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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5주년][기업도 대비한다①]  노동력 감소 대비하는 K-기업···로봇 시장 ‘눈독’

노동력 확보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 및 숙련공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집계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신생아들의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것도 걱정거리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 로봇 도입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여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로봇밀도는 1012대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은 151대였다.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로 한국의 경우 2017년 이후 연평균 6%씩 증가한 결과 2위(싱가포르) 대비 4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대형 산업용 로봇이 국내 시장을 이끌었으나, 최근에는 근로자와 함께 작업 가능한 협동로봇도 공장 뿐 아니라 병원·커피 매장을 비롯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스마트팩토리가 늘어나는 것도 언급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2020년 91억달러였던 국내 스마트팩토리 시장이 2016년 190달러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두산로보틱스의 올 1분기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티로보틱스와 브이원텍 등이 물류로봇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이같은 흐름을 활용하기 위한 행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제품 생산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플랫폼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가능성도 언급된다. 기아가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자동차 공정에 투입하기 위한 로봇 개발에 나서는 등 현대자동차도그룹도 로봇 배치 확대로 차량 생산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만성적 인력난으로 인해 산업부·고용노동부·법무부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조선산업은 선박 용접 등에 로봇을 투입 중이다. HD현대삼호를 비롯한 HD한국조선해양은 대조립을 비롯한 공정에 협동로봇을 활용하는 중으로 앞으로도 로봇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도 로봇 도입을 가속화한다. 그라인딩 작업과 휴식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로봇이 수동 방식의 용접 보다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25㎜ 두께의 탄소강을 한 번에 용접하고 고출력 레이저를 활용하는 등 속도도 높일 수 있다. 삼성중공업도 용접과 도장 작업 등에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자동화율을 높인다는 목표다. 철강산업에서도 로봇의 활약을 볼 수 있다. 대동과 포스코는 특수환경 임무수행 로봇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제철소 내 낙광·폐기물 수거 등 작업환경 개선을 위함이다. 대동은 리모컨으로 원격조종하는 로봇을 납품할 예정이다. 양사는 사람의 조작을 최소화한 자율작업 임무 로봇을 만드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동은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트랙터를 출시한 데 이어 4단계급 제품에 적용될 클라우드AI 및 엣지 컴퓨팅 기술을 개발 중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동이 2026년까지 국내에서 AI 기반 자율작업 농기계를 보급하고 정밀농업 스마트화를 추진한 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제초 로봇 출시를 비롯해 1차산업에도 로봇의 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으로 높이를 조절하는 자재 이송용 자율운반 로봇 등으로 비농업용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택배 라스트마일 배송로봇 실증사업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개 '스팟'을 활용하는 등 물류산업 내 로봇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로봇배송 서비스 '브링'과 자체 로봇 오픈 API플랫폼 '브링온'을 출시했다. 식음료 배달과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산업 현장 내 안전성 니즈가 커진 것도 로봇 시장 확대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창간 35주년][기업도 뛴다②] IT업계 “출산·육아 장려”…일·가정 양립 돕는다

정보기술(IT)업계가 자녀를 키우는 임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일·가정 양립' 환경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차세대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고급 인재 확보가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업계 기조에 맞춰 양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복지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사내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고 육아휴직을 보편화하는 한편 예비 신혼부부, 난임 부부 등을 위한 혜택도 마련하고 있다. 