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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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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군, 올해 부사관 충원율 73%…함정에 파도 견디는 ‘AI 휴머노이드 로봇’ 태운다

저출산 여파로 해군 함정을 최일선에서 운용할 핵심 인력인 부사관 충원율이 올해 70%대 초반까지 곤두박질 쳤다는 해군 내부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병력 절벽 사태에 직면한 해군이 텅 빈 군함에 인간을 대신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고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AI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승조원을 태우기 위한 전면적인 마스터 플랜 수립에 착수했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전력기획과는 예산 4229만원을 투입해 '해군의 로봇 확보 및 적용 방안 연구' 용역 발주에 나섰다. 해상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첨단 로봇 확보와 단계별 적용 추진 전략 수립을 골자로 하는 이 연구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올해 12월 15일까지다. ◇ “배 탈 간부가 없다"…'부사관 승조원 충원율 73%' 해군이 이번 용역을 통해 로봇 중심의 무인화 전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심각한 인력난에 있다. 이는 곧 기존의 인력 중심 함정 운용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종래와 같은 수준으로 작전 전개를 할 수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해군 관계자는 “출생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 자원 부족 심화가 예상된다"며 “함정 승조원 충원율은 올해 전반기 부사관 기준 약 73%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군함 운용의 핵심 인력인 숙련 간부 상당수가 모자라게 되는 사태가 임박했음을 해군 당국이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함정은 출항 시 외부의 지원을 받기 어렵고, 승조원 전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해 고도의 팀 워크를 요구한다.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근무 교대조 편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남은 병력의 피로도가 극증하고, 종국에는 작전 수행은 물론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군함의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 바퀴형 로봇으론 불가능한 바다…'휴머노이드' 투입 명시 문제는 민간 산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일반적인 바퀴(차륜)형이나 무한 궤도형 상용 자율 주행 로봇을 군함에 당장 투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해군은 함정 환경의 특수성으로 △가파른 수직 계단 △좁은 해치와 협소한 공간 △내부에 얽혀 있는 복잡한 구조물 △(파도 등에 의한) 지속적인 요동을 꼽았다. 평탄한 물류 창고나 아스팔트를 누비는 로봇은 문턱이 높고 좁은 함정 내부에서 기동조차 할 수 없고, 거센 파도에 함정이 흔들리면 무게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일쑤다. 해상 초계기 등 해군 항공기 역시 좁은 활동 범위와 불규칙한 진동으로 인해 정밀한 상용 로봇 운용이 곤란하다. 이에 해군은 육상 기지 등에서 범용으로 쓰일 '일반 임무용'과 악조건 속에서도 투입될 '해군 특화용 로봇'으로 소요를 명확히 분리했다. 특히 도입을 검토할 특화 로봇의 종류를 열거하며 험지를 돌파하는 견마형(4족 보행 로봇개)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형(인간형 로봇)'을 포함했다. 요동치는 배 위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인간 승조원의 체격에 맞춰진 비좁은 수직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양손을 써서 무거운 밸브를 잠그거나 방폭문을 열기 위해서는 인간의 신체 구조를 그대로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궁극적인 해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미 해군 '소방 로봇' 참고…위험 임무 대체 해군은 해외 선진국의 로봇 관련 기술 수준을 분석하고 적용 사례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 해군 연구소(NRL)와 해군 연구국(ONR) 등은 전투 중 함정이 대함 미사일에 피격됐을 때 인명 피해 없이 유독 가스와 고열을 뚫고 들어가 소방 호스를 쥐고 화재를 진압하는 휴머노이드 소방 로봇 '사피어(SAFFiR)'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해 온 바 있다. 우리 해군 역시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투입될 휴머노이드 로봇의 최우선 임무로 소화·방수·화생방 등 함 안정성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처하는 작업 또는 이에 특화된 군사 특기인 '손상 통제(Damage Control)' 능력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인간 전투원들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임무를 '로봇 승조원'이 대신하게 될 전망이다. 