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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단상] 전기요금-연료비 연동제 미발동 논란 이젠 해결해야

매년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열리는 에너지 분야의 국정감사에서 매번 언급되지만 도무지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다. 연료비 연동제란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에 쓰이는 연료비가 크게 오르면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5년 전인 지난 2020년 국감에서 당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음해 1월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발동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 2022년 12월 전력도매가격(SMP)이 월평균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67.6원까지 치솟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뒤늦게 인상된 것이 kWh당 179.2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이 SMP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2021~2024년 동안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는 약 43조원에 달했고, 부채는 200조원까지 불어났다. SMP가 지난달 기준 kWh당 112.9원까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연료비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순한 제도 미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눈치보기' 탓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언제나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물가 상승기에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정부가 연료비 인상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했고,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요금 동결이 반복됐다. 연료비 연동제가 설계상 독립적인 제도라 하더라도, 실제 발동 여부는 정부와 전기위원회의 정치적 눈치에 달려 있었다. 결국 한전이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지난 2022년 국감에서 당시 정승일 한전 사장이 “요금인상 지연이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고 했고, 2023년에는 김동철 한전 사장이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 사장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강조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올 국감에서 “러-우 전쟁 당시 에너지 수급 과정의 어려움이 국민 전기요금으로 곧바로 전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이 '스폰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장관은 “부채가 과도하게 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기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전기요금 인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김 사장은 전기요금이 그동안 시장 논리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대기업이 한전 대신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전력을 사는 전력직접구매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전력직접구매제는 전력 소비자가 한전이라는 단일 구매 창구를 통하지 않고 발전사와 직접 계약해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시장 경쟁 기능을 살리기 위한 제도다. 지금처럼 요금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한전은 희생양이 되고, 기업은 합리적 선택의 기회를 잃을 판이다. 반대로 연료비가 낮아지면 전기요금도 내려가면 될 일이다.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이 오르고, 내리면 요금도 내려가는 상식적인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 연료비 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않으니, 정작 연료비가 낮아진 지금은 전기요금이 내려가지 않는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는 기후부가 연료비가 전기요금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고려로 제도 본래의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테크]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태양광 녹색혁명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수이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넉넉한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만일 도로와 철도, 방음벽과 고가도로 같은 일상적 인프라를 '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바꿀 수 있다면 의외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도로 주변 유휴지와 고속도로 위, 그리고 철도 방음벽까지 태양광 패널을 입히려는 아이디어를 보면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녹색혁명'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도로변 유휴지, 잠자는 공간이 에너지 밭으로 중국 란저우교통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에너지(Ener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세계 도로 인프라의 숨은 에너지 잠재력을 정량화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도로 주변 유휴지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도로변 태양광, PV+RN)을 설치할 경우 수평 설치 시 16.01테라와트(TW, 1TW=10억kW)의 발전 용량을, 최적 경사각 설치 시 10.9TW의 발전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인류가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전력의 수백 배에 달하며, 수명주기 전체로는 각각 56만3000 테라와트시(TWh)와 44만8000 TWh의 전력 생산 잠재력을 갖는다. 태양광 패널을 수평으로 설치하면 그림자가 지지 않기 때문에 촘촘하게 설치할 수 있어 발전 용량은 크지만 최적 경사각 설치에 비해 발전 효율은 떨어진다. 