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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2025]‘그림자 또는 실세?’…후보 배우자들도 뛴다

6.3 조기 대선이 한창인 가운데 주요 후보들의 배우자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인상깊은 조용한 내조, 법적 리스크는 진행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는 1966년생으로 충청북도 중원군에서 태어났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숙명여대 음악대학 학사 출신으로 명지대 통합치료대학원에서 음악치료학을 전공했다. 1990년 당시 숙명여대 피아노과 85학번이었던 김 여사는 오스트리아 유학을 준비하던 중 그해 8월 갓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이재명 후보와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만난 지 약 6개월이 지난 1991년 3월 결혼해 슬하에 아들 2명을 뒀다. 김 여사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김 여사가 법인카드를 이용해 지인들에게 식사 제공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종교계와 복지시설을 비공개로 방문하는 등 조용한 선거 운동을 진행 중이다. 광주에서는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배식 봉사를 하고 5·18 유족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는 등 절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외적으로도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설난영과 만남을 가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활발한 노동운동가이자 정치적 동지, 적극적인 공개 행보 이어가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설난영 여사는 활발한 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종교계와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유튜브 방송과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선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1953년생인 설 여사는 전라남도 고흥군이 고향이다. 순천여고, 성심여대를 졸업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던 1970년대 말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을 지내며 당시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이던 김 후보를 만나 결혼해 슬하에 딸 1명을 뒀다. 설 여사는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법카로 밥 안 사먹어, 관용차도 안 타"라고 발언하며 대비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의 '미스 가락시장' 발언에 대해서는 “한소리했다"며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고려한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배우자들이 공적 역할과 영향력을 갖고 있음에도 법적 책임과 권한은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선 영부인 활동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부인 김건희씨의 국정 개입·비리 의혹에 시달리다 결국 12.3 비상계엄을 일으켜 탄핵 당한 만큼 배우자의 법적 역할과 지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직선 정치지도자의 배우자에게 명확한 지위, 역할,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온 사례는 거의 없다. 객관적·중립적·공적이어야 할 통치 행위에 선출되지 않은 사람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등 최고 지도자의 배우자들은 암묵적으로나마 정치적 지위를 보장받으면서 나름의 역할을 비공식적으로 수행해왔다. 대통령과 대중간의 소통을 원활히 한다거나, 빈민 구제, 아동복지, 대중문화·예술, 해외 홍보 등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정당 후보들의 배우자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배우자들에 대한 검증이 더 이상 정치적 공세나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성과 권한의 경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향후 영부인에 대한 법적 지위와 활동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중도층 다 떠난다”…尹, 부정선거 음모론 영화 관람에 ‘부글부글’

12.3 비상계엄으로 파면되 6.3 조기 대선을 초래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영화를 공개 관람했다. 선거전에 한창이던 국민의힘 안팎에선 “중도층 표심 잡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은 서울 동대문 한 극장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다큐멘타리 '부정선거, 신의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이러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은 윤어게인, 자통당, 우공당, 부정선거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됩니다.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이재명 민주당 제1호 선거운동원 자청'이라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본인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반성은 커녕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한심하다. 자중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후보가 임명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앞서 기자들을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다. 저희 당과 이제 관계없는 분"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한탄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은 저희 당을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일정에 대해 코멘트 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평가도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경기도 고양시 MB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히 일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았다"고 짧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사회 진입 쉽지 않네”…대명소노, 티웨이항공 임시 주총 한 달 미뤘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임시 주주 총회를 3일 앞두고 다음 달 하순으로 연기했다. 사측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 지연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로써 티웨이항공 이사회 진입과 경영진 교체, 사명 변경 등 굵직한 작업들에 대해 다소 숨고르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오는 23일 14 예정이던 임시 주총 개최일을 6월 24일로 10시로 변경했다. 