안정적인 보육 환경이 직무 만족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육아 휴직을 기존 1년에서 최장 2년으로 연장했으며, 출산 휴가의 범위 역시 임신 중 검진 휴가, 배우자 출산 휴가 등으로 넓혔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기간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보편화했다. 네이버는 임직원들의 원활한 출산·육아휴직을 지원하기 위해 '임산부 가이드'를 마련했다. 임신한 직원들이 해당 사실을 밝히는 데 주저해 연장·야간·휴일 근무에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출산 예정일 150일 이전 임신부 등록을 하면 지원금 50만원을 지급한다. 카카오는 제주도 '스페이스 닷키즈어린이집'과 판교 '늘예솔어린이집' '아지뜰어린이집' '별이든어린이집' 등 총 4곳을 운영 중이다. 총 907명의 유아동을 돌볼 수 있는 규모로 IT업계 최대다. 임산부가 유산 또는 사산을 하는 경우, 임신 기간에 비례해 최소 5일부터 최대 60일까지 휴가를 준다. 배우자의 유·사산 역시 최대 2일 휴가를 부여한다. 자녀를 입양할 때 쓸 수 있는 입양휴가도 최대 10일 보장된다. 엔씨소프트는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과 착유 전용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임신·육아기 휴직 및 단축근로, 난임 치료 휴가, 가족돌봄 휴직·휴가, 본인 및 배우자 출산휴가 등을 노동관계법 기준보다 더욱 강화해 운영 중이다. 엔씨의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육아휴직 복귀율은 2019년부터 4년 연속 100%다. 펄어비스는 '토털 케어' 복지를 통해 맞벌이 가정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임직원 자녀들을 위해 소아청소년과 진료까지 지원하는 사내 부속 의원을 개원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유연근무제, 주 최대 50시간 근무시간 제한, PC-OFF 제도를 통해 임직원의 자율성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 혜택들이 상대적으로 이직이 잦은 IT업계에서는 인재 유출을 막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눈치 보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고, 육아 때문에 퇴사하는 경우는 확실히 줄었다"며 “경력 단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 아이 낳기를 주저했는데, 복직 사례도 많고 사내 어린이집 등 인프라도 갖춰져 있어 걱정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양육 문화 정착을 위해선 기술·인적자본 등 질적 생산요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보육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선진국 수준의 이민제도 도입, 노령인구 및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독려 등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드웨어적 지원이 우선돼야 하고,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선 사내 복지제도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개선점을 파악, 직원들의 니즈에 발맞춰 제도를 촘촘하게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 또는 기업이 단독 주도하는 형태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저출생 현상에 신경쓰고 복지 확충에 공들이는 기업들에 대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아, 캐즘 넘어설 신차 ‘EV3’ 공개…‘가격이 관건’

올해 들어 심화된 '전기차 캐즘'에 기아가 무기를 빼들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저가형 전기차 'EV3'를 세계에 공개했다. EV3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사이즈에 공간은 차급 대비 넓고 약 500km의 주행거리를 보유했다. 보조금 포함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면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기아는 월드프리미어 영상을 통해 더 기아 EV3를 23일 공개했다. EV3는 기아의 첫 E-GMP 기반 전기차 EV6와 지난해 출시된 대형 플래그십 전기 SUV EV9에 이은 세 번째 전용 전기차다. EV3의 외관은 지난해 '기아 EV데이'서 선보인 콘셉트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아는 EV3를 81.4kWh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과 58.3kWh 배터리를 탑재한 스탠다드 모델 두 가지로 운영한다.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사용된다.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 시 17인치 휠 및 산업부 인증 기준 501km의 주행가능거리를 갖췄고 350kW급 충전기로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31분이 소요된다. 전륜에 적용한 모터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83Nm를 발휘한다. 기아는 500km대의 주행가능거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V3를 공기 역학적으로 설계했다. 17인치 공력 휠, 휠 갭 리듀서를 적용하고 휠아치 후방 곡률 형상을 다듬어 휠 주변의 공기흐름을 최적화했다. 이어 냉각 유동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범퍼 일체형 액티브 에어 플랩을 탑재해 냉각 저항을 개선했다. 또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하는 사이드 실 언더커버, 3D 곡률 형상 전ᆞ후면 언더커버 등 총 8종의 차체 하부 부품으로 공기 흐름을 최적화했다. 차량의 편의기능은 EV6 등 상위모델 못지않다. 기아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i-페달을 활성화해 운전 편의성과 승차감을 높여주는 i-페달 3.0을 적용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 기능도 마련했다. 더불어 기아 EV 최초로 탑재한 '기아 AI 어시스턴트'뿐만 아니라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와 '디스플레이 테마' 등 혁신적인 커넥티비티 사양도 탑재했다. EV3는 엔트리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로서 갖출 웬만한 기능을 다 보유했다. 