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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석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송재석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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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지급여력비율’ 기준 24년 만에 낮춘다…150%→130%로 조정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급여력비율(K-ICS) 감독 기준이 24년 만에 하향 조정됐다. 기준 수치는 기존 150%에서 130%로 낮아졌으며, 이번 개정안은 11일부터 즉시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통해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K-ICS 기준 하향을 골자로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개정된 감독 기준은 후순위채 중도상환 요건이나 보험업 인허가 심사 시 활용되는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종전보다 완화한 것이 핵심이다. 지급여력비율 기준이 조정된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정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K-ICS)가 적용되면서, 전체적으로 보험사 건전성 관리의 엄격함이 이전보다 강화된 점이 반영된 결과다. K-ICS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수치가 100%를 밑돌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며, 보험업 인허가나 후순위채 상환, 자회사 소유 허가 등 주요 경영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당국은 이번 감독 기준 조정이 보험업권이 직면할 수 있는 복합위기 시나리오와 과거 지급여력제도(RBC) 하에서의 금리변동 리스크 축소 효과, 그리고 은행권의 사례 등을 모두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비상위험준비금의 환입 요건도 현실에 맞게 완화됐다. 기존에는 종목별 손해율이 일정 기준을 넘는 데 더해 당기순손실과 보험영업손실까지 모두 발생해야 환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손해율 초과만 충족되면 된다. 그간 업계에서는 환입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올 하반기에는 보험사 건전성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도 본격화된다. 금융위는 이달부터 금융감독원, 보험업계, 학계·연구기관,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험업권 건전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동할 예정이다. TF는 향후 K-ICS 체계 내 기본자본 규제 도입 방안, 2026~2027년 할인율 현실화 추진 계획, 계리가정 정비 등 건전성 기준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향과 실행 속도를 점검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TF 논의를 바탕으로 보험사의 수용 여건과 건전성 원칙을 함께 고려한 실행계획을 마련해 올해 하반기 중 확정할 계획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버는 돈으로 이자도 못 낸다”...기업 10곳 중 4곳 ‘한계상황’

이자도 내지 못할 만큼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통계상 기업 실적은 개선됐지만, 실상은 대기업 중심 회복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 4167곳 중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이 100% 미만인 기업 비율은 40.9%에 달했다. 전년보다 1.9%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업적자로 인해 이자보상비율이 0%를 밑돈 기업도 28.3%로 전년(27.0%)보다 증가했다. 이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반면 전체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298.9%로, 전년(221.1%) 대비 개선됐다. 매출과 수익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개선된 모습이다. 전체 매출 증가율은 2023년 -2.0%에서 지난해 4.2%로 반등했고,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플러스 전환했다.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5.2%, 비제조업은 운수·창고·도소매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3.0% 각각 증가했다. 대기업(-2.8%→4.4%)과 중소기업(1.4%→3.2%) 모두 매출 성장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3.8%에서 5.4%로 상승했고, 세전순이익률도 4.5%에서 5.2%로 높아졌다. 제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3.3%에서 5.6%, 세전순이익률은 5.2%에서 6.3%로 개선됐고, 비제조업도 각각 5.1%, 3.8%로 소폭 상승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8%에서 4.6%로, 세전순이익률은 3.4%에서 3.0%로 하락하며 대기업과 대조를 이뤘다. 재무 건전성 지표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전체 부채비율은 101.9%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낮아졌고, 차입금 의존도도 28.7%에서 28.3%로 소폭 하락했다. 정영호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지표가 좋아졌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중소기업 영업이익 증가율이 낮아졌다"며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83% 정도로 많고, 그중에서도 비제조업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도소매업과 부동산업 쪽의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비은행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한은 “통화 영향” 신중론

