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지분 규제' 논쟁이 격렬하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를 단순한 민간 플랫폼이 아니라 금융시장 인프라에 가까운 공공적 성격의 기관으로 보고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문제의식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순히 매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어떤 코인을 상장할지 결정하고, 거래를 체결하며, 투자자 자산을 보관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사실상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장 심사나 내부 통제가 부실하면 투자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 논의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지분 규제'여야 하느냐다. 현재 논의되는 안은 대주주 지분을 20% 안팎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분율을 낮춘다고 해서 거래소의 공공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지배구조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창업주나 최대 주주의 지분이 분산되면 경영책임이 희석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대주주 지분율을 직접 규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주주의 '지분 규모'보다 '적격성'을 중심으로 규제한다. 자금 출처가 투명한지, 법 위반 이력이 없는지,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대주주를 심사하는 방이다.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하지 않기 위한 균형 장치다.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진화하는 산업이다.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규제 수단이 반드시 지분 제한일 필요는 없다.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거나 내부 통제와 자산 보관 규제를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공공성을 확보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책임성과 혁신을 동시에 살리는 균형이다. 지분율이라는 단일한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무엇이 진정으로 거래소의 공공성을 높이는 길인지 다시 한번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태현 자본시장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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