이렇듯 워낙 옵션이 좋다보니 '생각보다 비싸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저가형 전기차에 흔히 사용되는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아닌 NCM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가격에 대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EV데이서 추후 출시될 EV3-4-5 모델의 가격이 3.5만~5만달러 사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가장 낮은 급인 EV3의 가격이 4000만원대에 형성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4000만원 중반 즈음에 출시돼야 보조금 포함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업계 관계자들은 EV3의 가격이 소비자들의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4000만원대 중반을 넘어설 경우 더 높은 차급인 아이오닉5, EV6 등과 큰 차이가 없어 차별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송호성 기아 사장은 “고객이 수용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를 설정하기 위해 다양한 부분의 원가 절감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V3는 기아의 차별화된 상품성과 고객경험을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콤팩트 SUV EV"라며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고객들의 공통된 우려를 해소해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르포] “엑설런스 인 세이프티”…‘지휘통제실 새단장’ 대한항공, ‘안전’ 자신감 드러냈다

“안전 정책·목표, 항공 안전 위험도 관리, 항공 안전 보증, 항공 안전 증진. 이 4개의 축으로 이뤄진 안전 문화는 대한항공의 철학입니다."(유종석 대한항공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 23일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운항 체계 소개' 행사를 개최해 '종합 통제 센터(OCC, Operations & Customer Center)'·정비 격납고·항공 의료 센터·객실 훈련 센터 등 자사 핵심 시설을 최초 공개했다. ◇OCC, '피로 쓰여진 역사' 반복 않겠다는 강한 의지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2년 간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지난해 12월 새로이 문을 연 OCC였다. 군 부대의 지휘통제실과 같은 이곳에는 운항 중인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들의 항적과 테러·재난·자연 재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 OCC답게 위성 전화 시스템(SATCOM)도 설치해둬 운항 중인 항공기와 실시간 통신이 가능했다. 다수의 회선이 참여해 객실 내 불법 행위 등 각종 비정상 운항 요인 발생 시 지체 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현장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 대한항공 안전성에 믿음이 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양한 부서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운항 안전을 도모할 수 있어 OCC는 소통과 협력, 협업 3가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OCC 중앙에는 '의사결정 존'이 있었고, 또 △운항 관리 센터(FCC) △정비 지원 센터(MCC) △탑재 관리 센터(LCC) △네트워크 운영 센터(NOC) 등 안전·고객 서비스 담당 조직으로 나뉘어 있었다. FCC는 항로·연료·탑재량·비행 시간 등 사전 계획에 입각한 운항 여부를 확인하며 운항 승무원에게 안전하고 가장 적절한 운항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MCC는 운항 중인 항공기에 정비 기술을 지원하고, 필요 시 해외 지점에 정비사도 파견한다. LCC는 승객 좌석·화물 탑재 위치를 결정하고 허용 범위 내 항공기 무게 중심을 관리한다. NOC는 기상 정보를 파악해 항공기와 운항·객실 승무원 스케줄을 운영하고, 비정상 상황이 생겨나면 전사 각 부문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다. 대한항공의 운항 안전은 '피로 쓰여진 역사'다. 특히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 연속 발생한 보잉 747 폐기 처분 사고 이후 조양호 당시 대한항공 사장은 '절대 안전'이라는 핵심 가치 하에 200억원을 투입해 델타항공과 항공 안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운항과 정비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최저 항공 보험 요율을 적용받을 정도로 '안전한 항공사' 이미지를 되찾는 데에 성공했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출입 기자에게 자랑스레 OCC를 공개한 것은 지난날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마친 후에도 흔들림 없는 안전 운항을 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처럼 느껴졌다. ◇세계 최초 빌딩 내 격납고 품은 '항공 기지'형 복합 건물 두 번째로 가본 곳은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하늘색 지붕의 김포 정비 격납고였다. 서소문 사옥의 현장 지원 기능과 김포공항 곳곳에 퍼져있는 운항·객실·정비·지원 시설을 한데 모아 유기적으로 연결한 현장 중심의 경영 체제의 상징처럼 보였다. '항공 기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 했던 'ㄷ' 모양의 이 건물은 중심부에 초대형 격납고가 자리 잡고 있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복합 건물이다. 총 부지 6만6000평, 연면적 4만1200평으로 김포공항 전체 부지의 35분의 1에 해당하는 대단위 규모를 자랑한다. 대한항공은 1997년 5월 공항동 오퍼레이션 센터(OC)빌딩 내 대형 격납고를 포함한 축구장 2개 규모의 김포 정비 기지를 구축했다. 