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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개입부터 국제사회 거리두기까지…트럼프 ‘美 우선주의’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2026년 들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정책으로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면 올해에는 군사·외교 전반에서 미국 중심 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사회와 거리를 두는 기조 역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기습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에 대한 관활권도 확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적인 새 정부 수립이나 사회 안정보다는 경제 이권 확보를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7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의 발언에 따르면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3000만에서 5000만 배럴 상당의 원유를 넘겨받아 시장에 팔고 그 수익금의 사용까지 통제하기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합의했다. 라이트 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행사에서 앞으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시장에서 “무기한" 판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의 임시 정부 당국이 그 원유를 미국에 넘기기로 합의해 매우 곧 여기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이 원유를 국제시장에서 판매하는 절차를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원유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재량에 따라 미국인과 베네수엘라인의 이익을 위해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백악관에서 주요 석유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의 일부인 서반구 장악력 강화 목표를 담은 '돈로주의'(19세기 미국식 고립주의인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 행보도 심상치 않다.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야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듯 한 양상이다.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다음주 그린란드에 대한 영유권을 보유한 덴마크와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그린란드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논의가 작년에 첫 언급된 이후 우선순위에 밀려 사실상 중단됐지만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재점화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산하기구 31개와 비(非) 유엔기구 35개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경제사회국, 국제무역센터, 유엔무역개발회의, 유엔민주주의기금,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평화·인권, 기후, 무역 등과 관련한 기구 및 기금 31개가 탈퇴 대상 유엔 산하기구로 명시됐다. 탈퇴할 비 유엔기구 역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국제에너지포럼, 세계자연보전연맹 등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감을 보이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나 'PC(정치적 올바름)'와 관련된 단체 또는 협약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하면서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대한 탈퇴도 결정한 바 있다. 백악관은 이들 기구가 “미국의 국가 이익, 안보, 경제적 번영, 주권에 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모든 정부 부처·기관은 (해당 기구에) 참여 및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납세자들은 이들 기구에 수십억달러를 냈다"며 “이런 기구들에서 탈퇴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자의 돈을 절약하고, 그 자원을 미국 우선 과제에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국방예산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달 18일 서명한 2026년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NDAA)의 국방 예산은 1조 달러에 살짝 못 미치는 9010억 달러(약 1307조원)인데 이보다 6000억 달러(약 870조원) 더 많은 1조5000억 달러(약 2176조) 규모로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베네수엘라 공격과 다른 중남미 국가에 대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그린란드 확보를 위한 무력사용 불배제 기조 등과 맞물리며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코스피 고점은 없다?…‘바이 코리아’ 확산되는 이유는

지난해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한 한국 코스피 지수가 새해 들어서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자 증시가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일축하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붐으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개선되는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다. 8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0.03% 오른 4552.37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4622.32까지 오르며 전날 기록한 전고점(4611.72)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한국 증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추진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속도로라면 코스피가 이달 중 5000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며 “실적 기대치가 급격히 상향 조정되고 있어 과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목표 상단을 4800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적 반도체 기업들은 AI 붐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두 기업은 올해 국내 기업 전체 이익 증가율(74% 전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0조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08.2% 증가해, 7년여만에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19조6457억원)도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신 세대 범용 메모리인 DDR5 가격이 올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40% 상승하고, 2분기에도 추가로 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산지브 라나 CLSA증권 리서치 총괄은 “하이퍼스케일러와 클라우드 제공 업체들은 대규모로 D램을 구매하고 있으며, 가격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D램 평균 가격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급등했고, 낸드 가격도 약 20% 상승했다"며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올해 내내,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수요가 워낙 강하고 공급이 빠듯해 (메모리) 가격에 큰 조정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추가 매수 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프 김 KB증권 리서치 총괄은 “수요 정점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투자자들은 반도체 관련주들을 매수하고 보유해야 하고,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다"라고 밝혔다. KB증권 피터 킴 전략가도 “현 시점에서 반도체가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는 2025년 한 해에만 76% 급등했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지수보다 낮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 증시는 구조적인 디스카운트 상태에 있었지만 올해는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코스피가 연말까지 6000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정부가 추진 중인 150조원 펀드와 관련해 “지난 5년간 유지돼 온 보수적인 재정 기조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수준의 경기 부양책으로,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밸류업 정책,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도 상승 동력으로 지목된다. 