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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석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송재석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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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책금융 252조 시장으로...5대 중점분야에 ‘150조’

정부가 내년 정책금융을 앞세워 성장 산업과 지역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총 252조원의 자금이 시장에 공급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13차 정책금융지원협의회를 열고 2026년 정책금융 공급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정책금융 공급 규모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4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총 252조원으로 올해보다 1.8% 증가했다. 정책금융은 첨단전략산업을 포함한 5대 중점 전략 분야(47개 부문)에 150조원 이상이 집중 공급된다. 이는 올해 목표치인 138조원보다 12조원(8.9%) 늘어난 규모다.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4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나노·수소·항공우주·방위산업·농식품·풍력 등 미래 유망 산업에는 24조7000억원이 배정됐다.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존 산업의 사업 재편에는 32조2000억원, 유니콘 기업을 포함한 벤처·중소·중견기업 육성에는 19조원이 각각 공급된다. 고환율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경영 부담을 겪는 기업을 위한 자금 지원도 이어진다. 금융위는 기업 경영 애로 해소를 위해 31조8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별도로 공급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중점 분야 150조원 공급 계획은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는 국민성장펀드와는 별도의 계획"이라며 “국민성장펀드를 통해서도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 전반에 연간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 투자와 위험 선분담 등을 통해 기존 대출·보증 위주의 정책금융과는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정책금융의 한계를 보완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성격이 강하다. 아울러 내년부터 '정책금융 지방공급 확대 목표제'가 시행되면서 전체 정책금융의 41.7%에 해당하는 106조원 이상이 지방 산업에 공급된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정책자금 흐름을 지역 산업으로 분산해 균형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2026년 국민성장펀드의 세부 운용 방안도 함께 공유했다. 국민성장펀드는 범용 펀드와 스케일업 전용 펀드, 산업·지역 특화 펀드 등으로 구성되며 첨단전략산업과 산업 생태계 전반을 폭넓게 지원할 예정이다. 간접투자 부문에 해당하는 정책성 펀드(7조원)는 내년 1월부터 모펀드 운용사 모집에 들어간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한은 “주택시장 안정이 우선”…거시건전성·공급대책 병행 주문

한국은행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당분간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공급 대책과 함께 취약 부문에 대한 보완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자산 가격 상승 국면에서 나타나는 경제주체들의 공격적인 투자 행태 역시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수익 추구 성향이 과도하게 강화될 경우, 외부 충격 발생 시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다. 장용성 금융통화위원은 23일 “올해 하반기 중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완화와 실물경기 개선 등에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주가가 급등락하고 원화가 상대적 약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취약부문의 신용 위험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정부 대책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역 간 주택가격 차별화 등에 따른 금융안정 위험에 대응해 일관성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를 지속하고 실효성 있는 주택 공급정책과 더불어 취약 부문에 대한 미시적 보완책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해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여전한 만큼 주택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확실히 이뤄지고 난 뒤, 그런 후속 대책 이후에나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토지거래허가제를 다시 점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자산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투자 행태 변화도 주목했다. 장 위원은 “그동안 금융 여건 완화와 함께 경제주체의 수익 추구 성향이 강해지고 자산 가격도 빠르게 상승했다"며 “향후 충격이 발생하면 급격한 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등 취약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기 금융 불균형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3분기 말 기준 45.4로, 직전 분기(44.6)보다 상승했다. 한은은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 등으로 FVI가 소폭 상승해 장기평균(2008년 이후 45.7) 수준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단기 금융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11월 기준 15.0으로 전월과 같았지만 여전히 '주의 단계' 범위에 머물러 있다. 민간 부문의 부채 부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민간신용 레버리지(가계·기업 신용/명목 GDP)는 200.4%로 직전 분기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경제 규모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계신용 레버리지는 지난해 말 89.6%에서 올해 3분기 89.7%로, 기업신용 레버리지는 같은 기간 110.6%에서 110.8%로 각각 상승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가계·기업 신용 레버리지 비율 모두 21개 신흥국의 2분기 현재 평균(48.1%·99.4%)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집값 기대에 다시 빚낸다”...30·40대 신규주담대 역대최고

