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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국가대표’ 선발 치열…화려한 스펙에 “우열가리기 쉽지 않네”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선발 경쟁 열기가 뜨겁다.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일제히 사업 공모에 뛰어든 가운데 최종 선정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정부 소식통과 I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지원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발표평가를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선정 기업에 3년 동안 2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총 10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낸 가운데 8월 초 5개팀을 최종 선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대기업 3곳, 통신사 1곳, 스타트업 1곳 등으로 비중이 조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1차 관문을 통과한 컨소시엄을 면면이 살펴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독자 기술력을 갖춘 주요 기업들이 각각 연합을 이룬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전력도 있어서다. 업계에선 자체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오픈소스 공개 이력, 서비스 내역이 승부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물량이 제한적인 만큼, 효율성 및 성과 범위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선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컨소시엄으로는 네이버클라우드와 LG AI연구원, SK텔레콤이 꼽힌다. 이들은 각각 트웰브랩스·크래프톤·포티투닷 등 주요 기술 기업부터 스타트업, 서울대·포항공대·고려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에 자체 개발 언어모델을 공개해 왔고, '하이퍼클로바X'를 탑재한 서비스들을 출시해 왔다는 점에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임차 지원 사업 2트랙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가산 요인으로 꼽힌다. SK텔레콤 또한 최근 '에이닷 엑스 4.0' 표준·경량 모델 2종을 비롯해 여러 모델을 잇따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어 선정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게임 기업 크래프톤과 손잡고 진출 영역 확장을 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최근 70억개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를 갖춘 추론 특화 언어 모델 3종을 선보였다. LG AI연구원은 LG CNS·LG유플러스 등 주요 그룹사와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엑사원 딥(추론 특화) △엑사원 패스 2.0(병리 이미지 분석) △엑사원 4.0(언어 생성·추론 통합) 등 모델이 미국 비영리 AI 연구기관 에포크 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로 꼽히는 등 기술력을 입증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 자회사인 엔씨 AI 또한 선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14년 동안 자체적인 기술 축적을 통해 △기술력 △데이터 △확산 능력 △운영 경험 등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필수 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다. 스타트업 분야에선 업스테이지와 코난테크놀로지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업스테이지의 경우 차세대 추론 AI 모델 '솔라 프로2'가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능 지표에서 메타 등 모델과 유사한 수준을 보인 바 있다. 코난테크놀로지의 경우 실무 역량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새 정부의 인사 기조에 발을 맞췄고, 최고수준(SOTA)급 추론 모델을 고도화해온 점이 경쟁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만큼 당장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실행력과 인프라, 경험치를 갖춘 기업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선정 이후에도 경쟁을 통해 2027년 2팀을 또 추리는 만큼 장기적인 개발 방향성과 방법론, 성과 가능성 등을 모두 입증한 기업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게임 질병코드’ 논란 재점화…정부내 이견에 ‘업계 혼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오는 10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초안 개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부처 간 입장 조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정부 소식통과 게임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민간협의체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각계 입장차가 커 별다른 진척이 나지 않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게 핵심이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에 이를 포함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ICD 도입은 의무가 아니지만, 국제 표준으로 간주돼 KCD에도 관행처럼 적용돼 왔다. KCD를 총괄하는 통계청은 오는 10월 10차 개정 초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때 게임 질병코드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KCD는 통계법의 수권을 받아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 이에 따라 질병코드 등재가 확정될 경우, 의료계와 게임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문체부는 게임의 문화·콘텐츠 역할과 산업적 가치에, 복지부는 공중보건 관점에서 게임 과몰입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복지부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의료 정당성이 확보되면서 공중보건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문체부는 낙인효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위축과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 부처는 국내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분류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문체부·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들은 각 부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9일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게임은 종합예술의 한 분야로, 문화예술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질병으로 생각하면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질병코드 