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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日 단계적·獨 유연…한국형 ‘정년 연장’ 모델 찾아야

정년 65세 논의가 연내 입법을 목표로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주요국들의 대응 모델이 참고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과 독일은 각각 30년간의 단계적 준비와 정부 보전 방식으로 정년 문제를 풀어왔다. 반도체 경쟁국 대만은 아예 정년을 폐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의 '결과'만 보고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노사관계·산업구조 등 근본적 차이가 크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독자적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산업·인구 구조가 유사한 일본·독일·대만은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정년 문제 해결에 나섰다. 공통점은 대부분 임금 또는 연금 조정이 동반됐다는 점이다. 일본은 1998년부터 30년 동안 중장기 계속근로 로드맵을 마련해 정년 이후 고용 연장을 단계적으로 제도화해왔다. 일본은 고령자고용안정법을 통해 법적 정년은 60세로 유지하되, 희망자가 있을 경우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은 이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정년을 65세로 상향하거나 △정년퇴직 후 재고용 계약을 체결하거나 △외부 고령자취업지원센터를 통해 고용을 연계하는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기준 일본 기업의 82.3%가 65세까지의 계속고용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67.4%는 퇴직 후 재고용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계속고용'이 정착되도록 기업과 근로자에 재정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재고용 단계에서 임금이 평균 20~40% 줄어드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고용보험을 통해 임금 감소분의 일부(최대 10%)를 최대 5년간 지원한다. 사업주에게도 고령자 고용 유지, 직무 전환, 처우 개선 등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본은 2021년부터 70세까지 고용 기회를 확보하도록 '노력 의무'를 도입해 사실상 정년을 확대했다. 일본은 기업 자율성과 고령층 고용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독일은 일본보다 한층 유연한 '노사합의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법정 퇴직 연령은 67세로 정해져 있으나, 강제 정년 규정이 없어 근로자가 원하고 기업이 동의하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사업장 단위에서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직무를 조정해 70세 이후까지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어, 고령자의 다양한 노동 형태를 폭넓게 수용하는 체계가 자리 잡혀 있다. 독일 정부는 고령자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제·재정 지원을 병행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임금 일부를 환급받는 '노년고용세액공제'를 적용받고, 근로자가 부분퇴직을 선택할 경우 정부가 임금 보조금을 지급해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 일본이 의무 규제를 중심으로 고령자 고용을 확대한 반면, 독일은 노사 자율성과 국가 지원을 결합해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 모델로 평가된다. 최근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대만이다. 한국의 최대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은 지난해 정년을 사실상 폐지했다. 65세 이상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고 고령자 소득 공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돼 한국의 상황은 다른 만큼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독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고령층의 노동 지속은 모든 산업국가가 직면한 과제이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법론은 각국의 사회보장제도·해고 유연성·노동법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르게 설계돼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대만처럼 정년을 폐지한 국가는 해고 유연성이 전제돼 있고, 일본은 30년 넘는 준비 끝에 노사 간 협조 문화를 기반으로 기업이 정년·재고용·정년폐지 중 선택하도록 제도를 설계됐다. 이와 달리, 한국은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고, 대립적 노사관계, 낮은 대기업 고용 비중 등 상황이 많이 다르다. 연공 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도 걸림돌이다. 노동법 전문인 이정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연공급 구조에서는 근속 기간이 늘수록 임금이 계속 오른다"며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고 청년 채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년을 연장해도 혜택을 볼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법정 정년 60세가 시행된 2016년 이후 정년까지 근속한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14.5%에 불과하다. 