제임스 리 머스트자산운용 글로벌 사업 총괄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국이 다음 일본'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반도체 분야를 넘어 다양한 업종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삼양식품, 효성중공업, 에이피알(APR)을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다. 식품·전력설비·화장품 등의 업종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학개미들의 국내 복귀 가능성도 주목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미국 주식에 324억달러(약 46조9600억원)를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는 26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국내 투자 장려 정책이 본격화되면 이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종민 CLSA증권코리아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움직이는 곳에는 개인투자자들이 대체로 참여한다"며 “한국 개인투자자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국제기구 66개에서 탈퇴…“참여 및 자금 지원 중단”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기구 66개에서 미국이 탈퇴하도록 지시했다. 7일(현지시간) 백악관 팩트시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 이익, 안보, 경제적 번영, 주권에 반하는 유엔 산하기구 31개와 비(非) 유엔기구 35개에 미국의 모든 정부 부처·기관이 참여 및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서명한 기구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이들 기구 중 다수는 미국의 주권 및 경제적 역량과 충돌하는 급진적인 기후 정책, 글로벌 거버넌스, 그리고 이념적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탈퇴 선언에 따라 절차가 진행 중인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대한 탈퇴도 결정한 바 있다. 백악관은 “미국 납세자들은 이들 기구에 수십억달러를 냈다"며 “그들은 종종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우리의 가치와 상반되는 의제를 추진하거나, 중요한 이슈를 다룬다면서도 실질적 결과를 내지 못해 납세자의 돈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기구들에서 탈퇴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자의 돈을 절약하고, 그 자원을 미국 우선 과제에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지원한 자금 규모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미국의 탈퇴 결정은 유엔이 예산을 7% 감축한 뒤에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융시장 개방 나서는 사우디…“2월부터 모든 외국인투자자 진입 가능”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내달부터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자본시장감독청(CMA)는 2월 1일부터 비거주 외국인이 직접 자국내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에는 적격 외국인 투자자(QFI) 자격을 부여받은 해외 투자자들만 사우디 금융시장에 투자할 수 있었다. 운영 자산이 5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이 QFI 자격 요건 중 하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MA는 “개정안에 따라 QFI 개념이 제거되어 모든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격 요건을 충족할 필요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해외 자금의 유입을 지원해 시장 유동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본, 홍콩 파트너들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설립하는 등 외국인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타다울 종합주가지수(TASI)는 지난해 13% 가까이 폭락해 주요 신흥국 주가지수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부 예산 적자가 심화하자 해외 자본 유입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지분 소유 한도가 완화돼야 사우디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우디 증시는 지난해 9월 감독청이 상장사에 대한 외국인 소유 한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보도에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당국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하자 상승세가 반납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JP모건은 “이미 거의 모든 기관 투자자들이 사우디 시장에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날 발표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핵심 규제 변화는 외국인 지분 제한 변경이고 이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규제는 올 하반기 직전에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스의 나레시 빌란다니 이사는 “외국인 지분 제한율이 현재 49%에서 60~100%로 상승될 경우 MSCI와 FTSE로부터 34억~102억달러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가 키운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삼성전자 “제품 가격 인상 나설 수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들의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원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진행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급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격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제품 가격 조정을 실제로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조차도 스마트폰, 노트북, 스마트 가전, 자율주행차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 가격 급등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 대한 경고는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SK AI Summit(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공급이 병목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 요청을 받고 있어서 이걸 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미국 PC·서버 제조업체 델, 샤오미 등 주요 IT 기업들은 이미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경고했고 HP의 엔리케 로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올 하반기부터 필요시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PC 제조사 레노보는 지난해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미리 확보해 비축하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목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D램 가격은 작년 크게 올랐는데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2분기까지 40%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날 보도했다. 