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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이차전지 산업, 다시 일으켜야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되던 이차전지 산업이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적자와 가동률 저하로 추락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차전기 산업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2025년 상반기 기준 16.6%에 그치면서 작년 대비 5.4% 포인트 하락했다. 배터리 세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1위 CATL( 중국, 37.9%), 2위 BYD(중국, 17.8%), 3위 LG에너지솔루센(한국, 9.4%), 4위 CALB(중국, 4.3%), 5위 SK온(한국, 3.9%, 6위 파나소닉(일본, 3.7%), 7위 고타온(중국, 3.6%), 8위 삼성SDI(한국, 3.2%), 9위 EVE(중국, 2.7%), 10위 SVOLT(중국, 2.6%) 이다. 세계 1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6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3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크게 전기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ESS)로 나뉜다. 시장 규모는 아직은 배터리가 68%로 앞서지만 최근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ESS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SS는 잦은 충전과 방전을 견뎌야 하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대규모로 설치돼야 하기 때문에 낮은 비용이 중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대부분 제조업 형태에서 시작 되었다. 성능은 낮지만 비용은 휠씬 저렴한 제품을 빨리 만들어 내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특징이다. 그래서 생산비가 낮은 지역에 대규모 플랜트를 건설했고. 이차전지 산업도 제조업 성장 방정식이었다. 우리나라는 2003년 김대중 정부때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차전지를 포함 시키고 육성에 나섰다. 이후 2011년 이명박 정부는 미래 핵심 산업은 전기차이며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 확보부터 나섰다. 리튬을 포함 배터리 소재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전구체 원료 화보에 주력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어떤 원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성능이 결정된다. 전구체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원재료가 필요하다. 특히 원료 중 니켈은 에너지 밀도를 죄우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1회 충전시 주행 가능한 거리도 늘어난다. 2018년부터 전기차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배터리 시장이 커졌다. 한국은 그 때만해도 이차전지 시장은 우리것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불과 몇 년만에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가격 경쟁력, 상품의 다양성, 기술력 등에서 중국은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배터리의 중요한 소재인 양극재 부문에서 고성능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용해 보니 삼원계가 들어간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높고 특히 타제품과 가격 경쟁에서 뒤쳐졌다. 그 사이 중국은 인산철(리튬-철-인, LFP) 배터리를 개발했다. LFP는 처음엔 저가, 저성능이였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성능이 급속히 향상됐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LFP를 앞세워 ESS 시장도 장악했다. 이제 중국은 더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없는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배터리 기술을 따라 잡을려면 우선 기술개발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서 정부의 체계적이고도 예측 가능한 전략이 수반 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 지원이 중구난방이면 안된다. 매년 발표되는 미래 기술 선정은 지원도 분산되고 체계적 관리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우리보다 체계적이며 일관된 정책과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이 결합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이차전지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도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리튬 이외에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광산개발에 나서 원료 광물부터 채굴, 정련, 생산, 판매 등 사실상 전 분야를 내재화 했고,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이차전지 경쟁력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다시금 힘을 합쳐야 한다. 우선 인력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대로 된 연구를 해야 한다. 또한 시장을 보호하면서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중소기업이지만 과감히 필리핀 니켈 광산개발에 뛰어든 제이스코홀딩스 같은 기업에 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 기반은 여전히 세계적이고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강천구

