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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빅스포 2025 가보니…“AI 강국 필수조건, 에너지 혁신 해법 총출동”

'에너지로 연결하다(Connect Everything with Energy)'를 주제로 열린 BIXPO 2025(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 현장은 열기로 뜨거웠다. 한국전력공사가 올해로 10회째 주최하는 이 행사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국내외 166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해 신기술전시회, 국제 컨퍼런스, 비지니스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 5일 현장에 들어서니 지구 모형의 스퀘어로 된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의 중심인 한국전력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한전의 사업화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는 미래 비전과 글로벌 에너지의 솔루션 리더로서의 비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받은 코너는 'BIXPO Unpacked'이였다. 리벨리온, GS건설과 HD현대인프라코어, 빈센, 버넥트 등 국내외 주요 기업이 참여해 최신 혁신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인 '언팩' 무대는 신기술 트렌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압축된 축소판이었다. 리벨리온에서는 차세대 AI 추론용 칩 '리벨 쿼드'를 공개했다. 기존 제품 대비 연산 효율을 2배 높이고 전력소모를 대폭 줄여 초거대 AI 서비스에 최적화된 점이 특징이다. 이경재 대표는 “AI 서비스의 폭증에 대비해 전력소모를 최소화한 인프라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과 HD 현대 인프라코어는 암모니아 개질 수소 엔진 기반의 무탄소 분산발전 사업 모델을 발표했다. 암모니아를 직접 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를 엔진 연소에 활용해 탄소 배출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김승민 GS건설 신사업 기획팀장은 “넓은 부지나 간헐성 없이 언제든지 전기를 만든다"며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열겠다"고 말했다. 빈센은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와 배터리 기반 전기추진 시스템을 소개했다. 해당 기술은 디젤기관 대비 탄소 배출을 100% 줄이며 해상 운항 효율을 20% 이상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수란 대표는 “조선 강국 대한민국이 수소와 함께 해양 전동화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버넥트는 스마트 인공지능(AI) 고글 '비전 X'를 이용한 산업현장 원격협업 및 안전강화 솔루션을 발표했다. 실시간 원격지원, 설비 인식, 안전 모니터링 등 기능을 강화해 산업 현장의 작업 효율과 안전성을 높였다. 하태진 대표는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며 “현장의 안전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전국 10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각각의 산업 강점을 내세워 부스를 꾸린 것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는 기후테크, 제주는 분산 에너지, 충남은 탄소중립·수소밸트, 경남은 수소·탄소중립, 전북은 해상풍력, RE(재생에너지) 100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부산은 수소·암모니아, 광주는 AI 에너지·이차전지, 경북은 원자력·수소연료전지, 전남은 에너지 기본소득, 강원은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수소 등 기술을 선보이며 각 지역의 전략산업을 한눈에 보여줬다. '매듭'은 이번 BIXPO의 키워드다. 연결(Connection), 결속(Unity), 힘(Strength), 완성과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이라는 네 가지 의미를 담았다. BIXPO는 단순한 전력기술의 경연장이 아니라 지역에서 시작된 혁신이 세계로 뻗어가는 교류의 장이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서왕진 의원 “정부 2035년 NDC 50~60%, ‘2050 탄소중립’ 포기 선언”

서왕진 조국혁신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6일 2035 온실가스국가감축목표(NDC)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하한 50%, 상한 60%로 설정하는 20235년 NDC안은 2050 탄소중립 국가목표를 이재명 정부가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조국혁신당은 정부의 이번 감축안을 거부하고, 진보개혁정당과 함께 국회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국회와 시민사회는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사실, 기후정의에 입각해 최소 61%, 나아가 65% 이상의 감축 목표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지만 정부가 스스로 2030년 감축목표보다 더 후퇴한 감축경로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며 “이번 감축안은 헌재 판결의 핵심적인 사항조차 해소하지 못한 '반헌법적 감축안'"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논란이 되는 산업부문은 이미 국가 총배출량의 41%를 넘는 최대 배출원"이라며 “2035년 산업부문 감축 목표는 고작 20%대로, 전력 부문 70%대, 수송 부문 60%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산업계는 여전히 '감축 수단이 48% 안 외에는 구체적이지 않다',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 주장한다"며 “지난 2030 NDC 때와 단 한마디도 달라지지 않은 구태한 논리로서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한 것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정부가 이런 수준의 목표를 들고 다가오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참석한다면 대한민국은 지구적·국제적 책임을 회피하는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으로,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35년까지 65%, 2040년까지 85%, 2045년까지 95%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15일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35년 NDC] 온실가스 50~60% 감축에 필요한 기술과 제도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한 단계 강화된 감축 목표를 공개했다. 