도입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8일 “WHO의 질병분류에 따라 공중보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민관협의체 논의를 통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체부는 반대, 복지부는 유보적 입장을 내비침에 따라 KCD 초안 개정이 이뤄지는 10월 전후로 갈등이 재점화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친(親)게임 성향을 보여왔음을 고려하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절충안을 도출하거나, 정무적 판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할 수 있는 기준과 인과관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극심한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선 의학적 접근과 산업적 가치 사이에서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 속에 폐지된 것처럼 규제만 늘어나고, 사회적으로도 큰 이익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게임을 미래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천명했는데, 질병코드 도입을 추진한다면 정책 일관성이 떨어져 혼란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무관세 보호막’ 사라진 현대차·기아, 수익성 방어 총력전

한국 완성차 업계를 괴롭히던 25%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춰졌다. 즉시적인 큰 부담은 완화됐지만 기존 무관세를 누리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큰 제약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외 시장 확대,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 현지 생산 확대 등의 전략적 전환에 집중할 방침이다. 31일 대통령실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지고,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는 15%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오늘(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 도출이란 원칙 하에 협상에 임했다"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양국 호혜적 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 전략을 다듬고 치열한 고민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미국시장은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 278만대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시장으로,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는 일본, EU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자동차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노력에 자동차 관세는 기존 대비 10%p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웃을 수 없다. 기존 무관세와 대비하면 15% 관세도 뼈아프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 판매를 발판으로 '글로벌 빅3'에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하반기에도 영업이익 하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 상반기 실적을 합산한 결과 매출액은 약 15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3% 감소했다. 즉 많이 팔았지만 관세 비용으로 인해 마진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시장 판매량을 살펴보면 더욱 와닿는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각각 26만2000대, 23만2000대를 판매하며 판매량 측면에선 전년 대비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은 153억4000만달러(약 21조3800억원)로 전년 대비 16.8% 감소했다. 이는 수출 물량은 유지된 반면, 관세·물류·환율 등 복합 비용 상승이 차량 단가에 반영돼 영업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이처럼 어려운 대외 환경에 맞서 미국 외 시장 확대,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 현지 생산 확대 등 전략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미국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유럽, 인도, 중동, 동남아 등 신흥시장과 성장유망 지역 중심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 현지 맞춤형 모델을 투입하는 등 시장별 전략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 역시 화두다. 최근 몇 년간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전기차 라인업을 적극 확대해온 현대차그룹은, 15% 관세 부담이 커진 미국 시장에서는 SUV, EV, 프리미엄 모델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 판매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일 판매량에서도 수익성 하락 폭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미국 현지 생산 강화도 중요하다. 이미 현대차는 앨라배마, 기아는 조지아 공장 등 미국 내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고, 최근 조지아에 대규모 전기차·배터리 공장 신설에도 투자하고 있다. 현지 생산 물량을 증대하면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는 “관세 15%가 단기적으로는 타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전략 전환과 신시장 개척, 고부가가치화, 현지화 추진이라는 구조적 재편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관세 부담 완화를 위해 추가 지원책 마련, 수출 다변화 지원, 통상 대응 역량 강화를 함께 준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AMA 관계자는 “경쟁력 제고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미국 현지시장 점유율 확대, 수출시장 다변화 및 미래차 전환 촉진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자동차 및 부품 품목관세가 빠른 시일 내에 수출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하며, 자동차업계가 국내 생산기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등 정책적 지원도 함께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삼성전기, 고부가가치 AI·ADAS 앞세워 ‘실적 선방’