[EE칼럼] 탄소세와 탄소 기본 소득

이재명 정부 들어서서 탄소세 논의가 재점화 되었다. 세계은행의 '2025년 탄소 가격제 현황과 동향'에 의하면 2024년 전 세계 탄소가격제가 창출한 세수는 약 140조 원이며, 50% 이상이 환경·개발사업 등에 재투자 됐다. 또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가 가격규제를 받았으며, 탄소 배출권 수요가 2023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탄소세는 1990년 핀란드가 처음 도입했으며 유럽에서 탄소세 도입 국가는 23개국, 배출권거래제는 34개국, 탄소세와 거래제를 동시에 하는 국가는 21개국이다. 최근에는 네덜란드(2021), 룩셈부르크(2021), 헝가리(2023)가 탄소세를 도입하였다. 유럽에서 탄소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평균 40퍼센트 수준으로, 주로 수송이나 건물(난방) 등에 적용된다. 거래제도에 참여하면 일부 혹은 전부 탄소세를 감면하거나, 비할당 부문일때에는 대상에서 제외하여 이중부담을 없애고 있다. 흥미로운 나라들은 스위스, 영국, 네덜란드다. 영국은 거래제에서 발생하는 가격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탄소가격 하한제를 운영한다. 발전에 한정하여 운영하며 배출권 가격이 정부에서 정한 가격하한보다 낮으면 배출권 가격과 정부의 가격 하한값의 차이만큼 기후변화세에 추가하여 부과한다. 네덜란드는 목표 배출량을 초과하는 온실가스 배출 사업자는 거래제에서 배출권을 구입하는 비용에 더하여 탄소세까지 지불함으로 탄소 비용이 가중된다. 그러나 목표 감축량보다 초과하면 초과 감축분만큼 과거에 납부했던 탄소세를 최대 5년치까지 환급받는다. 스위스는 가장 독특하다. 2024년 3월 15일, 개정된 CO₂법은 2025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하며 재정유인, 기후보호 투자, 기술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부터 '넷제로 로드맵 지침(Net-Zero Timetables Directive)'이 시행되어, 농업 이외의 모든 기업은 Scope 1, 2 배출을 반영한 탈탄소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스위스는 가칭 탄소세(CO₂ -Abgabe)보다는 일부에서는 “탄소 기본소득 또는 탄소 배당"이라고 하는데 2018년 탄소세가 1 tCO² e당 96프랑(약 118,400원)에서 2025년 기준, 120 스위스 프랑(약 20만원)이다. 세율 인상은 탄소 시행령에 미리 규정되는데 감축 중간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목표 미달성의 정도에 따라 인상될 세금 액수가 정해져 있다.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재원 활용이다. 탄소세의 연간 세수입은 약 14억 스위스프랑(약 2조 4천억)에 달하는데 이 중 2/3는 개인·기업에 대한 사회보험료를 감면하거나 환급되고, 1/3은 건물에너지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개발 프로그램이나 환경부 의 친환경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스위스는 2000년 1월부터 '환경보호법'에 의거하여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배출을 감축하기 위하여 VOC 부담금(VOC-Abgabe)을 징수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균등하게 국민들에게 환급해주고 있다. 탄소세를 통한 탄소 기본 소득이나 배당도 이러한 사례를 준용한 것이다. 개인 대상자는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사람은 국적 불문하고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기초 건강보험 가입자가 대상이며 탄소세수가 균등하게 배분된다. 이때 개인은 탄소 배당과 함께 VOC 배당금도 함께 받는다. 2024년 개인 탄소 배당금은 64.20 프랑(약 10만원)이다. 기업배당은 징수한 탄소세액을 고용주에게 배분하는데, 배당금액은 모든 기업에 균등한 것이 아니라 피고용자의 노령연금 납부를 위한 임금 총액에 비례한다. 이 배당은 환경부가 위탁한 지역 노령연금 담당기관이 실시한다. 고용주의 노령연금 보험료를 정산하거나 배당금액이 많으면 차액을 지급한다. 스위스는 탄소세 도입으로 건물에너지 개선이 기존 프로그램보다 2~3배 효과를 가져왔고 가계에서 저탄소⋅무탄소 에너지로 전환 투자가 증대하고,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소득 대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세액이 증가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세수가 약 2조원 정도인데 건물 부분이나 신재생 에너지 전환 지원을 위해서는 적다고 본다. 적정 세율을 설정하는 것도 과제라고 본다. 스위스식 탄소세는 건물, 가정이 취약한 한국은 연구할 가치는 있지만 발전이나 산업부분이 포함 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세금 하면 누구나 싫어한다. 부정을 긍정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플러스가 마이너스를 훨씬 초과할 때 가능하다. 탄소 기본소득에 관한한 탄소중립이 아니라 모두에게 탄소 플러스가 되어야 한다.

