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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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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생존 전략 재편…‘레거시’ 줄이는 반도체 업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의 레거시(구식) 반도체 시장 잠식과 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완전히 재편 중이다. 반도체 산업 구조와 지정학적 질서를 동시에 재구성하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일보 후퇴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5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각사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레거시 반도체 생산 감축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는 DDR4 생산 비중을 2분기 40%에서 4분기 20%까지 축소하기로 했으며, 중국 우시 공장의 생산라인을 10나노 3세대에서 4세대 D램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화성사업장을 중심으로 레거시 제품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으며, 관련 인력을 평택 P3 등 첨단 공정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이유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공세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업계의 1분기 레거시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3월 단일 월 기준 362억개를 생산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말 기준 31%였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7년까지 39%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 SMIC는 28nm 공정에서 월 16만장에서 54만장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화홍반도체도 월 8만3000장 규모의 12인치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년간 반도체 업계에 약 1500억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해 생산량을 늘려왔다. 현재 중국에서는 44개의 웨이퍼 팹이 운영 중이며, 22개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32개의 웨이퍼 팹이 28nm 이상 성숙 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제재가 역설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첨단 공정에 대한 제재로 28nm 이상 성숙 공정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로 DDR3 가격은 2024년 상반기 50~100% 상승이 예상되며, DDR4는 1분기 27달러에서 2분기 29.7달러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2024년 레거시 DRAM 수급 불균형이 2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대안은 선택과 집중이다. SK하이닉스는 레거시 제품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DDR4 생산 비중을 2분기 40%에서 4분기 20%까지 축소하기로 결정했으며, 중국 우시 공장의 생산라인을 10나노 4세대(1a) D램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신 택한 것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 52.5%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2025년까지의 물량을 장기계약으로 확보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인 HBM3E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도 레거시 제품의 샌상량 조절을 진행 중이다. 화성사업장의 레거시 라인 인력을 평택 P3 등으로 재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의 HBM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점은 문제다. 현재 삼성전자의 HBM 매출은 전체 반도체 부문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엔비디아 HBM3E 인증도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48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AI 메모리 시설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24년 HBM 수요가 전년 대비 20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에는 HBM 가격이 추가로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DRAM 산업의 14%가 HBM 생산에 투입될 전망이다. HBM의 DRAM 시장 가치 비중은 2025년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레거시 시장 장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AI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는 글로벌 기업들을 첨단 제품으로의 전환으로 내몰고 있다"며 “HBM 시장은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어려워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대응한 기업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대한상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분석이 놓친 것들

대한상공회의소가 5일 발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시 지주회사 영향' 보고서를 두고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된다. 상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가 지주회사 경영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분석 방법과 결론 도출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지적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별도로 선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2020년 12월 상법 개정으로 도입했다.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이 중 최소 1명은 분리선출해야 한다. 당초 법안은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했으나, 기업들의 반발로 1인 이상으로 완화된 상태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상의는 43개 지주회사 그룹 산하 112개 상장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인원 확대에 따른 3% 초과 의결권 제한규정(3%룰) 적용시 내부지분율이 48.7%에서 5.1%로 급감한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 대해 최근 기업지배구조의 핵심 과제인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학계의 한 전문가는 “감사위원회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이러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의의 분석이 외부지분율 중 연금과 펀드만을 고려대상으로 삼고 소액주주를 배제한 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긍정적 측면도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구성은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견이 없는 부분이다. 