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호 산업부 기자
LG전자는 요즘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건 기업의 당연한 과제임에도 그 중에서도 LG전자는 유난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분주한 행보로 주목받는 대표사례가 LG의 냉난방공조(HVAC)사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기존 H&A(가전) 사업본부에서 HVAC를 분리해 'ES사업본부'를 신설한데 이어 최근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은 “데이터센터용 냉각솔루션 수주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확대해 시장보다 2배 빠른 성장 속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LG전자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로봇, 스마트팩토리, 모듈주택, 신소재 등 다양한 기업간 거래(B2B)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업계의 맹주다. 지난해 미국 월풀과 매출 격차를 11조원 가까이 벌리며 3년 연속 글로벌 생활가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 저가 공세로 시장을 파고든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는 이제 중저가를 넘어 프리미엄 영역까지 진출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LG전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라는 '굵직한 축'이 없다. 국내외 경쟁 전자기업들과 구별되는 뚜렷한 아킬레스건이다. 따라서, LG전자의 체질 개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성공한 기업일수록 기존에 잘 하던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변화는 언제나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LG전자는 '제2의 소니'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브라운관TV와 워크맨으로 성장했던 소니는 경쟁이 치열해지자 2010년대 들어 '탈(脫)전자'를 선언했다. 2012년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전자제품 비중이 이제 30%대로 줄었고, 그 빈자리에 게임과 영상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로 메웠다.
이같은 체질 개선 결과, 소니는 지난해 말 주가가 2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금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감한 결단'과 '변화'라는 두 혁신 키워드가 소니의 '제2 부흥기'를 이끈 핵심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지금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급변하는 시대, 변화 없이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 LG전자의 과감한 도전만이 '제2의 소니'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