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이번엔 다르다”…내년부터 넘치는 LNG 공급, 가격은 언제 떨어질까](http://www.ekn.kr/mnt/thum/202509/news-p.v1.20250908.b1df3f7c326a4d19a4fc252ba232632b_T1.jpg)
내년부터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일어나면서 수년간 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LNG 시장이 미국, 카타르 등 주요 생산국의 증산으로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10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2025년 3분기 LNG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LNG 생산은 40bcm(1bcm=10억㎥) 늘어나 전년 대비 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19년 이후 최대 규모의 성장세다.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도 지난해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LNG 생산능력이 2024년 초 연간 4억7400만톤에서 2028년말 연간 6억6650만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5년만에 생산능력이 40%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LNG 업계 역사상 가장 빠른 확장 속도라고 IEEFA는 밝혔다. 블룸버그NEF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LNG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부터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 LNG 생산시설 잇따라 가동…2030년까지 공급 42% 늘어난다 공급 확대의 배경에는 미국과 카타르 등에서 추진해온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따라 가동에 들어간 점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과거에도 공급 과잉 전망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빗나갔다"며 “이번에는 신규 설비들이 실제 가동을 앞두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전했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LNG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9% 급증했다. 벤처 글로벌이 루이지애나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LNG 수출 터미널 플라크민스는 2024년 12월 첫 가동 이후 매월 생산량을 늘림에 따라 미국이 세계 1위 LNG 수출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플라크민스가 수출한 LNG는 160만톤으로, 미국 전체 수출의 약 17%를 차지했다. 그 결과 지난달 미국의 LNG 수출은 933만톤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4월의 925만톤을 넘어섰다. 플라크민스는 미국에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수출 터미널이지만 증설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달에는 총 18개 트레인에서 전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또다른 LNG 수출업체 체니어 에너지는 수출 시설 코퍼스 크리스티 제3단계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완공되면 미국의 LNG 생산능력이 연 1000만톤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카타르의 노스필드 이스트 가스전도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는 노스필드 이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카타르의 연간 LNG 생산량이 현재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도 신규 LNG 프로젝트들이 이르면 올 연말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블룸버그NEF는 현재 건설 중인 연간 1억740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LNG 설비가 완공되면 2030년 글로벌 공급량에 5억94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대비 42% 급증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중단된 천연가스 생산 프로젝트를 재개하면서 LNG 수출 확대를 장려하고 있다. 이에 대규모 LNG 프로젝트들이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 러시아와 손잡는 중국…수입 감소로 글로벌 과잉공급 기여 이와 동시에 세계 주요 LNG 수입국인 중국의 LNG 수입이 줄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과잉공급의 또다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원자재 정보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은 593만톤의 LNG를 수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9% 급감한 수치로, 중국의 LNG 수입은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자국내 가스 생산이 확대된 영향이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중국의 LNG 수입이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중국은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80주년 전승절 기념 열병식 등을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LNG를 직접 공급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달 말 제재 대상인 러시아 '북극 LNG2'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LNG를 처음으로 수입했으며, 중국 남부 베이하이항의 LNG터미널을 러시아 LNG선 전용으로 지정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일 정사회담을 계기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투자노트를 통해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이 중국의 LNG 수입을 대체할 잠재력이 크다며 글로벌 공급의 10%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LNG 가격도 하락할듯…2027년엔 반토막 가능성도 업계 역시 LNG 공급 과잉을 예상하며 가격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알도 스파녀 에너지 전략 총괄은 “내년부터 새로운 LNG 설비가 가동되면서 1분기 이후 시장 공급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랫츠 글로벌 원자재 전략가는 “당작 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유럽은 재고가 평소보다 낮은 수준에서 이번 겨울 시즌을 맞이하는 만큼 향후 6개월간 아시아와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강한 한파가 찾아오면 가격이 오히려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이번 겨울이 끝난 뒤에는 공급이 수요를 점차 웃돌기 시작해 2027년에는 과잉공급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026년 4분기 유럽과 아시아 LNG 가격이 MMBtu당 10달러 밑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겨울 당시 평균 가격은 약 14달러였다. BNP파리바는 2027년에 LNG 가격이 8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3년만에 LNG 가격이 반토박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분석업체 ICIS는 보고서를 통해 “2028년부터 2030년에는 저가 환경에 반응해 신규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면서도 “수요 증가분이 공급 확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LNG 가격이 10달러선을 밑돌 경우 석탄보다 더 저렴한 발전원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 경영진들은 9일부터 1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가스테크 콘퍼런스'에 모여 저렴한 전력과 난방비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안과 석탄·석유에서 LNG로의 전환 가속화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국제유가도 과잉공급 예고…증산에 속도내는 OPEC+ 한편, LNG에 이어 석유도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원자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내년 글로벌 석유시장의 과잉공급 규모를 기존 하루 170만배럴에서 190만배럴로 상향 조정하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53달러에서 56달러 범위로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시 컨설팅그룹 FGE의 페레이둔 페샤라키 회장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에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50달러 중반대까지 떨이질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전망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10월에도 증산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이후 제기됐다. OPEC+는 지난 7일 회의에서 내달 원유 생산량을 하루 13만7000배럴 늘리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증산 결정에 대해 내년 말 해제 예정이던 '1단계 감산'인 165만 배럴 감산의 첫 되돌림이라고 설명했다. 220만 배럴 규모의 '2단계 감산'은 이달 하루 54만8000배럴 증산으로 모두 해제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