대다수 근로자가 50대 중·후반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연령은 49.4세로, 정년과 10년 가까운 격차를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의 정년퇴직률은 10%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정부와 연구기관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 교수는 “절대다수는 정년 연장의 수혜를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원장은 재고용·전적·계열사 및 중소기업 이전 등 다양한 경로를 포함한 '한국형 계속고용 모델'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 연장이냐 고용 연장이냐의 선택 이전에, 고령 인력의 계속 고용을 가로막는 제도적 허들이 무엇인지, 어떤 지점에서 기업의 인력운영상 제약과 충돌하는지부터 허심탄회하게 드러내야 한다"며 “정년 연장은 결국 기업이 실행하는 것인데, 정부와 국회만 압박해 '입법만 되면 된다'고 보는 건 번지수가 틀렸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법적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공·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자율 시행에 맡기면 특정 기업만 혜택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현재 대기업 비중이 10~20%로 보고되지만 이는 사업체 기준이며, 기업 기준으로 분류하면 대기업의 실제 비중은 약 50%에 가깝다"며 “정책 설계 단계에서 기업 기준으로 통계를 재분류해야 효과가 중소기업과 취약 계층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6월 업무보고에서 정년 연장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기본사회위원회, 정년 연장 TF, 경사노위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년 연장 적용 과정에서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을 확대하고, 청년 채용 위축을 막기 위한 고용장려금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관련 사업에 2026~2029년까지 약 2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5 안동시 ‘10대 시정이슈’…재난 회복부터 미래 신산업까지 변화의 한 해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안동시는 2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안동시 10대 시정이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조직 내부의 시각에서 지난 1년간의 시정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됐다. 지역경제, 문화관광, 신산업, 균형발전 등 여러 분야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진 가운데, 직원들은 “재난을 함께 극복한 경험"을 올해 가장 큰 전환점으로 꼽았다. ▲산불 피해 극복…시민과 함께 공동체의 회복력 확인 3월,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과 북부권으로 번지며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안동시는 진화가 마무리되자마자 이재민 생활지원과 주거 대책을 최우선으로 두고 복구 체계를 가동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성금과 물품, 자원봉사자들의 온정이 더해지면서 지역 공동체가 가진 회복력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직원들은 “재난을 넘어 다시 일어선 시민의 의지"를 올해 가장 중요한 이슈로 선택했다. ▲국도대체우회도로, 15년 만에 순환망 완성 지난 9월 용상~교리 구간이 개통되며 국도대체우회도로 사업이 15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안동의 도심 순환도로 체계가 완성됐고, 도심 교통량 분산과 물류 이동 효율 개선 등 생활 전반의 편익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시민들의 교통 체감도가 올해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로 꼽혔다. ▲여름철 명소로 떠오른 '물속 걷는 길' 탈춤공원 인근 강변에 조성된 '물속 걷는 길'은 올해 생활 분야의 대표 성과로 선택됐다. 안동댐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이 흐르는 400m 수로형 산책로는 도심 속 힐링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여름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4. 모바일 안동사랑상품권 확대…지역 상권에 활력 지역경제 분야에서는 모바일 안동사랑상품권의 월 구매 한도 상향(40만원→60만원)과 프로모션 강화가 긍정 효과를 낳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제액 10% 적립 혜택이 유지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와 지역 소비 촉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0만 명이 찾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올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10일간 총 160만 명이 방문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외 200여 팀이 참여해 도시 전역에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안동이 '세계인이 찾는 축제도시'로서 입지를 다시 확인한 해였다. ▲'2026 동아시아 문화도시' 최종 선정 대한민국문화도시에 이어 안동은 2026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며 국제 문화교류의 중심지로 올라섰다. 