더불어민주당이 비은행권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자, 한국은행이 긴급히 대응 논의에 착수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리스크와 대응 전략을 다룰 예정이던 콘퍼런스의 일정을 연기하고 논의 내용을 재조정 중이다. 당초 다음 달 1일 개최를 목표로 준비해왔으나, 민주당의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 이후 콘퍼런스의 메시지를 보완하기 위해 일정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콘퍼런스는 금융통화위원회 전·현직 위원 사회로, 대학 교수 및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준비 중이었다. 특히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무분별하게 허용했다가 투매(코인런)가 발생할 경우 원화 경쟁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었다. 한은의 이 같은 기조 변화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과 무관하지 않다. 민 의원은 법안 발의 직후 “미국 등이 디지털자산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라고 주장했다. 또한 “디지털자산시장은 속도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G2(주요 2개국)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속도전 의지를 밝혔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설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 핀테크 등 비은행권에도 시장을 개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시절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행뿐 아니라 민간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가 되는 '한국형 구조'를 제안한 바 있다.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며 카카오페이 등 관련주 주가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한국은행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2일 국제 콘퍼런스에서도 “자본규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갈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오는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다시 한번 표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제도 정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외에도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등 관련 법령을 포괄적으로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이세훈 금감원장 대행 “새 정부 금융공약 이행 최선...소상공인 채무 점검”

금융감독원이 내수 부진과 경기 위축 속에서 소상공인의 채무 부담이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하며, 관련 금융지원과 자금공급 강화를 예고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장 직무대행은 9일 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1분기 역성장에 올해 0%대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는 주식시장도 여전히 주요국 대비 저평가 상태이며, 우량·비우량 기업 간 자금조달 여건 양극화도 심화돼 자본시장 활력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 대행은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겨냥해 “소상공인 등에 대한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현황을 정밀 점검해 필요한 자금공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문제도 언급됐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로, 미국(4.8배), 인도(4.0배), 대만(2.6배), 일본·중국(각 1.5배)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대행은 금융시장 내 잠재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강조하면서 “신임 원장 임명 전까지 임직원 모두 금융시장 위험 요인에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긴밀히 대응하면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그는 “시중의 유휴자금이 안정적인 예대마진 위주 부동산 금융에서 벗어나 자본시장과 생산적 분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금융권 자금운용 규제개선 등 세부 추진과제를 적극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으며, 금감원은 차기 수장이 임명될 때까지 이세훈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이재명 정부 출범] 금융위 체제 끝나나...차기 금융권 인사 촉각

제 21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당국 개편을 포함한 경제부처 조직 재정비 방침을 밝히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체계 전반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차기 금융당국 수장과 주요 금융기관 인선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발표한 정책공약집에서 “기획재정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기능의 분리와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 분리에 대해 언급했다. 정책과 감독을 한 조직이 동시에 수행하는 현재의 구조에 대해 근본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기능이 축소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정책과 금융공기업은 신설될 재정경제부(가칭)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은 별도의 금융감독위원회로 독립시키는 방안이 검토되는 분위기다. 이는 정책과 감독의 이해 충돌, 특히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간 충돌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사실상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출범한 금융위-금감원 체제가 17년 만에 구조적으로 바뀌는 셈이다. 새로 출범할 감독기구 아래에는 금융건전성, 금융시장감독 기능이 세분화되고 현재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이 대통령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감독기구에 검사권을 부여하고,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민간 전문가 중심의 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금융당국의 평가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소액분쟁에 대해선 금융사가 조정결과를 수용하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도 언급됐다. 이와 함께 차기 금융수장 인선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금융위원장 후보로는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 등이 거론된다. 도 전 부위원장은 과거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엔 이 대통령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에 참여했다.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다수 하마평에 오른다. 이 대통령의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활동했던 김병욱, 홍성국, 제윤경 전 의원을 비롯해,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출신인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도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 교수는 최근 금감원을 감독 전담 기구와 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전 금감원 부원장)도 유력 후보군에 포함된다. 한편,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이달 5일로 종료되는 가운데 후임 인사에 대한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대신 동남권에 별도의 투자은행 설립을 제안하면서 '산은 이전 논란'은 잦아드는 모양새다. 산은과 노조에 따르면, 본점 이전이 이슈화된 지난 3년간 퇴사자는 200명을 넘기며 예년 대비 수 배 증가했다. 노조는 새 회장에게 부산 이전 조직의 서울 복귀와 본점 이전 철회를 요청할 방침이다. 산은은 그간 지역성장부문과 투자금융센터 등을 부산으로 이전하며 이전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새 정부 기조에 따라 조직 재정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금융권 인맥도 이목을 끈다. 금융·자본시장위원회에서 활동한 김병욱 전 의원을 중심으로, 마호웅 전 우리은행 본부장, 최재호 전 산은캐피탈 베트남 대표, 이정원 전 골든브리지 부사장 등이 함께 했다. 여기에 정의동 전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김옥찬 전 KB금융 사장, 김상택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 노융기 전 산은 부행장 등 금융권 전·현직 인사 157명이 이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새 정부 금융정책 구상에 힘을 실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잠재성장률 0% 위기, 경제구조 개혁이 열쇠다

