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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전기가격’ 전초전…내년 3월 호남서 VPP 경쟁 본격화

'마이너스 전기가격'이 시행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발전 제도가 내년 3월부터 호남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가 대폭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급증하는 가동중단(출력제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에너지 IT 기업들은 제도 도입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을 자사의 가상발전소(VPP)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에 나섰다. 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제도를 내년 3월에 호남지역에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준중앙급전제도는 입찰제도의 전 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기존에 연료를 사용하는 비중앙급전 발전기를 대상으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재생에너지로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규칙 개정이 완료된 것은 아니며, 개정 이후 정기위원회 보고를 거쳐야 제도 도입이 최종 확정된다"며 “내년 3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발전 제도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하루 전에 시간대별 자체 발전계획량을 짜서 전력거래소에 제출한다. 이때 다음날 실제 발전량과 하루 전 제출한 계획량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전력거래소는 발전사업자가 제출한 계획을 토대로 전력수급 상황 변화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현재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와의 차이점은, 하루 전시장이나 실시간 시장에서 입찰 물량을 놓고 사업자끼리 입찰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육지에서부터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전력시장을 바로 도입할 경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우선 준중앙급전발전 제도를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추석 연휴 기간 태양광 발전량이 과도하게 늘어나 출력제어가 필요할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출력제어 명령을 수행하는 대신 '용량요금' 명목으로 보상을 받는다. 제도 운영기간은 전력 수요가 낮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봄·가을철 경부하기(약 190일)다. 참여는 사업자의 자발적 신청을 통해 이뤄지며, 설비용량 20메가와트(MW) 이상은 단독 참여가 가능하고 그 이하는 VPP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VPP란 소규모 발전소들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운영하는 IT 기술을 말한다. 현재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먼저 구매해주고, 연료비가 저렴한 순서대로 발전하는 구조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과도한 날에는 총 구매량을 제어하는 출력제어 조치가 불가피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9월 17일 공개한 '연도별 출력제어 현황'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은 지난해 총 7899메가와트시(MWh) 규모가 출력제어 됐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6만4057MWh가 제어됐다. 즉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6만4057MWh의 전력을 판매하지 못한 셈이다. 지난 6월 기준 전력도매가격(SMP) kWh당 118원을 적용하면, 약 75억원어치 전력을 상반기 동안 팔지 못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팔지 못한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손해액은 더 클 수 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용량요금이 kWh당 22원이며, 육지의 연료사용 비중앙급전발전기에는 kWh당 11원의 용량요금이 지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앙급전제도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용량요금과 예측제도 정산금(최대 kWh당 4원)이 반영되면, 발전 실적에 대해 용량요금으로 kWh당 최대 15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발전실적 기반 용량요금으로 출력제어로 인한 손실을 일부 보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실제 정산금 규모는 제도 시행 방식과 운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일방적인 출력제어 조치로 손해를 보는 것 보다는, 준중앙급전제도를 통해 보상을 받는 편이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해줌,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VPP랩 등 에너지 IT 기업들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자사 준중앙급전 대응 솔루션 홍보에 나섰다.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재생에너지 사업자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에너지 IT 기업 간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해줌은 '해줌V 올인원 솔루션'을 출시했고 오는 12일 호남 지역 태양광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인코어드도 대응서비스를 지난 5일 출시했다고 밝혔다. VPP랩은 제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310MW, 육지 예측제도 약 400MW, 풍력 예측 실증용량 약 1000MW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자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제주에서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결합 부문에서는 실제 발전량과 발전계획 간 오차율을 5%대로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IT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도에 패널티가 없으니 참여해서 손해 볼 건 없다고 본다"며 “현재 예측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대규모 자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스탠다드에너지, 2년 연속 CES 혁신상 ‘쾌거’…AI 전력 솔루션 ‘도파민’ 공동 수상

