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은의 크레딧첵] 삼성그룹
그룹 수익성 5년 연속 뒷걸음…'질적 성장'이 숙제
박학규號 출범, 컨트롤타워 재정비로 쇄신 가속도
AI 공급망 합류로 반등 시동, 잘해야 본전인 기대치
▲사진=연합뉴스
최근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를 내주는 이변이 일어났다. 30년 넘게 D램·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삼성전자에게는 낯선 장면이다. 2023년을 기점으로 꺾였던 수익성은 한때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다시 뒷걸음질이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은 삼성에 또 한 번의 기회를 열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중국 배제 흐름은 삼성의 질적 성장 가능성에 무게 추를 달아줬다. 이에 시장은 내년 삼성전자 실적 급등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기대가 이미 과열됐다는 점이다. 실제 성과는 이를 넘어야 '반등'으로 평가 받는다. 경영 쇄신을 내건 조직 개편으로 그 기대를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룹 중추 전자, 외형만 늘고 수익성 후퇴...'쇄신' 조직 개편으로 반등할까
▲삼성전자의 지난 5년간 영업이익 연평균성장률은 -1.9%로, 이익이 매년 평균 1.9%씩 감소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의 그룹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46조원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53조3400억원에서 63% 감소한 2023년(19조6000억원) 대비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여전히 최근 5년 새 실적이 가장 좋았던 2021년 60조원에는 한참 못 미친 수준이다.
수익성이 크게 꺾인 주요 원인은 삼성전자에 있다. 삼성그룹 실적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모바일 등 전자부문에 좌우된다.
지난해 기준 전자부문이 계열 전체 매출의 66%, 비금융부문 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전자부문에 대한 그룹의 실적 의존도가 절대적인 수준이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2022~2024년 평균 그룹 비금융부문의 79%를 차지했다. 전자사업 부문별로는 반도체가 27%를 스마트폰과 생활가전이 각각 28%, 14%씩 차지했다.
그룹 영업이익의 10% 내외를 차지하는 금융의 경우 우수한 수익성을 꾸준히 시현해왔다. 2022년 금융 부문 전체 영업이익이 1조원 가까이 감소했으나, 이듬해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1조원 가까이 확대됐다.
한기평은 증권·보험의 경우 국내외 부동산 및 기업금융 관련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 확대가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 저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카드부문은 한계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 메인인 보험과 카드 등의 우수한 수익성은 유지할 것이란 진단이다. 즉, 삼성그룹 전체를 놓고 보면 전자 부문만 잘하면 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수익성 측면에서 크게 부진했다.
삼성전자의 최근 5년간 매출액 연평균성장률(CAGR)은 4.9%다. 이는 그룹 전체 매출액 CAGR 5.3%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외형 성장이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수익성(이익)은 매년 마이너스 성장세였다. 삼성전자의 지난 5년간 영업이익 CAGR은 -1.9%다. 이익이 매년 평균 1.9%씩 감소했다는 의미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이익은 줄었다는 의미로, 질적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 상반기에도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상반기 매출액 증가율은 5.6%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7.39%로 전년 동기 11.69% 대비 4.3%포인트 하락했다. 역시 외형 성장은 이뤘으나 수익성은 악화한 것이다.
그룹의 중심부가 전자부문인 만큼 전자의 영업이익 성장과 질적 상승이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조직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박학규 사장을 신임 사업지원실장으로 선임하며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재정비했다. 기존 임시 조직이던 '사업지원TF'를 상설 기구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한 것이다.
박 사장은 과거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을 거쳐 DS·DX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룹 내 재무와 전략 모두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재용 회장과의 오랜 현장 동행 경험으로 신임이 두터운 핵심 인사다.
재계는 이번 인사를 두고 '쇄신과 안정'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해석한다.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로 변화를 꾀하는 한편, 검증된 재무통을 전면에 배치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높아진 기대치, '잘해야 본전'…차세대 경쟁력·비메모리 개선이 관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기적 불안요인은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AI 프로세서 제조사인 엔비디아 공급망 내 입지였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최근 “HBM3E는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라고 공식 밝혔다. 구체적인 고객사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도 납품하고 있다는 의미다.
뒤늦게나마 엔비디아의 HBM3E 공급사로 합류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낸 것이다. 내년 본격적인 시장 개화를 앞둔 6세대 HBM4 샘플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출하된 상태다. 이로써 HBM 사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단기 실적 반등 기대감이 높아졌다.
한국기업평가는 “메모리 부문에서의 이익창출력 개선 정도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의 투자 부담 대응력과 그룹 전반의 재무완충력 변동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2025년 하반기 엔비디아향 공급이 본격화될 경우, 고부가제품 재고손실 축소와 함께 이익창출력이 일정 수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흐름은 지난달 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가속화됐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과의 협력 확대를 공식 언급하면서, 시장은 다시 '삼성 턴어라운드'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황 CEO는 지난달 31일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열린 미디어 Q&A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뛰어난 기술 역량을 갖고 있으며, 장기적 파트너로서 HBM4, HBM5, HBM97까지도 함께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상향 조정 릴레이가 이어졌다. SK증권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5조원에서 86조원으로 58% 상향 조정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cale-out 사이클의 핵심은 메모리 전반의 수요 확대"라며 “이는 HBM1 등 초기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삼성전자의 메모리 실적이 구조적으로 회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 부족 심화 속 일반 메모리 생산 여력에서의 우위는 경쟁사 대비 차별적"이라며 “낮은 실적 기저에서 출발한 탄력적 회복과 내년 HBM4 시장 진입에 따른 점진적 기술 경쟁력 회복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D램 가격 상승이 본격화된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수익성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14.14%로 전년 동기 11.61% 대비 2.53%포인트 상승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고부가 메모리 비중 증가가 맞물리며, '박학규號'가 맞이한 첫 반등의 신호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시장의 기대는 이미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AI 반도체 호황이 내년 실적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의 실적을 내더라도 '본전'이라는 평가다.
결국 삼성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려면, 단순히 HBM3E 반등에 그치지 말고 차세대 제품(HBM4·AI반도체 등) 경쟁력과 비메모리 사업의 수익 개선까지 함께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 반도체를 제외한 비금융부문의 수익성 악화도 중장기적으로 그룹 전체 실적 개선을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등 일부 계열의 영업 둔화가 그룹 차원의 수익성 개선을 제약할 수 있어서다.
일례로 삼성SDI는 올해 약 2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1조원대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를 내줬지만,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기회와 새로운 컨트롤타워 재정비로 경영혁신에 나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CRAISEE(크레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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