[EE칼럼] 액화수소, 기체수소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최근 창원시 액화수소 플랜트를 둘러싸고 여야 시의원단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정감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의와 해법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적 공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50억 원을 들여 2023년 준공된 이 플랜트가 수요 부족으로 가동이 지연되다 운영사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고, 결국 금융권 인수까지 이어졌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지난 6월 어렵게 상업운전을 시작했지만, 창원산업진흥원이 하루 5톤 규모, 연간 약 300억 원대의 구매 의무를 떠안으면서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창원의 사례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인천에서는 SK E&S가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3만 톤급 액화수소 플랜트를 준공했지만, 가동률 확보가 쉽지 않다. 울산과 삼척 역시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부는 여전히 시험 운전에 머물러 있고, 일부는 특수목적법인 구성 단계에서 멈춰 있다. 문제의 핵심은 '수요'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를 영하 –253℃까지 냉각해 부피를 1/800로 줄인 형태다. 덕분에 액화수소 충전소는 기체형보다 더 많은 양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 수소버스·트럭 등 대형 모빌리티에 적합하다. SK E&S가 2026년까지 전국에 40곳의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높은 비용과 까다로운 안전 규제로 보급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충전소 확충이 늦어지면 생산된 액화수소가 소비되지 못하고, 이는 플랜트 가동률 저하와 재정 부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수소차는 최종적으로 모두 기체 상태의 수소를 충전한다. 그러나 충전소는 고압 기체수소를 직접 공급받을 수도 있고, 액화수소를 기화해 공급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두 같은 '수소'지만, 충전소 운영자에게는 전혀 다른 수소다. 그렇다면 기체수소와 액화수소를 정말 같은 시장의 동일한 상품으로 볼 수 있을까. 이 지점을 이해하려면 '차등된 상품(grades)' 개념을 참고해야 한다. 화학적 성분은 같아도 물리적 상태, 순도, 가공 정도, 용도에 따라 다른 가격과 조건으로 거래되는 경우다. 금은 순도에 따라, 철강은 가공 형태에 따라, 곡물은 품질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원유는 대표적이다. 국제시장에서 원유는 API 중력과 황 함유량에 따라 저유황 경질유와 고유황 중질유로 나뉜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경질유 생산이 급증했지만, 멕시코만 정유공장은 고도화 설비 덕분에 중질유를 선호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경질유는 2016년 수출 규제 해제 이후 해외로 흘러나갔고, 결국 정유 인프라의 특성 때문에 두 유종은 사실상 대체가 어려운 '차등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즉, 똑같이 '원유'라 불려도 경질유와 중질유는 서로 다른 시장 논리를 가진다. 수소 역시 인프라에 따라 기체와 액화가 분리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두 상품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네트워크 외부성 문제다. 네트워크 외부성이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커지는 현상이다. 특정 상품이 임계 규모를 확보하면 다른 상품이 배제되는 '잠금효과(lock-in)'가 나타난다. VHS와 베타맥스의 비디오테이프 경쟁, 휴대전화 초창기 GSM과 CDMA 경쟁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초기 네트워크의 규모였다. 만약 기체수소 충전소가 먼저 임계 규모를 확보한다면, 후발주자인 액화수소는 잠금효과에 막혀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액화수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두 유형 충전소 인프라 간 호환성을 높여 상호 보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보급된 기체수소 충전소에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기화기를 추가해 액화수소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개조 비용, 부지 확보, 안전 규제 등 만만치 않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 지원(, 인허가 절차 개선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신규 액화수소 충전소 건설도 병행되어야 한다. 액화수소가 기체수소와의 경쟁에서 네트워크 외부성의 벽을 넘어 독자적인 시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액화수소는 결국 '잠재력만 남긴 채' 사라질지도 모른다. 김재경

[EE칼럼] 재생에너지, 미국과 탈동조화 더 서둘러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여러 기이한 뉴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특별히 기후위기와 관련한 퇴행을 미국이 선도하는 가운데 최근엔 완공을 앞둔 미국 동부 해안의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중단돼 새삼 주목받았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8월 22일 미국 해양에너지관리국은 덴마크 국영기업 오스테드가 미 동부 해상에서 진행 중인 '레볼루션 윈드(Revolution Wind)'의 모든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 보호를 위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언급 외엔 공사 중단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로드아일랜드주 남쪽 24km, 코네티컷주 남동쪽 51km, 매사추세츠주 마서스비니어드섬 남서쪽 19km 해상에 짓고 있는 풍력단지 레볼루션 윈드는 전체 공정의 80%를 완료한 상태였다. 65기 중 45기의 터빈이 이미 설치됐고 해상 기초 구조물도 모두 자리를 잡았다. 2023년 착공돼 내년 가동을 목표로 했으며 완공 시 로드아일랜드와 커네티컷을 포함해 35만 가구 이상에 청정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재집권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모든 해상풍력 임대와 인허가 절차를 중단하고 기존 사업의 경제·환경적 영향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트럼프는 지난달 20일, 소셜미디어에서 풍력과 태양광을 “세기의 사기(THE SCAM OF THE CENTURY)"라고 칭하며 “농부를 파괴하는 태양광"은 더 이상 승인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정책 변화는 이미 다른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뉴욕 인근 '엠파이어 윈드(Empire Wind)' 프로젝트 역시 중단 명령을 받았다가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과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의 강력한 개입으로 재개됐다. 