스탠다드에너지는 리벨리온과 공동으로 개발한 'AI 전력 인프라 솔루션'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의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스탠다드에너지는 이번 수상으로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지난해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 에너지타일'이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한 데 이은 성과다. '지속 가능성 및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수상한 이 솔루션은 '도파민(Dopamine)'으로 명명됐다. AI 데이터센터의 두뇌인 서버에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도파민' 솔루션은 스탠다드에너지의 VIB ESS와 리벨리온의 저전력 AI 반도체 '아톰(ATOM)' 칩이 탑재된 NPU AI 서버랙을 결합한 모델이다. 스탠다드에너지의 VIB ESS 기술은 AI 산업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인 '안정적 전력 확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에 절대 안전한 VIB ESS는 고출력 성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사용에 따른 최대 부하(peak load)를 효과적으로 저감한다. 실제로 스탠다드에너지는 리벨리온과의 테스트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AI 추론 요청에 따른 서버랙의 급격한 전력 사용량 증가를 VIB ESS가 '초속응 전력보조'로 안정화시켜 전력 부담을 크게 감소시켰다. 또한 지난 8월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실증 시연에서는 그리드망 전력이 갑자기 중단된 상황에서 스탠다드에너지의 VIB ESS가 3ms(1000분의 1초) 이내에 즉각 전력을 공급해 AI 서버랙이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것을 선보인 바 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지난 6월 리벨리온과 'AI 데이터센터 특화 에너지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CES 수상은 양사 협력 모델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AI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전력 사용량 증가와 패턴의 불규칙성 증가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리벨리온의 AI 반도체와 당사 VIB ESS가 결합한 AI 전력 인프라 솔루션은 그동안 전 세계가 찾아온 AI 산업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이번에 수상한 솔루션을 활용해 국내외 AI 전력 인프라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현재 스탠다드에너지는 CES 2026 혁신상을 수상한 '도파민' 솔루션을 현재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 중인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2025'에도 전시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솔루션, 1980년대생 임원 전면 배치…세대교체로 혁신 속도

한화솔루션은 5일 한화첨단소재를 포함해 총 11명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신규 임원으로 승진한 11명 가운데 한화솔루션 소속 백승환·김태환 임원은 1980년대생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기술과 사업 등 현장 중심 인사를 강화하고, 성과를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젊은 임원을 과감히 발탁해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을 도모하고 지속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모듈(TOPCon·페로브스카이트 탠덤)을 비롯해 모듈레벨전력전자장치(MLPE), 에너지저장장치(ESS), 트래커,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고객관계관리(CRM)을 결합한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설계조달시공(EPC)·가상발전소(VPP)까지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소재 부문에서는 가성소다와 고함량 EVA 증설, 고순도 크레졸·친환경 가소제·바이오 및 재생 원료 기반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수전해 시스템 'Bio-ENG'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병행 중이다. 이번 인사는 이러한 사업 전환과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 쇄신 성격이 강하다. 회사는 기술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전면에 세워, 태양광·소재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 정기 신규임원 인사 (총 10명) △김동민 △김태환 △모윤환 △백승환 △신석용 △이동훈 △이병윤 △이재정 △이홍렬 △임세훈 ▲한화첨단소재 (총 1명) △김명원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 선택 아닌 필수···범정부 차원 조직 구성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무탄소 전원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에 청정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청정수소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2038년 및 2050년 전원구성 전망을 제시하며 무탄소 전원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통해 향후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삼는 대전환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보급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한 상태다. 보고서는 이같은 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소(원전) 등 무탄소 전원 확대는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적이라고 봤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전의 경직성은 전력 계통의 실시간 균형 및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과제를 수반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전력계통은 타 국가와 연결되지 않은 고립형 구조다. 