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권력의 향방을 가를 13일간의 대장정이 2일 막을 내린다. 지난 5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여야가 쏟아낸 말(言)의 성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다. 그만큼 여야는 저마다의 거대 담론과 촘촘한 지역 밀착형 공약을 들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 속에서 숨 가쁘게 흘러간 13일간의 기록을 핵심 키워드와 주역들의 발언으로 되짚어봤다. 선거 막판까지 이어진 공방은 이번 지방선거가 단순한 '지방권력' 경쟁을 넘어 여야의 전국 단위 '정치 대결'로 치러졌음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심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부활을 꿈꾸는 '윤 어게인'을 물리치고 내란 옹호 정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1일에도 “이번 국민의힘 공천에서 보았듯 '윤 어게인'을 외치며 아직도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반성과 성찰을 모르고 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하게 내란을 심판해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거대 여당 독주를 막는 선거'로 규정하며 맞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세종시장 선거 지원 유세에서 “독재를 막기 위해 투표장에 가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대전역 서광장에서 열린 '6·3 대전시민의 승리 출정식'에서는 이재명 정부 견제를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5개 재판을 멈춰 세웠다. 또 대법관 수를 늘리고 자기 범죄를 없애기 위해 4심제를 만들더니 재판 취소를 위해 특검까지 만들겠다고 한다"며 “자기 죄를 없애겠다고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의 대표적 격전지인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는 양 진영 모두 단일화 효과를 기대했지만, 후보 간 감정싸움과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되면서 끝내 불발됐다. 경기 평택을은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며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부업체 차명 운영' 의혹을 둘러싸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측은 차명 대부업 의혹이 제기된 김 후보가 완주할 경우 진보 진영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또 김 후보를 향해 “차명 사채업자"라고 비판하며 윤리감찰도 요구했다. 조승래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방으로 단일화가 쉽지 않은 양상"이라고 밝혔다. 부산 북구갑의 상황도 비슷했다.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 간 보수 단일화 문제는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 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민식 후보는 죽어도 단일화 안 하겠다고 했다"며 “현명하신 북구 시민 여러분께서 투표로 한동훈으로 단일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후보는 “한 후보 측의 마타도어 선거가 극에 달했다"며 “한 후보는 단일화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조작 말고는 박민식을 흔들 방법이 없는 것 같고, 누구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뿐"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지원 유세도 선거 막판 화제를 모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하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등 지원 행보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부산을 찾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부산 해운대 전통시장에서 지원 유세를 열고 “부산에는 말로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정말 일 잘하는 시장을 뽑아야 한다"며 “부산 발전을 위해 박형준 후보가 하던 일을 계속해서 끝낼 수 있게 시장으로 뽑아 달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민의힘 선거 유세 전면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구 서문시장 등을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펼쳤다. 앞서 충북·대전·경남·울산·부산·강원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보수층 결집을 위한 지방선거 지원 유세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달 29일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강원 원주를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강원도가 계속 발전하려면 김진태 후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잇따른 지원 유세가 전통 보수층 결집을 위한 국민의힘의 막판 승부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인 23.5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진영이 유리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높은 투표율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남 하동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적극 투표층이 사전투표를 많이 하고, 투표장에 줄 서 있는 분들이 대부분 젊은 층"이라며 “젊은 층이 많이 나왔다면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민주당에 적어도 불리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정희용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높은 사전투표율은 국민 눈치 보지 않는 오만한 권력을 향한 국민의 강력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의 죄를 지우기 위한 재판 취소 시도에 분노한 국민, 멀어져가는 내 집 마련 꿈에 좌절한 국민, 자격도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에게 지역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 시민과 도민들께서 투표장으로 향했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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