삼성전기가 2분기 비우호적인 환율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판매를 늘리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하반기에도 인공지능(AI) 서버, 첨단자동차보조장치(ADAS) 등 산업·전장용 제품 중심 공급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 업체 측 목표다. 삼성전기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7846억원, 영업이익 213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0.7% 증가한 수치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 6% 가량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가 2분기 20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발표된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한 수준이다. 삼성전기는 AI·전장·서버 등 고부가제품 수요 증가로 산업·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및 AI 가속기용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공급을 확대한 게 실적 방어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사업부별 실적을 보면 컴포넌트 부문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전 분기보다 5% 늘어난 1조2807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업·전장 및 IT 등 전 응용처에 MLCC 공급이 증가한 결과다. 하반기는 빅테크 기업들의 AI서버 투자 확대 기조가 지속되고 ADAS의 성능 향상으로 견조한 산업·전장용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AI서버 및 네트워크용 MLCC 시장에서 신규 거래선 확대에 집중하고 고용량·고압 등 전장용MLCC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패키지솔루션 부문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및 전 분기보다 13% 증가한 564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향 서버용 FCBGA 및 ARM프로세서용 BGA 등 고부가 패키지기판 공급을 확대했고, 2분기부터 본격 공급을 시작한 AI가속기용 FCBGA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는 서버 및 AI 가속기용 FCBGA 수요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메모리용, SiP 등 관련 패키지기판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학솔루션 부문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한 939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는 주요거래선향 플래그십 카메라모듈의 계절적 수요 감소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고 봤다. 대신 해외거래선향 고성능 카메라모듈과 전천후 카메라모듈, 하이브리드 렌즈를 적용한 인 캐빈(In-Cabin, 실내용) 카메라모듈 등 전장용 제품 공급을 확대해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는 일찍부터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체질 전환'을 준비해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중국이 과거 제조·생산에 집중했지만 최근 혁신 국가로 변모하고 있어 삼성전기에도 여러 기회 요인이 있다"며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시장 성장률을 초과하는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장 사장은 당시 주주들에게 품질 강화, 생산성 향상, 원가구조 개선 등을 통해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을 강화하고 AI·서버·전장용 등 고성장·고수익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월에는 자율주행차 핵심장치인 '라이다용 MLCC'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술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MLCC는 1005크기(가로 1.0mm, 세로 0.5mm)의 2.2uF(마이크로패럿) 용량, 10V(볼트) 고전압을 가진 제품이다. 고전압을 기존 6.3V 대비 약 60% 높여 동일 규격에서 세계 최초로 전장제품 필수 신뢰성 규격인 AEC-Q200인증을 받았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4000억원···2023년 4분기 이후 최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다. 2조원대 적자를 냈던 2023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조676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55.2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74조5663억원으로 0.67% 증가했다. 순이익은 5조1164억원으로 48.01% 줄었다. 부문별 실적을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매출 27조9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올렸다.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제품과 파운드리 주요 거래선에 대한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메모리 사업의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과 비메모리 사업의 대중 제재 영향에 따른 재고 충당 발생으로 전분기 대비 8000억원 빠졌다. DX부문은 매출 43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와 TV 시장의 경쟁 심화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16%, 영업이익이 1조4000억원 각각 줄었다. 하만은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기록했다. 오디오 판매 호조와 전장 사업의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매출 6조4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이 나왔다. 스마트폰 신제품 수요와 IT·자동차에 공급되는 중소형 패널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대형은 게이밍 시장 중심으로 고성능 QD-OLED 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판매가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전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우려되지만 하반기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산되며 IT 시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메모리 D램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용량 DDR5,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 24Gb GDDR7 등으로 AI 서버용 제품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낸드는 8세대 V낸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서버 수요에 대응해 고용량,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모바일경험(MX)은 갤럭시 Z 폴드7·Z 플립7 등 폴더블 신제품과 갤럭시 S25 시리즈 등 플래그십 중심으로 판매를 지속한다는 구상이다. 또 AI가 강화된 A시리즈 신제품 출시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생활가전은 AI가전 판매 확대와 함께 냉난방공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공급지 최적화 등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외산 무덤’ 日서 반전…삼성·LG, 현지 전략 통했다

