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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계속 오르는데 맥 못추는 비트코인 시세…10년만에 디커플링 오나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 대상주 비트코인 시세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이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비트코인은 약 10년 만에 증시와 탈동조화(디커플링)되는 모습을 보이게 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2% 오른 4만7954.9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0.19% 상승한 6870.40, 나스닥종합지수는 0.31% 상승한 2만3578.13에 장을 마쳤다. 이날 상승으로 S&P500 지수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였던 6890.89(10월 28일) 대비 0.3% 낮은 수준까지 근접했다. 올 한해 상승률은 17%에 육박한다. 반면 비트코인 시세는 전고점 대비 30% 가량 빠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6일 오후 12시 37분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96% 하락한 8만9700달러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비트코인 가격은 올 들어 4% 넘게 하락한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0월 7일 12만619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지난달 21일 8만659달러까지 미끄러지면서 한 달 넘게 폭락했다.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9만달러선 위아래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과 증시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저금리 환경 속에서 증시와 가산자산이 동반 랠리를 펼치면서 두 자산의 동조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비트코인은 과거 2022년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 당시에도 다른 위험자산과 방향이 크게 엇갈리지 않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 속에 S&P500 지수가 2022년 한 해 동안 약 20% 빠졌고 비트코인 역시 시세가 70% 가까이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위험자산 선호 국면 속에서도 비트코인이 증시와 뚜렷하게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금 시세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면서 비트코인과 정반대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내년 2월물 국제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243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비트코인이 하락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까지 '블랙록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에서 자금이 6주 연속 순유출됐다. 이는 해당 ETF가 처음 상장된 2024년 1월 이후 최장 기간이며, 6주간 누적된 유출 규모는 27억달러(약 4조원)를 넘어선다. 여기에 비트코인 시세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핵심 기술적 지표들 또한 일제히 약세 신호를 가리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비트코인 시세가 그동안 크게 오른 데 따른 자산 간 키 맞추기 현상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모멘텀에 기반한 자산"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강한 상승 모멘텀이 형성될 때마다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귀금속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되던 모멘텀 자금을 상당 부분 흡수해 버렸다"고 덧붙였다. FRNT 파이낸셜의 스테판 우엘레트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업자는 “비트코인의 현재 부진은 앞서 다른 자산들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던 데 따른 속도 조절"이라며 “최근 2년을 기준으로 보면 비트코인 수익률은 S&P500을 압도적으로 상회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 2026 월드컵서 ‘멕시코·남아공·유럽PO 승자’와 한 조…죽음의조 피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 조에 속했다. 나머지 한 팀은 유럽 플레이오프(PO) 승자다. 한국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PO 패스D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유럽 PO 패스D에서는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체코, 아일랜드가 경쟁한다. 체코-아일랜드 경기 승자가 덴마크-북마케도니아 경기(내년 3월 26일) 승자와 맞붙어(3월 31일) 본선 진출 팀을 정한다. 한국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조 추첨 결과다.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브라질 등 포트1의 우승 후보들을 모두 피하게 됐다. 또 포트3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남아공을 만나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다만 한국은 랭킹 15위인 멕시코와 통산 전적에서 4승 3무 8패로 뒤진다.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 두 차례 모두 한국이 졌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1-3으로, 2018년 러시아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최근인 지난 9월 미국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2-2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남아공(61위)은 한국과 한 번도 맞붙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팀'이다. 남아공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건 자국에서 열린 2010년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남아공은 지금까지 3차례 월드컵 본선에 올라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아프리카 예선 C조에서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조 선두로 본선 티켓을 거머쥔 터라 쉽게 봐선 안 될 상대다. 유럽 PO 패스D 팀 중에서는 덴마크(21위), 체코(44위), 아일랜드(59위), 북마케도니아(65위) 순으로 랭킹이 높다. 이 중에서 북마케도니아가 살아남아 본선에 진출한다면 한국과 멕시코, 남아공 3개 팀이 모두 반길 만한 결과다. 한국의 경기 장소도 정해졌다. 한국시간 기준 내년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유럽 PO 패스D 승자와 1차전을 치르고, 19일 같은 곳에서 멕시코를 상대한다. 