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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종전 안 믿는다”…월가서 떠오른 ‘나초 트레이드’ [머니+]

월가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트레이드'에 이어 최근에는 미·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한 새로운 시장 전략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의 이른바 '나초(NACHO·Not A Chance Hormuz Opens) 트레이드'가 최근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 타결과 함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에도 시장은 이를 더 이상 낙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토로의 자비에르 웡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시장이 단기간 내 중동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 국면에서는 휴전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갈등이 곧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번번이 빗나갔다"며 “나초 트레이드는 이제 고유가를 단기 충격이 아니라 현재 시장 환경 자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웡 애널리스트는 또 “단순히 국제유가뿐 아니라 보험시장도 중요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부과되는 전쟁 보험료가 지난 3월 선박 선체 가치의 약 2.5% 수준까지 치솟았다"며 “전쟁 이전 약 0.1% 수준과 비교하면 급등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험사들은 현재 상황을 단기간 내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보험료는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대비 약 8배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나초 트레이드가 원유·해운·인플레이션 헤지·채권시장 전반의 포지셔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투자자들이 호르무즈 해협 차질을 일시적 지정학 리스크가 아니라 장기적인 거시경제 변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타코 트레이드'와 '나초 트레이드'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높은 에너지 가격에도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트레이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시장이 여전히 협상을 통한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가시적인 종전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제유가 100달러대가 향후 1~3개월 동안 뉴노멀이 된다면 금 가격은 온스당 5000달러 부근에서 상승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반대로 협상 타결과 해협 재개방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하락할 경우 금 가격은 5500달러선 재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바실레이오스 그키오나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충격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전반적으로 질서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채권시장은 에너지 충격 장기화 가능성을 점차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수익률곡선 평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보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원유·해상보험·채권시장 일부는 이미 나초 트레이드를 반영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을 포함한 위험자산은 여전히 낙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웡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은 결국 다시 열리겠지만 그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앞으로의 과정은 상당히 혼란스럽겠지만 시장은 이제 이런 상황을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감이 커지던 와중에도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시 교전을 이어갔다. 대(對)이란 전쟁을 총괄 지휘해온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7일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가운데, 미군은 이란의 이유없는 공격을 저지하고 자위 차원 공격으로 반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내용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상반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날 ABC뉴스 인터뷰에서 “휴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미군의 공격을 두고 “단지 가볍게 툭 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트루스소셜에는 “그들(이란)이 빨리 (종전) 합의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국제유가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6달러선까지 내려갔지만 8일 한국시간 오후 5시 49분 기준 배럴당 101.17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반등했다. 국제유가는 이번 주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 4일에는 미국의 '해방 프로젝트' 시행 첫날부터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았다는 소식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15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 기대감을 내비치자 유가는 빠르게 하락 전환했지만 여전히 100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맥스 레이턴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란이 실제로 합의에 나설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합의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국제유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미국과의 합의에 진정성 있게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출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 더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달 말 재개방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반면 해협 봉쇄가 6월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씨티그룹은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기료·먹거리 다 오른다”…엘니뇨發 물가 쇼크 오나 [이슈+]

아시아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이어 또 다른 인플레이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폭염과 가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식료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동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강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충격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이 폭염까지 겹치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은 이미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운송·물류·유틸리티 비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한국의 경우에도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2.6% 상승해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물가 압박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엘니뇨로 인해 건조한 날씨와 고온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은 식료품이 소비자물가의 약 40~50%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충격과 실질소득 감소에 매우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기후 요인 중 하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기후 업데이트를 통해 해수면 온도가 크게 올라 올해 5~7월 사이 강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아담 아마드 삼딘은 “올해 아시아 지역의 식품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비료 시장 공급 차질, 기후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향후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각국 정부가 자국 내 식량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설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일부 국가의 이상기후 여파가 겹쳤던 2022~2023년에도 여러 국가들이 식량 수출 제한에 나선 바 있다. 