올해 3분기(7~9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30·40대의 주택 매입 수요가 다시 꿈틀대면서 이들이 새로 받은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평균 2억30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영끌' 흐름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2일 공개한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 편제 결과'에 따르면 3분기 대출자 1인당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은 평균 385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26만원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감소세를 보이다가 2분기 반등한 데 이어 3분기까지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가운데 주담대 비중은 44.6%에 달했고 주담대 신규 취급액 평균은 2억2707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12만원 급증했다.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분기별 흐름을 보면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4분기 감소한 뒤 올해 들어 증감이 엇갈렸으나 3분기 들어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증가 폭이 2856만원으로 가장 컸고, 40대(2289만원), 20대(1701만원)가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3045만원 늘며 상승세를 주도했고 대구·경북권과 강원·제주권도 비교적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민숙홍 한은 가계부채DB반장은 “주택담보대출은 기조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특히 3분기 30·40대, 수도권을 중심으로 3분기에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규 취급액뿐 아니라 대출 잔액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3분기 기준 차주당 평균 가계대출 잔액은 9674만원으로 2분기보다 56만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잔액 역시 1억5626만원으로 210만원 증가했다. 가계대출과 주담대 평균 잔액 모두 분기마다 최고치를 새로 쓰는 상황이다. 주담대 잔액 증가 역시 연령과 지역별 편중 현상이 나타났다. 30대의 잔액 증가 폭이 가장 컸고 40대가 뒤를 이었으며, 수도권에서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잔액 규모 자체는 30대가 평균 2억2137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20대와 40대가 뒤를 따랐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AI·반도체에 150조 투입…국민성장펀드 ‘첫 투자처’ 윤곽

금융당국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앞세워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착수한다. 첫 투자 후보군으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7개 메가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1차 메가프로젝트로 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지역과 산업생태계 전반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7건을 후보군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 선정은 최근 기획재정부가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의무를 완화하기로 한 정책 기조와 맞물려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위가 공개한 1차 투자 후보에는 ▲K-엔비디아 육성 사업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전남 해상풍력 단지 ▲울산 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장 ▲충북 전력반도체 생산 공장 ▲평택 첨단 AI 반도체 파운드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에너지 인프라 조성 등이 포함됐다. 국민성장펀드는 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국가 핵심 전략산업과 연관 생태계를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내년부터 매년 30조원씩, 5년간 단계적으로 자금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중 40% 이상은 지역 프로젝트에 배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투자 격차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정부와 금융·산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이른바 '미래 성장엔진'을 선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산업계가 협력해 또 한 번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를 이뤄내겠다"며 “성장의 과실을 국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국민 참여형 펀드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병행된다. 금융위는 '정책금융 지방공급 확대 목표제'를 도입해 지역으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역 정책금융 비중은 현재 연 100조원 수준(40%)에서 2028년까지 연 125조원(45%)으로 확대된다. 연 2조5000억원 규모의 지방 전용 펀드도 새로 조성된다. 은행권의 지역 금융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지방 대출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공동대출 대상을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지역금융 비중이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금융 인프라도 정비한다. 금융위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맞춰 정책 기후금융 공급 규모를 현재 연 60조원에서 향후 5년 내 80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철강 등 고탄소 산업의 전환을 지원하는 한국형 전환금융은 내년 1분기 도입될 예정이다. 소상공인 부문에서는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과 통합 정보센터를 구축하고,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도입을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 아울러 정부와 금융권이 상시적으로 협의하는 '생산적 금융 협의체'를 상설화해 정책 추진력을 높일 계획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달러 ‘유입 전환’ 승부수...정부, 외환건전성 규제 대폭 완화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높여가는 가운데 정부가 외환 수급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제도 손질에 나섰다. 외채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 외환건전성 틀을 조정해 외화 유입을 막기보다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8일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금융권의 외화 운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경로를 넓히는 대책을 내놨다. 최근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 등으로 외화 유출 압력이 커진 만큼 과거 위기 대응용 제도가 현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우선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관리 규제부터 숨통을 틔운다. 당국은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감독상 조치를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제도는 위기 시나리오를 전제로 금융회사의 외화자금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장치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동성 확충 계획 제출을 요구한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제재를 의식해 필요 이상으로 외화를 쌓아두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외국환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의 선물환포지션 비율 한도는 현행 75%에서 200%로 상향된다. 과거 대규모 외화 유입과 외채 급증을 막기 위해 도입된 규제가 현재는 외국계 은행의 영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외화 유입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외화 조달 경로 역시 넓어진다. 외국환은행은 앞으로 수출기업의 국내 시설투자뿐 아니라 운전자금 목적의 원화 용도 외화대출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조달한 외화를 국내로 들여와 환전할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정부는 앞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외화대출 대상을 이번 조치로 한층 확대했다. 자본시장 문턱도 낮춘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사 계좌 없이도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를 추진한다. 해외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코스피 시장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국기업의 외환거래 불확실성 해소도 병행된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전문투자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해, 외환파생상품 거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요구되던 사전 확인 절차와 증빙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해석의 혼선으로 인한 거래 불편이 국내 투자와 원화 보유를 가로막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한 세부 후속 작업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외환시장으로의 추가 외화 유입을 통해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환 헤지 수요 확대를 계기로 외화자금 시장의 유동성도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8개월만에 1480원 찍은 환율...한은 총재 “위기라 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 강세 여파로 다시 가파르게 오르며 1480원선 턱밑까지 치솟았다. 장중에는 8개월여 만에 1480원을 돌파하며 고점을 새로 썼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1474.5원으로 출발해 한때 하락세를 보였지만 오전 11시를 전후해 방향을 틀어 상승 흐름으로 돌아섰다. 오전 11시8분께에는 1482.3원까지 뛰어 지난 4월 9일 이후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1480원선을 웃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종가 기준으로도 4월 9일(1484.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체결한 외환스와프를 실제로 가동한 것으로 전해진 뒤 환율이 잠시 주춤했지만 상승 압력을 뚜렷하게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날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달러 강세를 지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오전 98.17 수준에서 오후 들어 98.47선까지 빠르게 올랐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2.74원으로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고, 엔·달러 환율은 155엔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이날 오후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최근 환율 흐름에 대한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라는 점을 들어 금융시스템 붕괴나 국가 부도 위험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원화가 절하되면 이익 보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기관이 넘어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금융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환율이 물가와 분배 구조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며 “(고환율 때문에)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3%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이 현재 수준을 내년까지 유지하면 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치(2.1%)를 웃도는 2.3%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글로벌 요인 못지않게 국내 외환 수급 요인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환율 수준이 1400원대 초반부터 시작해 미국 달러화가 안정되는데도 한동안 계속 오른 데는 내부적 요인이 컸다"며 “환율이 불필요하게 올라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동성뿐 아니라 레벨(수준)에서도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역할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이 총재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함께 논의 중인 '뉴 프레임워크'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이 환 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을 덜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패를 다 까놓고 게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를 둘러싼 이른바 '서학개미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특정 그룹을 탓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한미 간 경제성장률 차이,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로서는 단기적 수급 요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환율 상승 요인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외환시장에 위협을 주는 정도로 대미 투자액을 줄 생각은 없다"며 “대미 투자를 원인으로 원화가 장기적으로 절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외환보유고의 이자·배당 수익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한은 “내년 물가 상승률 2% 수준”...변수는 환율