수요·공급의 지역적 불균형, 대규모 전력공급의 첨단산업 집약 등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전원구성 변화는 과전압 등 과거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유형의 정전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계통 유연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관리의 필요성이 한층 더 부각된다. 이런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일조량·풍속 등 자연환경에 직접적으로 의존해 발전량이 시간대 및 기상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동한다는 측면에서 전력 수급 예측과 안정적 전력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부지확보, 경제성, 안전성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예로 대용량 ESS 전력망 연계 시 발전소나 변전소에 준하는 계통 연계 기준이 요구돼 일반 주거 및 상업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다는 입지 제약이 존재한다. 원전은 무탄소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되지만 동시에 경직성과 낮은 출력 조정성 등 기술·운영적 과제를 안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 수소발전이 전원구성 변화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성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소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 및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통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는 잉여전력을 활용해 생산 및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시점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자연 방전이 없어 계절 단위 장주기 저장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ESS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대규모 에너지 저장 문제를 보완하는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요 전망을 토대로 재생에너지·원전으로 이뤄진 무탄소 전원구성에 유연성 제공원(ESS, 수소발전)을 조합해 총 시스템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점을 추정했다. 그 결과 국가 전력수요 충족을 위한 무탄소 전원 구성에서 수소발전의 적정 비중은 2040년 19.6%, 2050년 16.9%로 도출됐다. 또 적정 수소발전 지점의 총 시스템 비용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으로 인한 연간 전력수급 편차를 ESS 단독으로 대응할 때보다 5.8~6.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수소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 탈탄소 핵심 수단이자 에너지 안보 및 경제 성장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 산업 확장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다. 현재 전체 탄소 배출량 약 27.4%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철강, 화학 등) 감축 필요성 증대로 수소환원제철, 그린암모니아 등 수소에너지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통해 2035년 수송, 저장, 공업 등 다분야의 수소에너지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목표다. 보고서는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청정수소발전이 계통 안정성 확보를 지원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으로 인식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수소발전 확대를 뒷받침할 안정적 청정수소 공급을 위해 국내 청정수소 생산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이밖에 국내외에서 생산·도입될 청정수소를 수용할 수 있는 액화·압축 저장시설, 전국을 잇는 배관망, 수소 인수 터미널 등 핵심 기반 시설의 선제적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 청정수소발전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는 실질적 시장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환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수소경제의 본격적 확산을 위해서는 발전, 산업, 수송 부문을 아우르는 범부처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을 기반으로 유기적 정책연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제주도, ‘그린수소’로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 이끌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낸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환경운동가이자 《6도의 멸종》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단 1도만 올라가도 킬리만자로와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고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주 기후위원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10년이 되면 제주 용머리 해안이 수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반복되는 가뭄과 폭염, 사라져가는 계절, 계속해서 높아지는 해수면 등을 통해 지구의 경고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뒤덮은 기후 변화의 파고에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결국 탄소를 줄이는 일이다.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제주를 찾았다. 바람과 햇빛이 만든 전기, 그리고 그것을 수소로 바꾸어 저장하는 기술까지. 제주는 섬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실험의 무대로 삼고 있었다. 