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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석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송재석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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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코스피 10% 폭락, 환율은 1540원 턱밑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하며 역대급 변동성을 기록한 데 이어 원·달러 환율도 다시 1540원선에 근접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함께 흔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9.99%) 떨어진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 하락 폭은 종가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약보합권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확대됐다. 오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후 들어서는 낙폭이 더욱 커지면서 서킷브레이커까지 작동해 한때 거래가 중단됐다.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는 971포인트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변동폭을 기록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시장을 짓눌렀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KRX와 넥스트레이드를 합쳐 5조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고 기관 역시 5조4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11조원이 넘는 순매수로 대응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매수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나타나면서 외환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원 상승한 1539.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환율은 개장 직후 1540원을 넘어섰다가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에 잠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장 막판 다시 상승폭을 확대했다. 장중 한때 1542원선까지 오르며 원화 약세 압력을 드러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와 함께 달러 강세가 이어진 점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선을 웃돌며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일본 엔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며 엔·달러 환율은 161엔대에서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심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했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약화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날 급락이 글로벌 거시경제 충격 때문이라기보다 국내 증시 내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대형주에 차익실현 물량이 집중되면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 증시 낙폭은 3%대에 그쳤고 국제유가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업 실적이나 거시경제 여건이 국내 증시의 중장기 상승 흐름을 훼손할 정도로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AI가 돈을 찍어냈다”...1분기 기업 이익률 13.2% ‘신기록’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올해 1분기 들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가 실적 개선을 견인한 가운데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6067곳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3.2%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6.0%)보다 7.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현재 방식으로 작성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다소 개선됐다. 전체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88.9%에서 올해 1분기 87.0%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24.4%에서 23.9%로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뚜렷했다. 대기업 부채비율은 85.5%에서 83.8%로, 중소기업은 105.4%에서 103.0%로 각각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부채비율이 68.0%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한 반면 비제조업은 122.9%로 떨어졌다. 수익성 개선은 제조업이 이끌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1년 전 6.2%에서 18.1%로 급등했다. 특히 기계·전기전자 업종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32.5%까지 치솟았다. 석유·화학 업종도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 반면 비제조업 영업이익률은 5.9%에서 5.7%로 소폭 낮아졌다. 운수업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해상운임 상승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고유가와 우회 항로 운항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수익성 격차가 확대된 배경에는 반도체 대기업의 영향이 컸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두 기업(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을 제외하면 6.6%로 낮아져 비제조업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성 격차도 벌어졌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14.8%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은 4.7%에 그쳐 개선 폭이 제한적이었다. 매출 증가세 역시 뚜렷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증가율은 13.5%로 지난해 4분기(2.5%)보다 1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매출 증가율이 21.1%를 기록하며 비제조업(3.7%)을 크게 웃돌았다. 제조업 가운데서는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52.1%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은 75.7%까지 치솟았다. 비제조업에서는 운수업과 도소매업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운수업의 경우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으로 해상운임이 오르고 항공 여객 수요도 확대되면서 매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기업 규모별 매출 증가율은 대기업이 16.0%, 중소기업이 2.4%로 집계됐다. 한은은 반도체 업황 호조가 전체 성장성을 끌어올렸지만 특정 기업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전 산업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분기에도 AI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과 철강·화학·자동차 업종의 중국발 공급 과잉, 미국의 관세 장벽 등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은행빚 ‘못 갚는’ 중소기업 급증…연체율 10년 만에 최고

금리 상승의 충격이 중소기업부터 나타나고 있다. 시장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부실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기업 간 체력 차이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 호조로 수출 대기업들이 호실적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상당수 중소기업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에서는 관련 지표가 8~1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건전성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 평균은 0.73%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0.50%였던 중소기업 연체율은 올해 4월 0.65%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0.08%포인트 더 뛰었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3%에서 0.09%로 오르긴 했지만 절대 수준 자체는 여전히 낮았다. 가계 연체율 역시 0.35%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과 다른 차주군 간 건전성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부실채권 지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난달 말 0.68%로 집계되며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점 대기업은 0.30%, 가계는 0.27%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전월 대비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05%포인트 상승한 반면 대기업은 오히려 소폭 하락하면서 차이가 더 벌어졌다. 개별 은행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A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달 말 0.78%까지 상승해 2016년 중반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은행의 대기업 연체율은 0.03%에 불과했다. A은행의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70%로 높아지며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대기업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8%였다. B은행 역시 중소기업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 연체율은 0.86%로 2016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76%를 기록하며 2017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05%,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4%에 그쳤다. 은행권은 특히 부동산업과 임대업,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연체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기업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소기업 건전성 악화의 배경으로는 최근의 금리 상승이 꼽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움직였고,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31%로 한 달 전보다 13.6bp 상승했다. 같은 기간 10년물은 14.5bp 오른 4.068%, 30년물은 21.6bp 상승한 4.006%를 기록하는 등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차이가 이러한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이나 내부 유보자금 활용 등 대체 수단이 비교적 다양하지만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아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만큼 시장금리 상승이 곧바로 이자 부담 증가로 연결되고, 이는 연체율과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실적 및 재무건전성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원화는 왜 힘을 못 쓰나”...1500원 환율 떠받치는 ‘복합 악재’