한국은행이 내년 경기 회복 국면에서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가 살아나더라도 물가에 가해지는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17일 공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내년에도 2.0%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경기와 물가가 통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현재와 같이 국내총생산(GDP)이 장기 추세를 밑도는 이른바 '마이너스 GDP 갭' 국면에서는 그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 초기 단계에서는 성장 속도가 완만한 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경기 개선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IT 혁명기나 클라우드 서버 도입기와 마찬가지로 특정 산업의 성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전까지는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근원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당분간 하락 흐름을 보이며 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근원서비스 가격에 중요한 인건비 역시 최근 임금 상승률이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어 물가 자극 요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영향이 주로 비근원 품목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 비중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근원물가로의 파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유동성 단일 해석은 무리”...집값·환율 상승, 한은의 진단은

한국은행이 최근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수도권 집값과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자산 가격과 환율 변동을 단일 요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한은은 16일 공개한 블로그 자료를 통해 최근 나타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 현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화량 증가만으로 현재의 시장 흐름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통화정책 수단만으로 국내 유동성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도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통화량 지표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접근은 현재의 통화정책 운영 체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동성은 협의 통화(M1)를 비롯해 광의 통화(M2), 금융기관 유동성(Lf), 광의 유동성(L) 등 여러 지표로 나뉘어 측정된다. 한은은 최근 유동성 증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준 M2는 전년 대비 8.5% 늘었고, Lf와 L도 각각 8.0%, 7.2% 증가했다. 10월에도 증가 흐름은 이어져 M2는 8.7%, Lf는 7.8%, L은 7.1% 확대됐다. 이 같은 유동성 확대 배경으로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민간 신용에 반영된 점과 함께,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에 따른 해외 유동성 유입이 지목됐다. 여기에 정부 재정 지출 증가로 국채 발행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은은 이러한 증가세가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하면 이번 인하기 동안의 M2 누적 증가율은 8.7%로, 2012년보다는 높지만 2014년이나 2019년 당시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과 비교해도 유동성 증가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보면, 이후 한국과 미국의 M2 누적 증가율은 각각 49.8%와 43.7%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한은은 최근 M2 통계 증가의 상당 부분이 기존 통계 범위 밖에 있던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 형태로 유입되면서 발생한 '구성 변화'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 풀렸던 유동성이 새롭게 창출된 것이 아니라, 통계상 M2로 편입되는 금융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 상승의 원인 역시 유동성보다는 외환 수급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규모는 117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외환 수급 불균형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실증 분석 결과 올해 9∼11월 원·달러 환율이 약 65원 상승한 가운데 이 중 약 3분의 2는 외환 수급 등 국내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역시 시중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인한 특정지역 수요 집중이 집값 상승의 핵심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에서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아진 점에 대해서도 신규로 풀린 유동성보다는 과거에 축적된 자금이 수익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한은은 자산 가격과 환율 상승의 책임을 유동성 하나로 돌릴 경우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이나 외환시장에 쏠리기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8조 넘은 5대 손보사 ‘실손보험금’...급증의 중심은 정형외과

