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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좋아질 것”…트럼프·시진핑, ‘세기의 담판’ 시작

9년 만에 이뤄진 미국 현직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대면한 것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에서 만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두 정상이 베이징에서 만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였던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 사열과 대규모 환영 행사 속에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며 “서로가 성공하고 함께 번영하도록 도와야 하며, 새로운 시대에 강대국들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응해 세계에 더 많은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받은 환대에 감사를 표하며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이전 어느 때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며 “오늘 논의를 매우 고대하고 있다. 매우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함께 환상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 일정에 동행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미국 재계 인사들도 언급했다. 그는 “이들은 오늘 당신과 중국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무역과 사업 확대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 입장에서도 완전히 상호주의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관계는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여왔지만 긴장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갈등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역시 양국 간 핵심 갈등 사안으로 꼽힌다. 회담에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큰 정치적 도전이자 동시에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크고 강력한 국가이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이해관계와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도 존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논의 결과는 일정 종료 이후 공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무역과 관세, 대만 문제, 이란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에게 중국의 무역 장벽 완화를 요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탁월한 지도자인 시 주석에게 중국 시장을 더 개방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역량을 발휘해 중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이 국가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각각 약 300억달러 규모 제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회담에서 일부 긴장감도 드러났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잘 해결하면 양국 관계의 전만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다루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미중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의 독립과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공통분모"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 이후 베이징 톈탄(天壇·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 공원을 함께 참관하고, 저녁에는 국빈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15일에는 두 정상이 소규모 차담회와 오찬 회동 등을 이어가며 추가 협의를 진행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베이징을 떠날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8년만에 “후회” 바로잡은 트럼프…‘금리 인하’ 시험대 오른 워시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후회한다고 언급해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시대가 8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가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서다. 다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꿈틀거리는 만큼 워시가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의 기대와 연준의 독립성 사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13일(현지시간)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워시는 파월 현 의장의 임기 종료 직후 곧바로 연준 의장직을 맡게 된다. 오는 15일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은 연준 이사직 임기가 2년 남아 있어 당분간 연준에 잔류할 예정이다. 그는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과 관련한 미 법무부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 의장을 지낸 인물이 이후 다시 연준 이사로 남는 것은 약 80년 만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인준 표결이 극명한 당파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에서는 친(親)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의원만 유일하게 찬성 대열에 합류했다. 이같은 표 차는 연준 의장 인준 역사상 가장 근소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워시의 득표 수는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기록했던 찬성 56표보다도 적었다. 특히 당시 옐런 전 의장의 경우 공화당에서 찬성표가 11표 나왔고 반대표도 26표에 그쳐 워시보다 훨씬 적었다. 통상 미 상원은 연준 의장 인준에 초당적 지지를 보내왔다. CNBC에 따르면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전 의장은 각각 1979년, 1992년, 2006년 인준 당시 상원에서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다. 파월 의장 역시 2018년과 2022년 각각 찬성 84표(반대 3표), 찬성 80표(반대 19표)로 인준됐다. 그러나 이날 워시 인준 표결이 극명하게 갈린 배경에는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금리 인하 요구에 굴복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6년 연준 이사 인준 당시 워시를 지지했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마저 이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실제로 시장 최대 관심사는 워시가 정치적 압박으로부터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느냐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도 공개적으로 조롱을 이어가며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파월 의장이 대형 쓰레기통 안으로 떨어지는 이미지를 올린 뒤 “'투 레이트(너무 늦은)'는 미국의 재앙이다. 금리가 너무 높다"고 적었다. '투 레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에 충분히 호응하지 않은 파월 의장을 비난할 때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표현이다. 하지만 이란 전쟁 여파로 물가가 다시 치솟고 있다는 점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0%, 전월 대비 1.4% 상승해 2022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전년 대비 4.9%·전월 대비 0.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3.8% 올라 약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생산자물가까지 기록적으로 오르자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매물가로도 불리는 생산자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250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 입찰 금리는 5.046%로 결정됐다. 미국채 30년물 입찰 금리가 발행시장에서 5%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현재 올해 말 기준금리가 연 3.75~4.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28.2%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이 확률은 0.7% 수준에 불과했다. 