기존에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번에는 이를 더욱 강화해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0~60% 혹은 53~60%를 감축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최소한 50%는 감축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가 실제 감축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현실 진단이 필요하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높은 목표라는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는 정부 측에서도 밝혔듯이 전력·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폐기물 등 모든 부문에서 기술 혁신과 제도 개편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그렇다면 분야별로 어떤 기술과 제도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전력 부문: “석탄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전·수소 확대" 전체 국가 감축목표를 50~60%, 53~60%로 잡았을 때 전력 부문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최소 68.8%, 최대 75.3%를 줄여야 한다. 전력 부문이 전체 국가 감축 목표의 핵심인 셈이다. 이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을 대폭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전·청정수소 발전 등 무탄소 전원 비중을 대폭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력부문 감축을 위한 핵심 과제로는 △석탄 발전 단계적 감축 로드맵 마련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입지 규제 완화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제정 △육·해상 풍력 인프라 확충 △차세대 전력망 구축(에너지 고속도로) 등이다. ◇산업 부문: “철강·시멘트·화학, 공정을 바꾸지 않으면 감축 불가" 산업부문은 2018년 대비 24.3~28%를 감축해야 한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은 한국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부문에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 효율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연료 전환과 공정 혁신 기술, 자원 순환 확대가 필수라고 제시한다. 다음과 같은 기술과 제도가 필요하다. △철강은 고로(용광로)에서 수소환원 제철로 전환하고 △시멘트는 석회석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배합기술을 확보하고 탄소 포집·저장(CCUS)을 도입하며 △석유화학은 바이오·재활용 원료로 전환하고 △반도체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가스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하고, 기후테크 전략 수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건물 부문: “새 건물은 제로에너지, 기존 건물은 전기화·단열 재시공" 건물 부문은 40.1~56.2%를 줄여야 한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난방·냉방 효율을 높이고, 화석연료 기반의 난방을 전기 사용으로 전환(전기보일러·히트펌프 등)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히트펌프 보급 로드맵을 수립하고, 전용 전기 요금제를 신설해야 한다. 소형 히트펌프에 대한 고효율 설비 인증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나 공공기관 히트펌프 설치 의무화도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후 건물 단열·창호 전면 개선 사업 지원 △지역난방과 도시가스 중심에서 전기식 열 공급 체계로의 전환 등도 이뤄내야 한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을 의무화하고,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등급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수송 부문: “내연기관 차량 퇴장 시간표 필요" 2018년 대비 50.5~62.8%를 줄여야 하는 수송부문은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가속화가 핵심이다. 수송 부문 감축은 자동차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건설기계와 농업기계 등의 전동화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수송 부문의 정책은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 연도 설정 논의 △대중교통 및 자전거·도보 중심의 도시 구조 조정 △전기항공기·수소선박·그린 메탄올 연료 실증 사업 확대 등의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2030년까지 신차의 40%, 2035년까지는 신차의 70%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채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농축수산·폐기물 부문: “2030년 목표보다 퇴보" 농축수산 분야는 2018년 대비 26.1~29.3%를, 폐기물 분야는 52.6~53.6%를 줄이도록 계획했다. 농축수산 분야에서는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공동 이용시설 설치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폐기물 부문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탈플라스틱 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고, 재생원료 사용 의무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2023년 수정한 2030 NDC에는 농축산 부문 배출량을 2030년까지 1800만톤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날 발표한 2035 NDC에서는 배출량 목표가 1950만(60% 감축안)~2040만톤(50% 감축안)으로 2030년 목표보다 더 높게 잡았다. 감축 목표 자체가 퇴보한 셈이다. 폐기물 분야도 2030년 NDC에서는 910만톤이 목표였으나 2035 NDC에서는 920만(53% 감축안)~960만톤(50% 감축안)으로 배출량이 오히려 늘었다. 다만 60% 감축안에서는 900만톤으로 2030년보다 약간 줄어드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흡수 및 제거: 탄소 저장과 이용도 시동 산림 등 신규 흡수원 확충을 위한 규제개선과 부지 확보도 추진하고, 탄소 저장을 위해 목조건축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흡수원을 통해 2035년 기준 연간 3650만~3930만톤의 온실가스를 흡수 제거할 계획을 제시했다. 아울러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포집·이용·저장(CCUS) 부문으로는 2035년 기준 연간 850만~ 2030만톤을 제거할 계획이다. 해외 감축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됐는데, 2035년 기준 2940만~3480만톤을 제시했다. CCUS는 2030 NDC에서는 2030년 기준으로 연간 1120만톤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2035 NDC 중에서 50% 감축안은 850만톤으로 잡아 처리량이 오히려 줄었다. 53% 감축안은 1120만톤으로 2030 NDC와 같았고, 60% 감축안은 2030만톤으로 2030년 계획보다 다소 늘었다. 