회사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공시에 대해 대명소노그룹은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소노인터내셔널-티웨이항공 간 기업 결합과 관련해 공정위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승인 지연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올해 3월 31일 대명소노그룹은 공정위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티웨이항공 임시 주총을 강행했고, 결국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26일 기존 최대 주주 예림당으로부터 2500억원에 티웨이홀딩스 지분 46.26%를 인수했지만 그룹 계열사로 정식 편입을 시키지도 못했고, 서준혁 회장을 위시한 9명의 대명소노그룹 측 인사들도 티웨이항공 이사회 진입도 무산됐다. 동일한 이유로 임기 만료와 동시에 사의를 표한 기존 정홍근 대표이사 체제 연장이 이뤄졌고, 대명소노그룹이 추천한 이사진 후보들은 현 시점까지 대기 중이다. 대명소노그룹이 사내이사로 선임하고자 했던 인물들은 소노인터내셔널 소속이고 △이상윤 항공 사업 TF 총괄 임원 △안우진 세일즈·마케팅 총괄 임원 △서동빈 항공 사업 TF 담당 임원 3명이다. 기타 비상무이사에는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과 이광수 소노인터내셔널 홀딩스 부문 대표이사, 이병천 호탤앤리조트부문 대표이사 등이다. 특히 사내이사 후보 3명은 모두 대한항공 출신이고, 유력한 신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로는 이상윤 총괄 임원이 거론된다. 그는 대한항공에서 기체 정비와 유지·보수·분해 후 조립(MRO) 사업 수주 담당 등을 20여년 간 역임한 바 있고, 올해 소노인터내셔널에 합류했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티웨이홀딩스 지분 5.42%를 보유한 소액 주주연대에 대한 당근책을 내놔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은 티웨이홀딩스 지분이 소노인터내셔널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예림당에게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귀속됐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소액 주주들의 입장은 공정위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공정위 심사는 지난 3월부터 진행됐고, 최대 120일까지 걸릴 수 있다. 또 일각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승인도 나기 전에 티웨이항공 주총을 열었다는 점 자체로 소위 공정위의 '괘씸죄'에 걸렸다는 설도 나온다. 이를 의식해 서 회장 측이 경쟁 당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고 수면 아래에서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이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한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의 경우와 달리 호텔·리조트업을 영위하는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인수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인수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소요되더라도 무난히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제한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이사회 장악 시 곧바로 경영진 교체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소노에어나 소노항공 등으로의 사명 변경은 올해 3분기 내지는 4분기 중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소노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국내외 당사 호텔·리조트 인프라와의 연계를 통한 다양한 시너지 전략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IMF의 경고 “미 재정적자 낮춰야…관세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축소를 촉구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21일(현지시간)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재정적자가 너무 커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관세 유예 합의 등 긍정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매우 높은" 무역 정책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실효관세율이 작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는 단지 유예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정부의 부체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로 한 단계 강등한 뒤 나왔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으로 국개 부채에 대한 우려가 더욱 고조됐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끊임없이 증가한다"며 “미국은 시간에 걸쳐 GDP 대비 부채를 줄이는 일관된 재정 정책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 미 연방정부의 공공 부채는 GDP 대비 98%에 달했다. 10년 전 73%에 비하면 25%포인트 높은 수치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1분기 미국 GDP 수치가 IMF 예상과 대체로 일치했지만, 트럼프 정부 관세 도입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품을 서둘러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읽기가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든 상황의 효과가 데이터로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4월)에 가정했던 것보다는 평균 관세율이 낮아진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새로운 관세율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LG전자 ‘매출 올라도 빈약한 영업익’… 원재료 가격 안정화에 수익성 끌어올리나

