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이지스운용 매각…당국 ‘정성적 평가’도 통과할까 [이슈+]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전의 승자로 중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급부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 가능성이나 중국자본 유입에 대한 여론의 반감정서 등이 맞물려 최종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일어나고 있다. 설상가상 원매자 측이 매각 주간사에 대한 법적 공방 이슈까지 제기하면서 딜 완주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형국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흥국생명과 한화생명 간 '보험사 2파전' 형국으로 전망됐다가 힐하우스가 본입찰 이후 돌연 인수가를 1조1000억원까지 제시하며 판세를 뒤집은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생명이 본입찰에서 1조500억원을 제시하며 최고가를 적어냈음에도 이를 따돌리며 우협 지위를 따냈다. 그러나 한편에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정성적 평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당초 인수전에 힐하우스가 등판했다는 소식에 시장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지스운용이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회사인 만큼 여러 부문에서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가 진행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힐하우스는 중국·미국·동남아 등 글로벌 LP가 섞여 있는 구조로 자금 출처나 건전성, 출자자 구성 파악, 지배구조 투명성이란 핵심 항목을 당국이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계 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국이 적격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힐하우스 창업자 '장레이'의 이력상 중국계 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힐하우스는 지난 2023년 인수한 SK에코프라임에서 연간 순이익(160억원)의 네 배를 웃도는 670억원 가량의 배당을 수령해 '과도한 배당을 통한 현금 회수'라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PEF가 주인이 될 경우 수익 안정성보다 엑시트·배당에 쏠리는 구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힐하우스를 '중화권 자본'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 여론의 영향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을 대량 위탁받는 이지스가 국부유출이나 안보, 부동산 주권 이슈가 정치권에서 쟁점화되면 금융위가 '정성 평가'에서 보수적으로 움직일 명분이 커질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PEF가 인수 후 단기 배당이나 재매각으로 '먹튀' 논란을 일으킨 전례가 있어 당국도 최근 재무나 출자구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영행태나 시장 영향 측면을 두루 고려하는 추세"라며 “정부도 금융주권 강화, 외국자본에 대한 적격성 심사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론에서의 중국자본에 대한 반감 혹은 당국이 승인 이후 겪을 수 있는 논란 등 당국입장에서도 불편한 포인트가 많다"며 “이지스가 서울 주요 오피스 빌딩이나개발사업 등 대형 딜에 깊숙이 들어가 있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정보 유출이나 소유구조에 미칠 영향을 당국이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입찰 절차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는 원매자로 인해 인수전이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어 완주에 상당한 마찰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매각 주간사가 특정 후보 편의에 해당하는 기만·불법 행위를 일으켰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날 흥국생명은 입장문을 내고 “매각주간사는 흥국생명에 소위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가 본입찰 이후 힐하우스에 인수 희망 가격을 본입찰 최고가 이상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며 “매도인에게 부여된 재량의 한계를 넘어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선 흥국생명의 법적 대응이 현실화할 경우 매각 일정 지연이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당국 심사 강도 상향 등 매각 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흥국생명이 가처분을 제기해 우협 선정 효력 정지를 요구하고 이를 법원이 인용한다면 매각 측 입장에선 우협과의 본계약(SPA) 체결이나 딜 클로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렵게 된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대주주 심사에서 흥국생명의 '불공정·불투명 매각'이라는 지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이 입찰 절차까지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공정성 논란과 소송이 발생한 사안은 정치권과 여론을 자극할 수 있어 심사에 보수적으로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경우 힐하우스도 클로징 시점까지 규제 및 평판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힐하우스의 리스크 가중으로 가격 조정 요구 등 현재 우협구조가 흔들리면, 매각 측도 가격보다 리스크가 덜한 투자자를 우선해 흥국생명·한화생명과 다시 협상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예상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코스닥, 이번엔 다를까?…강세론 무르익지만 그림자 여전

코스닥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했다. 별다른 정책 발표가 없었는데도 '활성화 대책이 나온다'는 기대감만으로 투자심리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시장이 반응한 지점은 단순 기대감이 아니다.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른 몇 가지 구조적 신호가 동시에 포착되고 있어서다. '이번은 다르다'는 기대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경계가 공존하는 국면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코스닥은 사상 처음으로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4일 장중 사상 첫 500조원 돌파에 이은 겹경사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400조 원을 넘은 이후 약 4년 11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기술주 중심의 성장세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천스닥(코스닥 1000포인트)' 기대가 재점화되면서, 시장은 강세장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도 강세장의 전형적 패턴과 유사하다. 이런 강세 흐름이 당연한 수순처럼 읽히지만 '아직은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 열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숙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먼저 과거 사례부터 꺼내 들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가 화두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05년 거래소 통합, 2013년 코넥스 개설, 2018년 벤처펀드 도입 등 세 차례의 '코스닥 모멘텀'이 모두 '반짝 급등 후 장기 부진'으로 끝났다는 점을 짚는다. 