국제감축도 2030 NDC에서는 3750만톤을 제거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는데, 이번 감축안에서는 2940만(50% 감축안)~3480만톤(60%감축안)으로 줄었다. 개발도상국도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하는 파리 기후협정에 따른 국제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목표에 맞는 시행 세부 설계 서둘러야 2035년 50~60% 감축 목표는 기술적·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도전 과제다. 그러나 기업의 탄소 규제 강화, 국제 공급망의 친환경 전환, 탄소국경조정제(CBAM) 등을 고려하면, 감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국제 사회의 감축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부문별 감축 목표를 법·제도로 명확화 △기술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자 △지역·산업·소비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전환 지원 정책 등 세 가지다. 탄소중립은 '환경 보호'가 아니라 경제 경쟁력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 감축안을 발표한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관은 “이번 국가감축 목표는 기후위기의 시급성·절박성, 전 지구적 책임 이행, 그리고 경제성장 한계 극복, 새로운 일자리·비지니스 창출 등을 모두 고려해서 마련한 것"이라며 “이 같은 녹색 전환을 통해 성장 기회로 삼자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축안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며, 정부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통해 국제사회에 알릴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 좌장을 맡은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경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60% 감축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감축안도 도전적인 목표"라면서 “2035년 이후에 감축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만큼 2035년 이전보다는 2035~2040년 에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원경제학회 세미나] 산업 탈탄소화, 경제성 있는 수소 확보가 관건…“수소고속도로 필요”

AI와 전력 대전환 시대를 맞아 산업 탈탄소화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 '마지막 퍼즐'로 부상했다. 에너지와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이 아니라 원료가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었다. 6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자원경제학회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난(難)감축 산업(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의 탈탄소는 결국 안정적인 청정 연‧원료 공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의 54%가 산업부문에서 발생하며, 그중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기초소재산업이 핵심"이라며 “산업구조상 탈탄소화는 단순히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산업 생태계 전체의 구조개편 과제이다. 2035 NDC가 제시하는 선형적 감축경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EU와 미국은 탄소중립을 산업재편의 성장전략으로 보고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과 전환금융 등 지원책을 앞세우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술과 제도 간 불일치로 실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우리 산업은 고효율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추가 감축의 한계비용이 매우 높다"며 “정부가 탈탄소화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연료·원료 전환 비용을 흡수할 금융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친환경 원료 공급체계의 중요성' 발표에서 “難감축 산업은 결국 연료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저탄소 철강, 저탄소 플라스틱 크래킹, 저탄소 시멘트, 저탄소 암모니아 합성 등 핵심 공정이 모두 안정적 청정수소 공급망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한국형 유동환원로 기반)을 예로 들며 “그린수소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증이 완료돼도 상용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스코가 2050년까지 연간 300만톤의 수소가 필요하다고 전망하는데, 현행 청정수소 공급능력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수소고속도로' 구축과 원전수소(Pink Hydrogen) 활용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수소고속도로' 구상도 공개했다. 그는 “동해·남해·서해 등 3개 권역에 청정수소 생산기지와 배관망을 구축해 산업·발전·도시가스를 잇는 국가급 인프라를 만드는 방안"이라며 “철강·석화·천연가스 혼입 등으로 연간 1억톤 이상의 CO₂ 감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수소 인프라 구축은 지방소멸 대응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며 “전남·경북·충남 등 고위험 지역에 산업단지·창업 생태계를 결합하면 일자리 1만 개 이상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은미 연구위원은 발표를 마치며 “산업 탈탄소화는 환경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탈탄소 기술을 단순히 규제대응 수단이 아니라 신산업 성장동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산업 간 융복합, 순환경제, 전환금융을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산업전환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 선택 아닌 필수···범정부 차원 조직 구성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무탄소 전원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에 청정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청정수소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2038년 및 2050년 전원구성 전망을 제시하며 무탄소 전원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통해 향후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삼는 대전환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보급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한 상태다. 