제주가 만들어 가는 탄소중립의 현장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의 답안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 CFI에너지전시관에서 제주도의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보여주는 지도가 펼쳐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도 위에서 제주가 앞으로 10년 동안 밟아갈 에너지 전환 경로를 설명했다. “제주도는 2035년 탄소중립을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주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전시관 벽에는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계획이 단계별로 정리돼 있다. 2026년까지 해상풍력 100㎿를 설치하고, 수소 생산 시설 15㎿를 운영한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 150㎿와 30㎿ 규모의 수소 생산 국가사업을 추진하며, 2035년에는 해상풍력 3GW와 수소 100% 발전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해상풍력 3GW는 약 300만 가구에 전기를 동시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로, 제주 섬의 전력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계획에는 에너지 저장장치(BESS) 확충, 분산형 에너지 특화 지역 조성, 가상발전소(VPP) 구축, RE100 거래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전략은 제주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전력 공급의 안전성을 강화하며, 지역 주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의 기반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제주 바람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그린수소 만드는 수전해 방식 활용 전시관에서 확인한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체 전기의 7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둘째, 부족한 20~30% 가량의 기저전원은 그린수소로 전환한다. 마지막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설비와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ESS), 전기차와 연계된 시스템(V2G) 등 유연한 에너지 자원을 늘려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추진한다. 이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 체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시관을 나와 방문한 3.3㎿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시설은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이 시설은 낮 동안 남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전기나 수소차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가정 평균 소비 전략을 약 3㎾로 본다면, 3.3㎿는 약 1100가구에 전력을 동시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시설은 두 가지 수전해 방식(AEC 2㎿, PEM 1.3㎿)을 동시에 운전하는 하이브리드 실증 현장으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저장탱크는 최대 600㎏의 수소를 보관할 수 있고, 2㎿h 규모의 ESS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낮 동안 풍력과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수소로 저장했다가, 실제로 운영되는 모빌리티에 그린수소를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고, 이는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함덕 충전소에 1㎏당 1만5000원으로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며 “그린수소는 출력제어의 한계를 풀어내고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바람과 태양으로 전기를 만들고 남는 전기를 수소로 저장하며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바다에서 파도의 에너지로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수소를 생산하는 '해상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실험 중이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앞바다에 설치될 이 시스템은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로, 올해 해상 실증과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해상에서의 에너지 전환·저장·활용 사이클을 완성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은 10.9㎿ 규모의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 프로젝트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은 네 가지 수전해 기술(PEM,AEC, AEM, SOEC)을 한 곳에 모아 비교 실험한다. 생산된 수소는 청정수소 인증과 RE100 거래 모델에 활용되어, 기업과 지역사회가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마지막 방문지는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다.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를 공급하는 충전소로, 하루에 버스 4대 또는 승용차 20대를 한 시간 안에 충전할 수 있으며, 2024년 11월부터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9월 기준, 수소버스 22대, 수소청소차 1대, 승용차 68대가 그린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제주 도로를 달리고 있으며, 생산기지가 더욱 안정화되면 그린수소를 이용한 차량 운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저탄소 중앙계약', '실시간 전력거래'와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며, 에너지전환의 실험장이자 현장 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수소 저장 기술로 보완하며, 탄소중립을 향한 미래를 실험하는 것이다. 또한 RE100 수소시범단지, 5MW 플랜트형 PEM 수전해 기술개발, 수소특화단지 지정 추진,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 기술개발 추진 등 명실상부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고 있다. 파도가 치는 바다 위 풍력발전기, 전기로 물을 나누어 수소를 만드는 장치, 함덕 충전소에서 조용히 달리는 수소버스까지.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결합한 대한민국 첫 탄소중립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섬이기에 가능했고, 섬이기에 더 절실한 도전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화솔루션, 신재생 4분기 연속 흑자… 매출 3조3644억, 영업손실 74억

