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잠정) 발표가 나왔지만 시장은 일단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반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비록, 2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3분기 이후 메모리 반등과 모바일·디스플레이 부문의 성수기 진입 등이 실적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10조4400억원) 대비 55.9% 감소한 수치로, 증권사 3개월 컨센서스 평균치(6조1833억원)를 1조5000억원 이상 밑도는 '어닝 쇼크'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3년 4분기(2조8247억원) 이후 처음이다.
매출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9%, 전 분기 대비 6.49% 줄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을 포함한 전 부문에서 실적 압박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발생, AI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재 등으로 인해 실적이 전 분기보다 악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메모리 사업은 재고 관련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비메모리 부문 역시 고객사 감소와 판매 제약 여파로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HBM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주요 고객사의 제품 인증이 3분기 말로 연기되면서, 2분기 HBM 관련 매출과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고객 확보 부진과 대중 수출 제한 여파로 2조원 이상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시스템반도체(LSI) 부문도 AI 관련 첨단 제품의 수출 제한 영향으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1분기 실적을 이끈 모바일경험(MX) 부문 역시 신제품 효과 약화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TV·생활가전 부문은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본격 반영되며 수익성에 부담이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4월부터 기본관세 10%가 적용된 데 이어, 냉장고 등 일부 품목은 6월부터 최대 50%에 달하는 철강 파생 관세까지 부과되면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TV 부문은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에 직면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올해 전반기 실적 부진에도 삼성전자는 “개선된 HBM 제품에 대해 고객사별로 평가 및 출하가 진행 중"이라며, 향후 본격적인 매출 기여를 통한 후반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조심스레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지만, 3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이 의미 있게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연구원은 “D램은 AMD 등 주요 고객사 대상 HBM 판매 증가로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를 전망이며, 파운드리·S.LSI 부문은 성수기 진입과 엑시노스 칩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적자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 경쟁력 강화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4(6세대) 양산을 위한 기반 기술인 '1c 설계 기반 D램'을 개발했다. 1c는 현존하는 D램 공정 기술 중 가장 앞선 수준으로, 향후 HBM4 생산 전환에 있어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삼성은 이 기술을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하고 최신 D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이를 기반으로 HBM4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 진전이 삼성의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 선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디스플레이 부문은 하반기 성수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갤럭시 언팩 2025'를 열고, 갤럭시 Z 플립7·폴드7 등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역대 최슬림 디자인과 향상된 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삼성닷컴에서 진행 중인 사전 구매 알림 신청이 14일 만에 16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에도 지정학적 변수는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 14개국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8월 1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예정대로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제품 경쟁력 저하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