내년에는 '우리의 안녕한 동아시아'를 주제로 한·중·일 교류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추진될 예정이며, 문화도시 브랜드 가치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 착공…바이오 신산업 본격화 경북바이오 2차산업단지에서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가 착공되며 안동의 백신·바이오 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됐다. AI 기반 백신 후보물질 발굴과 항원 라이브러리 구축 등 전문 기능을 갖춘 국내 첫 백신 플랫폼 기관으로, 국가적 감염병 대응 체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안동 수페스타', 여름 대표 도시축제로 자리매김 두 번째 해를 맞은 안동 수(水)페스타는 방문객 18만 6천여 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낙동강 수변을 활용한 도심형 물놀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여름철 도시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한일 정상회담 만찬에 오른 '안동 미식'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공식 만찬에 안동소주와 안동찜닭이 오르며 안동 미식의 국제적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시는 이를 계기로 전통주·종가음식·축제·문화공연을 결합한 'K-미식 4대 어울림 전략'을 추진하며 지역 문화산업과 관광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국립안동대·경북도립대 통합…'국립경국대학교' 출범 올해 3월, 국립안동대학교와 경북도립대학교가 통합해 국립경국대학교가 공식 출범했다. 국·공립대 간 통합 사례로는 전국 최초로, 지역대학 위기 대응과 지역혁신 체계 구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대학은 'K-인문 세계 중심 공공형 대학'을 비전으로 내걸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2025년은 산업·문화·생활·교통 모든 분야에서 도시의 체질이 달라진 한 해였다"며 “시민이 함께 만든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에는 체감 가능한 변화를 더욱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안동시의회, ‘드론·AI 기반 스마트 안동’ 정책토론회 개최…전통과 첨단을 잇는 도시 전략 모색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안동시의회는 20일 안동상공회의소 3층 회의실에서 '하늘에서 여는 안동, 미래 드론과 AI가 그리는 스마트 안동 정책토론회'를 열고 드론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지역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행사는 김경도 안동시의회 의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치헌 ALUX 대표의 주제 발표, 이어진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치헌 대표는 발표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안동이 선택해야 할 길은 기술과 전통,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도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불 감시와 정밀농업 기술,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 사업 등 안동형 미래산업 모델을 제시하며 “전통 위에 혁신을 더하는 것, 이것이 안동이 가져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이재갑 안동시의회 의원이 좌장을 맡아 토론 전반을 이끌었다. 이재갑 좌장은 토론을 시작하며 “드론과 AI 기술은 이미 각 산업 분야에서 표준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방도시가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에 대한 정책적 판단뿐 아니라 현실적 실행 계획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안동의 지리·산업 환경을 언급하며, 산림 면적이 넓고 농업 비중이 높은 안동이 드론 활용 분야에서 실질적 수요가 큰 도시임을 짚었다. 이어 “지자체의 정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행정조직 정비, 전문인력 확보, 교육기관과 기업의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며 토론 주제의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토론자들에게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지역 기업의 기술 역량과 투자 환경 △드론 관련 규제 특례 지역 지정 가능성 △대학과의 공동연구 플랫폼 구축 방안 △공공 서비스 적용 분야 확대 등 구체적 질문을 던지며 논의를 이끌어 갔다. 우창하 의원은 안동시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한 실천 과제로 '드론산업 전담 부서' 신설을 강하게 제기했다. 우 의원은 △단계별 조직 구축 △공공 분야 드론활용 확대 △드론 특화 산업단지 조성 △교육기관·기업 협력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구체적 과제들을 제시하며 “산업화를 주도할 전담 조직이 있어야 안동의 드론산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는 우창하 안동시의회 의원, 이치헌 ALUX 대표, 금범수 변호사, 권종하 한국수직이착륙무인항공협회 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분야별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냈다. 토론자들은 대학·기업·지자체가 각각 어떤 역할을 맡아야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를 만들 수 있는지, 드론 기술의 공공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무엇인지, 인력 양성·실증 인프라·산업 투자 유치 방안 등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드론과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안동의 미래 산업 전략을 다각적으로 점검하고, 지역의 전통 자산과 첨단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모델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번 논의가 앞으로 안동시의 정책 방향 설정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며 “전문가·시민사회·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후속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기획] 정년 연장 ‘평행선’…勞 “소득 절벽” vs 使 “인건비 부담”