이어 25일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3차전을 벌인다. A조 팀들은 다른 나라를 오가지 않고 멕시코에서만 각각 3경기를 치른다. 경기 시간 등 세부 일정은 하루 뒤인 7일 오전 2시에 발표된다. 23번째 월드컵인 2026년 대회는 내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16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2002 한국·일본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복수의 국가에서 열리며 역대 가장 넓은 대륙을 아우르는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돼 치러지는 첫 월드컵이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2위, 그리고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를 치러 챔피언을 가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6승 4무 무패로 승점 22를 쌓아 B조 6개 팀 중 1위를 차지하며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1회 연속이자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는 한국은 원정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에 도전한다. ◇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괄호는 FIFA 랭킹) ▲ A조 =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 한국(22위) 유럽PO 패스D ▲ B조 = 캐나다(27위) 유럽PO 패스A 카타르(51위) 스위스(17위) ▲ C조 = 브라질(5위) 모로코(11위) 아이티(84위) 스코틀랜드(36위) ▲ D조 = 미국(14위) 파라과이(39위) 호주(26위) 유럽PO 패스C ▲ E조 = 독일(9위) 퀴라소(82위) 코트디부아르(42위) 에콰도르(23위) ▲ F조 = 네덜란드(7위) 일본(18위) 유럽PO 패스B 튀니지(40위) ▲ G조 = 벨기에(8위) 이집트(34위) 이란(20위) 뉴질랜드(86위) ▲ H조 = 스페인(1위) 카보베르데(68위) 사우디아라비아(60위) 우루과이(16위) ▲ I조 = 프랑스(3위) 세네갈(19위) 대륙간 PO 패스2 노르웨이(29위) ▲ J조 = 아르헨티나(2위) 알제리(35위) 오스트리아(24위) 요르단(66위) ▲ K조 = 포르투갈(6위) 대륙간 PO 패스1 우즈베키스탄(50위) 콜롬비아(13위) ▲ L조 = 잉글랜드(4위) 크로아티아(10위) 가나(72위) 파나마(30위)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구리 가격 사상 최고치…글로벌 공급대란 진짜 올까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로 국제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면서 향후 시세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0.31% 오른 톤당 1만1472달러를 기록해 신고가를 기록했다. 구리값은 지난달 28일 1만1004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10월 29일(1만1067달러) 이후 약 1개월 만에 1만1000달러선을 재돌파했다. 이달엔 구리 가격이 4% 가량 올라 2024년 5월에 기록된 역대 최고가(1만1104달러)도 넘어섰다. 올 들어 구리 시세는 31% 상승했다. 세계 곳곳에 위치한 구리 광산에 사고가 잇따르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겹치면서 구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광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란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재난 등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계약자가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조치를 의미한다. 프리포트 맥모란은 이번 사고로 상당한 생산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2027년에나 이전 운영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엔 콩고민주공화국 카모아-카쿨라 광산에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광산을 운영하는 아이반호 마인스는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칠레의 경우 지난 7월 엘테니엔테 광산에서 터널 붕괴로 6명이 숨졌다. 칠레 구리공사(코델코)는 엘테니엔테 광산 사고 여파로 올해 생산량이 기존 예상보다 약 11% 줄어든 30만t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산전문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원자재 기업 글렌코어는 이날 내년 구리 생산량 목표치를 기존 93만톤에서 81~87만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미국에 구리를 미리 갖다 놓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며 글로벌 공급난이 악화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산 구리가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50% 관세가 구리로 만든 반제품과 파생 제품에만 부과되고, 구리 광석 등 원료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자 구리 가격은 지난 7월 급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구리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자 트레이더들은 다시 한 번 구리 실물을 미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대형 트레이더인 머큐리아 에너지 그룹은 공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LME에서 5억달러 규모(약 5만t)의 구리를 인출했다. 이는 10년 만에 최대 인출 규모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 전기차 대중화 등도 구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5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2분기 구리 평균 가격이 톤당 1만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맥스 레이턴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구리값이 오를 것이란 확신은 펀더멘털과 거시경제적 배경을 포함한 여러 강세 촉매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원자재 헤지펀드 카오스 터너리 선물의 리 쉐에지 리서치 총괄은 “이번 랠리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우리는 구리 가격에 대한 강세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LME에서 대규모 인출은 공급 압박에 대한 우려를 즉각 키웠다"고 말했다. TD증권의 단 갈리 선임 원자재 전략가 역시 “내년 상반기 동안 관세 위협이 구리 시장에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가격 상승에 대한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오렐리아 왈트햄 애널리스트는 4일 서한에서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의 대부분은 