LG전자가 사용하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던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등 평균가가 1분기 들어 하락 전환해 수익성 개선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 중인 회사가 마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21일 LG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MS(Media Entertainment Solution) 사업부가 사용하는 LCD 모듈의 1분기 매입 가격은 작년 대비 6.8% 내렸다. 작년에는 가격이 전년 대비 16% 올라 비용 부담을 키운 원재료다. 1~3월 LG전자의 LCD 모듈 매입액(9868억원)은 단일 품목 기준 4개 사업부 통틀어 가장 많다. VS(Vehicle Solution) 사업부가 사들이는 차량용 칩 평균가 움직임도 비슷하다. 작년에는 2023년 대비 7.3% 상승했지만 올해 1분기 들어 지난해 대비 4.9% 하락했다. HS(Home Appliance Solution)에서 쓰는 스틸의 지난해 평균 매입 가격은 전년 대비 0.7% 내렸다.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수준 평균가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VS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14.5%, 7.9% 하락했다. ES(Eco Solution)에서 쓰는 스틸 매입가 역시 1.7%, 3.3% 빠졌다. 이들 3개 품목의 1분기 매입 규모는 각각 4115억원, 1579억원, 240억원이다. HS·ES 사업부에서 쓰는 구리와 합성수지의 경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 다만 1분기 매입액이 각각 2530억원, 1379억원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LG전자 자회사 LG이노텍 상황도 비슷하다. 광학솔루션 사업 주요 원재료인 이미지센서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평균가격은 전년 대비 6.3% 올랐지만 1분기에는 작년보다 5.5% 내렸다. LG이노텍의 1분기 이미지센서 매입액은 1조3305억3200만원으로 단일 원재료 기준 가장 비중이 높다. 전장부품 사업 주요 원재료인 IC 가격은 같은 기간 3.7%, 1.3% 각각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수익성 확대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원재료 외 원가 요소인 판관비, 인건비, 물류비 등 절감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생산지 운영 최적화 등 원가경쟁력 개선 노력을 통해 견조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전기차부품 사업의 오퍼레이션 최적화, 자원운영 효율성 제고 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가 요소 중 일부인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는 환경을 두고 일각에서 회사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는 배경이다. LG전자가 마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몸집이 커지는 만큼 영업이익이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LG전자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87조7282억원으로 2022년(83조4673억원) 대비 5.1% 늘었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은 3조5510억원에서 3조4197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4.25%에서 3.9%로 내려갔다. 회사가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체질 개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고 고수익을 내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 등 비중을 높이는 게 대표적이다. LG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새롭게 점찍은 냉난방공조, 전장 등 B2B 사업 역량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할 전망이다. 관세 전쟁 후폭풍, 환율, 해상운임 등 외부 요인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제품 믹스 개선이 나타나고 있는 VS 이익추정치는 올라가되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MS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하향 요인은 관세 전쟁 격화이며 상향 요소는 해상 운임 부담 완화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은 서로 얽혀있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태양광 발전 패러다임 전환…SK이터닉스 ‘구조화’ 눈길

수익성이 낮고 변동성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SK이터닉스가 '구조화'를 통한 수익 확보를 보여주며 눈길을 끌고 있다. 태양광사업은 그동안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단과와 판매가가 정부의 정책에 좌우되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뚜렷했다. SK이터닉스는 이런 태양광 사업에서 '구조화'를 만들어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중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SK이터닉스는 전국 65건의 태양광 발전소와 관련된 자산과 계약 권리를 다른 회사에 넘긴다고 공시했다. 거래 금액은 829억2000만원이다. 이 자산을 넘겨받는 회사는 '솔라닉스2호 주식회사'라는 이름의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니라, 발전소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묶어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공시 내용을 보면, SK이터닉스는 2개의 발전소 설비를 넘기고(계약금 90%, 잔금 10%), 나머지 63건은 전력을 팔 수 있는 계약상의 권리를 넘긴다. SK이터닉스는 이 SPC에 약 248억원을 27년간 빌려주기로 했다. 이자율은 연 6.05%다. 즉, 자산을 넘기면서도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태양광 사업을 구조화한 사례다. 전국에 흩어진 작은 태양광 발전소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사업 단위로 만들고, 이를 통해 전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방식이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이런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수수료와 용역비, 투자수익 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SK이터닉스는 지난해 처음 시도했던 '솔라닉스1호' 모델부터 태양광 구조화를 시도했다. 당시 SK이터닉스는 전국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여러 곳을 하나로 묶어 약 40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 단지를 구성했다. 이 발전소들은 모두 SPC에 편입됐다. SK이터닉스는 이 SPC의 일부 지분(약 19%)만 갖고, 나머지는 SK가스와 금융회사들이 투자했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발전소들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역할에 따라 SK이터닉스는 '개발 용역비'라는 이름의 수익을 받는다. 또, SPC가 발전한 전기를 기업에 팔 때 SK이터닉스가 거래를 중개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도 받는다. 이 밖에 SPC 지분에서 나오는 수익과 대여금에 대한 이자도 수익으로 잡힌다. 실제로 솔라닉스1호에서는 개발 용역비로 약 102억원을 받았고, 전기를 팔아서 연간 약 65억원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방식이 나타난 배경에는 전기요금 상승과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크게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약하고 싶어졌다. 또 RE100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직접 구매(PPA 계약)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 구조화된 SPC는 이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기업은 SPC와 계약을 맺고, 20년에서 30년 동안 전력을 고정된 조건으로 공급받는다. 