대한항공이 건물의 50%인 지하 1층과 지상 1~3층을 정비 공간으로 할애하는 건물 설계를 실행에 옮긴 것은 안전 운항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24시간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보잉 747 2대와 A330 항공기 1대, 또는 소형기 7대를 동시에 주기시켜 기체와 부품 정비 작업을 수행하고, 지하 1층에는 항공기 예비 자재 저장, 지상 1~2층에는 각종 수리 시설, 3층에는 엔지니어들의 공간을 집중 배치해 단시간에 인력과 물자를 격납고로 투입할 수 있다. 가상 항공기 정비 훈련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비롯해 텔레스코픽 플랫폼과 같은 첨단 기기 등 완벽한 정비 시스템도 갖췄다. 기종별로 상이하나, 이 덕분에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결항 없이 계획된 시각에 출발하는 정시 운항률은 작년 기준 99.17~99.84%를 기록했다. 전 세계 항공사 평균보다 1~2% 높은 수치다. 최근에는 항공기에서 수집한 각종 빅 데이터를 활용해 결함 발생 전 선제적으로 정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예지 정비 조직을 신설했다. ◇항공 의료 센터, 'FMS'서 지속 가능성 찾는다 항공사의 핵심 인력인 운항·객실 승무원들은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로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은 승무원 자원 관리(CRM)의 일종인 '피로 관리 제도(FMS)'에 입각해 지난해 항공의료센터를 최신식 설비와 장비를 갖춘 의료 시설로 바꿨다. 이들을 위해 맞춤형 수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 의료 기관과 연계한 수면 다원 검사를 지원한다. 특히 운항 승무원의 정신 건강은 안전 운항과 직결되기 때문에 심리 상태·음주 등 생활 습관·인지 기능 등은 더욱 각별한 관리 대상이다. 기내 응급 환자 발생시를 대비해 숙련된 의사들로 구성된 '24시간 응급 의료 콜 시스템'도 상시 가동 중이다. 이들은 지난 2월 기내 '닥터 콜'이 불가하자 의료 조언을 해 한 네팔인 승객을 살려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속적인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해 기내 의료 기기를 개선하고, 응급 처치 방식을 보완하는 등 최선의 응급 의료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사장)은 “비용 지출이 상당하지만 당사는 안전 운항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들을 직접 고용해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들의 의료 지원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전과 같은 객실 승무원 양성의 장, '객실 훈련 센터'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객실 훈련 센터였다. 대한항공 정보보안실은 기내 준법 지원 프로그램(IDRP, In-flight Disturbance Respons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사법경찰직무법 제7조·항공보안법 제22조에 의거, 사법경찰관리 지위를 부여받는 객실 승무원들은 안전 관리자로서 테이저 건 등을 이용해 기내 난동과 같은 불법 방해 행위에 대처하는 훈련도 받는다. 실감나는 기내 난동 상황극을 보고 나니 테이저 건 실사격 기회를 얻었고, 경고를 하며 쏴보니 흡사 안전 위협 요인을 제압하는 요원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상황 발생을 염두에 두고 보잉 747 등 현역 여객기 일부와 동일한 모형 시설을 완비해뒀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기종도 다양한 만큼 객실 승무원들은 정기적인 출입문 작동법 훈련을 받는다. 또 환자 발생 시 의료, 화재 진압, 비상 탈출 장비를 점검하고 사용하는 방법도 익힌다. 이와 관련, 센터의 훈련 교관은 비상 착륙 상황을 상정해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벨트 풀어, 나와, 짐 버려!" 등 다소 위압적이고도 단호한 '탈출 명령어'를 사용해 정신이 번쩍 들면서도 승객들이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 프로다움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 항공기가 바다나 강에 내릴 경우를 대비한 비상 착수 훈련용 가로 25m, 세로 50m 크기의 대형 수영장도 있었다.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아파트 2층 높이에서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도 보니 사고 발생 시 당황하지만 않으면 생존이 가능해보여 대한항공 안전 매뉴얼에 대한 신뢰가 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티빙-웨이브 합병 초읽기…OTT 지각변동 예고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콘텐츠웨이브의 합병이 다음달 본궤도에 진입할 전망이다. 양사 합병을 통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에 맞설 수 있는 국내 최대 OTT 서비스가 탄생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및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절차가 다음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쯤 양사가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양사의 최대 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상호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해 왔다. 협의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연내 합병 법인을 출범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합병을 위해선 양사 주요 주주들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티빙의 2대 주주는 KT스튜디오지니, 3대 주주는 SLL이다. 4대 주주는 네이버다. 