로드아일랜드는 '기후법'을 통해 2033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코네티컷 역시 해상풍력을 포함한 청정 전력 비중 확대를 핵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계획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두 주의 전환 계획이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할 상황에 처했다. 미 환경단체들은 “ 행정부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석탄 발전을 되살리는 대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미래를 책임질 에너지원인 태양광과 풍력을 억누르고 있다"라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미국 국민"이라고 이번 조치를 비난했다. 코네티컷 출신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머피는 “지난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석유 업계 거물들과 모임을 갖고 10억 달러의 선거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규제 완화와 재생에너지 억제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라며 이번 결정을 부패로 규정했다. 미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억제는 전방위적이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18일 앞으로 생산성이 높은 농지에 입지한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구 트위터)를 통해 “수백만 에이커의 농지가 태양광 패널 때문에 사용 불가능해지고 있다"라며 “미래 세대 농민과 국가의 미래를 앗아가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노선을 뒤집은 이런 정책 방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미국 전체 농지의 0.05% 미만이 재생에너지 입지로 활용될 뿐 미국 농지는 온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다행히 미국과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돌이킬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기에 미국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나라는 많이 늦어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 자체의 경쟁력이 확보된 상태에서 정책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송전망 등 인프라를 발전설비 증설에 맞춰 갖추려는 섬세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 안치용

[EE칼럼] 산업통상자원부의 자업자득

'뭐에 꽂힌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느 하나에 몰두한다는 뜻으로 균형감을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될 가치는 다양하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그렇다. 민간부문에서는 돈 하나만을 위하여 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는 양립되지 않는 여러 가지 가치를 양립시키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비정부기구(NGO)도 균형감을 가지지 않는다. 이들은 다양한 가치 가운데 어느 한 가지에 주목하고 이를 위해 활동한다. 환경단체는 환경 하나만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 인권, 장애인 등의 단체도 그들이 추구하는 어느 하나만을 강조한다. 산업발전, 국부창출, 국가의 미래... 이런 것들을 동시에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도 논리의 전개도 간단명료하다. 그러나 세상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따라서 다른 주장을 하는 여러 단체와 균형을 맞추는 조정의 과정을 누군가 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이다. 그래서 정부가 뭐 하나에 꽂힌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물론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은 뭐 하나에 꽂힐 수 있다. 특히 시급한 현안, 당무, 인기영합을 위해 뭐 하나에 꽂힐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균형을 잡아줘야 될 것은 행정부이다. 그런데 행정부마저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균형감을 잃어버리게 되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진다. 이번 정부에 개혁안 가운데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이라는 주제가 있다. 이는 에너지와 관련된 부서와 환경과 관련된 부서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는 부서가 함께 있어야 균형을 취할 수 있다.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무회의 안건을 만들면 상정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지루한 조정의 과정이 있다. 그게 민주적인 정부이다. 만약 이게 바람직하지 않다면 정책부서는 대통령실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정부는 모두 집행부서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행정이력을 살펴보면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제자리를 지키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축구로 치면 선수들이 포지션을 지키면서 시합을 해야 하는데 모든 선수가 공을 따라 다녔다. 환경부의 입장에서 에너지 정책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공해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강조되었어야 하는데 여기도 색안경을 끼는 바람에 원자력을 지지하지 못했다. 산업부는 전기요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미래 먹을 거리를 창출할 에너지 산업이 무엇인지를 판단했어야 했다. 또 산업 안보를 위한 전략성 차원에서 어느 에너지원이 적절한지를 검토하여 이에 따른 정책을 수립했어야 했다. 그런데 산업부는 마치 자기가 환경부인 양 재생에너지 확대만 끼고 돌았다. 전기요금이 얼마가 되든지 수출산업에 어떤 장애가 발생하던지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전기품질이나 안정성도 별 관심이 없었다. 한전의 부채도 내팽개쳤다. 그 때문에 산업체가 도산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산업부는 균형을 잡아야 할 행정부가 아니라 꽂힌 정치의 이중대처럼 행동하였다. 