이같은 공급 부족 상황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주가 상승에 긍정적 요인으로 해석된다고 CNBC는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각각 125%, 275% 가량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16%, 13%씩 올랐다. 퀼터 체비엇의 벤 배링거 테크 리서치 책임자는“최근 반도체 업계 전반의 상승세는 메모리 부문이 크게 주도하고 있다"며 “AI 수요는 매우 강하지만 공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실행하는 데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도 이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시장 전반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실장은 “작년보다 올해에 대한 전망이 훨씬 더 낙관적"이라며 “모바일 기기의 경우 AI의 부상으로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기차 겨울” 다가온다…올해 글로벌 판매 성장률 절반으로 ‘뚝’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지원책을 축소하고 유럽이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에서 한발 물러선 데다, 기후변화가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에서도 기업과 정치권 모두 전기차에서 후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2430만 대로, 전년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23%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겨울"(EV winter)에 직면해 2027~2028년께 수요 회복이 예상되기 전까지 고전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네이선 니스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글로벌 총괄은 “배터리 전기차의 장기적 성장 경로는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올해는 전기차 전망에 낙관할 만한 특별한 스토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략을 잇달아 수정하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지난해 4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43% 급감했다. 순수 전기 SUV인 캐딜락 리릭은 45% 감소했고, 쉐보레 블레이저 EV는 80% 가까이 줄었다. 인사이드이브이스는 “전기차가 부족해서 판매가 둔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며 “판매 둔화가 이렇게 빠르게 나타날 줄 몰랐다"고 평가했다. 이에 GM은 지난해 10월 주주 서한에서 “전기차 과잉 생산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2026년 이후 전기차 부문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상당 기간 더 높게 유지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포드 역시 지난달 성명을 통해 전기차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주력 'F-150 라이트닝' 순수 전기 픽업트럭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전략 변경으로 포드가 떠안을 비용은 2027년까지 세전 기준 195억달러(약 2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세액공제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자동차 연비규제를 완화하는 등 내연차에 더 유리한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41% 급감했다. BNEF는 이같은 추이가 이어져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서도 정부 지원 축소로 성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구매 시 취득세를 최대 3만 위안까지 면제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50%만 감면하기로 했고, 노후차 교체 지원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제한을 추가했다. 당국은 업체 간 출혈 경쟁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던 인사이트의 마이클 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는 확실히 가격 전쟁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지난해 1560만대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했고, 올해 성장률은 1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에서도 정책 기조가 후퇴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5년 신차 탄소 배출 감축량을 당초 목표인 100%가 아닌 90%로 낮추도록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달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일부 내연차 판매도 가능함을 의미한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는 현재 둔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만 전기차의 경제성 측면에서는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가격은 그동안 미국에서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중대 요인으로 지목됐는데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 가격은 지난해 8% 하락한 것으로 BNEF는 예측했다. 다만 전기차 경제성 측면에서는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가격은 미국 내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꼽혔는데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작년 8%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또 미국에서 내연차 평균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차 모델들이 다수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 모델은 3만5000달러 미만의 중형 SUV다. 연간 약 250만대의 중형 SUV가 판매되는데 이중 40%가 이 가격대에 해당한다. 올해 토요타 C-HR BEV, 스바루 언차티드, 기아 EV3 등 최소 5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이 이 가격대에 등장할 전망이다. BNEF의 저우후이링 애널리스트는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차량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할 수 있는 업체들이 지속적인 판매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발트 3국과 한국: 안보·방산·디지털 협력의 전략적 가능성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HUFS-Jean Monnet EU Centre 소장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는 흔히 '발트 3국'으로 불린다. 이들 국가는 1990년대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이후 유럽 통합 체제에 편입되었으며, 2004년 EU와 NATO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탈러시아화(de-Russification)' 그리고 '유럽화(Europeanization)'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후 발트 3국은 에너지 자립, 디지털 전환, 안보 기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하며 EU 내부에서의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인구와 경제 규모 면에서는 EU 내 소국에 속하지만, 정치적 안정성, 제도 개혁 성과, 그리고 전략적 지정학적 위치를 바탕으로 오늘날 EU와 NATO의 전략적 중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발트 3국은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 부패 방지, 언론의 자유 보장 등에서 유럽에서 모범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들 국가가 EU 가치 체계의 핵심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지정학적으로 발트 3국은 NATO의 동부 전선에 위치하며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수왈키 갭(Suwalki Gap)은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와 벨라루스(Belarus) 사이를 잇는 전략적 회랑으로, 이 지역이 차단된다면 발트 3국은 EU 및 NATO로부터 지상 연결이 단절되는 위험에 직면한다. 