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감] 원료의약품·신약약가…제약·바이오 현안 쏟아졌지만 해법은 ‘요원’

국회 각 상임위원회별 국정감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주요 현안들이 속속 불거져 나오는 모습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방침과 약가 인하 압박, 중국 제약바이오기업 견제 등 여파로 불확실성이 심화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응 마련이 필요해지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복지위 국감에서 가장 부각된 현안으로 지난 15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이른바 '원료의약품 자급률' 문제가 꼽힌다. 이날 백종헌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들어 “국가 보건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5.6%로 저조한 반면, 중국(37.7%)과 인도(12.5%)에 대한 의존률은 총 50%가 넘어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 따른 공급중단 우려가 크다는 게 백 의원 지적이다. 실제 의약품 공급이 중단된 사례도 적지 않다. 앞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원료의약품 수급을 이유로 공급 중단된 의약품 품목'이 지난 8월까지 총 108건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평균 10개 이상의 의약품 품목이 원료 수급 불안으로 공급중단되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가필수약을 대상으로 약가를 68% 우대하는 정책을 본격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시행 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제약사와 의약품 품목의 약가우대 신청 건 수는 단 한건도 집계되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신약 약가' 산정 문제도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지난 14일 복지위 국감 도마 위에 올랐다. 한지아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대한민국이 약가는 싸지만 신약은 실종되는 국가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약가 탓에 타 국가 대비 규모도 작은 국내 시장에 글로벌 신약기업의 진입을 견인할 동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기업들이 약값 노출 전에 철수하고 있다"며 “유방암 치료제 파슬로덱스 철수로 환우들이 우려를 표했고, 이미 들어오지 못한 희귀난치질환 루푸스 치료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국감에서 표출된 제약바이오업계 현안들은 미국발 관세 여파로 발생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해법 마련이 한 층 더 시급해진 상황이다. 원료의약품 자급 문제의 경우, 최근 심화한 미중간 갈등과 맞물려 공급망 불안 우려가 커진다. 미국에서 입법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생물보안법'이 대표 사례다. 중국 제약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인 생물보안법은 원료의약품을 제제 품목으로 포함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입법·시행되면 미중 무역갈등 심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마무리 과정에 있는 우리 정부와 기업을 겨냥한 중국의 돌발 제제 가능성이 변수로 점쳐진다. 원료의약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37.7%)가 높은 우리 기업으로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에 백종헌 의원은 국감에서 △'혁신형 원료의약품 생산기업 트랙' 신설 △국내 개발·생산 의약품 사용 우대 정책 마련 △정부 차원 '원료의약품 육성 로드맵' 수립 △제대로 된 연구 용역 실시 등 4개 정책을 제안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내년 원료의약품 자급화 관련 예산 157억원을 신규 편성했다"며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을 고려해 종합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에 맞는 대응책은 딱히 없어 보였다. 신약 약가 문제의 경우에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최혜국 약가(MFN)' 제도로 글로벌 제약기업이 우리 의약품 시장에 신약을 출시하지 않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MFN은 미국 내 약가를 다른 주요국 중 가장 약가가 저렴한 국가(최혜국) 수준까지 인하하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는 우리나라가 MFN 기준에 포함되면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약가 인하를 막기 위해 미국 대비 20%대 수준 약가인 우리 의약품 시장에서 철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 장관은 국감에서 “MFN으로 우리 시장에 신약 도입이 지연되거나 철수할 위험이 있어 신약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신속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이중 약가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중 약가제는 실제 의약품 가격과 고시 가격을 이중으로 책정해 우리 시장에 진입하는 신약 약가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복지부가 내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상정할 안건으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중 약가제를 중심으로 한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이중 약가제 도입에 따른 재정부담이 증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일부 약사단체에서는 이중 약가제 도입에 대한 반발이 일면서 약가제도 개편 추진 지연 가능성도 감지된다.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16일 이중 약가제 도입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최혜국 약가제도를 핑계로 내세웠지만 이중 약가제는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약가 불투명성 확대를 위한 끼워맞추기에 불과하다"며 이중 약가제 도입을 반대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5 국감] MBK “약탈적 헤지펀드” 뭇매…“홈플러스 파산 불가피”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와 롯데카드 해킹 사고 등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약탈적 헤지펀드'라고 부르는 등 강도높은 질타를 쏟아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사모펀드(MBK)가 계열사인 카드사(롯데카드)와 협업해 홈플러스의 부채를 외주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하며 MBK를 '약탈적 헤지펀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강도높게 질타했다. 