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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업계 “최대 애로 ‘환율’…공급망 다변화 필요” [현장]

“한국 수입 엑스포는 제품 전시를 뛰어넘어 해외 공급 업체와 국내 수입 업체가 만나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입니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과 공급원 다변화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입니다. 이번 행사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시길 바랍니다."(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 겸 하이랜드푸드그룹 회장 개회사 中) 23일 한국수입협회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 B홀에서 '한국 수입 엑스포(Korea Import Expo) 2026'을 개최했다. 이날 윤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엄중한 과제 앞에서 '수입'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했다. 개막식 축사에 나선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보호 무역주의 확대로 수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수입 없이 수출이 어렵고 공급망 완결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소비재 수입은 물가 안정과 국민 경제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실장은 “한국 시장은 혁신 제품의 경연장이며 수입은 이러한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자극제"라며 “산업부는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 보험료를 낮추고 보험 한도와 대상을 확대하고, 이슈가 많은 축산물과 과일 등의 검역 절차를 부처 간 협동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방향은 수입 업계가 처한 척박한 거시 경제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 만난 권기창 한국수입협회 상근부회장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하며 공급망 다변화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권 부회장은 “현재 업계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환율"이라며 “환율 급등으로 수입 원가가 치솟아 마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막혀 나프타나 황산 같은 핵심 원료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며 “소수 국가에 전략 물품 수입을 의존하면 국가 경제에 큰 문제가 생기는 만큼 수입 공급망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 가격이 올라 미국산 쇠고기 등 수입 육류 단가가 인상되며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알프스 암염·헝가리 와인·이탈리아 프레첼…유럽의 맛에 취하다 전시장 내부는 60여개국 150여 개 기업이 뽐내는 이국의 향기로 가득했다. 기자는 전 세계의 풍미를 혀끝으로 느껴보고자 유럽 국가들이 포진한 부스부터 샅샅이 누비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오스트리아 식료품 수입사 '트리벳 마켓' 부스에서는 투명한 소금 결정체가 발길을 붙잡았다. 트리벳 마켓 관계자는 “과거 바다였던 알프스 산맥 300m 갱도 안에서 압력으로 만들어진 암염"이라며 “외부 요인으로 오염될 확률이 극히 적고 제조 공정이 철저히 관리돼 깨끗한 제품"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함께 전시된 포도 주스 '트라우벤자프트'에 대해서도 “와이너리의 와인용 포도로 만들어 과일 맛이 진하고 농축돼 있어 취향에 따라 물을 섞어 마실 정도"라고 부연했다. 바로 옆 헝가리 부스에서는 와인과 천연 꿀 시식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수입사 담당자는 글라스에 붉은 와인을 따르며 “국제 품종과 달리 헝가리 토착 품종은 해당 지역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주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신토불이'처럼 헝가리 와인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해준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머금자 묵직한 느낌과 복합적인 풍미가 혀끝을 강하게 맴돌았다. 와인의 쌉쌀한 여운은 바로 옆의 헝가리산 천연 아카시아 벌집 꿀이 감싸 안았다. 이탈리아 무역공사(ITA)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운영하는 '하이 스트리트 이탈리아' 부스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ITA 관계자는 “이미 한국에 유통 중인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을 알리는 동시에 '바이어스 클럽'이라는 정부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과 이탈리아 간 가교 역할을 소개했다. 화려한 제품들 사이로 시식용 정통 스낵 프레첼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길다란 프레첼을 집어 베어 물자 고소하고 짭조름한 풍미가 입안에 퍼져 이탈리아 현지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꼈다. 폴란드 부스에서는 도수 28도의 과일 보드카 '소플리차(Soplica)'가 애주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수입사 직원은 “보통 보드카가 40도라 꽤 독한 편인데 이 제품은 저도수라서 탄산수를 섞어 마시면 부드럽게 넘어간다"며 “실제 과일이 같이 숙성되어 과일 맛이 진하게 우러난다"고 귀띔했다. 직접 맛본 모과 맛 보드카는 독한 알코올 향 대신 기분 좋은 상큼함과 청량감을 뽐냈다. 아직 한국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리투아니아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25개 식품 업체를 소개하러 나왔고, 한국 유통망을 애타게 찾는 중"이라며 판촉에 열을 올렸다. ◇아시아·기타 대륙 부스의 이색 상품과 치열한 판로 개척 전시장 한켠에 자리 잡은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구역에서도 이색 제품의 등장과 한국 유통망을 뚫으려는 영업전이 이어졌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부스에서는 100% 사과로 빚은 '카네쇼 식초'에 우유를 붓자 효소 작용이 일어나 순식간에 몽글몽글한 요구르트가 만들어졌다. 이현경 선민에프앤비 차장은 “식초가 발효 식품이다 보니 우유와 만나면 바로 요거트화가 진행된다. 꿀이 들어간 식초라 산미가 무척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아 다채롭게 응용할 수 있다"며 시연을 이어갔다. 옆에 위치한 아키타현 주류 판매업자 역시 “스시집이나 고급 이자카야에 주로 납품하는 사케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이 일품"이라며 맑은 잔술을 권했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판로 개척 열정도 유럽 못지않았다. 말레이시아 세정제 업체 담당자는 유창한 한국어로 바이어들에게 “NSF 인증과 할랄 인증을 모두 받아 식품 가공 시설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다용도 세정제와 섬유 유연제"라며 “한국 진출은 처음이라 유통을 잘해줄 파트너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쉴 새 없이 명함을 건넸다. ◇대규모 팔레트 창고로 무장한 하이랜드푸드 등 대형 수입사 맹활약 해외 기업들의 구애에 발맞춰 국내 B2B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유통사들도 거대한 부스를 차리고 영업망 확충에 매진했다. 