이는 전기요금 불확실성을 줄이고, 탄소배출량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발전소를 가진 소규모 사업자 입장에서도, SPC에 자산이나 권리를 넘기고 정해진 수익을 받는 구조는 일정한 장점이 있다. SK이터닉스는 이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수익을 확보한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자본 효율성이다. 솔라닉스1호 사례에서 SK이터닉스는 1억7000만원만 출자했지만, 전체 SPC 자산은 760억원 규모였다. 즉, 적은 자본으로 큰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번 솔라닉스2호 역시 SK가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자금을 분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여러 발전소를 묶어 하나의 SPC에서 운영하면 발전량이 고르지 않더라도 위험이 분산된다. 발전소 한 곳이 문제가 생겨도 전체 수익 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SK이터닉스는 올해 안에 솔라닉스3호도 출범시킬 계획이며, 기업들로부터 PPA 계약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태양광 산업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발전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를 얼마나 잘 팔 수 있는지, 즉 어떻게 계약을 구성하고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전력을 거래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구조화 사업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도 연결된다. SK가스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SK E&S는 기업 대상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등도 관련 분야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SK이터닉스의 이번 구조화 사업이 그룹 내 다른 에너지 사업들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태양광 발전은 어떤 구조로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팔 것인가가 중요한데 SK이터닉스는 이 흐름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잘나가는 中 로봇청소기에 설자리 잃어가는 삼성·LG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촘촘한 라인업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뚜렷한 대응책 없이 점차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G마켓·옥션의 '빅스마일데이' 행사에서 로보락은 약 114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체 제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드리미 또한 약 23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6억5000만원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쿠팡에서 진행된 '가전 세일' 프로모션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에코백스는 로봇청소기 부문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유통 플랫폼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단일 요인이 아닌 제품 라인업 강화와 유통 전략, 마케팅 방식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은 올해 들어 신제품 라인업을 잇따라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드리미는 이달 초 프리미엄 제품인 'X50s 프로 울트라'를 출시했다. 2만5000Pa의 흡입력과 최대 100℃의 고온 걸레 자동 세척 기술이 주요 특징이다. 에코백스는 지난 2월 롤러식 자동 세척 물걸레 시스템을 적용한 '디봇 X8 프로 옴니'를 공개했다. 로보락 역시 프리미엄 모델 'S9 맥스V 울트라'와 슬림형 'S9 맥스V 슬림', 그리고 보급형 모델 '큐레보 엣지C'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제품 라인업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팝업스토어 및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단순 진열 공간을 넘어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핵심 기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020년 1500억원에서 지난해 4300억원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들어 아직 신제품 출시 소식이 없다. 로봇청소기만을 위한 전략 마케팅 공간도 부재한 상황이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는 기술력 측면에서도 국내 업체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로보락은 이달 말 '로봇 팔'을 탑재한 신제품 '사로스 Z70'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5축 접이식 로봇 팔 '옴니그립'을 통해 최대 300g의 물체를 들어 옮길 수 있으며, 주변 환경을 감지해 자동 제어하는 기능도 갖췄다. 드리미는 최근 출시한 제품에 최대 6cm 높이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해 실사용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아직 이러한 기능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 중국 업체 관계자는 “기술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성능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반응이 자연스럽게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체험 공간에서는 제품 기능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늦어도 올해 하반기 중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중국 업체들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보안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울 전망이다. 실제 로보락은 올해 초 개인정보 수집 정책에 외부 기업 공유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에코백스 역시 지난해 로봇청소기 해킹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삼성과 LG는 그간 보안 강화를 제품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워 왔다. 다만 중국 업체들도 빠르게 보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로보락의 'S8 맥스V 울트라'는 글로벌 보안 인증기관인 UL 솔루션즈의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인증을 획득했다. 