법정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7개월 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영계는 비용 증가 및 청년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기존 정년 60세를 유지하되 자율적인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후 소득 공백을 막기 위해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일 경영계·노동계에 따르면 핵심 쟁점은 법정 정년을 현행 유지하되 기업 자율로 재고용하도록 할 것이냐 아니면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할 것이냐다. 경영계는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임금 삭감이나 고용 유연성 없이 정년을 65세로 올리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고 대신 청년 채용이 줄어든다며 정년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정년을 5년 늘리면 60~64세 고령 근로자 추가 비용이 약 30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청년 90만 명을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은행도 정년이 1년 늘 때 고령 근로자 1명 증가당 청년 근로자 0.4~1.5명이 줄어든다고 봤다. 따라서 정년 상향 대신 '퇴직 후 재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하고, 필요한 경우 '정년 후 재고용 특별법'을 제정해 자율적인 계속고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급연령(현재 63세. 2033년 이후 65세)과 기존 60세 정년 사이에 생기는 최대 5년간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시급히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과 함께 임금은 끊기지만 연금은 몇 년 뒤에야 나오기 때문에 고령층은 즉시 무소득 상태에 놓이게 된다. 특히 55~64세 임시·일용직 비중이 34%를 넘는 상황에서는 이 공백이 생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또 인구 감소·초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현재 15~60세)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노동계는 경영계의 인건비 부담 증가나 청년층 고용 감소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예컨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높인 뒤 55~59세 고용률은 2010년 66.5%에서 2017년 72.6%, 2023년 76.0%로 꾸준히 올랐다. 특히 청년층(25~29세) 고용률도 2016년 69.5%에서 2023년 72.3%로 상승했다. 정년 연장 이후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이 모두 늘어난 것이다. 또 임금체계 유연화 요구에 대해서도 '철 지난 얘기'라는 입장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임금·직무 정보 시스템을 보면, 호봉급 체계를 유지하는 사업장은 2010년 46.3%에서 2023년 12.7%로 크게 줄었고, '특정 임금체계가 없는 사업장'이 64%에 이른다. 이미 연공급 중심 구조가 완화된 상황에서, 높은 연공급을 전제로 한 비용 계산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총괄실장은 “임금 조정은 현행 고용법상 노사 자율 영역"이라며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이라는 식의 단순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은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퇴직 후 재고용이나 선별 고용 방식은 사업주에게 과도한 선택권을 줘 결국 '뽑고 싶은 사람만 뽑는 구조'가 돼 노동계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과정에서 자영업자나 영세사업자 등의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은 과제다. 정년·연금·임금 구조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데,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를 밀어붙이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주 5일제 도입 때는 8년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지원책을 마련해 연착륙이 가능했지만, 2018년 최저임금이 사회적 합의 없이 급등했을 때는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장에 큰 부담이 생긴 사례가 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65세 정년연장은 청년층까지 포함해 찬성이 70%대에 이르는 등 국민적 합의가 충분하다"면서 “정년 법제화를 통한 소득공백 해소라는 상식적 대안을 두고 일부 경영계와 보수 정치권이 과도한 프레임으로 갈등을 키우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안동시, 2025년도 본예산 1조6640억 편성…“재도약 위한 회복·성장 예산”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안동시가 2025년도 본예산을 총 1조6640억 원 규모로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582억 원(3.63%) 늘어난 것으로,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산불피해 복구와 지역경제 회복,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방점을 둔 예산이라는 평가다. 내년도 일반회계는 1조5100억 원으로 올해보다 470억 원 증가했다. 특별회계는 1540억 원 규모로 112억 원 늘었다. 지방세 및 세외수입 등 자체수입은 1514억 원을 확보해 전년 대비 5.1%(74억 원) 늘었고, 국비 4168억 원·도비 1356억 원 등 의존재원은 1조2546억 원으로 464억 원 증가했다. 