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2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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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석유 붐과 ‘돈쭐’ 내는 국내 대책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최근 국내 에너지 시장에 두 가지 큰 이슈가 등장했다. 먼저 국제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넘었다. 올해 들어서만 50%나 뛰었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도 배럴당 85달러를 웃돌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세계 원유가격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여름 휴가철 단기적인 수송 연료 상승이나 러시아 원유 정제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 이슈를 넘는 중장기적인 시장추세에 주목하는 것 같다.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2021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고유가 상황을 넘어서는 '새로운 석유 붐(Boom)'에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영향은 이제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또 한가지 이슈는 우리 정책금융기관, 5대 시중은행이 민관 합동으로 2030년까지 452조 원의 '미래 에너지 펀드'를 조성해 신재생발전시설 증설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능력 제고에 힘쓰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은 지난 5년 연 평균 투자액(36조 원)보다 67% 늘어난 연 60조 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약 8597만t 감축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30년까지 국가 감축 목표의 29.5% 수준이다. 이에 따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현행 9.2%에서 2030년 21.6%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조치들은 유럽연합(EU)의 '탄소 국경조정제도'와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강화 등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35년 재생에너지 비중 40%로 확대하고 내연(內燃)차 판매 중단을 4·10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국가 실현을 위해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전기·수소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무제한 교통패스'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2035년에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52% 감축하며, 기후에너지부 신설도 검토한단다. 밖에서는 '원자재 붐'으로 에너지 시장이 들썩이는 데, 안으로는 '돈쭐'(돈+혼쭐) 내는 에너지-기후정책(안)이 선거라는 정치적 경쟁 단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제원유 시장변화를 살펴보면 그 가격 상승은 세계 원자재시장 상승 기조(commodity bull market)의 일환이다. 지금 세계 원자재시장에서 원유뿐 아니라 리튬, 구리 등 첨단 청정소재와 커피 등 소재 곡물 가격까지 급등세를 보인다. 관련 기관들은 경제가 '디플레이션'(deflation)을 벗어난 상태에서 심각한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유발하지 않을 수준의 통화 재(re-)팽창인 '리플레이션(reflation)' 상태의 특징으로 보고 있다. 사실 여러 국가에서 어느 정도 물가상승을 용인하는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1970년대 석유파동이나 2000년대 중국 경제급등 이후 새로운 석유 '붐'이 왔다고도 한다. 여기다 BRIC (Brazil, Russia, India and China) 국가들의 성장 추세도 원자재시장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판국에서도 공급여건 확대에는 많은 자본과 원자재 투입이 요구되어 장기적인 시설 확충 수익보장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급격한 원자재 '붐'이 오래 지속되지 못 한다는 평범한 시장 논리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금융자본 투입을 통한 신재생 확대. 기후대책 강화, 그리고 국제경쟁력 강화시도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관련 기술 확산과 성숙화 '사이클' 효율화 차원에서 장기 측면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경쟁적 정책대안 제시로 오해될 수 있는 에너지-기후대책은 '과학적 연구방법론'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정치의 계절에는 '타이밍' 맞게 제시되는 '자칭' 전문가 조언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핵(脫核) 정책이 다시 생각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선포하며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재생 중심 시대'를 선언했다. 당시 24기의 운용 원전을 2030년과 2040년 각각 18기와 14기로 줄이고, 전체 전력설비에서 원전설비 비중을 2017년 19.3%에서 2030년 11.7%, 2040년 7.6%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규건설취소(4기)와 건설 중단(2기) 등을 포함하여 원전 13기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원전 감소는 발전사업자인 한전의 적자와 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졌다. LNG 등 대체연료 수입증가와 온실가스 배출증가 때문이다. 원전산업계를 비롯한 전후방 관련 산업에도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특히 매출 및 고용 감소, 수출 기회상실 등의 여파도 크다. 관련 연구기관 분석으로는 2035년까지 연간 8조 원의 국민부담(과학기술한림원) 유발과 2030년까지 한전 전력 구입비용 146조 원 증가(입법조사처)를 전망했다. 탈원전 정책은 과학적 계량 논리가 미비해 미완(未完)의 이념정책으로 남았다. 아직도 학계에서는 미래세대로의 부담 전가를 두려운 마음으로 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신재생 확대, 기후변화 대응 전략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과학적 재검증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금 계량 불가능한 미래 위험통제비용은 갈수록 심각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갈성자원 논리와 기술혁신 논리가 지배하는 에너지-기후변화 시장은 항상 불완전하다. 미래 시장실패 비용은 완전한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다. 불완전한 시장 논리가 여기서는 진리다. 최기련