로봇이 함정 내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유연하게 행동하려면 학습에 필요한 첨단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뒤따라줘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해군은 로봇의 강화 및 모방 학습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로봇 관련 데이터 표준화·저장·관리 방안, 첨단 기술 획득 생태계 구축·보안 관련 제도 개선 분야 검토 등에 대한 연구에도 나선다. ◇가상 트윈 훈련 인프라·K-MOSA 표준화·보안 샌드박스 정조준 학계와 국방 AI 전문가들은 해군의 이 같은 행보가 첨단 피지컬 AI 로봇을 실전 배치하기 위한 고도의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6자유도 운동과 같이 지속적인 흔들림이 있는 함정 환경을 로봇이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제 파도의 물리 법칙과 함정 구조가 거울처럼 똑같이 구현된 '가상 트윈(Virtual Twin)' 환경에서 로봇의 AI 뇌를 강화 학습시키는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한데 군 당국이 해당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다. 또한 향후 방산 업체들이 납품할 수많은 이기종(異機種) 무인기와 로봇들이 원활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임무 장비를 즉각 교체하기 위해서는 '국방 무인 체계 모듈화(K-MOSA)'와 같은 인터페이스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낡은 군사 보안 규정도 손질 대상이다. 민간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딥테크 기술을 국방에 빠르게 접목하려면 기업들이 함정 진동 패턴·내부 구조 영상 등 해군의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을 마음껏 훈련시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 외부망과 철저히 격리된 '클라우드 보안 샌드박스'를 별도로 구축하는 등 군 데이터를 안전하게 개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보안 규제 완화가 핵심 대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군은 경남 진해 소재 조함 훈련장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협업해 함교 타수를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이 맡도록 하는 '로봇 승조원 전투 실험'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국제 항공 여객 운송은 태생적으로 다수의 국경과 관할권을 횡단한다. 1929년 제정된 바르샤바 협약과 1999년 제정된 몬트리올 협약은 국경을 넘나드는 항공운송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며, 항공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규제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바하마 나소에서 열린 제4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민간 항공 법률 자문가 포럼(CALAF, Civil Aviation Legal Advisers Forum)을 관통한 최대 화두는 단연 '항공 승객 보호 규제의 파편화' 문제였다. 유럽연합(EU)의 통일 규정(EU 261)을 필두로 캐나다의 '항공 승객 보호 규정(APPR, Air Passenger Protection Regulations)' 등 이른바 '위하적(威嚇的, 위협해 억제하는) 규제' 성격을 띤 내국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혼돈 속에서 서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 전공 주임 교수의 비판적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 서 교수는 겉보기에 승객의 권리를 단숨에 향상해 줄 것 같은 위하적 규제가 실제로는 치명적인 모순을 품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도한 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결함 징후 앞에서도 무리한 운항을 강행하게 만들어 항공업계 제1원칙인 '안전 최우선주의'를 흔들 여지도 없지 않다. 특히 서 교수가 가장 강하게 경고하는 대목은 '소비자 후생의 역설'이다. 불어난 규제 준수 비용은 결국 항공권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대다수 선량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고, 수익성이 낮은 지방 취약 노선을 단항시켜 종국에는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앗아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러한 위하적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착각해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위하적 규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강조하는 한국항공대학교 서인원 교수와 만나 국제 항공 사법의 딜레마와 대한민국 항공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 최근 바하마에서 열린 '제4차 CALAF'를 지켜봤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주목한 주제는 무엇인가. “총 9개 패널 중 사법학자인 내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것은 패널 5의 '항공 승객 권리 입법의 거대한 물결과 글로벌 파급력 - 파편화에서 규범 조화로'라는 주제였다. 최근 유럽연합의 EU 261이나 캐나다의 APPR 등 항공 승객 보호 규제가 개별 내국법으로 제·개정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법이 찢어지고 파편화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관할권 충돌·규제 중첩·역외 집행 한계 등의 혼란을 어떻게 국제적 규범 조화로 이끌어낼지가 핵심 논의 대상이었다." - 해당 포럼의 국제적 논의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의는 이미 주권국이 위하적 승객 보호 규제를 내국법으로 전면 도입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성립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위하적 규제를 전면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일부에서는 세계적 흐름이라 여기며 서둘러 제재를 도입해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신 입법례인 캐나다의 APPR이 노정한 모순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지 냉철하게 재검토하는 비판적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 심층 분석한 캐나다의 APPR은 기존의 국제 항공 협약과 어떤 본질적 차이가 있나. “1929년 바르샤바 협약이나 1999년 몬트리올 협약은 항공기 사고라는 비상적 상황에서 항공사 책임의 가능 최대한을 정했다. 