최적 경사각 설치는 간격을 둬야 하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 설치할 경우 수평 설치보다 용량이 적지만, 효율이 높아 실제 발전량은 많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위도·일사량·전기요금·설치비용 등을 통합해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으로 계산했다. 평균 투자수익률(ROI)은 최적 경사각에서 7.47%, 수평형에서 6.53%로 나타났다. 특히 쿠바·소말리아·아이티·말리·자메이카 등은 태양광 자원이 풍부하고 설치비용이 낮아 25~45%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탄소배출 30% 감축 가능…한국은 공간 제약이 변수 이 연구는 도로변 태양광이 탄소중립 실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을 포함한 상위 28개 전력 생산국이 도로변 유휴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화석연료 발전을 전면 대체할 경우, 총 111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이들 국가의 총 배출량의 33.9%, 전 세계의 28.6%에 해당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국가별로 지형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위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태양광 자원이 약하고, 전력 수요는 높아서 인도네시아·일본·베트남과 함께 도로변에 태양광 설치 폭이 가장 넓게 필요한 국가로 꼽혔다. 한국이 도로변 태양광으로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려면 필요한 발전 용량 기준으로 국토의 3.6%(최적 경사 설치)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 논문에서 비교한 28개 주요국 가운데 국토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2위인 네덜란드가 3.5%, 일본이 1.85%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도로망 밀도는 높지만, 산지가 많고 도로 주변 유효 면적이 좁아 도로변 태양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간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도로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음벽·고가도로·터널 상부·고속도로 휴게소 부지 등 복합형 인프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후·계절별 일사량 편차가 큰 한반도의 조건을 고려할 때, 남향 고정식보다 수직형 양면 모듈이나 동서향 분산 배치가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형 도로변 태양광 모델, 도심형 재생에너지 실험대로 국내에서도 이미 도로와 철도 시설을 활용한 '한국형 PV+RN' 모델이 일부 도입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일부 고속도로 방음벽과 비탈면에 태양광을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며,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 상공의 유휴 공간을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주)더블유피 기술연구소와 한국철도공사 연구팀은 한국태양에너지학회지의 '태양에너지(2025년 제1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철도 방음벽이 소음 저감과 청정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양면형 모듈을 적용해 반사광(알베도 효과)을 활용할 경우 단면형 대비 최대 20% 발전량 증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MLPE(Module Level Power Electronics) 시스템을 통해 열차 그림자나 오염으로 인한 효율 저하를 최소화하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기반 스마트 유지관리 시스템으로 이상 징후를 실시간 감지한다. 좁은 국토에서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도 방음벽 태양광은 한국형 PV+RN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고속도로를 덮는 태양광 지붕, '이동형 발전소'의 가능성 중국과학원·칭화대·미국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지구 미래(Earth's Fu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320만 ㎞의 고속도로를 태양광 패널로 덮을 경우 연간 17.85페타와트시(PWh, 1경7580조Wh), 즉 미국 전체 전력 생산의 4배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스템은 연간 96억 6000만 톤(G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눈·비·진눈깨비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중 10.8%(약 14만 명)를 줄이는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4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태양광 패널은 고속도로 위 약 5.5m 높이에 10도 경사로 설치되어 차량을 직사광선과 악천후로부터 보호하고, 도로 포장 수명을 연장하며 전기차 충전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물론 도로 위 태양광 패널의 설계·관리가 잘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빗물이 모여 고속도로 표면에 쏟아질 경우 운전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빛과 그림자 패턴의 변화가 교통사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한국의 과제 ― 제도 통합과 기술 실증 도로·철도 인프라를 에너지 거점으로 전환하려면 공공 인프라 개방과 법제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발전사업 허가, 교통안전 기준, 환경영향평가가 서로 다른 법령에 흩어져 있어 실제 설치 과정이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도로관리청·지자체·전력회사 간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도로 기반 신재생 인프라 표준모델'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도로 주변은 미세먼지와 제설제 염분에 노출되어 유지 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방진형 모듈, 자가세척 코팅, 모듈 경량화 기술 등 현장형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근 휴게소나 물류기지에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은 먼 나라 사막의 발전소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 곁의 도로를 잘 활용한다면 거기서 녹색혁명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현장] 제주, 친환경 태양광 감귤 탄생...탄소중립 농업의 새 길을 열다