원화 가치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고환율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가까이 1500원선을 웃도는 가운데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며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521.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1626.7원) 이후 가장 높은 월평균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고점이었던 2009년 3월의 월평균 환율(1453.3원)보다도 약 70원 높은 수치다. 환율은 이달 15일 1500원을 돌파한 이후 19일까지 2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부터 1998년 3월 중순까지 이어진 49거래일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환율이 급등했던 올해 3월에도 월평균 환율은 1492.5원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최근 흐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의 실질 가치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5월 원화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4.75로 전월보다 0.3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과의 물가 및 환율을 반영해 산출하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외국인 자금 이탈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20조2123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에만 20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36.27%에서 지난 19일 기준 41.03%로 상승했다. 외국인이 주로 보유한 대형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분율 자체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외국인 매도세가 추가로 확대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지목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18일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장중 101.123까지 오르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 97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는 이후 꾸준히 반등해 최근에는 100선을 웃돌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환율은 최근 야간거래에서 1540원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과거 미국의 통화 긴축 전환기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던 점도 고환율 흐름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중동 지역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변수다. 미국과 이란이 큰 틀에서 종전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세부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후속 협상 무산 등이 이어지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때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될 경우 환율이 145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종전 가능성을 완전히 신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당분간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1500원대 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제한적인 가운데 개인과 기관의 해외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외국인 자금 유출도 지속되고 있어 고환율 흐름이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국제유가 꺾였다는데”...생산자물가↑, 기준금리 인상 가시권

중동발 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가 화학제품과 도시가스, 항공서비스 등으로 번진 데다 증시 강세에 따른 금융서비스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생산자물가가 9개월 연속 상승했다.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 행보에도 한층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9.82(2020년=100)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8%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째 상승 흐름이 지속됐다. 특히 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금융·보험서비스 가격은 전월보다 8.3% 오르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위탁매매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위탁매매수수료는 전월 대비 22.2% 상승해 1998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공산품 가격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화학제품과 1차 금속제품,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공산품 가격은 전월보다 0.7% 상승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부문 역시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인상 영향으로 0.5% 올랐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농산물 가격 하락 영향으로 전월 대비 0.8% 내렸다. 석탄 및 석유제품 역시 5월 들어 2.3% 하락하며 두 달 연속 급등세를 마감했다. 한국은행은 유가 급등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여전히 산업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석탄 및 석유제품이 하락 전환했으나 중동 전쟁 직후 급등한 유가 영향이 시차를 두고 화학제품, 산업용 도시가스, 항공서비스 등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세부 품목별로 보면 국제항공여객과 항공화물 가격은 각각 16.5%, 15.6% 상승했다.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도 10.3% 올라 2022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시 호조가 물가를 자극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 팀장은 금융·보험서비스 가격 상승과 관련해 주가 상승에 따라 위탁매매수수료가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수료율에 변화가 없고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관련 가격 상승 압력도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 달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로 쏠린다. 현재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현행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우세하게 거론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일부 안정됐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소비 회복과 임금 상승세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개선 흐름 역시 통화당국의 긴축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안팎을 기록하고 근원물가 역시 2% 중후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제시했으며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확대될 경우 3%를 웃돌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중동 지역 정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당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2명이 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점도표에서도 대다수 위원이 향후 금리 인상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공개석상에서 긴축 기조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12일 창립기념사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설명회에서도 그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유가 하락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시장 변동보다 근본적인 흐름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음 달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 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삼전닉스 성과급 파티, 물가 흔든다”...한은이 본 연결고리