수출은 정체되고, 소비는 위축됐다. 기업의 투자는 지연되고,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경기 둔화 신호는 경제 전반에서 동시에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 침체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저성장 국면으로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5%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 수치는 단기 경기의 반등 여부를 넘어,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KDI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중진국 진입의 동력이 되었던 인구 구조와 생산성 요소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의 하향을 의미한다. 저출생·고령화,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노동시장 경직성, 기술 혁신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 측의 제약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요 측면의 부진도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가계의 소비 여력은 떨어졌고, 기업들은 대외 불확실성에 더해 내수회복의 기대마저 낮아지면서 투자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성장이 막힌 것이다. 금융과 외환시장에도 경기 둔화의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화 약세와 고환율 흐름은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며 외국인 자금의 이탈 압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금리와 환율, 물가 등 거시 지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는 약화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통화·재정정책의 실효성도 제한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고 있지만 환율 불안정성과 높은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해 금리 인하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재정정책 역시 국가채무 증가와 재정건전성 우려 속에서 과감한 확장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성장 여력의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와 '정책 여력의 한계'라는 현실적 벽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외부 충격이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축적된 리스크가 성장 모멘텀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진단이 유효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전환기에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할 것인가다. 노동시장 유연화, 산업전환과 같은 경제구조 개혁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히 생산성 정체가 잠재성장의 핵심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노동개혁을 통한 고용시장 정상화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조정, 성과중심 임금구조로의 개편, 획일적 노동시간 규제 완화는 당장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한 달 뒤 들어설 차기 정부의 우선적인 과제로 반드시 자리매김해야 할 대목이다. 수치는 분명하고 방향도 뚜렷하다. KDI의 경고처럼 잠재성장률 0%대 시대는 단지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정치와 정책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결국 국민의 삶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은 진단이 아니라 실행의 시간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사모펀드 MBK의 끝없는 그림자