지난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활용했던 '차입매수(LBO)' 방식이 선진금융기법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인수대상회사(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하는 방식인 LBO 방식이 결국 홈플러스와 직원 및 거래기업들에게 빚과 이자를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처음에 MBK가 LBO 방식으로 인수하고 난 다음 홈플러스 매출이 떨어지고 이자 부담이 발생하니 자산을 팔아 이자를 메꾸고 투자금을 갚았다"며 “그런데 임대료가 높아지니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롯데카드 기업구매카드 약정을 이용해 신용공여를 확대했고 자산유동화 전단채를 사용해 초단기 자금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하고 나서 롯데카드가 받지 못한 금액이 793억원"이라며 “딜라이브, 네파, 두산공작기계, 엠에이치앤코, 홈플러스 등 MBK가 인수한 기업들은 롯데카드 기업구매카드로 신용공여를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롯데카드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MBK 계열사 대상 신용공여 한도는 2020년 590억원에서 2022년 이후 14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홈플러스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는 70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유영하 의원은 “대기업들은 계열사에 자금 지원을 하게 되면 당국에 걸리지만 MBK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MBK 홈플러스 TF 단장을 맡고 있는 유동수 의원은 “지금 상태에서는 홈플러스의 파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유 의원은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홈플러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이고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이라며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1조원 이상 높으면 법원이 청산하라고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홈플러스 M&A 추진과 관련해 “인수희망자가 내세우는 인수 조건에 맞추기 위해 2000억원 (증여 약속)을 빼고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질의해 추가 사재출연 의향을 묻기도 했다. 이에 김병주 회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총 5000억원의 사재출연 의지를 밝혔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14일 처음 국회에 출석한 김 회장은 “5월에 1000억원을 냈고 (출연을) 집행한 뒤로 다 사용된 걸로 안다"며 “그 뒤로 7월에 1500억 원을 보증했고 다 사용된 걸로 안다. 9월에 2000억원을 더 현금 증여로 하기로 약속했다. 다 합쳐서 5000억 원의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세부 현안에 대해서는 “내 소관이 아니다", “다른 파트너가 담당했다" 등으로 답변하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김 회장과 함께 국감장에 출석한 김광일 MBK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은 홈플러스 회생과 관련해 “M&A밖에 길이 없다고 보는가, 사재 출연은 아니고?"라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M&A가 성사되는 것만이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답해 추가 사재출연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감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MBK 사건에 대해 사회적 책임의 중대성을 반영해 엄정한 제재를 하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2025 국감] “첨단차 SDV 개발 한창인데…해킹검사 기술은 ‘제로’”

완성차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역량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이에 대한 해킹 안전검사 체계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SDV 전반에 걸쳐 해킹 검사 기술을 아직 보유하고 못했다. SDV는 차량의 주요 기능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는 차세대 자동차다. 자율주행차 역시 SDV 기반으로 운행된다. 한 번 해킹이 곧바로 차량 전체 시스템 마비나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SDV 해킹에 대한 경고는 계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보안업체 업스트림 시큐리티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해킹 위협 건수는 2020년 33건에서 지난해 422건으로 13배 급증했다. 공단은 제작사로부터 소프트웨어 접근권과 자료를 받지 못해 검사 자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제작사는 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SDV 해킹을 막을 법적 근거와 기술 인프라 모두 부재한 셈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차량 전자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검사 의무화를 추진하며 'SDV 보안 인증' 제도를 도입 중이다. 김 의원은 “사용자 편의를 위한 기술 고도화는 늘 주목을 받지만 사용자 안전을 위한 검사는 늘 도외시 돼 왔다"며 “차량제작사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입법으로 국민안전을 지키겠다" 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2025 국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무안 참사 유족 대표 요청에 29일 종감 증인 재채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다시 채택했다. 한 차례 증인 채택이 철회됐던 만큼 참사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목소리가 결국 국회를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국토위는 전체 회의를 열어 오는 29일 열리는 종합 감사에 김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국토위는 김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재계 증인 최소화' 기조 속에서 여야 합의로 채택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가 “종합 감사에는 반드시 김이배 대표를 증인으로 세워달라"고 강력히 요청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국토위는 참사 원인 조사를 담당하는 이승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단장 역시 종합 감사 증인으로 불러 사고 경위와 후속 조치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025 국감] 명륜당 불법대부업 12곳 중 2곳만 영업정지…서울시 ‘솜방망이 처분’ 논란

