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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에도 냉정한 톤…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 “달러 유동성 양호”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고환율 국면에서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시장의 불안과는 결이 다른 진단을 내놨다. 환율 상승을 금융 불안으로 직결시키기보다, 외환시장 구조와 달러 유동성 여건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 스와프를 통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며 대외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신 후보자는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 내 인사청문회 준비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환 스와프를 통해 채권시장에 투자하면서 원화를 차입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대외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 기준 1540원에 근접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신 후보자는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환율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며 시장 일각의 위기론과 거리를 뒀다. 다만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는 유지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중동 전쟁을 지목하며 “국제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고, 경제에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될지는 불확실한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출신의 '실용적 매파'라는 인식에 대해 “매파냐 비둘기파냐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경제의 흐름을 잘 읽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스템 차원에서 금융제도와 실물경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효과를 만드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 및 물가상승에 선제적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서로 연계된 측면이 있다"며 “선진국들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유럽·영국·일본이 매파적 동결에 나선 만큼 한은도 비둘기적 스탠스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는 지난 4년간 한은을 이끈 이창용 총재를 향해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하고, 업적도 많았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후보자 신분이라는 점을 들어 “(중앙은행의)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원론적으로 보면 커뮤니케이션은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경로로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금융통화위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평가·논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해당 질문은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했던 이 총재와 달리 신 후보자가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한은이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를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1인3표' 방식의 점도표로 나타낸 것을 유지하겠냐는 질문에는 답을 아꼈다. 다만 이같은 변화를 이 총재의 업적으로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명 '전쟁 추경' 규모로 볼 때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드러냈다. 또한 “중동 상황에 따른 취약부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책적으로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신 후보자의 '유연' 노선에 힘을 싣는 발언이 나왔다. 애당초 매파와 비둘기파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발언·논문 일부를 이유로 신 후보자를 매파로 분류했던 주장이 빈약했다고 꼬집었다. 신 후보자가 최근 에너지값 상승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한 점도 언급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 경제상황과 지금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환율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를 신임 총재도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레벨만 놓고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고, 당국자들은 '문제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외환 보유액과 민간 금융기관 외환 사정으로 볼때 달러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위기 수준이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봤나'는 질문에 “아직 뵙지 못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통과하면 다음달 21일 취임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신상진 성남시장 “국가 재난 선포 필요” 강조...시, 중동 위기 대응 비상경제대책 가동

성남=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성남시가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물류 불안, 환율 변동 등 대외 경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제대책을 본격 가동한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31일 오전 성남시청 모란관에서 '중동사태 대응 민생안정을 위한 비상경제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 사태로 인한 서민 경제 부담을 완화하고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국가 재난 선포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시장은 회견에서 “정부가 현 상황을 국가적 경제위기로 판단해 재난을 선포할 경우 성남시는 관련 법률에 따라 41만 전 가구에 가구당 10만 원씩 총 41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해 즉각 지원하겠다"며 “이미 관련 사전 준비를 마친 만큼 중앙정부 판단에 맞춰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월 250억 원이던 발행 규모를 300억원으로 늘리고 할인율도 8%에서 10%로 상향한다. 