시는 산불피해라는 위기를 지역 재편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재정안정화기금을 과감하게 활용해 복구·경제·미래산업 등 핵심 분야에 예산을 집중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임하면 추목·중마지구 마을단위 복구재생에 64억 원, 산불피해 복구조림에 70억 원을 투입해 현장 회복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 단순 복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생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영유아 보육료 158억 원, 아동수당 90억 원, 아이돌봄 지원 65억 원 등 정부·도 지원사업을 빠짐없이 반영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72억 원이 더해지면서 인구감소 대응 예산도 크게 강화됐다. 특히 2026년 시행될 1세 아동 보육교사 비율 축소를 대비해 28억 원을 사전 반영하며 “저출생 대응 선도 도시"를 목표로 정책 기반을 넓혔다. K-U시티 프로젝트 108억 원, 공공형 지식산업센터 구축 68억 원,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 구축 20억 원 등 신산업 분야 예산도 대거 편성됐다. 시는 바이오·백신 중심의 미래 산업구조를 본격적으로 강화해 지역경제 체질 개선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안동사랑상품권 할인액 보전금 100억 원, 소상공인 특례보증 및 이차보전 34억 원, 중소기업 운전자금 이차보전 16억 원 등이 반영됐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상권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예산들이 대폭 확대된 점이 특징이다. 문화도시 조성 예산 80억 원, 제64회 경북도민체전 개최 72억 원, 고산서원 관광자원 개발 34억 원 등이 포함됐다. 시는 머무르고 즐기는 문화·관광 산업을 확대해 도시 이미지와 지역 경제 활력 모두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금소지방정원 30억 원, 낙동공원 30억 원, 기후대응 도시숲 10억 원, 금소생태공원 정비 5억 원 등이 반영돼 '정원도시 안동'의 기반을 본격적으로 갖춰나간다. 전체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은 사회복지 분야로 4617억 원(30.6%)이 편성됐다. 기초연금 1336억 원,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549억 원,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228억 원 등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 농업 분야는 2268억 원(15.0%)으로 사회복지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농작물 재해보험료 115억 원, 농어민수당 102억 원 등이 반영됐으며, 산불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의 이중고 완화를 위한 예산도 강화됐다. 분야별 △사회복지 4617억 원(30.6%) △농림해양수산 2268억 원(15.0%) △문화·관광 1565억 원(10.4%) △국토·지역개발 1094억 원(7.2%) △산업·중소기업 852억 원(5.6%) △환경 806억 원(5.3%) △교통·물류 705억 원(4.7%)예산을 배분 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이번 예산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토대"라며 “민생 안정과 지역 활력 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안동의 재도약'을 만드는 예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부동산대책 효율 높인다”…당정, 토허제 지정 국토부 부여 추진

정부·여당이 부동산 주요 규제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시도지사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장관도 행사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서울·수도권 135만호 공급계획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법안들도 신숙히 추진한다. 정부·여당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회의에서 “2030년까지 서울·수도권에 신규 주택 135만호를 공급하는 9·7 대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연내 발의 및 처리가 가능한 법안들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9·7 공급대책에 대한 입법이 매우 시급하다"며 “공급 효과가 하루빨리 체감되도록 하기 위해선 필요한 법적 기반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핵심 후속 입법으로 △도심정비 활성화를 위한 도시정비법 및 노후계획도시정비법 개정 △현행 시·도지사 권한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에게도 부여하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 △도심 내 공급 확대와 공공택지 물량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 증가에 대응해 관련 법 제정도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소규모 주거용 위반(불법) 건축물 문제에 대해서는 한시적 합법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 장관은 “어려운 민생·경제 여건을 반영해 소규모 주거용 위반 건축물은 한시적으로 합법 전환을 허용하겠다"며 “동시에 불법을 키워온 불합리한 규제를 합리화해서 위반 건축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건설안전을 뒤틀리게 할 건설안전특별법안 재고해야

