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8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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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텔의 몰락, 삼성전자는 안녕하십니까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콜드 플레이'의 명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의 가사는 몰락한 왕이 화려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비참한 최후를 맞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이는 과거 '외계인을 고문해서 신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받았던 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IDC) 인텔의 모습과 판박이다.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PC)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코어 시리즈를 출시하며 AMD를 압도하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당시 인텔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설계 기술력을 자랑했다. 인텔은 PC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훨씬 많은 칩을 꾸준히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는 최신 제조 공정 경쟁에서 경쟁 우위를 다져나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고, '내 손 안의 PC'인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 PC 시장은 정체기를 맞았고, 이와 동시에 인텔의 아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텔에는 과거의 찬란했던 유산들이 있어 타사 칩을 위탁 생산할 기회가 있었다. ARM 명령어 셋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칩을 설계해 판매했더라면 여전히 시장 내 인텔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인텔은 자체 설계한 x86 아키텍처 칩으로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최악의 수를 뒀고, ARM 아키텍처 대비 성능과 전성비 면에서 모두 처참히 깨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인텔 제국을 확실히 나락으로 보내버린 6대 최고 경영자(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6년의 재임 기간 중 원가 절감을 통한 단기 성과에 집착하며 2016년에는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해고했다. 해고 인력 대부분은 연구·개발(R&D) 부서원이었고, 이들은 경쟁사로 이직해 인텔은 기술력 격차·규모의 경제 2개의 해자를 모두 상실했다. TSMC와 AMD는 엄청난 반사 이익을 보며 인텔을 제쳤다. 앞으로도 인텔의 미래는 밝지 않다. ARM 아키텍처가 PC 시장에 침투하기 시작했고, 퀄컴도 이를 기반으로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또 서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고, 고부가가치가 기대되는 AI 서버 영역에서도 인텔이 잘 만드는 중앙 처리 장치(CPU)가 아니라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집중돼있다는 점도 악재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타사 칩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규모의 경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TSMC도 채택한 전략이어서 이제는 오히려 인텔이 넘어야 할 벽이 돼버렸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1.8나노(18A) 공정은 브로드컴의 반도체 제조 테스트에서 실패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인텔의 몰락이 삼성전자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첨단 기술 패권 다툼으로 번졌고, 삼성전자는 '칩4 동맹'의 질서 속에서도 줄타기를 하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인공 지능(AI)·그래픽 처리·데이터 센터 등의 필수 요소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졌고, D램과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과거의 삼성전자가 아니라는 비평도 쏟아진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해체한 HBM 전담 부서는 전영현 부회장이 부랴부랴 부활시키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격차'에서 '추격자'가 됐다는 말이 뼈 아프게 들리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생존을 위해 혁신 기술 개발과 투자 확대에 있고, 무엇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변화 속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추진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로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 업계 최초로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했고, 3나노 공정에서 시장을 선도할 경쟁 우위를 확보해 TSMC에 열세인 상황 역전극을 모색하고 있다. 파운드리가 걸음마 단계라서 TSMC에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이를 당연시 해서는 안 된다.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관료제에 가까운 인텔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려는 노력 조차 기울이지 않아 혁신과 멀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인텔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었는가.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물산업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야...내년 세계 물산업 규모 1천조원

물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모든 생태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증가, 기후 변화, 그리고 산업화의 영향으로 물 자원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산업 또는 수(水)처리산업(water industry)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물산업의 도전은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이다. 세계 인구가 2050년까지 9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농업, 산업, 생활용수 등 모든 분야에서 물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는 물 자원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수질 오염도 문제다. 산업 폐수, 농업에서의 화학물질 사용, 도시의 하수 등이 물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이는 생태계와 인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깨끗한 물의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처리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물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첫째, 기술 혁신을 통한 수처리 기술의 발전이다. 나노기술(NT),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수처리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오염 물질 제거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물의 재이용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어, 기존의 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둘째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물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의 확보와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며, 이는 물산업에 큰 성장 잠재력을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처리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2010년 4,828억달러(약 527조원)에서 2025년에는 8,650억달러(약 94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영국 GWI 보고서).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 물의 1% 이하이기 때문에 하폐수 재활용이나 해수 담수화 같은 수처리 관련 산업은 '블루 골드(blue gold)'로 각광받고 있다. 해당 분야 최선두 기업은 100여년 전 수자원 관리를 민영화한 프랑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수에즈이다. 1억 2,500만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는 세계 1위 베올리아(Veolia)의 2023년 매출액은 450억유로(약 66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물산업도 급속한 성장과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도 세계 8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글로벌 복합기업의 참여와 신흥 물 메이저 기업의 출현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즉 우리 기업들에게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째, 에너지 문제,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 글로벌 이슈들이 물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대목이다. 우리 물산업이 단순히 물 처리를 넘어 환경 전반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기술의 진보, 특히 AI의 도입은 물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하수 슬러지 처리 및 자원화 연구는 산업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우리 물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 그리고 AI 등 첨단 기술의 적극적 도입이다. 특히 분리막 기술과 같은 핵심 기술의 발전은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물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자원이다. 우리 물산업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한다면, 글로벌 물산업의 중심에 서는 것은 물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수년전부터 인공지능(AI)과 기후테크를 국가가 집중 육성해야 할 신성장동력으로 강조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AI와 기후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AI와 기후테크에 이어 물산업을 우라나라의 세 번째 신성장동력으로 채택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국내에서는 4대강과 저수지 및 공장폐수 등 수처리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는 못미치고 문제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장 점검을 통한 문제점 해결과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문형남