보고서는 이같은 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소(원전) 등 무탄소 전원 확대는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적이라고 봤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전의 경직성은 전력 계통의 실시간 균형 및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과제를 수반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전력계통은 타 국가와 연결되지 않은 고립형 구조다. 수요·공급의 지역적 불균형, 대규모 전력공급의 첨단산업 집약 등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전원구성 변화는 과전압 등 과거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유형의 정전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계통 유연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관리의 필요성이 한층 더 부각된다. 이런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일조량·풍속 등 자연환경에 직접적으로 의존해 발전량이 시간대 및 기상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동한다는 측면에서 전력 수급 예측과 안정적 전력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부지확보, 경제성, 안전성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예로 대용량 ESS 전력망 연계 시 발전소나 변전소에 준하는 계통 연계 기준이 요구돼 일반 주거 및 상업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다는 입지 제약이 존재한다. 원전은 무탄소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되지만 동시에 경직성과 낮은 출력 조정성 등 기술·운영적 과제를 안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 수소발전이 전원구성 변화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성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소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 및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통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는 잉여전력을 활용해 생산 및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시점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자연 방전이 없어 계절 단위 장주기 저장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ESS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대규모 에너지 저장 문제를 보완하는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요 전망을 토대로 재생에너지·원전으로 이뤄진 무탄소 전원구성에 유연성 제공원(ESS, 수소발전)을 조합해 총 시스템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점을 추정했다. 그 결과 국가 전력수요 충족을 위한 무탄소 전원 구성에서 수소발전의 적정 비중은 2040년 19.6%, 2050년 16.9%로 도출됐다. 또 적정 수소발전 지점의 총 시스템 비용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으로 인한 연간 전력수급 편차를 ESS 단독으로 대응할 때보다 5.8~6.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수소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 탈탄소 핵심 수단이자 에너지 안보 및 경제 성장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 산업 확장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다. 현재 전체 탄소 배출량 약 27.4%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철강, 화학 등) 감축 필요성 증대로 수소환원제철, 그린암모니아 등 수소에너지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통해 2035년 수송, 저장, 공업 등 다분야의 수소에너지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목표다. 보고서는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청정수소발전이 계통 안정성 확보를 지원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으로 인식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수소발전 확대를 뒷받침할 안정적 청정수소 공급을 위해 국내 청정수소 생산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이밖에 국내외에서 생산·도입될 청정수소를 수용할 수 있는 액화·압축 저장시설, 전국을 잇는 배관망, 수소 인수 터미널 등 핵심 기반 시설의 선제적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 청정수소발전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는 실질적 시장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환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수소경제의 본격적 확산을 위해서는 발전, 산업, 수송 부문을 아우르는 범부처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을 기반으로 유기적 정책연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제주도, ‘그린수소’로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 이끌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낸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환경운동가이자 《6도의 멸종》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단 1도만 올라가도 킬리만자로와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고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주 기후위원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10년이 되면 제주 용머리 해안이 수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반복되는 가뭄과 폭염, 사라져가는 계절, 계속해서 높아지는 해수면 등을 통해 지구의 경고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뒤덮은 기후 변화의 파고에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결국 탄소를 줄이는 일이다.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제주를 찾았다. 바람과 햇빛이 만든 전기, 그리고 그것을 수소로 바꾸어 저장하는 기술까지. 