연간 15만 톤의 육류를 들여와 1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하이랜드푸드는 전면에 나서 글로벌 공급망 비전을 과시했다. 전하림 하이랜드푸드 선임은 중동 사태 등 대외 리스크 우려에 대해 “경남 창원에 2만7634 팔레트 분량의 물량을 보관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가공장과 물류 창고가 있다"며 “환율 상승이나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 대비해 미리 많은 물량을 수입해 보관함으로써 유연하게 방어하고 있다"고 탄탄한 인프라를 강조했다. 이어 “기존 육류 위주에서 벗어나 이번에 처음 수입 와인과 수산물로 영역을 넓혔고, 국내산 닭을 가공해 해외로 역수출하는 '케이본(K-BONE)' 브랜드도 새롭게 론칭했다"며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 계획을 덧붙였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파스타 면 '데체코(De Cecco)'를 취급하는 연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상장사 보라티알도 현장에서 홍보에 나섰다. 보라피알 관계자는 “30년간 이탈리아산 수입 식자재를 유통해 온 내공을 바탕으로 B2B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데체코 신제품 면은 통으로 길게 나와 요리 활용도가 높으며, 유지력과 맛이 뛰어나 셰프님들이 프리미엄으로 꼽는 제품"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가 돈을 찍어냈다”...1분기 기업 이익률 13.2% ‘신기록’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올해 1분기 들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가 실적 개선을 견인한 가운데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6067곳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3.2%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6.0%)보다 7.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현재 방식으로 작성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다소 개선됐다. 전체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88.9%에서 올해 1분기 87.0%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24.4%에서 23.9%로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뚜렷했다. 대기업 부채비율은 85.5%에서 83.8%로, 중소기업은 105.4%에서 103.0%로 각각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부채비율이 68.0%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한 반면 비제조업은 122.9%로 떨어졌다. 수익성 개선은 제조업이 이끌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1년 전 6.2%에서 18.1%로 급등했다. 특히 기계·전기전자 업종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32.5%까지 치솟았다. 석유·화학 업종도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 반면 비제조업 영업이익률은 5.9%에서 5.7%로 소폭 낮아졌다. 운수업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해상운임 상승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고유가와 우회 항로 운항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수익성 격차가 확대된 배경에는 반도체 대기업의 영향이 컸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두 기업(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을 제외하면 6.6%로 낮아져 비제조업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성 격차도 벌어졌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14.8%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은 4.7%에 그쳐 개선 폭이 제한적이었다. 매출 증가세 역시 뚜렷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증가율은 13.5%로 지난해 4분기(2.5%)보다 1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매출 증가율이 21.1%를 기록하며 비제조업(3.7%)을 크게 웃돌았다. 제조업 가운데서는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52.1%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은 75.7%까지 치솟았다. 비제조업에서는 운수업과 도소매업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운수업의 경우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으로 해상운임이 오르고 항공 여객 수요도 확대되면서 매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기업 규모별 매출 증가율은 대기업이 16.0%, 중소기업이 2.4%로 집계됐다. 한은은 반도체 업황 호조가 전체 성장성을 끌어올렸지만 특정 기업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전 산업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분기에도 AI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과 철강·화학·자동차 업종의 중국발 공급 과잉, 미국의 관세 장벽 등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쿠팡, PB상품 단가 떠넘기다 ‘30억원 상생안’ 지원

쿠팡이 자체브랜드 PB 상품 판촉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혐의로 제재를 받는 대신 3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 관련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씨피엘비는 쿠팡의 PB상품 제조·판매를 맡고 있는 100% 자회사다.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 씨피엘비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PB상품 제조를 맡기면서 314개 납품업체에 법정 사항이 빠진 계약서를 교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94개 업체에는 사전 약정 없이 판촉행사를 하면서 공급단가를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쿠팡 측은 지난해 3월 납품업체 구제책을 마련하는 내용의 동의의결을 공정위에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 구제와 거래질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의결안에 따라 쿠팡과 씨피엘비는 총 30억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 납품업체를 지원하게 된다. 우선 피해 업체 대상으로 상품 개발과 생산 및 납품 비용 등 10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판촉 비용을 낸 94개 업체에게는 1000만원씩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서면 발급 의무 위반 관련 하도급업체들에게 주기로 했다. 인터넷사이트, 모바일앱에서 하도급업체의 PB 상품 관련 광고비 등 10억원도 지원한다. 해당 업체의 PB상품이 현장 박람회에 출품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홍보비 4억5000만원도 추가하기로 했다. 하도급업체들의 거래내역을 기준으로 '우수 사업자'를 선정해 상금과 판촉행사 등 1억원도 지원한다. PB 상품의 개발 관련 컨설팅 서비스 제공, 해외시장 판로 개척 비용 등 4억원도 지원안에 담겼다. 