[EE칼럼] 원자력 안전규제는 국문학이 아니다

서툰 행정가의 문건을 보면 비전, 목적, 목표, 원칙이 뒤죽박죽 사용된다. 비전으로 되어 있지만 목표인 경우도 있고, 목적이라고 되어 있지만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번 인사의 원칙은…'에서도 방침이라는 표현이 맞다. 원칙은 바뀌지 않는데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지적하면 수용하기보다 덤비는 것이 보통이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기도 한다. 이 표현은 항상 지체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하는 표현이고 소통실패의 책임을 말을 잘못한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 돌리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 '공정성', 그리고 '신뢰성'이다. 이런 단어는 별도로 정의되지 않았다면 국어사전에 있는 정의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규제에 부합하는 정의는 사전적 의미의 정의와는 다르다. 원자력안전규제는 우리가 경험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심지어 원자력공학 전공자도 그 분야의 종사자가 아니라면 철학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우리 원자력기술은 기초없이 도입국의 규정과 체제를 베껴오는 것에서부터 출발했고 기초를 채울 시간도 없이 진도를 뽑아야 했기 때문에 노하우(Know-how)는 있지만 노와이(Know-why)가 부족하다. 원안위가 홈페이지에서 제시하고 있는 안전규제의 원칙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 NRC)의 원칙을 비교해 보자. 원안위는 전문성(Excellence)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경험 축적'으로 정의한다. US NRC는 이를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건 기본이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독립성(Independence)을 '국가와 국민만을 고려하는 흔들림 없는 업무추진'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NRC는 윤리적 성과기준(Highest possible standards of ethical performance)으로 정의한다. 담당자가 흔들리는게 아니라 업무의 결과가 윤리적으로 바르면 된다는 것이다. 원안위의 이상한 정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이거나 이들 기관에서 연구비와 강의료를 받은 인사들을 모두 비독립적인 인사로 분류하고 원안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전개되었고 결국 전문가를 배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또 같은 기준이라면 걸러져야 할 탈핵운동가들은 거르지 않는다.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한다고 학회활동에도 제한을 두는데 이에 대해서도 NRC는 독립성이 격리(Isolation)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안위는 투명성(Transparency)을 '안전규제 전 과정을 의혹없이 수행'으로 정의한다. NRC의 원칙인 공개성과 솔직함(Openness)과 유사하지만 업무상 도덕성에 더 비중을 둔다. 원안위엔 없지만 NRC는 효율성(Efficiency)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규제결정은 부당한 지연없이 즉시 내려져야 한다'로 되어 있다. 이것이 없었기 때문에 신한울1호기 운영허가는 심사를 마치고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12회가 넘는 위원회를 개최하면서 1년 이상 지연시켰고,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는 1조 원의 손실이 있었을 것이다. 원안위는 공정성(Impartiality) 원칙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객관성 견지'로 정의하고 있다. NRC는 명료성(Clarity)을 제시하는데 이 원칙은 '일관성, 논리성, 실제성'으로 풀이한다. 이것 역시 다르다. 전자는 윤리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후자는 업무추진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원안위는 신뢰성(Reliability)을 '원칙을 준수하고 명확성과 일관성 유지'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NRC는 '가용한 최신 기술에 기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원자력안전규제는 미국의 규제를 모태로 발전해왔다. 따라서 실행차원에서 그리고 법제화 차원에서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목적과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원안위의 규제원칙은 미국과 유사하나 내용은 원자력 안전규제 차원에서 특화된 정의가 아니라 사전적 정의 또는 담당공무원의 상식선에서 풀어낸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합리적 실행의 차원이 아니라 담당자의 윤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칙이 흔들리면 이행의 방향과 방식도 흔들린다. 그게 우리 원자력안전규제의 현주소다. 정범진

[EE칼럼] 에너지 시장 새 바람 일으키는 해상풍력

바람은 태양 복사 에너지, 지구의 자전, 산과 들, 바다 등의 불규칙한 지표면 등 여러가지 요인들 때문에 발생한다. 기원전 3천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노 젓는 수고를 덜기 위해 배에 돛대를 세워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하였다. 육지에서 바람을 동력으로 사용한 풍차의 역사는 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밭에 물을 대고 곡물을 빻고 물을 퍼 올리는 용도로 풍차를 이용하면서 고되고 시간이 많이 드는 노동이 크게 줄었다. 15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대항해시대는 기술사적으로 범선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강 유람선 크기의 범선이 바람에만 의존해 세계의 바다를 누볐다. 당시 범선 항해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무풍지대였다. 적도와 북위 및 남위 30도 지점은 무풍지대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무풍지대로 인해 범선의 항해 경로는 매우 길었다. 유럽에서 북미로 향할 때는 서아프리카까지 내려가서 편동풍인 무역풍을 이용했고, 유럽으로 돌아올 때는 보스턴까지 올라간 다음 편서풍을 탔다. 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풍차는 미국의 찰스 브러시가 최초로 개발했다. 