“이 비닐하우스는 단순한 감귤 하우스가 아닙니다. 일반전기를 쓰지 않고도 감귤을 키우는, 전국 최초의 '탄소중립형 농업 실증 현장'이에요." 제주의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감귤 비닐하우스 위로, 태양광 필름이 부드럽게 빛을 반사한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RE100 감귤생산 실증 현장에서 만난 양철준 미래농업육성과 스마트기술팀장은 손짓하며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주관하고 제주테크노파크가 협업 중인 '태양광·ESS 연계 RE100 감귤 생산모델 실증 사업'은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도 프로젝트다. 비닐하우스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 패널(20~24kW급)을 설치하고,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로 하우스의 각종 시설들을 움직이게 한다. 또한 생산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한 뒤 히트펌프(30~35kW급)를 가동해 냉·난방을 제어할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이 완전히 가동되면, 감귤 재배 전 과정에서 외부 전력 사용이 '제로(0)'가 된다. 말 그대로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감귤농사가 실현되는 것이다. 기술원 강정 시험포의 하우스 내부는 조용했지만, 눈앞의 모니터에서는 실시간으로 발전량이 표시되고 있었다. 양 팀장은 “태양광 발전과 ESS, 히트펌프가 유기적으로 연동돼 자동으로 전력 공급을 조절한다"며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냉방으로 전환되어 감귤의 생육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우스 위쪽에는 필름름형(24kW)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어 있고, 인근에는 판넬형(20kW) 일체형 태양광도 실증 중이다. “이 필름형 태양광으로 낮에는 생상되는 에너지로, 밤이나 흐린 날에는 저장한 에너지로 감귤 농사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제주가 기술 실증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어요." 올해 12월 하순, 실증 하우스에서 첫 RE100 감귤 수확이 예정되어 있다. 양 팀장은 “이번 겨울 감귤이 '에너지 0, 탄소 0'의 첫 결실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증이 완료되면 제주 내 주요 감귤 농가에 이 시스템을 확대 보급하고, 이후에는 잉여 전력을 판매도 할 수있는 발전형 농가 모델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육지 지자체 관계자들이 잇따라 현장을 찾아 벤치마킹 중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농업 분야 RE100 실현의 첫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실증 결과를 토대로 'RE100 감귤 생산 매뉴얼'을 2025년 12월까지 개발, 내년 초 선포식을 열 계획이다. 이어 2026~2027년에는 표준 설계 확립 및 안전구조 진단을 통해 본격적인 보급 단계에 들어간다. 양 팀장은 “제주는 감귤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첫 섬이 될 것"이라며 “농가의 수익성은 물론, 국가의 2035 탄소중립 목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이번 실증이 성공하면, 농가가 직접 발전한 잉여 전력을 판매해 발전사업자 수준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농업용 난방유나 전력 사용을 대체함으로써, 연간 수천 톤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된다. 감귤밭 위로 저녁 햇살이 기울자, 하우스 지붕의 필름형 태양광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그 아래에서는 ESS의 잔열이 감귤나무를 부드럽게 덥히고 있었다. 이곳에서 본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농업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태계'였다. 제주는 지금, 감귤로 탄소중립의 미래를 실험하고 있다. “이제 농업도 RE100으로 간다"는 양철준 팀장의 말이, 석양 속에 오래 남았다. 서귀포=전지성 기자 jjs@ekn.kr

남동발전, 서울 진출 교두보 확보…서남권 열병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한국남동발전이 서울에너지공사의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결정으로 남동발전은 수도권에 첫 상설 발전거점을 확보하게 되며, 서울시의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최근 양천구 본사에서 제안서 평가회의를 열고 기술력·재무건전성·사업관리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남동발전을 1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는 최고·최저점을 제외한 평균점수 방식으로 산정돼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남동발전은 현재 영흥·삼천포·분당·영동·여수·고성·강릉 등 7개 발전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재생 설비 5GW 이상을 보유한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약 20일간의 협상 절차를 거쳐 SPC(특수목적법인) 설립, 시공사 선정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필요 시 차순위 사업자인 서부발전과의 협상 전환 가능성도 열어뒀다.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은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지구 일원에 전기 285MW, 열 258Gcal/h 규모의 복합열병합발전소를 구축하는 총사업비 7천억 원대 대형 프로젝트다. 완공 시 7만4천여 세대와 428개 건물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며, 2031년까지 급증하는 마곡·서남권 열수요를 안정적으로 충당하게 된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이번 사업을 통해 도시 필수 기반시설과 에너지자립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SPC를 설립하고 가스터빈 발주 및 시공사 선정을 마친 뒤,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한다. 남동발전의 수도권 진출은 탄소중립·분산에너지 전환기 속 공공발전사의 역할 다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남동발전은 이미 전국 여러 지역에서 열병합·신재생 복합모델을 운영해온 경험을 갖고 있어, 서울 서남권의 안정적 열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은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서남권 열공급 불안 해소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공사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탄소중립 에너지도시 실현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넘어 서울의 에너지 자립 구조를 강화하고, 공공기관 간 협력을 통한 탄소중립형 지역난방 인프라 구축 모델로 평가된다. 특히 남동발전의 참여는 향후 한난(한국지역난방공사), 서부발전, 남부발전 등 타 발전사들의 수도권 진출 경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남동발전의 서남권 진출은 지방 발전공기업이 수도권 분산형 에너지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신호탄"이라며 “향후 SMR·수소열병합 등 차세대 지역에너지 모델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열'과 '전력'을 잇는 이 대형 프로젝트는 공공 에너지정책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산업통상부 주최 ‘기후에너지체험전’ AI 메타버스 에너지체험 전시관 오픈

