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공항에서 발생해 37명의 사상자를 낸 UPS 화물기 추락 사고 장면. 사진=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제공
지난 4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공항에서 발생해 37명의 사상자를 낸 UPS 화물기 추락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엔진을 날개에 고정하는 부품의 '금속 피로(Metal Fatigue)' 파괴로 밝혀졌다. 특히 사고기는 규정된 정비 절차를 모두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균열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노후 대형 화물기 관리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UPS 2976편(MD-11F 기종) 사고에 관한 예비 조사 보고서(DCA26MA024)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고 당일 하와이 호놀룰루행이 예정돼있던 사고기는 오후 17시 14분(현지 시간) 17R 활주로에서 이륙을 위해 기수를 들어 올리는 '로테이션(Rotation)' 순간 좌측 날개의 1번 엔진과 파일런(Pylon)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구조적 파괴를 겪었다.
이탈한 엔진은 여전히 추력을 발생시키는 상태에서 기체 위쪽을 넘어 반대편으로 날아갔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균형을 잃은 항공기는 고도 100피트(약 30m) 이상 상승하지 못한 채 공항 남측의 UPS 물류 창고 지붕과 충돌한 뒤 인근 야적장과 석유 재활용 시설을 덮쳤다. 이 사고로 기장과 부기장 등 승무원 3명 전원과 지상 근무자 1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륙 37초 만에 경고음"…예견된 피로 파괴
▲파일런-날개 마운트 다이어그램과 파일런 후방 마운트 및 윙 클레비스 연결부를 상세히 보여주는 이미지(상단)와 윙 클레비스에 대한 파일런 후방 마운트의 설치 예시. 후방 마운트 스페리컬 베어링은 윙 클레비스에 가려져 있는 모습(하단). 사진=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제공
NTSB 조사단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엔진과 날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인 '좌측 파일런 후방 마운트(Aft Mount)'에서 명확한 금속 피로 징후를 발견했다.
NTSB 재료 연구소는 파일런을 고정하는 '후방 러그(Aft Lug)'와 '전방 러그(Forward Lug)'의 파단면에서 오랜 기간 반복된 하중으로 인해 생성되는 '비치 마크(Beach Marks)' 형태의 피로 균열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조사단은 이륙 시 발생하는 강력한 하중을 견디지 못한 러그의 균열 부위가 먼저 파단됐고, 남은 부위가 하중을 감당하지 못해 일시에 부러지는 '과부하 파단(Overstress Failure)'으로 이어지면서 엔진이 분리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조종실 음성 기록장치(CVR)에는 이륙 추력을 설정한 지 불과 37초 만에 반복적인 경고음이 울린 상황이 담겨 있었다. 이는 승무원들이 대응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 상황이었음을 시사한다.
▲수거된 분리된 좌측 파일런(상단 좌측 이미지)과 좌측 파일런 후방 마운트의 파단된 전방·후방 러그(상단 우측 이미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좌측 윙 클레비스, 파단된 스페리컬 베어링(빨간색 괄호), 및 관련 체결 부품(하단 좌측)과 예시용 스페리컬 베어링(하단 우측). 사진=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제공
규정 지켰지만 사고 못 막아…“정비 주기의 공백"
이번 사고는 항공사가 정비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했다는 게 조사 당국의 설명이다.
UPS는 해당 항공기에 대해 '지속적 감항성 유지 프로그램(CAMP)'을 운영 중이었으며, 사고 발생 2주 전인 10월 18일에는 관련 부품에 대한 윤활 작업을 마쳤다. 육안 검사(GVI) 역시 2021년 10월 규정에 따라 수행됐다.
문제는 내부 균열을 찾아낼 수 있는 '특별 정밀 검사(SDI)'의 주기였다. 규정상 파일런 마운트의 정밀 검사 시점은 비행 횟수 2만9200회에 도달했을 때로 설정되어 있었으나, 사고기인 N259UP의 누적 비행 횟수는 2만1043회에 불과했다. 규정된 검사 시점이 약 8000회나 앞서 부품이 파괴된 것이다.
▲좌측 파일런 후방 마운트와 파단돼 분리된 전·후방 러그, 체결 부품과 파단된 스페리컬 베어링을 포함하고 있는 좌측 윙 클레비스(상단). 좌측 윙 클레비스에서 탈거된 스페리컬 베어링 및 체결 부품(하단). 사진=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제공
이는 현행 정비 프로그램에 심각한 안전 공백이 존재했음을 뜻한다. 항공 전문가들은 설계 당시 예측한 부품 수명보다 실제 운용 환경이 훨씬 가혹했거나 노후 화물기에 대한 피로 관리 기준이 너무 느슨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FAA, MD-10 계열 긴급 운항 중단 명령…“1979년 악몽 재현"
사고 직후 미 연방항공청(FAA)과 보잉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FAA는 긴급 감항성 개선 지시(AD)를 발령해 MD-11과 MD-11F 전 기종의 운항을 금지하고 긴급 점검을 명령했다. 이후 유사한 설계를 가진 DC-10 기종까지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UPS와 페덱스(FedEx) 등 주요 화물 항공사들도 보유 기단의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항공 업계는 이번 사고가 1979년 발생한 아메리칸 항공 191편(DC-10) 추락 사고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에도 이륙 중 좌측 엔진이 분리되면서 273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다만 1979년 사고가 정비 과실에 의한 물리적 손상이 원인이었다면 이번 사고는 보이지 않는 '피로 균열'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노후 항공기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독립조종사협회(IPA)와 팀스터 항공 사업부 등 노동조합 측은 NTSB 조사에 참여해 화물기 안전 기준 강화와 정비 품질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NTSB는 향후 추가 금속 분석과 데이터 복원을 통해 정확한 균열 발생 시점과 성장 속도를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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