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인근에서 재한이란인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이란-이스라엘 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하면서 대우건설이 한시름을 덜게 됐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끼어 있는 이라크에서 각종 사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전쟁이 격화될 경우 예상되는 각종 리스크가 가라앉은 것이다. 외부 정국 불안 변수가 해소되면서 대우건설은 이라크 현지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2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스라엘이 기습적으로 이란을 공격해 주요 인사를 암살하고 핵 시설을 파괴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지난 24일 이후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포르도 지역 소재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폭격한 후 양측에 강력히 요청한 휴전 제안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놓여 있어 전쟁 피해가 불가피했던 이라크에 진출한 대우건설도 한시름 놓은 상태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과 이스라엘에 진행 중인 사업장이 없다. 이란은 한국 건설사들이 2009년까지만 해도 현지 공사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2010년대 들어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 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일제히 발을 뺐다. 이스라엘 역시 중동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건설사들이 의도적으로 진출 의지를 그리 크게 드러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들은 한국 건설사들의 시장 개척이 여전히 활발하다. 특히 대우건설은 최근들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한 이라크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이라크 현지에서 이라크 신항만 1단계 공사(수주액 2조2858억원), 이라크 침매터널(8504억원), 이라크 알포우 연결도로(5877억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총 3건의 프로젝트 수주액만도 3조7239억원 규모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이달 들어 이란-이스라엘이 서로 미사일 포격과 전투기·드론 공습을 주고 받으면서 의도하지 않은 피해, 즉 진행 중인 공사 현장이 눈먼 미사일이나 드론에 의한 피격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앞서 대우건설은 2014년 알포우 항만공사를 시작으로 현지 진출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9건의 공사를 진행했고 누적 수주액도 5조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2013년 IS(이슬람 레반트 국가)로부터 촉발된 이라크 내전이 2017년 현 이라크 공화국의 승리로 끝나고, 정국이 안정되면서 이라크 내부에서 재건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일감이 풍부해졌다. 특히 내전 중 일찌감치 현지에 진출한 대우건설은 현지 군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대우건설은 이미 국내에서도 군 전용 공항 2곳과 해군 기지 등을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시공한 이력이 있다.
IS 반란군을 진압하고 전쟁 승리로 이라크를 통일한 현지 정부와 군부는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군 시설 시공 경험이 풍부한 대우건설이 기회를 잡은 것이다.
대우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학을 졸업한 중동 전문가 정현석 상무를 이라크 지사장으로 보낼 정도로 현지 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1970년생인 정 상무는 이라크에서 테헤란 지사장, 바그다드 지사장, 바스라 지사장을 거친 '이란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실제로 정 상무를 비롯해 대우건설 관계자들이 이란 당국자나 군부 인사들을 만날 때는 VIP급 대접을 받을 정도로 현지에서 대우건설을 향한 신뢰는 깊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이 단기전으로 마무리 되면서 대우건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사일과 드론이 이라크 현지에 피해를 주는 불상사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정국이 안정을 되찾은 만큼 현재 대우건설은 이라크 국방부가 발주한 현지 공군 기지와 해군 기지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3월엔 이라크 국방부가 직접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주요 인사들이 김보현 사장을 예방하고, 대우건설이 시공한 청주 공군기지를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 대우건설의 이라크 현지 시장 개척이 점점 무르익는 분위기인 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0년 이상 공을 들여온 이라크 현지 사업이 주변국 분쟁으로 잠시 위협을 받았지만, 다행히 큰 불상사 없이 조기 종료됐다"며 “이라크 현지 군 시설 등으로 사업 보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