반면 2018년 도입돼 개정을 거듭하는 캐나다 APPR은 지연이나 취소 같은 일상적인 항공편 차질 상황에서 항공 운송인이 져야 할 필요 최소한의 책임을 강제한다." - 그렇다면 APPR이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 법익과 승객을 돕는 구체적 장치는 무엇인가. “최우선 법익은 계획된 일정에 따른 운송의 완료 그 자체다. 이 목표와 상충하는 지연·취소이나 탑승 거부·타막(Tarmac) 지연 등의 발생 시 폭넓게 적용된다. APPR은 승객에 대한 권리 고지를 강력히 의무화해 탑승 수속 창구·키오스크·디지털 매체 등에 권리를 현출해야 한다. 특히 교통 약자를 배려해 장애인 요청 시 점자나 큰 활자체 문서로 제공하도록 세심하게 규정했다." -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승객을 위한 디테일한 좌석 배치 규정도 눈에 띈다. “아주 엄격하다. 항공사는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성인 동승자와 인접하게 자리를 무상으로 배치해야 할 법정 의무가 있다. 만 5세 미만은 바로 옆 좌석, 6~11세는 동일 열, 12~13세는 앞뒤 열에 앉혀야 한다. 만석으로 배치가 불가한 상황이라면 탑승 수속부터 비행기 이륙 전까지 자리를 교체해 줄 자원자를 적극적으로 수소문해야만 한다." - 규모나 차질 원인에 따라 항공사에 책임을 묻는 기준은 어떻게 세분화돼 있나. “최근 2년 기준 매해 200만 명 이상 승객을 운송했는지 따져 대형과 소형 항공사를 엄격히 구분한다. 소형사가 대형사를 대리해 운항할 경우에도 실제 운송을 맡은 소형사는 대형항공사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 항공편 차질은 3가지로 일별한다. 첫째는 기상 악화·전쟁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둘째는 조종사가 안전 관리 시스템(SMS, Safety Management System) 등에 근거해 내린 '안전상 필요한 상황', 셋째는 초과 예약이나 기체 결함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다. 현행 제도는 이 세 번째 상황에 엄격한 배상 책임을 묻는다." - 초과 예약으로 인한 탑승 거부 발생 시 모든 피해 승객이 보호 대상이 되나. “아니다. APPR은 정상적 탑승객을 산정할 때 단순한 항공편 예약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예약 확인이 이뤄진 상태에서 예정된 탑승 시간에 유효한 서류를 항공기 탑승구에서 실제로 제시한 승객만이 정상적 탑승객으로 인정돼 권리를 보호받는다." - 표면적으로는 승객을 위한 제도 같은데 학자로서 강하게 비판하는 가장 큰 한계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 한계는 불명확성이다. 앞서 언급한 3가지 차질 상황이 현실에서 칼로 무 자르듯 일도양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들이 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대다수의 차질을 상황 2(안전상 필요한 상황)로 포장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딜레마가 발생했다." - 위하적 규제 방식이 항공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과 상충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항공 운송에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생명과 직결된 안전이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결함 징후 앞에서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며 무리한 정시 운항을 강행할 경제적 유혹을 받을 수 있다." - 기업을 옥죄는 엄청난 규제 준수 비용이 종국에는 '소비자 후생'을 해친다고 꼬집었다. “이것이 가장 궁극적인 문제이다. 민사상 계약 영역에 머물던 권리·의무 관계를 강력한 내국법 규제로 끌어들이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파생된다. 캐나다 산업계는 추정치의 10배 이상 비용이 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증한 규제 준수 비용은 영리 기업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결국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은 위험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단산돼(운항 중지) 소비자 접근성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 - 전 세계적 흐름을 명분 삼아 우리나라도 서둘러 강력한 위하적 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할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한다. 가장 두려운 결과는 항공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 파괴다. APPR은 차질 발생 시 식음료·데이터·숙박·대체 항공편 등을 항공사가 의무 제공토록 강제한다. 부가 서비스가 없는 저비용 항공사(LCC)나 대체편 여력이 부족한 신생 항공사에 위하적 규제를 부과하면 결국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소수 대형사만 살아남아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그 막대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 제재를 가하는 위하적 규제가 지연이나 결항을 눈에 띄게 줄여주는 억지 효과는 증명됐나. “정량적 통계가 그러한 환상을 깬다. 캐나다 보다 훨씬 앞선 2004년에 선도적으로 강력한 규제인 EU 261를 도입한 유럽연합의 장기 통계를 분석해 보니 10년이 지난 후에도 60분 이상 지연이 3.9%, 취소가 1.5% 수준에 머물렀다. 위하적 규제가 실제 항공편 차질 억지에 유의미한 변화를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 -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과 입법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하적 규제가 전 세계적 흐름이라 생각하고 이것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검토 없이 국내에 도입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 계약으로 해결될 수 있으면 계약으로, 자율규제로 해결될 수 있으면 자율규제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위하적 규제는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도입되어야 한다. 