에너지를 온라인 가상현실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 3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산업통상부가 주최하는 '2025 대한민국 기후에너지체험전'이 온라인에서 열린다. 올해 체험전의 주제는 'AI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전기 절약 체험'이다. 대한민국의 기후에너지와 K-POP의 만남을 통해 전기절약을 탐헌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기후에너지체험전은 전국 초·중학교 학생과 청소년, 일반 국민 누구나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주관기관인 체험전 사무국은 “AI 메타버스를 활용한 전시관이 기후에너지 지식을 쉽게 익히는 체험 공간으로, 참여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이 전기 절약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기후·환경·에너지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의 장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전력, 원자력, 석유, 가스 등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특히 AI 메타버스 체험전은 K-POP 음악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카드뉴스와 팟캐스트 형식으로 구성해 '보고 듣는' 기능을 강화했다. 또 실시간 대화형 AI 챗봇을 통해 에너지 관련 궁금증을 해결할 수도 있다. 올해 체험전에는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가해 개별 전시관을 마련했다. 각 전시관에서는 다양한 게임과 체험을 통해 에너지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기후에너지정책관, 천연가스관, 주제관 등 총 7개의 체험학습관이 운영된다. 전시관은 오는 14일까지 온라인(www.energyshowonline.co.kr)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영록 전남지사, ‘2050 탄소중립 비전’ 발표

전남=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기자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1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열린 제33회 한일해협연안 시도현교류 지사회의에서 2050 전남도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했다. 한일해협연안 시도현교류 지사회의는 전남도, 부산광역시, 경남도, 제주특별자치도, 나가사키현, 후쿠오카현, 야마구치현, 사가현 등 한일 8개 시도현이 한일해협연안 지역의 발전과, 해당 도시들의 공통 과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다. 1992년부터 한 차례의 중단없이 이어져온 국제회의다. 올해는 'UN-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을 위한 탄소중립 시책'을 주제로 한일 간 우호 협력 증진과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김영록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전남이 추진 중인 '2050 전라남도 탄소중립 비전'을 소개하며 △2026년부터 전남형 탄소중립 포인트제 시행 △산업 저탄소 전환과 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 △대한민국 에너지대전환 선도 △블루카본·그린카본 등 탄소흡수원 확대 △녹색생활 실천 문화 분위기 확산, 네 가지 핵심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탄소중립 실현은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한일해협 지역이 지혜와 경험을 나누고 연대한다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며 “전남도 재생에너지와 블루카본 등 지역의 강점을 살려 동북아 탄소중립 실현의 중심지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또한 8개 시도현지사들은 공동선언문에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2026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 행사의 대한민국(여수) 유치를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한일해협연안 시도현교류 지사회의를 통해 한일 지자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술·정책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4년 노력끝에 문턱 넘어…통과시 2031년까지 1697억 투입 전남=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기자 전남도는 '여자만 국가 해양생태공원 조성사업'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고 2일 밝혔다. 2026년 말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최종 통과되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총 1697억 원을 들여 해양 생물 보전과 생태·관광 기능을 갖춘 국가 해양생태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국내에는 국가 해양생태공원 조성 선례가 없어 전남도는 지난 4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사업계획을 보완하며, 구체성과 경제성을 갖춘 계획안을 마련해 정부를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전남도는 국내 최대 해안선과 갯벌, 해양보호구역 등 비교우위 생태 자원을 품고 있으며, 기후 변화에 따른 생물 서식지 파괴, 지역 개발 갈등, 수산 자원 고갈과 어업 인구 감소 등 사업의 시급성과 불가피성을 강력히 피력한 결과, 정부의 공감을 이끌어내 예타 대상 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사업지구인 보성·순천 일대는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59.85㎢에 이르는 갯벌과 함께 국내 최대 염습지를 품은 생태 보고로서 흑두루미,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처이자 이 지역 주민이 수백 년간 바다와 공존한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주요 사업 내용은 '작은 지구, 여자만! 자연과 사람이 지켜낸 공존 이야기'를 주제로 △해양보호구역 생태계 통합관리센터 시스템 구축 △갯벌 복원과 철새 서식지 확충 △염습지·멸종위기종 보호와 교육 시설 △갯벌 보전의 역사와 섬·해양 생태계의 가치 전시 △육·해상 생태 탐방 기반시설 확충 등이다.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누릴 세계적 생태 체험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여자만은 대한민국 생태의 심장으로,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은 전남도민의 헌신과 열정이 만든 값진 성과"라며 “정부, 순천시, 보성군과 긴밀하게 협력해 반드시 예타가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현장] 쓰레기는 없고 재생에너지·국화꽃…‘재생의 땅’으로 거듭나는 수도권매립지

