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첵] 정의선-젠슨황 ‘깐부동맹’, 현대차의 ‘아픈 손가락’에 연고 발라줄까

글로벌 톱티어로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단점이 거의 없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2023년부터 영업이익 정체 현상이 나타나며 성장의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인수하거나, 신사업을 직접 키워야 하지만 두 길 모두 만만치 않다. 다만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의 '깐부 동맹'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확보로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비금융부문 매출액은 최근 4년간 연평균 14%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증가율은 4.3%로 전년 대비 둔화했지만, 2023년까지 계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그룹 매출의 90% 이상을 완성차를 비롯한 비금융이 차지하는 만큼, 이 부문의 성장세는 곧 그룹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작년 말 현재 현대차·기아 모두 신용등급 AAA를 받았다. 산업계통에서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KT, 공기업, 금융사를 제외하면 유일한 사례다. 이것만으로도 사실상 재무적인 언급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순차입금도 논할게 없을 만큼 안정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순차입금/EBITDA는 최근 4년간 -0배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0.7배였다. 순차입금/EBITDA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양수가 높을수록 빚을 갚는 기간이 늘어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즉 순현금 상태다. 이같은 재무상태는 10대 대기업그룹 중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밖에 없다. 나머지 그룹들은 1~6배 사이를 오갔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완성차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의 충분한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로부터 A등급을 부여받은 자동차 기업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포함해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BMW, 혼다 등 전 세계에서 단 6곳뿐이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세계 3위권에 올라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은 과제는 성장률과 이익의 질이다. 지난해 수익성은 낮아졌다. 작년 현대차그룹 비금융부문 전체 EBITDA는 40조660억원으로, 전년(41조8610억원)보다 1조7950억원 줄었다. 4년간 이어온 성장세가 멈춘 것이다. 우선 완성차 부문 EBITDA가 30조5440억원으로 전년 대비 72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매출은 5% 이상 늘었지만, 인센티브 확대로 인한 판촉비 증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으로 영업효율성이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외형 성장세는 유지했으나, 이익의 질은 개선되지 못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조7720억원으로 전년(11조4174억원) 대비 1조6454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도 7조2354억원으로 전년(9조9707억원)보다 2조7153억원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25%에 달하는 미국 관세 영향이 컸다. 3분기에만 현대차는 1조8210억원, 기아는 1조234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EBITDA는 영업이익(EBIT)에 감가상각비가 더해진 지표로, 3분기 실적에서는 관세를 제외하면 변동성을 유발할 만한 다른 비용 요인은 크지 않았다. 4분기도 녹록지 않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자동차 소매판매는 올해 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하며 지난달(6% 증가)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9월 말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 이후 구매가격 상승과 관세 부담이 맞물리면서, 4분기에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단기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다른 축이 이를 메워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건설은 EBITDA가 -1조2630억원을 내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철강 부문은 전년보다 23% 감소했다. 국내 주택경기 둔화와 자재비 상승,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이 맞물리며 고정비 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금융부문은 안정적이지만, 성장률이 낮고 시장 지위상 그룹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미 관세 협상으로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과거 무관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적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관세율이 15%로 조정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 등 각 사의 연간 관세 부담이 약 3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신사업이 없으면 '이익 방어선'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 기존 주력 산업만으로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원가 압력을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완성차 부문이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이 신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황금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향후 성장축은 신사업이다. 완성차가 이미 글로벌 톱티어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그룹의 수익성 개선과 이익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해법은 결국 새로운 성장 동력에 있다. 자동차부품과 물류, 방산, 모빌리티 등 비자동차 부문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자동차부품 EBITDA는 8800억원 증가했고, 현대글로비스·현대로템·이노션 등 기타 부문은 전년 대비 22% 성장했다. 완성차·건설·철강 등 전통 산업이 둔화되는 가운데, 신사업군이 그룹 실적의 하락 폭을 완화한 셈이다. 철강과 증권 부문은 자산 비중이 낮고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그룹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현대차증권의 부동산PF 리스크나 현대제철의 실적 부진은 단기적 부담 요인으로 남지만, 그룹 차원의 재무 건전성을 흔들 수준은 아니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경쟁력은 신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느냐에 달려 있다. 로보틱스·수소 에너지·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성장률과 이익의 질 모두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 부문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면 완성차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현재의 수익성 정체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 신사업의 가능성은 이미 열린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현대차그룹에 블랙웰 GPU 5만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양사의 협력 구상이 본격화됐다. 이는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 목표 아래 2028년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힌 전체 GPU 물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전체가 달성해야 할 목표치를 한 기업이 확보한 셈으로, 자율주행과 AI 기술 고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엔비디아와 현대차그룹의 GPU 공급·협업은 단순한 '칩 구매'가 아니라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모빌리티·AI 신사업의 실험무대 구축을 의미한다. 엔비디아가 현대차그룹에 판매하는 5만 대의 GPU는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팩토리·AI 플랫폼 구축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AI 생태계 전반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포스코, 남들은 커 가는데…코로나 수준으로 돌아간 수익성

