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송재석

mediasong@ekn.kr

송재석기자 기사모음




[데스크 칼럼] ‘깐부 동맹’이 열어야 할 구조개혁의 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6 13:11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금융부장

한국 경제가 다시 뛰기 위해서는 곳곳에 쌓인 구조적 병목을 풀어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감한 구조개혁"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간 IMF, 무디스, 한국은행 등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수 차례 촉구해 왔지만, 논의는 정치적 공방에 가려 번번이 본질에서 멀어지기 일쑤였다. 이번 메시지가 진영을 넘어 '국가 과제'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이유다.


이제 시선은 구조개혁이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로 향한다. 내년을 기점으로 정부가 개혁을 본궤도에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하나·KB금융·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실행 계획을 제시하며 기존의 단순 상생금융을 넘어선 '새로운 금융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과거 상생금융이 이자 환급, 공과금 지원, 서민금융 출연 등 사실상 부담 분담의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 요구에 따라 금융회사가 수익 일부를 내놓던 '보조금형 상생'과 결별하겠다는 의미다.


생산적 금융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금융이 기업의 성장과 국가 산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자 장사 중심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금융이 전면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언이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벤처·기술기업 투자 경험을 축적해 온 만큼, 이를 하나의 체계로 결집해 '금융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도 더 단단해지고 있다.




정부 역시 금융사의 숙원 해소에 속도를 내며 시장 변화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를 내준 것이 대표적이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는 대신 고객자금을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로, 일종의 '증권형 은행업'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이번 인가를 계기로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중심의 기존 투자 영역에서 벗어나 유망 벤처·기술기업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확보했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모험자본 공급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장치다.


정책 방향은 명확하지만 생산적 금융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부동산에서 첨단벤처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예대금리형 금융에서 자본시장 투자 중심으로"라는 정부의 구상이 현실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규제혁신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금융위·공정위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자금조달 규제 합리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참여 주체 확대,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 폐지 등 20건의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금공급이 기업 혁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투자 경로'를 넓혀야 생산적 금융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혁신의 토대는 금융이 놓고, 성장의 동력은 기업의 생산적 투자에서 나온다. 정부는 규제 혁파로 이 선순환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금융권과 기업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관건은 실행이다. 정부·기업·금융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깐부 동맹'만이 국가 대전환의 실질적 첫걸음을 만들 수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