특히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ESG 경영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경영법률학회와 한국기업법학회 등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재무보고의 신뢰성이 향상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상의가 제기한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주주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집중투표제와 결합할 경우 지배주주의 이사 선임권한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절충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종석 배화여자대학교 총장은 최근 논문에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기업의 효율적 경영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계적 도입과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우리 기업들의 고질적인 '오너리스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고려아연 지름길 ‘유증’…완주 막는 3가지 리스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라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시장이 경악하고 있다. 유증은 성공할 경우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받을 수 있는 묘수기는 하다. 하지만 돌파해야 할 난관도 확실하다. 금융당국 심사, 법원 판단, 실권주 리스크라는 세 개의 높은 장벽을 모두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곳이라도 막히면 유상증자는 무산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공개매수 직후 진행되는 데다 3% 청약 제한이라는 이례적인 조건이 붙어 있어 시장의 우려가 깊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조사가 시작됐다. 조사인력 10여 명이 투입된 이번 조사는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모두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의 업무처리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공개매수 당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공시한 뒤 한 달 만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공시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사는 단순한 실태 점검이 아닌 강도 높은 특별조사다. 금감원은 이번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가 공개매수 기간 중에 이미 진행되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중대한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조사의 초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개매수 당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 허위 공시인지 여부다. 둘째, 미래에셋증권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이해상충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다. 셋째,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뒤 67만원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 배임에 해당하는지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자금사용 계획의 구체성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자금 2조5000억원 중 92%인 2조30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려아연의 차입금 현황을 보면 메리츠증권 1조원(금리 6.5%), 한국투자증권 2000억원, KB증권 2000억원, 하나은행 4000억원, SC은행 5000억원 등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무 상환 계획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나머지 2000억원의 사용계획이 모호하다"며 “특히 고금리 차입금 상환 우선순위와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관문인 법원의 판단에서는 세 가지 쟁점이 부각된다. 첫째는 3% 청약 제한의 적법성이다.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게 총 공모주식수의 3%(11만1979주)로 청약 한도를 제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자본시장법상 일반공모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본다. 일반공모는 불특정 다수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3% 제한은 사실상 대주주나 특정 세력의 지분 확대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 둘째는 배임 혐의다.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후 67만원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373만주와 22만원의 차액을 계산하면 8206억원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이사진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셋째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가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MBK·영풍 측은 “경영진이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어서 금융당국의 심사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관문인 실권주 리스크도 이번 유상증자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증 물량 총 373만2650주 중 우리사주조합에 20%(74만6530주)를 우선배정하고, 나머지 80%(298만6120주)는 일반공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가에서 30% 할인된 67만원이 공모가며, 여기에 12월 초 기준주가에서 추가 30% 할인이 예정되어 있어 최종 공모가는 46만9000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일반공모 청약결과 발생하는 실권주 및 단수주는 미발행 처리할 예정"이다. 이는 실권주가 발생하면 그만큼 유상증자 규모가 자동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실권 규모에 따라 당초 목표했던 2조5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 규모가 클 경우 유증 자체를 취소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세 갈래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빠른 길을 택한 만큼 리스크도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심사, 법원 판단, 실권주 리스크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유상증자는 무산될 수 있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선택한 가파른 지름길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 한경협 회비 납부…4대 그룹 ‘완전 복귀’

한국경제인협회가 4대 그룹의 완전한 복귀로 과거 전경련의 위상을 되찾게 됐다. 삼성전자는 31일 이사회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관계사도 회비 납부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8월 한경협 회비 납부를 계열사 자율에 맡기며 사실상 승인한 바 있다. 4대 그룹은 지난해 8월 한국경제연구원 회원 지위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복귀했다. 당시 한경협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합병했다. 회비 납부는 올해 7월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8월 SK그룹이 이어갔고, 최근 LG그룹도 동참했다. LG그룹의 경우 지주사인 ㈜LG와 함께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 5개 계열사가 회비 납부에 참여했다. 4대 그룹은 각각 35억원의 회비를 납부하게 돼 총 140억원 규모다. 