최근 행정부는 국회의 힘을 빌려 엉성한 안전법을 손쉽게 통과시키기 위해 청부입법을 남발하고 있다. 지난 9월 재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도 국토교통부의 청부입법이라는 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심각한 건 함량 미달의 법이 걸러지지 않고 졸속으로 통과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특별법의 왕국이라 할 만큼 형사특별법이 기형적으로 많이 제정돼 있어 법체계가 뒤틀려져 있다. 건설안전특별법도 가뜩이나 난마처럼 꼬여 있는 건설안전관계법을 더욱 착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예측 가능성과 준수 가능성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혼란이 극심한 마당에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된다면 건설현장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태에 빠질 것 같다. 대형건설사는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재해 예방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중소건설사는 안전조치에 아예 체념하는 방향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 건설안전특별법안은 겉으로는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업계를 살리기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조악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내용이 상당수 규정돼 있다. 안전관리조직, 안전관리, 안전교육 등에 있어 내용적으로 중복되는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법 간에 의무주체가 상이하게 규정돼 있어 충돌이 심한 상태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길이 없다.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복점검, 자의적 법집행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둘째, 강한 형벌이 수반되는데도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규정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안전관리", “적정한 기간과 비용", “안전관리 역량"과 같이 전문가조차도 애매하고 모호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개념이 다수 있다. 이런 법이 수범자에게 행위규범으로 기능할 리 없는 만큼 재해 예방은 기대난망이다. 죄형법정주의는 불명확한 형벌규정을 통해 무너진다는 점에서 이런 규정들은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셋째, 안전원리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컨대 하청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원청에게만 안전관리조직의 구축, 안전교육 등의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하청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적 안전조치 의무를 하청 근로자와 근로관계에 있는 하청에겐 부과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재해 예방에 실효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넷째, 발주자의 책임을 실현할 수단과 구조가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자문사, 감리자와의 책임관계가 모호해 발주자는 사실상 책임에서 비켜나 있고 감리자가 책임을 떠안는 폐습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안전자문사와 감리자의 역할이 중복되기도 한다. 공사규모, 사업자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발주자에게 의무를 부과하여 이행의 현실성에도 문제가 있다. 법안이 졸속으로 입안되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섯째, 처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동일한 사항에 대하여 형벌,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과태료를 이중적으로 제재하는 규정조차 발견된다. 가히 '기승전-처벌'이라 할 만한다. 실효적인 예방기준을 만드는 일은 등한시하고 안이하게 처벌을 최우선으로 삼는 제재만능주의에 함몰돼 있다. 재해를 줄이려면 '묻지마' 규제를 쏟아내는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안전원리를 훼손하고 실효성을 무너뜨리는 입법은 금물이다. 아무리 규제와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으면 재해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조장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일명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를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안전을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깨달을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우를 재차 범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 정진우

봉화군, “더 큰 봉화·더 강한 봉화로 간다”...2026년 군정 청사진 공개

봉화=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박현국 봉화군수가 19일 열린 제276회 봉화군의회 정례회에서 2026년도 군정 운영 방향을 공식 발표했다. 민선 8기 성과를 토대로 지역 변화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 속에, 내년도 군정의 핵심 전략을 담은 시정연설이 나왔다. 박 군수는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먼저 짚었다. 스마트팜 조성, 양수발전소 예타 대상 선정, K-베트남 밸리 기반 구축, 산림·치유 산업 확대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며 “봉화 발전의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벚꽃엔딩 축제 개발, 산타마을 특화 숙박시설 준공, 정주환경 개선사업 등 일상과 관광을 잇는 지역 인프라 확충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제시했다. 박 군수는 내년도 군정 운영 방향을 △글로벌 문화교류 허브 도약 △농업 경쟁력 강화 △전국 최고 관광도시 기반 확립 △차별 없는 포용복지 실현 △산림·치유 융합도시 조성 △지역개발을 통한 균형발전 등 6대 분야로 제시했다. 