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국제금값이 하락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3시 11분(한국시간 오전 4시 11분) 금 현물 가격이 전장 대비 0.9% 내린 온스당 3658.25달러를 보였다. 금 현물 시세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는 소식 직후 3707.57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하락 반전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매파적이라는 평가 속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12월 선물은 연준 금리인하 직후 잠시 96선이 붕괴됐지만 빠르게 반등해 97선 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금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금값은 금리 인하를 예고한 지난달 잭슨홀 회의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랠리를 이어왔다. 금 시세는 이달에만 6% 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미 달러화 강세는 금값에 악재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금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 시장이 매우 견고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번 결정을 '위험관리 인하'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투표권을 가진 한 명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믿기 힘들 만큼 설득력을 갖는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빅 컷'(0.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이 지지받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의 야마모토 타케루 트레이더는 “연준이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시사하면서 회의 직후 달러화가 매도됐다"며 “그러나 내년에는 금리를 한 번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달러에 매수세가 다시 붙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하락을 계기로 추가 조정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독립적인 금속 트레이더 타이 웡은 “파월 의장이 이번 금리 인하를 '위험 관리 인하'로 규정하면서 연준이 불확실성을 시사하자 차익 실현이 촉발됐다"며 기술적 지지선인 3550달러선이 무너질 경우 금값 상승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 거래 업체 버팔로 바유 코모디티즈의 프랭크 몬캄 매크로 트레이딩 총괄은 “금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여전히 70을 웃돌고 있어 단기 조정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RSI가 70 이상이면 과매수 영역에 진입해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날 도이치뱅크의 마이클 수에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내년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3700달러에서 4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연준이 이달 FOMC를 포함해 올해 세 차례 내리고 내년엔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치뱅크는 또 중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중국의 금 매입량은 9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 전망치도 공급 부족에 기존 온스당 40달러에서 45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