옥외 조명용인 브러시 등은 에디슨 전구의 강력한 경쟁 상대였다. 1880년에 약 6천 개의 브러시 등이 미국 곳곳을 밝혔다. 브러시 등으로 브러시는 부자가 되었고, 클리블랜드에 있던 그의 집은 석유왕 록펠러 등의 거부들이 모여 살던 거리에 있었다. 1887년에 찰스 브러시는 자신의 집 뒷마당에 18미터 높이의 풍차를 세워 지하실에 있는 발전기와 배터리에 연결하여 자신의 저택에 불을 밝혔다.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였다. 현대적 풍력 터빈의 본격적 개발은 덴마크에서 이루어졌다. 덴마크의 양자 물리학자로 1922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닐스 보어가 후원하여 설립한 리소국립연구소에서 풍력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다. 보어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나치 치하의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탈출해 오펜하이머의 스승으로서 원자폭탄 개발을 위해 여러가지 조언을 하는 인물로 나온다. 보어는 전쟁이 끝나고 코펜하겐으로 돌아와 원자력의 평화적 활용을 위해 연구소 설립을 주도했다. 여기서 개발한 덴마크 산 터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 전 세계 풍력 개발의 90%가 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졌다. 1987년에 캘리포니아에 설치한 새 터빈 중 90%는 덴마크제였다. 덴마크는 1991년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 단지도 개발했다. 국영 에너지기업인 오스테드가 덴마크 남부 롤랑드 섬의 얕은 바다에 11기의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했다. 바다에 터빈을 설치하면 더 강한 바람을 더 자주 맞을 수 있다. 산이나 건물 같은,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터빈은 육로로 수송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크기를 훨씬 더 키울 수도 있다. 육지에서는 3~4MW급을 설치하지만, 바다에서는 용량이 두 배가 넘는 8~12MW급까지 세우고 있다. 파리협정 제2조 1항은 각국의 모든 재원 흐름을 저탄소 발전에 부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본 원칙으로 작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 높은 이자율 등으로 인해 해상풍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으나, 미국 IRA의 세액공제 규정 완화, 유럽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영향으로 중단되거나 지연된 사업들이 재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바람의 질도 좋은 편이다. 해상풍력을 야심차게 설치하고 있는 대만이 공급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해양플랜트 시공 경험과 같은 산업도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개발사들이 한결같이 꼽는 장점이다. 현재 상업용 해상풍력이 124.5MW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185배나 많은 약 27GW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해상풍력발전 단지의 운영 시에는 석탄, 가스 등의 타 전력생산 부문에는 필요한 연료비가 들지 않아 영업잉여 등의 부가가치가 크다. 부가가치는 국민소득계정의 국내총생산(GDP) 개념과 일치하므로 해상풍력 운영 부문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확대는 우리나라 GDP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터빈이나 전력변환장치 등에 대한 기술개발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간다면 해상풍력 설치 시의 경제적 효과도 더욱 커질 수 있다.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의 해상풍력은 대항해시대의 범선과 같다. 다른 점은 대항해시대의 범선이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세계를 누볐다면, 해상풍력은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기후변화 완화라는 인류 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해 평화롭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상풍력이 탄소중립 시대의 주역이 되기를 희망한다. 박성우

[김상호 칼럼] 막가파 공약 양산, 유권자 책임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더불민주당 하남시 갑-을 지역 본선 진출 후보들이 결정됐습니다. 시민 선택을 받기 위해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적 약속', 즉 '공약'도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모든 공약은 기록으로 남게 되며, 선출된 순간부터 반드시 실천할 의무가 생깁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제가 하남시장 후보로서 내건 공약 역시 다시금 성찰해 봅니다. 저는 당시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약속'만 공약하자고 선거캠프에 주문했습니다. 특히 미사-위례-감일-원도심 주민대표단 간담회에서, 저는 지킬 수 없는 공약은 가능한 확답을 지양하고, 최대한 시민 입장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런 제 입장에 대해 커뮤니티 까페 등 온라인상에선 “김상호는 안하거나 못 한다"는 비판도 있었고, “당선되려면 못해도 일단 한다고 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당시 현행법과 하남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가진 현직 시장인 제 입장에서, 단지 오로지 표만을 얻기 위해 불가능한 내용을 된다고 공약할 수는 결코 없었습니다. 이는 하남시민은 물론 지역정치, 시민사회,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한 정치인의 단말마와 다름없습니다. 반면 당시 상대 후보는 명함과 현수막, 심지어 선거공보에까지 △미사 수석대교 재검토 △미사 신설중(가칭 한홀중) 2025년 개교 △미사 9호선 2023년 착공 △원도심 3호선 '신덕풍역' 현대아파트 앞 신설 △위례신사선 본선과 하남 연장선 동시 착공 등을 공약으로 과감하게(?)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 2년이 다가오는 지금, 이런 공약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상황입니다. 덕풍역은 신덕풍역 신설이 아니라 역사 위치 조정으로, 위례신사선 하남 연장선은 지역갈등 속에 놓여있고, 더 중요한 자체 본선 연결도 기재부와 서울시의 건설비 갈등으로 지역 핵심현안으로 부각됐습니다. 수석대교 재검토는 '관제 동원 데모' 논란 속에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지하철 9호선 연장도 이제야 비로소 지역 주민설명회가 시작됐습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일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으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You can fool all the people some of the time and some of the people all the time, but you can not fool all the people all the time)"고 설파했습니다. 