워시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연준 통화정책은 “엄격하게 독립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에게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왔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워시가 취임 직후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택마저 후회하게 될지가 시장의 가장 큰 의문"이라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E칼럼] 다시 산유국이 된다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닫혀버린 호르무즈 해협으로 인해 3개월 가까이 석유가스 공급망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제품을 넘어 소부장산업에 까지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전체 에너지원의 30%를 석유가 24%를 천연가스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라별로 에너지원 독립의 수준에 따라 그 충격이 다를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이번의 중동사태를 겪으면서 자국의 에너지자원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라마다 에너지자원 보유 현황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그 처방도 각각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에는 비축유를 활용, 대체 도입선 확보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에너지전환을 통해 석유가스의 소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에너지 소비관성에 의해 현실적으로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자국의 에너지원 개발과 에너지전환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확장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신재생에너지만 확대하면 에너지자원 공급망이 해결될까? 한국은 현재 하루 28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여 석유제품을 50% 이상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효자 수출산업이다. 수출액은 원유수입액의 60% 수준에 달하고 있다. 최근의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 되어서야 석유의 소비가 정점이 도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만약에 2050 탄소중립까지 향후 25년 동안 지금과 유사한 양의 석유를 쓴다고 가정하면 에너지자원빈국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국내 비축과 도입선 다변화로 공급망을 제한적으로 안정화시키는 정책을 넘어 좀 더 적극적인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해외 자원개발과 국내 대륙붕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냥 묻지마 투자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한 경제성에 기반한 올바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10%인 자원개발률을 같은 자원 빈국인 일본과 유사한 수준인 40%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유사시에 에너지 공급망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해외에 소유한 광구는 20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보관료가 공짜인 천연 비축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어쩌면 궁극적인 에너지자원 독립과 안정적 공급망 완성은 국내 대륙붕 개발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산유국이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꾸준히 국내 대륙붕 탐사를 이어왔다. 아쉽게도 대왕고래가 정치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국내에서는 대륙붕 또는 시추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옳고 그름을 떠나 대왕고래가 국내 대륙붕 탐사계획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삼켜버렸다. 불확실성이 큰 자원개발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큰 자원개발분야를 과학적 기술적으로 접근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이 일로 공기업은 신뢰를 잃고 국내 대륙붕 개발은 동력을 상실하고 주져 앉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이 다시 산유국이 되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국내 도입 문제도 해결되고 국내 비축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내 연관 산업들도 동반성장할 수 있다. 더욱이 공급망 문제를 넘어 값싼 석유가스를 공급하여 국민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1석 5조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대륙붕 개발은 장기적 계획에 따라 뚜벅뚜벅 쉬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제대로 진행되어야 성패를 알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면 시도하지 못하고 시도하지 않으면 배우는 것도 얻는 것도 없다. bienns@ekn.kr

KDI, “반도체·내수 호조”…올해 성장 전망 1.9→2.5% 상향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2.5%로 올려잡았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고물가 등으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란 예상과 달랐다. KDI는 반도체 수출 호조, 내수 회복세가 전체 성장률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KDI는 13일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호황과 내수 확대로 성장세가 비교적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경기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성장률 상향 조정 이유로 중동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보다 반도체 수출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전 전망치보다 0.6%포인트(p) 상승에 반도체 기여도가 0.3%p 이상이란 게 KDI 설명이다. 민간소비는 소득 개선과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지원책 영향으로 올해 2.2%, 내년 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도 올해와 내년 각각 3.3%, 2.4%로 증가하며 내수 회복세를 예상했다. 부진했던 건설투자도 올해 0.1% 증가한 뒤 내년에는 1.1%로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액 급증에 따라 올해 2390억달러, 내년 2137억달러 등 역대 최대 수준의 흑자를 전망했다. 수출도 올해 4.6%, 내년 2.2% 증가를 예상했다. KDI의 올해 2.5% 성장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2%, 국제통화기금(IMF)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보다 높다. KDI는 내년 1.7% 성장을 전망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는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며 “만약 공급 능력이 빨리 확충될 수 있다면 수출이 더 많이 늘고 성장률이 말씀드린 것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삼전·하이닉스 주주들만 신났네”…칩플레이션 심화에 소비자들 울상 [이슈+]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자제품 가격 전반이 오르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AI가 반도체 업황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범용 부품에 가까웠던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을 좌우하는 핵심 병목 요소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가격 결정력이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막대한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자치 집계한 메모리 반도체 지수는 올해 들어 약 120% 폭등한 반면, 세계 가전업체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 상승률은 3% 수준에 그쳤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 대한 업계 우려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시즌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블룸버그가 1999년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발표 콘퍼런스콜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 관련 언급 횟수는 550회를 넘어섰다. 