봉화군은 K-베트남 밸리를 국가사업으로 격상시키고, 의료검진센터 유치 등 의료·관광 융합 모델을 구축해 국제 교류의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정의 지역 참여 기회를 확대해 '머무르고 싶은 글로벌 지역'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설정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스마트팜 확산, 아열대 작물 개발, 농업용수 인프라 확충, 공동영농 활성화, 청년농 육성 등 미래농업 기반을 강화한다. 특히 외국인 농업근로자의 권익 보호 및 근로환경 개선을 통해 안정적 농업 인력 수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전략은 △은어·송이 축제 개편 △이색숙박·모험휴양 인프라 조성 △펫빌리지 조기 개장 △집라인·전망대 설치 등 체험형 시설 확충 △생활체육공원 조성, 문화시설 보강 등 생활문화 기반을 강화해 군민의 일상 품격도 함께 높인다는 계획이다. 봉화의 강점인 산림자원을 기반으로 문수산 자연휴양림 기능 강화를 비롯해 산림복지단지 보완, 국립산림안전원 유치 추진 등 치유산업 기반을 확대한다. 명상·테라피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 도입도 병행해 봉화를 대표 치유도시로 육성한다. 2026년 봉화군은 통합돌봄 체계 강화, 간병비 지원 확대, 스마트 경로당 도입, 청소년 바우처 지원 등 아동·청년·노년을 아우르는 맞춤형 복지 체계를 구축한다. 군은 농촌 공간 재구조화, 도시재생사업 운영, 농공단지 환경 개선, 상권 활성화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지역 전반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 또 재해예방 사업, 소하천 정비 등을 통해 군민 안전 체계도 강화한다. 봉화군이 편성한 2026년 예산안 규모는 5800억 원으로, 2025년 본예산보다 180억 원 증가했다. 분야별 편성은 △농업 경쟁력 1300억 원 △주민 복리증진 1130억 원 △환경·재난방지 1083억 원 △교통·지역개발 789억 원 등이다. 박 군수는 “군민의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선심성·낭비성 예산을 철저히 배제했다"며 “군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책임지고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 큰 봉화·더 강한 봉화를 만들기 위해 군정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정연설은 봉화군이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농업·관광·산림·복지·균형발전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2026년 성장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경북도, ‘포스트 APEC’ 핵심 밑그림 공개…“APEC의 유산을 경북 전역으로 확장한다”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19일 도청 다목적홀에서 '포스트 APEC 추진 전략 보고회'를 열고,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이후를 겨냥한 대규모 후속 프로젝트 청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경북이 단순한 개최지를 넘어, APEC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보고회는 그동안 경북도가 경북연구원,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해 온 포스트 APEC 사업의 내용을 처음으로 외부에 설명하는 자리였다. 경북도는 이미 정상회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후속사업 연구용역과 정책 구상을 병행해 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APEC의 유산을 경주에만 묶어둘 수 없다"며 “포스트 APEC 사업을 통해 경북 전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도내 주요 관광지의 방문객이 급증하고 글로벌 호텔 체인들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지역은 이미 가시적인 투자 성과 직전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 사업이 본격화되면 국제 관광객 유입은 더 커질 것"이라며 “지역의 매력을 살린 특색 있는 먹거리와 숙박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APEC 성공 개최와 K-컬처 열풍으로 높아진 글로벌 관심을 활용해 세계 10대 문화관광거점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 프로젝트는 △'세계경주포럼' 글로벌화 △'APEC 문화전당' 건립 △보문관광단지 리노베이션 △'APEC 연합도시 협의체' 구성 등이다. 포스트 APEC 전략 가운데 가장 미래지향적인 축은 AI 경제·산업 분야다. 경북도는 저출생, 재난, 교통 등 지역 핵심정책을 AI 기반으로 발전시켜 '대한민국 AI 미래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도내 데이터센터 연결 'AI 고속도로' 구축 △경산 AI 인재양성 체계 강화 △'아시아태평양 AI센터' 유치 추진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경주 CEO 서밋' 개최 △디지털 랜드마크 'APEC 퓨처스퀘어' 조성이다. 또한 경북도는 저출생 대응과 평화·통일 의제까지 포함한 △'국립 인구정책연구원' 경북 유치 추진 △'신라통일평화정원' 조성 △'한반도 통일미래센터' 건립 등 '포스트 APEC 3대 번영축'도 제시했다. 이철우 지사는 “오늘 발표된 10대 사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APEC 개최를 계기로 경북 전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광역 단위 연합도시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후손들에게 대한민국과 경북의 미래 자산을 남길 수 있는 포스트 APEC 사업을 지속 발굴하겠다"며 장기적 비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발표는 APEC 이후 경북이 단순한 개최 도시가 아닌, 국가 전략과 국제 협력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기획] 급물살 타던 정년연장 ‘멈칫’…연내 입법 물 건너가나