아울러 쿠팡은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해 납품업체 발주서에 기명날인을 하도록 시정하기로 했다. PB상품 출시 전 하도급업체와 협의해 결정한 최소 생산요청 수량, 판촉비 분담 비율 등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부속 합의서도 체결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에게 판촉 행사를 제안한 행위에 그친 점, 504개 업체 중 공급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은 94곳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했다. 특히, 쿠팡이 제시한 상생 방안 30억원은 법 위반 행위로 예상되는 과징금 최대 11억원 수준보다 약 3∼5배 큰 점도 동의의결 확정 사유로 꼽았다. 또, 하도급업체의 공급단가 인하는 약 7억원 규모였지만 쿠팡의 지원 금액은 10억5000만원으로 이를 상회한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 측 상생안은 수급 사업자의 매출 증대, 판로 개척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며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신청인들이 동의의결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중대재해, 사업주 못지않게 근로자 안전책임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주 책임 못지 않게 현장작업 당사자인 근로자의 안전 인식 및 공동책임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정작 중대재해 감축 추세는 정체돼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 정책상 산재예방의 중요 주체인 근로자의 의무와 책임 제고 노력은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주 처벌과 책임 강화에만 집중해서는 산재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제조·건설업 등 11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도 담겼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가 가장 자주 위반하는 안전수칙으로는 △작업순서·절차 미준수(49.5%) △보호구 미착용(43.2%)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근로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도 응답 기업들은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73.0%)'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불편하고 번거로워서(36.5%) △할당된 작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36.5%)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아서(20.0%) 순으로 집계됐다. 또, 응답기업의 61.5%가 안전수칙 위반자 징계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주된 사유로는 '근로자 반발 및 노사관계 마찰 우려'가 52.8%로 가장 높았다. 경총은 “근로자 안전수칙 준수 현황 및 사업장 애로사항 조사 결과, 기업의 산재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작업절차 미준수, 보호구 미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 위반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율적인 안전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우수자 포상과 고의·반복적인 안전수칙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는 산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기업의 적법한 경영활동"이라며 “포상·징계 제도의 목적은 일회성 격려 차원의 보상 또는 맹목적인 처벌이 아니라 근로자 스스로 안전수칙 준수에 대한 자긍심과 경각심을 동시에 갖게 함으로써 자율적인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국내 산업현장의 안전보건교육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즉, 안전보건교육은 근로자가 현장의 잠재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비상시 올바른 대처 방법을 습득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임에도 현행 제도는 획일적인 교육내용, 교육이수 증빙을 위한 서류작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경총은 “근로자의 수동적 참여, 법정 이수시간 인정을 위한 형식적 교육에서 탈피해 교육의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자율안전활동이 안전보건교육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업의 천문학적인 안전투자와 정부의 처벌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 감축 추세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해결해야 할 때"라며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을 균형 있게 이행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의 노사 공동책임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석유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논의 본격화…정부-정유사 ‘힘겨루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따른 사후정산 논의 본격화를 앞두고 정부와 정유사 간 줄다리기가 예고됐다. 제조원가에 적정 이익(마진)을 더한다는 큰 틀이 마련됐지만 정유산업의 특성상 원가와 적정 마진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물가 충격 우려로 아직 최고가격제 유지·종료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행 기간에 비례해 손실 보전 규모가 커지는 점도 정부와 정유사 모두에 부담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손실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규정 고시 제정안에 대한 산업통상부 행정예고가 끝나는 29일이 지나면 정산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정유사 간 손실보전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지난 3월 보통 휘발유와 차량·선박용 경유, 실내등유 등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향후 정산위원회를 꾸려 정유사들의 손실을 보전할 길을 열어놓은 이후 산정 기준의 큰 틀이 나온 것이다. 손실보전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을 원가로 두되 적정 수준의 마진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고시의 핵심이다. 이에 원가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와 마진을 얼마나 붙여야 합리적이냐는 내용이 논의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원가 산정을 두고 정부와 정유사 간 논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기준 의존도가 70%에 이르렀던 중동산 원유 수급이 미-이란 전쟁 발발로 어려워지자 급한 대로 대체 수급 물량을 확보하고 나섰다. 공급 부족 요인이 워낙 커 정유사들의 실제 원유 도입 비용은 국제 유가보다 더 높아지는 구조지만, 최고가격제로 인해 내수 가격에 원유 도입 증가분을 반영하기 어려웠다. 반면에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이 한정된 데다 손실보전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보전에 쓸 추가경정 예산은 4조 2000억원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정유업계가 손실 규모로 추산한 4조여원에 대해 “그보다 적을 것"라고 말한 바 있다. 