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민간소비가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했고, 올해부터는 완만하지만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를 축으로 한 수출 회복과 주식·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선 흐름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힘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외형 지표는 반등했지만 가계의 지갑을 여는 속도는 과거 경기 회복기만 못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과거 회복기와의 비교를 통한 최근 소비 국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다섯 차례 민간소비 반등기와 견줘볼 때 현재 경제는 구조적 취약 요인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소득 증가나 자산 가격 상승 같은 거시 환경의 개선이 소비로 전이되는 효과가 과거보다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자료=한국은행.
보고서는 특히 산업 구조의 변화에 주목했다. 최근 수출 증가를 주도하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은 자본 집약도가 높고 생산 과정에서 수입 중간재 비중이 커, 다른 산업으로 파급되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수출 성과가 가계 전반의 소득 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한계소비성향(MPC)은 약 12%로 전체 평균(18%)보다 낮은 수준이다. 추가로 벌어들인 소득 중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이 평균보다 작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소비 진작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산 가격 상승 역시 소비 확대를 자극하는 힘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가격이 오를 경우 대출 증가를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 자산 가치 상승이 곧바로 소비 여력 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워 '부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강세를 보였던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신중한 시각이 제시됐다.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자산의 평균 한계소비성향은 과거 기준 약 1%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10월 이후 시가총액 증가분과 개인 투자자 보유 비중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올해 민간소비를 약 0.5%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의 실적 기대가 조정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평가이익이 지속적인 소득 증가로 인식되기 어렵다는 점이 변수다. 게다가 금융자산 보유와 주가 상승의 수혜가 고소득층에 쏠려 있다는 점도 소비 파급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고소득층의 금융자산 한계소비성향은 0.8%로 전체 평균보다 낮다.
단기 경기 인식이 일부 개선됐더라도, 인구 구조 변화 등 중장기 성장 제약 요인이 남아 있다는 점도 가계의 소비 확대 기대를 제약하는 요소로 꼽혔다. 미래 소득 전망에 대한 보수적 인식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민간소비가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했고, 올해부터는 완만하지만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누적된 금리 인하 효과와 반도체 수출 회복, 주식시장 반등, 소비심리 개선 등이 향후 소비를 지지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러한 여건 개선이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경로가 과거보다 약해진 만큼 회복 속도는 이전 사이클에 비해 완만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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