이는 다른 회원사 427곳(2월 기준)의 지난해 총회비 113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한경협의 회비 수익은 아직 국정농단 사태 이전인 2016년 전경련 시절(약 4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4대 그룹의 완전한 복귀로 회원사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협의 위상 강화는 한국 경제계의 결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국제 경제 환경에서 재계의 공동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경협은 4대 그룹의 완전한 복귀를 계기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 디지털 혁신,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핵심 과제 해결을 위한 민간 협력 플랫폼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경협이 4대 그룹의 참여로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역대급 R&D 투자…기술 선점에 박차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R&D 비용으로 8조8700억원을 집행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7조8200억원, 2분기 8조500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최대치를 경신한 수치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R&D 투자액은 25조7400억원으로, 이미 작년 동기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지난해에도 28조339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24조9192억원) 대비 13.7% 증가한 규모다. 특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0.9%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R&D 투자 규모는 국내 다른 기업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R&D 투자액 23조9000억원은 국내 R&D 투자 상위 2~10위 기업들의 투자 총액인 21조6000억원을 상회했다. 같은 반도체 업계의 SK하이닉스도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조188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비록 전년(4조9053억원) 대비 절대 금액은 감소했으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2.8%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투자 비중이다. 두 기업의 R&D 투자는 AI 반도체와 고성능 메모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흥사업장에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등 AI 특화 메모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 기업들의 R&D 투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글로벌 R&D 투자 상위 2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47개에 불과하며, 50위권 내에는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R&D 투자 총액은 중국 기업들의 25%, 미국 기업들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어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R&D 투자는 단기 실적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AI 시대를 맞아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R&D 투자 확대는 글로벌 기술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의 투자가 3~5년 후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기에도 R&D 투자를 늘리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매우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 다시 쓰는 파이낸셜스토리…자산 매각에 속도

SK그룹이 과거 '파이낸셜스토리'를 통해 추진했던 공격적 투자와 사업 확장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에 나섰다. 배터리 사업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까지 매각하며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최태원 회장이 선언했던 파이낸셜스토리의 핵심이었던 대규모 투자 계획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를 만나 사업상 '유턴'이 불가피해졌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SK넥실리스의 박막 제조 사업부를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가는 1000억원대로 예상되며, 이르면 다음 달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SK넥실리스 박막사업부의 연 매출은 500억~6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억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박막으로 불리는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은 스마트폰과 TV 등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핵심 전자 소재다. 어펄마캐피탈은 자동차와 냉장고 등에 초고화질 디스플레이가 확대 적용됨에 따라 박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 이번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K그룹은 이번 SK넥실러스 외에도 동시다발적인 구조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부임한 뒤 자산을 매각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SK㈜의 매각예정자산은 지난해 1조3000억원에서 지난 반기 기준 4조6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런 전략 변화는 매우 극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2021년 SK는 “2025년까지 주가 200만원, 시가총액 1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파이낸셜스토리'를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낸셜스토리는 결과적으로 완수하지 못했다. 자회사의 상장 작업이 더뎌지고, 특히 차기 먹거리로 지목됐던 SK온의 부진이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 결과 최근 SK는 돈이 될 만한 자회사를 매각하는 작업을 잇따라 진행 중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8월 영업이익의 51%를 차지하던 SK렌터카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베트남 마산그룹에 자회사 원커머스 지분 7.1%도 2700억원에 처분했다. 또 SK㈜는 삼불화질소(NF3)와 육불화텅스텐(WF6)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SK스페셜티의 매각을 위해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SK스페셜티는 지난해 매출 6817억원, 영업이익 1471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보유 중인 SKIET 지분 61.2%의 일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SKIET의 시가총액은 약 2조3000억원 수준으로, SK이노베이션 보유 지분의 시장가치는 약 1조4000억원이다. SK엔펄스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SK엔펄스는 이미 파인세라믹스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약 4000억원에 매각했으며, 현재 CMP사업부와 블랭크마스크사업부의 매각을 위해 복수의 사모펀드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련의 작업 중에 연초 716개였던 SK그룹의 종속회사는 현재 667개로 감소했으며, 임원 수도 대폭 축소하는 등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임원 퇴진도 도입하는 등 인적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그룹의 이러한 구조조정은 SK온 지원이 핵심 목적이다. SK온은 올해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온의 올해 시설투자 자금조달 규모는 7조5000억원에 달하며, 이를 위해 프리IPO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SK온의 누적 영업손실은 2조원을 넘어섰으며, 당분간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룹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래 성장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의미도 있다"며 “다만 핵심 계열사의 매각이 잇따르면서 그룹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美, 태양광 패권 전쟁에 투자 늘린 한국 기업 ‘흐뭇’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의 지원 대상을 태양광 산업으로 확대하면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 생산시설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미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29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재무부는 칩스법을 적용하기 위한 최종 규칙에 태양광 모듈용 웨이퍼 생산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에 칩스법 확대안의 최대 수혜자로 한화큐셀이 꼽히고 있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3조원 규모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중 절반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 생산시설에 대해 칩스법 확대에 따른 약 3750억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터스빌 공장은 연간 3.3GW의 태양광 모듈 제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 곳은 지난 4월부터 모듈 상업 생산을 시작했으며, 내년부터는 동일한 규모의 잉곳·웨이퍼·셀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최근 달튼 공장의 증설로 연간 모듈 생산능력이 확대되면서 한화큐셀의 미국 내 총 모듈 생산능력은 연간 8.4GW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약 13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OCI홀딩스는 텍사스주의 미션솔라에너지 공장에서 모듈만을 생산하고 있어 이번 칩스법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OCI홀딩스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향후 10년간 약 8025억원의 모듈 생산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OCI홀딩스는 미션솔라에너지 공장의 생산능력을 210MW에서 1GW로 확대하는 중이다.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주거용 모듈 외에 상업용, 산업용 모듈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향상된 M10 모듈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총 설치된 태양광 발전용량은 210GW로 올해 36.4GW의 신규 태양광 설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2025년까지 전력 믹스에서 태양광 비중을 7%까지 끌어올리고, 2029년까지 총 440GW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원료)에서 시작해 잉곳(폴리실리콘 덩어리), 웨이퍼, 셀(태양전지), 모듈(셀 묶음)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로 구성된다. 이번 칩스법 확대는 이 중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 생산 시설에 대해 25%의 투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유는 중국의 태양광 산업 독점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웨이퍼 생산에서는 더욱 압도적인 지위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전체 웨이퍼 생산량 610GW 중 약 95%인 579GW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의 경우에도 전 세계 생산량 170만t 중 중국이 152만t을 생산하며 약 9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을 강화하기 위해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대폭 상향하고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종료했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4개국의 관세 면제 혜택도 중단했다. 한화큐셀의 대니 오브라이언 대외업무 담당 사장은 “전 세계에서 제조되는 태양광 패널의 압도적 다수를 중국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며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청정 에너지 공급망 독점에 대항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투트랙 타는 SK하이닉스, ‘eSSD’ 독자 생태계 확장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과 eSSD라는 두 개의 성장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HBM은 엔비디아-TSMC와의 협력을 통해, eSSD는 독자 생태계 구축을 통해 각각 다른 성장 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eSSD 사업은 최근 테슬라와의 대규모 계약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년 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이후 eSSD 시장에 빠르게 안착 중이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테슬라와 약 1조원(7억2500만달러) 규모의 eSSD 공급 계약을 협상 중이다. 테슬라는 AI 슈퍼컴퓨터 '도조' 구축을 위해 SK하이닉스의 대용량 eSSD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약은 SK하이닉스가 4년 전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거둔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를 결정할 당시만 해도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AI 시대가 됐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로봇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AI 학습에 매년 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eSSD(Enterprise Solid State Drive)는 반도체 메모리를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SSD 중에서도 특히 데이터센터와 서버용으로 특화된 제품을 말한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어, AI 시대의 필수 부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eSSD 사업 성장은 2020년 90억달러 규모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서 시작됐다. 인수는 두 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로 2021년 12월 인텔의 SSD 사업부와 중국 다롄 낸드 공장을 70억 달러에 인수했고, 자회사 솔리다임을 설립했다. 오는 2025년 3월에는 2단계로 낸드 웨이퍼 제조 및 설계 관련 IP와 R&D 인력을 20억 달러에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eSSD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HBM 매출 성장률 330%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낸드플래시 매출에서 eSSD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넘어섰다. 글로벌 e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을 합친 점유율은 31.8%로, 삼성전자(43.2%)에 이어 2위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 고성능 eSSD의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멀티 플러그(Multi-Plug) 기술과 올(All) PUC(Peri. Under Cell) 기술을 업계 최초로 확보한 덕분에 제품 크기를 줄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QLC(Quadruple Level Cell) 기술을 통해 AI 서버용 eSSD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QLC 기술은 고용량 특화와 함께 읽기/쓰기 속도를 개선했으며, TCO(총소유비용) 절감이라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60TB 대용량 eSSD 공급 능력을 확보했으며, 2024년 상반기에는 122TB eSSD 고객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DDR5 D램을 통해 생산성을 30% 이상 향상시키고 9% 이상 개선했다. 이 기술들을 적용할 경우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시대에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eSSD 시장은 2027년까지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시장 확대에 대응해 QLC 낸드플래시 기반의 차세대 eSSD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eSSD 사업이 AI 시대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했고, eSSD는 다양한 고객사 확보로 리스크를 분산시켰다"며 “특히 eSSD 사업은 독자 생태계 구축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대명소노의 항공사 쇼핑…숙제도 산더미

