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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고환율이 짓누르는 민생의 현실과 대책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등 고환율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물가와 월세, 카드값을 마주하는 서민의 일상에서 고환율은 이미 하나의 생활고로 체감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고환율을 단순한 일시적 충격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과 이에 비해 동결을 지속해온 한국의 통화정책은 한·미 금리차를 크게 벌려 놓았다. 자본은 이자율이 높고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곳으로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원화 자산의 매력은 떨어지고, 글로벌 자금은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며 원화 가치는 구조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게 되었다. 외화 수급 구조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한국 경제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환전하는' 패턴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연기금과 금융기관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개인의 해외주식·부동산 투자까지 겹치면서 달러는 밖으로 나갈 채널이 늘어났다. 여기에 미·중 갈등, 지정학적 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외부 요인이 결합했다.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전 세계 자금이 '달러'라는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고, 그 여파는 원화와 같은 신흥시장 통화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고환율은 물가를 통해 민생을 압박한다. 에너지와 식량,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서 환율 상승은 곧바로 기름값, 전기·가스 요금,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장바구니 물가만 치솟는 상황에서 고환율은 실질임금 삭감과 다름없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과 중소기업에도 고환율은 구조적인 부담이다. 대기업 수출업체는 일정 부분 환헤지와 공정 자동화 등으로 원자재 비용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수입 원재료와 부품을 쓰는 영세·중소업체는 오른 원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또한, 고환율로 인한 영향은 계층·세대별로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해외 자산을 충분히 보유한 고소득층이나 글로벌 기업은 환차익을 누리거나 피해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생활 기반이 묶인 서민·청년층은 생활비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를 회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고환율의 악영향을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환율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보다 정교한 통화정책이 요구된다. 고환율과 물가 불안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과제가 되고 있다.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충분히 인상하지 못하면, 환율과 물가가 동시에 불안해지는 '이중 불안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특히, 한국처럼 가계부채가 많은 경제에서는 금리 인상의 부작용만을 우려해 통화긴축을 주저하기 쉽지만, 물가와 환율에 대한 신뢰를 잃는 순간 증시하락, 소비부진 등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기대를 확실히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외환시장 제도와 헤지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의 고환율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주체와 그렇지 못한 주체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점이다. 정책금융기관이 제공하는 환변동보험과 같은 수단이 대기업 위주가 아니라 중소 수출·수입업체에도 실질적인 안전망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고환율은 더 이상 외환시장에만 존재하는 숫자가 아니다. 마트 영수증, 전기·가스요금 고지서, 전세·월세 계약서에 직결된 생활 변수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의 변동이 민간 소비, 자영업·중소기업의 비용 구조, 실질임금과 소득분배,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이 실물·금융 변수에 미치는 파급경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환율 영향지수(가칭)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런 통합 지표는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율과 물가뿐 아니라 민간 소비, 자영업·중소기업, 금융안정에 대한 '부담의 분포'를 동시에 고려하게 해 주고, 정책 결정 과정과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할 때도 설득력 있는 근거 자료로 기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고환율은 한·미 금리차 확대, 외화 수급 구조 변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구조적 현상이며, 그 부담은 물가 상승과 내수 위축, 금융 불안 형태로 민생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정기적으로 생활물가·가계부채·중소기업 비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앞으로의 환율·통화 정책은 수출지표가 아니라 국민 삶의 질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bienns@ekn.kr

[EE칼럼] 한・미 원자력 협상, 선장이 필요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말이 있다. 뱃길을 잘 아는 사람이 여럿이어도 방향을 정하고 책임지는 이가 없으면 배는 결국 목적지를 잃는다는 뜻이다. 정부 간 협상도 다르지 않다. 여러 부처가 저마다 목소리를 내더라도 방향을 잡고 끝까지 밀고 나갈 선장이 없다면 표류할 수밖에 없다. 6월 첫 주 한·미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농축과 재처리를 포함한 핵연료주기 전반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미 협상은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기회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93.4%를 수입했다. 