'외국산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도와 폐쇄적인 유통망 구조로 외산 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지만, 양사는 맞춤형 제품과 현지 밀착형 전략을 앞세워 돌파구를 찾으며 수익성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IDC 재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103만대를 출하했다. 시장 점유율은 11.5%로 애플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4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성적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일본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샤프 등 현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애플을 제외한 외산 업체는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2위는 애플과 샤프가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반전에 성공한 배경에는 프리미엄 모델 '갤럭시 S25' 시리즈와 보급형 '갤럭시 A' 시리즈의 판매 호조가 있다. 해당 제품들은 최신 인공지능(AI) 기능 등을 앞세워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본 소비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유통망 재정비와 현지 특화 서비스도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일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을 재개하고, 자사 스마트폰을 10년 만에 해당 유통망을 통해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IDC 재팬은 “삼성전자는 1분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며 “소프트뱅크 유통 채널 복원과 A 시리즈의 적극적 출하가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음성 비서 서비스 '빅스비'에 일본어 버전을 탑재하는 등 현지 소비자 맞춤형 기능 강화도 소비자 만족도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 일본 시장에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 Z 폴드7'과 '갤럭시 Z 플립7'을 선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MM총연에 따르면 일본 내 폴더블폰 시장은 2023년 23만대에서 2028년 181만대로 약 8배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은 이에 맞춰 일본 인기 연예인인 야마다 료스케, 코우키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 역시 일본 가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를 보면 LG전자는 지난해 일본 70형 이상 초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8%로 1위에 올랐다. 2023년 3위에서 단숨에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일본 시장에서 초대형 TV 선호도가 높아지는 트렌드에 맞춰, LG는 기존 55·65·77형 외에 83형과 97형을 포함한 다양한 프리미엄 OLED TV 라인업을 선보이며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LG전자는 그간 존재감이 미미했던 일본 시장에서 TV를 교두보로 삼아, 의류관리기기·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으로 영역을 넓히며 수익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그린'을 통해 실속형 의류관리기기 'LG 스타일러 S3WW'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해당 제품은 LG의 스팀 기술 '트루스팀'을 적용해 의류 냄새·세균·진드기 등을 99% 이상 제거하며, 일본 소비자의 위생·청결 수요에 대응했다. 이외에도 LG전자는 공간 효율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 특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반려묘 좌석을 결합한 공기청정기 '에어로캣타워'를 일본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테이블형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에 인기 캐릭터 '시나모롤'을 적용한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며 “AI 기능 강화 제품 등을 통해 시장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삼성과 LG의 일본 시장성과를 단순한 '판매 확대' 이상의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위축 등으로 주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진입장벽이 높던 일본 시장을 공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한편,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제조사와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일본 시장 공략은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품격의 벤츠, 개성까지 입다···메르세데스-벤츠 ‘에디션 전략 모델’ 눈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에디션 전략 모델들이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고 있다. 벤츠의 품격은 그대로 지니면서 개성까지 살렸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30일 벤츠에 따르면 회사는 '모두가 선망하는 자동차'를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내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업체 측은 더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시하며 럭셔리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및 GLS,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메르세데스-AMG, G-클래스 등 최상위 차량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및 에디션 모델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벤츠의 고급 개인 맞춤 프로그램 '마누팍투어(MANUFAKTUR)'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외장 컬러, 인테리어 가죽, 트림, 수공예 마감 등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클래스, 마이바흐, AMG, G-클래스 등 최상위 라인업에 제공된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최고급 세그먼트 차량 중 40% 이상이 최소 하나 이상의 마누팍투어 옵션을 포함하고 있다. 차량에 개성을 더하려는 고객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벤츠 코리아는 한국 고객들의 수준 높은 취향과 안목에 맞춰 개발한 국내 전용의 다양한 마누팍투어 에디션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설적인 e스포츠 선수 '페이커(이상혁)'를 위해 맞춤 제작한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가 마누팍투어로 탄생한 차량이다. 차량의 헤드레스트에는 그의 서명이, 플로어 매트에는 'Hall of Legends' 문구를 각인해 차량에 상징성을 더했다. 지난 14일 벤츠 코리아는 세계 최초의 마이바흐 고객만을 위한 전용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인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을 개관하며 이를 기념해 마누팍투어 한정판 모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을 출시했다. 실버 라이닝은 국내 최초로 마누팍투어의 최상위 개별화 옵션을 적용해 개발된 고급 개인 맞춤형 차량이다. 