그러니 환경부와 산업부를 둘로 나누어서 각각의 입장을 존중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조정이 필요없으니 합쳐도 무방한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산업부가 색깔을 잃은 행정의 결과일 뿐이다. 20년 전과 비교할 때 지금은 입법부의 힘이 말도 안되게 강해졌다. 삼권분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회가 행정과 사법에 영향을 미친다. 국회의원 출신은 서로 봐주는 분위기이다. 국회의원 출신을 장관으로 모시신다면 행정부도 업무하기 편하다. 그 편안함이 독(毒)이다. 삼권분립에 따른 균형 이런 말의 이면은 마찰이다. 마찰이 없으면 균형은 없다. 에너지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안정성, 가격 그리고 환경의 가치는 마찰 없이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재생 에너지 위주의 정책을 하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면 전기요금은 10배로 오를 것이다. 이것은 멋대로 이행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사항이 아니고 수용 자체에 대해서 물어야 할 사안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행정부가 제 자리를 찾기를 원한다. 산업부와 환경부를 합친다는 것은 정권의 입맛에 딱 맞는 목소리를 내기는 좋지만 국민에게 좋은 선택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그래서 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반대한다. 정범진

[EE칼럼] 국경을 넘어 한미 원자력 사업협력의 시대로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두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전 한수원이 맺은 계약이 불공정계약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어떤 계약이 불공정하다면 그것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뜻인데 만일 그렇다면 왜 그 계약에 서명을 했겠는가? 따라서 어떤 계약을 평가할 때에는 그 계약에 연계된 다른 사업 관계도 함께 고려하여야만 과연 그 계약이 잘된 계약인지 아닌지를 가려볼 수 있다. 이 건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미국 정부가 핵자료의 원천적 소유권자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도입할 때에 만약 미국산 원자력 기술 또는 그에 기반한 기술을 제삼국에 수출할 경우에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APR-1400 이나 APR-1000 원자로가 국산 기술로 만든 순수한 국산품인지, 아니면 미국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이를 명백히 가려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오랜 기간 많은 비용을 들여서 법정에서 다투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할 기회를 잃게 되니 웨스팅하우스가 이점을 활용하여 자사에 유리한 협상조건을 받아낸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이 계약을 통해 체코 수출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26조원에 이르는 플랜트 계약을 따냈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계약일 수도 있다. 체코 원전 수출에 따른 경제적 득실은 비교적 단순하게 계산이 되고 서로 윈윈하는 것처럼 보인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기반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한전이나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없이 독자 수출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게 된 것도 이번 계약 내용의 한 부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서 세가지 대안이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하거나, 아예 다른 원자력 플랜트를 설계하거나, 웨스팅하우스와 적극 협력하여 함께 수출하는 것이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 추진하면 가장 효율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추진하는 것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원천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 우리 대통령의 방미에 맞추어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맺은 계약과 협력약정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를 통해 촉망받은 원자력 기업인 X-Energy와 가스원자로 사업에 협력하기로 하였고, 소듐원자로 기업들과도 이미 협력약정을 맺은 바 있어, 두 번째 대안인 전혀 다른 원자로 시장에 나아가게 된다. 또한 지난 5월에 한수원이 대형원전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천명한 것은 첫 번째 대안을 실행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이다. 서방세계의 최고 원전 강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대안을 실행해 가고 있는데, 웨스팅하우스가 협력을 거부하고 홀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세 번째 대안도 조만간 실행이 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술 업계에서는 서로 경쟁할 법한 회사들이 협력하여 큰 시너지를 낸 사례가 많이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투자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와 윈도우 기반 시스템이 확장일로이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주가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비해, 애플은 자사의 맥컴퓨터가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이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커지자 반독점 소송을 당하게 되어 회사가 쪼개질 지경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억5천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깜짝 놀랄 거금을 애플에 투자하는 결정을 했다. 