[EE칼럼] 덴마크 해상풍력 역사로 본 우리의 과제

덴마크는 풍력의 나라이다. 2023년에 전체 전력의 약 58%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했다. 전체 민간부문 일자리의 약 2.3%가 풍력 산업 공급망에 속해 있다. 풍력발전 비중을 더욱 확대하여 2035년까지 최대 84%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폴 라쿠르(Poul la Cour)는 덴마크 풍력발전의 선구자이자, 계몽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1891년에 풍력 터빈을 제작하여 전기를 생산했으며, 풍력을 활용하여 농업을 기계화하고 난방과 조명을 개선하고자 했다. 1918년에 약 2~3만개의 덴마크 농장에서 펌프, 전기톱, 분쇄기, 탈곡기 등을 구동하기 위해 소형 풍력 터빈을 사용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 에너지 부족을 경험한 덴마크는 중앙집중식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 수입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동유럽에서의 석탄 수입은 불안정했고 서유럽의 석탄은 비쌌다. 당시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가 석탄이나 석유로 생산한 전기보다 두 배나 비쌌기 때문에 풍력발전이 관심을 끌지 못했다.1963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되면서 환경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유는 저렴하고 풍부하며 운송이 쉬워서 주력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1970년대의 오일 쇼크는 충격이었다. 경제는 악화되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1970년대에 덴마크는 초기 단계에 있던 풍력 산업을 지원하는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1976년에 풍력발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고, 덴마크 시험센터에서 인증받은 풍력 터빈에 대해 30%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1979년에는 당시만 해도 작은 회사였던 베스타스가 풍력 터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구한 협동조합 역사를 기반으로 풍력발전 협동조합이 조직되었으며,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990년대 후반 덴마크에 있는 6,300기의 풍력 터빈 대부분은 협동조합과 개인 소유였다. 풍력 터빈의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단지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적, 법적 복잡성이 증가했다. 투자 규모와 리스크도 커졌다. 협동조합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다. 역사적으로 덴마크 국민은 풍력발전 단지와 터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육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단체가 조직되었고, 풍력발전 단지에 대한 저항 소식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육상풍력 단지가 반대에 부딪히면서, 해상풍력 산업이 성장했다. 1987년에 해상풍력발전위원회가 설립됐다. 1991년에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 단지인 빈더비(4.95MW)가 설치되었다. 2010년에는 앤홀트(400MW) 단지가 운전을 시작했다. 에스비에르항과 같은 배후항만 조성과 전력망 연결 지원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환경과 수용성 문제로 육상풍력 확대에 어려움이 많다. 해양플랜트, 조선, 철강, 해저케이블 등의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에게 해상풍력은 새로운 기회이다. 국내에는 124.5MW의 해상풍력이 설치되어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제주 한림해상풍력(100MW)과 전남해상풍력(99MW) 단지가 준공되면 올 연말에는 323MW로 늘어난다. 2023년에 해상풍력을 대상으로 입찰을 처음으로 실시하여 5개 단지 1,431MW가 낙찰되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풍력발전은 40.7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해상풍력 산업계에서는 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중장기 입찰 물량 제시를 요청했는데, 최근 정부에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4~2026년까지 7~8GW를 입찰한다. 차세대 산업인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해 별도로 전망을 제시하고 입찰시장을 신설한다는 내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비가격지표 배점을 확대하고, 거점·유지보수, 안보·공공역할 측면도 평가에 추가로 반영한다는 내용은 에너지안보와 지역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덴마크 사례를 봤을 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배후항만,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년)에 해상풍력 관련 내용이 거의 포함되지 않아 항만 미비로 인한 차질이 예상된다. 전력망의 경우, 미국도 2030년까지 30GW의 해상풍력 설치를 위해 멕시코만과 대서양 지역의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 공급망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여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올해 제정된 자원안보특별법을 활용하여 해상풍력의 공급망 취약점을 분석하고 생산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이 29GW 이상에 달한다. 해상풍력을 통해 우리 산업이 성장하고 기후위기에도 슬기롭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박성우

