감 때문에 특정 이용자의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예컨대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짧은 자동 응답만 제공한다면, 처리 건수가 늘어도 좋은 서비스라고 하기 어렵다. '무엇을 맡길 것인가'만큼 '어떤 기준으로 맡길 것인가'가 중요하다. 개인은 원하는 결과와 지켜야 할 조건을 분명히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조직은 무엇을 성공으로 볼지 정하고, 어느 단계에서 사람의 판단을 구할지도 정해야 한다. 어디서 잘못됐으며 왜 수정했는지 기록하면 다음 업무의 기준도 고칠 수 있다. 사람의 승인을 마지막에 한 번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판단 근거를 확인할 수 있고, 검토할 시간과 수정하거나 중단할 권한이 있어야 승인이 제 역할을 한다. 완성된 결과만 보여 주며 승인 버튼을 누르게 해서는 어떤 조건이 빠졌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용자에게도 자신에게 적용된 기준을 이해하고 잘못된 결과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할 통로가 필요하다. AI는 개인과 작은 조직에도 시간과 비용 때문에 미뤘던 일을 시도할 기회를 넓혀 준다. 자료 조사와 계산, 문서 작성의 부담이 줄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도 시작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누리려면 다음번 부탁에서 세 가지를 분명히 해보자. 무엇을 이루려는가, 무엇은 양보할 수 없는가, 무엇을 확인해야 일이 끝났다고 할 수 있는가. 가족여행의 목적은 정교한 일정표를 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님이 실제로 무리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AI의 성과도 우리가 바라던 현실의 변화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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