“오른쪽에 보이는 산이 가장 먼저 쓰레기를 묻었던 제1매립장입니다. 지금은 골프장이 조성돼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3-1매립장 옆에는 '자원순환에너지타운'이라는 폐기물가스 에너지화 시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도권매립지공사 현장 관계자는 지난 30일 인천광역시 서구 수도권매립지를 찾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내년부터 수도권매립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수도권 인구 2500여만명이 버리던 쓰레기를 감당하던 매립지는 역사 속으로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과거 한때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던 부지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국화밭, 골프장이 자리잡았다. 매립의 흔적을 지우며 '도시의 상처'를 '지역 자산'으로 바꾸려는 수도권매립지공사의 고심도 곳곳에서 읽혔다. 1600만㎡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여의도의 5.5배)를 멀리서 보면 초록 언덕들이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수십년 치 쓰레기가 잠들어 있다. 1매립장은 이미 골프장으로, 2매립장은 잡초와 나무가 자라나는 녹지로 변했다. 다만, 2매립장이 있던 언덕에 솟은 가스배출관이 여전히 이곳이 '쓰레기산'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1매립장 옆, 과거 석탄재가 묻혔던 부지는 이제 색색의 국화꽃으로 뒤덮였다. 황량했던 땅 위에는 노란 국화가 줄지어 피어 있었고, 연못 근처에서는 아이 손을 잡은 가족들이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었다. 이 일대는 지금 야생화단지와 체육시설(수영장)로 탈바꿈해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수도권매립지공사에 따르면 골프장·야생화단지·체육시설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93만5797명으로, 2023년(58만8515명)보다 1.6배 가까이 늘었다. 폐기물 매립지였던 곳이 이제는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 실제로 이 체육시설에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수영·수구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반면 3매립장에서는 여전히 매립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오가고, 쓰레기 더미 위로는 음식물 찌꺼끼가 있는지 갈매기떼가 먹이를 찾아 몰려들었다. 작업장 가까이 다가가자 물을 뿌리며 쓰레기를 덮는 중장비들의 소음과 함께 매립장 특유의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하지만 주변 도로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쓰레기 매립지라는 인식이 무색할 정도였다. 2매립장과 3-1매립장 사이로 시선을 돌리자 높은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매립된 폐기물이 썪으면서 나오는 가스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50메가와트(MW)급 발전소다. 이 시설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05만8442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지난해 발전량은 18만8736MWh로, 설비용량 50MW임 감안하면 하루 평균 약 10시간가량 가동된 셈이다. 18만8736MWh는 4인 가구(연간 전력소비량 4000kWh) 기준 약 5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하지만 매립가스 발전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25만7748MWh에서 지난해 18만8736MWh로 26.8%(6만9012MWh) 줄었다. 발전소 관계자는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과 음식물류 폐수 바이오가스화시설이 생기면서 가스 사용처가 분산된 데다, 전체 폐기물 가스 발생량 자체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매립지공사에 따르면 폐기물 반입량은 2020년 299만5000톤에서 지난해 107만2000톤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2020년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 도입과 2022년 건설폐기물 직반입금지 시행의 영향이다. 내년부터는 소각장에서 나온 생활폐기물의 재만 매립될 예정이어서 매립량과 매립가스 발생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매립 수수료와 매립가스 발전 전력 판매로 수익을 내던 수도권매립지공사는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수도권 대체매립지 확보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애초 2016년까지로 예정됐던 제3-1매립장 사용기한을 기약 없이 연장한 상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더라도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고 남을 재를 묻을 부지는 여전히 필요하다. 현재 대체매립지 입지 공모는 4차까지 진행돼 민간 2곳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폐기물 재만으로는 제3매립장도 수십년을 쓸 수 있기에, 제4매립장 부지는 활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제2매립장과 제4매립장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제2매립지 부지는 공원 및 체육시설, 제4매립지 부지에도 공원이나 소각장 건설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매립지 주차장 등 유휴부지에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도 검토되고 있다. 공사는 또 매립지 운영 경험을 살려 지난 2021년 12월부터 몽골 매립장 온실가스 감축 국제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기간은 2036년 12월까지이며, 사업 규모는 145억4100만원, 온실가스 감축 예상량은 약 56만7000톤이다. 