총선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뇌리를 관통해 가슴에 울려 퍼지는 명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정치적 올바름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총선 후보들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남다릅니다. 하남시민 여러분, 하남 유권자 여러분! 하남 미래 발전과 하남정치 혁신을 원한다면 후보들에게 무조건적인 막무가내 약속을 강요하지 말아주십시오. 정치인 약속이 희망고문이 아니라 정확하고, 세밀한 하남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되도록 첫걸음부터 시민과 함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막가파 요구는 '아니면 말고 식' 공약을 양산하는 토양입니다. 하남시에도 요청합니다. 정당을 떠나, 출마 후보들 공약은 대체로 숙원사업과 민원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사안은 앞뒤를 따지기도 전에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다양한 공약이 어느 정도 현실 가능한지,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진영을 따지지 말고, 먼저 나서서 사실을 확인해주기 바랍니다.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한 '가짜 공약'을 지양하고, 진짜 할 수 있는 일들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후보시절에, 공약을 만드는 단계에서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하남시에서 협조해야 합니다. 선거공보에 실리는 공약은 국민혈세인 세금, 하남시정 우선순위와 행정력 투입,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후보들에게도 요청합니다. 시민불편에 공감하고, 하남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공약으로 정치 신뢰를 높여주시기 바랍니다. 오는 4월 총선에선 우리 하남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하남의 구체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진정한 일꾼을 뽑는 선거가 되길 바랍니다. 모든 후보님이 지킬 수 있는 진실한 약속의 힘이 공약으로 발휘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해법은 ‘수소’

수소경제의 개념은 수소를 저장, 이용, 전환해 주력 에너지로 사용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수소 정책은 수소승용차, 발전용 연료전지 등 일부 활용 분야로 국한되어 생산, 저장, 운송 분야 등의 산업 경쟁력이 선진국과 격차가 있었다.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수소 생태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흡했다. 그레이수소는 LNG를 개질한 추출수소, 석유화학. 철강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수소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1월 첫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국정 과제를 제시했다.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의 수소 정책 방향은 3가지 성장 전략으로 규모와 범위의 성장, 인프라 및 제도의 성장, 산업·기술의 성장이다. 우리나라 대표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의 사례를 보면 현재 석탄 85%를 신재생과 수소 100% 무탄소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남동발전의 지난해 전원 믹스는 총 용량 9.3GW 중 석탄 84.8%, LNG 9.9%, 신재생 5.3%이다. 이를 2050년까지 총용량 20.5GW 중 수소 46%,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51%, 분산(수소) 3%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수소 정책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인프라 및 제도이다. 정부는 청정수소. 활용 촉진을 위해 유통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세계 최대 수준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하고 액화충전소도 확대한다. 즉 암모니아· 수소기지를 건설하여 수소 전용 배관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남동발전은 수도권 전력의 25%를 공급하는 영흥발전소를 '수도권 수소·암모니아 허브 터미널'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흥발전소에 6만5000톤급 전용부두와 인수 설비, 3만5000톤급 2개의 저장탱크를 설치한다. 남동발전의 이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국내 최대의 서해안 및 수도권 무탄소 인프라가 구축된다. 남동발전은 삼천포와 여수에도 암모니아 공급 기지 구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수소 정책에서 산업·기술 부문은 세계 1등 수소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술혁신을 통해 수소 활용분야 뿐 아니라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전주기의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의 7대 전략 분야는 수전해, 액화수소 운송선, 트레일러 ,충전소, 연료전지(모빌리티/발전), 수소터빈 등이다. 남동발전은 국내 발전사 최초로 중장기 수소 로드맵을 수립하고, 석탄발전을 무탄소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혼소/전소는 삼천포발전 3·4·5·6호기와 영흥발전 1·2호기 등 총 6기를 2028년부터 연차적으로 LNG 복합 대체 수소 혼소를 실현하며, 2050년까지 수소 전소(100%)를, 그리고 암모니아 혼소는 영흥 3·4·5·6호기와 여수발전 1·2호기 등 총 6기를 2027년부터 혼소 100%부터 시작해 2050년엔 수소전소 10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세계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전원을 원하고 있다. RE100이라는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로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에너지원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답은 나와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실천하느냐이다. 정부는 실행 가능한 지원을 속도감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 식견을 가진 사람이 필요이다. 2~3년에 걸쳐 세밀하게 계획을 짜고 이제부터 실행해야 하는 타이밍에 의사결정 라인을 모두 임기만료란 이유로 교체 한다면이 자칫 큰 실수를 범할수 있다. 계획된 사업이 처음부터 잘 정착될 수 있도록 CEO 등 해당 임원에 대해 연임이 필요하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한다. 강천구