외식 프랜차이즈 운영업체 명륜당이 특수관계인 대부업체를 통해 가맹점주에게 사실상 미등록 대부업을 했다는 혐의로 수사받는 가운데, 실질적 단속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의 조치는 솜방망이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송파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명륜당 특수관계 대부업체 12곳 중 두 곳만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10곳은 과태료 500만원 등 가벼운 조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정지 처분도 3개월에 불과해 불법 대부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륜당은 가맹점 600여곳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명륜진사갈비 운영사다. 명륜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저금리로 대출받은 자금을 자신이 소유한 대부업체를 통해 예비 가맹점주에게 고금리로 빌려줘 사실상 불법 대부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 대부업법(14조)에 따르면, 서울시는 자치구가 담당하는 등록 대부업체에 대해 직접 조사·점검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자치구의 행정처분 결과가 부당하거나 경미할 경우 재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김현정 의원은 “명륜당이 산업은행에서 4%대의 저리로 대출을 받은 뒤, 이를 특수관계사들을 통해 가맹점주들에게 10%대 중반의 고리로 빌려주며 이자 장사를 해 왔다"며 “불법 대부행위도 계획적이고 그 정황도 뚜렷한 만큼 더욱 엄격한 조치가 필요함에도, 서울시와 송파구청의 제재는 '봐주기'로 보일 만큼 너무도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맹본사가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대부 행태를 방치한다면, 선량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며 “이러한 불법 대부업 행위나 이를 조직적으로 주도한 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부업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무등록 대부업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 과잉대부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김현정 의원실 관계자는 “(명륜당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업체를 12개로 나눠 조직적으로 불법 대부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을 방지할 수 있도록 좀 더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행정청이 처분할 수 있는 건 과태료나 영업 정지 밖에 없다"며 “경찰이나 민생사법경찰단에서 벌칙 조항으로 더 강한 처분을 내릴 수 있어서 저희가 민생사법경찰단에 고발을 했다"고 말했다. 명륜당의 이종근 대표는 가맹점주 대상 불법 대부업을 했다는 의혹으로 증인으로 채택되어 28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 국감] 금융권 임직원 차명계좌 3700건 적발에도 고발 ‘0건’… 솜방망이 처벌 논란

최근 5년간 금융권에서 임직원이 타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거래하다 적발된 사례가 수십 건에 달했지만, 단 한 건도 형사 고발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 내부의 자정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차명계좌 사용 적발 내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차명계좌 사용으로 적발된 건수는 총 56건, 거래 건수는 3750건, 최대 투자원금은 68억1100만원에 달했다. 업권별로는 금융투자업권이 전체의 98%를 차지하며 대부분을 차명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건수 3557건, 최대 투자원금은 67억7000만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22명(2022년)으로 가장 많았고, 거래 1071건·투자원금 21억3000만원 △메리츠증권 16명(2023년)·1711건·14억6300만원 △하나증권 7명(2022~2025년)·444건·17억8000만원 순이었다. 은행권에서는 단 한 건, 2023년 경남은행 직원의 불법 차명거래 사례만이 보고됐다. 해당 직원은 193건의 거래를 진행했으며 투자원금은 약 4100만원이었다. 적발 사유는 대부분이 '임직원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위반'(48건)으로, 나머지는 임직원 매매금지 위반, 불법 차명거래, 금융실명법 위반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형사고발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상 타인 명의 계좌를 통한 금융투자상품 거래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지만, 최근 6년간 55건의 위반 중 고발 사례는 전무했다. 제재 조치는 면직 1건, 정직 14건, 과태료 최고 25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금융실명법 위반 건 역시 '주의'에 그치는 등 사실상 경징계로 마무리됐다. 강민국 의원은 “차명계좌는 조세 정의와 금융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행위임에도 금융당국이 이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며 “금융투자업권의 내부 통제 강화와 사전 예방교육, 징계 집행 등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임직원 차명계좌 거래가 반복되는 이유는 처벌보다 내부 제재가 느슨하기 때문"이라며 “징계 실효성을 높이고 감독당국의 조사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2025 국감] 교촌에 쏟아진 질타…“소비자에 떠넘기고 가맹점에 밀어내”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순살치킨 용량을 기존대비 줄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또 가맹점에 원재료 수급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가맹점의 생업을 어렵게 만들고, 일부 가맹점이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자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보복 조치를 한 데 대해서도 지적도 잇따랐다. ◇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제대로 고지하겠다" 교촌치킨의 운영사 교촌에프앤비의 송종화 대표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최근 교촌치킨이 소비자에게 충분한 고지 없이 순살치킨 중량을 줄인 데 대해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며 개선의 뜻을 밝혔다. 