항공사를 수범자로 하는 위하적 규제가 만병통치약이 될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지 않을지 찬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ICAO 정규예산 분담금 7위, 항공운송량 8위를 자랑하는 전 세계적 항공강국이다. 다른 나라의 위하적 규제를 무비판적으로 계수하는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정책적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7400억 자금 조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양손잡이 재무 전략’ 나서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최초로 5억 달러(7410억 원) 규모의 해외 공모 채권 발행에 대성공을 거두며 글로벌 자본 시장에 데뷔했다. 그간 내수 중심의 정부 국방 예산과 국내 금융권 차입에 주로 의존해 오던 K-방산의 전통적 자금 조달 패러다임을 깬 것이다. 서구권 거대 방산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톱티어(Top-Tier)' 수준의 펀더멘털을 국제 무대에서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33억 달러 뭉칫돈 몰려…'준(準)국가급' 신뢰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 증권·크레디아 그리콜 증권·UBS 등 글로벌 초대형 투자 은행(IB)들을 주관사로 대거 참여시켜 만기 3년의 고정 금리부 채권(FXD) 5억 달러 발행을 성공적으로 확정지었다고 22일 밝혔다. 자본 시장의 반응은 당초 예상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진행된 해외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 예측 결과, 목표 조달액의 6.6배에 달하는 33억 달러(4조800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해외 공모 채권 발행의 흥행을 거뒀다. 이례적인 우량 매수 주문 폭주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졌다. 당초 투자자들에게 제시된 최초 제시 금리(IPG, Initial Price Guide)는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에 115bp(1bp=0.01%포인트, 1%의 금리 구간을 100개로 나눈 단위)를 가산한 수준이었지만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최종 가산 금리는 이보다 32bp나 유리해진 83bp로 안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산 금리가 1% 미만인 0.83%포인트로 결정된 점을 중요한 질적 지표로 꼽는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도·채무 불이행 위험을 극히 낮게 평가했다. 국방력과 직결되는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 신용도에 준하는 '소버린(Sovereign) 급' 프리미엄과 안정성을 부여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 120조 수주 잔고…환율 리스크 원천 차단 이번 달러화 직접 조달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재무 구조의 질적 고도화도 이뤄냈다. 글로벌 방산 비즈니스는 무기체계 양산을 위한 해외 부품 매입이나 현지 공장 건설 시 대규모 외화(달러) 결제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원화로 차입해 달러로 환전할 경우 필연적으로 환율 변동 리스크에 노출되지만, 해외에서 직접 조달한 달러를 곧바로 결제·기존 차입금 대환에 활용함으로써 이를 원천 차단하는 '자연 환헤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국내외 금리 환경에 따라 유리한 자금 조달처를 탄력적으로 넘나드는 '양손잡이 재무 전략'이 완성된 셈이다. 이러한 자금 조달 흥행의 가장 큰 원동력은 최근 글로벌 3대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국내 방산·우주 기업 최초로 획득한 신용 등급 'A-(안정적)'에 있다. 이는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록히드 마틴이나 영국의 BAE 시스템즈와 동일한 투자 적격 우량 등급이다. S&P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높은 신용 등급을 부여한 핵심 근거는 압도적인 수주 잔고와 잉여현금흐름(FCF)의 가시성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 기준, 지상 방산 부문의 수주 잔고는 31조 원(수출 비중 70%)이다. 전사 연결 기준 수주 잔고는 118조 원에 달한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액은 올해 2분기와 7조5530억원, 3분기 7조5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68%, 16.48% 성장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역시 2분기 9970억원, 3분기 1조16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32%, 36.25%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 수출은 일회성 완제품 납품 이후에도 10~30년에 걸친 유지·보수·정비(MRO, Maintenance·Repair·Overhaul)와 성능 개량 계약으로 장기간 수익이 창출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118조 원의 막대한 수주 잔고는 향후 10년 이상의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담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조 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해외 정부와의 B2G 수출 협상 테이블에서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부품 공급 능력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 45년 숙원 '독자 항공 엔진' 개발 공모채로 조달된 5억 달러의 외화와 올해 1분기 기준 회사가 보유한 6조8862억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그리고 유상증자로 확보한 2조3000억 원의 실탄은 글로벌 방산 영토 확장과 미래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거대한 투자 사이클에 투입된다. 