이 배경에는 애플이 망해서 사라질 경우 진짜 꼼짝없이 반독점소송에서 패하게 되고, 그러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 손상이 예상되므로, 차라리 애플에 투자하여 회사를 살려두는 것이 더 자사에 이익이 된다는 투자자로서의 셈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애플은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성장하게 되어서 이후에도 두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애플 기기에 제공하는 등 유익한 방향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애플에 투자함으로써 지분의 7%를 가지게 된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이 회복하고 본격 성장함으로써 큰 이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을 상대로 흑자를 보던 나라들에게 미국에 직접 투자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등 세계 여러나라가 미국에 큰 금액을 투자를 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선업이나 원자력산업처럼 현재로서는 미국이 산업 우위를 가지지 못하여 자력으로 산업을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 협력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투자를 강제로 해야 하는 상황이, 위에서 예로 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사례를 닮았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자국에 유리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투자액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관세폭탄을 피하면서도 동시에 국내 산업계에 큰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미국 군용선박 시장에 국내 조선사들이 진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어떤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시장이자, AI 데이터센터 운용을 위해 전력수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고, 원자력에 매우 우호적인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 원자력 기업들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장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 효율 향상의 10가지 경제 효과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의 두 축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이다. 2023년말 제28차 유엔기후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33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을 2배 높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각국 정부가 에너지전환에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다. 1970년대에 일어난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효율 향상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례로 여의도 광장아파트처럼 1970년대 말에 지어진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엘리베이터가 격층으로 선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지사인 로널드 레이건은 1973년 캘리포니아에너지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의 에너지효율을 선도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1977년 동력자원부가 신설되었고,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에너지공단도 1980년에 설립되었다. 1990년대에는 에너지효율관리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일조했다. 미국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에너지스타(Energy Star) 프로그램을 1992년 도입하여 고효율 가전제품과 건물을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왔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약 5,000억 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했다. 일본은 1998년에 톱러너(Top Runner)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가장 효율적인 자동차, 가전제품, 건축자재를 기반으로 효율 목표를 정해 다른 제품들도 일정 기간내에 달성하도록 요구한다. 석유파동과 같은 급격한 에너지 위기와 달리, 오늘날의 에너지 공급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비용 부담도 낮아 에너지효율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효율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화가 진행되고, AI 활용이 늘면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전기요금이 9% 이상 오른 주가 10개가 넘는다. 특히 메인주에선 37%나 급등했고, 뉴욕주, 유타주 등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주요원인으로는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발전소와 전력망 부족 등이 거론된다. 이로 인해 전력회사들이 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석유파동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효율 정책과 기술개발에 커다란 노력을 기울였듯이,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에너지효율이 재조명을 받을 것이다. 에너지효율 향상을 통해 소상공인, 농부, 기업인들은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고효율 장비나 시설을 새로 도입하거나, 기존 시설의 개조에 투자를 하여 장비를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침 국내에서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효율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를 장려하고, 국내 소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구매 비용의 일부를 환급해 주는 사업이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11가지 가전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 최고등급 제품을 구매한 국민에게 구매가의 10%를 돌려준다. 예산이 소진되기 전에 서두르자. 에너지전환의 두 축 중에서 재생에너지는 K-Pop만큼이나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반해 에너지효율은 스포트라이트는 커녕, 아직 무대 뒤에 홀로 서 있다. 재생에너지는 눈에 잘 띈다. 대규모 시설의 준공식에서 커팅할 붉은 테이프도 있다. 그러나 에너지효율은 손을 뻗어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아니다.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할 일도 없고, 커팅할 테이프도 없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지지층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통찰력있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끝으로 IEA에서 발표한 에너지효율 향상이 가져다주는 무려 10가지의 효과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①사용량을 줄인다 ②에너지 요금을 줄인다 ③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 ④전력망에 대한 투자비용을 줄인다 ⑤에너지안보를 높인다 ⑥온실가스를 줄인다 ⑦일자리를 창출한다 ⑧건물과 설비의 가치를 높인다 ⑨쾌적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건강에 도움이 된다 ⑩경제성장을 이끈다. 박성우