반도체 업황 호조로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성과급이 급증하면서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특정 업종에 집중된 고액 성과급이 소비 확대와 임금 상승 압력을 유발하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임금 증가세는 IT 업종의 특별급여 확대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1분기 명목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4%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IT 부문 성과급이 기여한 비중은 1.3%포인트에 달했다. 한은은 이를 2012~2025년 임금분포 기준으로 97% 분위 수준의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로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1분기 IT 업종 특별급여는 전년 대비 60.6% 증가한 반면, 나머지 업종의 특별급여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한은은 내년 초 IT 업종 성과급의 임금 상승 기여도가 과거 사례를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소비에서도 관련 영향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경기지역 카드 사용액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용인·화성·성남 등의 소비 증가세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액 성과급을 받은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이 확대되면서 지역 상권 수요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이 서비스업 임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 기업 종사자들의 소비 증가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해당 업종의 인건비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성과급 지급 방식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 산업의 특별급여가 동일하게 늘어나는 경우보다 일부 사업체에 고액 성과급이 집중될 때 물가 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분석 결과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확대되면 약 5개월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중간 수준인 상위 40~60% 사업체의 성과급 비중이 증가할 경우 물가 반응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큰 금액의 특별급여(성과급)가 일부 사업체에 집중돼 지급되는 경우 물가 상방압력이 유의하게 커진다"고 밝혔다. 또한 IT 대기업의 보상 체계가 다른 산업의 임금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타 업종 근로자들이 IT 기업의 임금 수준을 기준점으로 삼아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경우 임금 인상 압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경우 고유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비IT 부문에서 실제 임금 인상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은은 “최근 IT부문 성과급은 매우 이례적인 규모로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 그 영향이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IT 업종 특별급여 증가가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 또 일회성 성과급에 그치지 않고 정액급여 인상으로 이어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연체채권 넘겼으니 끝?”...금융사 책임 끝까지 묻는다

금융회사가 부실채권을 외부에 넘긴 뒤 사실상 손을 떼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앞으로는 연체채권을 매각한 이후에도 최초 대출을 취급한 금융회사가 채무자 보호와 관련한 일정 책임을 계속 부담하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연체채권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개정안은 다음 달 중 시행되며 즉시 적용된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연체채권을 보유하거나 추심업무를 위탁할 경우 채무자 보호와 관련한 관리·감독 의무를 부담해 왔다. 그러나 채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이러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연체채권을 시장에 넘기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선호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구조가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채권이 여러 차례 거래되면서 추심 주체가 수시로 바뀌고, 채무자가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추심에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반복적인 채권 이동 과정에서 신용도 하락 등 추가적인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최초 채권자인 금융회사에 사후 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체채권을 인수한 업체의 추심 행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위법 및 부당 행위가 확인되면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점검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원채권 금융회사는 양수인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양수인은 이에 협조해야 한다. 채권 재매각에 대한 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채권 양도 계약을 체결할 때 재매각 가능 범위와 채무자 보호 의무 승계 방식, 재매각 대상 업체에 대한 적격성 기준 등을 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양수인이 계약상 재매각 조건을 위반할 경우에는 향후 채권 매입이 제한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원채권 금융회사가 채권 매각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연체채권의 반복적 거래를 줄이고 채무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발표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 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연체자의 과도한 추심 부담을 완화하고 재기 지원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개미들에 돈 빌려주려고”...빚투 불장에 증권사 차입도 급증

주식 투자 열풍이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신용거래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재원 확보에 나섰고, 이 영향으로 금융권의 금융·보험업 대출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1조126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평균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잔고도 36조원을 웃돌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 가운데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최근 증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금융당국도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신용융자 증가 현황과 레버리지 투자 리스크를 점검한 바 있다. 늘어난 신용융자 수요는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확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어음(CP) 등 단기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한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실제 금융·보험업에 대한 금융권 대출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금융·보험업 대출 잔액은 180조4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9조8000억원가량 증가해 2021년 4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대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단기 운영자금 수요에 집중됐다. 올해 1분기 운전자금 대출은 137조866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4% 늘어난 반면 시설자금 대출은 42조6227억원으로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은 증권사의 신용공여 확대와 자체 투자 수요가 운전자금 중심의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도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금융·보험업 대출 잔액은 90조342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조601억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크다. 전체 금융·보험업 대출 가운데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1%로 높아졌다. 해당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2024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는 새마을금고, 신협,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이 포함된다. 한국은행은 신탁계정의 할인어음 매입 확대가 비은행권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재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업어음 등 단기 금융상품 활용을 늘리면서 비은행권 자금 수요도 함께 확대된 결과로 보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내 집 두고 또 전세대출?”...비거주 1주택자 규제 ‘초읽기’

