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대만과의 격차를 점차 벌리며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시작된 소득 역전 흐름이 되돌려지기보다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지표 역시 빠르게 악화되며 선진국 평균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성장 여력은 둔화되는 반면 국가 부채는 더 빠르게 불어나는 흐름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IMF가 최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7412달러로 예상된다. 전년보다 소폭 늘지만, 환율 영향 등이 반영되며 기존 전망치보다는 낮아졌다. 한국이 4만달러 선을 넘는 시점은 2028년으로 제시됐다. 핵심은 국가 간 격차의 흐름으로, 대만이 이미 한국을 앞서며 추격이 아니라 격차 확대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IMF는 대만의 올해 1인당 GDP를 4만2103달러로 추정하며 한국보다 먼저 4만달러 고지에 오를 것으로 봤다. 이후에도 격차는 매년 벌어지는 흐름이다. 2031년에는 한국이 4만6019달러, 대만이 5만6101달러 수준에 이르며 격차가 1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순위 흐름 역시 엇갈린다. 한국은 현재보다 한 계단 밀리는 반면 대만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양국 간 위상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성장 정체 영향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대만의 약진 배경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가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대만 경제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에 강하게 연동되며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주요 IB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7%대를 웃돈다. 물가 상승률은 2%를 밑도는 안정 흐름이 예상돼 '고성장-저물가' 조합이 형성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대만 성장세와 관련해 테크 기업 비중이 높은 구조가 AI 사이클에서 큰 레버리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투자가 함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소비 부진과 양극화 심화는 구조적 한계로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보다 직설적인 경고도 나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AI 시대에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대만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크 생태계 확장과 함께 모험자본 중심의 금융 중개 기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매력 기준으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IMF는 올해 대만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가 약 9만8000달러로 한국(약 6만8000달러)을 크게 앞설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10만달러, 12만달러를 차례로 돌파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상승하더라도 대만과의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처럼 성장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재정 여건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IMF의 '재정모니터' 보고서는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비기축통화 선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40% 이하였던 부채 비율은 이미 빠르게 상승했고, 향후 증가 속도도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 한국의 부채 비율 상승폭은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국가들이 부채를 줄이는 흐름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IMF는 특히 한국의 재정 흐름을 주목하며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significant increases)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재정 관리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수치에서도 속도 차이는 뚜렷하다. 최근 5년간 명목 GDP 증가율은 연평균 5%대였던 반면, 국가채무는 9% 안팎으로 확대됐다. 경제 성장보다 부채 증가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산업 확장과 재정의 속도 조절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지 못할 경우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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