[EE칼럼] 핵심광물 확보와 ESG, 자원 안보의 ‘굿 파트너’ 돼야

최근 이혼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굿 파트너'가 요즘 공중파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정도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원래 드라마에서 이혼이나 출생의 비밀은 인기있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베테랑 변호사와 신입 변호사가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모습에서 위로를 얻고 성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이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들이 오히려 궁합이 잘 맞는 경우가 있다. 바로 핵심광물 확보와 ESG경영이 그러하다. 중국은 작년부터 반도체 핵심광물 게르마늄과 갈륨, 배터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을 통제하였으며, 올 8월에는 반도체와 배터리에 사용되는 안티모니를 통제하기로 발표하였다. 이 때문에 해당 광물의 가격은 폭등하여 반도체와 배터리의 공급망은 매우 불안정한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정부가 그 다음으로 텅스텐을 통제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텅스텐은 반도체와 배터리의 주요 원료이며, 온을 잘 견딜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열전자 필라멘트, 전기용접, 포탄, 로켓, 그리고 더 나아가 핵융합 발전에도 필수적인 광물이다. 따라서 전세계 텅스텐의 80% 이상 생산하는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게 되면 반도체와 각종 소재 산업, 그리고 방위 산업이 바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에게 동시에 위협이 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몇 년 전부터 강원도 영월의 상동 텅스텐 광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한중석을 인수한 캐나다 기업 알몬티가 상동 광업소를 다시 열기 위해 수 년간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지난 8월 미국 지질조사국 국립광물센터 대표단이 강원도를 방문하여 텅스텐 정광 생산 재개 가능성, 운반 갱도 및 가공 공장 건설 진행 상황, 그리고 텅스텐 산화물 공장 건설에 계획을 구체적으로 조사하였다. 다시 상동 광업소가 개장하여 텅스텐을 생산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원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1990년대에 상동 광업소가 텅스텐이 고갈되어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 중국 수입 텅스텐과 비교하여 경제성이 낮았기 때문에 문을 닫은 것이다. 또한 현재 시점이 대한중석이 우리나라 수출 절반을 차지하던 1960년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50년이 넘게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사회와 문화가 완전히 변화하였다. 따라서 그 시대 사람들이 일하던 방식으로 일할 한국인 근로자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8월 국내 모 비철금속 제련소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바와 같이, 산업재해나 환경오염을 무시하던 과거의 방식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채굴과 제련, 정련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상동광산이 폐쇄되었던 30년 전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선진국이므로, 국내에서 광업 및 비철금속업을 영위하려면 경제성과 더불어 환경과 노동/인권/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ESG경영을 해야만 한다. 국내에서 텅스텐 원재료 공급망을 다시 구축하려면 각 단계별로 환경오염과 산업재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마침 국내에서도 인력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IoT 스마트 마이닝(채굴) 기술을 비롯하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정련/제련 기술, 그리고 부산물에서 다시 희토류/희유금속을 추출하는 기술, 그리고 텅스텐 스크랩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순환 기술이 순차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발판으로 하여 글로벌 텅스텐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핵심광물 확보와 ESG경영이 우리나라의 자원 안보를 지키는 '굿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진 기자

[기자수첩] 플랫폼 1등에 따라붙는 ‘갑질 논란’

CJ올리브영과 무신사 두 기업은 각각 주력 분야인 화장품과 패션 플랫폼업계 1위로 평가받으며 압도적 시장영향력을 가졌다는 긍정적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면에, 둘 다 '갑질 논란'이라는 부정적 교집합도 공유하고 있다. 입점업체에 갑질 혐의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두 기업이 최근 나란히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면서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8일 무신사가 운영한 '뷰티 페스타 인 성수'에 입점 예정이던 화장품 업체 40여 곳 중 10%가량이 돌연 참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일각에선 올리브영이 해당 납품 브랜드 업체에 불참을 종용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공정위도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올리브영이 여러 납품업체에 경쟁사 판촉 행사 불참을 압박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이 때문에 올리브영은 지난 10일 공정위로부터 현장 조사를 받았다. 무신사도 올리브영과 유사한 혐의로 공정위의 칼날에 서 있다. 무신사가 서면 합의 없이 입점 브랜드 대상으로 경쟁 플랫폼으로 진출을 금지하고, 자사에 가격·재고를 관리받도록 한 행위로 지난달 26일 공정위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일단 두 회사 모두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올리브영·무신사의 불공정행위 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회사가 가장 강조해 온 '상생 경영'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올리브영은 신진·중소기업 브랜드의 인큐베이터를 자처하는 만큼 입점을 통한 후광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의 기대감도 유독 높다. 무신사도 2016년 2000개에서 올해 8000여개까지 패션·뷰티 등 신진·중소 브랜드 위주로 빠르게 규모를 늘린 만큼 시장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불공정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국내 플랫폼업계 문화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일부 인디(독립)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해외 소비자들의 K-뷰티 진입 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같은 불공정 시비는 K-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를 깎아먹는 요인이다. 서로 건전한 견제와 함께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플랫폼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도(正道)'이다. 올리브영과 무신사가 리딩기업답게 중소 브랜드업체의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하고, 신규시장 진입을 지원해 '상생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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