개인 구매 한도 역시 월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해 지역 내 소비 촉진과 자금 순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 13일부터 비상경제대응 전담조직(TF)을 운영하고 있으며 30일에는 전 실·국과 산하기관이 참여한 긴급회의를 열어 국제유가와 환율 동향, 지역 물가 상황, 기업과 소상공인 피해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소상공인 지원도 강화해 시는 하반기 예정이던 특례보증 12억원을 내달 중 조기 집행하고 5억원을 추가 편성해 총 5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19 당시 시행했던 공유재산 임대료 및 관리비 60% 감면 정책을 공설시장 입점 소상공인 1100여명을 대상으로 올해까지 유지하고 83개소 5100여 명 규모의 민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매장 환경 개선과 안전·위생 강화 등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희망팩 사업도 기존 2억8000만원에서 4억5500만원으로 확대해 경영 안정 지원을 강화한다. 이와함께 시는 기업지원대책도 추진해 중동 위기 대응 특별경영자금을 통해 피해 기업에 업체당 최대 5억원을 지원하고 2.0%포인트 이차보전을 적용해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상환 조건은 1년 거치 후 4년 분할상환 방식이다. 또 국제물류비 지원 대상 기준을 전년도 수출액 3000만 달러 이하 기업으로 확대해 기업당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고 수출보험료도 기업당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해 수출 리스크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에너지와 생활물가 관리도 병행한다. 시는 주유소 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가짜 석유 유통 및 가격 표시 위반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한다. 아울러 화물자동차 약 6000대에 대한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해 운수업계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민 생활 안정 대책도 마련했다. 시는 종량제봉투 물량을 최소 6개월분 확보하고 추가로 183만 장을 확보해 공급 차질에 대비하기로 했다. 신상진 시장은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그 영향이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물가와 에너지, 기업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시민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 시장은 그러면서 “에너지 위기는 행정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시민 여러분께서도 에너지 절약과 합리적 소비에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는 중동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비상경제대응 TF를 지속 운영하며 민생경제 영향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이슈&인사이트] 중동 패권 이란으로 넘어가나

나쁜 사람이 있듯이 나쁜 국가 지도자도 있다. 국제적으로 나쁜 국가 지도자는 무력을 사용하여 국제 평화를 깨뜨리고 자국의 국력을 약화시키는 사람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사회주의나 권위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 나쁜 지도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권좌에서 밀리면 정치생명이 끝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급습 이래 장기적인 전쟁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나아가 네타냐후는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였다. 이란의 암살 시도에 복수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한다.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은“이란은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며, 이 전쟁은 이스라엘 로비에 의한 것"이라 폭로하고 전격 사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피살됐지만 당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로 제시했던 이슬람 신정 체제가 무너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호전적인 혁명수비대가 권력의 중심축을 장악하고 만만치 않은 반격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고 미군 기지를 초토화시키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다. 피해가 커지고 전쟁 장기화에 초조해진 트럼프는 조속히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협상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란은 사과와 배상금 지불, 재발 방지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버티고 있다. 트럼프는 발전소를 쓸어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순순히 응하지 않자 병력을 증파하여 이란 원유 수출 전진기지인 하르그섬 등에 대해 공격할 태세를 보이고, 한편으로 발전소 공격 시한을 5일에서 또다시 10일간 연장하였다. 그런데,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깊숙이 위치해 있어 미군 함정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뚫고 진격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설령 점령한다 해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물론 대공포 공격도 쉽게 받게 되어 미군이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원유 가격이 치솟아 에너지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들에게 유조선 호위 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동맹국들은 군사 지원에 선을 그었다. 대신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군사 자산 지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빠지면서 원칙적 입장을 밝힌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안전 통과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 검토에 착수하여 '테헤란 톨게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도 통제하고 돈도 버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 된다. 이에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거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란은 “비적대적(nonhostile) 선박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일본은 이란과 접촉하여 원유 선박 운항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데, 어쩔 수 없이 이란의 갈라치기에 순응하는 모양새다. 