원전 연료인 농축우라늄은 전량 수입한다. 2025년 기준 약 37%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여기에 고리와 한빛 등 주요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핵연료주기의 앞단인 연료 공급과 뒷단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모두 국내외 제약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이번 협상에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에 실패하면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려되는 것은 협상 자체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통합 지원체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교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만, 핵심 의제인 농축과 재처리 관련 업무는 다수 부처에 걸쳐 있다. 이렇게 분절된 방식으로는 미국을 설득할 촘촘하고 강력한 논리를 짜기 어렵다. 핵연료주기는 우라늄 확보와 농축, 핵연료 제작과 사용, 사용후핵연료 저장·재처리·처분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된 체계다. 어느 한 부분만 떼어놓고 접근해서는 국가 전략이 될 수 없다. 이 전체를 한눈에 꿰는 범부처적 밑그림이 있어야만 비로소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부처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나라와 범부처 합의를 바탕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단일한 전략을 제시하는 나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신뢰를 얻겠는가. 협상 테이블에서 신뢰는 말이 아니라 준비된 국가 체계로 증명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준비다. 한·미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우리나라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국가 차원의 핵연료주기 전략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일본이 1988년 포괄적 사전동의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도 수십 년간 유지된 장기계획이 미국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 재처리 추진 중단, 2004년 미신고 핵물질 실험 파동 등을 거치며 비확산 분야에서 적지 않은 불신을 자초해 왔다. 이번에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협상에 임한다면 결과는 선언적 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기껏해야 구색 맞추기용 성과에 그칠 뿐, 실질적 에너지 자립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협정의 유효 기간은 수십 년에 이른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나라의 농축우라늄 공급망 취약성은 장기간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발 공급 부족이나 지정학적 위기 가운데 어느 하나만 발생해도 원전 운영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유용한 물질을 회수하고 처분 부담을 줄이는 선택지 역시 상당 기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대책은 분명하다. 범부처를 아우르는 '핵연료주기 자립 통합 태스크포스'를 조속히 구성하고 총괄 부처를 지정해야 한다. 대외협상 창구는 외교부가 맡더라도, 기술·산업·안전 논리를 하나의 목소리로 정리할 총괄 부처가 꼭 있어야 한다. 아울러 올해 수립될 「제7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 농축·재처리 통합 로드맵을 반영하고, 이를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국가 정책으로 확정해야 한다. 이러한 법정 계획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미국도 우리 정부의 정책적 지속성과 이행 의지를 신뢰할 것이다. 핵연료주기 자립은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의 마지막 퍼즐이다. 그 퍼즐을 완성할 기회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항로가 열렸다고 해서 목적지에 자동으로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사공이 아니라 선장이다. 국가 명운이 걸린 협상을 앞두고 선장 없이 배가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bienns@ekn.kr

“산업형 AI기준, AI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 패키지 마련해야”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이 주요 대표업종과 산업 인프라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기업이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산업형 AI 기준'을 우리 주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AI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안정적 전력 공급 및 전력 품질 유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AI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 패키지'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글로벌 AI 전환과 산업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발제자인 김민기 KAIST 경영전문대학원장은 “한국은 제조업·반도체·통신 인프라와 산업 데이터를 보유한 강점을 살려야 한다. 해외 규제를 단순히 따라가기보다 산업 현장에서 기업이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산업형 AI 기준'을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산업형 AI 기준을 “AI가 생산공정이나 품질관리, 설비안전 등에 직접 활용되는 만큼 모델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관리, 보안, 사후점검 등을 아우르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첫 발제 주제로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인공지능 전환'(AX) 정책을 소개한 김 원장은 “각국이 차별화된 AX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AI를 개별 기술이 아닌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산업 데이터, 제도·규범까지 포괄하는 '산업 기반'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빅테크의 기술혁신에 국방·안보 분야의 공공조달을 결합해 AI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정부가 단순한 규제자가 아니라 초기 수요자 역할을 하면서 민간 AI 생태계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라고 미국의 AX 정책을 평가했다. 