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트럼프는 TACO, 백악관은 ‘멘붕’…출구 안 보이는 이란전쟁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7.15 14:29

트럼프, ‘20% 통행료’ 하루 만에 철회
對이란 해상봉쇄·공습은 계속

백악관도 “어디로 갈지 모른다”
외교 교착 속 장기전 우려

USA-TRUMP/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지난달 체결된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붕괴된 가운데 이란 전쟁이 출구 없는 장기전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행보를 또다시 보이며 정책 혼선을 키운 데다 백악관 내부조차 전쟁이 어디로 향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미국과 이란은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어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민간 선박들로부터 선적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 명목으로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 지도자들과의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나는 미국의 20% 보상 수수료를 다양한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체결할 무역 및 투자 협정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하루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미군이 보장하는 대가로 선적 화물 가치의 20%를 받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방침이 철회된 배경에는 국제사회, 특히 걸프 산유국들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정상들이 통행료 대신 미국 투자 확대 방안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나는 통행료라는 개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새로운 투자 약속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소 한 개 걸프 국가는 통행료 철회의 대가로 기존 투자 계획을 확대하는 데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 행보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정책이 여전히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역시 이번 번복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의사결정 방식과 그가 선호하는 즉흥적인 정책을 다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IRAN-CRISIS/USA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이란 공습 장면(사진=로이터/연합)

그러나 통행료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고 해서 미국이 강경 노선에서 물러선 것은 아니다. 미국은 같은 날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를 재개한 데 이어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추가 공습도 단행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 동부시간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기준 15일 오전 11시) 이란을 향한 추가 공습을 완료했다"며 “이번 공습은 미군이 대(對)이란 해상봉쇄를 재개한 직후 이뤄졌다. 해상봉쇄는 오후 4시(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어 약 7시간 동안 이란의 미사일·드론 기지와 해군 전력, 해안 방어시설 등을 정밀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이란도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바레인과 요르단, 쿠웨이트 등 미군 기지가 있는 중동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역시 쿠웨이트 미나 압둘라에 있는 미군 군수·지원시설을 공격해 불태우고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군사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린 그들을 아주 심하게 두들겨 패고 있다"며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 주에는 교량과 발전소까지 공격 대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기반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실제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특히 민간 인프라 시설을 공격할 경우 전쟁범죄에 해당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물러설지 주목된다.


IRAN-CRISIS/OMAN-HORMUZ

▲호르무즈 해협(사진=로이터/연합)

이처럼 군사 충돌은 격화하고 있지만 외교적 해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접촉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MOU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협상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아랍 국가들과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이 휴전 복원과 협상 재개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백악관도 이번 사태가 어디로 향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신뢰가 전혀 없는데 외교는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번 충돌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하자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에만 17% 상승해 배럴당 8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중순 이후 최고치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