겉으로는 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수급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통된 문제로는 △거래소 통합에도 '2부 리그' 인식이 그대로였던 점 △코넥스 개설이 수요 없이 공급만 늘린 점 △벤처펀드가 코스닥으로 유입돼야 할 유동성을 메자닌(CB·BW) 시장으로 돌려버린 점 등이 지적된다. 우량 기업 이탈과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도 정책 효과를 희석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도 '언론 헤드라인만 보고 베팅하는 건 위험하다'며, 실효성 있는 핵심 변수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책 방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금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 가운데 시장이 특히 기대를 거는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코스닥벤처펀드 소득공제 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2018년 당시 코스닥 랠리를 이끌었던 세제 유인책을 한 단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고액 자산가의 자금을 다시 코스닥으로 끌어들이는 직접적인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약 20조원을 코스닥·벤처 시장에 유입시키는 구상이다. 증권사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를 모험자본으로 묶어 코스닥에 투입한다는 그림이다. 개인 수급 위주의 시장을 기관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사이클의 지속성을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는 '헤드라인과 실제 효과를 구분해야 하는 영역'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목표 비중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운용지침·위험 관리 규정이 뒤따라 바뀌지 않으면 실제 매입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기금 코스닥 비중 확대'라는 문구보다, 연금 운용 규정이 얼마나 수정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상인증권은 보다 '현미경'에 가까운 시각을 내놓는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기대감과 수급 회복이 맞물리며 코스닥의 추가 상승 여력을 인정하면서도,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종목으로의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상상인증권은 코스닥 실적 모멘텀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일부 성장주·플랫폼·소부장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고, 내년 이익 증가율 전망도 코스피 대비 우위를 보이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익과 무관한 이벤트성 재료, 무상증자·특례상장·단기 테마에 기대 주가가 먼저 치솟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다시 조정 국면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이클을 질적으로 다른 코스닥 강세의 초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한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증권은 이번 대책의 키워드를 '하이브리드 전환(JIT+JIC)'으로 설명한다. 과거에는 효율성(Just-in-Time·JIT)을 극대화하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제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여유 자본과 완충 장치를 두는 위험 대비(Just-in-Case·JIC) 요소가 함께 도입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코스닥 정책에도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해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두 축이 동시에 움직인다. 첫째, 선별적 정화 장치다. 시가총액 150억원 미만 종목의 자동 퇴출, 2심제 심사 기간 단축 등은 '소형·부실 종목을 장기적으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작전주·테마주 논란의 진앙이 됐던 극단적인 저유동성 종목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둘째, 대규모 자금 버퍼다. 하나증권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증권사 모험자본 17조원 등 약 167조원 규모의 '정책 자금' 구상을 주목한다. 여기에 연기금의 코스닥 비중 상향 목표와 코스닥벤처펀드 소득공제 5000만원 상향, 특례상장 문턱 완화 등이 더해지면 '외부 충격이 와도 시장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방화벽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나증권은 이를 두고 2018년 대책이 성장에 치우친 JIT형이었다면, 2025년 대책은 성장과 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JIT+JIC 하이브리드 모델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단기 랠리를 노리는 정책이 아니라, 코스닥을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드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섹터 관점에서도 구조적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증권은 과거 코스닥이 코스피를 앞섰던 시기(2008년, 2014년, 2022년)를 복기해 보면 공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업종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제약·바이오, 조선, 화장품, 상사·자본재 및 기계 등이 그 중심이다. 이번에도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상대 강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이들 섹터가 다시 알파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코스피와의 연동성도 변수로 꼽힌다. 하나증권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밸류체인이 여전히 견조한 만큼,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축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강세를 보일 여지가 크다고 본다. 코스닥이 '정책·수급 장'이라면, 코스피는 AI·반도체 실적 장세가 이어지는 구도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연말·연초 코스닥 시장은 2018년과는 다른 질적 차원의 강한 시세 국면으로 진입할 개연성이 크다"며 “코스피의 동반 상승까지 더해진다면, 2026년은 한국 증시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머니+] 일본은행 금리인상에도 ‘엔캐리 청산’ 가능성 낮다?…엔화 환율 전망 어떻길래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가 1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전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일본은행의 긴축에 따른 엔/달러 환율 급락(엔화 강세)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였지만, 올해는 당시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日 기준금리 인상한다"…30년물 국채금리 사상 최고 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가 지난 5일 1.94%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해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렸던 지난 4월 당시 저점(1.13%)과 비교하면 국채금리가 약 8개월 만에 0.8%포인트(p) 가량 급등한 셈이다. 30년물 금리는 최근에 사상 최고치인 3.44%까지 오른 뒤 현재 3.38% 수준으로 소폭 진정됐다. 