제주는 섬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실험의 무대로 삼고 있었다. 제주가 만들어 가는 탄소중립의 현장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의 답안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 CFI에너지전시관에서 제주도의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보여주는 지도가 펼쳐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도 위에서 제주가 앞으로 10년 동안 밟아갈 에너지 전환 경로를 설명했다. “제주도는 2035년 탄소중립을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주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전시관 벽에는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계획이 단계별로 정리돼 있다. 2026년까지 해상풍력 100㎿를 설치하고, 수소 생산 시설 15㎿를 운영한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 150㎿와 30㎿ 규모의 수소 생산 국가사업을 추진하며, 2035년에는 해상풍력 3GW와 수소 100% 발전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해상풍력 3GW는 약 300만 가구에 전기를 동시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로, 제주 섬의 전력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계획에는 에너지 저장장치(BESS) 확충, 분산형 에너지 특화 지역 조성, 가상발전소(VPP) 구축, RE100 거래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전략은 제주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전력 공급의 안전성을 강화하며, 지역 주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의 기반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제주 바람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그린수소 만드는 수전해 방식 활용 전시관에서 확인한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체 전기의 7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둘째, 부족한 20~30% 가량의 기저전원은 그린수소로 전환한다. 마지막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설비와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ESS), 전기차와 연계된 시스템(V2G) 등 유연한 에너지 자원을 늘려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추진한다. 이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 체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시관을 나와 방문한 3.3㎿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시설은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이 시설은 낮 동안 남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전기나 수소차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가정 평균 소비 전략을 약 3㎾로 본다면, 3.3㎿는 약 1100가구에 전력을 동시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시설은 두 가지 수전해 방식(AEC 2㎿, PEM 1.3㎿)을 동시에 운전하는 하이브리드 실증 현장으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저장탱크는 최대 600㎏의 수소를 보관할 수 있고, 2㎿h 규모의 ESS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낮 동안 풍력과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수소로 저장했다가, 실제로 운영되는 모빌리티에 그린수소를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고, 이는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함덕 충전소에 1㎏당 1만5000원으로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며 “그린수소는 출력제어의 한계를 풀어내고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바람과 태양으로 전기를 만들고 남는 전기를 수소로 저장하며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바다에서 파도의 에너지로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수소를 생산하는 '해상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실험 중이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앞바다에 설치될 이 시스템은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로, 올해 해상 실증과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해상에서의 에너지 전환·저장·활용 사이클을 완성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은 10.9㎿ 규모의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 프로젝트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은 네 가지 수전해 기술(PEM,AEC, AEM, SOEC)을 한 곳에 모아 비교 실험한다. 생산된 수소는 청정수소 인증과 RE100 거래 모델에 활용되어, 기업과 지역사회가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마지막 방문지는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다.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를 공급하는 충전소로, 하루에 버스 4대 또는 승용차 20대를 한 시간 안에 충전할 수 있으며, 2024년 11월부터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9월 기준, 수소버스 22대, 수소청소차 1대, 승용차 68대가 그린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제주 도로를 달리고 있으며, 생산기지가 더욱 안정화되면 그린수소를 이용한 차량 운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저탄소 중앙계약', '실시간 전력거래'와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며, 에너지전환의 실험장이자 현장 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수소 저장 기술로 보완하며, 탄소중립을 향한 미래를 실험하는 것이다. 또한 RE100 수소시범단지, 5MW 플랜트형 PEM 수전해 기술개발, 수소특화단지 지정 추진,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 기술개발 추진 등 명실상부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고 있다. 파도가 치는 바다 위 풍력발전기, 전기로 물을 나누어 수소를 만드는 장치, 함덕 충전소에서 조용히 달리는 수소버스까지.