이러한 안보 환경에서 발트 3국은 NATO 사이버방위협력센터 유치, 공중감시 체계 참여 등 적극적인 기여를 통해 단순한 안보 수요국을 넘어 안보 제공국이자 기여국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전략적 자율성과 집단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EU의 안보 기조와도 부합한다. 경제·기술 분야에서도 유럽에서 발트 3국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Rail Baltica, Baltic Connector 등 탈러시아·친유럽형 초국경 인프라 및 에너지 연계망 구축을 통해 EU의 구조적 통합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전자정부, e-Residency와 같은 디지털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전환과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으며, 이는 EU의 디지털 주권 전략 수립에 있어 제도적 참고 모델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발트 3국이 더 이상 EU의 단순한 수혜국이 아니라, 정책 형성과 집행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행위자로 전환되었음을 증명한다. 발트 3국의 위상 변화는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확대한다. 발트 3국은 NATO 무기체계와의 상호운용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며, 이미 폴란드와 북유럽 국가들에 도입되어 성능과 신뢰성이 입증된 한국의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인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한국산 K9 자주포를 이미 도입한 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발트 3국은 한국의 무기체계가 자국군 현대화와 NATO 신속대응군 운용을 위한 고기동·정밀 타격 전력 확보에 있어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한국 방산기업의 발트 지역 진출 가능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럽방위기금(EDF) 참여를 기반으로 한 공동 기술 개발, 현지 생산, 기술 이전과 같은 중·장기적 파트너십 모델로의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발트 3국 모두 전투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공군 전력 전반에 대한 구조적 보완 필요성을 의미하며, 이 분야에서 한국과의 장기적 협력 여지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이버 안보와 디지털 분야에서도 협력 잠재력이 크다. 한국은 AI 기반 전자정부, 디지털 보안, 정보 인프라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발트 3국은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방어 전략의 실증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양측은 플랫폼 연계, 제3국 공동 진출, NATO 사이버 훈련 참여 등을 통해 디지털 협력 외교의 다자화를 추진할 수 있다. 한편, Rail Baltica 프로젝트는 한국의 스마트 인프라, 물류 자동화, 방산 수출망 구축 기술과 결합할 수 있는 전략적 접점으로, 디지털 물류 체계와 군사 기동성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 모델을 창출할 가능성을 지닌다. 김봉철

트럼프 “베네수엘라로부터 최대 5000만배럴 원유 인도받을 것”…국제유가 폭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로부터 최대 500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에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가 제재 대상이었던 고품질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을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며 “(미국이 인도받은) 이 원유는 시장가에 판매될 것이고 판매 대금은 미국과 베네수엘라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국 대통령이 내가 통제할 것"이라고 적었따. 이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에게 이 계획을 즉각 실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해당 원유는 저장선을 통해 운송돼 미국 내 하역 항구로 직접 반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대 2.4% 폭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물량은 미국의 해양 봉쇄 조치 전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의 약 30~50일분에 해당되는 양으로, 현재 WTI 가격 기준 최대 28억달러(약 4조5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뒤 미국 석유 기업들의 참여를 통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날 발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기반으로 일정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트럼프 잇단 군사 작전에도…글로벌 증시는 왜 오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출범 이후 세계 곳곳에 군사 작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MSCI 세계 주가지수(ACWI)는 전날 1028.02로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아시아 증시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강세를 보였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52% 오른 4525.48에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45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새해 첫날인 2일 2% 넘게 올라 4300선을 뚫은 것을 시작으로 전날과 이날엔 각각 4400선, 4500선마저 돌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 내린 13만5300원으로 출발했지만 0.58% 오른 13만8900원에 상승 마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4.31% 급등한 72만6000원에 장을 마쳐 '70만 닉스'를 굳혔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전날보다 1.32% 오른 5만2518.08에 장을 마감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는 5만2411.34(2025년 10월 31일)이다. 대만 증시도 TSMC 주가 상승에 힘입어 자취안지수가 3만576.30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TSMC 주가는 골드만삭스의 목표 주가 상향으로 전날 5.36% 상승했고 이날도 2.1% 올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5% 오른 4083.67를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올 들어 4% 가까이 올랐는데 이는 첫 집계가 시작된 1988년 이후 가장 강한 새해 첫 4거래일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금융 시장은 전 세계 군사 작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인 접근 방식에 빠르게 익숙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따른 장기적 영향은 수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감지되지 않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정치를 규정해 온 규칙 기반 질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했지만 투자자들은 이에 빠르게 적응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작년에도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소말리아, 예멘, 이라크, 이란, 시리아, 나이지리아를 겨냥한 군사 공격을 명령해왔지만 MSCI ACWI는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 지수는 상호관세가 발표됐던 작년 4월에 크게 미끄러졌지만 빠른 회복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삭소 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일반적으로 글로벌 수요, 공급망 혹은 금융 여건에 즉각적인 타격이 없을 경우 지정학적 소식들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단일 사건이 변동성 급등을 초래할 수 있지만 분쟁이 확대되거나 파급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지속적인 실적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이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낙관론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증시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타이 후이 아시아 시장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시장을 주도해 온 AI의 발전과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의) 이란 공습에도 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는데 투자자들은 이란산 석유 공급 차질이 다른 지역에서의 산유량 증대로 상쇄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전에도 지정학적 사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초기 충격 이후 점차 희석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글로벌 거시 리서치 총괄은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충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대체로 일회성에 그치며 장기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게 그 이유 중 하나로 설명했다. 