올해 들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이 8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증가 속도가 한층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 보험금의 상당 부분이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에 집중되면서 실손보험 구조적 부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 집계를 보면, 올해 1~9월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8조484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늘어난 수치다. 실손보험금은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7%대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증가 폭이 더 가팔라진 모습이다. 진료과별로 보면 정형외과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정형외과 지급액은 1조8906억원으로 전체의 22.3%를 차지해 29개 진료과 가운데 가장 많았다. 특히 비급여 비중이 70%를 웃돌며 전체 평균 57.1%를 크게 상회했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가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손보험금 상위권에는 필수의료 중심 진료과 외에도 비급여 비중이 높은 과들이 다수 포함됐다. 가정의학과는 지급액 4002억원으로 7위에 올랐는데, 비급여 비율이 71.0%에 달했다.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치료가 폭넓게 활용된 영향이다. 마취통증의학과(2732억원)와 재활의학과(2619억원) 역시 비급여 비율이 각각 68.8%, 66.3%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부 진료과에서는 지급액 증가 폭도 눈에 띄었다. 이비인후과는 2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늘었는데 독감·감기 치료 과정에서 비급여 주사제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비뇨의학과는 2089억원으로 37.6% 급증했으며, 전립선 결찰술 등 고가의 신의료기술 도입이 보험금 청구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비급여 물리치료와 주사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실손보험 누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해보험사의 지급보험금 12조9000억원 가운데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물리치료 비용이 2조2903억원, 비급여 주사제가 6525억원으로 전체의 약 23%를 차지했다. 한방 분야에서도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1~9월 한방병원 실손보험금은 35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었다. 한방 첩약의 급여 확대와 한방 협진 활성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법인세 전 구간 1%p 오른다...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30%

내년부터 모든 과세표준 구간의 법인세율이 1%포인트씩 오른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세제개편에서 단행한 인하 조치를 2년 만에 되돌리는 것으로 사실상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다. 국회는 2일 내년 예산안과 함께 법인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법인세율은 ▲ 2억원 이하 9% ▲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19% ▲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1% ▲ 3000억원 초과 24%지만, 개정 후에는 각각 10%, 20%, 22%, 25%로 조정된다. 인상에 따른 세수 증가는 2027년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연 매출 1조원 이상 금융·보험업에 적용되는 교육세도 기존 0.5%에서 1.0%로 올라간다. 국민의힘은 협상 과정에서 법인세·교육세 인상에 반대했으나,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며 그대로 통과됐다. 반면 고배당 상장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구조는 여야 협의를 통해 수정됐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최고 과표 구간을 새로 설정해 ▲ 2000만원 이하 14% ▲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20% ▲ 3억원 초과~50억원 이하 25% ▲ 50억원 초과 30%로 구간을 재편했다. 정부안의 3억원 초과 35% 구간은 논의 과정에서 둘로 나뉘며 세율도 낮아졌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내년 지급되는 배당금부터 적용되며 2026년 귀속 소득을 기준으로 2028년까지 3년간 한시 운영된다. 대상은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10% 이상 배당을 늘린 기업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내년도 예산안도 함께 의결됐다. 국회는 총지출 기준 727조9000억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정부 원안(728조원)보다 약 1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9조3000억원을 감액하고 9조2000억원을 증액한 결과이며, 여야 합의 증감액과 조직 개편에 따른 단순 이관분 등이 반영됐다. 이번 예산은 이재명 정부의 첫 본예산으로 적극 재정 기조 속에서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 대비 8.1% 늘었다. 특히 2026년도 예산안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헌법상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 자정)을 준수했고, '예산안 자동부의' 도입 후 세 번째로 시한을 지킨 사례가 됐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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