유럽연합의 경우, AI Act를 통해 안전성과 투명성, 데이터 관리 기준을 제도화하고 있으며, AI를 빠르게 활용하는 것만큼이나 신뢰할 수 있는 규칙을 먼저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크리스 사이플 우드맥킨지 부회장은 AI와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폭발적 성장이 미국 전력망에 단순한 전력 수요 증가를 넘어 변동성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이플 부회장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높은 변동성은 기존 전력망 운영 방식과 발전설비의 안정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전력 품질과 부하 대응능력이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핵심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AI 데이터센터 시대의 전력 경쟁력은 전기를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품질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이 'AI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 패키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사이플 부회장은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한국형 AX 전략의 실행 기반으로 전력 인프라, AI 법제, 산업데이터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한국형 AX 전략을 위한 에너지 부문 대응 전략과 관련 “전력을 적기에, 청정하게, 적정 입지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망이 필요하다"며 “전원 포트폴리오와 조달제도, 입지 및 거버넌스를 통합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법·제도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데이터 활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준모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국형 신성장동력의 출발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암묵지라는 우리만의 자원을 학습 가능한 데이터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EU의 Data Act 등과 같은 산업 데이터 권리 및 공유 거버넌스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시형 롯데이노베이트 AI혁신센터장은 “정부는 AI의 첫 수요를 만들어 주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동시에 기업은 규제를 따라가는데 그치지 않고 표준을 함께 설계하며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AI 경쟁의 다음 전장은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AI와 실물경제의 융합"이라며 “AI를 얼마나 빠르고 깊게 제조·에너지·금융·서비스 현장에 확산시키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해수부·KIMST, 해양 신산업 스타트업 키운다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가 해양 분야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설명회를 연다. 두 기관은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2026년 해양수산 창업설명회'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예비창업자와 초기 창업기업이 사업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설명회에서는 정부의 창업 지원 방향과 함께 기술사업화, 투자 유치, 초기 시장 진입 전략과 같은 창업 초기 기업이 필요한 실무 정보를 다룬다. 또 창업 지원 프로그램,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투자 연계 프로그램과 같이 성장 단계에 따라 구분된 정부 지원 제도도 안내된다. 현장에서는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털(VC), 기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1:1 맞춤형 상담'도 진행된다. 상담 분야는 AI·AI 전환(AX), 친환경·첨단선박 기술, 투자, 사업화, 마케팅으로 구성된다. 해수부는 이번 설명회로 해양 신산업 분야 창업 활성화와 민간 투자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정호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창업 초기 단계부터의 체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며 “이번 설명회가 예비창업자와 초기 기업의 시장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수출입은행, 더 공격적 투자한다…“벤처·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직·간접 투자 제한이 완화되면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대상 정책금융 지원이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수은을 통한 투자 활성화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성장 자금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수은은 벤처투자조합, 신기술투자조합에도 간접투자가 가능해진다. 간접투자 대상이 기존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기구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이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투자기구별 집합투자재산의 25% 이내로 제한했던 투자금 한도 규정도 없애 수은의 지분 투자자로서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수은이 벤처·중소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 15%를 초과해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수출 등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보다 많은 직접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설립과 공급망 구축, 해외 인프라·플랜트 수주 등 장기 자금이 필요한 산업에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은이 해외 인프라·플랜트 등 투자 개발형 사업을 추진할 때 초기 단계인 투자자 모집과 구성에도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수은이 초기 단계부터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국내 기업은 신속한 금융 조달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수은이 직접 투자할 때 대출이나 보증과 연계한 사업에만 출자 가능하다는 규정도 폐지된다. 수은이 대출·보증 방식의 기존 투자에서 벗어나 지분 취득을 통해 기업에 장기 투자하고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기업도 대출과 보증 외 정책금융기관의 지분투자를 활용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이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재경부는 수은의 직접투자 시 수익성 기준도 구체화했다. 수은이 직접투자에 나설 경우 사업의 예상 수익률은 수은이 정한 기준수익률 이상이어야 한다. 예컨대, 해외공사에 지분투자할 때 수익률 요건을 충족하고, 추가로 공사 종료 후 5년 이내 순현금흐름이 0보다 큰 연도가 있어야 직접투자가 가능해진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손실 가능성이 큰 사업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줄이자는 취지다. 재경부 관계자는 “수은이 직·간접 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정책 금융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수은의 투자 활성화 기반이 마련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안보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E칼럼] 국가 에너지 공급망, 유비무환이 답이다