다른 경제학자들도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한 비료 가격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식료품 가격 상승 압박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까지 물가 상승률이 최대 4%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올해 아시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아시아 채권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아시아 신흥국 8개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80bp(1bp=0.0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필리핀이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필리핀의 인플레이션율은 7.2%로 엘니뇨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시장 예상치(5.6~6.4%)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5%로 결정했다. 이는 약 2년 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필리핀 중앙은행이 임시 회의를 열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 또한 4월 인플레이션율이 11%를 웃돌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0.5%에서 11.5%로 100bp 대폭 인상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61%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향후 강한 엘니뇨가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와 베트남, 중국 일부 지역 역시 엘니뇨 영향으로 수력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석탄과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아시아 국가들은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중심의 소비 구조와 다양한 소비 항목이 식품·에너지 가격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 역시 인플레이션 압박을 점점 무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식품 가격 상승이 물가를 더욱 끈적하게 만들고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분석했다. 일본의 쌀 가격은 지난 3월 상승폭이 다소 둔화됐음에도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6.8%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엘니뇨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인 오는 6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역시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다. 아나하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쿼타롤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물가 상승에 비해 뒤처지는 '비하인드 더 커브'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ING의 강민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로선 5월보다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크다"며 “올 하반기 기준금리가 총 50bp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 정도일 줄은”...해외 IB, 한국 성장률 줄줄이 올렸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예상보다 강했던 1분기 성장률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빠르게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와 물가 상승 압력은 변수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JP모건·골드만삭스·씨티·HSBC 등 해외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 4월 말 기준 2.4%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평균치(2.1%)보다 한 달 만에 0.3%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IB들은 이미 올해 초부터 한국은행(1.8%)과 정부(2.0%) 전망치를 웃도는 성장률 전망을 내놨지만, 1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전망치를 추가로 상향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상치를 크게 웃돈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분위기를 바꿨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가 전분기 대비 1.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 예상치와 한은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회복 흐름에 더해 수출 증가세가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공격적으로 전망치를 높인 곳은 JP모건이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3.0%로 0.8%p 상향 조정했다. 씨티 역시 2.2%에서 2.9%로 전망치를 높였고, 골드만삭스는 1.9%에서 2.5%로 수정했다. 바클리는 2.0%에서 2.4%로, 노무라는 2.3%에서 2.4%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HSBC는 1.9%, UBS는 2.2%를 유지했다. IB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등이 메모리 반도체 수출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수출 경기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9.8% 급증했다. 대외 건전성 지표도 뚜렷하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상품수지 흑자 역시 350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은 943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6.9%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양호한 수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경상수지는 4월 이후에도 양호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수출 호조와 중동 정세 전개 상황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부담은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갈등 장기화로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면서 해외 IB들의 물가 전망치도 함께 올라갔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월 말 평균 2.4%에서 4월 말 2.5%로 높아졌고, 내년 전망치 역시 2.0%에서 2.1%로 상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소폭 개선됐다. IB 8곳의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2.1%로, 전달보다 0.1%p 올랐다. 씨티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4%로 높였고, JP모건도 1.9%에서 2.5%로 상향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기존 1.9%에서 1.7%로 낮추며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일부 반영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반도체가 다 했다”...경상수지 54조 흑자 ‘사상 최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상품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된 데다 여행수지까지 흑자로 돌아서며 대외 거래 전반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54조4000억원 규모다. 월간 기준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 2월(231억9000만달러)을 크게 웃돌았으며 흑자 행진도 35개월째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737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8배 확대된 수준이다. 이번 흑자 확대는 상품수지가 사실상 견인했다. 3월 상품수지 흑자는 350억7000만달러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 규모를 새로 썼다. 같은 기간 수출은 943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6.9% 늘어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IT 품목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9.8% 급증했고, 컴퓨터 주변기기도 167.5% 늘었다. 무선통신기기(13.1%), 석유제품(69.2%), 화공품(9.1%) 등도 증가 흐름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와 중국향 수출 확대가 두드러졌다. 동남아 수출은 68.0%, 중국은 64.9% 증가했고 미국(47.3%), 일본(28.5%) 역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중동 지역 수출은 49.1% 감소했다. 수입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3월 수입은 592억4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7.4% 늘었다. 정보통신기기와 수송장비,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자본재 수입이 23.6% 증가했고, 원자재 수입 역시 화공품 수요 확대 영향으로 6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여행수지는 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BTS 공연 등의 영향으로 입국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3월 입국자 수가 처음 200만명을 넘었는데 현재로서는 입국자 수 증가세가 단발적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확대됐다. 배당수입 증가 영향으로 2월 24억8000만달러였던 흑자 규모는 3월 35억8000만달러까지 커졌다. 배당소득수지 흑자 역시 27억달러로 증가했다. 다만 외국인 자금 흐름에는 변동성이 나타났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40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가운데 주식 투자 감소 폭은 293억3000만달러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컸다. 