포스코그룹 내 주요 핵심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 그룹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인 철강부문은 3년 연속 하락했고,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에너지소재 부문도 뒷걸음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건설 부문은 그룹 내에서 가장 큰 수익성 악화를 맞았다. 문제는 그룹 내 주요 사업들이 외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 밝은 미래를 그리기엔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17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그룹합산 최근 4년간 영업이익 연평균성장률(CAGR)은 0.5%로 사실상 정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10대 대기업그룹 중 8번째로 낮은 것으로, 최근 역대급 수익성 악화일로에 놓인 롯데와 LG그룹을 제외하면 꼴지다. 포스코그룹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글로벌 경기 충격이 극심했던 2020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포스코의 EBITDA는 2020년 6조248억원에서 2021년 12조8175억원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매출이 2020년 57조7928억원에서 2021년 76조3323억원으로 18조5395억원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EBITDA는 6조1580억원으로 4년 전 보다 소폭 올랐다. 같은 기간 매출은 72조6881억원으로 2020년 매출(57조7928억원) 대비 14조8953억원이 더 많은데, EBITDA 차이는 1332억원에 불과하다. 외형은 늘었으나 현금흐름 기준으로 평가한 실질 실적은 후퇴한 셈이다. 실제로 영업이익률은 2020년 4.2%에서 2024년 3%로 하락했다. 그룹 내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보이는 사업 부문은 무역과 물류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진의 늪에 빠졌다. 그룹 전체 매출의 31.4%를 차지하는 무역 부문의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4년간 영업이익 CAGR이 23.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그룹 전체 영업이익 CAGR이 -2.5%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온 부문으로 평가된다. 물류 부문 역시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포스코DX와 포스코플로우의 영업이익 CAGR은 각각 43%, 20.6%로 집계됐다. 연 단위 변동은 존재하지만 수익성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 다만 두 회사의 매출 비중은 각각 0.6%, 2% 수준으로 그룹 내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문제는 그룹의 핵심 기반인 철강 부문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수익성 저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업을 중심으로 무역·건설 등 연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철강 의존도가 여전히 절대적인 구조다. 그룹 매출의 절반가량(약 50%)을 차지하는 철강 부문은 그룹내 영업이익 기여도가 70%에 육박하지만, 이익 규모가 급감하면서 그룹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철강 사업부문 중 포스코의 별도 영업이익은 2021년 6조6496억원에서 2022년 2조2941억원으로 66% 급감했다. 이후 2023년 2조826억원, 2024년 1조4731억원 등 3년 연속 하락하며 감소세가 이어졌다. 에너지소재 부문 역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그룹 영업이익 기여도는 사실상 0%다. 최근 4년 영업이익 CAGR은 -20%로 집계된다. 영업이익은 2022년 165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하락했다. 그룹의 또 다른 한 축인 건설 부문도 흐름이 좋지 않다. 포스코이앤씨의 최근 4년간 영업이익 CAGR은 –36.5%로, 주요 사업 부문 중 감소 폭이 가장 크다. 그룹 내 매출 비중이 13%에 달해 유의미한 규모를 차지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포스코그룹의 주요 사업들이 내부 요인보다는 전방 산업, 즉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점이다. 철강 부문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에너지 부문은 전방 이차전지 산업 침체로 업황이 악화된 상태다. 여기에 건설 부문까지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고금리 부담에 직면하며 수익성에 타격을 받았다. 다시 말해 글로벌 경기나 산업 사이클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룹의 중심축인 철강과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에너지 부문의 턴어라운드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주요 핵심 사업 전반의 중장기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철강 부문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전방 수요 둔화로 약세 전환했다. 여기에 중국의 잉여 생산물량이 글로벌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공급 과잉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 결과 영업수익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단기간 내 뚜렷한 개선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급 불균형과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철강 부문의 수익성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안동민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와 맺은 관세 협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일본·브라질 등 우리나라의 주요 대미 철강 수출 경쟁국에 대해 관세 인하 또는 쿼터제 적용을 포함한 변경 협정을 체결할 여지도 존재한다"며 “이 경우, 미국 철강시장 내 국내산 철강 가격경쟁력이 추가로 약화돼 포스코그룹 철강부문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소재 부문 역시 부진이 깊다.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6999억원으로 전년 4조7599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이차전지 전방 산업 전반의 침체 영향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이차전지소재 판매량 감소와 판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평가는 증권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퓨처엠에 대해 “당분간 실적 모멘텀이 제한적"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를 13만5000원으로 기존 대비 29% 낮췄다. 내년에도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는 12월 예정된 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상계·반덤핑 관세가 확정될 경우 일부 반사 수혜가 가능하겠지만, 음극재의 실적 비중이 낮아 양극재 부진을 전면적으로 만회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업계의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849억원이지만, NH투자증권은 이를 1218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건설 부문 역시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외형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의 플랜트·토목 부문은 건축 부문 대비 원가 부담이 높아, 단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이앤씨의 신용도와 관련해 △신규 주택 현장의 공급 추이와 분양 실적 △주요 플랜트·인프라 프로젝트의 추가 손실 반영 가능성 △최근 확대된 공사미수금과 대여금 등 영업자산의 안정적 회수 여부를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 제시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주택을 포함한 건축부문이 여전히 연결기준 매출의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며 “분양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은 동사의 사업안정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2년 하반기 이후 분양한 일부 지방 소재 사업장에서 다소 부진한 분양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분양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지방 주택사업장과 관련한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CJ제일제당, 지하로 파고드는 주가…아쉬운 실적에 하반기도 ‘갑갑’