앞서 교촌치킨은 순살치킨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닭다리살 대신 단가가 낮은 닭가슴살을 섞기로 하면서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일었다. 이현승 국민의힘 의원은 송 대표에게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하며 '2만원 치킨 시대'를 연 브랜드"라며 “그때의 논란을 고려했다면 이번 결정은 더 신중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킨은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소관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교촌 가맹점 수급 불안↑…“다각도로 방안 마련" 국감에서는 교촌이 가맹점에 원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촌은 과거에도 가맹점 발주 대비 원재료 공급률이 낮아 문제가 됐었고, 당시 15개의 신규 거래처를 발굴해 공급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었다"며 “그런데 작년과 올해 원재료 발주 대비 공급률은 20~30%대로, 6년째 공급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공정위에 본사를 신고한 일부 가맹점에 교촌이 갱신 거절을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했다. 일부 가맹점주는 가맹본사의 수급 불안으로 매출에 손해를 입었다며 교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촌은 일부 가맹점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11일 '갱신 거절'의사를 통보했다가 이를 일주일 만에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공정위에 본사를 신고하자 두 달 만에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사실상의 보복 조치"라며 “원재료 공급도 못하고 사입도 금지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원재료 수급 불안정을 해마다 겪고 있는데 올해는 다각도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가맹점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본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 사입 허용과 관련해서는 “일부 점포의 개별 사입은 본사와 가맹점 간 파트너십을 떨어뜨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허용하기 쉽지 않다"며 “어쨌든 가맹점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2025 국감]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 발행 논란…“못 갚을 거 알고도 빚내면 사기”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가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부터 홈플러스는 협력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15%에 달하는 이자율을 제시하며 자금을 조달하려는 등 유동성 문제가 심각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에게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 때문에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한 게 아니라 지난해부터 유동성 문제는 계속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며 “부도를 막기 위해선 기업회생 절차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민병덕 의원실이 확보한 홈플러스 전직 임원과 피해자 간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시점인 지난 3월보다 이전인 지난해 5~6월부터 이미 자금 사정이 악화돼 협력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업체에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자율을 8%에서 15%로 높이면서 자금을 조달하려 하는 등 유동성 문제가 심각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민 의원은 결제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던 시기인 2월 4일, 10일, 17일, 25일에도 전단채를 발행한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민 의원은 “못 갚을 줄 알면서 빚을 내면 그게 바로 사기"라며 "금감원도 이 부분을 사기로 고발했다. 이 부분에 대해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사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된 전자단기사채 사기 발행 의혹의 핵심은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을 미리 계획하고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알았지만 이를 숨기고 대규모 단기채권을 발행했는지 여부다. 전자단기사채는 홈플러스가 쓴 신용카드 대금을 토대로 발행되는 단기 사채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판매됐다. 홈플러스가 물품 결제를 위해 기업용 신용카드를 쓰면 카드사는 매출채권(카드 대금)을 증권사가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하는 형식으로 유통했다. SPC는 이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또 다른 채권인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증권사는 이를 기관·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홈플러스 기업어음·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 5949억원 중 증권사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원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 하락 공식 통보 시점 이전에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기업회생절차 신청 역시 상당 기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MBK파트너스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해 검찰에 통보했으며 조만간 수사가 이뤄져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기업회생을 미리 준비하지도 않았다"며 전단채(ABSTB)의 발행 및 판매 주체도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롯데카드 ‘보안 강화’ 다짐에도 국회 싸늘…MBK 책임론 확산 [2025 국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여야 의원들의 거센 공세를 받았다. 297만명에 달하는 고객정보 유출로 이어진 사이버 공격을 둘러싼 이슈 뿐 아니라 일명 '자금줄 논란' 등이 화두에 올랐다. 조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향후 5년간 11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를 재차 약속했다. 