실버 라이닝 한정판 배지와 실버 핀 스트라이프를 적용해 차별화된 정체성을 강조한다. 마이바흐 S-클래스, 마이바흐 GLS, 마이바흐 EQS SUV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오직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한국 전용 한정판 차량이다. 마이바흐 S-클래스가 10대, 나머지 두 개 모델이 각각 1대씩 판매된다. 이달에는 G-클래스의 부분변경 모델인 G 450 d에 마누팍투어 옵션을 더한 'G 450 d 마누팍투어'도 신규 트림으로 출시했다. 차량 외장 색상으로는 27가지의 마누팍투어 컬러를 포함해 총 36가지의 유·무료 옵션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차량 외장 색상과 동일한 컬러의 스페어 휠 링 커버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매트 블랙 색상의 20인치 AMG 5트윈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이 적용된다. 실내에는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된 수페리어 라인 인테리어와 레드· 블랙 컬러의 마누팍투어 나파 레더가 조화를 이루며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차량의 판매 가격은 2억1130만원이다. 차량의 매력을 더욱 배가하는 다양한 글로벌 디자인 에디션도 국내에 지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마이바흐 모델 라인업에 투톤 색상의 외장과 다크 크롬 디테일을 적용한 45대 한정 모델 '나이트 시리즈'를 출시하며 브랜드 디자인의 고급감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에서도 두 가지 에디션을 션보였다. 먼저 '그레이트 화이트 에디션'은 백상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흰색 외장과 붉은색 인테리어 포인트를 조합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AMG GLC 43 4MATIC SUV 및 쿠페, AMG G 63, 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 AMG SL 43 등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출시된 총 7종의 라인업에 제공했다.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에서는 무광의 그레이 외장 색상과 주요 외관 디자인 요소를 블랙 컬러로 마감한 'AMG 나이트 패키지'가 적용된 '다크 나이트 패키지'도 유료 옵션으로 제공했다. '오프로드의 아이콘' G-클래스 역시 매니아층을 위한 다양한 콘셉트의 전용 에디션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는 세계적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와의 두번째 협업으로 탄생한 'G-클래스 패스트 투 퓨처(G-Class Past II Future)'를 공개했다. 90년대 스타일을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해, 시대를 초월한 브랜드 아이콘으로서의 G-클래스를 표현한 모델로 전세계 20대 한정 생산됐다. 벤츠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GLS 및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메르세데스-AMG, G-클래스 등에서 다양한 마누팍투어 및 디자인 에디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미운오리’ LFP ‘백조’ 되나···LG엔솔 6조원 규모 수주

LG에너지솔루션의 '미운오리'였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백조'가 될 조짐이 보인다. 중국 경쟁사들과 비교해 뒤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수주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어서다. 양산 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역량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대규모 수주 소식이 더 들려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조9442억원 규모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30일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25조6000억원)의 23.2%에 달하는 수치다.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수주다. 수주 일자는 지난 29일이다. 계약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3년간이다. LG엔솔 측은 “해당 공급 이외에도 고객과 협의에 따라 총 계약기간을 7년까지 연장하고, 이에 해당하는 물량을 추가 공급할 수 있는 계약을 포함하고 있다"며 “계약금액 및 계약기간 등의 조건은 추후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약 상대는 비공개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주문했을 것으로 본다. 테슬라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 내 기업으로 LFP 배터리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밝힌 탓이다. LFP 시장 가능성을 뒤늦게 알아챈 LG엔솔 입장에서는 수조원대 계약을 따낸 게 일종의 '반등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LG엔솔은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되기 이전부터 이차전지 역량을 꾸준히 쌓아왔다. 전기차 시장 성장을 예상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고 성능이 뛰어난 삼원계(NCM) 배터리 위주로 기술을 축적했다. 문제는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 수요가 예상보다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배터리를 밀어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배터리 출하량 순위는 중국 CATL(38.3%)과 BYD(16.7%)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LG엔솔은 10.7% 점유율로 3위를 달리는 중이다. LG엔솔은 2023년 하반기부터 유럽·북미 등에서 LFP 배터리 생산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주도한 ESS 및 전기차용 LFP 시장에 대응해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LFP 셀 생산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투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16GWh 용량까지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진출이 늦었던 만큼 성과가 난 것도 최근 일이다. LG엔솔은 일본 전자업체 오므론에 2GWh 규모 ESS 공급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르노에는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지난 3월에는 에너지 관리 업체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4GWh 규모 주택용 ESS 배터리 계약을 체결했다. LG엔솔은 LFP 생산거점 확장과 R&D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제품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중국 난징 공장에서도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 2공장에서 2027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 셀을 만들기로 했다. 제품 측면에서는 고밀도·고집적 설계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전해진다. 신규 공법 및 건식 전극 기술 적용에도 적극적이다. 일각에서는 LG엔솔이 이번 '빅딜'을 발판 삼아 LFP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LG엔솔은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시간주 등 국내 배터리 기업 중 미국 내 가장 많은 생산 기지를 갖고 있다. 고객사가 테슬라로 추정되는만큼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된 상태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관세 장벽을 강화함에 따라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미국으로 가는 중국산 ESS 배터리에는 기본 관세와 상호 관세, 펜타닐 관련 보복관세 등을 포함해 총 40.9%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K-전력’ 수출 교두보…효성, HVDC 전용공장 첫 삽