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결합한 대한민국 첫 탄소중립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섬이기에 가능했고, 섬이기에 더 절실한 도전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리포트] 지구온난화에 스트레스 받는 ‘쌀’…생산 줄고 미질도 하락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쌀 생산과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벼의 등숙기(쌀알이 여무는 시기)에 나타나는 고온은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쌀알의 반투명도와 식미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2022년 여름의 24.5℃보다는 1.1℃, 2023년 여름의 24.7℃보다는 0.9℃나 높았다. 평년 여름 평균기온(1991~2020년 30년 평균값) 23.7℃보다 무려 1.9℃나 높았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온이 높았던 지난해 쌀 생산량과 쌀의 질은 어땠을까.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연구진은 2023년과 2024년의 기상 조건과 쌀 외관 품질을 비교 분석한 연구를 국제 학술지 '작물 과학 및 생명공학 저널(Journal of Crop Science and Biotechnology)'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식량과학원 완주 시험포장에서 재배된 42개 국내 벼 품종을 대상으로, 등숙기에 나타나는 기온 변화가 쌀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것이다. ◇등숙기 온도 1℃ 상승, 완전립 비율 급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5~10월 평균기온은 전년보다 1.1℃ 높았으며, 일평균 기온 30℃ 초과 일수는 2023년 8일 → 2024년 20일, 최고기온 35℃ 초과 일수는 9일 → 17일로 고온 지속 기간이 크게 길어졌다. 이러한 고온은 벼의 호흡량을 증가시키고 세포 분열과 전분 합성을 방해해 뿌옇게 흐린 분상립(chalky grain)과 금이 간 쌀fissured grains) 발생률을 크게 높인다. 실제로 2024년에는 백미 품질 요소 중 완전립 비율은 현저히 감소한 반면, 분상립 비율은 현저히 증가했다. 쌀알 내부가 채워지지 않는 미숙립(immature grain) 비율도 증가했다. 특히 2024년에는 미숙립과 완전립 사이에 매우 강한 음의 상관관계(r = –0.91)가, 분상립과 완전립 사이에 강한 음의 상관관계(r = –0.94)가 관찰되어, 고온 스트레스 하에서 품질 저하 요인들의 연관성이 강해짐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42개 한국 벼 품종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외관 품질 반응을 평가했다. 그 결과, 품종별로 온도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뚜렷하게 갈렸다. 동진2호, 보람찬, 수광, 황금누리 등 일부 품종에서는 완전립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외관 품질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진2호와 보람찬은 완전립 비율 감소율과 미숙립 비율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아세미6호와 남평 등의 품종은 기온 상승에도 완전립 비율과 전분 축적 특성이 크게 변하지 않아 고온 환경에서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으로 평가됐다. ◇“기후 추세상 쌀 품질 악화 피할 수 없어" 2024년이 고온으로 기록된 해였지만,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여름철 평균기온만 놓고 보면 2025년이25.7℃로 2024년보다 0.1℃ 더 높았다. 즉,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누적되는 추세이며, 벼의 생육 기간인 7~9월의 고온 지속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남·충청 지역의 일부 농가에서는 이미 여름철 야간 고온 탓에 벼 알이 여물지 않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등숙기 평균기온이 30℃를 넘는 날이 5일 이상 지속되면 쌀 품질은 급격히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한의 기후 변화 속에서 쌀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은 마치 뜨거운 난로 옆에서 굳혀야 할 젤리가 제대로 굳지 않고 흐물거리는 것과 같다. 이는 쌀 품질 악화가 단순한 '그해 날씨 운'의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식량 생산 구조 변화를 요구하는 문제임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기온 상승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확량 감소 △쌀 품질 저하로 인한 소비자 이탈 △농가 수익 감소 등이 동시에 나타나, 국내 쌀 산업의 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위기"라며 “새로운 벼 품종 개발과 보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식량안보를 지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고온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형질(완전립 비율, 전분 축적 능력 등)을 기준으로 유전자를 선발하고 교배에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부,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NDC) 50~60% 제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18년 대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최소 50%에서 최대 60%까지 제시했다. 기후부는 오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35 NDC 정부안'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기후부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7억4230만톤을 기준으로 2035년까지 절반 수준인 3억7120만톤(50%) 또는 3억4890만톤(53%)으로 줄이는 하한선 시나리오 두 가지를 제시했다. 기후부는 이 목표를 “현실적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둔 안"이라고 설명했다. 상한선은 60% 감축으로, 2035년 배출량을 2억9690만톤까지 줄이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 확대, 혁신 기술 개발, 산업 구조 전환 등을 전제로 한 도전적 목표로 제시됐다. 당초 산업계가 주장한 48%나 환경단체가 요구한 65%는 이번 정부안에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환경단체 양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2035년 NDC 감축 비율은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기후부는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2일까지 총괄, 전력·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흡수원, 순환경제 등 6개 분야에서 대국민 공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그 결과를 종합해 최종 정부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한다. 또한 공청회에서 2035 NDC를 경제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대한민국 녹색전환(K-GX) 전략 방향'도 함께 발표한다. 대한민국 녹색전환(K-GX'은 NDC 이행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신산업 창출, 수출 동력 확보 등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2035 NDC 최종안을 확정하고, 오는 10~21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데이터센터와 배터리의 위험한 동거, ‘액화공기’가 해결책인 이유