웨이브는 MBC와 SBS가 2대 주주, KBS가 3대 주주다. CJ ENM이 최대 주주,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되는 것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합병 비율은 본계약 때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국내 최대 규모 OTT가 탄생하게 됨에 따라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점유율 측면에서 국내 OTT 2위인 쿠팡플레이를 넘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를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비용 절감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은 34%로 넷플릭스(35%)와 1%p 차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의 OTT 앱 트랜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티빙 점유율은 21%, 웨이브는 13%다. 다만 양사의 중복 수치를 제외하면 실제 점유율은 이보다 조금 낮을 수 있다. 티빙과 웨이브를 합산한 앱 사용 시간은 넷플릭스를 뛰어넘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마지막 주 티빙과 웨이브 앱의 총 사용 시간은 2368만1047시간으로 넷플릭스(1911만2261시간)보다 약 1.2배 더 많았다. 특히 티빙의 경우 국내 프로야구(KBO) 리그를 독점 중계하면서 이용자 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티빙의 지난달 신규 앱 설치 건수는 71만2644건으로 넷플릭스(28만7375건)의 2.5배에 달한다. 전월(46만6000건)보다도 약 53%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해지율은 24.6%로 국내 OTT 중 가장 낮았다. KBO리그 중계를 통해 유입된 이용자 지표가 신규 앱 설치로 이어지면서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웨이브의 경우 글로벌 사업 범위 확장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웨이브는 미주지역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웨이브아메리카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 지역을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오세아니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해외 39개국에 OTT 서비스를 개시했다. 웨이브는 그동안 축적해 온 서비스 경험과 해외이용자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본격 확장해 간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미디어그룹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콘텐츠 공동 투자 및 가입자 확대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양사 합병이 성사될 경우 순이용자가 1000만명대로, 1300억원 이상의 이익 개선이 전망된다"며 “콘텐츠 합산 비용이 6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이중 외부 판매향 1200억원과 기타 비용 2300억원으로 상당한 수준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 역대급 과징금 철퇴…“법 위반 아냐” 행정소송 예고

카카오가 개인정보 유출 및 이용자 보호 조치 소홀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로부터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불복했다. 개인정보위는 23일 제9회 전체회의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카카오에 대해 총 151억4196만 원의 과징금과 7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처분결과를 공표하도록 의결했다. 기존 역대 최대 과징금인 골프존의 약 75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는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개인정보위가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해커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취약점을 이용해 오픈채팅방 참여자 정보를 알아내고 일반채팅 이용자 정보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2020년 8월부터 오픈 채팅방 임시 아이디를 암호화했지만, 기존에 개설됐던 일부 오픈 채팅방의 임시 아이디는 여전히 암호화가 되지 않은 채 그대로 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커는 이들 정보들을 회원일련번호를 기준으로 결합해 6만5000건 이상의 개인정보 파일을 생성해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위는 카카오가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오픈채팅 운영 과정에서 임시ID를 일반채팅에서 사용하는 회원일련번호와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입장문을 내고 “회원일련번호와 임시ID는 메신저를 포함한 모든 온라인 및 모바일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며 “이는 숫자로 구성된 문자열로서, 그 자체로는 어떠한 개인정보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이것으로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자가 생성한 서비스 일련번호는 관련법상 암호화 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암호화하지 않은 것은 법령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위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카카오톡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이용한 각종 악성 행위 방법이 공개됐음에도 카카오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점검과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오픈채팅 서비스 개시 당시부터 해당 임시 ID를 난독화해 운영 및 관리했고, 이에 더해 2020년 8월 이후 생성된 오픈채팅방에는 더욱 보안을 강화한 암호화를 적용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커가 결합해 사용한 '다른 정보'란 당사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다"라며 “해커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체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당사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개인정보 유출 신고와 이용자 대상 유출 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해당 건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에도 지난해 상황을 인지한 즉시 경찰에 선제적으로 고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신고했다"고 반박했다. 