우선 심화되는 지정학적 블록화와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해 완제품 수출 외 현지에 생태계를 통째로 이식하는 '해외 현지 생산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낸다. 루마니아 덤보비차주에는 축구장 25개 규모 부지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 장갑차 생산 시설과 1.75km 규모의 주행 시험장을 조성한다. 이곳에서 부품의 80%를 현지 30여 개 협력사와 함께 조달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동부 전선의 핵심 'K-병기창'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유럽 본부를 두고 40억 달러 규모의 유도탄(천무용 CGR-080) 합작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호주 질롱에서는 AS-9 헌츠맨 자주포와 AS-10 장갑차 완제품 조립 시설을 통해 오세아니아·오커스(AUKUS) 동맹 국가 공략의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미래 무기체계의 근간인 첨단 기술 자립 전선에도 사활을 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영국 등 극소수 해외 원천 기술국의 수출 통제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수출 자유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방산업계의 45년 숙원인 항공 엔진 국산화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 프롭 엔진'의 초도 시제를 완성해 본격적인 지상 시운전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창원 사업장에 400억 원을 투자해 5000평 규모의 첨단 스마트 공장을 짓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KF-21 보라매 전투기에 탑재될 1만 5000파운드급 장수명 첨단 항공 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밸류 체인 장악도 핵심 과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24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2032년까지 이어지는 누리호 4~6차 발사의 체계 총괄을 맡으며 발사 운용 전 주기 노하우를 민간으로 이식받고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스페이스X 등이 주도하는 우주 발사체 재사용 트렌드에 발맞춰 기존 케로신(등유) 엔진을 대체할 고효율 '80t급 메탄 추진제 엔진' 개발에도 뛰어들며 스페이스 밸류 체인을 고도화하고 있다. ◇ '금융의 무기화'…글로벌 M&A 향한 탐색전 산업계와 자본 시장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5억 달러 채권 발행이 향후 서방의 톱티어 방산 공룡들처럼 글로벌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위한 전략적 '탐색전'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서방을 대표하는 방산 거인들은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거대 자본을 끌어와 밸류체인의 병목을 통째로 사들이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첨단 기술 기업을 인수하며 생태계 우위를 점해왔다.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향후 △로봇 시스템 △무인기 센서 △우주 통신 소재 등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해외 기술 기업 인수 시 초대형 펀딩을 즉각 단행할 수 있는 이른바 '금융의 무기화' 역량을 증명해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독일 굴지의 방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폭주하는 포탄 수요를 독식하기 위해 2023년 1월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억 유로(1조4500억 원) 규모의 전환 사채(CB)를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스페인의 탄약 제조사 '엑스팔(Expal)'을 12억 유로에 인수하며 155mm 포탄 생산의 병목 현상을 뚫어냈고, 그 결과 독일 연방군으로부터 12조 원 규모의 탄약 계약을 따냈다. 영국 BAE 시스템즈 역시 우주 패권을 쥐기 위해 2024년 초 미국 금융 시장에서 48억 달러(6조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어낸 뒤 미국 '볼 에어로스페이스(Ball Aerospace)'를 55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단숨에 글로벌 우주항공 분야의 초거대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원전·공항 ‘미승인 드론 비행’ 누적 1230건…적발 이후 처분은 ‘깜깜이’

비행이 제한된 공역에서 승인을 받지 않고 드론을 운항한 사례가 누적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드론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적발 이후 행정처분 결과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1일 항공안전기술원(KIAST)가 발간한 '2025년 드론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적발된 드론 위규 비행은 총 134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174건 수준이던 법규위반 비행은 2023년 376건, 2024년 385건으로 늘어 전체 적발 건수의 절반 이상(761건, 56.6%)이 최근 2년 사이에 집중될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다. 위규 비행은 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비행 금지 구역이나 관제권에서 승인 없이 비행하는 등 항공안전법을 위반한 행위를 의미한다. 