CJ제일제당 주가가 올 7월 초 고점을 찍은 뒤 석 달 만에 23만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든 데 이어 3분기마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원가 부담 완화와 내수 회복 같은 확실한 개선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 반등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CJ제일제당의 연결 영업이익은 6823억원으로 전년 동기 7519억원 대비 9.3% 줄었다. 이는 국내외 식품 수요 둔화와 원가 부담, 바이오 부문 경쟁 심화가 겹치며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매출 규모는 일정 수준 유지됐지만 영업 효율이 떨어지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분기 실적을 두고 “식품·바이오·사료 등 전 사업부가 동반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2분기 매출은 4조3224억원, 영업이익은 235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2%와 13% 줄었다. 교보증권은 “3분기에도 뚜렷한 소비 회복 신호가 보이지 않아 영업환경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며 목표주가를 41만원에서 35만원으로 낮췄다. 현대차증권도 CJ제일제당이 하반기에 뚜렷한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하며 보수적 시각을 유지했다. 현대차증권은 특히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는 부합했으나, 국내외 식품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CJ제일제당의 미주 디저트 생산 차질과 파이 공장 셧다운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고, 해외 매출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유럽과 일본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이익 성장성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증권은 CJ제일제당의 목표주가를 기존 36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렸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국내외 식품 수요 부진 영향 장기화됨에 따라 하반기에도 이익 성장성 제한적인 것이 아쉬운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3분기 전망을 더욱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3분기 연결 매출은 7조5550억원, 영업이익은 355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7%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국내 증권사 가운데 CJ제일제당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잇따른 하향 조정 속에 실적 부진과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증권가의 보수적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도 하락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주가는 지난 7월3일 27만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9월1일 22만7500원까지 떨어지며 두 달 만에 15% 이상 하락했다. 이후에도 23만원대 초반에 머물며 뚜렷한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증권가는 당장의 반등보다는 내년을 주목하고 있다. 곡물 투입 단가 하락과 중국의 내수 부양책이 맞물리면 식품과 바이오 부문의 원가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3분기마저 기대치를 밑돌 경우 4분기 역시 개선이 쉽지 않아, 실적 회복은 결국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 부진과 원가 부담, 중국산 라이신 공세와 스페셜티 경쟁 심화로 시장 기대를 소폭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의 중국산 라이신 반덤핑 과세율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재개된 점을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도 38만원에서 35만원으로 하향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신세계, 후퇴한 3년…이마트가 ‘턴어라운드’ 반전 카드 될까

신세계그룹은 최근 3년간 이마트발 투자 과잉과 업황 부진에 발목을 잡히며 외형 성장세 둔화와 현금창출력 약화, 재무건전성 저하라는 '삼중고'를 겪어왔다. 다만 올 상반기 이마트가 실적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의 초점은 이제 '추가 악화'가 아닌 '저점을 통과했는가'에 모이고 있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에 영업이익 1800억원과 당기순이익 500억원을 달성했다. 연초부터 통합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대와 원가 절감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3년 연속 영업익·순이익 적자의 고리를 끊어낸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세가 올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다만 이마트의 반등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그룹 전체 영업이익 회복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매출의 70% 이상이 유통 부문에서 발생하고, 이마트가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3년간 이마트는 그룹 내에서 '민폐' 수준의 짐으로 작용했다. 매출은 정체된 반면 공격적인 투자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줬다. 이마트는 2021년 SK와이번스(현 SK랜더스·1352억원) 야구단과 W컨셉코리아(2650억원)를 인수했다. 이어 스타벅스코리아 잔여 지분(4742억원)과 이베이코리아 지분 80%(3조5600억원)를 매입했다. 한 해에만 총 4조4344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대규모 투자는 결국 이마트의 수익성을 짓눌렀다. 이마트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1조5890억원에서 2022년 1조원으로 줄더니,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1875억원, 5734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차입 확대로 인한 이자가 발목을 잡았다. 대규모 투자로 수익성 증대와 이커머스의 전환을 노렸으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이마트의 이자비용은 2021년 2137억원에서 2022년 3175억원, 2023년 4177억원, 2024년 4937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영업이익이 470억원에 그친 반면 이자비용은 5000억원에 육박해,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비용의 10%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룹 전반의 업황도 부진에 시달렸다. 그룹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소매유통 부문에 이어 건설 부문이 경기 침체로 동반 둔화했다. 게다가 2023년부터 모객 수수료를 판매관리비에서 차감해 매출에서 직접 빼는 방식으로 회계처리가 바뀌면서 실적이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최근 3년간 신세계그룹의 매출은 1조5000억원 가까이 감소하면서 매출액 연평균성장률(CAGR)은 –1.9%에 그쳤다. 2019~2021년 8.4%를 기록했던 성장세와는 대조적이다. 현금창출력도 뒷걸음쳤다. EBITDA 마진은 2021년 9.6%에서 지난해 8.2%로 떨어지며 3년간 1.4%p 하락했다. EBITDA 마진은 매출에서 실제 현금창출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영업활동으로 남는 이익의 체력을 가늠할 수 있다. 