현재의 펀더멘털보다는 향후 공급이 빠듯해질 것이란 관측에 비롯됐다"며 “톤당 1만1000달러를 웃도는 현 가격이 지속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구리 수요가 공급을 50만톤 가량 하회할 것이고 2029년까지 공급부족이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과잉공급 규모가 16만톤으로 축소되겠지만 이는 공급대란이 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는 의미"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만100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 맥쿼리그룹의 피터 태일러 애널리스트도 “변동성 장세가 이어져 구리 가격이 새로운 신고가를 기록할 수 있겠지만 실물 시장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1만1000달러 위의 가격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구리에 대한 강세 전망은 현실에 미치지 못했다"며 “광산 생산 차질로 공급이 압박을 받고 있고 친환경 기술 등 수요처가 있음에도 글로벌 구리 수요는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상승세 주춤…‘AI 트레이드’ 수혜주 바뀌나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촉발된 '인공지능(AI) 트레이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주도했던 시장 구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특히 AI 산업의 무게 중심이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서 비용 효율성과 하드웨어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시장에서는 새로운 수혜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픽텟자산운용의 앤디 웡 다자산 투자 총괄은 “현재 시장에서는 'LLM 시장을 오픈AI만 주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새로운 내러티브와 패러다임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를 소화한 뒤 리스크 프리미엄을 새롭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I 산업에 지각변동은 구글이 지난달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3를 공개하면서 가속화됐다. 구글의 자체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로 개발된 제미나이3가 최강 모델로 여겨졌던 챗GPT 5.1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다. 여기에 아마존이 지난 2일 전력 효율성을 끌어올린 자체 칩 트레이니엄3를 공개하면서 오픈AI·엔비디아 중심으로 이어졌던 AI 트레이드가 분산됐다. 구글과 아마존의 등장은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시장 판도를 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AI 훈련에 고가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더 이상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저렴한 칩만으로도 고성능의 AI 모델 개발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AI 산업 전반의 비용이 절감될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쿼드자산운용의 한상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LLM이 범용화된다면 비용이 더 저렴한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6개월이 엔비디아와 오픈AI를 중심으로 형성된 거품이 어떻게 터질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비상장 기업인 오픈AI의 대리 투자처로 여겨졌던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달에만 38% 가량 폭락해 25년 만에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TSMC는 4% 가량 하락했고 메모리 공급업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4% 넘게 빠졌다. 대신 투자자들은 AI 산업 흐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혜주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협업 중인 대만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미디어텍 주가는 지난 한 주에만 22% 가까이 오르면서 2002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알파벳에 인쇄회로기판(PCB)을 공급하는 한국 코스피 상장사 이수페타시스 주가도 같은 기간 18%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매출의 22%를 알파벳에서, 11%를 아마존에서 얻고 있는 중국 광트랜시버 제조업체 중지이노라이트 주가 역시 지난주 11% 상승해 신고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움직임은 어떤 브랜드가 최종 승리자로 떠오르든, 미국의 어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공급망의 정점에 오르든 상관없이 아시아 공급업체들이 수혜를 입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블랙록의 에곤 바브렉 신흥국 주식투자 총괄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테스트 환경,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메모리카드, 냉각 시스템 등을 포함해 글로벌 하드웨어 생산의 약 90%가 대만, 한국, 일본, 태국, 심지어 중국 본토에서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존 AI 붐을 이끌어온 주도주들의 추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TSMC는 최첨단 칩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주요 기업들의 위탁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TSMC 주가는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시가총액은 이미 1조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AI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주가가 올 들어 세 배 이상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주가 하락 베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S&P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유통주식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은 5월 초 3% 이상에서 현재 0.6%로 낮아졌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티모시 펑 아시아 주식 전략 총괄은 “AI 테마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기술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라며 “AI 공급망 전반에 걸쳐 기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물리적 인프라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한국산 자동차 관세 15% 인하…“현대·GM 큰 수혜”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 일환으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소급 인하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러한 조치로 현대차그룹과 제너럴모터스(GM)에 큰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연방 정부 관보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 15%는 지난달 1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이후 소비 목적으로 수입되거나 창고에서 소비를 목적으로 반출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적용된다는 내용이 3일 사전 게재됐다. 