금융당국이 다음 달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전세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규제지역 내 주택을 보유한 채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들이 주요 관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관련 대출 규모에도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 규제 수단으로는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 범위를 축소하거나 보증 제공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은행권 전세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의 보증을 기반으로 취급된다. 만약 보증이 제한되면 사실상 신규 전세대출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보증 비율을 낮추는 방식이 적용될 경우에도 은행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져 심사 기준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전세대출을 보유한 차주에 대해서도 규제 적용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투기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 중 하나로 거론된다. 반면 전세대출 원금 일부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는 방안은 사실상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은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임대인으로부터 반환받은 보증금으로 상환하는 구조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규제의 직접적인 타깃으로는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가 지목된다.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져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주택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 투기성 여부를 상대적으로 판단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 1주택자의 전세대출 잔액은 1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건수는 8만9000건 수준이다. 주택 소재지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 소재 주택 보유 차주의 전세대출 잔액은 3조2000억원, 경기는 5조원, 인천은 1조원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체 규모는 9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서울 전역과 과천, 용인 등 경기 일부 규제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를 보유한 차주의 전세대출 잔액은 약 4조9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규모가 향후 규제 영향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국은 단순히 비거주 여부만으로 규제 대상을 일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직장 이동이나 교육, 가족 사정 등 실수요 목적의 사례도 적지 않아 선의의 피해를 최소화할 기준 마련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규제지역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동탄과 구리, 의정부 등 일부 지역은 반도체 산업 기대감과 서울 집값 상승에 따른 풍선효과로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추가 관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가 실제 매물 증가로 이어질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다주택자 대출 규제는 대출 연장 제한을 통해 보유 주택 매각을 유도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전세대출이 막히더라도 월세 전환이나 자금 조달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직접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규제 때와 같은 수준의 매물 출회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의 목적이 부동산 시장 안정뿐 아니라 금융과 투기 수요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적 보증을 활용한 자금이 투기적 수요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관련 세부 방안은 다음 달 발표될 세제개편안과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불장에 취한 빚투”...은행권, 신용대출 ‘브레이크’

증시 상승세에 올라탄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이 신용대출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대출 증가를 이끌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했고,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출 한도 축소와 접수 제한 등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신용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증시 호조 속에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큰 폭으로 불어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증가하며 전월(3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증가 규모다. 특히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었다.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늘어나며 전월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했고, 신용대출만 놓고 보면 4월 9000억원 감소에서 5월 3조4000억원 증가로 급반등했다. 금융권에서는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투자 자금 수요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5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1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2024년 8월 이후 가장 컸다. 이 가운데 기타대출은 3조7000억원 증가해 2021년 4월 이후 최대 폭으로 확대됐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기타대출은 개인의 대규모 주식 투자와 가정의달의 계절적 자금 수요가 맞물리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대출 흐름에 대해 주택시장과 증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가가 외부 충격으로 조정을 받을 경우 반대매매 등이 발생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신용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금융당국도 관리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신용대출 중심의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주 단위 점검을 실시하는 등 비상관리 체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고소득자를 포함한 모든 차주의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마이너스통장 만기 연장 과정에서 한도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은 계좌에 대한 감액 기준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향후 대출 증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 조치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신용대출 관리 방안을 시행한다. 대면 및 비대면 채널을 합산한 일일 신용대출 접수량이 자체 관리 기준을 넘을 경우 비대면 신청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서민금융상품과 상생대환대출 등 취약계층 지원 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약정금액 3000만원 초과 계좌 가운데 최근 한도 사용률이 10% 미만인 경우 만기 연장 시 최대 20%까지 한도를 줄일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16일부터 일반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각각 제한한다. 해당 조치는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NH농협은행은 15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축소한다. 우대금리 폭이 줄어드는 만큼 실제 적용 금리는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은행 역시 전날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를 중단하고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신청도 막았다. 금융권에서는 추가적인 대출 규제 강화 조치가 시행되기 전 '막차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증시 활황에 따른 신용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도 커지고 있어 은행권 전반의 대출 관리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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