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트럼프로 촉발된 국제 금·은값 역대급 폭락…중국인들이 낙폭 키웠다](http://www.ekn.kr/mnt/thum/202602/rcv.YNA.20260126.PAF20260126170101009_T1.jpg)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 금과 은 가격이 하루 만에 수직 낙하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 소식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번 폭락의 도화선이 됐지만, 그간 금·은값을 밀어 올렸던 중국인들의 투기적 자금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금값, 10여 년 만에 최악의 하루…은값은 '사상 최대' 폭락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5375.24달러에서 다음날 4894.23달러로 하루 만에 9% 급락해 10여 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같은 기간 국제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85.20달러로 26% 폭락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귀금속 시장이 과열 국면에 진입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미 확산돼 있었다. 하지만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데다 시장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이처럼 빠르고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난 것은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세계 주요 귀금속 정제업체 헤라우스 프레셔스 메탈스의 도미니크 스퍼젤 트레이딩 총괄은 “내 경력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광적인 장세"라며 “금은 안정성의 상징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안정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귀금속 정제·거래 업체인 MKS PAMP의 닉키 실즈 금속 전략 총괄은 지난달 30일 폭락장을 두고 “포물선적이고, 광란에 가까우며, 거래가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표현하며 “2026년 1월은 귀금속 시장 역사상 가장 변동성이 컸던 달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워시 지명' 소식에 强달러로 반전…랠리 붕괴의 도화선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촉발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달러 가치가 급등했고, 이는 약(弱)달러를 전제로 형성돼 있던 귀금속 랠리의 붕괴로 이어졌다. 통상 금·은 가격과 달러 가치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그동안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온 데는 달러 대안으로 금을 사들인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가 뒷받침됐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서방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폐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열풍이 불며 상승세가 가속화됐다. 그 결과 작년 금값은 65% 급등하며 1979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와 베네수엘라·이란 등 지정학적 긴장이 겹치면서 달러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 금 현물 가격 상승률은 한때 25%에 달했다. ◇ 역대급 랠리에 가세한 중국인들 그러나 최근 몇 주간의 상승은 특히 중국인들의 투기 자금에 의해 더욱 격화됐다. 개인 투자자부터 대형 펀드까지 시장에 진입하면서 금·은 등의 가격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추세를 추종하는 CTA(상품거래자문사) 자금까지 가세하며 거품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광풍은 특히 은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은 시장은 연간 공급량이 980억달러로 금 시장(7870억달러)에 비해 현저히 작아 가격 왜곡에 취약하다. 실제 은 가격은 지난해에만 150% 폭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한때 63%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대표적 은 ETF(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 ETF(티커명 SLV)'의 거래대금은 41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애플과 아마존의 거래대금을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달 26일에도 거래대금이 400억달러에 육박했는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SLV의 일일 거래대금이 20억달러를 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옵션 시장에서도 열풍이 불었다. 최근 몇 주간 금·은 ETF의 콜옵션 미결제약정과 거래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SLV 콜옵션 거래량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ETF를 웃돌았다. 미결제 콜옵션이 과도하게 쌓이면 딜러들이 포지션 헤지를 위해 기초자산을 사들여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스퀴즈' 현상이 발생한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에서 원자재 총괄로 근무했던 알렉산더 캠벨은 “스퀴즈로 올라갈 때 기계적으로 더 사야 하는 구조"라며 “그래서 이렇게 빠르게 오르고 내린다"고 설명했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해트필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펀더멘털이 아닌 모멘텀 트레이드로 변했다는 점을 3~4주 전부터 이미 파악했다"며 “우리는 이런 일(가격 폭락)이 벌어질 때까지 그냥 올라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 반전은 단 10분 만에…향방은 다시 중국으로 이 같은 귀금속 열풍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달러화 약세에 대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을 때 정점을 찍었다. 금값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5595달러까지 치솟았고, 은값은 121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반전은 순식간이었다. 지난달 29일 미국 시장 개장과 함께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금 가격은 불과 10분 만에 온스당 200달러 이상 급락했다. 이어 다음 날인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전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잇따르자 중국 투자자들이 일제히 차익 실현에 나서며 대폭락이 발생했다. 캠벨은 “중국이 팔았고 우리는 그 후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귀금속 시장의 향방도 중국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귀금속 현물 수요가 강한 춘절(설)을 앞둔 조정 구간이 새로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특히 중국에서 '패닉 셀' 조짐은 아직 없다는 것이 현지 트레이더들의 전언이다. 선전 구오싱 프레셔스 메탈의 류슌민 리스크 총괄은 “금은 상대적으로 강세이고 최근 이틀간도 춘절 전에 장신구와 골드바를 사려는 저가 매수자들이 많다"며 “반면 은의 경우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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