일본에서 3%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자 일본은행은 그동안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8월 “그들(일본은행)은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 문제를 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일본 통화정책에 대해 평가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적극 재정과 완화적 금융정책을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출범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확산됐고, 엔/달러 환율도 10월초 달러당 147엔 수준에서 지난달 중순 최고 157.9엔까치 치솟았다. 하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 총재가 지난 1일 “인상 여부에 대한 장단점을 검토한 뒤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장 명백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 역시 “일본은행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다카이치 정부는 이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 일본은 긴축, 미국은 완화…엔캐리 청산 공포 커져 일본은행은 지난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인상했고, 이후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8~19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일본 금리가 0.5%에서 0.75%로 인상될 가능성을 약 91%로 보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0.5%선을 넘어서게 된다. 이처럼 일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사태가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된다는 점이 이러한 불안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 기준금리가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88.4%로 반영하고 있다. 이 경우 미일 금리차는 현재 상단 기준 3.5%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축소된다. 미일 금리차 축소는 엔/달러 환율에 하방 압력을 가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하거나 매도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거나 주요국 간 금리차가 확대될 때 매력이 커진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엔화를 빌린 투자자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본국으로 환수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의 긴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동시에 겹치며 엔/달러 환율은 당시 152엔대에서 8월 5일 141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투자자들의 급격한 엔화 매수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이른바 '8·5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했고, 이때 한국 코스피지수도 8.77% 급락해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 “작년과 다르다"…엔화 약세 심화 전망도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이달 금리인상에도 엔/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엔화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올 연말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달러당 152엔에서 158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화 환율이 내년에 160엔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미일 금리차가 여전히 크게 남아 있는 만큼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로 청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이 지난해 7월 '깜짝 긴축'과 달리 상당 부분 시장에 예고됐 왔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코인데스크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이미 반영됐다"며 “일본 국채금리가 수십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역시 “우에다 총재가 이달 금리 인상에 대해 분명한 힌트를 제공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했음에도 하락폭은 미미했다"고 짚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엔 수준으로, 지난달 최고치(157.90) 대비 소폭 둔화됐다. 옵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에 대한 콜옵션(환율 상승시 수익) 거래량이 풋옵션보다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라증권의 사가르 삼브라니 선임 외환 옵션 트레이더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중기적으로 비둘기파적으로 보인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일본 해외 자금의 상당 부분이 연기금, 보험, 비과세 투자계좌(NISA) 등을 통한 장기 투자 성격이라는 점 역시 엔캐리 트레이드 대규모 청산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HSBC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 채권을 11조7000억엔어치 순매수했으며, 이는 2024년 한 해 전체 매입 규모였던 4조2000억엔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HSBC의 저스닡 헹 아태지역 금리 전략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로 환헤지 비용이 계속 낮아질 경우,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행이 이달에 이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엔화 강세 흐름이 보다 뚜렷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4일 “중립금리가 1~2.5% 사이에 분포하고 있다"며 “향후 범위를 좁힐 수 있다면 적절한 시점에 공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립금리 범위가 좁혀지거나 하단이 상향 조정될 경우 일본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교육세 폭탄’ 맞은 금융권...“대출·보험료 오를 수밖에” [이슈+]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세 두 배 폭탄'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세 부담이 생산적금융과 악화한 수익성 등으로 쌓인 각종 지출과 맞물려 크게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4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과 예산안 부수업안이 통과됐다. 부수법안엔 영업수익 1조원 이상 금융사에 대해 교육세를 기존 0.5%에서 1%로 두 배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담겼다. 교육세는 교육시설 확충 및 교원 처우개선을 위해 걷는 세금으로, 금융사는 부가가치세가 면세되기에 정부가 세수를 보완하는 목적이 포함돼있다. 