[EE칼럼] 탄력 받는 미국 전기차 고속 충전시장

조셉 김 한미에너지협회 이사장 미국에서 전기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미국 내 많은 고속충전소의 평균 가동률이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전기차 중전 사업을 위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는 'Stable Auto Corp'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Tesla가 운영하지 않는 미국 고속충전소의 평균 활용률은 1월 9%에서 12월 18%로 2배 늘었다. 달리말하면, 전국의 모든 고속충전기가 하루 평균 거의 5시간 동안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다. 완속 중전기의 활용률은 2023년 1월 4.9%에서 2023년 12월 6.5%로 완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Stable Auto는 전기차 고속 충전소가 수익을 창출하려면 약 15%의 시간 동안 충전을 제공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 미국 고속 충전소의 평균 활용률이 18%라고 하는 것은 처음으로 충전소 사업이 흑자로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완속 충전기의 사업성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전기차 고속충전소 운영 사업자인 EVgo의 경우 미국에서 약 3분의 1이 2023년 기준 활용률이 최소한 20% 정도를 넘겼다. 물론 아직까지 67% 이상의 고속충전소가 적자이지만 향후 3년 안에 괄목할 만한 수익성의 성장이 기대된다. 블룸버그 그린(Bloomberg Green)의 연방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2023년 한 해에 거의 증가한 수치이다. 2023년 말까지 미국 내 고속충전기가 보급된 곳이 거의 8000곳에 달한다. 이는 미국 내 보급된 주유소 16개당 급속충전소가 하나씩 있게 된 것이다. 미국내 고속충전기가 수익을 내기 위한 최소한의 활용률이 15%라고 이미 앞에서 설명을 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전역에서 15% 활용률을 넘기고 있는 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캘리포니아 24%, 오리건 17%, 워싱턴 17%, 네바다 28%, 애리조나 16%, 텍사스 23%, 미네소타 20%, 일리노이 28% , 인디애나 16%, 플로리다 23%, 버지니아 16%, 펜실베이니아 26%, 델라웨어 16%, 뉴욕 20% , 코네티컷 26%, 뉴저지 27%, 메사츠세츠 21%, 뉴햄프셔 20% 등이다. 가장 고속충전기 활용률이 높은 주는 일리노이주와 네바다주로 28%나 된다. 앞에서 제시된 각 주별 고속충전기 평균 활용률 수치를 보면 각 주의 전기차 보급률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2023년에 약 천 개의 새로운 고속충전소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충전기 활용률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속충전기 고장율이 평균 15% 이상인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더 고무적인 수치이다. 지금까지는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이 부족한 충전시설이었다. 그러나 고속충전소의 사업성이 좋아지고 연방 및 주 정부 지원 자금까지 더해짐으로써 더 많은 장소에 더 많은 충전소가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구매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져서 전기차보급이 더 활성화될것이다. 그러나 고속 충전기 시장이 한 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고속 충전소는 사용 시간의 약 15%가 될 때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활용률이 30%에 도달하면 충전소에 충전을 하려는 전기차가 많아지고 충전기가 지속적으로 사용됨으로 인하여 전기차 충전을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당 장소에 추가적인 고속 충전기 설치가 요구된다. 이 현상은 Tesla 충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다. 현재까지는 Tesla 충전소는 Tesla 차량 소유주들의 전유물이었다. Tesla의현재 고속충전기의 평균 활용률이 25% 이상을 넘어가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대기시간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상황이다.여기에 정부와의 협의를 통하여 연방지원금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가 만든 차량에게도 Tesla충전소를 개방해야 한다.이로 인하여 Tesla충전소에서도 대기시간이급속도로 길어져서 기존 Tesla 차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전체 전기차 충전 수요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새로운 장소에 고속 충전기 설치 수요뿐만 아니라 기존 충전소 내 추가 설치 수요가 겹쳐서 2024년 이후에도 고속충전기 시장이 더욱 성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활용도 데이터에 따르면 한때 낮은 활용도로 인해 투자 수익이 불투명했던 고속 충전소 사업이 이제 미국 여러 주에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주행거리가 더 크고 더 빠른 충전 차량이 요구되는 전기차가 시장에 지속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즉 한국의 충전사업자 뿐만 아니라 수익성 있는 미래 사업을 찾고 있는 기업들이 미국 고속충전소 사업을 적극 검토할 때이다. 조셉김

[EE칼럼] 기후문제, 산업과 통상의 문제다