전 세계 에너지와 물류 대란을 일으켰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드디어 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배럴당 120불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80불대로 하락했다. 휴전에 대한 양국의 양해각서가 전쟁의 완전 종식으로 끝날 때까지 불확실성은 남아있겠지만 당분간은 석유가스 공급망에 숨통이 트이고 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줄이거나 회피할 수 있을까? 한국은 93% 이상의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60% 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50 탄소중립이 원하는 계획대로 목표 달성이 되더라도 남은 25년간의 전환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넘어가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경험했듯이 에너지 공급은 몇 달 아니 며칠만 문제가 되더라도 국민 생활과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곧바로 생존 문제로 다가온다. 그동안의 정부 대책은 현실성 없는 장밋빛 계획만 짜놓고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자료와 현실에 기반한 전망 대신에 희망을 담은 계획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아프게 할 것이다. 탄소중립의 시간표 안에서 어떻게 국가 에너지 공급망을 설계하고 실천에 옮길 것인지 정말로 중요한 시점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말라“는 말이 있듯이 에너지원의 해외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익을 떠나 보험처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제적 손실일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발생할 공급망 차질을 고려하면 국가적 차원에서는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국내 비축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방출량과 시기를 결정하여 안정적인 국내 공급과 실질적인 공급가격에 기여할 수 있는 비축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축량을 보관만 하다가 마음의 안정만 얻고 정작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정책으로는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여 현재 10%인 자원개발률을 40% 수준으로 높여야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공급 측면에서 한국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일본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한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자원개발률이 40%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목에서 탈탄소를 외치는 시기에 석유가스에 투자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한 소리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2050년 한국의 석유가스 소비량이 반토막 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금 확보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 한국의 자원개발률은 20%에 불과하다. 한국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07년 4%에서 2015년 15%로 최고점을 찍은 후 부실투자에 따른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으로 2025년 10%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다. 만약 일각의 예상대로 2050까지 석유가스의 소비가 증가하하거나 최고점에 도달한다면 한국의 자원개발율은 10% 이하로 유지될 것이 뻔한 일이다. 즉, 한국은 고스란히 자원공급망 위기에 노출되고 국제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어려움이 반복될 것이다. 이상적인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은 국내 자원개발이다. 국내 대륙붕 개발을 포함한 국내 자원 확보가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국가 자원 공급망 확보 정책이 될 것이다. 도입과 비축의 위험성이 모두 사라진다. 다행히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영국의 메이저사인 BP가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 있다. 이는 국내 탐사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BP가 참여한다고 당장 탐사시추룰 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 대륙붕에서 가스가 발견되는 것도 아니지만 탈정치화가 된다면 이제부터라도 정상적인 탐사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자원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정책의 지속성과 사업의 경제성에 있다. 정치와 무관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성 기반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묵묵히 추진하는 것이 답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밝게 보이는 미래는 곧 어려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bienns@ekn.kr

‘15조원 초과세수’ 펀드나 기금 ‘만지작’…“성장 중소기업 기금도 대안”

정부가 올해 15조원 넘는 초과 세수가 예상됨에 따라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국부펀드 투자, 별도 기금 조성 등을 검토 중이다. 이전처럼 나라빚을 갚는 데 쓰기보다, 첨단 산업 육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혁신 중소기업 지원이나 양극화 해소, 지역 균형발전 사업 등 초과세수 활용 방안 관련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올 초부터 초과 세수를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여러 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아직 어떻게 쓸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국부펀드로 미래세대나 첨단산업에 투자할 수도 있고, 별도 기금을 조성해 미래 재정 수요에 대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과 세수 활용안이 급부상한 데는 올해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법인세 증가,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거래세 증가 등으로 국세수입이 15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계 국세수입은 164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1조9000억원 늘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4월까지 걷힌 법인세는 39조원, 1년 전보다 3조2000억원 증가했다. 증권거래세도 4조1000억원으로 전년(1조원)보다 3조원 이상 늘었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올해 415조4000억원 가량의 국세 수입을 예상했다. 이 같은 세수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연간 세수는 431조원 이상 추산된다. 