세금 부과는 '수익금액(매출)'을 기준으로 따르고 있어 외형이 크고 매출이 높은 회사일수록 부담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은행과 보험업권 내 소수의 상위사들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표준 규모가 크고 수익이 많은 은행권의 경우 많게는 부담이 조 단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이번 개정으로 인해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교육세는 4758억원이다. 5대 은행은 지난해 실적 기준 약 5063억원의 교육세를 납부했다. 개정안 적용 시 납부액은 9821억원으로 거의 두 배(94%) 가량 증가하게 된다. 2금융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더해지게 된다. 본업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교육세 부담마저 짊어지게 되면 재무건전성 관리에 지금보다 더 큰 에너지가 쓰일 수 있어서다. 우선 보험업계의 경우 지난 2023년 기준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가 부담한 교육세는 2000억원 수준이었다. 6대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신한라이프·NH농협·미래에셋)는 약 1500억원의 교육세를 냈다. 교육세가 두 배 늘어나는 것으로 단순 가정하면 생·손보사에서 내년 이후 7000억원 규모의 교육세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매출 기준 1조원이 넘는 보험사는 생보 11개사, 손보 10개사 등 총 21곳 이상이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대형사가 주요 교육세 확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의 경우 교육세 규모가 늘어나면 회계상 '미래 현금유출'로 반영되면서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어들게 된다. 해당 지표 변화는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악화시킨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회사에서 최대 5400억원 규모의 부채 증가가 예상되며 킥스는 최대 4.2%p 하락할 것이란 추정이다. 카드업권의 전업 카드사 8곳(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에선 현재 교육세 납부액 규모가 1400억원 가량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하락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 속 연체율 관리, 스테이블 코인에 대비한 투자 확대 등 재정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지출이 커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업계 역시 근심이 커지고 있다. 부담은 주로 영업수익이 1조원을 웃도는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 등으로 쏠리겠지만 역시 대출이나 영업이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서민금융 지원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가 실린다. 더 큰 우려는 이런 금융권의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권의 경우 손해율 악화와 세 부담 증가, 자본규제 강화 등에 따른 재정 부담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결국 보험료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게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금융인 은행권 역시 앞서 대규모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 더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따른 조 단위 과징금, 새도약기금(배드뱅크) 출자 등으로 각종 비용 압력이 누적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은 늘어나는 막대한 비용을 메우기 위해 결국 다른 곳에서 재원을 끌어오거나 새로 만들어 내야 한다"며 “대출이자 인상이나 금리·수수료 조정,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에게 영향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 ‘커피 맛’까지 흔드는 기후변화?…앞으로 ‘이 맛’ 흔해진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극단적 기상 이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즐겨찾는 식품의 맛까지 바꿔놓을 전망이다. 글로벌 커피 시장에서는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이 특징인 고품질 원두 아라비카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쓴맛이 강하고 바디감이 진한 로부스타 생산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인 기온 상승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1일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지난달 28일 파운드당 4.1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커피 가격은 지난 2월 4.33달러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7월말 2.85달러 수준까지 내려가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반등해 저점 대비 50% 가까이 급등하며 다시 사상 최고가 경신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에서 기상이변으로 수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커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0년부터 브라질에서 매년 가뭄이 발생해 커피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브라질 내 최대 커피 산지인 미나스 제라이스에선 지난 9월~10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약 70% 수준에 그쳤다. 아라비카 커피 나무는 기온에 민감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앞으로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 현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결성된 국제기구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는 지난달 발표한 '글로벌 탄소 예산(GCB)' 연례 보고서를 통해 올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81억톤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GCP는 이어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도 사실상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기후 변화의 현실을 반영하듯, 브라질에선 아라비카보다 고온에 강한 로부스타 생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와 달리 병충해에도 강해 생산성이 높다. 금융서비스 업체 스톤엑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브라질의 아라비카 원두 생산 증가율은 연 2~2.5% 수준에 그친 반면 로부스타는 연 4.8% 증가했다. 2025~2026년 시즌에는 로부스타 생산량이 전년 대비 22%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미 농무부(USDA) 자료를 보면 브라질 로부스타 생산량은 2015~2016년 시즌 1330만 포대(60kg 기준)에서 2025~2026년 시즌 2410만 포대로 81% 급증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아라비카 생산량은 3610만 포대에서 4090만 포대로 13%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브라질의 주력 생산품은 여전히 아라비카이지만, 로부스타가 훨씬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로부스타는 이상기후에 상대적으로 강해 영향이 적다"며 “일부 생산업체는 아라비카가 자랄 수 없는 지역에서 로부스타 재배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브라질이 베트남을 제치고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네덜란드계 라보뱅크는 전망했다. USDA 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즌에 베트남 로부스타 원두 생산량은 약 3000만포대로 예측되면서 브라질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스톤엑스의 페르난도 막시밀리아노 커피 시장 정보 매니저는 “로부스타는 기후변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브라질이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로부스타 생산 확대를 이끈 것은 수요 때문이 아니다"며 “기후변화로 아라비카 원두 생산이 줄어든 것이 로부스타 원두의 성장을 견인한 핵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로부스타 가격이 아라비카보다 낮은 점도 브라질 업계가 로부스타에 주목하는 또다른 요인이다.