물론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26척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묶어 있는 우리나라도 시급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주한 이란대사가 “한국은 비적대국가에 들어간다"고 하였지만, 미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미국 자본이 투자된 페르시아만 유전 및 에너지 시설을 이용하는 한국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격을 당한 이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술책에 말려들어 트럼프가 벌집을 들쑤신 결과는 심각하다. 이제 후티 반군도 가세하여 벌떼들의 반격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 미군이 떠나면 다시 중동에 와서 이란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요 에너지 운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주도권이 완전히 이란으로 넘어가게 되고 중동 패권도 이란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두 나쁜 지도자가 만든 업보다. 이강국

한국식품진흥원, 중동발 포장재 수급 위기 대응...‘탈 나프타 포장재’ 정보 제공 나서

익산=에너지경제신문 홍문수 기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최근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나프타 수급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식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탈나프타 포장재 정보'를 제공한다고 30일 밝혔다. 식품기업에서 사용하는 과자라면 포장지, 음료 용기 등 대부분의 포장재는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합성수지에 기반하고 있어 원료 수급 불안에 취약한 구조다. 최근 중동 사태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포장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중소 식품기업은 포장재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 전반에서 대체 소재 확보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식품진흥원은 나프타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포장재 정보를 정리한 카드뉴스를 제작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에 나섰다. 해당 카드뉴스에는 종이, 금속, 유리, 가공셀룰로스 등 식품용으로 사용 가능한 주요 대체 재질과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아울러 식품진흥원은 탈나프타 포장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관련 기업 리스트를 구축해 식품기업과의 연계를 지원하고, 추후 식품 유형별 사례를 발굴·정리해 보다 구체적인 활용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식품진흥원은 단순한 대체 소재 안내를 넘어, 유럽 수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활용성, 재사용성 등 지속가능 포장 전환을 위한 기술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이번 지원은 단기적인 수급 위기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한 포장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식품기업이 글로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문수 기자 gkje725@ekn.kr

정부, 내달 1일 위기경보 ‘경계’ 상향 검토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일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경계'로 격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급 차질이 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기 경보가 3단계로 격상되면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내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위기 경보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모레(4월 1일) 열리는 5차 자원안보협의회에서 경계로 상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안도 추가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자원안보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총 4단계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 생활 및 국가 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위기 경보 격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29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위기의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국제 유가가 지금은 배럴당 100∼110달러 왔다 갔다 하는데 120∼130달러 간다든지, 여러 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3단계인 경계 정도로 올라가야 한다"며 “3단계가 되면 원유 시장 가격은 훨씬 많이 올라갈 것이고 그쯤 되면 소비도 줄여야 하고, 민간에도 차량 5부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 선언으로 홍해도 봉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원유 대체 수송로였던 홍해까지 막히면 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12%가 통과하는 항로다. 홍해 봉쇄로 유가 상승과 함께 나프타 수급 차질도 장기화할 될 수 있다. 국제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홍해 봉쇄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는 현재 1000만배럴에서 170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전(한국시간)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2% 올라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배럴당 102.03달러로 전장보다 2.4%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 27일 각각 4.2%, 5.5% 상승한데 이어 주말 동안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위기 경보를 다시 3단계로 격상하는 안을 검토 중인 데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경우 사실상 중동산 원유 유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상황이 보다 심각해지면 해상·항공 운임 급등도 불가피해 수출기업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유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필요시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6일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통해 휘발유는 기존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한 