한화솔루션은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3644억원, 영업손실 7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매출 1조7515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했다. 태양광 모듈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택용 에너지 사업 확대, 개발자산 매각 및 EPC 매출 증가로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케미칼 부문은 매출 1조1603억원, 영업손실 90억원을 기록했다. 기초 원료 가격이 하락했지만 주력 제품의 판매가격이 견조세를 보이면서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적자폭이 줄었다.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2579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경량복합소재 주요 고객사의 하계 운휴 영향에도 태양광소재의 저수익 시장 판매 조정, 미국 공장 원가 구조 개선을 통해 흑자를 유지했다. 정원영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미 세관의 공급망 점검 등 통관 규제 강화 기조로 미국 모듈 공장 저율 가동 및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케미칼 부문은 정기보수, 계절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적자폭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트럼프 시대의 역설…美 재생에너지 대폭 증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재생에너지 지원을 줄이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미국 재생에너지 설비는 단기간에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청정에너지 세액공제(ITC·PTC) 종료 전에 기업들이 서둘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시장의 전력 수요도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 OCI홀딩스 등이 당분간은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3일 발간한 '세계에너지시장인사이트' 보고서는 미국 재생에너지 설비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도 단기간에 대폭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미국 태양광(유틸리티 규모) 설치량이 약 12기가와트(GW)가 추가됐고, 하반기에 추가로 약 21GW 추가돼 올해 총 33GW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설치된 태양광 누적 설비용량과 비슷한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2026년까지의 풍력·태양광·BESS 설비 전망치를 10% 이상 상향 조정했다. BNEF는 “세액공제 만료 이전 착공을 서두르는 기업들의 경쟁으로, 2027년까지는 재생에너지 증설이 기록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경연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청정에너지 세제 혜택 축소와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은 세액공제 종료(2026년 7월 착공 기준) 전에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BESS 개발·운영 기업인 클린캐피털의 토머스 번 CEO는 “모든 기업이 빠른 속도로 대응 중이며, 일부는 아직 필요하지 않은 설비까지 선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캐피털은 올해 여름 약 2500만달러(약 340억원) 상당의 태양광 패널을 미리 구매해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창고에 보관 중이다.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 제니퍼 그래넘홀름은 “향후 2년간은 설비 확대가 계속되겠지만, 정책 변화가 없다면 이후에는 둔화될 수 있다"며 단기 급증·중기 둔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태양광과 BESS는 가스화력·원전보다 설치 기간이 짧고, 최근 패널 단가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화석연료 발전은 건설비가 급등하고 인허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EIA 분석에 따르면,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이 평균 이상인 22개 주 중 17곳의 6월 전기요금이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미국 내 태양광 시장 확대로 한화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 OCI홀딩스 등 국내 기업들도 당분간은 기회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조지아주 달턴·카터스빌 공장을 중심으로 미국 내 완전 통합형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총 투자액은 약 25억달러(3조4000억원) 규모로, 모듈 생산능력은 8.4GW 수준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전시회 'RE+ 2025'에서 미국시장용 N-Type TOPCon(고효율 태양광 셀) 모듈을 공개하며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 약 40메가와트(MW) 규모의 상업용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수주를 따냈다. OCI홀딩스는 미국 텍사스 산안토니오에 위치한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Mission Solar Energy)를 통해 약 2억6500만달러 규모의 셀 공장 건설에 나서 총 2GW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덴마크, 시민들이 만든 행복한 재생에너지 강국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아마 많은 국민들이 미국이 우리나라의 군사적, 경제적 동맹국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덴마크가 우리나라와 '녹색성장' 동맹국이라는 사실은 잘 모를 것이다. 약 14년 전인 2011년 5월, MB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하에 덴마크와 전략적인 동맹 관계를 맺었다. 이후 2025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녹색성장을 위한 긴밀한 협력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 덴마크가 왜 녹색성장의 협력국이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덴마크는 독일보다 약 10년이나 앞선 '에너지 전환'의 선도 국가였다는 점이 중요했다. 덴마크는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가 10분의 1 수준이지만 세계 1위 풍력 기업인 '베스타스'가 시작된 곳이고,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국가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강국이다. '풍력 산업을 제2의 조선업으로, 태양광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고 싶었던 한국 정부의 협력 대상으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었던 것이다. 