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지난달 28일 1톤당 4565달러(파운드당 2.2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로부스타 가격도 최근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1월엔 파운드당 2.86달러로 신고가를 기록한 후 7월까지 미끄러졌다. 하지만 현재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둔 아라비카와 달리 여전히 전고점 대비 약 20% 낮은 수준이다. 브라질 농업연구소의 알렉산드로 테이세이라 커피 연구원은 “아라비카 가격이 높은 반면 로부스타는 생산성이 거의 두 배에 달해 브라질 업계가 로부스타 재배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12월 ‘다시 유동성’ 장세로…코스피, 3800선 바닥 다지나

12월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갈림길 앞에 서게 될 전망이다. 지난 달 내내 이어진 급락과 변동성 확대는 시장을 압박했지만, 바닥권까지 밀린 밸류에이션과 글로벌 유동성 재개, 정부의 구조개혁 시그널은 반등 가능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달 코스피는 3800~4200포인트 범위에서 방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우선 연말을 앞두고 글로벌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이날로 마무리 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긴축(QT) 종료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낮출 수 있는 이벤트로 꼽힌다. 여기에 셧다운 종료로 정부의 재무부 일반계정(TGA) 방출이 본격화되면 달러 유동성 공급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란 기대다. TGA는 미국 정부의 지출에 사용되는 '재무부 현금 계좌'로, 이 계좌의 자금이 풀리면 시중으로 유입되는 달러가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최근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 금리 불안과 유동성 경색 우려가 완화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중 달러 유동성 공급은 미국 연방정부 TGA 방출 재개와 연준 QT 종료에 힘입어 재차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며 “시중 유동성 공급 증가로 글로벌 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현상은 크게 완화될 공산이 크고, 연말 국내증시 외국인 현선물 수급 환경 역시 순매수 방향선회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FOMC의 금리 결정이 인하일지, 동결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동결이더라도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간 누적된 노이즈가 이미 반영돼 있고, 금리 인하 사이클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셧다운 여파로 일정이 뒤틀렸다는 해석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시장은 '예상 가능한 불확실성'에 조금씩 적응 중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12월 금리동결도 시장 영향은 선반영된 노이즈의 재확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금리인하 사이클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셧다운 후폭풍으로 일정이 이월된 성격이 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요인도 연말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자사주 1년 내 의무소각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는 주주환원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조치다. 실제 수급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 변화여서 외국인 매수 심리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만간 공개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승격 관련 로드맵은 규제 완화를 통해 외국인 접근성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된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금산분리 완화 논의, 연금 기금화 이슈 등도 모두 연말·연초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반등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10.5배로 역사적 평균 대비 뚜렷한 저점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2표준편차에 해당하는 10.2배에 근접한 현 지수대는 수급만 정상화되면 단기적으로 반등하기에 무리가 없는 위치로 분석된다. 11월 낙폭이 –9%에 이르며 강세장 평균 수준을 충족한 점도 시장이 '가격 조정'을 상당 부분 소화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기 흐름도 이달 관점에서는 과도한 우려보다는 확장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AI 관련 투자와 수요는 공급 병목과 가수요가 맞물리며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가 압력도 완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단기간 긴축 강화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글로벌 환경이 급격히 둔화세로 돌아섰다는 신호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업종 전략은 12월 반등 초입에 맞춰 재편될 전망이다. 전월 낙폭이 컸던 업종과 수급 변화가 빨리 반영되는 업종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반도체와 조선·기계·방산 등 중공업·자본재 밸류체인은 단기 반등의 선봉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전히 실적 기반의 강점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엔터·유통, 호텔·레저 등 일부 소비·콘텐츠 업종도 지난달 조정 폭이 컸던 만큼 연말 포트폴리오 재조정 국면에서 관심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중소형주 역시 존재감을 회복하는 흐름이다. 올해 내내 대형주에 편중됐던 수급이 평균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배당 시즌 진입과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중소형 성장주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단기 촉매로 작용한다. 주주환원 흐름이 강화되는 환경도 고배당·저밸류 종목군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결국 이달 증시는 글로벌 유동성 재개와 정책 모멘텀 강화, 밸류에이션 매력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이 한 방향으로 작동할지에 달려 있다. 