관보 공식 게재일은 4일이다. 이로써 지난 4월 시작된 한미 무역협상이 일단락되면서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12조원) 규모 대미투자와 미국의 대한국 관세 인하 등을 서로 주고 받는 합의가 이행 국면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번 관세 소급 인하는 한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이하 팩트시트)의 후속 조치다. 이전에는 현대차, 한국에 생산 시설을 둔 GM 등의 대미 수출에 25% 관세가 적용됐었다. CNBC에 따르면 현대차는 3분기에만 미국 관세로 1조8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인 8280억원보다 급증한 수치다. GM은 한국·멕시코의 관세 영향이 올해 35억~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UBS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로 비용이 애초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에 근접하거나 그 아래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것이 내년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절반 감소(50%)까지는 아닐 것으로 보는데 이는 올해 최종 부담하게 될 한국산 관세 비용이 우리가 그동안 해온 것 때문에 20억달러보다 훨씬 낮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생산 시설을 둔 GM은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산 차량을 미국에 많이 수출하고 있다. 쉐보레와 뷰익 브랜드의 보급형 크로스오버(승차감을 개선한 스포츠유틸리티차)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산 GM 차량의 미국 판매량은 2019년 17만3000대에서 작년 40만7000대로 대폭 뛰었다. 올해는 관세에도 불구하고 판매 예측치가 42만2000대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GM은 CNBC에 보낸 성명에서 “한미 무역협상에 관한 합의가 마무리된 것을 환영한다"며 “GM 한국 사업장에서 생산량이 곧 200만대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측도 한국의 대미 수출 관세가 인하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관세) 15%는 여전히 15%지만, 15%로 낮춘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이번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히 긴 여정이었다고 평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매출과 사업 규모를 크게 확장해 왔지만 아직까지 판매 차량 대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는 현대차가 2026년에 95만1000대 이상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현재 약 40% 수준에서 2030년까지 8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연합뉴스

AI 대출도 2008년 금융위기 악몽 재현?…‘데이터센터 리스크’ 전가 나서는 월가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계속해서 고조되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AI 데이터센터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이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헤지(위험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다만 은행들의 이러한 기업이 구조적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금융 시스템 전반에 잠재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에게 제공한 대출 포트폴리오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인 중요위험이전(SRT·Significant Risk Transfer)와 관련해 잠재적 투자자들과 예비 협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현재 진행 중인 SRT 논의가 실제 거래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모건스탠리는 데이터센터 대출 관련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다른 방안들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는 AI 데이터센터 파이낸싱(자금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은행으로 꼽힌다. 지난달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스의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개발과 연계된 특수목적법인에 270억달러 이상의 대출과 약 25억달러의 지분 투자 파이낸싱을 주도한 바 있다. 최근에는 테라울프, 사이퍼 마이닝, 어플라이드 디지털 등 기업들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크본드(고위험·고수익 채권) 발행을 주관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가 데이터센터 대출 리스크를 외부로 넘기려는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자금 차입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익스포저 부담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건스탠리는 AI 관련 인프라 투자에 2028년까지 3조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금흐름으로 충당할 수 있는 자금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나머지는 부채 시장을 통해 조달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출이 급증하면 은행들이 과도한 익스포저를 떠안게 될 위험이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는 오라클의 부실 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라클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연 1.25%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치였던 1.98%에 근접했다. CDS는 채권에 대한 일종의 보험으로, 부도 위험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오른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는 오라클의 대규모 차입 구조에 대한 우려가 CDS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오라클은 지난 9월 18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기준으로 연중 최대 규모 회사채 발행이었다. 