중동 리스크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겹친 영향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김 국장은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4월 교역에 일부 영향을 주긴 했지만 전체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에도 경상수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반도체 수출 흐름과 중동 정세 전개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트럼프 ‘글로벌 관세 10%’도 무효 판결…관세 정책 잇따라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글로벌 관세 10%'에 대해 미국 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렸다.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모든 교역국에 부과한 글로벌 관세 10%가 위법하다며 2대 1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 다수 의견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의 근거로 제시한 국제수지 문제와 무역적자를 사실상 동일 개념처럼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국제수지 적자와 무역적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인데도 행정부가 이를 혼동해 무역법 122조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수입업체들에 대해 10% 글로벌 관세를 적용할 수 없도록 영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이미 납부한 관세도 이자와 함께 환급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명령했다. 다만 이번 판결의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이 소송을 제기한 2개 기업과 워싱턴주에만 해당한다고 전했다. 오리건주 등 20여개 주(州)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워싱턴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 정부들에 대해 원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대부분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들 주 정부가 직접적인 수입업자가 아니며,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점만으로는 법적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전국적으로 효력을 갖는 '보편적 금지 명령'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최대 150일 동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글로벌 10% 관세를 새로 도입했다. 이번 판결은 1심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종적으로 패소할 경우 이미 거둬들인 관세를 반환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글로벌 10% 관세를 통해 약 80억달러를 징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판결의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관세는 오는 7월 만료될 예정이며, 행정부는 이후 다른 관세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법원이 보편적 금지 명령을 거부한 만큼 모든 수입업자가 즉각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강제노동 및 과잉생산 문제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는 향후 이를 근거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해당 조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7월 전까지는 글로벌 10% 관세가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해왔다. 다만 이번 판결로 다음 주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잇따라 제한되면서 대중 압박 카드 역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5차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물가 부담·민생 안정 고려”

정부가 5차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하기로 했다. 3차 때부터 세 차례 동결이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유지된다. 5차 최고가격은 8일 0시부터 2주 간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최고가격제 취지에 맞게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고려해 이번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27일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통해 1차 때(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이후 3차부터 5차까지 동결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유가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에 6일(현지 시간) 치솟던 국제유가는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1.27달러로 전장보다 7.83%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95.08달러로 전장보다 7.03% 내려갔다. 산업부는 그동안 4차례 최고가격 지정 과정에서 국제유가 인상분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해 누적 인상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돼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 국내 주유소 가격은 국제유가 기준으로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돼 당분간 오른 기름값이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상승세가 확대된 소비자물가 흐름에 따라 가격 안정에 중점을 둔 것도 이번 동결 결정에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석유류가 22% 가까이 뛴 4월 소비자물가는 2.6% 상승했다. 2024년 7월(2.6%)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9% 상승했다. 휘발유(21.1%), 경유(30.8%), 등유(18.7%) 등이 모두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물류비 등 서비스와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 운전자, 택배기사, 농·어업인 등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는 점을 각별히 고려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란 전쟁에 돈방석”…英 석유공룡 셸, 고유가에 1분기 호실적

영국 석유공룡 셸이 미국과 이란 전젱에 따른 고유가 영향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를 발표했다. CNBC에 따르면 셸은 7일(현지시간) 올 1분기 조정 기준 순이익이 69억20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 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61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셸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63억6000만달러도 상회했다. 셸의 지난해 같은 기간 조정 순이익은 55억8000만달러였으며, 직전 분기인 2025년 4분기에는 32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전례 없는 혼란을 겪는 분기였음에도 운영 성과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을 통해 견고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셸은 또 분기별 자사주 매입 규모를 기존 35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축소했다. 대신 배당금은 주당 0.3906달러로 5% 인상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중동 분쟁 이후 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실적 랠리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약 40%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석유기업 BP 역시 유가 상승 영향으로 1분기 순이익이 3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6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3억8000만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다만 셸의 순부채는 1분기 말 기준 52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기록한 457억달러 대비 증가한 수준이다. 퀼터 셰비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우리치오 카룰리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셸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뿐 아니라 내 개인적인 예상치도 웃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순부채가 이번 분기 증가한 점이 유일한 약점"이라며 “이는 주로 유동자본 효과 때문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재고 가치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정부, ‘수입 설탕’ 관세 낮춰 물가 관리…“4개월내 시장 풀어야”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관세를 낮춘 설탕의 시장 방출 기간을 최대 6개월에서 4개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관세가 낮아진 수입물품을 창고에 쌓아두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판매를 미루는 부당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할당관세 개선방안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할당관세란 물가를 낮추고, 원활한 수급을 위해 일정 수입 물량에 대해 관세를 낮추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중동 전쟁 이후 환율과 유가 상승이 고물가로 이어지자 정부는 설탕, 수입산 과일 등 할당관세 대상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일부 수입업체 사이에서 보세구역에 물량을 장기간 보관하며 관세 인하 혜택만 받는 부당 행위가 발생했다. 