유형별로는 원자력 발전소 등 국가 중요 시설이 포함된 비행 금지 구역 미승인 비행이 738건으로 전체의 54.9%를 차지했다. 이어 공항 주변 등 관제권 미승인 비행이 347건으로 25.8%, 특별 비행 승인을 받지 않은 야간 비행은 145건으로 10.8%였다. 세 가지 미승인 비행 유형을 합산하면 총 1230건으로 전체 위규 비행의 91.5%에 달한다. 드론 위규 비행 대부분이 정해진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운항이었던 셈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565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42.0%로 집계됐다.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부산은 166건, 울산은 151건, 경북은 137건으로 다른 지역보다 위반 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요 시설 주변의 미승인 비행이 제때 식별되지 않으면 안전과 보안상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항 관제권에서는 항공기 이착륙 경로에 드론이 진입해 운항 지연이나 회항을 초래할 수 있고, 원전 등 국가 중요 시설에서는 무단 촬영이나 시설 정보 수집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사고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2015년 이후 발생한 드론 사고 중 2024년 한 해에만 무려 25건이 발생해 전년 4건 대비 6배 이상 늘어나며 시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적발 이후의 사후 관리 체계다. 보고서에는 적발 건수만 수록돼 있을 뿐, 과태료 부과나 수사·형사 고발 등에 따른 구체적인 결과가 담기지 않았다. 처벌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는지, 적발이 재발 방지로 가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는 셈이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과 별개로 적발된 위반이 실제 처분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비행 중인 드론의 신원과 위치를 확인하는 원격 식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등록 의무가 있는 드론에 '리모트 ID'를 적용해 기체와 조종 통제 지점의 식별·위치 정보를 송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100g 이상 드론의 등록과 등록 번호 표시, 원격 식별 기능 탑재를 의무화했다. 비행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비행 일시·경로·고도 등을 사전에 신고하고 비행 기록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드론 원스톱 민원 서비스를 통한 기체 신고와 비행·촬영 승인 절차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안전 관리 모니터링을 위한 '드론 식별 관리 시스템(K-DRIMS)'을 신규 구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승인 기체와 실시간 실별과 조종자 추적, 관계 기관 통보-처분 체계의 연계 여부, 그 성과가 통합적으로 관리·공개되는지는 별도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호르무즈에 엇갈린 해운업 희비…유조선 ‘뛰고’ vs 컨테이너·벌크 ‘숨 고르기’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해운 시장 운임 지형도를 흔들고 있다. 원유 수송로를 둘러싼 공급 차질 우려로 유조선 운임은 가파르게 오른 반면, 컨테이너선과 건화물선은 선복 증가와 화물 수요 둔화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1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과 석유 제품 운반선 운임은 중동 리스크를 타고 상승했다. 반면 컨테이너와 건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중동발 긴장 고조에 유조선 운임 '껑충' 호르무즈 해협·오만 해역에서 이어진 선박 피격이 유조선 시장의 수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데다 페르시아만 진입을 꺼리는 선박까지 늘며 가용 선복도 빠르게 감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VLCC 중동-중국 항로 운임은 전주보다 5%, 제품 운반선(LR2) 중동-일본 항로 운임은 25% 상승했다. 선주들의 호가 인상과 화주들의 선박 확보 수요가 맞물리며 정제유 운송 시장의 상승 폭이 원유 운송 시장보다 더 커졌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으로 푸자이라(UAE)·오만·홍해 등 대체 선적지 이용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와 선박 연료유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송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급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에 운항 거리 증가와 보험료 상승 등의 부대 비용도 선주들의 부담을 키웠다. 반면 이라크 원유 선적 증가 등은 유가와 운임 추가 상승 폭을 일부 제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 컨테이너…미주 동안·중동은 '선방'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공급 부담이 커지면서 운임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6월까지 이어졌던 성수기 물량이 소진된 가운데 미주 서안과 남미 항로를 중심으로 선박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3.3% 하락한 3080.31을 기록했다. 해진공 컨테이너종합운임지수(KCCI)도 2.6% 내린 4204로 집계됐다. 특히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미주 서안 스팟 운임은 6219달러에서 5721달러로 8% 떨어졌다. 추가 선복 투입으로 예약 여건이 개선됐다. 남미 항로도 공급 확대의 영향을 받았다. 성수기 물량 소진 이후 신규 서비스와 추가 선박 투입으로 운임은 6570달러에서 5900달러로 하락했다. 항만 운영 정상화와 화주들의 예약 관망세도 운임 하락 요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운항 제약이 남아있는 항로는 비교적 견조했다. 