아울러 수도권매립지공사는 명칭을 '수도권자원순환공사'로 바꾸고, 매립 중심에서 자원순환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다만, 수도권매립지공사가 매립지 부지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주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송병억 수도권매립지공사 사장은 “수도권 생활폐기물 매립 금지에 따라 공사의 새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무엇보다 주민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지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상생하는 공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2025 노벨경제학상과 지속가능성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영예는 '신기술을 통한 지속 가능 성장'연구에 크게 이바지한 3인의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조엘 모키어(Joel Mokyr)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교수, 필립 아기옹(Philippe Aghion) 프랑스 INSEAD 및 런던 정경대(LSE) 교수, 피터 하윗(Peter Howitt) 미국 브라운대 교수 등 3인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하였다. 왕립과학원은 모키어 교수에 대해 '기술 진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identified)'한 공로를, 아기옹 교수 등 2명에 대해서는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연구한 공로를 수상의 이유로 설명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금의 절반이 모키어 교수에게, 나머지 절반은 아기옹 및 하윗 교수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모키어 교수는 전통적인 연구 방법을 추구한 학자로, 실제 현장에 가서 관찰하여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권의 책을 발간하는 방법으로 연구한 반면, 아기옹 및 하위 교수는 현대적인 방법인 분석모형과 다량의 자료를 사용한 계량 분석의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연구하였다. 이번 노벨경제학상이 가져오는 첫 번째 의미는 애덤 스미스 이래로 내려오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틀이 아닌, 1912년 조셉 슘페터(J. Schumpeter)가 제창한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발전 이론의 틀을 드디어 인정한 첫 번째 수상이라는 점이다. 기술혁신, 창조적 파괴 등 이미 온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경제발전의 방법이 최근까지도 주류경제학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한 자리를 받게 된 것이다. 슘페터는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서 창조적 파괴를 꼽았는데, 특히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중요시했다. 이윤은 창조적 파괴 행위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가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이며, 그것을 다른 기업이 모방하면서 이윤은 소멸하고, 새로운 혁신적 기업가의 출현으로 다시 사회적 이윤이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 명의 학자는 이를 증명하는 업적을 쌓은 학자들이다. 모키어 교수는 1차산업혁명에 초점을 맞추어 '왜 연속적인 기술혁신이 1800년대 이후에야 일어났으며, 왜 그 장소가 영국인 것일까'라는 물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이 경제성장의 원인이자 기초가 됨을 확인하였다. 또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과 같은 대형 발명(macro-invention) 못지않게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작은 발명(micro-invention)들이 함께 나타나서 양자 간에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함을, 그리고 영국이 바로 그러한 경우였음을 보였다. 즉, 혁신의 키워드로 자주 언급되는 창조적 파괴는 사실 여러 창조 과정이 누적된 형태임을 보인 것으로, 이러한 누적 과정이 일어나는 사회적 환경이 영국에 있었음을 보인 것이다. 한편, 아기옹 및 하윗 교수는 혁신을 촉진하는 시장 및 제도의 조건을 연구하였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경쟁을 통하여 성장이 있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슘페터와 그 학파는 적절한 독점이 혁신을 촉진하여 성장이 일어난다고 보았는데, 아기옹 및 휴잇 교수는 경쟁과 혁신 간에 '역 U자형' 관계가 존재함을 실증분석을 통하여 증명하였다. 즉, 적절한, 또는 제한된, 경쟁이 혁신에 가장 좋음을 증명한 것이다. 주류경제학의 기존 이론이 여러 측면에서 변경과 수정이 필요함을 확연하게 보여준 것이다. 특이한 점은 이번 수상자들이 연구한 사례가 영국만이 아니고 한국, 일본, 독일, 중국 등이라는 것이다. 최근 선진국들이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보호무역을 시행하는 것도 자유무역이나 완전경쟁보다 적절한 보호무역과 산업정책이 경제성장에 더 효과적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들 슘페터 및 혁신 성장 이론은 21세기 들어 기술 경제학(Technology Economics)으로 분파하여 과학 및 기술 분야와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에 대한 이론 이외로도 기술이전, 기술 상용화, R&D 정책, 기술 정책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마치 1, 2차 석유위기 이후 에너지경제학이 분파한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과연 무엇일까? 영어로는 sustained growth이니, 이는 환경, 이산화탄소 등의 고려를 통하여 등장한 지속가능한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와는 차이가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이 볼 수 있다. 기술혁신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도 없다는 건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분들과 이들을 선정한 왕립과학원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정부와 기업의 더욱 적극적인 기술혁신 정책을 기대한다. 허은녕