[EE칼럼] 시장원리 중시한 제주 전력시장 시범사업 전국으로 확산해야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을 운영해 왔다. 이 시범사업은 크게 실시간시장, 예비력시장 그리고 재생에너지 입찰제가 그 핵심이다. 실시간시장은 지금까지의 하루전시장을 하루전시장과 15분 단위 실시간시장의 이중시장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예비력시장은 계통유연성을 공급하는 피크자원에 대해 정당한 보조서비스 제공대가를 지급하는 형태로써 15분 단위의 예비력시장을 도입하여 예비력을 시장 상품화하여 실시간으로 거래한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는 재생에너지도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하여 발전량과 시장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급전발전기와 동일한 급전지시 이행의무를 부여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한 마디로 실시간 시장에 가까운 가격입찰제를 시행하고 재생에너지와 예비력에 가격을 붙여 발전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금년 5월 말까지의 시범사업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는 꽤 긍정적이다. 재생에너지 입찰제에 참여하는 참여사업자 수가 17개 → 21개 → 23개로 늘어났고, 참여 설비용량도 403.8MW → 426.7MW → 548.0MW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무엇보다도 시장가격은 미도입을 가정했을 때보다 하루전 SMP는 6.86%, 실시간 SMP는 8.09% 하락하였다. 그 이유로는 시범사업 도입 후 전력수요가 감소하고 태양광 이용률이 높아지는 봄·가을철의 경부하기 낮 시간대 및 주말에 음(-)의 SMP가 발생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의 중앙급전자원화를 실현할 수 있었고 강제적 출력제어가 97.7% 줄어들었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에 더하여 시범사업 개시 후 중개사업자(VPP)가 증가하였고, 배전망 직접연계형 ESS 등 새로운 전력자원의 시장참여가 확대되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비용평가 방식을 25년간 고집하고 있다. 사실 원가규제에 가까운 비용평가 시장은 매우 경직적이다. 모든 발전기의 연료를 일일이 비용을 검증하기 위하여 샘플을 취해 실험한 열량 수치를 확인해서 전력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른 인력과 자원의 낭비와 복잡한 관료적 절차는 그나마 눈에 보이는 명시적인 비용이다. 눈에 안 보이는 암묵적 기회비용은 가격입찰을 시행했었다면 얻어질 수 있었던 편익이다. 연료비와는 무관하게 발전기 가동을 높이고 싶어도 무조건 비용평가 순으로 발전기를 가동해야 해서 발전사업자간 경쟁을 유도할 수도 없다. 일례로 껐다 켰다를 반복할 때 생기는 기동비용을 줄이고 발전기 수명을 늘리기 위해 돈을 적게 받고서라도 발전기를 연속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값싼 연료를 대량으로 빨리 도입하기 위해 기존 연료를 급속히 소모하는 유연한 발전방식도 현 체제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비용평가의 한계 때문에 시장원리에 가까운 가격입찰 방식으로 전력거래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 지도 비용평가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규제 당국은 요지부동이었다. 해외의 전력시장은 대부분 가격입찰 방식이라는 국제비교도 통하지 않았다. 한편, 제주도와 전남 등에서 인위적 출력제어가 빈번해지자 이 역시 강제로 하지 말고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이 시범사업의 목표였다. 가격입찰을 잘못 시행하면 발전사업자의 담합 등으로 오히려 전력 도매가격이 상승하여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 시범사업의 운영결과는 실시간시장의 도입으로 실제 수급에 따른 실시간가격을 실현하고, 전력 도매가격을 낮추고, 강제적인 출력제어도 자발적 조정으로 대체하고, 예비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다양한 전력자원을 발굴하게 된 점이다. 자원을 제값에 팔고 사는 것이 어떤 총명한 독재자의 눈부신 지휘보다도 우월하다는 평범한 시장원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원리를 중시하는 전력시장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조성봉

[EE칼럼] 넷제로를 향한 CCUS, 지금이 골든 타임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 5년이 지났다. 그러나 산업 구조와 에너지 현실을 고려하면 선언에 그칠 위험이 크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GDP와 수출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은 동시에 탄소 다배출 업종이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제한적이어서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25년 안에 산업 탈탄소화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 격차를 메울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 감축량의 15%를 CCUS로 달성할 것으로 본다. 국내 연구들 역시 한국 산업 배출의 최소 30~40%는 CCUS 없이는 줄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CCUS는 단순한 땜질 기술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을 안정화하는 인프라이자, 한국 주력 산업을 연결하는 성장 가치사슬의 출발점이다. 천연가스 개질에 CCUS를 결합하면 블루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포집된 CO₂와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는 e-메탄올, e-암모니아, 합성연료로 전환된다. 이는 항공·해운·발전의 탈탄소 연료로 곧바로 활용 가능하다. 여수·울산·포항 같은 클러스터에서 CCUS–수소–합성연료–연료전지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 단순한 감축이 아니라 산업 체질 전환이 가능하다. 조선·해운업은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전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40%를 가진 한국은 CCUS-수소-연료 체인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탄소 운반선(Carbon Carrier),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그리고 이를 건조하는 조선업까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면 주력 산업의 재도약이 가능하다. 