데이비드 첸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2월 신제품 발표회에서 “보안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안 이슈 이후에도 중국산 로봇청소기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이에 업계에선 기술 혁신 없이 단순히 '보안'만 강조해서는 국내 업체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대차도 멈췄는데…전기차 가뭄 속 ‘르노 세닉’ 가격이 관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공장 생산을 멈췄고 폭스바겐, 폴스타, 스텔란티스 등 수입브랜드들도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캐즘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르노코리아는 하반기 중형 전기 SUV '세닉 E-테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의 성공을 세닉까지 이어가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장 큰 관건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세닉의 환경부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 인증을 진행하는 등 출시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세닉은 전장 4470㎜, 전폭 1864㎜, 전고 1589㎜, 휠베이스 2785㎜의 제원을 갖췄다. 또 환경부 인증 결과 443㎞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세닉은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희망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부침을 겪다 지난해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가 대박을 터트리며 상승세에 올라탔다. 세닉은 '일당백'을 하고 있는 그랑 콜레오스의 부담을 덜어줄 새로운 날개로 주목 받는 모델이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최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중형 SUV란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시장에 전기차는 3만3482대가 판매돼 전년 2만5550대 대비 31% 증가했지만, 이중 4823대가 테슬라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성장세의 상당 부분이 테슬라라는 단일 브랜드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국산·수입 전기차 브랜드의 성장세는 미미하거나 정체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1분기의 전기차 성장세는 정부 보조금이 예년보다 빨리 풀리면서 2월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린 결과다. 실제로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95% 급증했지만, 3월에는 다시 7.5% 감소로 전환됐다. 이러한 어려운 업황에 현대차도 두 손을 들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의 국내 생산을 또다시 일시 중단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휴업이다. 현대차는 내수 진작을 위해 아이오닉5에 최대 600만 원의 할인 공세까지 펼쳤으나, 판매량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코리아, 폴스타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 등은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급이 늦어지자, 자체 보조금 지급이라는 '방어카드'를 꺼내 들었다. 폭스바겐은 ID.5, 폴스타는 폴스타2 구매 고객에게 자체 보조금을 약속했고,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2월부터 자체 보조금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어려운 업황 때문에 세닉은 좋은 가격 경쟁력을 무조건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닉은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그랑 콜레오스와 달리 르노 프랑스 두에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방식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즉, 세닉은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 방식이어서, 보조금 적용 후에도 국산 경쟁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BYD의 아토3가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점도 세닉의 시장 진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행히 세닉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세닉은 유럽 올해의 차 수상 경력, 경쟁력 있는 주행거리, 프리미엄 이미지 등 차별화 포인트를 갖췄다. 세닉은 2024년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모델로,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와 87kWh 대용량 배터리를 갖췄다. 또 넉넉한 실내공간과 545L의 트렁크 용량을 제공하며, 12인치 디스플레이 등 첨단 인포테인먼트와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기본 탑재했다. 차량 소재의 24% 이상을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고, 전체 차량의 90%가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해 친환경성도 강화했다. 이처럼 세닉은 유럽 최고 권위의 상 수상,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 첨단 사양, 친환경 설계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세닉의 성공 여부는 가격 정책과 서비스, 브랜드 인프라 강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세닉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차급은 그랑 콜레오스보다 작은 준중형급의 전기 SUV로 국내서 생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성신양회 떠난 네옴시티…삼성물산·현대건설도 속도조절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유가 하락과 재정난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업체들의 철수도 잇따르고 있다. 성신양회가 올해 초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철수했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내부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네옴시티 '더 라인'구간에 레미콘을 공급하던 타북 지역 공장의 가동을 지난 1월 중단하고 현지 인력을 일부 철수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야심이 집약된 국가 전략 사업이다. 그는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 미래 산업 중심의 국가 전환을 위해 이 프로젝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전체 사업비는 약 1조 달러(약 1390조 원)로 서울 면적의 44배에 이르는 지역에 직선형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을 조성하는 초대형 개발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2022년 더 라인 내 지하 터널 공사를 10억 달러(1조3893억 원)에 수주했고, 성신양회는 해당 구간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8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8만3358원) 선까지 하락하며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자, 프로젝트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발주처의 자금 집행이 지연되며 현장 공정도 속도를 잃기 시작했고, 성신양회는 올해 초 타북 지역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일부 인력을 철수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현재 공사를 수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발주처와의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프로젝트 관련 사항은 외부에 언급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공정은 실제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로 내부적으로도 수주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단기적인 지연보다는 구조적인 리스크로 보고 있다. 