수입 신고를 미루고, 시일이 지나 높은 가격에 판매하다 보니 시장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8월부터 할당관세 적용 품목인 설탕의 방출 의무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냉동 고등어도 수입 수산물 유통이력 관리 대상에 추가한다. 기존 냉동 '갈치·명태·오징어'와 냉장 오징어에서 5개 품목으로 늘려 수입 후 도매·가공·소매까지 모든 단계의 유통 경로 관리를 강화한다. 설탕의 시중 방출 의무 기간을 단축하고, 수입 수산물의 유통 경로 추적도 강화해 신속 유통을 도모하는 동시에 낮아진 관세 혜택이 물가 인하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관세법 개정을 통해 수입 제품의 보세구역 반입 후 가산세 부과 기준도 현행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공급이 시급한 경우에는 주무 부처 장관 요청에 따라 세관장이 화주 등에 대해 직접 반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할당관세 적용 제품이 시장에 보다 신속하게 유통돼 물가를 빠르게 안정화하고, 시장 공급 지연 등 부정행위 차단을 강화하기 위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연내 관세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 농축산물의 할당관세 적용 품목에 대해 수입·유통·판매 전 과정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통합 관리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이 같은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내 30명 규모의 할당관세 관리팀을 신설하는 방안을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 전쟁 이후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판매 기피 등 부정행위가 없도록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를 오는 7월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美·이란 종전 협상, 이번엔 타결될까…트럼프 “합의 안하면 폭격” 으름장 [이슈+]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새로운 합의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종전 협상이 이번에는 타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악시오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 종식과 향후 핵 협상 틀 마련을 위한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를 이란 측에 제시했다. 미국 당국자는 향후 24~48시간 안에 이란 측 답변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MOU에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일시 중단하고 미국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한편 동결된 이란 자금을 반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우선 MOU 체결을 통해 전쟁 종식과 협상의 큰 방향성을 제시한 뒤, 이후 30일간 세부 협상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과 관련해서는 12~15년 수준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은 20년, 이란은 5년을 각각 주장해왔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은 이후 단계에서 다뤄질 예정"이라며 “아직 어떤 사안도 최종 합의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 타결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그들은 매우 강하게 합의를 원하고 있다"며 “동의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동의하지 않더라도 결국 곧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는 “이란이 합의된 내용을 수용한다는 전제 아래 전설적인 군사작전인 '에픽 퓨리(Epic Fury)'는 종료될 것"이라며 “매우 효과적이었던 대이란 해상 봉쇄도 해제돼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개방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들(이란)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폭격이 시작될 것이며, 안타깝게도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과 강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과의 합의 시한과 관련해 “별도의 데드라인은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이 끝나는 오는 15일 전까지 합의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중국이 이란 전쟁 종식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전면 휴전과 협상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중국이 제시한 '4개 항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전까지 이란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종전 협상의 핵심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되면 시 주석은 '평화 중재자'라는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 측은 혼재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ISNA 통신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의 계획과 제안을 여전히 검토 중이며, 입장을 정리한 뒤 파키스탄 측 중재자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 대변인인 에브라힘 레자에이는 이번 제안에 대해 “미국의 희망사항 목록에 가깝고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종전 합의 가능성을 반영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선을 밑돌며 2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며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 위로 올라섰다. 전쟁 종식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도 강세를 보였고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GCI자산운용의 이케다 다카마사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 제안 내용 자체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면서도 “시장은 추가적인 군사 행동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가 배 몰고 사고 막는다…정부, 자율운항선박 데이터 구축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정부가 배가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운항선박'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인공지능(AI) 데이터 구축 사업에 본격 나섰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서울 LW컨벤션센터에서 '자율운항선박 AI 데이터플랫폼 사업 출범식'을 열고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자율운항선박은 AI가 선박 곳곳의 센서와 항해장비, 엔진 정보를 스스로 학습해 운항을 판단하는 차세대 선박이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충돌을 피하고, 가장 빠른 항로를 찾거나 고장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정부는 이런 기술의 핵심이 실제 바다에서 쌓이는 데이터에 있다고 보고, 올해부터 4년 동안 346억 원을 투입해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기로 했다. 실제 운항 중인 선박에서 나오는 정보를 표준화해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만들 계획이다. 사업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맡아 추진한다. 이날 행사에는 해운사와 조선사, 기자재 업체, AI 기업, 연구기관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데이터 공유와 선박 제공, 장비 지원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업 수행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항해와 조종, 엔진, 원격관제, 통신, 기상, 해상교통, 안전 분야 등에서 100여 종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정부는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소 조선사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형 데이터로 구축한다. 또 올해 추진 예정인 6000억 원 규모의 'AI 완전자율운항 기술개발 사업'과도 연계해 실증과 상용화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과 산업 확대, 전문 인력 양성, 국제표준 대응 전략 등을 담은 기본계획도 발표한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앞으로 자율운항선박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기업들이 데이터를 함께 모아 세계 최고 수준의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해운과 조선 산업이 디지털 전환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이번 사업이 우리나라 자율운항선박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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