최근 국내외 정세변화 양상을 보면 가히 대전환기적 상황이라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미·중 패권경쟁과 헤게모니 다극화 속에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예상치 않은 전쟁의 발발이나 동맹체제의 변경과 같은 외교 안보 질서의 변화도 크지만, 국제 산업통상 질서의 변동은 더 가파르다. 공급망 안정화와 일자리 창출이 맞물리며 그동안 글로벌 경제 질서를 지배한 자유시장 기반의 세계화가 퇴조하고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표현한 “국내중심경제학(Homeland Economics)의 시대"가 오는 듯하다. 국제적으로는 다양한 무역규제, 국내적으로는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의 부활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강력하게 추동하는 요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전 세계가 동시에 전개하고 있는 탈탄소 전환이다. EU는 탄소국경조정(CBAM)을 통해 EU에 수출하는 타국의 상품에 대해 EU 수준의 탄소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으로 EU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메커니즘을 작동하고자 한다. 2023년부터 과도기를 거쳐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들고 나왔는데, 총 7370억달러 재원 중 4400억달러를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 녹색산업에 투여,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후 입법안으로 평가받는다. 이 정책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탄소중립 관련 제품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 보호나 해외 클린산업 유치를 추진하는 적나라한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다.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인 RE100도 각국의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RE100은 애플, 구글, 3M 등 글로벌 기업 400여개가 참여하여 이 기업에 납품하는 각국의 수천개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기후정책들은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자국 산업의 탈탄소 전환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글로벌 산업통상 질서와 연계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우리 현실과 타국의 전략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제대로 된 탈탄소 전환 정책 및 산업 통상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국가경제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가 갈라파고스에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국제적 추세와 동떨어진 정책을 펼치거나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생에너지 생산 목표의 하향 조정과 원전 강화 정책이다. 지난 정부에서 2030년에 30.2%로 설정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1.6%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8%로 높였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기업들의 RE100 대응이다. RE100은 비록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동참을 약속하고 실제로 부품과 소재를 조달하는 연관기업에도 RE100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 기준이 되었다. 삼성, SK 등 우리의 핵심 기업들도 모두 참여하고 있다. 공급망 체계 안에 있는 국내 부품 및 소재 기업들도 이미 기준 준수를 요구받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들에게 재생에너지를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원전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이니 괜찮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RE100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는 것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버렸다. RE100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이미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위험성을 예견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하고 여기에 더해 보조금까지 지원하는 미국 등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는 현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시행한 이후 1년간 외국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 건수 중 한국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탄소중립의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 관련 글로벌 산업통상 규제를 돌파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인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증대를 위한 정책을 시급히 펴야 한다.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증대를 위한 초강력 정책패키지인 '부활절 패키지'와 같이 국가가 총력으로 정책드라이브를 걸어가는 시도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서왕진

[김상호 칼럼] 4.10 이후 여야 ‘총선백서 발간’ 필요

4.10 총선을 앞두고 하남지역 후보 공천이 여야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여야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후보 공천 과정은 여야 모두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내부 잡음과 파열음이 터졌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역 정당 당원은 물론이고 시민이 이맛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는 중앙당이 하남시 2곳 전략공천을 재고하고, 1곳이라도 지역 후보자를 포함한 전략경선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건의는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중앙당 전략공천 기준이 일관성 있게 적용됐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강병덕-오수봉 두 후보는 고뇌 속에 이를 수용했습니다. 선당후사를 기억하겠습니다. 하남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당원 권리를 보장하는 지역 후보자 참여 경선을 1곳도 대변하지 못한 대목은 하남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뼈아픈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하남갑 지역에서 헌신한 당협위원장을 하남을 선거구로 옮겨, 특정인을 배려한 듯한 무늬만 경선을 도입했습니다. 이번 22대 총선 양당 지역공천과 지역정치를 보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선출직 공천과 민주적인 지역위원회 운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생각합니다. 