원가 기준에 대해서도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행정 예고된 고시안에는 전체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투입한 원유 도입비용과 생산·판매 비용에서 보통 휘발유와 차량·선박용 경유, 실내등유가 차지하는 비율 등을 따져 원가를 산정하도록 돼 있다. 석유제품별 원가 산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 비율을 따지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두 가지 원료를 특정공정에 투입해 갖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연산품 성격 때문에 휘발유와 경유만 떼어 놓고 원가를 명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아스팔트 같은 이른바 '찌꺼기 원유'나 중유 같이 옥탄가가 높은 석유제품을 크래킹(열·촉매 분해) 공정에 투입해 쓰임새가 많은 휘발유나 경유를 생산하기도 한다. 정유사들은 오랜 기간 공급 가격 산정 기준으로 삼은 싱가포르 석유제품 수출가격(MOPS)을 정산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동시에 정산 고시가 원가 기준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지배적이었다. 생산·판매 원가와 달리 MOPS는 원유 가격과 운송 비용 뿐만 아니라 수요-공급 변동에 따른 가격 상승분까지 반영된다. 아울러 MOPS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별로 매겨지기 때문에 계산이 비교적 단순하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고시안에 따른 원가와 적정 마진 개념이 추상적이라 정유사는 정산위원회에 원가 산정 근거가 될 데이터를 제시하고 차분히 소명해야 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보전 규모를 결정할테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가 얼마나 길어질지도 변수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돌입하며 최고가격제를 종료할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하지만 최고가격제 종료 직후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MOPS 기준 6월 1~19일 보통 휘발유(92RON)와 경유(황 0.001%) 평균 가격은 각각 리터당 111.68달러와 132.78달러로 전쟁 전인 1월보다 56%, 61% 높다. 중동 전쟁으로 높아진 원유 도입 비용까지 고려하면 가격 불안 여지가 더 커진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달러-원 환율, 3개월 내 1400원대 진입할 것”

올 하반기 달러-원 환율이 하향 안정세(원화 가치 상승)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완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급증하며 원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2026년 하반기 환율 전망과 산업별 대응전략'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이날 세미나는 최근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외환시장 흐름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리스크 완화라는 호재 속에서도 국제 유가와 미국 통상정책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산업별 맞춤형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면서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을 짓눌러 온 중동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변화가 수출 주력 대기업과 중소 수출기업, 내수 서비스업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다르다. 환율을 단순히 '높다, 낮다'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산업·기업 규모별로 미치는 영향 분석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제 발표에서 “글로벌 경제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가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며 “최근 중동 긴장 완화가 국제유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은 여전히 위험 요인"이라고 짚었다. 달러-원 환율에 대해서는 하향 안정화에 무게를 뒀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차익 실현 등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확대, 국내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증가, 경상수지 흑자 지속 가능성 등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향후 3개월간 1480원 안팎을 나타낸 뒤, 6∼12개월 사이에는 145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경엽 씨지엘경제연구원 원장은 '환율 변동에 따른 산업별 파급효과 및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고환율을 △달러 강세 △한미 금리차 △글로벌 자금이동 등이 중첩돼 중장기 대응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조 원장은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관계가 완화한 것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기업들은 환 헤지 강화, 에너지 조달선 다변화 및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기업들이 산업별 환율 노출 구조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출 주도형 대기업은 가격경쟁력 개선 효과를 활용해 글로벌 경쟁사와의 '초격차 확대'에 주력하고, 수입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비용 충격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보다 중장기적 구조 개선과 대외 협력 강화라는 '투 트랙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 좌장을 맡은 강태수 한경협 특임연구위원은 “향후 10년간 지속될 대미 투자가 오히려 구조적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기업들의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환율안정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환율 안정세를 점치면서도 “단기 쏠림에 따른 변동성 관리를 위해 주요국과의 통화 협력을 강화하고 외화 유입 촉진 및 유출 완화 조치, 통화 정책적 대응 등 시장 안정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시장 심리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달러-원 통화스와프를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교수는 “고환율을 '뉴 노멀'로 받아들이기엔 국내 산업과 취약 계층의 피해가 너무 크다"며 “다만 현재의 고환율은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 우리 외환 당국의 독자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단기 처방에 급급하기보다 중장기적인 경제 구조 개선에 나설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센터장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경쟁력이 약한 분야에는 전환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특정 환율 수준 방어보다 재정 신뢰와 통화 안정을 유지하고, 성장잠재력과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SM그룹, 총수 2세 아파트 사업 몰아줘…공정위 ‘부당지원’ 제재 돌입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2세 회사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몰아주는 등 부당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SM그룹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SM상선 등 계열사는 총수 일가 회사 개발사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SM그룹 소속 6개 계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위원회에 상정해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SM그룹은 해운업·건설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재계순위 36위 기업집단이다. 