또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관계 기관에도 소명을 진행해 왔다"며 “이 밖에도 지난해 3월 13일에는 전체 이용자 대상으로 주의를 환기하는 서비스 공지를 카카오톡 공지사항에 게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포함한 대응을 예고했다. 카카오 측은 “개인정보위에 적극 소명했으나 이 같은 결과가 나와 매우 아쉽다. 행정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법적 조치 및 대응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도레이그룹, 5000억원 투자…탄소섬유 등 신사업 확대

도레이그룹이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도레이는 탄소섬유복합재료, 전자정보재료, 의료·의학, 수처리·환경, 수지케미칼 등의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소재를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도레이와 도레이첨단소재는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고기능 탄소섬유·아라미드섬유·친환경 소재 등에 대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체결식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철우 경북지사, 김장호 구미시장, 구자근·김영식 의원, 오야 미츠오 도레이 대표취체역 사장,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김영섭 사장 등이 참석했다. 도레이그룹은 내년까지 구미국가산업단지에 5000억원을 투자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해 구미4공장에 연산 3300t급 탄소섬유 3호기 투자를 결정했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증설공사가 진행 중으로 향후 생산력은 8000t 규모로 늘어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항공우주 △고압 압력용기 △풍력발전 등 전후방 산업과의 협력으로 동반성장을 이뤄낸다는 구상이다. 국내외 탄소섬유 복합재료 산업의 발전도 모색한다. 탄소섬유는 철 보다 10배 이상 강하지만 무게는 25% 수준인 '슈퍼섬유'로 슈퍼카 등에 적용된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전기차·수소경제·도심항공용 모빌리티(UAM) 등의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수요는 2022년 15만t에서 2025년 24만t로 성장할 전망이다. 앞서 국제항공우주품질그룹(IAQG)이 제정한 항공우주산업 품질경영시스템 AS9120 인증도 획득했다. 항공우주용 복합재료 국내 공급·생산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등 탄소섬유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21년 탄소섬유 중간기재 프리프레그 사업에 진출하면서 서플라이 체인도 확장했다. 구미1공장에서 건식방사 공법의 아라미드섬유 생산설비 1호기도 증설한다. 아라미드는 중량이 강철의 5분의 1 수준으로 가볍지만 강도는 5배 이상 높고, 500도 이상의 고열도 견딜 수 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전기차 구동모터, 내열 보호복, 초고압 변압기 광케이블 등의 산업에서 활용 가능하다. 전기차 보급 확대도 아라미드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동급 내연 기관 대비 무거운 전기차 특성상 타이어 성능을 끌어올리는 보강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 규모가 2026년 10만t에 달하는 등 연간 9% 성장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효성첨단소재·코오롱인더스트리·태광산업 등 국내 기업들도 아라미드 생산력을 확대하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이번 증설을 포함해 연산 5000t 규모를 확보하고 원가·품질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차세대 모빌리티를 비롯한 첨단산업향 친환경 소재 사업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친환경 및 고기능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레이는 국내에서 도레이첨단소재와 스템코를 비롯한 6개사를 운영 중이며, 1963년 진출 이래 5조원 넘게 투자한 일본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자는 한일 산업장관이 6년 만에 만나 경제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등 관계가 개선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벤츠코리아, 전기 SUV ‘EQA·EQB’ 출시…‘가격 동결’로 승부수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라인업의 선봉장인 EQA와 EQB가 국내 시장에 돌아왔다. 이전 보다 향상된 디자인과 편의기능을 갖췄는데 가격은 그대로다. 반면 기존 모델 대비 약 3% 감소한 주행가능거리는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부분 변경 전기SUV 모델인 '더 뉴 EQA'와 '더 뉴 EQB'를 공식 출시한다고 22일 밝혔다. EQA는 2021년 국내 첫 공개 이후 약 3년 만에 돌아왔다. 이어 EQB는 2022년 국내 판매 시작 후 약 2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두 모델은 벤츠 전기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를 보유한 차량으로 지난해 국내 벤츠 전기차 판매량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부분 변경 더 뉴 EQA와 더 뉴 EQB는 섬세한 디자인 변화, 주행 편의성을 높인 옵션 사양, 더욱 업그레이드된 편의 기능 등으로 상품성이 개선됐다. 