지난 9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리나라 디지털 인프라의 치명적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길은 22시간 동안 타오르며 정부 전산시스템을 마비시켰고, 이는 단순한 시설 화재를 넘어 '국가 행정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화재가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교훈을 반영하여,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을 줄이고자 설비를 이전하는 작업 중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위험을 예방하려던 조치가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부른 것이다. 이 사건은 AI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센터가 '리튬 배터리와 위험한 동거'를 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데이터센터는 리튬 배터리의 화재 위험뿐만 아니라, '전력망 확보'라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 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최근 11개월간 수도권에만 원자력 발전소 20기에 해당하는 20GW 규모의 전력 사용 신청이 몰렸다. 하지만 수도권의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새로운 송전망을 건설하는 것은 주민 민원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송전선로 건설 사업의 83%가 평균 41개월씩 지연되고 있으며, 그 원인의 절반 이상은 주민 반대로 기인한 것이다. 결국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화재 위험을 감수하며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사업에 필요한 전력조차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액화공기 에너지저장장치(LAES, Liquid Air Energy Storage)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LAES는 잉여 전력으로 공기를 영하 190도 이하의 액체로 만들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기화시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물리적 저장 시스템이다. LAES가 왜 AI시대의 '게임 체인저'인지 네 가지 핵심 이유를 통해 살펴보자. 첫째, '가상 송전망'으로 전력 병목을 해결한다. 데이터센터 부지 내에 LAES를 설치하면, 전력망이 한가한 심야에 전기를 미리 저장해두었다가 전력 수요가 몰리는 낮 시간에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논란이 많은 신규 송전망을 건설할 필요 없이,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가상 송전망' 역할을 한다. 주민 민원과 행정 절차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둘째, 절대적인 화재 안전성을 보장한다. LAES는 오직 공기와 물만을 사용하기에 리튬 배터리의 '열 폭주'와 같은 화재나 폭발 위험이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화재 발생으로 인한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재앙은 발생할 수가 없다. 셋째, 공생을 통한 압도적인 경제성을 자랑한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약 40%를 서버 냉각에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폐열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폐열은 LAES 시스템에서는 발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귀중한 '연료'가 된다. 반대로 LAES가 전기를 만들고 배출하는 냉열은 데이터센터 서버 냉각에 재활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버려지던 열 에너지를 자원으로 바꾸는 완벽한 공생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넷째, 진정한 에너지 독립을 실현한다. 2026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되면 수도권의 전기료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LAES를 갖춘 데이터센터는 값싼 심야 전력을 저장해 사용하고, 남는 전력은 전력망 안정화 서비스로 판매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에너지 프로슈머'로 거듭날 수 있다. LAES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영국 하이뷰 파워(Highview Power)는 맨체스터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인 50MW/300MWh급 상용 플랜트를 건설 중이며, 가동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토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한국기계연구원이 핵심 부품인 터보팽창기와 콜드박스를 100% 국산 기술로 연구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상용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전 화재는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리튬 배터리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만으로는 AI 시대의 에너지 수요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에 LAES를 도입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할 필수 전략이다. 화재 위험과 송전망 갈등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벽을 동시에 허물 수 있는 LAES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과감한 결단과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 ※ 상기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소속기관 등의 공식적 의견은 아님을 밝혀둡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연구위원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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