급속한 인구 감소·초고령화에 따라 노동자의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도 소극적으로 돌아서 당초 목표였던 '연내 입법'이 불투명해졌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던 정부·여당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다. 정년 연장 논의는 최근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최근 10여년 새 급격한 고령화, 인구 감소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생산가능인구(15~60세)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저성장 극복·잠재 성장력 확대를 위한 사회적 과제가 됐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의 불일치가 불러온 소득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도 빗발쳤다. 법정 정년 60세는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당시 국회는 고령자 보호를 위해 사업주에게 60세 이상 정년 달성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노동부 장관이 권고·지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13년 개정에서 이 노력 의무를 '정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으로 바뀌었고 본격 시행된 2016년부터는 말 그대로 '법정' 정년 60세가 정착됐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민주당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입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노동계의 '소득 절벽' 해소 요구가 촉발했다. 현행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령은 63세(2033년 이후 65세)부터인데, 이 경우 최대 5년 동안 소득·연금이 모두 끊기는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2033년까지 단계적 상향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관련 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현재 63세, 2033년 65세)에 맞춰 정년을 '63→64→65세'로 올리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차이는 연령 조정 시기인데, 박홍배 민주당 의원안은 2027년 63세, 2028~2032년 64세, 2032년 이후 65세로 단계적 인상하는 안이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안은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되,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 개정안에는 2028년~32년 64세, 33년 이후 65세로 단계적 인상하는 안이 담겼다.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말부터 정년 63세가 적용될 수 있다. 단순 연령 기준으로는 1967년생이 2027년 63세 정년의 첫 적용 대상이 되며, 1970년생 이후 세대는 2033년 완성되는 65세 정년제를 전면적으로 적용받는 첫 세대가 된다. 늦어도 2030~2033년 사이에는 전 사업장에서 법정 정년 65세 체제가 사실상 완성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이달 초만 해도 '연내 입법'을 공언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민주당내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 연장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이달 3일 “정년·재고용 안과 임금체계 개편 실효성 확보 방안 합의까진 이루지 못했지만 의견이 근접해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연말까지는 안을 최종적으로 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계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변수가 생겼다. 기업의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므로 현행 60세 정년은 유지한 채 '퇴직 후 재고용'을 중심으로 한 유연한 계속고용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1일 “지금과 같이 경직된 노동시장에서는 정년 연장이 시행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여당의 입법 추진에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근 연내 법제화와 관련해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며 “기업의 입장, 노동계의 입장을 포괄적으로 충분히 숙의하고 공론화한 다음 최종적인 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18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정년 연장 법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김주영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간사 간 협의한 법안으로 심사를 한 상태"라며 “선출에 따라 법안 심사가 이뤄져 아직 논의가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연내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연장특위는 경사노위 논의가 중단된 이후 국회가 사회적 대화 기능을 이어받아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기구"라며 “노동계·경영계·청년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7개월간 논의해왔지만, 노사 간 쟁점이 뚜렷해 접점이 없는 상황인 만큼 이제는 국회와 민주당이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이 당초 약속한 정년연장 연내 법제화에 주춤한 사이, 경총과 경영계가 아예 정년연장 법제화 자체를 흔들고 있다"면서 “이미 여러차례 확인한 원칙을 흔들지 말고, 약속대로 연내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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