[강찬수의 기후신호등] 지구,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2025년 지구는 더 이상 '안전한 행성'이 아니다. 이기적인 인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지구 시스템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국제 과학 프로젝트 '플래닛 헬스 체크 2025(Planetary Health Check 2025)'에 따르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을 유지하는 9개의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PB) 가운데 7개가 이미 안전범위를 넘어섰다. 특히,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 항목이 처음으로 안전지대를 벗어났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이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아주던 바다 생태계의 완충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고, 지구 시스템이 '고위험 지대(high-risk zone)'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구의 건강검진': 9개 행성 경계 '행성 경계' 개념은 스웨덴 스톡홀름 복원력센터의 요한 록스트룀 등이 지난 2009년 제시한 프레임워크다. 지구가 스스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운영공간(safe operating space)을 의미한다. 이 경계를 넘어서면, 지구 시스템은 인간이 경험한 적 없는 불안정 상태로 진입해 회복이 어려운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행성 경계는 9개 항목에 걸쳐 평가를 해왔다. 지구 건강을 체크하는 검진 항목이 9개라는 의미다. '플래닛 헬스체크 2050' 평가에 따르면, 이 9개 가운데 7개가 이미 안전범위를 벗어났다.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성층권 오존층과 대기 에어로졸 부하(미세먼지 오염) 두 항목뿐이다. 즉, 지구는 이미 '위험 증가 지대(zone of increasing risk)'의 상한선에 서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당연히 해양 산성화 문제다. 해양 산성화는 보이지 않는 '붕괴의 신호'다. 지금까지 바다는 인류의 최대 완충지였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CO₂의 약 4분의 1이 바다에 흡수돼 지구 온난화를 늦춰왔다. 그러나 그 대가로 바닷물의 산성도가 빠르게 높아졌다(산성도를 나타내는 pH 값 자체는 낮아짐). 지표로 사용되는 아라고나이트 포화도(Ω)는 1750년 이전 수준의 80% 이상을 유지해야 안전하지만, 최근 관측값은 2.84로 떨어지며 안전경계(2.86)를 공식적으로 밑돌았다. 아라고나이트 포화도(Ω)는 바닷물 속에 있는 탄산칼슘이 얼마나 잘 녹거나 침전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높을수록 산호나 조개껍질 같은 해양 생물이 껍질과 골격을 만드는 데 유리하고, 값이 낮아지면 이런 생물들이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산호, 조개류, 플랑크톤 등 탄산칼슘 기반 생명체의 생존을 직접 위협한다. 해양 생태계 붕괴는 곧 탄소 순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행성 경계 보고서 공동저자인 요한 록스트룀은 “바다는 더 이상 우리의 방패가 아니다. 스스로 산성화되고 있으며, 그 영향은 대기·기후·식량체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티핑 포인트':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의 경고 행성 경계 9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그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지구의 수많은 기후환경 요소가 갈림길에 처했다. 바로 티핑포인트에 있다는 얘기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작은 변화가 시스템 전체의 급격한 전환을 일으키는 임계점을 의미한다. 최근 독일 뮌헨 공과대학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등이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Greenland ice sheet),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 아마존 열대우림, 남미 몬순 등 지구 시스템의 핵심 요소들이 불안정해지고 있고, 열대 산호초 등 일부는 이미 임계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들 요소가 서로 연결된 '티핑 연쇄(cascade)'를 형성하기 때문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시스템도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그린란드의 빙상 손실은 해수의 염분과 밀도를 바꾸어 AMOC를 약화시키고, 그 결과 아마존의 강수 패턴이 무너져 열대우림이 사바나로 바뀔 수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수 세기가 아니라 수십 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글로벌 시스템연구소(GSI)와 영국 엑서터대학, 스톡홀름 복원력 센터 등에서도 '글로벌 티핑 포인트 보고서 2025'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서도 지구가 위험한 기후 티핑 포인트에 근접하거나 이미 도달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파국적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전례 없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티핑 포인트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1.5°C를 초과하는 전 지구적 온도 오버슈트(overshoot)의 규모와 지속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전 세계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넷 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핑 포인트 위험을 막으려면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의 전례 없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중 행성 위기'의 실체: 기후·생물·오염의 연결고리 지금의 기후환경 위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자연 생태계를 훼손한 인류 탓에 벌어진 일이다.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위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플라스틱 오염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연구팀은 지난 9월 '환경과학저널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플라스틱 산업이 이 삼중 위기에 모두 개입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의 90% 이상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며, 플라스틱 산업만으로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5%를 차지한다. 플라스틱의 미세입자는 해양 산성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플라스틱 속 화학첨가물은 '신규 화학물질'의 안전 경계를 넘어서 지구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바로 행성 경계 9개 항목 중 하나다. 이처럼 단일한 기후 대응책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에너지·소재·소비·순환의 전환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는 기후환경 위기가 서로 얽혀 있는 만큼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환경신데믹(eco-syndemic)'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도넛 경제학': 경계를 지키면서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는 길 이 같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있다. 