초과 세수 규모도 15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예상보다 더 걷힐 세수를 재원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 목적의 가칭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나 올 하반기 출범할 '한국형 국부펀드' 재원 활용 방안 등을 구상 중이다. 초과 세수를 국채 상환이나 추경 편성에 투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초과 세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우선 사용한 뒤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과 국가채무 상환 등에 사용해 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초과 세수를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언급하며 불을 지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 세수 관련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청년세대를 위해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력한 안으로 떠오른 미래대응기금의 경우 초과 세수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해 AI 등 첨단산업 육성이나 미래세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기금은 일정 범위 안에서 국회 심사 없이 재원을 운용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초과 세수로 별도 기금을 조성하면 필요한 시점에 재원 투입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다만 초과세수를 기존 국가재정법상 다르게 쓰려면 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기획처는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하는 8월 말 전후로 관련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출범 예정인 한국형 국부펀드도 초과 세수 활용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싱가포르의 테마섹과 비교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정부 보유 자산을 투자해 미래 세대의 자산으로 넘겨주는 방식으로 쓰일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공기업 지분, 상속세 물납주식 등을 활용해 2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올해 초과 세수가 예상되자 추가 재원으로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초과 세수는 국부펀드에 재원으로 쟁여놓고 투자 수익을 다시 성장 재원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경부는 다음 달 초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국부펀드 활용 관련 구체적인 안을 밝힐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채 상환 등 재정 건전성에 우선 순위를 두되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는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인만큼 초과 세수의 일부는 국채 상환을 하는 것이 먼저"라며 “그러고 남는 세수는 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혁신 기술이 있는데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지원하거나 시·도 기금으로 지역 경제 육성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양극화 심화에 대비, 소득 재분배 강화에 재원을 쓰는 것도 미래 투자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美·이란 전쟁 끝” 시장 환호하지만…아직 안심 못하는 이유 [이슈+]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이란전쟁 발발 106일 만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전쟁 여파로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이 마침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증시를 비롯한 위험자산에 새로운 훈풍이 불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된다. 다만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양측이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협상이 이제 완료됐다.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전면 개방을 승인하며, 동시에 미국 해군의 봉쇄를 즉시 해제할 것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선박들은 엔진을 가동하고 석유가 흐르게 하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중재 역할을 해온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먼저 공개했다. 샤리프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양측(미국과 이란)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했다“며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 측도 이를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 매체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적대 세력에게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종식하도록 공식적으로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및 파키스탄 발표에 따르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게시글을 통해 “금요일(19일) 서명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면 중동 지역과 세계를 향한 원유 수송이 양방향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은 MOU가 오는 19일 서명되는 즉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그 시점부터 60일 동안 이어질 추가 협상 기간에 이란 비핵화와 대이란제재 해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 호르무즈 재개방 기대…“국제유가 70달러 밑으로" 합의가 최종 성사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키웠던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면 에너지 시장에 가해졌던 충격이 완화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압력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이후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 역시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화를 비롯한 글로벌 외환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80달러 초반대로 급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5일 한국시간 오후 3시 48분 기준, 브렌트유 8월물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4.42% 하락한 배럴당 83.4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록한 고점인 배럴당 126.41달러와 비교하면 34% 가까이 급락한 수준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헤닉 펑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석탄 사용 증가로 원유 수요 감소 추이가 고착화되는 와중에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면 중동산 원유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며 “공급 증가와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2026년 말까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기대를 키우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연 3.5~3.75%로 동결될 가능성을 49.2% 반영 중이다. 