마진 감소는 매출 둔화 속에 구조조정과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 점포 리뉴얼에 따른 상각비 증가, 건설·면세 부문의 낮은 수익 구조가 겹치며 전반적인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룹 재무지표도 뚜렷한 약화 흐름을 보였다. 부채비율은 2021년 148%에서 지난해 154.7%로 높아졌고, 차입금의존도는 33.8%에서 37.4%로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차입금의존도는 30%를 기준선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 순차입금 대비 EBITDA 배율도 4.3배에서 5.7배로 늘었다. 이 배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EBITDA)을 활용해 현재의 순차입금을 몇 년 만에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수익성 회복과 재무안정화를 위해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에도 본업 성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마트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온라인 부문에서 G마켓 지배구조를 재편해 해외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합작을 추진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물류 부문에서는 김포 네오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매각해 1500억원대 현금을 확보했고, 오프라인 점포 일부는 SSG닷컴의 풀필먼트 거점으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신세계건설 상장폐지 추진 등 비핵심 자회사 정리와 부동산 자산 매각을 병행했다. 이마트의 본업 회복력에 대한 기대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마트의 3분기 연결 매출은 7조35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 감소, 영업이익은 1682억원으로 5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할인점 기존점 성장률이 –3%로 부진하나, 이는 소비쿠폰 효과와 추석 명절 시점 차이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4분기에는 매출 반등과 함께 이익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SSG닷컴과 G마켓은 매출 감소 여파로 당분간 영업손실 규모를 눈에 띄게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G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와의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됨에 따라 향후 관련 실적이 연결 영업이익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매출총이익률 개선과 판매관리비 효율화 효과로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방어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큰 폭의 매출 반등이 예상되는 4분기에는 수익성 개선 또한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CJ, 올리브영 급성장 속 지속되는 재무적 ‘외줄타기’

CJ그룹이 2019년 비상경영 체제 전환 이후 수익성 강화에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차입 부담과 부채비율 개선 등 재무건전성 확보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경영권 승계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CJ올리브영을 비롯한 신유통 부문의 견조한 성장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지만, CGV·프레시웨이 등 일부 계열사 부진이 그룹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2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CJ그룹의 2020~2024년 영업이익 연평균성장률(CAGR)은 7.9%다. 이는 2016~2020년 영업이익 CAGR 2.6% 대비 5.3%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4년 동안 사실상 정체 수준에 머물던 영업이익이 2020년 이후 뚜렷한 성장세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계열사 중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곳은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993억원으로 2020년 1001억원 대비 6배 가까이 상승했다. 해외 방문객 수 증가와 '오늘드림' 서비스 호조 등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실적 성장이 이어진 영향이다. 설립 4년 만에 그룹의 '효자 계열사'가 된 셈이다. 올리브영은 2019년 11월 1일,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헬스앤뷰티(H&B)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되며 설립됐다. CJ그룹은 최근 재무적 숨고르기 국면에서 내실화와 승계 구도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CJ ENM은 지난해 7월 넷마블 소유 지분의 일부인 5%를 2500억원에 처분했고, CJ제일제당은 2023년 7월 중국 자회사 지상쥐를 3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CJ ENM은 올해도 360억원 규모의 비유동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경영권 승계 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6년 만에 CJ 지주사로 복귀하면서 경영권 승계 준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승계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나 CJ와의 합병 시나리오가 집중적으로 거론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리브영의 초고속 성장이 CJ그룹 경영권 승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비상장사이면서 성장성이 압도적이다 보니 승계 과정에서 지분가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현재 올리브영 지분 11.04%, CJ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은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다. 그러나 재무지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2019년 말 CJ그룹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글로벌 1등을 지향한 공격적인 투자로 재무부담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2010년대 말 '월드 베스트 CJ 2030'을 선포하며 “2030년까지 최소 3개 이상 사업에서 글로벌 1등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전 사업군의 세계 최고를 지향하되, 우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투자가 확장되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 2018년 CJ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10조4000억원으로 2015년 6조8000억원 대비 급격히 늘었다. 이에 CJ그룹은 재무안정화에 방점을 찍고 재무구조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했다. CJ헬스케어·CJ푸드빌·CJ헬로비전 등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유휴자산 처분 및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전방위적 긴축 경영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그룹의 재무적 부담은 현재도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 CJ그룹의 차입금의존도는 2020년 40.4%에서 2024년 39.3%로 큰 폭의 개선이 없었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30%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 이 비율이 30%를 넘는다는 것은 기업이 총자산 대비 빌린 돈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업황 악화 시 이자 부담이 커져 재무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 CJ는 대기업으로서 회사채가 우량등급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AA-로 우량등급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2016년 이후 약 10년 가까이 'AA-/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평사 입장에서는 CJ를 개선 흐름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현 수준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일부 계열사는 확실한 수익성 개선까지 시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CJ CGV와 프레시웨이는 그룹 재무체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지난 4년간의 적자행진 뚫고 202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 다시 3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티빙·CGV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문제는 CJ CGV 영화부문의 매출 성장률은 앞으로도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장은 어려운데 재무안전성도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CGV의 지난해 말 차입금의존도는 49.7%를 기록했다. 