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계속된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에 유빙들이 가득차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겨울 추위가 매섭다. 서울의 경우 새해 들어 26일까지 최저기온 평균이 -7.6℃를 기록했다. 절기상 대한(大寒)인 지난 20일 무렵부터 아침 최저기온이 -10℃ 안팎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있다. 강한 바람에 체감온도는 더 낮아 시민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고,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도 잇따랐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 대륙에도 맹추위가 닥쳤다. 마국 남부에서 북동부에 이르기까지 초강력 겨울 폭풍이 이동하면서 폭설과 결빙, 기록적인 한파를 동반했다. 항공편이 대규모로 결항되고, 광범위한 정전과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겨울 기상의 위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북반구 곳곳에서 한꺼번에 극심한 추위가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북극 진동'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AO)이 강추위의 원인일까.
▲지난 25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공항에서 제설차가 활주로에 쌓인 눈을 걷어내고 있다. 전날 강력한 겨울 폭풍이 뉴멕시코에서 노스캐롤라이나에 이르기까지 폭설과 진눈깨비를 쏟아부으면서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정전과 교통 대란, 혹한으로 고통을 받았다. (사진=AFP/연합뉴스)
◇“북극진동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것을 말하고, 겨울철 한파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런 북극진동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북극진동 지수(AO index)다.
그렇다면 실제로 최근 북극진동 지수는 어떤 상태였을까.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서 제공하는 올겨울 북극진동 지수를 살펴보면, 겨울 초반부터 전반적으로 0 이하의 값이 자주 나타났고, 1월 들어서는 –1에서 –2 이하로 내려가는 구간이 반복됐다. 단기 예측에서도 이 음의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대기 순환 차원에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반도 상공에서는 대기 하층과 상층 모두에서 북쪽의 찬 공기가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가 관측됐다. 북미 역시 비슷한 시기에 대륙 규모의 한기 남하를 겪었다.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서울의 일평균 기온과 비교하면, 북극진동 지수가 가리킨 방향과 현실의 날씨가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7일 이후의 예측값을 보면, 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예상할 수도 있다.
▲(자료=극지연구소)
◇북극진동이 음수가 되면 왜 북반구가 추워질까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을 보인다는 것은 북극 상공의 기압 구조가 평소보다 느슨해졌다는 의미다. 원래 겨울철에는 북극 상공의 강한 저기압과 중위도의 상대적으로 높은 기압 차이로 인해 찬 공기가 북극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 이때 제트기류는 비교적 곧게 흐르며, 중위도의 겨울은 상대적으로 안정된다.
하지만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전환되면 이런 균형이 깨진다. 북극의 찬 공기를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지면 제트기류는 남북으로 크게 굽이치며 흐르게 된다. 그 결과 북극의 냉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한반도와 북미, 유럽 등 중위도 지역으로 쏟아져 내려온다.
강한 한파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거나,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동아시아나 유럽, 북미 등에 한파가 닥치는 세부적인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그 바탕에는 북극진동 지수가 있다"면서 “체력이 약해지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가 되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곳곳에 악기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의 경우 서고동저형 기압 배치가 유지되면서 북서쪽에서 한기가 계속 들어오는 상황인데, 더 넓게 보면 캄챠카 반도에 발달한 고기압(기압능)으로 인해 공기 흐름이 느려지는 블로킹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북태평양의 고수온 현상이 블로킹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별 북극진동 지수 변화 추세. 1월 이후에 음수가 강하게 관측되거나 예측되고 있다. 위의 그래프는 관측된 북극진동 지수, 아래는 7일 앞의 지수를 예측한 값을 나타낸 그래프다. 붉은 상자는 지난해 12월 1일 이후의 지수를 나타낸 것이다. 예측값은 앞으로도 당분간 추위가 이어질 것을 전망하고 있다. (자료=미 해양대기국(NOAA))
▲2025년 12월 1일 이후 서울지역 일평균기온 변화. 지난해 12월 1일 이후 북극진동 지수와 전체적으로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기상청)
◇왜 북극진동은 자주 음수가 되는가
여기서 다시 한 번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최근 들어 왜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자주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이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북극은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이른바 '북극 증폭' 현상이다.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고, 그 결과 제트기류는 약해지고 불안정해진다.
김백민 교수는 “올겨울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를 보이는 것은 북극해에 접하고 있는 바렌츠-카라해(海)의 바다얼음이 예년보다 덜 확장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울인데도 바렌츠-카라해에서 바다가 예년보다 많이 열려 있고 열이 많이 방출된 탓에 제트기류가 크게 출렁이게 됐다는 것이다.
올여름 성층권에서 한기를 막아주는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약해지면서, 아래 대류권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트기류가 약해질수록 대기 흐름은 직선성을 잃고 남북으로 크게 흔들리게 되며, 결과적으로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진다.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출렁이게 되면 담장이 무너진 것처럼 북쪽 한기가 남으로 쏟아져 내려오게 된다. 역설적으로,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겨울철 강한 한파가 나타날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한강 광나루 관공선 선착장 인근에서 119 광나루수난구조대가 순찰 근무를 하며 얼음으로 뒤덮인 한강에서 출동로 확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극진동 지수는 겨울을 읽는 하나의 창
김 교수 등 전문가들은 “북극진동 지수 하나만으로 겨울 날씨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 해수면 온도, 다른 기후 진동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극진동 지수가 겨울철 대기 흐름의 큰 방향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방향으로 깊어질수록,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강한 한파와 폭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의 한반도 한파와 북미의 혹한은 이 지표가 실제 기상 현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점점 따뜻해지는 지구에서 겨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고 있다. 북극진동 지수는 그 변화의 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창으로, 앞으로의 겨울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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