이는 직전 거래일의 39.6%보다 약 10%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 “한국·일본 최대 수혜"…주식·채권시장에도 훈풍 전쟁 종료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증시는 안도 랠리에 돌입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등 중이다. 15일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장 대비 3% 가까이 올랐으며 한국 코스피 지수는 5.2% 오른 8545.9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급등하며 개장 6분 만에 매수 사이드카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6만9317.5를 기록해 신고가 경신은 물론 사상 첫 7만선 돌파마저 앞두고 있다. 가필드 레이놀즈 블룸버그 MLIV 아시아팀 총괄은 “미국과 이란이 평화협정 체결 계획을 발표한 만큼 달러화는 유가와 함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쟁 리스크를 반영했던 거래가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국으로 한국과 일본, 대만, 인도를 꼽았다. 유가 하락이 해당 국가들의 물가 압력을 빠르게 낮추면서 항공주와 소비재주, 기술주, 경기민감주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아직 안심 이르다"…핵 협상·제재 완화가 최대 변수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웰치 애널리스트는 “오는 19일 최종 협정 서명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며 “그 사이 기본 합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며 “양측 모두 교전이 중단된 기간을 다음 충돌에 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이와 증권의 츠다 료타 전략가도 “체결일이 금요일(19일)인 만큼 그때까지는 상황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증시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양해각서는 사실상 '60일 한시적 휴전'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MOU 체결 이후 60일 동안 핵 문제와 대이란 제재, 동결 자산 해제 등을 놓고 세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란이 농축해 온 고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제3국 이전) 또는 영구적 폐기와 이란의 핵물질 농출 활동 금지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농축 우라늄의 국내 보유와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권이라는 입장이다.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 시점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하다. 미국은 비핵화 이행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동결 자산을 해제하고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신뢰 구축을 위해 일정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와 제재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중소기업 정책, ‘지원’보다 ‘혁신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이 글은 필자가 지도한 장영재 박사의 논문 '중소기업의 역량과 혁신성과의 순차적 매개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얻은 정책적 시사점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은 자금, 세제, 인력, 판로, 연구개발 지원을 각각의 사업 단위로 제공해 왔다. 물론 이런 지원은 필요하다. 문제는 지원이 기업 내부의 역량 강화, 혁신활동 실행, 경쟁우위 확보, 성과 확산으로 연결되는지를 끝까지 추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은 많지만, 그 지원이 실제로 제품혁신이나 공정혁신으로 이어졌는지, 나아가 시장에서 차별적 위치를 확보했는지는 충분히 관리되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가 중기부 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기부는 '지원금 배분 기관'에서 '역량 진단 기관'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신청서가 잘 쓰였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다. 해당 기업이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제품혁신이 필요한지, 공정혁신이 필요한지, 디자인·브랜드·지식재산 보강이 필요한지, 아니면 시장 접근 전략이 문제인지를 먼저 진단해야 한다. 병원에서 처방 전에 진단을 하듯, 중소기업 지원도 진단 없는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정책사업을 단절된 메뉴가 아니라 단계별 성장 경로로 재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1단계는 역량 진단, 2단계는 혁신활동 실행, 3단계는 비용우위 또는 차별화우위 확보, 4단계는 매출·수익·생산성·지속가능성 성과 확인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렇게 해야 R&D 지원, 스마트공장 지원, 수출지원, 디자인 지원, 지식재산 지원이 따로 노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처와 사업을 찾아다니는 행정 순례가 아니라, 자기 성장단계에 맞는 정책 경로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중기부는 혁신성과의 기준을 단기 매출 증가에만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 논문은 혁신성과를 경제적 성과, 운영 성과, 지속가능성 성과로 나누어 보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중소기업의 혁신은 당장 매출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불량률 감소, 납기 단축, 생산성 향상, 에너지 효율 개선, 고객 반복구매 증가, 지역사회 기여 같은 성과도 혁신의 중요한 결과다. 정책평가도 이처럼 다차원적 성과를 반영해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정책의 중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책은 대체로 투입과 산출을 보았다. 얼마를 지원했는가, 몇 개 기업이 참여했는가,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가를 따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기업이 지원 이후 시장에서 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되었는가. 더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가.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 디자인, 브랜드, 데이터, 고객관계를 확보했는가. 