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납품대금연동제가 오는 10월 시행 1년을 맞이한다. 정부와 업계 모두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해당 제도를 좀 더 손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가스비‧전기요금과 같은 에너지 비용 인상도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이를 연동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원자재 물류를 담당하는 레미콘 기업들도 운송비를 연동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전기료와 운송비 등의 경비를 납품대금연동제의 연동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앞서 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지난 7월 18일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업종의 경우 납품대금 연동 대상에 전기·가스 등의 에너지 요금을 포함해야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같은 달 25일 같은 당의 김정호 의원도 에너지 비용에 산업용수에 대한 경비까지 연동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이달 19일 역시 민주당 송재봉 의원이 에너지 비용에 운송비 등의 주요 경비를 연동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치권에선 여당인 국민의힘도 에너지 비용 등을 연동대상에 포함하는 안에 이견이 없어 법 개정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하는 물품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하여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수탁기업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상생 문화 확산 및 공정한 시장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해 10월 전격 시행됐다. 해당 제도는 그간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도 '제값'을 요구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장에선 일부 사각지대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파른 에너지 비용 인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료는 2022년 38.9%가 급등하였음에도, 중소기업의 83.8%는 인상된 전기료를 납품 대금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가 283개 뿌리 중소기업(금형·주조·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력비가 10% 이상을 차지하는 열처리 업체는 전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레미콘 운반비도 최근 5년 동안 48.3%가 올랐으나, 납품대금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아 중소 레미콘 업체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크게 환영하고 있으나, 주요 경제단체 중 중기중앙회를 제외한 다른 경제단체들은 '씁쓸해하는' 분위기다. 수탁기업의 에너지 비용까지 위탁기업에게 전가해 결국은 최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수탁기업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유인이 사라진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상생협력실장은 “에너지 사용 절감은 어떤 기업이든 당연히 해야 하는 문제지만, 업종 특성 상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업종이 있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에너지 단가 자체가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에서 이를 납품 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뿌리산업 자체가 흔들린다. 납품대금연동제에 주요 경비를 포함하는 법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