상태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5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유가가 급등하면 유류세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율의 법정 최고 한도는 37%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최대 폭 인하와 같은 수준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높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추가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차질도 대체국 물량 확보, 사용 분야의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에너지 위기에 대비, 원전 가동률도 높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위기경보가 격상되면 차량 5부제도 공공 부문에서 민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민간으로 확대되더라도 국민 불편을 고려해 자율 참여를 권고하되 의무 적용 여부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중동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조치와 관련해 “일반 국민들도 5부제를 하게 되면 불편함이 생기는 측면도 있기에 '경계' 단계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위로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공영 주차장부터 진입을 못 하든가 원천적으로 출입 및 통행을 제한한다든지 등은 추후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중동 외 나라로 원유 수입 대체선을 넓힐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민간으로 차량 5부제 확대도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 사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4조원 이상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경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날 중동전쟁 피해 기업 대상 10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신속 집행되도록 점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동전쟁 피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 규모를 7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상환을 유예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원유·가스, 광물·식량 등 품목별 금리 우대도 늘릴 예정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 시대에는 더 많은 실패가 더 큰 경쟁력이다

김한성 투비유니콘 최고철학책임자(CPO) 2025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에서, 한국은 지식 축적과 R&D, 특허 경쟁력에서 세계 최상위에 올랐지만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전년 대비 57.7%나 급감했다. 원인은 단순하다: 투자자들은 검증된 기업을 안전하다고 보고,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한다. 취업시장의 안정을 지향하고, 창업은 가계 대출 부담, 금융·제도 관행과 실패 시 사회적 낙인이 합쳐져 '위험한 선택'으로 몰아간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와 입시 시스템은 '틀리지 않는 답'을 정답으로 삼아 학생들을 그렇게 훈련시킨다. 수능·등급 중심의 평가 체계는 창의적 탐구나 문제를 새로 설계하는 능력, 가설을 세워 검증하는 과정 같은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거나 보상하지 않는다. 최근의 “AI 의존을 줄여라"는 정책 방향은 일리가 있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왜 우리는 여전히 '정답' 중심의 평가 방식을 유지하는가. 기업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회사가 AI를 도입했지만 그것은 주로 기존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 사업을 시도하거나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실험은 드물다. 실패했을 때 개인과 조직에 돌아가는 책임이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실패가 임원과 실무자에게 '연좌제'처럼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실패로 얻은 데이터와 교훈은 조직의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리스크가 큰 실험은 예산 심사에서 걸러지고 조직에는 관성만 남는다. 국가 차원에서도 양상이 비슷하다. 대규모 지원 정책과 펀드는 발표되지만, 실패 이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제도 개선은 더디다. R&D 예산이 늘어도, 실패한 창업가가 다시 금융시장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우면 자금은 '안전한' 쪽으로만 흐른다. 단순히 돈을 푸는 것과,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개인·교육·기업·국가가 한 방향으로 수렴하면서 '틀리지 말자, 실패하지 말자'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 선택이 비도덕적이거나 잘못된 개인 탓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시대에는 이 격차가 더욱 뚜렷해진다. AI는 수천·수만 건의 실험을 병렬로 돌려 실패를 즉시 학습 자원으로 바꾸는 반면, 사람과 제도는 실패를 주로 비용과 리스크로만 계산해 시도와 재도전을 억제한다. 결국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얼마나 자주 시도하느냐'와 '얼마나 빨리 실패에서 배우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 AI는 반복 실험으로 앞서가고, 우리가 시도를 줄일수록 뒤처질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네 가지 제안을 제시한다. 첫째, 실패 뒤의 경로를 바꿔야 한다. 파산이나 부실 이력이 재도전을 막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신용회복 프로그램과 재창업 전용 펀드, 재도전 보조금을 마련해 재입금·재투자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실패 경험을 공적 학습으로 인정해 재창업 시 금융·세제 우대나 보증 완화로 연결하면, 실패는 낙인이 아니라 재기의 자산으로 바뀐다. 둘째, 교육의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수능·등급 중심 평가는 정답 맞히기만 보상한다. 이제는 좋은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워 실험으로 검증하며, 팀으로 프로젝트를 설계·운영하는 능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 고교·대학 입시와 기업 채용에 포트폴리오·프로젝트 기반 평가를 확대하고, 교육과정에 실험형 과제와 문제설계 수업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하면 AI 시대에 '질문을 잘 만드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셋째, 기업은 '실험 비용'을 공식 비용으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시도를 성공 여부로만 평가하면 위험한 실험은 사라진다. 