이는 과거 연간 언급 횟수를 이미 뛰어넘은 수준이다. 페퍼스톤그룹의 마이클 브라운 선임 리서치 전략가는 “메모리 공급난이 우려했던 것보다 더 심각할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더 장기화되고 있다는 부분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AI 수요가 계속 급증하는 만큼 현재 업계에서는 이 공급난이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부담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콘솔 게임기 '스위치2'를 제조하는 닌텐도가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연간 판매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자 주가는 지난 11일 하루에만 9% 가까이 급락했다. 닌텐도 주가는 올해 들어 30% 넘게 하락한 상태다. 닌텐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스위치2 판매 가격을 오는 9월 1일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각각 20%, 11% 인상될 예정이며 한국의 구체적인 인상 폭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경쟁사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각각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가격을 지난달 인상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와 일본 카메라 기업 캐논의 주가 역시 올해 들어 각각 20%, 10% 하락했다. IG인터내셔널의 파비앙 입 시장분석가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고통의 크기는 전체 원가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거나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며 “스마트폰과 콘솔 게임기 업체들이 가장 큰 리스크에 직면해 있고, PC 제조사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리스크는 중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메모리 업체들의 상황은 정반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8배 급증했다고 발표하자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주가도 실적 발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의 사이먼 우 한국 리서치 총괄은 “1분기 실적 시즌 이후에도 반도체 업황 모멘텀이 매우 강하다"며 “4월 기준 대만 메모리 관련 기업 매출은 급증했고, 한국 반도체 수출 역시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학습 단계를 넘어 실사용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도 확대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첨단 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관련 업체들에도 몰리고 있다. 실제로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는 낸드 가격 급등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 한 해에만 주가 상승률이 500%를 넘어섰다. 일본 키옥시아홀딩스 주가 역시 올해 들어 360% 넘게 급등했다. 반도체 업황 강세론자들은 AI 덕분에 반도체 산업이 기존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벗어나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낸드 가격은 작년 9월말 이후 지난달까지 700% 가까이 올랐고 D램 가격 역시 340% 상승했다. JP모건의 믹소 다스 전략가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중심 수요가 공급을 계속 초과하고 있고, 재고가 부족한 데다 HBM 공급 물량 상당수가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격과 판매량은 2027~2028년에도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취업자 증가폭 꺾였다…‘청년 고용률’ 금융위기 후 최장 하락

중동전쟁 여파가 고용시장을 덮치면서 4월 취업자 수 증가세가 16개월 만에 큰 폭으로 꺾였다. 유가 상승에 소비 심리도 얼어붙으며 운수·창고업, 도소매업 등 내수 관련 업종 고용 부진이 심화됐다. 청년 고용절벽도 지속되며 청년층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1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96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1월 10만명대에서 2~3월 20만명대까지 증가했다 지난 달 10만명 아래로 축소됐다. 증가폭만 보면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산업별로 보면 중동전쟁 여파가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상승에 운송비 부담이 커진 운수·창고업은 취업자가 1만8000명 늘어나는데 그쳐 전월(7만5000명)보다 증가세가 꺾였다. 내수와 연관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감소세도 이어졌다. 도소매업은 5만2000명 줄어 전달에 이어 2개월째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도 2만9000명 줄어 9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세를 보였다.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배달 등 차량 운행과 연관된 운수·창고업은 유가 상승, 수출입 물동량 감소 등의 영향이 있었다"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숙박·음식, 도소매업 등도 감소했고 전반적으로 중동 전쟁 여파로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부진은 청년층에게 더 가혹했다. 4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9만4000명 줄며 42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43.7%로 전년보다 1.6%포인트(p) 하락했는데 2025년 8월(1.6%p)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 2024년 5월부터 2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05년 9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1월까지 51개월 하락한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다. 4월 들어 실업자는 85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2000명(0.2%) 감소했다. 실업률은 2.9%로 전년 동월과 같았다. 정부는 내수 연관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 증가세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추가경정예산 사업으로 청년 등 일자리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일자리 전담반 회의를 열어 “중동전쟁 영향 장기화 등 하방 요인도 병존하고 있다"며 “5월 이후 고유가 피해지원금, 청년뉴딜 등 추경 사업 집행이 본격화되면 고용지표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급한 건 트럼프”…美中 정상회담, 시진핑에 주도권 넘어간 이유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에 돌입하면서 전 세계가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 전쟁이 3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무역 담판을 넘어 양국 간 힘겨루기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과 중간선거 부담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대적으로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방중 일정을 시작한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미중 정상회담은 14일 오전 10시 열린다. 양 정상의 대좌는 지난해 10월 말 한국 부산 회동 이후 약 6개월 만이며,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7년 11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당초 양국 정상은 지난 3월 말∼4월 초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그보다 한 달 앞서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일정이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이란 전쟁·무역·관세·대만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각자 서로의 약점을 활용해 협상 우위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경우 이란 전쟁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부각하며 전쟁 조기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역이용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이 무역·경제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중국이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해 얼마나 협조할지를 확인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이란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의 다른 의제들을 모두 집어삼킬 수 있다"며 “회담의 부담과 긴장감이 한층 커졌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다룰 것이라며 이란 전쟁 논의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2일(현지시간)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에 “시 주석과 많은 사안을 논의하겠지만 무엇보다 무역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의할 사안이 많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란은 주요 의제가 아닐 것"이라며 “이란은 우리가 이미 잘 관리하고 있고, 우리가 합의를 하거나 그들이 말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 문제 해결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내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두·쇠고기·보잉 항공기의 대규모 수출이라는 성과를 노리고 있다. 