총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은행 차입·사채 등 외부 차입금으로 조달됐다는 의미다. 부채비율도 593%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아시아 지주사 CGI홀딩스 매각 관련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CGI홀딩스는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상하이·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의 사업을 총괄한다. CGV는 2019년 CGI홀딩스를 설립하면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미래에셋PE에 지분 28.58%를 매각했는데, 당시 2023년 6월까지 기업가치 2조원 이상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패했고,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는 CGI홀딩스에 대한 강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실제 매각 시 CGV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상실, 신용등급 추가 하향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기평은 “향후 국내외 영화관 사업의 업황 회복 수준 및 영업실적 추이, CGI홀딩스에 대한 FI(재무적투자자)의 투자회수 전략 등을 모니터링해 등급적정성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는 수익성과 재무안전성 지표 모두 나빠졌다. 프레시웨이는 2020년 이전까지 4%내외 영업이익률 냈다. 프레시웨이는 2020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최악의 실적을 냈다. 매출은 19%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당시 업계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식재 배달수요 확대, 단체급식 수요의 점진적 회복으로 영업실적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은 오히려 2020년 보다 후퇴했다. 실제 프레시웨이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3.6%, 2023년 3.2%, 2024년 2.9%로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2019년 영업이익률은 2.5%였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276.6%로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경쟁사인 아워홈 88.6%, 신세계푸드 184.1% 대비 높은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CJ프레시웨이 등급변동 검토 요인에 대해 “총차입금/EBITDA는 상향조정 검토요인 지표를 충족했으나, EBIT/매출액 지표는 상향조정 검토요인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시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중장기 지표 충족 가능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LG, 캐시카우 부진 속 미래 성장 기회 찾기 숙제

LG그룹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하고 있다. 그룹을 견인할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 실종되면서 외형이 정체됐고 비용 부담은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소폭이나마 이익창출력이 개선된 전자 사업도 올해는 가시밭길이다. 11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최근 4년간 영업이익 연평균 성장률(CAGR)은 –25.6%다. 매년 영업이익이 4분의 1씩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수익성 악화가 단기 변동성이 아닌 장기간 이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매출 연평균 성장률은 늘었지만 3.3% 증가에 그쳤다. 매출이 소폭이나마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뒷걸음인 것은 매출 성장 대비 비용 효율성이 악화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화학·에너지·소비재 모두 부진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G의 화학·전지(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 연결) 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2021년 6조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77% 대폭 감소했다. 결국 그룹에서 이들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2021년 46.1%에서 지난해 24.4%로 축소됐다. 화학·전지 부문은 그간 석유화학의 급격한 업황 저하에도 2차전지와 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실적 저하를 일부 완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차전지 부문마저 무너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LG생활건강은 2023년까지만 해도 화학·전지 부문 영업이익의 40~50%를 창출하는 등 그룹내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업황 악화로 이익창출력이 크게 저하됐다. 화장품 부문은 수익성 개선과 구조조정 효과가 있었으나, 음료 부문의 원재료 가격 상승 및 경쟁 심화가 발목을 잡았다. LG생활건강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4600억원으로 34% 감소했다. 석유화학 업황은 올해도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중 석유화학 부문의 둔화가 가장 심했다. 이 기간 전체 제조업의 매출은 작년 2.8%에서 1.7%로 1.1%p 감소했는데, 석유화학은 -1.9%에서 -7.8%로 감소 폭이 더 컸다. 하반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발 관세정책 우려 재점화 등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아서다. 한기평은 LG화학이 현재 수준의 자체 영업현금 창출로는 단기간 내 현 신용도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6월 LG화학(AA+/부정적)은 핵심 수익기반인 석유화학부문과 전지부문의 부정적 업황과 실적 부진으로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 회복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2차전지 업계의 부정적인 수급환경이 지속돼서다. LG에너지솔루션 자체는 상호관세 여파에 따른 리스크 부담은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셀 생산능력의 상당부분이 미국 내 구축돼 있어서다. 문제는 전기차 등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전방산업의 부진이다. 이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놓인 상태에서 관세 리스크가 덮친 전기차 업체들의 수요 위축은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또 다른 캐시카우였던 LG생활건강의 현재 재무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익창출력이 2022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LG생활건강에 대해 올해도 2022년 이전 대비 약화된 이익창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소비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화장품·생활용품 부문 내 온라인 및 H&B스토어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채널 구조 하에서 높은 경쟁강도가 이어져서다. 