더불어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해 더욱 매력적인 엔트리 전기차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모델의 외관은 삼각별 패턴이 적용된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로 변경됐다. 실내에는 터치형 컨트롤 패널이 장착된 최신 스티어링 휠 디자인을 적용해 조작 편의성을 강화했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더 뉴 EQA는 전륜구동 모델로 최고 출력 140kW와 최대 토크 385Nm을 발휘한다. 65.9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완충 시 국내 인증 기준 367km 주행이 가능하다. 더 뉴 EQB는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최고 출력 168kW와 최대 토크 390Nm를 발휘하고, 마찬가지로 65.9kWh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국내 인증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302km다. 또 두 모델은 센서-카메라 기술이 향상된 주행보조시스템 드라이빙 어스시턴스 패키지,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360도 카메라가 포함된 주차 패키지 등의 주행 편의 장치들을 기본으로 적용돼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이어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돼 제로-레이어 인터페이스,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톨 정산 시스템 등 새로운 디지털 사양이 추가돼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 했다. 이처럼 벤츠 EQA와 EQB는 개선된 편의기능을 갖췄지만 가격은 동결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오히려 감소된 주행가능거리는 두 모델 판매량의 발목을 잡을 요소로 지목됐다. 신형 EQA의 주행가능거리는 전 모델 378km 대비 11km감소한 367km다. 이어 EQB도 이전 모델 대비 11km 감소한 302km의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를 보유했다. 최근 출시되는 타사의 전기차들이 최소 40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벤츠 전기차의 경우 300km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두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타이어 상태, 주행환경 등의 변화로 인해 약 3%의 감소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면적대비 충전소 설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현재 EQA, EQB의 주행가능거리 정도면 장거리 주행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두 모델은 한국 보조금 기준에 해당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고 가격대고 각각 6000만원대, 7000만원대에 형성돼 소량의 보조금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킬리안 텔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 마케팅, 디지털 비즈니스 부문 총괄 부사장은 “두 차량 모두 국내 고객들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고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해외 게임사 규제 법안 폐기 수순…국내 게임사 역차별 우려 고조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됨에 따라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등 해외 게임사의 국내 시장 침투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들이 자율규제를 위반했을 때 규제할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포함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전망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은 국회 법안 처리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21대 국회는 오는 29일을 끝으로 임기가 종료된다.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는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게임물 관련사업자에게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리인에게는 사업자 의무, 금지사항 준수, 불법 게임물 유통 금지, 확률형 아이템의 표시, 광고 및 선전 제한 규정 준수 의무 등을 부과한다. 이는 일부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에서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이용자 보호 조치에 소홀할 경우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발의됐다. 정부는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과 시점이나 방법 등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법 개정을 위한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다가 차기 상임위원회 구성부터 개정안 재발의,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총선에서 낙마함에 따라 이 법안이 다시 발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게임업계는 지난 3월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에 따른 국내외 게임사 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게임사에 대한 확률 공개는 의무화되지 않은데다가 뚜렷한 제재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앱마켓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해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98%가 자율규제를 준수한 반면 해외 게임사는 56%만 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12월 확률공개 미준수 게임물 리스트'에 오른 13개 게임 중 12개가 해외 게임이었다. 