이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중국에 협상력을 더욱 키워주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창 슈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미국산 대두, 쇠고기, 보잉 항공기 구매를 주목해야 한다"며 “이들 품목은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전체의 12%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들 제품 구매를 확대하길 원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시 주석이 쥔 강력한 협상 카드이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까지 감안하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맞서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부터 무기 생산까지 핵심 산업 전반이 중국산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고, 결국 이는 미중 무역전쟁 휴전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보다 더 절박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라시아그룹의 제러미 찬 선임 애널리스트는 “시 주석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파악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희토류 우위가 중국의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보다 더 많은 성과가 필요하며 시 주석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현재의 무역전쟁 휴전 상태만 연장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핵심 변수로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 여부가 꼽힌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고 무기 판매 역시 축소하길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수준의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심사인 가운데, 중국이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조의 대가로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현재까지 관련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 간 '깜짝 회동'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포항 AI데이터센터 본격화…2027년 국내 첫 GPU 기반 상업운전 기대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포항에 조성되는 GPU 기반 AI 전용 데이터센터가 인허가와 투자 유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고 13일 밝혔다. 경북도는 오는 2027년 10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광명일반산단 내 10만㎡ 부지에 들어서는 이번 사업은 총 5500억 원이 투입되는 40MW 규모의 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다. 현재 전력 확보와 인허가 절차가 완료됐으며 금융조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사업 관계자는 “행정절차와 투자자 모집이 대부분 완료됐다"며 “2026년 6월 착공 후 2027년 9월 준공, 같은 해 10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포항 AI데이터센터가 비수도권에서 추진 중인 다른 AI 데이터센터보다 2~3년가량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AI 연산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데이터센터는 국내 최초 수냉식 전용 AI데이터센터로 구축된다. 평균 전력사용효율(PUE) 1.25 수준의 고효율 설계를 적용해 에너지 사용량과 운영비를 동시에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글로벌 평균 데이터센터 효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비수도권의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 비용과 단층 구조 설계를 통해 초기 투자비를 줄였으며, 향후 전기요금 차등제가 시행될 경우 추가적인 운영비 절감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사업 안정성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투자사인 포레스트 파트너스가 1200억 원 규모의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고, 시공은 국내 데이터센터 시공 분야 강자인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경북도는 이번 사업이 단순 데이터센터 건립을 넘어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AI산업 혁신벨트 조성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경북 동해안은 높은 전력자립도를 기반으로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금융과 입지 경쟁력을 활용해 첨단 산업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와 네오AI클라우드는 현재 추진 중인 1단계 사업 외에도 2조 원 규모의 2단계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300MW 규모의 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고물가 시름 깊어진다…“지금도 너무 올랐는데, 내년까지 지속”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3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A씨(68)는 최근 중동 전쟁으로 드라이클리닝 용제(솔벤트) 가격과 비닐 커버 가격이 2배로 올랐지만, 고객 이탈을 우려해 세탁 가격(코트 1벌 기준 3만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중동 전쟁 이후 드라이클리닝 용제 1말(18리터) 가격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고 비닐 커버 가격도 2배로 올랐지만, 이보다 더 큰 걱정은 그마저 물량 공급이 힘들다는 점"이라며 “주변 세탁소들이 조금씩 세탁비를 올렸어도 우리는 버티고 있었는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도 세탁비를 올려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석유류 및 플라스틱류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식·세탁 등 생활 경제에 밀접한 일부 소상공인들이 부득이 제품·서비스 판매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소상공인들은 이미 고물가 및 내수 침체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소비자 이탈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이미 한계에 이른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12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가 현실화하기 전인 2월과 비교해 0.3% 하락해 전쟁 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는 식품·유통·외식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원가 상승분을 감내한 채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경우, 초특가 판매 등 자체 할인 행사를 확대해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형마트 육류값은 1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달 24일 기준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 삼겹살(100g) 평균 가격은 2960원으로 전년 동월 2030원에 비해 45.8% 올랐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대규모 할인 행사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식용류, 쌀, 김 등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판매 가격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자골목에서 빈대떡 점포를 운영하는 A씨(65)는 “녹두전의 경우 이곳에 있는 10여 개 점포들 중 절반 정도는 최근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지만, 우리를 포함해 나머지 점포들은 아직 5000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주요 외식 브랜드 본사들 중 일부는 가맹점 수익 방어를 위해 본사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식자재 가격과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병행해 인상하기도 했다. 