단기 변동성은 남아 있지만, 3800포인트 초반에서 지지력이 확인된다면 이달 내에 4000선 회복과 상단 4200선까지의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은 11월 조정을 통해 부담을 상당 부분 털어낸 만큼, 남은 과제는 연말 수급 안정과 유동성 흐름이 실제로 확인되는 일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2월 주식비중은 '확대'가 맞다"며 “코스피는 50일 이격 조정이 진행 중이고, 경기사이클이 확장 국면을 유지하는 만큼 조정 이후 반등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말하는 '50일 이격 조정'은 최근 지수가 50일 이동평균선 대비 과도하게 앞서갔던 흐름을 되돌리는 과정으로, 강세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기 조정을 의미한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신중 모드’ 한국은행…전문가 “금리 인하, 내년 중순 이후” [이슈+]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자, 전문가들은 추가 인하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분기 인하는 요원하고 이르면 2분기 또는 하반기에야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한 해 동안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29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로 네 번 연속 동결했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인하와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다"고 밝혔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5월 인하 사이클이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성장률 갭은 축소되나 국내총생산(GDP) 갭은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라며 “내년은 성장률이 잠재 수준으로 회복하는 정도로, GDP 갭이 빠르게 축소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안정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에서 장기간 동결하면 내수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12월 인하를 포함해 내년까지 100bp(1bp=0.01%포인트(p))를 추가 인하하면 (한은이) 인하 사이클을 재개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경제 지표는 올해 1분기 역성장 기저효과로 양호할 수 있고, 원/달러 환율의 빠른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1분기에는 동결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하지만 근원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내년 2분기 경기 회복 속도 등에 따라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기저효과가 소멸돼 2분기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3분기 중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동결을 전망하며 “2% 근처에서 '충분한 기간 유지'를 확인한다는 '물가 안정'의 사전적 확인 없이 중립금리 부근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 연준 금리 인하와 함께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리면 시장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내년은 연준의 인하 속도가 불확실한 구간이라 한국의 선제적 금리 인하가 환율 리스크 재점화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4분기 인하를 예상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한은의 물가 경계감에 상반기 중 인하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내년 하반기 재정 집행 둔화와 함께 반도체 경기 성장 속도 둔화 시 경기 하방 우려가 부각될 것"이라며 하반기 인하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한 해 동안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인하를 놓치면 내년에는 동결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로 인하 시기를 한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GDP 갭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기가 빨라지며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기가 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1분기 인하를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연내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며 “단기간에 금융 불균형 해소가 어렵고, 한은이 단순 환율 움직임 뿐 아니라 환율 변동이 유발하는 물가 압력을 주시하기 시작하며 인하 가능성이 더욱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환율·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우려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 물가 우려가 추가됐고,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성장 전망으로 부양의 필요성이 줄었다"며 내년 기준금리 2.5% 유지 전망을 제시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 “매년 20%씩 성장”…기후위기 속 글로벌 보험사들 새 먹거리로 떠오른 ‘이것’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보험사들이 기후위기 속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사고 이후를 보상하는 기존 모델을 넘어 기업 시설들의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진단·보강하는 '기후 리스크 커설팅' 사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직군까지 생겨나 기후위기 대응과 저성장 국면을 동시에 해결하는 사례로 떠오를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험사 취리히보험은 이러한 사업을 전담하는 '취리히 리질리언스 솔루션즈(ZRS)'를 새로 출범시켰다. 기후재난이 발생했을 때 보상해주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기후 리스크 관리의 초기 단계부터 개입하는 전략이다. 주요 고객사로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 해운 대기업 머스크 등이 포함된다. ZRS에 소속된 기후 리스크 엔지니어들은 기업 시설을 직접 찾아가 기후재난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평가하고 각 시설별 잠재적 손실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제시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보험업계에서 이런 직군은 드물었지만 현재 ZRS에서 50명의 기후 리스크 엔지니어와 수백 명의 다양한 전문 리스크 엔지니어들이 활동하고 있다. ZRS의 성장도 눈에 띈다. 연평균 성장률은 20%로, 모회사 상업부문(6%)을 크게 웃돈다. 기업에 기후 리스크 컨설팅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고, 동시에 관련 보험 상품을 판매해 '컨설팅+보험'의 쌍방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ZRS의 성장률 또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평균 성잘률은 20%로 모회사의 상업보험 부문의 6%를 크게 웃돈다. ZRS가 기후 리스크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이에 따른 수수료를 챙기는 동시에 재난·재해 관련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쌍방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한 기업은 소유 자산이 기후 리스크에 너무 취약하다는 이유로 기후보험 가입이 거절됐으나, ZRS의 도움을 통해 시설을 보강한 뒤 보험 가입에 성동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몸집 확장도 계속되고 있다. ZRS는 지난해 100명의 리스크 엔지니어를 새로 채용했고, 올 연말까지 100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리스크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횟수도 출범 초기보다 10배 늘었다. 