바로 이 지점이 혁신활동과 혁신성과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다섯째, 납품 중심 산업구조의 한계를 함께 다뤄야 한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혁신해도 원청기업의 단가 압박 속에 성과가 흡수된다면 혁신 유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기부의 혁신정책은 공정거래, 판로 다변화, 공공조달, 수출, 브랜드 구축 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기술개발만 지원하고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혁신은 지속되지 않는다. 결국 중소기업 혁신정책의 핵심은 '돈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나는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역량을 키우고, 그 역량이 혁신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며, 혁신활동이 경쟁우위로 축적되고, 그 경쟁우위가 경제적·운영적·지속가능성 성과로 확장되도록 해야 한다. 중기부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지원사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자기 역량을 정확히 알고, 필요한 혁신활동을 실행하며,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도록 정책의 순서를 다시 짜는 일이다. 중소기업 정책이 '지원의 양'에서 '성장 경로의 질'로 이동할 때, 비로소 혁신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기업의 체질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bienns@ekn.kr

[EE칼럼] 햇빛이 마을 복지가 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당면 과제 앞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에너지 전환이 더 깨끗한 미래를 보장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과연 저절로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잘 와 닿지 않지만, 전 세계 수억 명의 인구가 여전히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자산의 소유권과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불균형하게 분배되는 경우가 많다. 기후 불평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기후위기의 피해가 저소득 국가와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반면, 정작 이들의 목소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기 일쑤라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정의의 원칙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기술적 전환에만 매몰된다면, 다가올 재생에너지 시대 역시 기존의 구조적 불평등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낳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는 원래 노동조합이 탈탄소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안한 개념이다. 오늘날 이 용어는 단순한 노동자 지원을 넘어, 현재의 기후·사회적 위기를 유발한 정치·경제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로 분배적 정의, 절차적 정의, 인정의 정의, 회복적 정의, 공간적 정의, 세대간 정의를 제시한다. 단순히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넘어, 에너지 전환으로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이익이 공정하게 나누어져야 하며, 의사결정에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과거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공동체를 치유하고, 국가 내부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며, 미래 세대에게 기후위기의 짐을 떠넘기지 않는 세대간 형평성 역시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정의의 원칙들을 우리 현실에 잘 녹여낸 실천적 대안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2030년까지 3,000곳 이상 확대를 목표로 본격 추진 중인 햇빛소득마을이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구성해 마을의 유휴부지나 농지 등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 소득과 마을 복지로 환원하는 주민주도형 에너지 자치 모델이다.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의 사례처럼 태양광 전력 판매 수익으로 마을회관의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무료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식이다. 이 사업이 가진 가장 큰 사회적 가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잘 부합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대규모 외부 자본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 자원을 활용해 발생한 수익을 마을 공동기금이나 복지사업, 지역경제 활성화에 환원한다. 이는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혜택이 특정기업이 아닌 지역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분배적 정의를 실현한다. 마을 공동체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됨으로써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과 입지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한다. 태양광 패널이 혐오시설이 아닌 우리 마을의 복지를 책임지는 효자 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마을 주민을 에너지 전환의 능동적 주체로 자리매김한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의에 부합한다.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 주민들의 삶과 권리를 인정하고 소외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은 인정의 정의에 해당한다. 아울러 그동안 도시를 위한 에너지 공급처로만 소비되던 농촌 공간이 재생에너지를 매개로 자립적인 경제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은 공간의 소외를 극복하는 공간적 정의의 실현이기도 하다. 물론 이 모델이 전국으로 온전히 확산되려면 송배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과제도 남아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중의 지지 없는 에너지 전환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민들이 에너지 대전환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체감할 때 지속적인 추진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걸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문이다. bienns@e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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