이와 별도로 180억달러 규모의 뉴멕시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파이낸싱, 380억달러 규모의 텍사스·위스콘신 데이터센터 파이낸싱을 받았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지난달 175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렇듯 미국 기업들의 차입 문제가 부각되자 대출에 나선 투자은행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앞서 또 다른 투자은행인 도이치뱅크 내부에서도 데이터센터 대출과 관련된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AI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바스켓에 대한 공매도나 합성 구조를 활용한 SRT 상품 판매 등이 방안으로 거론됐다. SRT는 은행들이 대출과 관련한 신용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해 신용연계증권을 발행해 연기금·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 파는 기법이다. 당국의 금융규제로 은행은 대출을 실행할 때마다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축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채무불이행 위험을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면 은행은 자본 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투자자들은 연 10%를 웃도는 고수익을 얻는 대신 기초자산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떠안게 된다. SRT는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를 상품 형태로 투자자에게 이전한다는 점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폭제가 됐던 CDO와 구조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다. 다만 SRT는 대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분산하는 규제형 금융기법이라는 점에서 CDO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SRT의 본질은 '위험 이전'인 데다 기업들의 AI 패권 경쟁이 차입 리스크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한국車 관세 15%’ 4일 발효…11월 1일부터 소급적용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 일환으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소급 인하된다는 내용이 3일(현지시간) 미 연방 정부 관보에 사전 게재됐다. 관보 공식 게재일인 4일 발효되는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 15%는 지난달 1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이후 소비 목적으로 수입되거나 창고에서 소비를 목적으로 반출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적용된다. 이로써 지난 4월 시작된 한미 무역협상이 일단락되면서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12조원) 규모 대미투자와 미국의 대한국 관세 인하 등을 서로 주고 받는 합의가 이행 국면으로 들어가게 됐다. 한국에 대한 국가별 관세(일명 상호관세)를 15%(종전 25%)로 인하하는 내용도 관보에 포함됐다.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 원목과 목재 및 목제품에 대해서도 관세가 지난달 14일 0시 1분 기준으로 소급 인하된다. 항공기와 그 부품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민간항공기교역 합의 적용을 받는 제품 중 무인기를 제외하고는 상호관세와 철강·알루미늄·구리 품목관세를 면제한다. 원목과 목재, 목제품에 대한 품목 관세는 최대 15%로 조정된다. 소급 인하된 관세율은 미국의 통일관세표(Harmonized Tariff Schedule of the United States)를 수정해 반영된다. 이번 관세 소급 인하는 한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이하 팩트시트)의 후속 조치다. 지난달 13일 발표된 팩트시트는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지원 또는 승인키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지난달 14일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서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6일 국회에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소급 적용이 실행됐다. 미 정부는 관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번영의 핵심 연결고리인 한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발표된 공동 팩트시트에 대해선 “7월의 한국 전략 무역 및 투자 합의에 대한 역사적 발표를 재확인하며, 이는 한미 동맹의 힘과 지속성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强달러 시대 끝났나…“美 달러화 3중 악재 온다”

미 달러화 가치가 최근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달러 약세 흐름이 앞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계절적 약세 구간에 진입한 달러 가치가 '3중 악재'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선물은 99.29를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9월 17일 장중 95.845까지 떨어지며 2022년 2월 이후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해 지난달 19일에는 100.15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달러 가치는 이번 분기에만 2%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12월은 계절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구간인 데다 달러 가치에 하방 압박을 가하는 요인들이 추가로 등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남아공 스탠다드뱅크는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최종 판결하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임명되고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 도이치뱅크도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지목했다. 