덴마크의 성공 비결이 궁금했다. 재생에너지 최강국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그리고 지난 30~40년간 수많은 정권의 변화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첫번째 비결은 그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덴마크인들은 19세기 후반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많은 영토를 잃었고 척박한 농업 환경으로 인해 공동체 의식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웠다. 덴마크인들은 강한 협동 정신과 수평적인 평등 의식이 뼛속까지 각인되어 있다. 두번째는 덴마크도 자원 빈국으로서 에너지 자립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전 세계 에너지 안보에 경종을 울렸지만, 특히 지하자원이 전혀 없는 덴마크에서는 그 피해가 더 심각했다.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한국처럼 핵발전 시스템을 도입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될지 모르는 풍력과 바이오 에너지를 도입할 것인가. 덴마크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후자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핵발전 같은 중앙집중형 시스템에 비해 더 유연하고 회복 탄력성이 높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완성했고, 재생에너지의 최강국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변화를 시민들이 상향식으로 주도했다는 점이다. 시민 엔지니어들이 직접 풍력발전기 개발에 참여하고 풍력과 바이오매스 마을법인을 결성하여 사업 주체가 되었다. 기술과 정책 결정의 주도권이 시민과 공동체에 있었다. 2009년엔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들이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는 '지역공동소유권'을 법제화하였다. 또한 사업의 수익금을 지역의 공동기금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펀드 등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도입하여, 국민 개개인이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과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덴마크의 사례는 에너지 전환의 성공이 기술이나 자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자본과 거버넌스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국민들과 소통과 합의를 통해 국가적 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시민들이 각 사업의 소유권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 펀드로 국민들이 투자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전 국민이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는 탄탄한 기반이 마련되자, 정치인들은 좌우 없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법 제도를 발의했고, 정부는 예측가능한 정책을 실행했다. 이에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과 인재육성에 과감한 투자를 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기업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렇게 전 국민의 1~2% 이상이 재생에너지 산업에 종사하고, 재생에너지 산업이 국가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실의 최대 수혜자는 다시 국민이 되어 경제, 환경, 사회적 선순환을 만들었다. 덴마크의 사례는 한국에도 큰 교훈을 준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대전환을 앞둔 새 정부에선, 국민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의 가장 중요한 양분은 사회적 자본과 거버넌스다. 한국에서도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에너지 전환이 만들어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윤태환

[현장] 제주, 친환경 태양광 감귤 탄생...탄소중립 농업의 새 길을 열다

“이 비닐하우스는 단순한 감귤 하우스가 아닙니다. 일반전기를 쓰지 않고도 감귤을 키우는, 전국 최초의 '탄소중립형 농업 실증 현장'이에요." 제주의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감귤 비닐하우스 위로, 태양광 필름이 부드럽게 빛을 반사한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RE100 감귤생산 실증 현장에서 만난 양철준 미래농업육성과 스마트기술팀장은 손짓하며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주관하고 제주테크노파크가 협업 중인 '태양광·ESS 연계 RE100 감귤 생산모델 실증 사업'은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도 프로젝트다. 비닐하우스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 패널(20~24kW급)을 설치하고,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로 하우스의 각종 시설들을 움직이게 한다. 또한 생산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한 뒤 히트펌프(30~35kW급)를 가동해 냉·난방을 제어할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이 완전히 가동되면, 감귤 재배 전 과정에서 외부 전력 사용이 '제로(0)'가 된다. 말 그대로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감귤농사가 실현되는 것이다. 기술원 강정 시험포의 하우스 내부는 조용했지만, 눈앞의 모니터에서는 실시간으로 발전량이 표시되고 있었다. 양 팀장은 “태양광 발전과 ESS, 히트펌프가 유기적으로 연동돼 자동으로 전력 공급을 조절한다"며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냉방으로 전환되어 감귤의 생육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우스 위쪽에는 필름름형(24kW)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어 있고, 인근에는 판넬형(20kW) 일체형 태양광도 실증 중이다. “이 필름형 태양광으로 낮에는 생상되는 에너지로, 밤이나 흐린 날에는 저장한 에너지로 감귤 농사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제주가 기술 실증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어요." 올해 12월 하순, 실증 하우스에서 첫 RE100 감귤 수확이 예정되어 있다. 