첫째, 필요조건은 양당 모두 총선 이후, 하남시 공천 사례가 공정했는지, 지역 당원 권리를 존중했는지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당내 갈등을 우려해 '대선백서'를 발행하지 못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이는 총선 관련 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대선 평가가 이뤄졌다면 공천 혁신 통합력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향후 '총선백서'를 만들어 민주당 통합 기반을 만들고, 풀뿌리 지역 정치인을 품는 공천제도 혁신을 계속해야 합니다. 민주당 전략지역이던 용인(이언주 후보, 지역 후보 3인 경선)-화성(지역 후보 3인 경선)-안산(경선 방식 변경, 3인 경선)-의정부(영입인재 1호와 지역 후보 2인 경선) 등 4곳과 비교해 하남시 갑을 2곳을 모두 전략공천으로 결정하고, 6인 예비후보를 모두 배제한 점은 형평성에 분명 어긋납니다. 하남 국민의힘 역시 4년간 하남갑 출마를 희망했던 1등 예비후보를 다른 지역으로 배제한 경선과정을 성찰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충분조건입니다. 이제 본선 후보들이 지역 정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보면 2020년 하남시 지방선거 시-도의원 공천은 여야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공천에 대한 기준 없이, 자기 사람은 경선 없이 단수로, 시-·도의원 후보자들을 공천했습니다. 민주당은 현역 시-도의원들이 예비후보 경선기간에는 특정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하게 돼있습니다. 그러나 하남 국민의힘 시-도의원들은 모두 현 당협위원장 예비후보를 지지선언을 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하남 정치문화 혁신을 위해, 민주적인 지역정당 운영, 시-도의원 선출 정책이 절실합니다. 일례로 이번 광주시 총선에 출마했던 박해광 예비후보(국민의힘)의 '민주적 공천 공약(안)'을 소개합니다. 박해광 예비후보는 “국회의원이 된다면 광주시을 지역에서 시-도의원 후보자격 심사 시 최소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겠다"며 그 최소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연간 100시간 이상 봉사활동 실적을 비롯해 △연간 100만원 이상 공익기부 실적(청년후보 감액 가능) △후보심사 신청일 이전 2년 이상 해당 지역 실거주 △책임당원 200명 이상 확보 및 1년 이상 유지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시-도의원이 되려고 하는 후보들 시선과 행동은 시민이 아니라 지역위원장 또는 국회의원에게만 맞춰져 있어, 바른 정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그의 진단에 공감합니다. 양당 공천 결과에 대한 평가는 이제 국민 몫이 됐습니다. 총선을 통해 공천 혁신 성적표, 즉 당선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총선이 끝난 후 정치혁신과 자치분권시대를 위해 여야 모두 객관적인 총선 공천 평가와, 민주적인 지역 정당 운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실천하기를 기대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쓰레기 전쟁, 경제논리로 풀어야

수년전부터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시멘트, 자원순환, 열분해 업계가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넘쳐나는 쓰레기를 해외로 수출했다가 반송되어 오고, 처리가 곤란해지자 소각 매립 등을 전문으로 하는 폐기물 업체의 주가가 하늘찌르듯 올라가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자원순환 혹은 폐기물 처리 자체가 서로 경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라, 환경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폐기물에서 나프타 등을 추출하는 도시유전 사업이나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이 자원을 순환시킨다는 개념에서는 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시멘트 소각장 운영에 필요한 유연탄 수입을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한다는 것도 수입대체효과 및 광의의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자원순환이기 때문이다. 물론 열분해업, 물질재활용업, 소각업, 고형연료업, 시멘트, 석유화학업계가 폐기물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밀려나서 생존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사업성에 바탕을 두지 않은 정부지원 의존적 수익성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고 제한된 자원은 가장 효율적인 순번으로, 즉 높은 사업성에 따라 줄지어 배분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이 선의의 경쟁이 되기 위해선 광의의 경제학적 사업성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먼저 규제의 공평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업계 간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면 현재의 폐기물 자원의 시멘트 업계 쏠림 현상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사실 사업성이 가장 좋은 시멘트 소성로 연료로의 사용은 일반 폐기물 소각업에 비해 훨씬 완화된 배출 허용기준 및 오염물질의 배출량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불공평하게 느슨한 규제가 시멘트 소성연료로서의 높은 사업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업성 즉 사적인 이익에 따라 자원의 배분이 일차적으로 이뤄지지만, 공익을 위해선 경제학에서 늘 얘기하는 외부성(Externality)이 고려되어야 한다. 외부성이란 한 경제주체의 행위로 인해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경제적 이익이나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거나 지불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컨데, 폐기물의 자원재활용을 통해서 자원의 고갈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의 사회적인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면 양의 외부성이 인정된다. 반면 폐기물을 소각함에 따라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면 사회적인 부정적인 외부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단순히 사적인 이익을 감안한 사업성 만을 비교해 폐기물 자원의 배분이 이뤄져선 안된다. 외부성을 감안한 공평한 규제이 적용된 후에야 진정한 사업성 비교가 가능하다. 둘째, 기존의 재활용업계도 스스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데, 열분해 및 자원재활용업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 이뤄진다. 