스탠다드뱅크의 스티븐 배로우 주요 10개국(G10) 전략 총괄은 서한에서 “관세에 대한 불리한 판결과 해싯이 이끄는 연준, 여기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마저 더해진다면 달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삼중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올해 남은 기간이 아니더라도 내년 초에는 확실히 현실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월은 계절적으로 외환 거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올 경우 달러에 아무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도이치뱅크의 팀 베이커 거시경제 전략가는 “지난 10년간 12월은 달러에게 가장 부진한 달"이라며 “여기에 일본은행의 긴축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경제가 깜짝 성장할 경우 최근 이어진 달러 매수세가 반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달러 가치가 올 3분기 저점 수준까지 추락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이치뱅크와 스탠다드뱅크는 역사적으로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섰을 때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특히 크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80%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대체할 차기 의장도 달러에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을 소개하던 중 해싯 위원장을 가리켜 “아마 잠재적 연준 의장도 여기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해싯 위원장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유력하다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이를 어느 정도 확인해준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원하는 금리 인하에 소극적으로 일관해온 파월 현 연준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해왔으며, 현재 내년 5월에 임기가 종료되는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을 진행 중이다. '강경 비둘기파'로 알려진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반 루 글로벌 통화 총괄은 “해싯 위원장이 차기 의장으로 임명될 경우 달러/유로 환율이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9월 수준(유로당 1.19달러)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러, 우크라 종전안 마라톤 협상 종료…“푸틴, 일부만 동의”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놓고 심야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제안한 종전안 중 일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AP,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궁에서 시작된 양측의 협의는 5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회동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와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배석했다. 양측은 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회담 종료 후 곧바로 모스크바를 떠났다. 우샤코프는 회동이 끝난 후 “푸틴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대화는 유용하고 건설적이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담에서 미국이 제안한 종전안의 구체적인 문구보다는 그 틀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번 회담 이후 평화에 더 가까워졌는지 묻자 우샤코프 보좌관이 “확실한 것은 더 멀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우샤코프는 “러시아와 미국 모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합의된 사항은 그것"이라면서 “접촉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논의를 이어갈 뜻을 강조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종전안에 대한 양측간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어떤 부분은 합의할 수 있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상대방 측에 확인했다"면서도 “다른 부분은 비판을 유발했고 대통령 또한 여러 제안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측이 종전논의의 핵심 쟁점 중의 하나인 영토 문제도 논의했으나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이 문제에 관한 타협 없이는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전안 초안을 만든 뒤 우크라이나 측의 의견을 취합해 20개 항목으로 축소된 수정안을 다시 작성해 이를 놓고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애초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비가입 헌법 명기, 우크라이나 군 축소, 러시아 침공에 대한 책임 면제 등이 들어있었다. 사실상 러시아의 희망 사항을 모두 담아놓은 것이었으나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반발한 사안들은 삭제되거나 전쟁 당사국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보류된 바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회담에서 여러 버전이 논의됐다며 “처음에는 하나의 버전이 있었고 이 버전이 수정돼 하나의 문서가 아니라 조금 더 많은 문서가 생겼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중국 전기차 굴기의 역설…남아도는 내연기관차 세계로 밀어낸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자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내수 부진에 직면한 중국의 내연기관차 브랜드들이 완성차를 전 세계로 쏟아내며 저가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 국가들은 관세 등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는 중국산 내연차를 더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일 중국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중국 자동차 수출의 76%는 내연차가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의 경우 중국의 내연차 수출이 430만대를 넘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할 전망이다. 중국의 거대 국영기업들이 내연차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수출 1위 업체인 체리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을 2020년 73만대에서 지난해 260만대로 늘렸는데 이중 80%가 내연기관차였다. 