효성중공업이 미래 전력망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전압형 초고압 직류 송전(HVDC) 생산기지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효성중공업은 30일 경남 창원공장에서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고 총 3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공식화했다. 이 중 공장 신축에만 약 2540억 원이 투입되며, 대용량 컨버터 시스템 제작설비 증축과 R&D 사업에도 투자가 이어질 계획이다. 공장은 2027년 7월 완공, 2028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효성이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200MW급 전압형 HVDC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지금까지 소수 해외 기업이 독점하던 HVDC 기술을 국산화한 점에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효성은 향후 2GW급 대용량 시스템 개발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압형 HVDC는 기존 초고압 교류(HVAC) 송전보다 장거리 송전 효율이 높고, 재생에너지와의 연계에도 유리해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 특히 효성의 기술은 실시간 양방향 전력 제어가 가능해 변동성이 큰 태양광·풍력 등과도 호환된다. 정부가 2030년까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서도 효성의 HVDC 기술은 중추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사업은 전남·충남 등 재생에너지 단지를 수도권 전력망과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국산 HVDC 기술 적용 시 유지보수성과 대응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효성은 창원 HVDC 공장 가동 이후 변압기 생산능력을 20%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류·직류 전력 시장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HVDC 토탈 솔루션 제공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된다. 유럽의 슈퍼그리드 확대와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에 따라 HVDC 시장은 2024년 약 122억 달러(약 16조8000억원)에서 연평균 8.1% 성장해 2034년에는 264억 달러(약 37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HVDC 변압기 공장 신축을 발판으로 현재 협의중인 해외 프로젝트를 포함, 글로벌 시장으로 점차 보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HVDC 기술은 재생에너지 시대의 핵심 송전 기술로, 'K-전력'의 글로벌 경쟁력을 견인할 것"이라며 “기술 국산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에너지 솔루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대한항공-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 표류···‘공정위 책임론’ 솔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작업이 지연되는 것 관련 업계 안팎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공정위가 사측이 제안한 마일리지 통합 방안은 수용하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팀은 지난달 12일 약 6개월간의 연구와 컨설팅을 거쳐 마련한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공정위에 제출했으나 당일 반려됐다.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 소비자 신뢰 보호와 회원 권익 균형을 언급하며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던 것보다 부족하다는 점을 들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통합 비율이나 기준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지난 27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통합 비율과 관련해 보다 자세한 설명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명확한 가이드 라인 없이 통합 작업의 책임을 대한항공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 측이 공정위에 제출한 통합안은 경영전략본부 임원들도 모를 정도로 극비 사항이라는 전언이다. 공정위에 제출했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탑승 실적 마일리지 1대 1 교환과 대한항공 1500원, 아시아나항공 1000원 결제 시 1마일 적립 기준 신용 카드 실적 마일리지 3대 2 비율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항공업계 관례와 통상적인 시장 가치 차이를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지난해 12월 국제 선례와 가격·서비스 격차 등을 종합 고려한 합리적 통합 비율을 제언했지만 '예를 들어 1대 0.9'와 같은 추상적인 수준만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마일리지는 통상 이자가 붙지 않는 '착한 부채'로 통해 금융권 차입과는 궤를 달리하지만 회계 기준상 '계약 부채(Contract Liabilities)'로 인식돼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연 수익'으로 인식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총액은 약 3조5723억9839만8000원에 달한다. 막대한 규모 마일리지가 장기간 미해결 상태로 남으면 대한항공 재무 전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328.81%, 올해 1분기 말 327.96%로 작년 3분기 말 199.27%보다 이미 높아진 수준이다. 마일리지 통합 비율이 대한항공에 불리하게 결정될 경우 당초 계획 대비 부채 규모가 늘어 신용 등급 하락은 물론, 기업어음(CP)·회사채 등 시장성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는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대한항공 측과 수정·보완 등에 대해 협의 중인 사항을 상세하게 공개할 수 없고, 추후 입장이 정리되면 대외적으로 공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적정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대한항공 측이 균형있는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며 “다시 제출함에 있어 별도의 시한은 두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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