경영진은 사업 규모가 5년 안에 두 배로 커지면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른 보험사들도 ZRS와 유사한 전략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처브, FM 등 보험사들은 이미 미국 내 기후 엔지니어를 대거 채용했고, 프랑스 악사(AXA)에선 280명의 컨설턴트들이 자연 재난 위험을 평가해 컨설팅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그룹 도쿄마린홀딩스는 최근 6억4000만달러를 들여 기업 자산 보강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를 인수했다. 알리안츠는 기업이 각 사업장의 기후 리스크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지아대 마크 레이긴 교수는 “보험사가 단순히 보험을 넘어 컨설팅 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피해 발생 확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보험업계가 기후 위기 컨설팅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보험중개업체 에이온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재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손실은 162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이후 장기 평균치인 1470억달러보다 약 15% 높고, 21세기 중간값인 1260억달러도 훌쩍 웃돈다. 자연 재난 발생으로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 고객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최소 1000억달러로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재난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 규모는 1994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선 향후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P 글로벌은 전 세계 상장사 1200개가 시설 등 자산을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향후 25년 동안 매년 1조2000억달러의 기후 관련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올 상반기 경고한 바 있다. ZRS의 아만 라만 기후 및 지속가능성 솔루션 총괄은 “노후화된 인프라는 늘어나고, 도시화는 진행되고, 기후위기 등에 노출된 자산은 더 많아지고 있다"며 “환경은 늘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홈플러스 사태’ MBK 직무 정지 시…신규펀드 모집 차질 ‘불가피’

▲금융감독원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징계안 확정에 따라 국민연금의 출자제한, 신규펀드 모집 제한, 그외 제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CRAISEE(크레이시)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징계안이 확정될 경우 국민연금의 MBK 출자 철회, 신규 펀드 모집 제한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1일 MBK에 직무 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앞서 8월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후 MBK 본사 현장 조사와 검사 의견서를 보내며 제재 절차에 착수한 지 3개월 만이다. 사전 통보가 이뤄진 만큼 1개월 안에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금융위원회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금감원이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업무집행사원(GP)에 중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본시장법상 GP 제재 수위는 △기관 주의 △기관 경고 △6개월 이내의 직무 정지 △해임 요구 순이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MBK의 불건전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조건을 홈플러스에 유리하게 변경해 국민연금 등 투자자(LP)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MBK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RCPS 상환권 조건 변경이 국민연금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향후 제재심 등 절차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BK에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신규 투자 정지 △국민연금 출자 철회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 박탈 등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55억달러(약 8조원) 규모로 조성된 MBK의 6호 블라인드펀드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400억원)과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250억원) 등이 자금을 대겠다고 약속했다. MBK는 6호 펀드 목표치를 70억달러(약 10조원)로 설정했다. 국민연금의 대응에 따라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의 MBK에 대한 투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3월 국회 답변 자료에서 “(MBK가) 제재를 받는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 중단 및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MBK의 대형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롯데카드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MBK는 현재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롯데카드의 지분 59.8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2년마다 금융사 대주주의 적격성 유지 요건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현재 8개 카드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카드도 심사 대상 중 하나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BK가 롯데카드 대주주로서 적격성을 갖추고 있느냐는 질의에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필요하면 엄격히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제재 절차도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은 금감원 검사·조사 결과를 토대로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계획을 숨긴 채 투자자를 속여 6천억원 규모의 단기 사채를 발행했다는 혐의 등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징계는 신규 펀드 모집을 제한하는 쪽으로 예상한다"며 “기존 펀드를 못 쓰게 하면 투자자에게 손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K가 만든 펀드에는 다른 나라 자본도 연결되어 있다보니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이슈+] ‘AI 버블론’두고 옥신각신, 팩트는?

