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호이자 반호이자(出乎爾者 反乎爾者)'. “네 입에서 나온 말은 결국 네게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맹자가 한 말이다. 정치인의 말도 다르지 않다. 정치인에게 말은 가장 손쉬운 정치 수단이지만,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후폭풍을 부르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방송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가 하면, 자신 있게 내놓은 평가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소환되기도 한다.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나온 발언들이 잇따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영화 '암살자(들)'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던 중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진행자가 '윤석열은 내란이냐, 아니냐'고 묻자 김 의원은 “아니다"라고 답했고, '전두환은 내란이냐, 아니냐'는 질문에도 “내란이 아니다"라고 했다. '법적 판결이 난 사안'이라는 재질문에도 “저는 내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후 김 의원은 “단정적으로 내란이라고 하는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역사적 평가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역사 인식에서 막말 공방으로 방송에서 오갔던 질문과 답변은 이틀 만에 국회로 옮겨왔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무기명 표결 결과 총 16표가 모두 찬성표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소속 운영위원들은 안건 상정과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회법상 2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운영위 의결을 거쳐 숙려기간을 생략하고 안건을 처리했다. 같은 당 이진숙 의원을 둘러싼 논란도 공개적인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다는 취지의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토론회 발제자가 5·18을 “소요 사태"로 주장하는 발언 등이 나와 논란이 커졌다. 이후 민주당 주도로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8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표결에는 159명이 참여해 찬성 157표, 반대 1표, 무효 1표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여야 간 설전도 거칠어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 의원을 겨냥해 '여자 전두환', '여자 히틀러'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이 의원은 김 대표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한쪽에서 시작된 논란이 반박과 재반박을 거치며 또 다른 공방으로 번진 사례다. ◇의혹에 낙마한 후보자더러 잘된 인사라니 '우리 편'을 지키기 위해 던진 한마디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했던 발언이 대표적. 김 대표는 지난달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후보자에 대해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 지킬 것"이라며 김 후보자를 두둔했다. 하지만 김 전 후보자는 신약 임상실험 승인 청탁 의혹 등 각종 의혹과 논란이 이어진 끝에 같은 달 19일 자진 사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당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깊이 받아들이며 부족함을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명 20일 만이었다. 김 전 후보자 낙마와 동시에 김 대표의 “잘된 인사"라는 평가도 다시 회자됐다. 또 낙마 이후 김 전 후보자를 둘러싼 식약처 청탁 의혹 고발 사건, 청탁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제넨셀 창업자의 법정구속 이후 김 대표의 '실드 발언'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한번 내뱉은 말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치인의 발언이 실시간으로 퍼지는 요즘 시대에는 짧은 영상과 문구로 저장돼 논란이 일 때마다 재소환된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이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마이크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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