실패한 프로젝트가 남긴 데이터·가설 실패 기록·실험 설계서를 조직의 자산으로 등록하고, 이를 인사·성과평가에 반영하라. 내부 회계·예산 배분과 인사 규정을 바꿔 실패로 얻은 학습이 다음 시도에 실질적으로 재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실패한 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실험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정책은 단순한 예산 숫자를 넘어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핵심은 투입액이 아니라 그 자금이 얼마나 많은 독립적 실험을 촉발하느냐다.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과 유연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만 투자가 의미를 갖는다. 초기기업 지원의 성과를 '성공률'로만 따지지 말고, 실험 반복 횟수와 실패에서 얻은 학습이 다른 프로젝트로 얼마나 전이됐는지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 마지막으로 문화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실패를 개인의 치욕으로 규정하지 말고 조직과 제도의 학습 과정으로 바꿔야 한다. 미디어·교육·기업 리더들이 성공 신화만 강조하면 사람들은 안전한 답만 택해 도전은 줄어든다; 반대로 실패와 재도전을 공개적 학습으로 인정하면 도전은 확산된다. 우리가 진짜 두려운 것이 실패 자체인지, 아니면 실패 뒤에 다시 설 수 없게 만드는 구조인지 묻지 못하면 어떤 정책이나 기술도 실질적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미래는 기술 축적뿐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선택·활용할지를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실험을 빠르게 학습으로 바꾸는 시대에는 실패를 금기가 아니라 재도전과 학습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제도적·문화적 조치가 필수다. 정답만 강요하면 질문과 실험은 사라지고, 실패에서 얻은 값진 우리의 경험은 활용되지 못한다. bienns@ekn.kr

8만명 몰린 공주 인절미축제…왕도심 상권 매출 16억원 넘겼다

공주=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공주시의 봄 대표 축제인 '2026 사백년 공주 인절미축제'가 이틀간 약 8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흥행 속에 막을 내렸다. 공주시는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산성시장과 공산성 일원 등 왕도심에서 열린 이번 축제가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는 약 400년의 유래를 지닌 공주 인절미를 앞세워 기획됐다. 산성시장과 공산성, 문화공원 등을 연결하는 도심형 이동 축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관람객 체류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상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 축제 기간 이틀 동안 산성시장과 공산성 일대 상권에서는 16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수행사 측 기준이다. 여기에 상인회와 지역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력 방식이 더해지면서 축제장 전반에 활기가 이어졌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인절미 만들기와 떡메치기 체험, 인절미 올림픽, 전통놀이 체험, 디저트 경연대회, 노래 경연대회, 대학생 페스티벌 등 세대별 맞춤형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었다. 총 60여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젊은 층 참여도 함께 이끌어냈다. 특히 축제장 3개 구간을 순회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은 방문객의 이동을 유도해 특정 구간에 머무르지 않고 상권 전반으로 소비가 퍼지도록 설계됐다. 도심 전체를 무대로 삼은 체류형 축제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라바'와 협업한 포토존과 체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전통 먹거리 축제에 현대적 요소를 접목한 시도가 가족 단위 방문객 유입 확대에 힘을 보탠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공주 인절미는 조선 인조가 이괄의 난 당시 공주로 피난했을 때 처음 진상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주시는 이 같은 역사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인절미를 지역 대표 관광 콘텐츠로 키우고 있다. 최원철 시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많은 방문객이 공주를 찾았고 지역 상권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이슈&인사이트] 이란 전쟁 평가와 전망

이란 전쟁이 벌써 한달이 넘었다. 이 전쟁의 여파로 국제사회 안보 위기가 확산하고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 지상군 투입 등 확전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위기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현재 이란 전쟁과 관련해 국내나 국제사회에 너무나 많은 루머와 논란, 잘못된 예측과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전쟁이 발생한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현재 가장 큰 논란은 과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명분이 있냐는 것이다. 충분히 있다. 1979년 과격 시야파 무슬림이 종교 혁명을 일으켜 이슬람 신정국가를 건설한 후 이란은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꾸준히 전쟁 위기를 조성하고 무력을 사용한 갈등을 공격적으로 수출해 왔다. 이란은 미국, 이스라엘 등 서방 국가에는 테러를 확산했다. 수니파가 다수인 사우디아라비아, UAE 같은 주변 국가에 시야 이슬람 극단주의를 전파하고 이들 왕국의 정권 전복을 시도했다. 지난 수십 년간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일삼아 온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강력한 국제사회 제재에도 불구하고 곧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란은 핵 협상에 참여는 했지만, 시간을 끌면서 합의 도출은 회피했다. 과거 북한이 핵 보유를 위해 취했던 기만전술과 유사한 행동이다. 북한은 결국 핵무장에 성공했다. 이란도 북한식으로 핵무장에 성공하고 싶어 한다. 이란의 핵 보유는 정말 위협적인가. 그렇다. 이번에도 개전 이후 적과 친구, 이웃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공격하여 확전을 유도하는 것을 보면, 만약 이란이 핵무기 보유했다면 서슴지 않고 사용했을 것이란 의심이 든다. 핵을 보유한 이란은 고슴도치같이 웅크리고 생존에만 급급한 북한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만약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핵 의지를 뿌리 뽑지 못해 기어코 핵 보유를 방치하면 이란은 이스라엘이나 중동 이웃 국가에 핵 공갈로 협박하며 이란판 극단적 이슬람 전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란은 천적인 이스라엘의 절멸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이스라엘이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해 보복에 나서며 중동과 주변 지역이 불지옥이 될 수 있다. 