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수급의 반등 속 남은 구조적 숙제
정책 기대·글로벌 변화가 만든 새로운 흐름
세 번의 실패가 남긴 냉정한 경고 신호들
지속성을 가를 핵심 변수는 결국 '실행력'
이번 사이클이 갈라질 결정적 분기점은?
▲/제미나이
코스닥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했다. 별다른 정책 발표가 없었는데도 '활성화 대책이 나온다'는 기대감만으로 투자심리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시장이 반응한 지점은 단순 기대감이 아니다.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른 몇 가지 구조적 신호가 동시에 포착되고 있어서다. '이번은 다르다'는 기대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경계가 공존하는 국면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코스닥은 사상 처음으로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4일 장중 사상 첫 500조원 돌파에 이은 겹경사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400조 원을 넘은 이후 약 4년 11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기술주 중심의 성장세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천스닥(코스닥 1000포인트)' 기대가 재점화되면서, 시장은 강세장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도 강세장의 전형적 패턴과 유사하다.
이런 강세 흐름이 당연한 수순처럼 읽히지만 '아직은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 열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숙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증권가는 먼저 과거 사례부터 꺼내 들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가 화두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05년 거래소 통합, 2013년 코넥스 개설, 2018년 벤처펀드 도입 등 세 차례의 '코스닥 모멘텀'이 모두 '반짝 급등 후 장기 부진'으로 끝났다는 점을 짚는다. 겉으로는 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수급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통된 문제로는 △거래소 통합에도 '2부 리그' 인식이 그대로였던 점 △코넥스 개설이 수요 없이 공급만 늘린 점 △벤처펀드가 코스닥으로 유입돼야 할 유동성을 메자닌(CB·BW) 시장으로 돌려버린 점 등이 지적된다. 우량 기업 이탈과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도 정책 효과를 희석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도 '언론 헤드라인만 보고 베팅하는 건 위험하다'며, 실효성 있는 핵심 변수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책 방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금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 가운데 시장이 특히 기대를 거는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코스닥벤처펀드 소득공제 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2018년 당시 코스닥 랠리를 이끌었던 세제 유인책을 한 단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고액 자산가의 자금을 다시 코스닥으로 끌어들이는 직접적인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약 20조원을 코스닥·벤처 시장에 유입시키는 구상이다. 증권사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를 모험자본으로 묶어 코스닥에 투입한다는 그림이다. 개인 수급 위주의 시장을 기관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사이클의 지속성을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는 '헤드라인과 실제 효과를 구분해야 하는 영역'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목표 비중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운용지침·위험 관리 규정이 뒤따라 바뀌지 않으면 실제 매입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기금 코스닥 비중 확대'라는 문구보다, 연금 운용 규정이 얼마나 수정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상인증권은 보다 '현미경'에 가까운 시각을 내놓는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기대감과 수급 회복이 맞물리며 코스닥의 추가 상승 여력을 인정하면서도,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종목으로의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상상인증권은 코스닥 실적 모멘텀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일부 성장주·플랫폼·소부장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고, 내년 이익 증가율 전망도 코스피 대비 우위를 보이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익과 무관한 이벤트성 재료, 무상증자·특례상장·단기 테마에 기대 주가가 먼저 치솟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다시 조정 국면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선별적 정화·자금 버퍼…이번은 다른 이유
이번 사이클을 질적으로 다른 코스닥 강세의 초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한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증권은 이번 대책의 키워드를 '하이브리드 전환(JIT+JIC)'으로 설명한다. 과거에는 효율성(Just-in-Time·JIT)을 극대화하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제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여유 자본과 완충 장치를 두는 위험 대비(Just-in-Case·JIC) 요소가 함께 도입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코스닥 정책에도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해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두 축이 동시에 움직인다.
첫째, 선별적 정화 장치다. 시가총액 150억원 미만 종목의 자동 퇴출, 2심제 심사 기간 단축 등은 '소형·부실 종목을 장기적으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작전주·테마주 논란의 진앙이 됐던 극단적인 저유동성 종목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둘째, 대규모 자금 버퍼다. 하나증권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증권사 모험자본 17조원 등 약 167조원 규모의 '정책 자금' 구상을 주목한다. 여기에 연기금의 코스닥 비중 상향 목표와 코스닥벤처펀드 소득공제 5000만원 상향, 특례상장 문턱 완화 등이 더해지면 '외부 충격이 와도 시장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방화벽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나증권은 이를 두고 2018년 대책이 성장에 치우친 JIT형이었다면, 2025년 대책은 성장과 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JIT+JIC 하이브리드 모델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단기 랠리를 노리는 정책이 아니라, 코스닥을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드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섹터 관점에서도 구조적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증권은 과거 코스닥이 코스피를 앞섰던 시기(2008년, 2014년, 2022년)를 복기해 보면 공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업종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제약·바이오, 조선, 화장품, 상사·자본재 및 기계 등이 그 중심이다. 이번에도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상대 강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이들 섹터가 다시 알파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코스피와의 연동성도 변수로 꼽힌다. 하나증권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밸류체인이 여전히 견조한 만큼,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축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강세를 보일 여지가 크다고 본다. 코스닥이 '정책·수급 장'이라면, 코스피는 AI·반도체 실적 장세가 이어지는 구도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연말·연초 코스닥 시장은 2018년과는 다른 질적 차원의 강한 시세 국면으로 진입할 개연성이 크다"며 “코스피의 동반 상승까지 더해진다면, 2026년은 한국 증시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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