음료 부문도 원가부담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다소 약화됐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지난 1분기 연결 영업이익률은 8.4%로 전년 1분기 8.7% 대비 낮아졌다. 지난해 그룹 영업이익 개선에 유의미한 변화를 준 것은 전자 부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년보다 사정이 나아진 정도다. LG그룹의 지난해 전자 부문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전년 1조원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이는 2021년 6조원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2021~2024년 전자부문 CAGR은 -31.7%에 달한다. 지난해 성장은 일시적인 개선일 뿐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자 부문의 올해 이익창출력은 저하될 것으로 관측된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원가 상승 및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 심화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고됐다. 주력인 생활가전은 미국의 철강 파생제품 관세 부과(2025년 6월부터 적용)로 일정 수준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LG이노텍 역시 북미 전략거래처의 스마트폰 출하량 부진 및 벤더 그룹 내 경쟁심화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부담도 여전하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2022년 -3조원대를 시작으로 매년 조원 단위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6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적자 폭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아직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즉 그룹 수익성에 아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LG그룹은 내년 6월까지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기술 개발과 생산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LG디스플레이의 영업실적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나, 전자사업 전반의 실적 개선을 견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기평은 “그룹의 주력사업이 전자와 2차전지 사업으로 구성돼 있어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대한 노출도가 비교적 높다"며 “LG전자의 경우 철강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조치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및 수요 감소로 일정 수준의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전자부품사의 경우, 북미 전략거래처의 관세 면제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SK, 재무 다이어트 후 쏠리는 배터리를 향한 시선

SK그룹이 지난해 재무상태 악화의 고리를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룹 차원의 고강도 자산 재조정(리밸런싱)과 반도체 부문 성과가 주효했다. 향후 그룹 반등의 향배는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배터리 부문에 달렸다. 수익성 의존도가 상당한 반도체는 사이클에 따라 변동이 심하고 정유·화학은 여전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 그룹의 부담 요인이다. 10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SK그룹의 순차입금은 74조원이다. 이는 순차입금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2023년 84조원 대비 10조원 감소한 수준이다. 이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2023년 하반기 임원 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된 후 고강도로 진행한 리밸런싱 작업과 반도체 부문 현금창출 개선이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2023년은 SK그룹의 재무 위기가 상당했던 해다. 지난해 그룹을 견인한 반도체부터 정유·화학, 배터리 등 주요 사업 부문 전체가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당시 그룹내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을 제외한 전 계열사의 수익성이 뒷걸음질 쳤다. 실제 SK의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기타영업수익 제외)은 4조4000억원으로 2022년 8조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계열 전반의 수익성 악화는 누적된 투자부담에 더해졌다. SK그룹은 코로나19 발발 전후로 자본적지출·설비투자(CAPEX)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2022년 CAPEX 규모는 34조원까지 늘어 전년 22조원 대비 55%가량 증가했다. 다음해인 2023년 SK·SK하이닉스, SK디스커버리의 연결실적 부채비율은 145.7%로 전년 133.7% 대비 12%p 늘었고, 차입금의존도는 36.8%에서 39.6%로 2%p 증가했다. 각각 안정성 기준치인 100%와 30%를 훨씬 웃돌았다. 2022년 CAPEX 투자로 인한 자금 조달이 상당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부 차입이 늘면서 그룹의 순금융비용도 급격히 늘었다. 2021년 1조3000억원에서 2022년 1조7000억원, 2023년 2조4600억원, 2024년 2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순금융비용은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융비용의 순수 금액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나 재무 안정성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지표다. 최 의장 취임 이후 SK그룹은 대규모 투자금 회수와 비주력 사업 철수를 단행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당시 인사는 그룹 내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앞서 4명의 부회장을 모두 정리한 뒤, 사실상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 의장은 비주력 사업 철수와 투자금 회수를 병행하며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 회복에 주력했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데 이어, SK는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7000억원에 매각했다. SK네트웍스 역시 SK렌터카를 처분하며 8200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이 투자한 베트남 법인 'SK 인베스트먼트 비나 Ⅱ'를 통해 보유한 빈그룹 지분(6.05%)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걷어들인 현금은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장의 재무 건전성 강화 작업이 수치로 증명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반도체였다.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부문 반등으로 영업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68조원으로 전년 35조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24조원으로 전년 -7조원의 영업적자에서 큰 폭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말 SK, SK하이닉스, SK디스커버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45.7%로 전년 133.7% 대비 12%p로, 차입금의존도는 39.6%에서 36%로 3.6%p 감소했다. 2023년 1년간 튀어 오른 재무 부담을 1년 만에 눌러버린 셈이다. 다만 이익 구조가 반도체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점은 잠재적 부담이다. 지난해 SK그룹 전체 EBITDA의 76.3%는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가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또 하나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 필요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에 대해 “계열 전반의 수익기반 다각화 역량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그룹 신용도 관리 측면에 부담요인"이라며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그룹 전반의 영업현금창출력이 종전대비 크게 저하된 상황에서, 특정 사업부문에 집중된 현금창출력과 재무역량은 그룹 전반의 신용위험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그룹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것은 배터리 사업이다. SK는 사업체 몸집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강도 구조조정 기조에서도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하는 등 배터리 덩치는 키우고 있다. 