미주 동안 운임은 전주 8134달러에서 8172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파나마 운하나 희망봉·수에즈를 거쳐야 하는 긴 항해거리와 항만 혼잡 탓에 유효 선복 확대가 제한된 영향이다. 중동 항로 역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운임이 4199달러에서 4266달러로 올랐다. ◇ 철광석 계약↓·가용 선박↑…벌크선 운임 하락 건화물선 시장은 철광석 신규 화물이 감소와 선복 증가로 약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 건화물 운임 지수(BDI)는 전주 2944에서 2752로 6.5% 하락했다. 특히 철광석을 주로 운송하는 대형 케이프선의 약세가 전체 지수의 하락을 이끌었다. 태평양에서는 호주산 철광석 신규 계약이 감소한 가운데 중국 항만에서 풀려난 선박이 시장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가용 선박은 늘어난 반면, 신규 화물은 부족해 케이프선 운임은 약세를 이어갔다. 대서양에서도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발 철광석 화물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계약 체결은 둔화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이번 주 해운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선박 수급 변화가 선종별로 서로 다른 영향을 미쳤다"며 “중동 지역의 긴장이 이어지는 만큼 유조선 운임은 이번 주에도 운임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한화그룹 3형제 분업 下] 무차입 ‘클린 지주사’ 쥔 김동선…‘푸드테크 실험·규제 돌파’는 과제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이 74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지배 구조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지난 15일, 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한화의 인적 분할 안건이 99.95%의 찬성률로 주총 문턱을 넘으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의 영역을 나눠 지배하는 '3형제 분업형 독자 경영'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영토 분할 같지만 총 부채의 99.7%를 맏형 김동관 부회장이 독박을 쓰고, 막내 김동선 부사장은 부채 비율 0.3% 이하의 '무차입 클린 컴퍼니'를 쥐고 링에 오르는 극단적인 비대칭 구조를 이룬다. 본지는 이 화려한 축포 뒤에 숨겨진 한화그룹 3세들의 생존 고차 방정식과 자본시장의 평가를 2회에 걸친 심층 기획으로 파헤친다. 오는 8월 1일 출범하는 신설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삼남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 경영 데뷔 무대다. 이 신설 법인은 존속 법인 ㈜한화로부터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23.7%를 분할 받지만 부채는 총 249억 원만 승계한다. 존속 법인이 분할 전 부채의 99.7%를 책임지면서 신설 법인은 부채비율이 3% 미만인 압도적인 무차입 '클린 컴퍼니'로 출발하게 된 셈이다. 고금리 시대에 이자 부담 없이 신사업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체적인 'SWOT' 관점에서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사실상 전무한 부채와 든든한 캐시 카우라는 강점과 푸드 테크 융합 생태계 선점이라는 훌륭한 기회를 쥐고 출발한다. 신설 법인의 사업은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 등 기계·장비의 '테크' 부문과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유통·서비스의 '라이프' 부문으로 나뉜다. 김 부사장의 핵심 전략은 자칫 성장이 정체될 수 있는 유통·서비스 산업에 첨단 IT 기술을 입혀 피지컬 AI 기반 푸드 테크·스마트 호스피탈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4414억 원과 영업이익 221억 원을 기록한 글로벌 영상보안 강자 한화비전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전담하고, 1분기 매출 6694억 원과 영업이익 182억 원으로 선방 중인 단체급식 2위 아워홈의 거대한 식자재 유통망에 한화로보틱스의 조리 로봇과 한화모멘텀의 물류 자동화 설비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비록 한화세미텍 등 일부 계열사들이 선제적 연구·개발(R&D) 인프라 투자 확대로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갤러리아 역시 내수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무차입 지주사의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B2B 장비 산업과 B2C 소비재 산업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구상이다. 한화비전은 적자가 지속되던 비전넥스트 청산하는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고, 지난 4월 말에는 적자 상태인 한화세미텍에 5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체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 ㈜한화 건설 임원 사임으로 '선 긋기' 본격화…융합 한계와 자생력 입증 하지만 B2B와 B2C라는 이질적 조직 문화의 통합, 그리고 유통·외식 부문의 구조적 저마진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약점(Weakness)을 안고 있다. 최근 공시를 통해 이러한 테크-라이프 융합 구상에 결정적인 시그널이 포착됐다. 2026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 4월 1일 자로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 임원직에서 사임했다. 한화갤러리아 등 라이프 부문 임원직만 유지한 채 테크 부문 경영에서 손을 떼며 형제 간의 명확한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 지주사 규제 '합병 묘수'로 돌파…아워홈 1조 베팅과 자산 유동화 기회 다만 사업적 시너지 창출에 앞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 회사 행위 제한 규제를 2년 내에 해소해야 하는 거대한 법적 허들이다. 