이를 배출권으로 인정받아 매매할 수 있으면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물론 현 업계에서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탄소배출권으로서 인정받아 본인의 소유로 가져오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발급되는 배출권의 소유권을 두고 합의가 안돼 발급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자원재활용을 통한 최종생산물의 납품처가 매우 제한돼 있는 경우가 많아 납품처에서 배출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 막상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생산자 측에서는 탄소배출권으로 인증 받을 유인 자체가 사라진다. 이는 기업의 탄소배출 공시기준 중 가장 범위가 넓은 개념 (Scope 3)과 관련된 이슈로 협력업체와의 원자재 구매, 제품 판매 등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소유권이 모호할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개입해 공익적 차원에서 실제 온실가스 저감이 이뤄지도록 업계간 권리관계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 유종민

[EE칼럼] 기후변화와 국가 에너지자원 그리고 개인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모든 국가의 행위의 결과다. 그러나 각국의 산업구조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다르다. 에너지원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로 인구수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에너지원 구성과 탄소중립 정책 동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한국의 역할과 방향을 잘 설정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의 다양한 에너지원 구성은 그 나라의 에너지자원 부존 현황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의 공급망도 지리적, 외교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다. 탄소중립을 외치는 지금도 화석연료가 전세계 1차 에너지원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는 2050년이 돼도 화석연료의 비율은 6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화석연료 중에 단위 에너지 생산에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은 석탄을 제외하면 석유와 가스는 2050년이 돼도 지금의 소비량이 소폭 감소 또는 유지되고, 천연가스는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과정에 국제협력이 필수적인데 각국의 경제가 달려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현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오롯이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 속도와 규모에 달려 있다. 전 세계 지역별 에너지원의 구성을 살펴보면 유럽과 북남미 등은 수력을 포함한 신재생 비율이 20~35% 내외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은 석유가스가 75~95%,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석탄이 50%를 차지한다. 이처럼 지역별로 경제적으로 가용 에너지원이 다양하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북남미와 유럽은 2.5~4.2 TOE (오일 환산 톤), 러시아와 중동은 1.7 TOE 미만,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4 TOE 이하다. 문제는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세계 인구 75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지역의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것이고 이중 3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의 미래 에너지원과 소비량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에너지소비와 에너지원 구성, 산업 발전 속도에 따라 세계 에너지원 공급망이 좌우 될 것이 불 보듯 분명하다. 이들이 선진국수준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에너지 공급량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에너지원 구성이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 열심히 잘한다고 탄소중립이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30%는 중국, 15%는 미국, 8%는 인도가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2% 미만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많은 국가들이 겉으로 2050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정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과 인도는 각각 2060년, 207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한다. 40~50년 이후를 말하고 있다. 5년 이후도 모르는 데 30년 후의 탄소중립은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에 탄소중립과정에서 국제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090년이 지나서야 탄소중립이 달성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은 수십년 간 지속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석유와 가스는 연료 및 원료로서의 역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석유가스산업이 자체적인 탄소중립이 가능한 이산화탄소 저장소 역할과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로서의 역할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심부 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생산 유체로부터 지열과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분야, 시간과 자본,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 선제적 대응과 준비가 필요한 분야. 이것이 바로 에너지자원 공급망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여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신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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