이번 전쟁의 결심이 어려웠지만, 전쟁 목표인 이란 핵 능력 제거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 시작한 게 아니라, 이란이 이미 오래전에 먼저 시작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이란의 극단주의 정권을 교체한다면 중동 지역에 안정을 가져오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렇게 명분과 이유가 있는 전쟁을 하지만, 왜 미국이 동맹국과 국제사회에 비난받는 걸까. 이는 트럼프 정권의 속성과 특징 때문이다. 트럼프와 마가(MAGA)의 미국은 무엇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신봉한다. 이들은 국제사회보다는 미국 내 여론이 더 중요하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에 대한 희생보다 오히려 동맹국들이 미국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메시지 전달 방법이나 하는 행동이 매우 즉흥적이고 세련되지 못하며 악의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과연 전쟁은 조기에 종결될까. 아닐 확률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미 만 4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란 전쟁도 진행되면서 현재와 같은 고강도 교전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공중 폭격이나 해양 차단 등 중저강도 공격이 간헐적으로 진행되며 장기화할 것이다. 미국이 전쟁 승리와 종결을 선언해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이란의 힘이 다 빠져 더 저항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되는 '영원한 전쟁'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50년 가까운 세월을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해왔고,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는 한 계속 저항할 것이다. 전쟁은 시작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끝내기는 어렵다. 이번 베네수엘라 마두로 참수 공격은 전쟁이라고 볼 수 없다. 1994년 한국의 김영삼 정권이 미국의 북폭 계획을 막고,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이 북한에 보복하려던 계획을 미국의 설득으로 포기한 이유도 한번 시작한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가 큰 경제적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이번 전쟁의 신속한 종결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란이 전쟁을 확대하고 장기화하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피해를 당한 미국을 다시 수렁에 빠뜨리려고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란은 전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온갖 모험을 하고 있다. 주도권을 쥐면 전쟁의 서사를 조종·통제하기 때문에 나쁜 국내외 비난 여론에 취약한 미국의 의지를 약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주도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미국의 냉정한 계산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상호

중동사태·노조리스크 ‘내우외환’…재계 ‘비상경영’ 전환

미국과 이스라일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발 글로벌 에너지 및 공급망 위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말 한마디에 더 큰 혼란과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탓에 국제유가 상승, 원유 수급 차질에다 원-달러 환율 급등 등 '복합 악재' 불똥을 맞은 국내 주요기업들은 중동사태의 단기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자 하나 둘씩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영업전략 전면 수정에 나섰다. 올해부터 생산감축 중심의 산업 구조개편을 감수해야 하는 석유화학업계도 원유 수급 차질로 일부 가동 중단에 돌입했고, 그에 따른 수익 저하로 구조조정 행보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항공업계의 경우, 티웨이항공이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5일 잇달아 사내 공지를 통해 비상경영체제를 공식화했다. 티웨이항공은 투자 계획과 비용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불요불급한 지출과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 조정 또는 집행 보류에 나설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재무 건전성 안정화를 위해 비용 절감 과제를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도 오는 4월부터 일부 노선에 여객기를 띄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유류할증료로 운임 부담을 상쇄하기에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고객들의 가격 저항이 높아 이를 티켓 가격으로 고스란히 반영하기도 힘든 형국이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베트남을 비롯한 현지 항공유 공급사들이 우리나라 국적기에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항공유는 휘발유·경유 등 다른 정유 제품보다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변질 위험이 큰 특징이 있다. 장기 비축이 어려워 갑작스러운 유가 급등에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쪽도 사정이 나쁘기는 매한가지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시행 중인 상황에서 국제유가 공급 감소와 국제유가 상승, 그에 따른 석유제품 원료 가격 동반급등이라는 복병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화업계에 따르면, 석유산업 기초원료인 나프타(납사)가 중동 산유국의 정유시설 피습으로 일부 불가항력 공급중단 사태에 빠지면서 국내에도 수급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나프타 부족 현상으로 이미 시중에서 종량제 봉투 사재기 등 소비자 불안으로 나타나자 급기야 정부는 국내 나프타의 수출을 금지하고 기존 수출 예정물량도 국내 수요처로 우선 배정하는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쪽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면 헬륨 등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공격하면서 가스와 함께 추출되는 헬륨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어 반도체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듯 미-이란 전쟁과 중동발 원유 수급 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내실경영 강화에 나선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자체적인 에너지 절감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 계열사 사업장에 고지했다. 