유태양 크레센트컨설팅 파트너는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GDP(국내총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석유 수익에 크게 좌우된다"며 “현재처럼 유가가 낮게 유지될 경우 전면 축소나 일정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의지가 강한 만큼 사우디 정부가 네옴시티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왕세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실질적인 재정 상황과 글로벌 투자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제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 국내 건설사들은 네옴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사우디 내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2029 동계 아시안게임, 2030 엑스포, 2034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따른 리야드 지역 기반 시설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 역시 유가·재정 변수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역시 네옴 프로젝트 지연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는 심사 기준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 역시 차입 조건을 재검토하고, 사업별 리스크 점검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태양 파트너는 “사우디 정부가 예산을 확정하고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네옴 사업의 속도는 당분간 더뎌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재진입 타이밍을 면밀히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자본시장, 대선공약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준비 중…“기업 자금조달에 악영향” 우려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완전히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눈치다. 한편,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이 자본시장 본연의 역할인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일 한국회계학회는 여의도 FKI타워에서 '가상자산 심포지엄: 현물 ETF 도입 방안' 세미나를 열고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대한 실무적인 쟁점을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유진환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미국은 지난해 가상자산 현물 ETF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기반 파생형 ETF도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비트코인 현물 ETF도 출시 못 하는 상황이라 운용사 입장에서는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처음으로 상장했다. 그 뒤 미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빠르게 성장했다. 21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비트보(BITBO)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12개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자산 총액은 1271억 달러(한화 약 176조원)에 달한다. 유 상무는 “투자자 입장에서 ETF를 통해 코인 계좌 없이 증권 계좌로 거래할 수 있다"며 효용성을 강조했다. 이어 “가상자산 현물 ETF를 통해 자산 배분을 액티브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되면 투자자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유 상무는 “국내 ETF 시장은 '000 TOP 10' 같은 직관적인 ETF에 투자자가 반응한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에 그대로 연동돼 있어 굉장히 직관적"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기 위해 지수를 어떻게 산출하고 평가할 건지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TF는 주식처럼 사고팔면서 주요 주가지수의 상승이나 하락을 따라가게 만든 편드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 가격 흐름을 따라간다. 유진환 상무는 “주식이나 채권은 거래되는 시장이 있고 시작가와 종가가 있어 공정 가격을 쉽게 인식하고 평가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은 24시간 끊임없이 거래되고, 한국만 해도 5대 거래소가 시간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운용사 입장에서 가장 크게 고려할 부분이 해외 거래소 가격을 지수에 포함할 건가 부분이다"며 “해외 거래소 가격을 쓰려면 운용 프로세스가 굉장히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류경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수 산출 방법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고, 국내 거래소만으로 산출할 건가 하는 문제가 있어서 지수 산출이나 평가는 신중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업계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가정하고 실무적 논의를 상당 수준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되면 자본시장의 본래 역할인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을 쓴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면 투자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쓸 수 있지만, 비트코인 ETF에 들어가면 비트코인 현물을 사는 데 쓰여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의 리스크'를 쓴 자본시장연구원 장보성 연구위원은 “ETF 시장이 전체 자본시장에서 보면 규모가 크진 않지만, 가상자산이 실물 경제에 기여한다는 연결 고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를 대체하는 특징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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