양 팀장은 “이번 겨울 감귤이 '에너지 0, 탄소 0'의 첫 결실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증이 완료되면 제주 내 주요 감귤 농가에 이 시스템을 확대 보급하고, 이후에는 잉여 전력을 판매도 할 수있는 발전형 농가 모델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육지 지자체 관계자들이 잇따라 현장을 찾아 벤치마킹 중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농업 분야 RE100 실현의 첫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실증 결과를 토대로 'RE100 감귤 생산 매뉴얼'을 2025년 12월까지 개발, 내년 초 선포식을 열 계획이다. 이어 2026~2027년에는 표준 설계 확립 및 안전구조 진단을 통해 본격적인 보급 단계에 들어간다. 양 팀장은 “제주는 감귤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첫 섬이 될 것"이라며 “농가의 수익성은 물론, 국가의 2035 탄소중립 목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이번 실증이 성공하면, 농가가 직접 발전한 잉여 전력을 판매해 발전사업자 수준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농업용 난방유나 전력 사용을 대체함으로써, 연간 수천 톤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된다. 감귤밭 위로 저녁 햇살이 기울자, 하우스 지붕의 필름형 태양광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그 아래에서는 ESS의 잔열이 감귤나무를 부드럽게 덥히고 있었다. 이곳에서 본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농업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태계'였다. 제주는 지금, 감귤로 탄소중립의 미래를 실험하고 있다. “이제 농업도 RE100으로 간다"는 양철준 팀장의 말이, 석양 속에 오래 남았다. 서귀포=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지속가능성의 시험대에 선 인류

모든 사회나 사람은 문제를 항상 가지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 빈부 격차, 그리고 환경, 에너지 등등 다양한 문제가 인류가 있는 한 존재할 것이다. 몇 년전에 홍콩 비영리 환경단체인 Earth.Org이 '2022년의 가장 큰 환경문제 12가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는데 비록 2022년에 나온 것이지만 미래에 오랜 동안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환경 에너지 문제라고 본다. Earth.Org는 가장 큰 12개 환경 문제 중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는것은 우선 화석연료를 보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부실한 거버넌스, 생물다양성 손실, 플라스틱 오염, 삼림 파괴, 녹는 만년설과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식량과 물의 불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패스트 패션과 섬유 폐기물 등을 꼽고있다. 호주와 미국에서는 가장 파괴적인 산불을 최초로 경험했고,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메뚜기들이 떼 지어 농작물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남극은 20℃ 이상 기온으로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또 세계의 음식물 중 3분의 1인 약 13억 톤이 낭비되거나 손실되고 있다는데 3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 같은 음식물 쓰레기와 손실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식량 수급 문제 뿐아니라 기후 위기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 에너지로 이용한다면 엄청난 온실가스 감축을 가져올 것이다. 식량, 온난화, 전력, 악취, 등등 일석 십조의 효과는 가져올 것이다. 2024년 세계자연기금 보고서에서는 지난 50년 동안(1970년~2020년)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73%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5,495종, 약 35,000개 개체군을 대상으로 50년 동안 추세를 분석한 결과다. 지구 생명지수 감소 순위를 보면 담수 생태계가 85%, 육상 69%, 해양 56%이다. 특히 기후변화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지구생명 지수는 평균 95% 감소하였다니 충격적이다. 참고로 지구 생명지수(Living Planet Index, LPI)는 전 세계의 척추동물 종 개체군의 추세를 바탕으로 생물 다양성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런 이유로 대두된 것이 바로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이하 TCFD)다. 2020년에 공식적으로 발족되었으며, 기업과 금융 기관이 자연 관련 리스크를 보다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TCFD가 공시 의무화를 시작했는데 이는 자연자본 손실이 기업의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쌍둥이 공시인 것이다. TCFD는 이미 국내 약 120 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보고서를 내기도 하면서 공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TCFD를 모르는 기업들이 많으며 보고서를 내는 기업도 극히 드물다. 그러나 반드시 준비는 해두어야 한다. 인간이 만든 10대 발명폼 중의 하나라는 플라스틱 처리도 큰 문제다. 네이처(Nature)는 매년 1천4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어 야생동물 서식지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하며 2040년까지 연간 2천900만 톤으로 증가하고,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면 해양의 누적 플라스틱 양이 무려 6억 톤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2022년에 '탈 플라스틱 국제 협약'을 만든 것이며 플라스틱 생산,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을 규제하고, 유해 화학 물질을 퇴출시키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합의를 못하고 있다. 이미 플라스틱은 철강,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등에서 연료나 원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재활용은 많이 부족하다. 인간은 역사상 항상 자연에 대해서 도전해 왔다. 그리고 성공했다고 착각하고 있다. 자연은 인간의 도전을 자기가 아프면서도 참아 준 것이고, 세월이 지나면 도전이 무모하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의 역습이 일어나고 있는데 말이다.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이치이듯이, 인간도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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