바로 영국 옥스퍼드대 케이트 라워스가 지난 2012년 처음 제안한 '도넛 경제학(doughnut economics)'이다. 지나친 개발은 행성 한계를 초과하고 인류의 자멸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인류 복지를 위해 최소한의 개발은 필요하기 때문에 과도한 개발과 최소한의 개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그 범위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자는 것이 도넛 경제학의 핵심 내용이다. 옥스퍼드대 도넛 경제학 행동연구소 소속의 라워스와 앤드루 패닝은 도넛 경제학의 핵심 내용을 10월 초 '네이처(Nature)'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도넛 모형을 이용해 '인류의 사회적 기초(social foundation)'와 '지구의 생태적 한계(ecological ceiling)'를 동시에 측정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이 프레임워크에서 도넛의 안쪽 구멍은 인간의 결핍(빈곤·교육·건강 등)을, 바깥 테두리는 행성 한계의 초과(탄소배출·토지사용·해양산성화 등)를 의미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란 이 두 경계 사이, 즉 '도넛의 알맹이' 안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라워스의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두 배로 늘어나는 동안, 행성 경계 초과는 더 심해졌고 인간의 결핍은 여전히 30억 명을 덮고 있다. 가장 부유한 20%의 국가가 생태 초과의 40%를 유발하고, 가장 가난한 40%의 국가는 사회적 결핍의 60%를 떠안는 구조다. 라워스는 “지속 가능한 번영은 더 많은 성장(growth)이 아니라 더 나은 분배(distribution)와 재생(regeneration)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행성 경계를 지키면서 인간의 삶을 유지하려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는 GDP 성장에 의존하는 기존의 선형 경제 대신, 자연의 순환 구조를 모방해 자원과 에너지가 다시 사회와 생태로 돌아오는 구조를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화석연료 산업의 단계적 퇴출 ▶플라스틱 및 화학물질의 순환 체계 구축 ▶지역 단위의 생태복원·녹색 일자리 전환 ▶사회적 기초를 보장하는 복지·교육 투자 확대가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의 안정성과 인류 복지를 함께 회복하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다. ◇티핑포인트에 이르지 않는 선택을 지구는 지금 '회복 가능한 선'을 향해 마지막 균형을 잡고 있다. 빙상과 산호, 아마존 숲과 대서양 해류, 토양과 대기—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그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보고서와 논문을 발표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는 이미 위험 지대에 들어섰지만, 아직 되돌릴 여지는 있다"고 말한다. 티핑포인트에 이르지 않도록 선택하고 서둘러야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도넛 경제학 행동연구소의 라워스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 정책은 인류를 도넛의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해 왔다"면서 “경제의 이론과 실천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촉구하는 탈성장 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생태적 초과에 불균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곤에서 벗어나야 할 계층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고려해서 각국은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녹색전환연구소와 그린피스, 도넛집(集)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도넛 경제학의 개념을 현장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과 생태계 훼손을 피하면서도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으려는 시도다. 한편 '글로벌 티핑 포인트 보고서 2025'는 사회와 기술의 '긍정적인 티핑 포인트'를 촉발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보급,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등이 자기증폭적인 변화, 연쇄적인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면 지구 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스안전公, 놀면서 수소안전 배우는 ‘수소 꿈틀놀이터’ 개소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31일 충청북도 음성군 수소안전뮤지엄에서 '수소 꿈틀놀이터' 개소식과 함께 '충청북도 제1호 품꿈성장터 현판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의 장이 열림을 지역사회와 함께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소 꿈틀놀이터는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수소의 원리와 안전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설계된 자율체험형 교육 공간이다. '꿈틀'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이 살아 움직여 미래 수소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이 공간은 가스안전공사와 EBS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개발로, 놀이 중심의 체험으로 수소의 친환경성과 미래 가능성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함께 진행된 '품꿈성장터' 현판식은 충청북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지역연계 교육기부 사업으로, 수소안전뮤지엄은 충북 제1호 품꿈성장터로서 미래 수소인재 육성을 위한 핵심 교육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박경국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오늘의 개소식은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미래 수소사회를 준비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EBS, 충청북도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아이들이 안심하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가스안전공사는 앞으로도 수소안전뮤지엄을 어린이와 청소년이 수소 안전을 배우고 과학의 즐거움을 체험하는 참여형 교육 플랫폼으로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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