중동사태 이후 유가 급등으로 이동·물류비 같은 비용 부담이 커지자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모든 사업장에서 차량 10부제를 실시하고 미사용 조명은 소등하기로 했다. SK·현대차·롯데그룹은 이보다 강력한 차량 5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자동 소등 시스템 등을 적용해 불필요한 전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통·식품사도 내실 경영에 돌입하며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근접하면서 원료 및 포장비닐 수급 차질, 그에 따른 구매비용 증가에 직면했지만 정부의 소비자물가 규제로 판매가격 인상이 사실상 막히면서 자체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유통식품사들은 중동사태가 길어질 경우 국민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이같은 중동사태라는 외부적 변수 외에도 일부 대기업들은 '노조 리스크'라는 국내 변수에도 골치를 앓고 있다. 가장 우려를 낳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로,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나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회사가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 실적에 따라 성과급 지출액이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액(37조 7404억원)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사태로 인한 원료 수급 문제까지 더해질 경우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 규모는 10조원대를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밖에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도 기업에 압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대기업들로선 벌써부터 올해 단체협상을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현대제철, 한화오션, 포스코 등 하청 노조들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마자 원청에 교섭을 일제히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국내 기업들은 미-이란 전쟁의 대형 돌발 악재와 국내 노조 리스크 등 '내우외환'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청소년 SNS 중독’ 문제 심각…전세계 주요국 ‘규제 카드’ 꺼낸다

청소년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 주요국들이 '규제 카드'를 연이어 꺼내들고 있다. 일정 연령 이하의 이용 자체를 막는 방안부터 부모 동의 없이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날부터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고위험 SNS 사용을 차단하기로 했다.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엑스(X), 로블록스 등이 포함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들 서비스를 음란물, 사이버 괴롭힘, 온라인 사기·중독에 노출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8000만명이다. 규제 대상 인원은 7000만여명이다. 미성년자의 SNS 이용 자체를 금지한 것은 인도네시아가 호주에 이어 두 번째다. 호주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와 비슷한 제도를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부모가 동의하더라도 만 16세 미만 사용자는 SNS를 이용할 수 없다. 호주는 청소년이 X나 틱톡 등 계정을 만들면 해당 플랫폼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택했다. 벌금은 최대 490만호주달러(약 473억원)까지 낼 수 있다. 플랫폼에 자정 노력을 기울이도록 강제한 셈이다. 법안 시행 이후 한 달여 만에 메타는 현지에서 계정 55만개를 스스로 폐쇄했다. 호주가 행동에 나서자 유럽 주요국들도 미성년자 SNS 이용 금지 정책을 만들겠다고 공식화했다. 독일, 체코, 덴마크,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이 관련 규제를 시행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캐나다와 말레이시아 등도 차단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는 정부 또는 국가 리더가 '규제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구체적인 시행 방침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브라질의 경우 17일부터 '소셜 미디어 이용규제법'이 시행됐다. 청소년은 반드시 자신의 계정과 법적 보호자의 계정을 연동해야 하는 게 골자다. SNS를 운영하는 빅테크들 입장에서는 '사법 리스크'도 생겼다. 미국에서 SNS가 청소년의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됐다고 인정한 법원 판단이 지난 26일 처음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에 손해배상금 총 600만달러(약 91억원)를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확정되면 전체 배상금 중 70%는 메타가, 30%는 구글이 내게 된다.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이나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청소년 사용자를 중독시킬 수 있도록 제작돼 정신적 피해를 일으켰다는 게 배심원단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성년자 SNS 과몰입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최근에는 경남 창원시 한 모텔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10대 피해자가 SNS를 통해 피의자와 알게 된 것으로 파악돼 '청소년 SNS 이용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은 아직 청소년 SNS 사용 제한이나 차단과 같은 규제의 밑그림은 그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조속히 시작해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경우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6주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미성년자라 해도 SNS를 이용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마이클 오플래허티 유럽평의회 인권위원장은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온라인 유해 콘텐츠라는 저주를 풀 다른 방도가 있다"며 “(SNS 규제는) 비례적이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는 개인 소신을 밝혔다. 유럽평의회는 유럽의 인권기구다.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기준 국내 10대 이하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플랫폼은 유튜브로 집계됐다. 월별 1인당 평균 이용 시간을 모두 합하면 약 3만2652분에 달했다. 하루 평균 1인당 1시간38분씩 본 셈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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