문제는 SK온이 버텨야 하는 시간이다. SK온의 핵심 사업은 배터리 및 정유사업이다. 정유·화학과 배터리 모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정유화학은 지난해 외형은 확대됐으나, 수익성은 퇴보했다. 경기 부진 여파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 때문인데, 이 사정이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전무하다. 사정은 배터리도 비슷하다. 실제 SK그룹에서 정유화학·에너지 부문 EBITDA는 1조원으로 전년 2조6000억원 대비 62% 하락했다. 두 업권은 현재도 부진한데 앞으로도 난관이 많은 산업군에 속한다. 특히 배터리 사업은 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클 전망이다. SK온 배터리 셀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이 핵심시장인 미국 내에 구축돼 있지만, 양극재 등 주요 소재를 해외에서 조달하는데 따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2021년 출범 후 현재까지 매년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차입금의존도는 34.2%로 적정 수치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한다면 자금 조달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은 상장사이기에 주주들로부터 자금 조달이 용이하지만, SK온은 비상장사이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룹 차원의 자금 수혈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도 처음 인수할 당시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최대 캐시카우로 성장했다"며 “배터리 사업이 현재는 부진해도 미래 먹거리 산업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성장 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외부 차입 보다는 우량한 계열사와의 합병 등 내부적인 재무구조 개선책에 힘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롯데=우량 채권” 옛말…신용 추락과 지속되는 재무 압박

롯데지주가 우량 채권으로 분류되는 AA 밴드에서 A 밴드로 추락하며 '우량 롯데'의 이름값은 옛말이 됐다. 화학·유통 등 핵심 계열사들은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익성 악화에 빠졌다. 그룹에서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 될 만한 알짜 계열사가 부재하다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 신용도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지난 6월 롯데지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일시에 우량등급에서 비우량(A+이하) 등급으로 전락한 셈이다. A등급은 원리금 상환 가능성은 높지만 AA등급에 비해 경기 변동이나 기업 신용도 변화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추가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지주의 단기신용등급도 한 단계씩 하향했다. 장·단기 신용도 모두 나빠진 것이다. 롯데지주의 신용도 하락의 주요 원인은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요 핵심 계열사들의 부진에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전망 및 신용도 변동에 연동되면서 지난 2022년 11월 부정적 등급 전망이 부여된 데 이어 2023년 6월 AA-(S)로 하향 조정됐다. 2024년 6월 전망이 다시 부정적으로 변경된 후 올해 6월 실제로 추가 하락이 이어진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이 계열통합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캐피탈의 전망과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실제 2022년 11월 롯데물산과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됨에 따른 계열통합신용도 하방 압력 상승으로 부정적 전망이 부여됐다. 이후 롯데케미칼 등급 하향과 동시에 3개 회사 모두 2023년 6월 A+(S)로 하향 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은 화학 부문이 추락하기 전까지는 그룹의 캐시카우로 불렸지만, 현재는 부담 요인으로 전락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3년 평균 기준 그룹 전체 자산의 43%, 매출의 49%, 총차입금의 34%를 차지한다. 케미칼 부진이 그룹 신용도 전반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계열 관련 자금 소요도 만만치 않다. 2020년 이후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로 차입 부담이 늘었다. 3월 말 현재 롯데지주의 순차입금은 3조5000억원으로 2020년 말 1조8000억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어 지난해 영구채 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97.7%, 더블 레버리지 비율은 179.8%에 달한다. 아울러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과 물류 계열 투자도 겹치며 재무부담을 키웠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캠퍼스 구축 등 향후 추가 지원 가능성도 남아있어 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2년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 및 등급 하향은 개별 계열사 차원의 실적 부진과 재무부담 확대뿐 아니라 그룹 전반의 사업 환경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개별 계열사의 부진은 다른 계열사가 방어 역할을 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완충될 수 있다. 실제 HD현대그룹은 2023년까지 호황을 이어가던 화학 부문이 흔들렸지만, 조선 부문이 이를 대신 떠받치며 그룹 전체의 수익성 제고와 재무부담 완화에 기여했다. 반면 같은 화학 업황 침체에 직면한 롯데그룹은 HD현대의 조선처럼 현금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캐시카우는 부재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2~2023년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확보가 목적이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사업체를 품에 안음으로써, 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배터리 소재로 확장하고 미래 성장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6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이미 771억원의 적자를 내며 전년 연간 손실 규모를 넘어섰다. 롯데그룹은 사업 비중이 큰 비금융 부문 중에서도 핵심 계열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 재무개선이 나타났음에도 본질적인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의 토지 자산재평가에 따른 재무 지표상 변화이거나, 롯데하이마트·코리아세븐 등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일회성 흑자에 그친다. 그룹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매유통과 화학업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소매유통의 EBITDA는 1조8510억원으로 전년 1조9840억원 대비 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화학 부문은 4690억원을 기록해 2023년 8660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범위를 최근 3년으로 넓혀보면 연평균 EBITDA 성장률은 소매유통이 -2.1%, 화학 -7.4%다.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이 순수하게 영업활동을 통해 얼마만큼의 현금을 벌어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즉 본업에서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이 계속 줄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꺾이면서 그룹 전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통·화학을 비롯한 롯데그룹의 비금융 부문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영업이익 성장률이 -46.5%를 기록했다. 