심사 대상은 SMAMC투자대부와 삼환기업, SM상선, SM하이플러스, 에이치엔이앤씨, 삼라마이다스 등 6개 계열사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날 “SM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회사에 유망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그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로, 검찰의 공소장과 유사하다. 지난 2022년 천안 성정동 아파트 개발사업 당시 SM 계열사인 SMAMC투자대부와 삼환기업은 상당한 수익을 예상하고, 에이치엔이앤씨에 사업 부지를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이치엔이앤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딸 우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공정위 조사 결과, 에이치엔이앤씨는 해당 아파트 개발 사업을 통해 거둔 수익만 매출액 1283억원, 분양이익 365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계열사인 SM상선과 SM하이플러스는 에이치엔이앤씨에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개발사업 자금 17억5000만원을 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심시관은 당시 대출 금리가 시장금리 대비 20~30% 낮았던 것으로 봤다. 또 SM상선은 총수 일가 회사인 삼라마이다스에도 저금리로 164억원을 대여해 부당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라마이다스는 우 회장이 지분 74%, 우 회장의 아들인 우기원 SM그룹 경영지원부문장이 2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가 총수 일가 회사에 지원한 자금만 총 18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행위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란 게 심사관의 설명이다. 심사관은 이번 혐의로 피심인인 SM 그룹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그리고 법인 및 개인에 대한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공정위가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 행위 관련 엄단 조치하겠다고 밝힌 만큼 과징금 규모 등 제재 수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피심인 서면 의견 제출, 증거자료의 열람·복사, 의견 진술 기회 제공 등 피심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재 관련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AI 붐에도…4대 그룹 작년 1만2300명 고용 감소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지만 국내 4대그룹의 고용 인원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반도체·로봇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익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한국CXO연구소는 22일 '102개 그룹 대상 2024년~2025년 고용 변동 분석'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내 대기업의 임직원 수가 2025년 말 기준 192만 47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직전 2024년(191만 2302명)과 비교해 아주 미세한 0.4%(8170명) 늘어나는 데 그친 수치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102개 대기업 집단이다. 102개 대기업 집단의 국내 계열사는 총 3538개다. 2024년과 비교해 작년에는 직원 수 1만명이 넘는 아워홈이 한화그룹 계열로 편입돼 전체 규모가 커졌다. 이를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 전체 고용은 사실상 감소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이 시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음에도 고용은 오히려 1만2300명 줄었다. 기업 성장과 일자리 확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LG그룹의 경우 최근 1년 새 고용 일자리가 5370개 없어져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24년 14만9459명이던 임직원 수가 작년 말 14만4089명으로 빠졌다.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의 고용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12만2748명)였다. 다만 2024년과 비교해 직원 수가 660명 정도 줄어들었다. 이밖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8만3676명) △현대자동차(7만3397명) △기아(3만6690명) △LG전자(3만4405명) 등이 대기업집단 계열사 '고용 TOP5'에 포함됐다. 그룹 단위로 보면 2024년과 비교해 지난해 말 임직원 규모가 가장 늘어난 곳은 한화그룹이었다. 5만7387명에서 7만1711명으로 직원이 많아졌다. 쿠팡그룹의 고용 인원도 같은 시기 8250명 증가하며 10만8131명을 기록했다. 전체 고용은 삼성그룹 28만3830명, 현대차그룹 20만1540명, LG그룹 14만4089명, 쿠팡 10만8131명, SK 10만4602명 순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102개 그룹의 전체 고용 규모는 같은 해 12월 국내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1555만5839명의 12.2% 수준에 그쳤다. 국내 고용의 상당 부분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이 떠받치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AI 확산으로 기업의 수익 증가와 고용 확대 간 연결고리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과거 제조업 중심 성장기처럼 대기업이 대규모 채용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은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AI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스타트업과 혁신형 중소기업이 새로운 고용 창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오 소장은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국제유가 30% 급락했는데 기름값 왜 그대로?