대명소노그룹이 항공업 진출을 위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두 항공사의 지분을 확보하며 항공업 진출을 시도 중이다. 대명소노 측은 “경영권에는 생각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결국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시너지 작업도 과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6월 티웨이항공의 지분 14.9%를 1056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8월에는 계열사인 대명소노시즌을 통해 티웨이항공의 지분 11.87%를 708억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이로써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의 지분 26.77%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여기에 추가로 소노인터내셔널은 최근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인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제이씨에비에이션제1호 유한회사의 지분 50%를 47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13.475%를 간접적으로 취득하게 되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의 배경에는 호텔·리조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국내 18개 호텔·리조트에 1만1000여 객실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리조트 기업이다. 여기에 항공 사업을 더하면 숙박과 항공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야심 찬 계획의 가장 큰 관건은 자금 조달이다. 티웨이항공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려면 최소 1830억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 지위도 노린다면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자금이 더 필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소노인터내셔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83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상당분은 제이씨에비에이션제1호 유한회사의 지분 인수에 사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추가로 소노인터내셔널은 신한은행 주관으로 450억원의 3년 만기 대출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전국 각지의 리조트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 6월 티웨이항공 지분 매입 당시에는 그룹 상조 계열사인 대명스테이션으로부터 50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이는 고객의 상조업 선수금을 활용한 것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외에 자회사인 대명건설의 현금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명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1088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계열사를 통한 현금 동원이 이뤄질 경우 다른 과제가 생긴다. 바로 재무 건전성 유지다. 소노인터내셔널의 부채비율은 585.4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항공사 인수를 위한 추가 부채는 재무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리조트 사업의 특성상 예수보증금이 부채로 잡히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여러가지 난관에도 업계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영권을 방어하는 측의 자금력이 크게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의 현재 주인인 예림당과 에어프레미아를 보유 중인 AP홀딩스는 모두 자금력 측면에서 대명소노그룹에 크게 부족하다. 예림당의 자금 동원 여력은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다. AP홀딩스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증을 최근 취소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노인터내셔널의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차입부담까지 져가면서 항공사 지분 인수에 나선다면 최종적으로 경영권 인수까지 확보해 시너지를 찾아야 한다"며 “만약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리조트와 항공사의 성공적인 결합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건희 4주기, 글로벌 초일류 향하는 삼성의 ‘나침반’

삼성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를 맞았다. 최근 삼성 안팎에서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번 4주기는 고인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5일 경기 수원 선영에서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과 삼성 계열사 현직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이 거행된다. 이재용 회장은 추도식 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으로 이동해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4주기를 맞아 문화와 예술, 의료 분야에서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정신을 집중 조명하는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이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했으며,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처음으로 참석해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을 격려했다.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는 이건희 회장 4주기를 추모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 삼성 사장단 및 임직원, 인근 주민, 협력사 대표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삼성그룹은 오는 27일 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등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이 남긴 경영 철학은 현재 삼성이 직면한 실적 부진과 경쟁력 약화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 취임 후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어록으로 대표되는 신경영은 삼성의 체질과 관행, 의식, 제도를 양(量) 위주에서 질(質) 위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이었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하기까지, 그가 남긴 혁신과 도전 정신은 오늘날 삼성이 점검해야 할 '나침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열린 삼성 신경영 3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삼성 신경영은 영원한 위기 정신, 운명을 건 투자, 신속하고 두려움 없는 실험 등 오늘날의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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