2015년 9월,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유통 공룡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례는 MBK파트너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인수합병(M&A) 시장에도 큰 획이었다. MBK는 당시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시아 투자 전문회사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칼라일그룹을 누르고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는데 성공하며 국내 M&A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해당 거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Buy-out) 딜이자,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사례로 남았다. 홈플러스 인수 당시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MBK는 직원들과 노동조합, 협력사,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MBK파트너스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에 또 다시 중대한 역사를 남기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이달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은 것이 발단이었다.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하향(A3→A3-)하면서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선제적으로 회생절차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MBK의 명분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던져진 큰 혼란과 파장을 감안할 때 궁색하기만 하다. 갑작스런 기업회생 절차로 홈플러스 입점사들은 정산금을 지급받지 못해 각종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으며,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 전단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 위기에 놓였다. 이 와중에 홈플러스가 지속적으로 내놓는 변명과 해명들은 돌연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과 납품업체들의 고통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특히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이해관계자 보호에 일말의 책임감이나 윤리의식이 있었다면, 신용등급 강등 직전까지 전단채를 발행하는 행위는 단연코 없었을 것이다. 자구책을 생략하고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1원이라도 손해 보기 싫다는 MBK파트너스 본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 전반의 신뢰를 저버린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는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고려아연은 이달 말 정기주총에서 영풍-MBK연합과 의결권 정면 대결을 벌인다. 김광일 부회장은, MBK가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주주환원·기업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견제, 감독기능이 상실됐으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사가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정석기업 등에 투자해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훼손시켰다는 게 MBK의 주장이다. MBK는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총 3조4000억원의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책임경영을 도외시한 채 국내 자본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버린 MBK가 과연 거버넌스 개선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이자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게다가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정부가 특별 관리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를 통해 확인된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이 고려아연에서도 적용된다면, 이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고려아연은 사모펀드식 경영의 민낯을 드러낸 MBK가 간단하게 넘볼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MBK는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논하기 전에 홈플러스 기업회생으로 촉발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 있는 답부터 내놔야 하지 않나. 적어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의 개척자이자 대부, M&A 시장의 귀재라면 말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은행권 소환 반복, 민생 보호인가 포퓰리즘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6대 시중은행장과 만난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참석한다. 은행장들 입장에서 이 대표와의 만남이 반가울리 없다. 이 대표가 은행장들에게 소상공인과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상생금융 지원 폭을 확대하고 기준금리 인하추이에 맞춰 가산금리도 낮춰달라고 주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23일, 맞춤형 채무조정과 폐업자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 다른 청구서가 날아드는 셈이다. 이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이자 더불어민주당이 횡재세 도입을 외쳤던 주체라는 점도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 대표의 소환 요구는 실제 메시지를 떠나 금융지주사들로 하여금 일종의 군기를 잡고,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차기 대권주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그간 정부부처, 금융당국이 아닌 정치권이 은행권을 소집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은행 실적을 봐도 정치권의 요구에 거부할 명분은 부족하다. KB금융,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작년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작년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진 점과 비교할 때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은 단연 눈에 띌수밖에 없다. 게다가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도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인해 대출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최대실적·대출금리 인상 등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정치권 입장에서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리 만무하다. 그러나 거듭된 은행권의 소환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속성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심각한 염려를 낳는다. 금융지주사 전체 지분의 7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현재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금융지주사들의 최대 실적이 정치권의 자원으로 치부되는 행위가 당연시된다면, 이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리나라 경제, 금융시장을 계속해서 누르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펀더멘털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30원 정도 더 올랐다고 했다. 현재의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등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달 8일에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금융·외환시장 당국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대표는 “금융시장이 경제 상황을 잘 보여주는데 국민께서 걱정이 많다"며 “금융당국, 외환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당국도 정치권에 필요한 것을 요청하면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국회가 사사로운 싸움과 정쟁에만 휘말려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의 책임을 당국, 은행권에만 전가하는 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면 국가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소비, 내수, 건설경기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고 정치 등 여러 이유로 국내총생산(GDP) 갭(마이너스 폭)도 늘어나고 있어 통화정책 외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우리나라 경제가 그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곪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본질은 외면한 채 본인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작금의 모든 태도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경제와 탄핵, 계엄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장신구 따위가 아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비상계엄 후폭풍’ 진화 나선 금융당국...“10조 증안펀드 가동+비정례 RP 매입”

비상계엄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하자 금융당국이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 펀드 가동 등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4일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과제를 논의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현재 외환시장 및 해외한국주식물 시장은 점차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 금융유관기관, 금융협회들과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개최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 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증시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시장은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외환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 위험 등에도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금융·외환시장 점검 및 시장안정화 조치'를 위해 회의를 소집한 뒤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단기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한은은 “비상계엄 직후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가 해제 이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금융통화위원회는 당분간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임시 회의를 개최해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서 정부와 함께 발표한 바와 같이 금융·외환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한은은 원활한 원화 유동성 공급을 위해 RP 매매 대상 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권,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 등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한은은 이날부터 비정례 RP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원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RP매매 대상증권 및 대상기관을 확대할 방침이다. 필요 시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을 실시하고 채권시장과 관련해서 국고채 단순매입, 통안증권 환매를 충분한 규모로 실시한다. 또한 한국은행법 제64조 및 제80조에 의거한 대출이 필요한 경우 금통위 의결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외화 RP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고 환율 급변동시 다양한 안정화 조치도 적극 시행한다. 아울러 원활한 지급결제를 위해 금융기관의 순이체한도 확대 및 담보 설정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한은은 “우리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강건한 대외건전성으로 시장심리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융·외환시장 상황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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