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약 10년간 공석이었던 특별감찰관 후보로 최길수 변호사를 지명하면서 특별감찰관제가 다시 가동될 전망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 최종 임명 절차를 거치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대통령실 고위 참모 등을 감찰하는 권력 감시 장치가 10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특히 이번 특별감찰관 부활은 단순히 비어 있던 자리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반부패 원칙을 대통령 자신과 친인척·측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특별감찰관 후보자에 최길수 변호사를 지명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열고 특별감찰관 후보로 최길수·강지식·최용훈 변호사를 추천하는 안을 각각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길수 변호사, 국민의힘은 강지식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는 최용훈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이 대통령이 최길수 변호사를 지명하면서 이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는 절차만 남게 됐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고 조사하는 제도적 견제 장치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제는 그동안 법에만 존재할 뿐 사실상 작동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2016년 9월 사임한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서 장기간 공석 상태가 이어졌다. 이번 국회 추천과 대통령 지명을 계기로 10년 가까이 이어진 공백이 해소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특별감찰관 임명을 약속했고 취임 후에도 국회에 후보 추천을 거듭 요청해왔다. 지난해 7월 특별감찰관 임명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국회를 향해 임명 절차를 개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최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가동하며 공직사회 기강 확립에 나선 만큼 특별감찰관 임명은 권력 내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상징성도 갖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잔존해 있는 정치권의 부패를 잘 살펴보고 청산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패 청산에는 여야나 네 편 내 편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공정하고 엄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 전반의 부패를 겨냥한 것이지만, 대통령 주변을 직접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의 부활과 맞물리면서 의미가 커지고 있다. 반부패를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내세운 만큼 이 원칙이 대통령 자신과 친인척·측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느냐가 실제 제도 운용 과정에서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특별감찰관의 권한과 감찰 범위가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둘러싼 한계도 지적된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으로 제한된다. 국무총리나 장관 등은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강제수사권과 기소권도 없다.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할 수 있지만 직접 강제수사에 나설 수 없는 구조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의 권한이 어정쩡한 측면이 있다"며 “감찰관의 권한이나 영역을 보다 확대해 대통령실에서 나올 수 있는 비위나 잡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단임제에서 친인척 비위 상황에 전혀 얽히지 않은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며 “대통령 주변에 대한 감찰 기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감찰관을 대통령이 최종 지명한다는 점에서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주변의 비위를 감찰해야 하는 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구조인 만큼, 감찰 대상과 임명권자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특별감찰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청와대 고위직들과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정말 소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나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대립각을 세우기 싫어 무난하게 직위를 수행한다면 무용론에 휩싸일 수 있다"며 “국민을 대신해 감시하는 자리인 만큼 소신을 갖고 일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10년 만의 특별감찰관 부활은 이재명 정부에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장기간 멈춰 있던 대통령 주변 권력 감시 장치를 정상화한다는 제도적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네 편 내 편 없는 부패 청산' 원칙을 자신의 권력 주변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의미다. 특별감찰관의 지명과 임명이 끝이 아니라 실제 감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가 본격적인 시험대인 셈이다. 향후 특별감찰관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대통령실 고위 인사 등을 얼마나 독립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지, 또 이재명 정부가 그 결과를 얼마나 투명하게 수용할지가 10년 만에 되살아난 특별감찰관제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