특히 일렉트로닉아츠(EA)와 밸브, 카멜게임즈와 릴리스게임즈 등 해외 게임사들은 총 22회에 걸쳐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업계가 고강도 규제와 업황 부진에 신음하는 동안 중국 등 해외 게임사의 국내 시장 침투력은 커지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중국산 모바일 게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3월 구글·애플·원스토어의 게임 매출 20위 내 중국산 매출 비중은 32%에 달했다. 지난해 연중 20%대 정도였으나 올해 초를 기점으로 빠르게 상승, 지난 2월과 3월에는 각각 34%, 32%로 껑충 뛰었다. 전년 동기 대비(17%)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은 오래 전부터 법안을 준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해 왔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자 했던 것"이라며 “국내 게임사에만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국내 게임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장덕현 체제 삼성전기, 1년 새 ‘실적 급상승’…곳간도 불렸다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기의 각종 재무 지표가 1년 새 대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전장 분야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여 추가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삼성전기 매출은 2조6242억원, 영업이익은 18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9.80%, 28.74% 오른 수치다. 분기 순이익은 1864억원으로 57.90% 늘었다. 이는 컴포넌트·광학통신솔루션·패키지솔루션 등 삼성전기 3개 사업부문이 골고루 성장한 데에 기인한다. 사업부문별 매출은 컴포넌트 1조229억원, 광학통신솔루션 1조1173억원, 패키지솔루션 4279억원으로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23.92%, 46.92%, 7.64%씩 증가했다. 특히 전사 매출 중 광학통신솔루션사업부문의 비중이 44.71%로 확대되며 38.98%인 컴포넌트사업부문을 제쳤다. 삼성전기의 주요 매출처는 삼성전자와 그 자회사들이다. 해당 회사들에 대한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1.1%%였고, 올해 1분기에는 34.6%로 6.5%p 낮아졌다. 그럼에도 실적이 더욱 좋아진 것이다. 현금 흐름 역시 긍정적이다.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378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재무 활동 순 현금 흐름은 지난해 마이너스 495억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439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반영한 듯 현재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182억원으로 1년 새 27.01%나 급증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재무 체력이 탄탄해진 삼성전기는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R&D 비용은 1512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5.76%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기는 올해 중화향 다단 조리개 적용 모듈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용 초고용량 전장품을 최초 개발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기는 고부가 기능 모듈 양산과 다단 조리개 횡전개 확대로 매출을 늘리고, 전기차 시장 수요 증대에 맞춰 고부가 전장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시장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시장 조사 기관 업체 'TSR'은 2023년 4조원이었던 전장 MLCC 시장은 2028년 9조5000억원 수준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사장)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전장용 MLCC 사업에서 매출 1조원을 거두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소재 기술과 공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용량 제품·휨강도·고온·고압 등을 보증하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올해 ADAS용 16V급 세계 최고 용량 MLCC 2종과 1000V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전장 MLCC 등을 선보여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올해 삼성전기가 매출 10조1042억원, 영업이익 8763억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확정 실적 대비 각각 13.41%, 37.05% 높은 것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략 거래선에 대한 영업력 강화로 안정적 비지니스가 가속화 되고 있고, 중화학·전장 등 성장 시장에 대한 판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부가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5G·인공지능(AI) 등 신규 응용처를 지속 발굴할 것"이라며 “법인 간 협력과 현지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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