리드 총괄은 우크라이나 전쟁, 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 1990년 걸프전 등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이유에 대해 “거대한 유가 충격을 초래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美 마두로 축출, 중국 대만 침공 명분?…손익 따져보니

미국 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선례로 삼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필요하다면 무력을 통해서라도 대만을 편입시키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데다, 대만 문제를 '자국 영토 문제'로 규정해 국제법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간주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전략적 초점을 '앞마당'으로 여기는 서반구로 이동시키면서 대중(對中) 견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단, 경제적·외교적 측면을 감안했을 때 중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만을 침공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통 자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최근 행동을 국제사회가 용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행동도 세계가 훨씬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제임스 차 교수도 “현재 국제 환경 속에서 미국이 해외 지도자를 납치하는 것은 '힘이 곧 정의'라는 중국의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의 이번 군사 작전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분쟁 억제 규범'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공격적 군사개입이 용인된다면 대만 등 다른 곳에서도 그러한 개입이 더욱 쉽게 가능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24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큰 주목을 받았던 세계 최대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최근 소폭 증가했다. '2026년 말까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까'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에 대한 베팅이 지난 2일 최저치인 9%로 떨어졌지만 현재 13%로 반등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선 지난 3일 밤 미국의 마두로 체포가 실시간 1위에 올랐고, 이 주제는 약 4억40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앞으로 대만을 되찾는 데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자", “미국은 국제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왜 우리가 신경 써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 정부가 '돈로주의'(19세기 미 고립주의를 대표하는 먼로주의에 도널드 트럼프를 더한 합성어)로 불리는 트럼프식 신고립주의 기조 속에서 서반구 패권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대중 견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한 것은 서반구로의 '하드 파워' 전환을 확고한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제약 없이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미 국방부 내부에서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를 포함해 12척 이상의 함정이 지난해 10월부터 카리브해에 배치되어 있다. 이 항공모함은 원래 지중해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고 함정 대부분은 유럽과 태평양 지역에서 동원됐다. 이로 인해 아시아,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블룸버그도 오피니언을 통해 “미국이 베네수엘라 문제에 집중할 경우 장기적 지정학적 판도는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 수 있다"며 “중국이 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압박을 강화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반구 패권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는 최근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에서도 드러났다. 중국은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지금까지 대만 포위 훈련을 여섯 차례 실시했다. 중국은 매 훈련마다 서방의 비판을 무시해왔지만 이번 훈련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이 특히 늦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다만 중국이 실제로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그에 따른 대가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큰 위험은 서방의 제재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거나 봉쇄할 경우 미국과 유럽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와 유사한 수준의 광범위한 경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동산 침체로 이미 휘청이는 중국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이 될 수 있다.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봉쇄는 최대 구매국인 중국에 국한된 타격이지만, 첨단 반도체 공급 차질은 글로벌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국제사회의 훨씬 강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중국군은 아직 대규모 실전 전투 경험이 없으며, 미국의 주요 동맹인 일본·호주·한국 등과의 대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다. 외교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구축한 '평화로운 국가'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ABC방송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베이징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첫 공개적 입장을 냈다. 시 주석은 “오늘날 세계는 혼란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일방적이고 패권적 괴롭힘이 국제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모든 국가는 다른 나라 국민들이 독립적으로 선택한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주요 강대국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과 아일랜드를 두고 “평화를 사랑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국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CCG)의 빅터 가오 부소장은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에 대해 나름의 일정과 논리, 그리고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의 행동에 휘둘리기보다는 자국의 속도와 논리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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