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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5년 이후 10년간 직·간접 고용 1만1000여 명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인 구조조정 발표 없이 장기간에 걸쳐 저강도 정리해고가 이뤄진 셈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자산 매각과 단기 이익 추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홈플러스의 직접 고용 인원은 2만6477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2만12명으로 6465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간접 고용 인력도 8112명에서 3191명으로 4921명 줄었다. 합쳐서 총 1만1386명이 감소한 셈이다. 특히 간접 고용 인력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2015년 대비 60.6%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경비·매장 관리 등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저강도 정리해고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해고 계획을 공표하고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사회적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해, 오랜 시간에 걸쳐 인력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다. 한창민 의원은 “MBK는 빚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돈을 빼내 단기 이익만 챙겼다"며 “마치 집을 대출로 사놓고 안에 있는 가구와 가전제품까지 다 팔아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피해는 노동자, 자영업자, 소비자, 그리고 국민연금이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간 경영진은 성장 투자보다는 핵심 부동산 자산을 비싼 값에 매각하며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 MBK의 최대 고민은 인수 직후부터 이자와 차입금 상환이었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영업력을 강화해 매출을 끌어올리거나,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길이다. MBK는 후자를 택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현금 1조원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15년 이후 홈플러스의 자본적 지출(CAPEX)은 연간 1000억 원 안팎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연평균 4400억 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후자 방식은 임대료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MBK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북수원점·김해점·김포점·가좌점·의정부점·강서점 등 전국 주요 점포 15개 매장을 '세일앤리스백(SLB·Sale & Leaseback)'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매각 대금 1조8666억원을 챙겼다. 이후에도 2020년 전국 매출 5위권에 들었던 안산점을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2024년까지 전국 매출 상위권이던 가야·대전둔산·탄방·대구점 등 주요 14개 점포가 폐점됐다. 이어 홈플러스는 올해 8월 13일부터 내년 5월까지 15개 점포도 추가로 폐점하기로 했다. 단기간 급전 마련에는 효과적이었다. 실제 부동산 매각을 본격화한 2016년부터 최근까지 홈플러스의 장단기 차입금 2조7112억원을 줄였다. 이는 홈플러스의 매각 부동산자금 2조2111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노조는 “영업이익으로는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자 MBK는 결국 홈플러스 자산 매각으로 버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건물을 팔아 현금화한 뒤 다시 임차해 쓰는 SLB 방식은 임대료 부담을 키웠다. 해당 15개 임차점포에서만 2025년 2월 말 회계연도 기준 임대료 지출액이 1058억원에 달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전체 임차매장(2022년 66개, 2023년 69개, 2024년 71개)의 임대료 총액 중 약 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차료는 같은 기간 연간 3843억~4148억원 규모였는데, SLB 임차점포가 그 부담의 4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매출 상위 점포 축소와 임대료 부담 증가는 영업이익 악화로 직결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올해 1월 말 기준 총부채 8조5000억원이 달했다. 이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리스부채가 1조88억원이다. 빚더미에 허덕이던 홈플러스는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에서 1조2000억원 한도의 부동산담보대출까지 받았다. 이후 MBK는 3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러나 회생 신청 이후에도 MBK는 구조조정 여부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 매각이 사실상 유일한 출구 전략으로 제시됐다. 실제 지난 3월 4일 채권단에 제출한 MBK 문서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점포 4곳 추가 매각, 매출 하위 점포 면적 축소 계획 등이 담겼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금이 부족한 기업이 무리하게 인수하면 차입금 상환에 치중해 구조조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특히 PEF의 기업 인수 후 SLB를 통한 자산 매각과 배당에 집중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인수 후 일정 기간 기업의 자산 매각과 배당 지급을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5-09-15 15:10 김하나

공적기관이 국민연금이 수익률에 매몰돼 사모펀드의 기업 사냥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부도나 문제가 됐던 홈플러스 인수전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 투자 과정에서 입찰 전에 투자확약서(LOC·Letter of Commitment)를 발급해 주면서 사실상의 보증인 노릇을 한게 확인됐다. 또 홈플러스 등의 인수 과정에서 안전성, 공익성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수익률만 바라보고 투자를 확정해 공적 기관의로서의 책무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20년간 국내 사모펀드(PEF) 관련 안건을 심의하면서 국민연금 대체투자위원회에 국내 사모 관련 안건이 총 92건 부의됐으며, 이 가운데 12건에서 투자확약서가 발급됐다. 연도별로 보면 △2006년 LG카드 △2007년 메가박스·대경기계기술·하나로텔레콤 △2010년 해태제과식품 △2014년 ADT캡스(Project Angel) △2015년 ADT캡스(Project Angel II)·홈플러스(Project Equalizer) △2018년 11번가(Project Crystal) △2019년 모멘티브(Project Mom)·롯데카드(Project Curie) △2021년 덕양(Project Haldane) 등이다. 문제는 LOC 발급 시점이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를 포함해 최소 4건의 확약서를 입찰 전에 내줬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인수전(Project Equalizer) 당시 2015년 8월 21일 LOC를 발급했고, 정식 입찰은 사흘 뒤인 24일이었다. 또 국민연금은 2006년 LG카드 인수 과정에서 입찰일(8월 10일)보다 13일 앞선 7월 28일 LOC를 내줬다. 2007년 대경기계기술의 경우에도 입찰 하루 전인 9월 11일에 LOC가 발급됐다. 같은 해 하나로텔레콤은 입찰일(11월 13일) 두 달여 전인 9월 20일에 이미 확약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입찰이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 투자일 경우 특정 컨소시엄에 참여해 초기 단계부터 투자 검토를 진행하도록 돼 있다. 