▲AI버블론을 두고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버블이 실재한다는 측과 버블은 기우라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며 증시의 방향을 흔들고 있다./CRAISEE(크레이시)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거품 논쟁이 재점화되며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또다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를 두고도 시장에서는 AI 투자 과열과 수익성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실적 호조가 거품론을 잠시 누그러뜨렸다는 평가와 함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장기적 리스크를 경계하는 시각이 여전한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549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시장에서는 고객사 투자 지속성과 AI 관련 매출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AI 거품론을 제기하는 쪽은 수익 대비 과도한 주가 상승과 불투명한 매출 구조를 핵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엔비디아는 2018년 이후 순이익 약 2050억달러, 자유현금흐름(FCF) 188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주식보상비용(SBC)은 205억달러에 달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자사주 1125억달러를 매입했음에도 발행주식 수는 4700만주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인 주주 몫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I 산업 내 기업 간 맞거래 구조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앤트로픽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클라우드 300억달러 상당을 구매하기로 했고, 동시에 엔비디아와 MS는 각각 100억달러, 50억달러를 앤트로픽에 투자하기로 했다. 버리는 이를 두고 “최종 수요는 미미하고, 기업들끼리 되주고 돌려받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장부상 성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 매출의 61%가 4대 주요 고객사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들 기업 가운데 아직 AI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곳은 없다"며 투자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도 AI 관련 지출이 단기간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투자 조정 가능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반응도 이러한 경계 심리를 반영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AI 거품 우려가 재부상하며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0.84%, S&P500은 1.56%, 나스닥은 2.15%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10.87% 급락했고, △AMD(-7.84%) △팔란티어(-5.85%) △인텔(-4.24%) △퀄컴(-3.93%)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도 같은 흐름을 탔다.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이 2조8000억원 넘게 팔면서 전 거래일 대비 3.79%(151.59포인트) 내린 3853.26에 마감했다. 삼성전자(-5.77%), SK하이닉스(-8.76%) 빠졌다. 달러-원 환율은 1473.90원까지 오르며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피터 틸은 3분기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약 8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을 처분했다. 신용시장에서도 오라클 등 일부 빅테크의 CDS 거래 규모가 수십억 달러대로 급증하며 AI 투자 실패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반면 AI 인프라 기업들과 엔비디아 측은 수주 지표와 실적을 근거로 거품론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버티브·이튼·슈나이더 일렉트릭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들은 “현재 AI 투자 확대 흐름은 단기 과열이 아니라 실수요"라고 강조했다. 버티브는 3분기 투자자 설명회에서 “데이터센터용 냉각·전력 장치 수주 잔고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며 “리드타임 지연이 아니라 주문 자체가 늘어난 결과"라고 밝혔다. 이튼은 같은 기간 전체 수주 잔고가 20%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데이터센터 부문 주문량은 7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역시 “데이터센터 수주 잔고가 연간 기준 두 자릿수 성장세"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AWS, 구글,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에 전력·냉각 장치를 공급하며 관련 시장 점유율은 약 50%로 추정된다. 수주 잔고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도 AI 수요 지속성을 재확인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시장 전망치(549억2000만달러)를 상회했다. 회사는 4분기 매출을 650억달러로 제시했다. 젠슨 황 CEO는 “GPU 중심의 컴퓨팅 전환, 에이전틱 AI 부상, 새로운 AI 애플리케이션 확산이 AI 인프라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거품론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는 다른 현실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월가 거물 투자자들은 관련 자산 비중을 오히려 확대하며 '추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단기 변동성보다 AI를 10년 이상 이어질 구조적 혁신으로 보고 장기 포지션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줄이는 대신 알파벳 A클래스 주식을 약 43억달러 규모로 신규 편입하며 포트폴리오를 AI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했다. 켄 피셔도 알파벳 비중을 확대했고,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아마존과 메타를 추가 매입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반 기업과 신흥시장 ETF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캐시 우드 역시 AI·가상자산 인프라 관련 종목 비중을 늘리며 미래 기술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각국 정부가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 구축에 나서며 공공 자금 투입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투자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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