우선 지주 회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분할 계획서 및 1분기 공시상 ㈜한화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율은 49.80%여서 최소 0.2% 이상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또한 지주사의 자회사는 자신이 지배하는 손자회사가 아닌 다른 국내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교차 소유 금지 규정도 풀어야 한다. 현재 아워홈의 모회사인 특수 목적 법인 우리집에프앤비와 한화로보틱스 지분을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나누어 쥐고 있는데, 분할 이후 신설 지주사가 ㈜한화의 지분을 승계하면 자회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자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법을 명백히 위반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설 지주사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우리집에프앤비와 한화로보틱스 지분을 전량 매입해 지주사의 100% 직속 자회사로 승격시켜야 한다. 이 과정은 가장 막대한 재무적 지출이 예상됐던 아워홈 지배 구조 개편에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우리집에프앤비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산하에 그대로 남는다면 아워홈은 지주사의 증손회사가 돼 법적으로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하는 막대한 자금 출혈 요건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신설 지주사가 우리집에프앤비를 100% 직접 자회사로 흡수하면 아워홈은 손자회사로 신분이 상승해 비상장사 지분 50% 요건만 충족하면 되므로 현재 지분율(50.62%)만으로도 규제를 비켜 갈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실질적인 경영권 장악과 규제 돌파를 위해 파격적인 베팅이 이뤄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자회사 '우리집에프앤비'를 통해 무려 8642억 원을 투입해 아워홈 지분 58.62%를 확보했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잔여 지분 8%를 1186억 원에 2027년 5월까지 추가 매입하는 2차 계약도 맺었다. 신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소공 2지구 유휴 부동산을 한화생명에 802억 원에 매각해 넉넉한 현금을 쥐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2월 한화푸드테크에 4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기존 자산을 극적으로 유동화해 푸드테크 생태계 구축에 과감히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년 내에 재무적 누수 없이 얽히고설킨 공정거래법 지분 고리를 풀어내야 하고, 롯데·신세계 등과의 치열한 유통 경쟁 속에서 내부거래 축소로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명백한 위협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이 규제 리스크를 영리하게 우회했다. 옛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2025년 1월 사업회사인 구 한화비전을 흡수·합병해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확정했고, 이 합병에 따른 자산 요건 변동으로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예 '지주회사 적용 제외' 통보를 받았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자회사 지분 확보·교차 소유 해소 시급이라는 규제 족쇄를 합병이라는 묘수로 털어낸 것이다. ◇ 계열 분리 최종 수순 '지분 스왑' 이번 분할로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 경영 체제가 물리적으로 확립됐으나 완전한 친족 독립 경영인 계열 분리 인정을 받기까지는 지분 맞교환(스왑)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공정위 친족 분리 요건에 따르면 분리하는 친족 측이 동일인 측 상장사 지분을 3% 미만으로 소유해야 한다. 김 부사장은 현재 존속 ㈜한화 보통주 지분을 5.38% 보유하고 있고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화에너지 지분 역시 10%를 쥐고 있어 규제 상한을 초과한 상태다. 결국 향후 신설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한껏 끌어올린 루 김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와 한화에너지 지분을 두 형이 신설 지주사에서 배정받게 될 지분과 맞교환하는 대규모 스왑 절차가 완전한 독립의 최종 수순이 될 전망이다. 완전한 계열 분리 위해 지분 맞교환과 내부 거래 축소 등 과제 산적한 가운데 더불어 코레일이 약 30%의 지분을 들고 있는 한화커넥트의 지배 구조 개편 역시 공공 기관과의 조율이 필요해 까다로운 복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짜 명백한 위협 요인은 지분 구조에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403억 원을 기록한 핵심 수익원인 '한화커넥트'의 최대주주는 장남 영역인 '한화솔루션(48.31%)'이며, 김 부사장 측(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은 18.94%에 불과하다. 이를 온전히 품기 위해서는 코레일보다 큰형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 셈법 복잡한 '형제간 교통 정리'가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최근 공정위가 분리 이후 3년간 부당 내부거래 내역을 의무 제출토록 사후 감시를 대폭 강화한 만큼, 아워홈이나 호텔앤드리조트가 기존 방산·케미칼 형제 회사 물량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외부 매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 독립된 시장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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