…“7월 돼야 체감, 호르무즈 변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한 달 새 30% 넘게 급락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기름값은 여전히 리터당 2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고환율과 정부의 최고가격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유가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5월 20일 배럴당 106.60달러에서 6월 19일 73.61달러로 30.9%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당시 한때 배럴당 17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사실상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리터당 2011원에서 2009원으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국제유가가 급락했음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하락분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국제유가가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반영되는 데 약 1주일, 이후 주유소 판매가격에 전달되는 데 추가로 1~2주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 하락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은 이르면 7월 초에서 중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시행 중인 최고가격제도 가격 하락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국내 가격 상승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지만, 반대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하락폭 역시 제한되는 구조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유 수입 비용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 주유소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는 아니다"며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고 제품 가격이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판매되는 석유제품 상당수는 국제유가가 높았던 시기에 도입한 원유를 기반으로 생산된 물량"이라며 “국제유가 하락 효과는 이르면 7월부터 순차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안정세가 결국 국내 유가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빠른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세금과 유통마진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월 17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3년 만에 2000원 선을 돌파한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환율 부담과 최고가격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등 변수가 남아 있다"며 “국내 휘발유 가격이 즉각 1000원대로 복귀하기는 어렵지만 유가 하락세가 유지된다면 7월 중에는 소비자들도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정상화의 마지막 변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여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중동산에 의존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향후 60일간 통항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란은 별도의 '보험 수수료' 형태 통항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항료가 현실화될 경우 원유 운송비가 상승하면서 최근 국제유가 하락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기에 정유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시각에도 선을 긋고 있다. 관계자는 “유가가 급등할 때는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유가가 급락하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며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제품가격과 환율, 세금, 물류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구조여서 단순히 국제유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음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 인하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7월부터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환율과 최고가격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등 변수들이 남아 있어 유가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대급 호황…부동산 과세 정상화 필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한국 경제를 '역대급 호황' 국면으로 진단하며 부동산 과세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창출된 성장 과실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지 않도록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실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가와 기업 영업이익, 세수, 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개선되고 있다"며 "이번 호황은 착시가 아닌 실질적인 성장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가능성을 언급하며, 하반기부터 경제 호황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 수출 대금 유입 등이 본격화될 경우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부동산 시장 역시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과거 경험을 보면 경기 호황기에 풀린 자금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과세 체계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다만 세금을 부담하더라도 투자 수익이 충분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단순 규제만으로는 시장 과열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향후 경기 과열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호황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한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먼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며 "호황의 과실은 상위 계층으로 집중되고 긴축의 고통은 취약계층에 전가되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성과가 일부 계층에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 투자로 연결할 수 있어야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과 실행력을 요구한다"며 성장의 과실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앞서 지난달에도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제' 도입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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