세계는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을 활용한 '롱십(Longship)' 프로젝트로 유럽의 탄소 허브를 선점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포집 탄소 1톤당 최대 85달러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매년 수십억 달러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해상저장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저장소 탐사, 수송망, 제도 설계에서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기업들 역시 비용과 리스크 부담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주저한다. 특히 현재 탄소 포집·저장 비용은 톤당 7만~12만 원 수준인데, 배출권거래제(K-ETS) 가격은 1만원 미만이다. 이 괴리 탓에 PF 구조가 성립하지 않고, 민간 투자만으로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첫째, 동해 가스전 등 해양저장소를 조속히 확보해 2030년까지 최소 1억 톤 저장 용량을 국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둘째, 미국 IRA 수준의 세액공제·투자지원 메커니즘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간 자본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셋째, CCUS를 환경정책이 아닌 조선·해운·수소를 아우르는 통합 산업 전략으로 격상해야 한다. 넷째, 일본·싱가포르와 함께 동북아 CCUS 수송·저장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CCUS는 한국의 넷제로를 위한 보조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 재편과 신성장을 열어갈 핵심 전략이다.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유상희

[EE칼럼] 북극항로와 에너지 이슈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북극항로(NSR·Northern Sea Route)가 이번 새 정부 들어 에너지고속도로와 함께 에너지 분야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해 아시아(특히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보면 미국/캐나다 위를 지나 유럽으로 가는 북서항로와 유라시아 대륙(주로 러시아) 북쪽을 지나 동쪽으로 베링 해협까지 가는 북동항로 등 2개로 나뉜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신북방정책의 추진을 위하여 러시아 위를 지나는 북동항로의 미래 가능성을 논의하였으며 여러 싱크탱크에서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 중국, 일본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국제학술대회를 열기도 하였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북동항로의 가능성이 낮아지자 잠잠해지던 북극항로 논의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및 그린랜드에 대한 소유권 주장으로 북서항로에 관심을 보이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재명 정부는 북극항로 사업을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 리스트에 올리고 추진하고 있다. 사실 러시아와의 협력은 우리나라의 여러 정부에서 추진해 왔으며, 이때 에너지, 특히 LNG 운반선을 통한 천연가스 무역은 언제나 한-러 협력의 중심에 있어 왔다. 그러나 북극항로는 단순히 LNG뿐만 아니라 무역의 새로운 항로이기 때문에 관심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특히 러시아 위를 지나는 북동항로에 주목한 것은 짧은 수송시간 및 크게 낮아질 물류비용 때문이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한국이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잇는 물류허브 기지로 부상한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2013년 5월 한국은 북극이사회 옵서버 자격을 취득한 직후 상업 운항 테스트를 시행하였다. 또한 국내 조선사들은 북극항로를 지날 수 있는 천연가스로 운항하는 쇄빙선을 만들고 LNG 운반선을 만들어 러시아에 수출하였다. 우리나라와 함께 북극이사회 옵서버가 된 중국은 다롄항을 북극항로의 허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역시 쇄빙선 및 LNG 운반선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일본은 홋카이도의 도마코마이항을 북극항로 중심 항구로 만들고자 하는 등 한․중․일 모두 북극항로 동북아 물류허브를 노리고 있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해운 항로 중 현재 이용하고 있는 남방 항로(수에즈운하 통과)는 약 2만 2천 km인 반면 북극항로는 단 1만 5천 km밖에 되지 않는다. 즉, 기존 항로 보다 30% 이상의 해운물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북극항로가 관심을 받는 진짜 이유는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이 계속 녹아 2030년이면 북극항로를 최소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운송량은 해마다 늘어 COVID-19 직전에는 약 3,500만 톤까지 증가했다. 러시아는 2030년 해당 항로의 물동량이 1억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북극해 항로 구간에 액화천연가스 터미널과 석유/석탄 터미널 등을 건설한다고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은 제조업이 중심인 비슷한 산업구조와 석탄 중심의 부존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구가 많아서 자체적인 에너지전환 노력만으로는 자국의 에너지 안보 확보는 물론 기후변화 협상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한․중․일과 러시아 및 몽골을 모두 아우르는 동북아시아 지역 간 협력체를 구성한다면 이야기가 매우 달라진다. 러시아와 몽골은 재생에너지 및 화석에너지 모두 풍부하여 한․중․일과 에너지 공급망을 연계한다면 이 지역의 에너지 안보 달성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 시베리아지역은 인구가 적고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 온실가스 감축 사업 가능성이 커서 기후변화협약 목표 달성에 크게 도움이 되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에너지 부문 고민거리를 일거에 해결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이 다시 한번 앞서갈 수 있는 새로운 수출 인프라의 건설이자 동시에 에너지 이슈를 일거에 해결할 방법으로 거의 유일하기에 다들 북극항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를 맞아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북극항로 정책은 에너지가 국제적이고 지정학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임을, 우리나라는 여전히 90% 이상의 에너지와 전략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북국항로 정책 추진에 기대가 크다.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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