국민연금은 “초기부터 검토가 진행돼야 조건 협상이 가능하고, 투자자가 희망하는 자금액 확보가 용이하다"며 “빠른 속도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가 LOC를 사실상 사모펀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홈플러스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 LOC를 근거로 해외 연기금(CPPIB 등)을 끌어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LOC는 사실상 '믿을 수 있는 투자자 인증마크'로 통한다"며 “입찰 전에 LOC를 발급하면 특정 컨소시엄에 압도적 우위를 안겨주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공적 기관인 국민연금이 '수익률'만 보고 투자 확약서를 써줬다는 점이다. LBO 구조의 위험성, 홈플러스의 업계 전망, MBK의 과거 투자 실적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투자를 약속했다. 당시 MBK는 연 9%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LOC를 요청했다. 이는 경쟁 컨소시엄이 제시한 7.8~8%대보다 높은 조건이었다. 국민연금은 이를 근거로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펀드였기 때문에 LOC를 발급했다", “MBK 파트너스가 제시한 투자조건이 국민연금에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투자는 손실로 이어졌다. 앞서 국민연금은 2011년부터 MBK파트너스와 거래를 이어오며 총 11개 펀드에 약 2조원을 출자했고, 이 중 회수금은 1조3000억원에 그쳤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 3호 블라인드펀드'에는 6121억원을 투입했으며, 이익금을 포함해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약 9000억원에 달한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홈플러스 투자 건의 경우 상장전환우선주(RCPS) 수익률이 당초 9%였는데, 일정 기간 후 스텝업 조건이 있어 현재는 13%"라며 “회수 금액을 제외하면 못 받은 돈이 공정가치평가상 약 9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LOC 발급이 공적 기금을 사모펀드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민연금은 단순히 높은 '수익률'에 끌려서는 안 된다. 공적 기금인 만큼 안정성과 사회적 책임, ESG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원금 손실을 피하는 안정성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수익률을 강조하다가 손실을 본 홈플러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모펀드도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강화하고, 공시의무와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5-09-14 12:16 김하나

정치권이 사모펀드(PEF)의 차입 인수(LBO·레버리지드 바이아웃) 관행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3월 홈플러스 부도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과도한 사익 추구가 멀쩡한 기업을 흔들고 부도내 선의의 투자자·주주들은 물론 고용된 근로자들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등 공정한 시장 질서를 흔들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에서 규제 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최근 PEF의 차입 한도를 펀드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줄이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도 유럽연합(EU)의 'AIFMD(대체투자펀드운용자지침)'를 본뜬 일명 'MBK 사모펀드 규제법'을 제출했다. 해당 법안에는 △차입한도 200% 제한 △2년간 배당금 금지 △정보공개 의무화 조항이 담겼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도 인수 후 24개월간 고배당·자사주 매입·유상감자 등을 막고, 자산 매각 시 금융위와 기관출자자(LP) 보고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냈다. 이같은 규제 입법 추진은 지난 3월 홈플러스 부도 사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남근 의원은 지난 8월 국회 토론회에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전체 인수 대금 중 60% 이상을 외부 차입에 의존한 전형적인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을 택했다"며 “자금 부담은 투자자가 아닌 기업에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LBO(레버리지드 바이아웃·leverage buyout)는 아직 소유하지 않은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수 자금으로 쓰는 방식이다. 인수자는 적은 자본으로 회사를 손에 넣을 수 있고, 금융사는 담보를 확보한 상태에서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어 오랫동안 활용돼 왔다. 실제 2015년 MBK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 원에 인수할 당시 이 구조가 그대로 적용됐다. MBK는 인수 자금 중 3조2000억원만 자부담했고, 2조7000억 원은 인수 대상인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았다. 여기에 테스코가 떠안고 있던 고금리 차입금 1조3000억원을 국내 금융기관 대출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승계했다. 나머지는 자본금 개념이지만 사실상 빚인 RCPS 7000억원을 포함해 4조1000억원으로 메웠다. 결과적으로 전체 인수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4조원 이상(60%)이 '남의 빚'으로 충당됐다. 문제는 그 후에 불거졌다. MBK는 홈플러스의 자금으로 자신들이 대출한 인수 자금의 이자를 지불했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MBK 인수 직후인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홈플러스가 부담한 이자 비용은 총 2조9329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4713억 원의 6배다. 영업으로 번 돈보다 빚 상환에 나간 비용이 2조5000억 원 많았던 셈이다.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도 “장기간 영업적자와 과중한 재무부담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추가 자금 조달과 기존 채무 상환·대환 가능성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차입 의존 경영을 홈펄러스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2024년 11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6조4334억원으로, 세전영업이익(EBITDA)의 20.3배에 달한다"며 “현금창출력 대비 부채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해외 주요국은 LBO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LBO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AIFMD는 사모펀드가 기업 지배권을 확보한 경우 최소 2년간 배당과 자본감소를 금지하고, 레버리지 수준·유동성 위험·자산 내역을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단기 수익을 위한 '먹튀식 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한국은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019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문 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최소 자기자본 요건은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유지 기준도 14억원에서 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신뢰하며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소규모 자본으로도 대규모 차입 인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임수강 금융평론가는 “LBO는 구조적으로 부채 비율을 높여 기업이 감당해야 할 이자 부담을 키운다"며 “결국 성장을 위한 투자 대신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내몰려 홈플러스처럼 지점 축소와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공동 자금을 끌어다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을 잘해 수익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LBO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5-09-10 14:58 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