또 중국 수출 상위 10위권 업체 중 테슬라와 BYD를 제외하고 상하이자동차(SAIC), 베이징자동차(BAIC), 동풍자동차 등의 국영기업들도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를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국 기업들이 내연차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전기차의 부상으로 자국 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SAIC의 중국 내 연간 판매량은 2020년 140만대에서 지난해 43만5000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SAIC는 GM을 배제한 자체 브랜드 수출을 2020년 40만대에서 지난해 100만대 이상으로 늘리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동풍자동차 역시 해외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동풍자동차의 옐테 베르노이 중부유럽 매니저는 “혼다·닛산과의 중국 내 합작법인이 악순환에 빠지자 수출을 5년 새 4배 가까이 늘렸다"며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을 것이란 부분엔 의문에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전기차를 육성시키는 현재 정책과 내연차 산업을 키웠던 옛 정책이 충돌하여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짚었다. ◇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화…신흥국 틈새 공략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전기차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조사업체 JATO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업체들이 칠레에 수출한 전기차는 1000대 미만에 그친 반면 내연차는 2만5000대를 웃돌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중국에서 수출된 내연차가 3만대에 달했지만 전기차는 고작 11대에 불과했다. 중국 창안자동차의 닉 토마스 유럽 마케팅 이사는 “신흥국 대부분에서 쉽게 팔리기 때문에 내연차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며 “모든 시장 상황에 맞춰 제품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에서는 2023년 이후 33개의 중국 브랜드가 진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판매·유통 관리자들은 “중국 브랜드의 유입이 광기 수준"이라며 “현지인들도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산 중형 SUV가 너무 많다"고 했다. 글로벌 해운기업 인치케이프의 던컨 테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체결한 계약 대부분은 신흥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맺은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중국 내연차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체리자동차가 지금까지 호주에 판매한 차량 대부분은 휘발유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리자동차는 최근 들어 호주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 “한 대 값으로 중국산 두 대"…주요 기능까지 확보 이처럼 중국산 내연차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배경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중국 동풍자동차는 닛산자동차의 기술력을 활용해 제조한 픽업트럭 '리치 6'를 '닛산 프론티어'보다 약 1만달러 저렴한 2만1490달러에 우루과이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우루과이에서 전통 브랜드 트럭 한 대 값으로 중국산 트럭 두 대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그동안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거대 시장 공략에만 치중했던 것도 중국차 공세를 키웠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JATO 다이내믹스의 펠리페 뮤뇨스 애널리스트는 전통 업체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구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저가 차량을 집중해 온 탓에 가격 경쟁력에 더해 안전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품질까지 확보한 중국산 자동차의 공세에 취약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그동안 사실상 잠들어 있었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며 “중국 업체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간의 진짜 전쟁터는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신흥국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 존재감 드러내는 중국산 자동차…“글로벌 점유율 30% 차지한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기존 업체들의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멕시코에서 쉐보레 판매량은 5만7292대로 예측됐는데 이는 2023년 수준 대비 17% 감소한 수치다. 반면 올해 중국차 판매량은 20만대 이상 넘어서 시장 점유율 1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남아공의 경우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10%에서 올해 16%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9만3805대로 전년 대비 15% 가까이 감소했다. 칠레에서는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3분의 1 수준까지 치솟는 사이 쉐보레·닛산·폭스바겐 등 전통 브랜드들의 판매량은 34~4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2030년까지 400만대를 추가로 수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30%를 장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남미, 중동지역, 아프리카, 동남아 지역에선 중국 브랜드들이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스텔란티스, GM, 현대차 등은 남미에서 현지 맞춤형 차량 개발과 비용 절감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각국 정부도 견제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는 중국산 자동차에 50%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고 남아공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중국 브랜드 점유율이 2022년 21%에서 지난해 64%로 급증하자 중국산 차량 수입 수수료를 7500달러로 두 배 인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들은 수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출혈 경쟁이 극심한 내수 시장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리자동차의 제투어 브랜드를 담당 하는 얀 준 부회장은 “현재 중국에서 돈을 버는 자동차 회사는 많지 않다"며 “더 이상 가격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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