여전히 가맹점에 공급하는 납품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본사들도 있다. 내수 침체·경쟁 심화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을 위해 원가 인상분을 본사 차원에서 자체 흡수하며 감내하는 것이다. 다만, 가맹점 현장에서는 본사 납품 식자재 외에도 다른 제반 비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B씨(47)는 “본사에서 납품가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인건비와 광열비,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이 올랐다"며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져 판매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이 버티는 데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1.6%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에는 1.8%p 상승 영향에 따라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보고서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1.6%p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부와 KDI가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 2.1%를 감안할 때 유가 상승 영향으로 물가가 3% 중후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KDI는 이번 분석에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등 유가 안정 정책 영향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고 있는 정책 효과로 유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일정 부분 전이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3월 물가는 0.6p%, 4월 물가는 1.2%p 하락한 것으로 추산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였는데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3.8% 수준으로 치솟았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석유류 가격이 타 품목보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상당하고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석유류 포함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은 0.2%포인트로 그 외 요인(0.11%p)보다 2배 정도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 4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21.9% 급등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더구나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 확대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석유류뿐만 아니라 공업 제품, 서비스 등 비석유류 품목 가격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KDI 설명이다. 마창석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운송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석유 정제업자들이 석유류를 비축해두려는 경향이 커져 실제 수급 여건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지 않도록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코스피 8000 목전에 두고…김용범 ‘국민배당금’에 AI 랠리 꺾일까 [이슈+]

중동 전쟁과 고유가, 인플레이션 불안까지 무시하며 질주하던 인공지능(AI)발 글로벌 증시 랠리가 처음으로 실질적인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수익을 국민들과 공유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제' 구상이 처음으로 거론되자 코스피가 장중 5% 가량 급락하면서, 시장이 AI 시대의 재분배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미국 SPI자산운용의 스티븐 이네스 트레이딩 총괄은 12일 FX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그동안 투자자들은 AI 생산성 혁명이 고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 고금리 장기화 등 모든 거시경제 악재를 상쇄할 것으로 믿어왔다"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구축은 현대판 산업혁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이날 한국 증시 사례는 AI 랠리의 다음 단계를 보여줬다"며 “정부가 AI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하기 시작하는 순간 시장의 초점은 혁신에서 재분배로 이동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보면 증시 호황이 끝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는 순간 정치권의 개입이 등장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구조적인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지에 대한 여러 참고 모델이 있다"며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모델로는 가칭 '국민배당금'을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코스피는 장중 순식간에 5% 넘게 급락했다. 이후 김 실장이 기업 초과이익에 대한 새로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AI 붐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코스피는 낙폭을 줄여 전장 대비 2.29% 내린 7643.15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네스 총괄은 “이미 투자자들은 중요한 메시지를 받아들였다"며 “시장은 AI 랠리 동안 대부분 무시했던 새로운 리스크와 마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주요 경제국 가운데 처음으로 AI 붐에 따른 재분배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분배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대표 기업들의 미래 이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네스 총괄은 “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오래 견딜 수는 있어도, 누가 최종적으로 이익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견디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국민배당금 논란이 한국을 넘어 앞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붐으로 발생한 부가 반도체 기업과 데이터센터, 고급 엔지니어 등 특정 산업과 계층에 집중될수록 정치권과 노동계의 압박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네스 총괄은 “역사적으로 자본 집중이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 없이 무한정 지속된 사례는 드물다"며 “노동자들은 더 많은 몫을 요구하고, 정부는 더 많은 세원 확보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권자들은 국가적 기술 호황으로 발생한 부가 왜 소수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만 집중되는지 묻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었지만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네스 총괄은 “이번 코스피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한국 정책 리스크 때문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AI 시대의 미래 정치경제 구조를 잠시 들여다본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산업의 막대한 수익이 전적으로 주주들의 몫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가정에 한국을 계기로 의미 있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세계 곳곳에서 재분배 논의가 본격화되는 순간 기업 가치 역시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재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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