현재 컨설팅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는 중으로, 연말까지 이사회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9~10월 콜센터 운영, 카드 재발급, 정보보호 관련 예산 등으로 180억원이 소요된 점도 덧붙였다. 롯데카드는 앞서 일부 키인 거래를 통해 부정사용이 가능한 고객 28만명 중 카드 재발급 신청은 약 22만건으로, 이 가운데 일부 특수카드를 제외한 재발급 조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전체 고객으로 범위를 넓히면 재발급 신청 121만건 중 119만건(98%)이 이뤄졌다. 여기에 비밀번호 변경과 카드 정지·해지 등을 합하면 146만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국회에도 로드맵을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등 정치권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롯데카드 뿐 아니라 대주주 MBK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롯데카드 매각이 추진 중이라는 점을 들어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냐는 의문을 던졌다. 해킹 사고 발생-인지 시점간 간격이 컸을 뿐 아니라 피해 규모가 당초 신고한 1.7기가바이트(GB)가 아닌 200GB 이상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MBK가 소비자 보호를 뒷전으로 하니까 (롯데카드 개인정보유출 등) 논란이 발생한 것 아니냐"라며 “김 회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바라는게 무리한 것이냐"라고 힐난했다. 같은당 박상혁 의원은 “조 대표가 사과한지 사흘만에 MBK가 '정보보호 예산 축소는 오해'라고 해명했다"며 “1100억원(집행)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 잘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야당에서도 힘을 보탰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롯데카드의 IT예산 중 정보보호 예산 비중이 2020년 14.2%에서 올해 9.0%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업 카드사 8곳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올해 예산(96억5000만원)의 경우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다. 올해 예산 중 8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48억5200만원으로 50.3%에 머물렀다. 투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까닭이다. 김재섭 의원의 경우 “피해 이후 정보보호 예산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는데 마케팅 예산은 15% 늘어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사전에 제휴처와 약속된 사항이라 중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 대표는 롯데카드의 2020~2024년 배당(2893억원)이 MBK가 인수하기 전 5년(741억원) 대비 대폭 불어난 것을 이유로 '금융소비자 보호 보다 배당이 우선이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배당률이 낮았으므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롯데카드가 최근 5년간 MBK 계열사에 1400억원 상당의 신용공여를 한 것, MBK의 또다른 피투자사인 홈플러스가 2022~2023년 롯데카드를 활용해 기업금융 카드 약정을 체결해 신용공여를 확대한 것 등도 거론됐다. 여야 의원들은 금융당국의 역할도 주문했다. 사모펀드가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 의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금융감독원이 전업카드사를 대상으로 총 67회 검사를 했으나, 해킹 등 보안 관련 검사가 없었다. 롯데카드 검사가 11번으로 가장 많았음에도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지 못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강 의원은 금감원의 카드업권을 향한 보안 점검 확대와 검사를 주문했다. 한편, 이날 국감장에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향한 질의가 끊이지 않았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및 전자단기사채(ABSTB)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대다수의 질문에 대해 김 회장이 △모른다 △관여하지 않았다 △총수가 아니다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하자 여야 의원들의 언성이 커지는 장면도 포착됐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2025 국감] 2035 NDC 투명성 논란…“기술작업반 시나리오 제외돼”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가 누락됐다는 투명성 논란이 불거졌다. 2035 NDC가 현실성을 따지지 않고 불투명하게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 “2035 NDC와 관련해 기술작업반이 올해 초 검토한 5가지 안이 있었다"며 “그중 기술작업반이 가장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 48% 감축안만이 지난달 19일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서 가장 낮은 목표로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로 각각 48%, 53%, 61%, 65%의 4가지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그러나 김 의원에 따르면 48%는 기술작업반에서 판단한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기술작업반은 48% 미만의 총 4개 시나리오도 검토했으나 기후부가 이를 제외하고 그 이상 목표만 국민에게 제시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65%는 시민사회 요구라고 올라왔는데, 어떤 시민단체인가"라며“4가지 안의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 평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기후부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65%는 전 지구적으로 감축에 필요한 절대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는 11월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전에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감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하면 문명이 붕괴한다고 강조했다. 즉, 김 장관이 보기엔 65%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2도 이상 상승을 막기 위해 제시한 목표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2035년에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기술이 상용화될지도 의문이라며, 탄소중립 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탄소중립 핵심 기술 개발에 우리보다 17배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