이는 고정비 증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기평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비금융부문 계열사들의 지난 3년간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2.1%에 그쳤고, EBITDA 연평균 성장률은 -0.9%를 나타냈다. 현금창출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영업이익 성장이 크게 꺾인 것은 고정비 증가에 의한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역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레버리지 효과는 영업비용 중에서 고정비 부분으로 인해 매출액의 변동률 대비 영업이익의 변동률이 확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매출이 줄면 이익은 더 크게 줄고, 매출이 늘면 이익은 더 크게 느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지주의 순차입금/EBITDA는 해마다 나빠지고 있다. 연결기준 롯데지주의 2022년 순차입금/EBITDA는 4.8배에서 올 3월말 현재 7.4배까지 증가했다. 순차입금/EBITDA는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얼마나 빨리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배수가 높아질수록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상 2~3배면 안정적이라고 평가되고, 4배 이상이면 신용등급 하향 검토 요인으로 분류된다. 롯데지주의 경우 1년 간 벌어들인 현금으로 부채를 갚으려면 8년가량이 걸리는 셈이다. 이주원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그룹의 영업수익성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신사업 중심 투자계획 감안 시 재무부담은 과중한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HD현대, 꼬였던 현금 풀리니 밝아진 미래…‘리툴링’ 성공 신화 쓸까

HD현대그룹의 재무 체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영업력이 뚜렷하게 개선된 데다 현금흐름이 회복되면서 차입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그룹의 최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조선 부문의 경우 사실상 무차입 경영 수준이다. 재무구조가 안정화된 가운데 최근 그룹 전반에서 진행 중인 '리툴링(retooling·사업구조 재편)' 전략이 성공신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일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순차입금/EBITDA 비율(현금흐름배수)은 2020년 15.4배에서 지난 3월 말 현재 1배까지 낮아졌다. 순차입금/EBITDA는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얼마나 빨리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통상 2~3배면 안정적이라고 평가되고, 4배 이상이면 신용등급 하향 검토 요인으로 분류된다. HD현대그룹의 경우 2020년 당시에는 1년 간 벌어들인 현금으로 부채를 갚으려면 15년 이상 걸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 말 현재 이 기간을 1년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순차입금/EBITDA가 1배 수준으로 내려온 것은 이익 체력이 올라가고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서 차입 규모는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HD현대그룹의 EBITDA는 2020년 6648억원에서 2024년 4조8983억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기준으로 보면 1조7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481억원 대비 44% 증가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순차입금도 대폭 줄었다. HD현대그룹의 순차입금은 2022년 14조4000억원으로 최고치에 달했다. 정유 부문의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사업 관련 투자 부담과 HD현대인프라코어 연결 편입, 정유 부문의 투자 지출 등의 영향이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순차입금 규모는 7조원 수준으로 절반이 줄었다. 조선사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과 선수금 유입 등 이익 체력이 올라가면서 외부 차입 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선수금은 '착한 부채'로 불린다. 특히 조선업은 계약부터 납품까지 수년이 걸리는 산업인 만큼 선수금 자체가 수주 경쟁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HD현대는 이 같은 자금 유입 덕분에 차입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김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조선 부문의 실적 개선과 선수금 유입, 건설기계·전력기기 부문의 이익 창출 등을 통해 그룹 합산 순차입금이 크게 감소했다"며 “그룹 합산 재무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래 기업 체력을 엿볼 수 있는 지표도 우상향했다. 실제로 HD현대 그룹의 순영업현금흐름(NCF)은 2020년 7971억원에서 지난해 말 현재 7조5115억원으로 9배 이상 늘었다. 이 역시 조선 부문의 성장이 주요했다. HD현대에서 조선 부문이 성장세로 전환된 것은 그룹 차원에서 중대한 지점이었다. 그룹 사업의 한 축인 정유화학이 기울기 시작했으나, 조선 부문이 이를 만회하는 것 이상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정유화학 업황은 2022년 하반기부터 악화하기 시작한 후 2023년부터 그 본격화했다. 정제마진 약화와 중국발 공급과잉,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등이 원인이었다. HD현대 그룹도 2023년부터 정유화학 부문이 기울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정유화학과 건설장비 부문이 그룹 실적의 하방을 지지했다. 그러나 같은 해부터 업황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해당 부문은 성장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실제 당시 그룹내 정유화학 계열사들의 총 NCF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정유화학의 NCF는 2022년 1조6227억원에서 2024년 1조3481억원으로 17% 감소했다. 반면 조선 부문의 NCF는 2020년 -900억원으로 유출상태였다. 하지만 2021년 8358억원으로 급증한 후 2022년 4622억원, 2023년 2조816억원, 2024년 4조2887억원 등 증가폭이 큰 상태다. NCF는 본업(영업활동)에서 벌여 들여 실제로 손에 쥔 현금흐름이다. 장부상의 이익이 아닌 실제로 돈이 들어와야만 플러스로 나타날 수 있어 기업의 진짜 체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한국기업평가는 정유화학부문의 실적 저하에도 그룹의 수익성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과 전력기기부문의 신규수주 확대 과정에서 선수금이 대거 유입돼 대규모 NCF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그룹은 현재 세 가지 축으로 대규모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조선 부문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는 강점을 지닌 분야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자 나아가 방산 분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대응을 병행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현대건설기계와 인프라코어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재편하고 있다. 이런 작업이 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으나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정유화학 부문에서는 현대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의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건설장비부문의 합병 과정에서의 통합 비용, 석유화학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비용 발생이 재무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오랜 기간 그룹의 현금흐름을 저해해왔던 조선부문이 가파른 실적 개선 추이를 보이며 현금창출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그룹 전반의 재무적 부담은 완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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